1 / 1
" 조양호 회장"으로 검색하여,
6 건의 기사가 검색 되었습니다.
-
한진의 기업문화를 정리하면서 새삼 한국식 경영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됐다. ‘창업자가 아들, 특히 장자에게 핵심 기업을 물려주고, 창업자의 자녀들이 기여도에 따라 기업을 나눠가지는 것이 과연 승계자나 주주에게 유리할까’하는 의문점이 들었다.‘경영권을 무조건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이 자식 혹은 주주에게 도움이 될까’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한진의 후계자가 경영능력이 떨어져서 이 고민을 하게 된 것은 아니다. 다른 대기업도 한진과 비슷한 처지다.수천 년 동안 검증된 ‘부자 3대 없다’는 격언이 21세기에도 통용된다는 사실이 신기하지만,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세상이 풍요롭게 된다고 해도 인간의 욕망과 세상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 2세들의 법정다툼, 3세의 튀는 행동도 부정적그룹을 일군 창업자의 자식들이 모두 타고나 경영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어떤 자식은 아버지의 능력을 물려 받았고, 어떤 자식은 기업경영과는 거리가 먼 특성을 보이기도 한다.장남이 가업을 이어 받는 동양식 전통도 한번쯤 고민이 필요하다. 삼성그룹의 창업자 이병철 회장은 장남인 이맹희 대신에 3남인 이건희에게 기업을 물려줘 장자세습의 전통을 깼지만 형제간의 불화를 막지는 못했다.현대그룹의 창업자인 정주영 회장도 장남인 정몽구 대신에 5남인 정몽헌을 후계자로 지목했지만 후계자가 된 이후 행복한 삶을 누리지 못하고 생을 달리했다. 한진은 창업자의 자식들이 회사를 분할해 승계 받았다. 장남이 그룹의 간판기업들을 물려 받았고, 다른 형제들은 한진중공업, 한진해운 등을 나눠 가졌다. 한진해운은 며느리가 물려 받아 독립경영을 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계열분리는 이뤄지지 않았다.조양호 회장이 그룹 분리에 부정적이라고 하지만 최은영 회장 측은 의지가 확고하다고 한다. 한진중공업은 주력 사업을 필리핀 수빅만으로 옮긴 후 노사분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치권의 중재로 한진중공업의 노사대립이 타결됐지만 여전히 불씨를 안고 있다. 현재 상황이라면 한진중공업이 정상화돼 과거의 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한진의 형제들은 창업자의 재산, 유언장 등을 두고 형제간에 10여 년 동안 법정다툼을 벌였다. 형제간의 기나긴 법정다툼으로 체면을 구겼고, 소송은 끝났지만 형제간의 불편한 관계는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그룹을 분할해 물려받았지만 모두 성공적으로 경영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차라리 경영능력이 출중하다고 판단한 자식에게 그룹을 물려줬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른 자식들은 지주회사의 지분만 갖고 배당을 받는 것이 자신들에게도 유리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무조건 기업의 회장이나 사장을 해야 인생의 폼이 나는 것은 아니다고 본다. 창업자의 장남으로 그룹을 경영하고 있는 조양호 회장의 자녀들도 튀는 행동으로 이슈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3세가 경영전면에 나서고 있지만 다른 그룹과 마찬가지로 이들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어렵다.경영능력은 평가하기 어려운데, 경영자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돌출행동은 부정적인 평가를 유도한다. 차세대 오너로 꼽히는 3세가 불필요한 논쟁에 휘말리면서 실력부족을 드러내거나 기업가치를 훼손한다면 기업의 미래는 어둡다. 한진뿐만 아니라 국내 모든 대기업의 후계자에 해당되는 말이다. 일부 국내 대기업의 역사가 50여 년을 넘어 서면서 아직 국내 대기업 중 어디도 후계자로 지목된 2세, 3세가 확실한 경영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룹을 물려 받은 2세나, 3세가 정상적인 경영에 실패해 그룹을 망하게 한 사례가 많다.2세의 경우는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창업자의 가신들이 조력을 잘 하기 때문에 결정적인 위기를 초래하지 않지만, 3세의 경우에는 경험이 풍부하고 능력 있는 가신들이 자발적, 비자발적으로 조직을 떠났기 때문에 위기진단이나 대처능력을 갖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제 오너의 자식이라는 신분뿐만 아니라 경영능력도 보여 줘야 주주, 임직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지지와 존경을 받을 수 있다. 그룹차원에서 인위적인 성공체험은 후계자 본인뿐만 아니라 기업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후계자 자신도 주위의 아부성 발언을 경계해야 한다. 후계자가 치열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친 창업자보다 학교공부를 많이 하고, 지식도 풍부하겠지만 기업경영의 성공이 학교성적이나 지식의 양에 절대적으로 의존되지는 않는다. 자신의 능력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자녀들은 조용하게 자신의 그릇에 맞는 인생을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사실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물류기업이지만 정작 후계자 중 현장 전문가는 없다나이가 들어 가면서 인생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기업문화를 연구하고, 주요 대기업의 기업문화를 분석하면서도 기업의 본원적 경쟁력이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을 한다.일본에는 많은 100년 기업이 왜 한국에는 나오지 않는 것일까? 왜 부자 3대를 이어가지 못하는 것일까? 일부 연구소나 전문가들이 100년 기업의 조건으로 제시하는 것이 타당한가? 삼성이 그토록 닮고 싶다는 스웨덴의 발렌베리가문의 진정한 노하우는 무엇일까?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에 선대가 쌓은 재산과 명예를 후대에 넘겨주고 싶어 한다. 당연한 욕심이라고 생각한다.한국과 일본의 장사(사업)에 대한 관념을 간단하게 비교해 보자. 한국은 사농공상(士農工商)으로 상인을 천시했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았다. 일본은 사회적 윤리를 지키면서 장사를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하지만, 한국은 어떻게든 돈만 벌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차이가 있다.장사의 핵심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 한국은 장사를 하면 주인이 카운터를 보면서 돈을 관리한다. 일본의 주인은 카운터가 아니라 현장 일을 한다. 음식점을 경영할 경우 일본의 주인은 주방에서 음식을 직접 한다. 조리법은 대대로 전수돼 몇 백 년 동안 이어진다. 한국의 음식점 주인들은 주방업무는 사람을 고용하고, 자신은 카운터에서 편하게 계산만 한다. 종업원이 혹시 돈을 훔칠까 봐 가장 중요한 돈을 챙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음식점의 핵심경쟁력은 카운터에서 돈을 정확하게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주방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데서 나온다.망하지 않고 수십 년을 이어오고 있는 음식점의 경우 자손들은 모두 음식 조리법부터 배우고, 주인이 직접 양념준비나 대표 음식의 조리를 책임진다. 주인이 주방이 아니라 카운터에 앉아 있는 음식점은 3년을 넘기기도 어렵다. 직장 퇴직자들이 요식업 창업을 쉽게 생각하고 달려 들지만 대부분이 3년도 넘기지 못하고 망한다. 음식조리를 할 줄 아는 주인의 음식점만 살아 남는다. 음식점의 경영에 대해 설명한 것은 기업경영도 규모만 다르지 본질은 동일하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음식점의 핵심이 주방이라면, 기업의 핵심은 관리가 아니라 제조나 서비스 현장이다.창업자는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기업을 키웠지만, 후계자들은 창업자가 번 돈으로 편하게 공부하고, 현장이 아니라 관리업무부터 배운다. 경영학을 잘 모르는 창업자가 회계, 재무와 같은 관리도 중요하다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자식에게 어려운 현장 일을 시키고 싶지 않는 것이다. 현장을 모르는 후계자가 관리만으로 기업을 유지/발전시키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한진이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면 조중훈 회장의 자식이나 손자 중에서 물류업의 일선에 서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 즉 다시 말하면 한진이 해운, 항공물류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면 선박을 운행하는 항해사, 항공기를 조종하는 조종사 혹은 정비사를 해야 한다.옆에서 본 이론만 가지고 전문가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조중훈 회장도 장남인 조양호 회장에게 대한항공을 맡기려고 했다면 아들을 항공기 조종사나 정비사로 만들었어야 했다. 다른 아들들도 마찬가지다. 마케팅이나 기획부문 경험만으로 대한항공을 경영하는 것은 어렵다.경영자가 호통이나 치고, 무조건 밀어 부쳐 성과를 내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한진의 조양호 회장도 현장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지 못해 한진의 핵심경쟁력을 잘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그렇다면 자신의 자식들이 아무리 귀엽고, 사랑스럽더라도 힘들고 어려운 현장업무부터 시켰어야 했었다. IT서비스, 마케팅, 기획과 같은 업무를 경험하고 인위적인 성공체험을 쌓아 주는 것만으로 경영권을 승계한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조양호 회장의 자식들이 아직 어리니 본질의 교육을 하는데 늦지는 않았다고 본다. 3세의 트위터 논란, IT서비스업체 일감몰아주기, 대한항공 기내폭행 사건일지 유출, 사건일지 유출에 대한 평가 등 다양한 논란의 중심에 후계자로 지목된 3세들이 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대처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앞에서 지적했듯이 본질을 잘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사업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항공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물류업의 미래방향이 어떤 것인지, 기업문화의 혁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등 고민거리가 산재해 있다. 한진의 사업이 전반적으로 정체돼 있고, 본원적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이유가 본질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돼 아쉬움이 남는다.- 끝 -
-
대부분의 경영자는 기업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이라고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말한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은 많이 하지만 정작 사람을 진정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경영자는 매우 드물다.이런 인식은 고차원적인 기술이나 지식이 필요하지 않은 단순업무를 중심으로 사업을 하는 유통, 물류, 단순제조기업일 경우 더 두드러진다. 한진은 조중훈 회장이 정석학원을 설립하고 인재양성을 위해 노력했다고 하지만 기업문화 차원에서 보면 업무용 인재를 양성하는데 국한돼 있었다고 볼 수 있다.한진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4번째 DNA인 조직(Organization)을 일(job)과 사람(people)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물류사업에 적합한 인재상과 인재육성 제도 구비물류사업이 단순하다고 볼 수 있지만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수 인재의 확보와 육성이 매우 중요하다. 한진은 세계적인 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창조인, 행동인, 자유인이라는 인재상을 제시하고 있다.창의와 신념을 가진 창조인은 세계화 시대를 리드할 진취적이고 참신한 감각을 지닌 인재, 자기계발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재를 말한다. 성의와 실천이 몸에 밴 행동인은 좌절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지닌 인재, 예의를 존중하고 겸손하며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인재다. 책임과 봉사정진이 투철한 인재는 자율적 사고의 행동을 바탕으로 최고가 되기 위한 프로정신을 지닌 인재, 조직과 사회에 대한 봉사에 자발적으로 헌신하는 인재라고 볼 수 있다. 대한항공은 그룹차원과 달리 진취적 성향의 소유자, 국제적 감각의 소유자, 서비스 정신과 올바른 예절의 소유자, 성실한 조직인 등을 인재상으로 삼고 있다. 진취적 성향은 현상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고정관념을 벗어날 수 있도록 한다.국제적 감각은 자기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려는 마음과 지식을 갖추도록 한다. 서비스 정신은 고객을 배려하도록 한다. 성실은 맡은 바 책임을 완수하고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한진의 인사제도는 합리와 형평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인사제도의 원칙은 개인의 적성을 고려한 부서배치,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제공, 객관적이고 투명한 인재평가, 본인의 희망을 고려한 경력개발, 성과에 따른 보상과 발탁승진 등이다. Multi-Player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체계적인 경력개발제도 및 인재육성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인재육성제도는 임원경영능력 향상과정(KEDP), 관리능력 개발과정, 실무능력 개발과정, 신입사원 해외 OJT, 외국어 교육, OA교육, 중견직원 MBA유학, 간부직원 해외 유명대학 전문과정 등이 있다. 한진의 인재육성 철학은 ‘평생교육은 직장에서 이뤄진다’다.한진처럼 명목적이라고 해도 직원의 평생교육에 대한 인식을 하고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 대한항공도 선진화된 인재육성 프로그램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룹차원과 유사한 수준의 교육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 인재의 중요성은 알지만 실제 투자는 인색한진의 조직은 유통기업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물류업의 속성상 업무 분담이 잘 되어 있지만 사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낮다. 유통기업이 업무 분장이 잘 되어 있어 유∙무형의 업무매뉴얼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직원의 이직이나 순환보직으로 인한 업무의 중단/부실은 발생하지 않는다.이런 특성을 지닌 기업은 직원을 대체품, 소모품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기업이 롯데그룹이고 한진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물류가 인프라 산업이라고 판단해 장비나 시설물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했지만 정작 중요한 사람에 대한 투자에는 인색했다. 물류사업이 서비스라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내린 결정이라고 본다.서비스업은 설비보다는 사람에 의해 혹은 사람의 태도에 의해 품질(quality)이 결정된다. 미국의 Southwest Airline은 새로운 기종의 항공기를 도입하기보다 사람에 대한 투자를 우선시 해 창사 이래 수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흑자를 내고 있다. 직원이 자신의 친구나 가족들을 회사에 입사하도록 권유할 정도로 일하기 좋은 회사로 꼽힌다.한진의 창업자인 조중훈 회장의 인재양성 철학은 ‘종신지계 막여수인(終身之計 莫如修人)’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한 평생을 살면서 가장 뜻 깊은 일은 인재를 키우는 것이라는 의미다. 그는 정석대학을 설립해 직원들이 배우지 못한 한을 풀 수 있도록 했다.조중훈 회장이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국가차원의 인적자원 양성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기업의 창업자들은 돈을 버는데 그치지 않고, 사회에 어떻게 환원할 것인가도 깊은 고민을 했다.그러나 2세, 3세로 넘어오면서 창업자가 세운 대학조차도 돈 벌이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한진이 소유하고 있는 인하대학도 각종 학내분규로 소란스럽다. 3세들이 교육보다는 사업적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으며, 3세가 대주주인 계열사가 인하대와 용역계약을 체결해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진이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양측의 갈등은 수습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대한항공은 경영악화를 내 세우며 올 초부터 직원들의 시간외 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항공업계가 여객수요가 늘면서 경영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 여객탑승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당을 줄이는 것에 대해 조직 내부의 반발도 있다고 한다.기업에 근무하는 관리직 직원들은 시간외 근무가 필요하지 않아도 관행적으로 수당을 타기 위해 근무한다. 근무시간에 집중하면 충분하게 할 수 있는 업무도 야근을 하기 위해 남겨두기도 한다. 대한항공의 경영진이 야근이나 특근을 하지 않도록 시간 외 근무수당을 없앴는지 모르지만 직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다.인하대 사태나 시간외 근무수당 논란은 한진에게 작은 부문에 해당될 수 있지만, 기업이 직원을 대하는 전반적인 태도(attitude)를 엿볼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조양호 회장은 2013년 신년사에서 ‘진취적이고 책임감 강한 인재양성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조직 내외의 소통을 활발히 전개해 외부 변화에 주도적으로 대응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자’고 말했다. 진취적이고 책임감 강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모든 기업에게 중요한데, 어떻게 이런 인재를 양성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SNS 소통도구 활용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최근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가 조직 내외부의 소통도구로 활성화되고 있다. 트위터를 애용하는 일부 CEO의 경우 연예인보다 더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트위터를 기업경영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두산그룹의 박용만 회장, 신세계의 정용진 부회장 등이 트위터를 활발하게 하는 경영인이다. 하지만 이들조차도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자신들이 유리한 내용을 홍보하거나 변명을 위한 도구로 활용해 ‘반 쪽짜리’소통 도구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한진의 후계자도 트위터를 애용하다가 사회적인 이슈메이커로 전락했다. 2012년 4월 약관의 나이에 대한항공의 마케팅 상무 겸 진에어 광고마케팅 전무를 겸하고 있는 3세가 여행사 대표와 트위터 논란을 일으켰다.계열사인 진에어 여승무원의 유니폼이 짧다는 의견에 대해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식의 의견을 올려 온라인에서 논쟁을 촉발했다. 논란의 초점은 막강한 힘을 가진 대기업의 오너가 일개 여행사 대표를 상대로 말도 되지 않는 트집을 잡는다는 것이었지만 나는 다른 이슈를 봤다. 고위 임원이 근무시간에 트위터를 할 정도로 한가한지 궁금했다. 트위터를 본인이 직접 운영한다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매일 몇 자 적어야 하고, 시간마다 팔로워들의 멘트에 대해 댓 글도 달아줘야 한다.대기업의 과장만 되도 각종 회의나 보고서 작성에 정신이 없어 근무시간에 트위터를 하기 어렵다. 이 3세는 여러 계열사의 주요 임원을 겸임하고 있는데 트위터까지 꼼꼼하게 챙긴 것이다. 오너의 자제들이 경영수업을 받는다고 능력에 관계없이 주요 임원자리를 궤 차고 외형적으로 폼 나는 사업만 챙겨 실적을 쌓는 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중요 임원이 자신의 기업 4가지 미션 중 하나인 ‘관계혁신’에 대한 이해도가 없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트위터 논란을 촉발한 여행사 대표는 항공사의 주요 이해관계자이다. 일개 승객도 아닌 여행사의 대표, 즉 업계의 오피니언 리더와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키는 것은 관계를 혁신하는 것이 아니라 깨는 것이다.논란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내 놓은 대책은 더 한심하다. 모든 임직원의 트위터 사용을 금지했다고 한다. 문제를 초래한 당사자에 대해 경고를 하고, 근무 중 업무와 관련 없는 트위터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정상적인 대책이다. 임원의 잘못된 행동으로 초래된 부정적인 결과를 직원의 공동책임으로 전가하고 있는 셈이다.- 계속 -
-
한진은 물류산업이 인프라사업이고, 인프라를 관리하는 것이 시스템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에 국내 경쟁기업과는 달리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 비교적 선진화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본적인 업무수행에 필요한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정보(intelligence), 지식(knowledge)을 관리(management)하고, 윤리경영의 기반인 내부통제를 위한 시스템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한진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5번째 DNA인 시스템(System)을 경영도구(methodology)와 운영(operation)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독자개발과 패키지도입으로 시스템 강화한진은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초창기에는 자체개발을 많이 했지만, 대규모 시스템의 경우에는 검증된 패키지(package)를 도입하고 있다. 자체개발은 현장에서 오랜 기간 축적된 자체 운영 노하우를 녹여 내는 방식이다. 자체 개발은 자사의 업무에 최적화를 할 수 있지만 범용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업그레이드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국내 SI개발업체 대부분은 개발 문서나 운영매뉴얼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주먹구구식으로 개발해 개발업체나 개발자조차도 구축한 시스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다. 개발문서에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돈을 아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진이 운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시스템은 SCM(Supply Chain Management), WMS(Warehousing Management System), SMART(Systematic Modules Along with Realistic Tools), DLS(Digital Logistics System),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등이다.이 중 ERP를 제외하고는 한진의 사업에 특화되어 개발된 시스템이다. SCM은 물류공급체인망을 관리하는 것으로 G(Global)-SCM으로 확장됐다. G-SCM은 기업물류진단, 컨설팅, 글로벌 물류를 지원하며 신속성(velocity)과 가시성(visibility)을 확보하게 한다. 물류사업에서 화물의 이동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창고관리다. 복합물류창고 시설을 관리하는 WMS의 용도는 화물의 입∙출고, 유통가공, 적정 재고관리 등이다.WMS의 최적화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 중 하나가 RFID이다.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각종 화물에 RFID-Tag를 붙여 위치를 파악하고, 가장 효율성이 높은 자리에 적재할 수 있도록 한다.산업별 물류운영 노하우로 개발한 물류진단 솔루션인 SMART는 산업별 물류최적화를 가능케 한다. DLS는 디지털 물류시스템으로 실시간 화물추적 서비스도 제공한다. 화물에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칩을 부착할 경우 지구상 어느 곳에 있어도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2012년 조양호 회장은 신년사에서 ERP, 즉 전사적자원관리와 같은 최신 경영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경영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다짐했다. 같은 해 3월 대한항공은 ‘통합자원관리(ERP) 시스템 원년 선포행사’를 개최했다.대한항공이 도입한 ERP시스템은 세계적 ERP패키지개발사인 오라클(Oracle)의 제품이다. 오라클 ERP패키지를 도입함으로써 대한항공은 재무, 자재, 정비 등 전 부문을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됐다. 패키지도입은 자체개발보다 유지보수, 업그레이드 측면에서 유리하다. 한진은 국내 최초의 종합물류기업으로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구축한 시스템과 운영(operation)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배송수단의 선택, 창고의 위치, 배송스케줄의 관리, 배송루트의 관리 등은 비용절감을 가능케 하고, 경쟁력의 핵심이 된다.글로벌 물류기업과 비교해 자산과 인력의 질(quality)의 제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운영의 효율성이다. 운영노하우는 조직의 형식지(Explicit Knowledge)로 표현되지 않고, 암묵지(Implicit Knowledge) 형태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은데, 한진도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암묵지를 잘 관리해야 한다.◇ 정보관리, 내부통제시스템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기존의 관행이 급속도로 타파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갑’과 ‘을’의 관계다. 비즈니스거래뿐만 모든 사회활동에서 권한을 가져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을 ‘갑’이라고 하고, 그 거래의 상대방으로 부당한 처우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 ‘을’이다.우리 사회에서 갑의 지위에 있는 대표적인 사람은 정부관료, 대기업, 권력기관 사람들이다. ‘갑’의 지위에 있는 사람과 거래하는 사람은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서 어떤 차별이나 횡포도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한다. ‘갑은 어떤 행동을 하고, 무리한 요구를 해도 권리이고, 당연한 것이다’라는 생각이 뿌리깊게 배여 있다. 소위 말하는 ‘을’을 반란이라고 하는 사건을 촉발시킨 기업이 대한항공이다. 대한민국에서 초우월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는 포스코 계열사의 임원이 대한항공 여객기를 타고 미국 출장 중 기내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승무원 폭행으로 해소했다.과거 같으면 폭행당한 승무원은 억울해도 참아야 하고, 대한항공도 주요 고객의 비위를 거슬리지 않기 위해 관련 사실을 감췄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언론에 보도됐고, 네티즌의 집요한 추적으로 관련자의 신상, 소속회사, 사건개요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당사자는 수십 년간 근무한 회사를 떠났고 회사는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사건의 파장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후 남양유업사태, 배상면주가사태 등 억울함을 호소하는 ‘을’의 반란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으며,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기관은 어느 때보나 신속하게 조사를 개시하고 있다. 거창하게 관련 사실을 늘어 놓은 것은 대한항공의 정보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밝히기 위한 것이다. 이 사건이 대한항공 임원의 말처럼 ‘을’의 실상을 파헤쳐 사회적 해결을 하려고 시도하려는 명분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오히려 대한항공이 고객의 정보를 보호하려는 노력도 게을리하고, 관련 정보를 통제하지 못해 사태가 일파만파(一波萬波)로 번졌다고 봐야 한다. 사건을 상세하게 정리한 보고서가 인터넷으로 유포됐는데, 대한항공의 직원이 유출한 것으로 추측된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단순 사건을 정리한 보고서를 영업비밀로 보기는 어렵지만 고객의 개인정보가 포함됐다면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민감한 고객정보가 포함된 보고서가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고 외부에 유출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동료가 겪은 부당한 처우에 공분을 느꼈을 수도 있지만 공(公)과 사(私)는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 직원들의 직무윤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대한항공도 막강한 대기업으로서 중소 협력업체에 대해 ‘슈퍼 갑’으로 군림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신들이 억울한 희생자라고 아무리 호소해도 큰 호응을 받지 못하는 이유다.한진은 윤리경영을 정착시켜 ‘강한 회사(Strong Company)보다는 좋은 회사(Good Company)를 지향’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00년부터 TFT를 구성해 기업윤리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거듭해 기업윤리시스템을 구축했다.내부비리신고제도는 직무윤리를 준수하도록 강제하고, 내부비리가 외부보다는 내부에서 해소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비리를 신고한 직원도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상급자로부터 부당하고 비윤리적인 의사결정이나 행동을 강요 받을 경우 윤리위원회에 신고할 수 있도록 한다. 지난 10여 년 동안 윤리경영에 대한 노력을 많이 했고, 사회적 책임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기내폭행 사건에 대처하는 것을 보면 정보관리에도 미흡하지만 윤리경영을 위한 내부통제시스템도 적절하게 작동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법무법인의 도움을 받아 구축했다는 내부통제시스템의 세부내용은 파악하기 어렵지만 운용(operation)은 미흡하다고 봐야 한다. 내부통제시스템의 단계별 정책에 따라야 하는데, 1, 2단계를 충분하게 거치지 않고 바로 3단계인 외부로 이행된 것은 내부적으로 내부통제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크지 않다는 방증이다. 먼저 내부통제시스템의 1단계로 폭행당한 여승무원은 공항경찰에 신고하기에 앞서 내부 절차에 따라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회사의 정책에 따라야 한다. 회사가 자신의 억울함을 해소해 주지 않으면 내부통제시스템의 2단계인 내부고발로 윤리위원회에 진정을 하면 된다.윤리위원회조차도 합당한 수준의 대응조치를 하지 않았을 경우에 내부통제시스템의 3단계인 외부에 억울함을 호소하면 된다. 사건진행의 상세내용은 파악하기 어렵지만 외형적으로 드러난 문서와 내용을 분석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내부적으로 수습할 수 있는 사건이 외부로 드러나면서 대한항공이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충격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고객의 행동도 문제가 되고, 관련 기업의 임원이 ‘우리가 슈퍼 갑으로 행세해와 언젠가는 터질 일인데, 잘 터졌다고 생각한다’고 공개적으로 표명했지만 ‘과연 본심도 그럴까’하는 생각이 든다.관련 기업이 반성의 차원, 혹은 후 폭풍이 무서워 곧바로 대한항공과 거래를 끊지는 않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기존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단기적으로 큰 타격을 입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이익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된다.효율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의 구축과 운영이 윤리경영의 핵심이 되고, 기업의 위험(risk)과 위기(crisis)를 최소화하는 가장 효율적인 도구가 된다는 것을 대한항공 기내폭행 사건을 통해 다시 한번 더 절감할 수 있었다.- 계속 -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항공, 해상운송 수요가 크게 줄어 들면서 한진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운송수요는 줄어들었지만 신규 항공기도입 등 대규모 투자는 계획대로 추진하면서 차입이 증가했다.유가가 급등하면서 비용은 급격하게 늘어났지만 운송단가가 현실화되지 못하면서 영업손실도 급증했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한진은 사업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3번째 DNA인 성과(Performance)을 이익(profit)과 위험(risk)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사업이 레드오션에 처해 있어 성과내기 어려워물류사업 자체가 블루 오션(blue ocean)이지만, 한진이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국내는 경쟁이 치열하고 이익이 열악한 레드 오션(red ocean)이라고 평가 받는다. 사업성과를 전반적으로 평가하면 매출이나 이익 신장률은 낮아지고 위험지수는 높아지고 있다.물류산업이 서비스사업이기는 하지만 최소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선결요건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인프라투자를 위해서 일정 규모 이상의 이익이 보장돼야 하는데 현재의 이익구조로는 어렵다. 한진이 지속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이유다.국내 물류업계의 고민은 비싼 유류비, 변동폭이 큰 환율,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초래된 경쟁심화 등이다. 유가가 상승하면서 트럭, 배, 항공기의 유류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항공 여객운송의 경우에 정부의 묵시적 동의 하에 업계가 담합하면서‘유류할증료’라는 기상천외(奇想天外)한 제도로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지만 육상운송, 화물운송, 해상운송 부문에서는 담합이 쉽지 않다.국제운송의 경우 환율로 인한 환차손도 우려된다. 저가항공의 여객운송, 용선을 통한 해상운송업 참여, 지입을 통한 육상운송 및 택배시장 진출 등 규제완화와 제도적 허점을 교묘하게 파고든 상식을 파괴한 업종이나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전반적인 물류산업의 현황을 파악해 보면 한진이 단기간에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 수익구조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인프라투자나 인재유치도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한진의 위험도 마찬가지 요인에 의해서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 치열한 경쟁과 이로 인한 가격인하로 매출감소, 유류비 상승으로 인한 비용증가 등이다.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위험회피 전략은 담합이다. 2012년 6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이 미야트 몽골항공과 몽골 노선을 독점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담합했다고 발표했다. 다른 국제노선에 비해 탑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알짜 노선으로 알려졌는데, 수익을 유지한 비결은 담합이었다. 시장에서 저가항공의 국제선 진출로 담합으로 연대된 대형 항공사의 카르텔(cartel)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대형 항공사는 A380과 같은 대형 항공기를 도입하고 프리미엄 서비스로 고객을 잡겠다는 구상을 하지만 오히려 시장의 니즈(needs)는 이들의 구상과는 정반대다.작은 항공기, 기내식조차 없애는 파격적인 서비스 절감으로 항공료를 반 값으로 낮추어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국제항공사가 늘어나고 있다. 대형항공기의 도입이 경쟁력을 높여 준다는 것도 설득력이 약하다. 한진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현재의 경영전략 전반에 대한 수정/보완이 필요하다.◇ 비상경영을 강조하지만 구체적인 전략은 보이지 않아2013년을 맞이하면서 한진의 조양호 회장은 ‘통렬한 반성을 바탕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라는 말을 하며 비상경영의 의지를 다졌다. 한진은 신기재 활용 및 글로벌 마케팅 역량 발휘, 새로운 시장 및 미래 상품 & 서비스 개발, 기재 및 스케줄 운영 최적화, 저비용 고효율 업무 프로세스 구축, 인력 및 조직 역량 강화, 체질 변화 통한 조직 역동성 강화 등의 목표를 정했다.위기를 돌파하고자 하는 목표는 정했는데 구체적인 실천프로그램은 보이지 않는다. 물류산업의 모든 기업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위험은 글로벌 경제불황의 여파로 여객뿐만 아니라 화물의 물동량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원자재 및 상품 운송량이 유럽 재정위기 이후 급감하고 있다. 2012년부터 확산된 유로존 위기도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미국의 경기도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도 부동산 거품이 붕괴될 조짐이 보이면서 성장엔진이 꺼져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경제위기는 향후 5년 이내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에 한진과 같은 물류회사의 실적도 회복하기 어렵다. 한진해운도 적자폭을 줄이고는 있지만 단기간에 흑자로 전환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차입금 규모도 너무 크고, 영업실적도 특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주력으로 하고 있는 컨터이네업계가 수급불안으로 단가를 급격하게 올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배로 운송하는 화물은 제한되어 있는데 몇 년 전에 발주한 선박들이 2013년에도 시장에 나오면서 공급과잉을 초래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반기부터 주요 국가의 경기가 회복된다는 예상을 하고 있지만 미국, 서유럽 선진국 모두 국가재정문제를 해결하지 쉽지 않아 보인다.기업의 실적이 내부의 역량약화에 의한 것이라면 오너의 강력한 의지가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높지만, 외부환경에 의한 것이라면 백약이 무효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망하기를 기다릴 수 없으므로 내부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 때를 기다려야 한다.국내 대기업들이 과거의 경험에 비춰 불황 때 오히려 투자를 늘려 호황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이 것도 시대의 패러다임이 변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주장하는 낡은 사고의 전형이다. 한진도 외부환경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계획된 투자를 집행하면서 무리하고 있지 않느냐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진은 2009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2014년 말까지 부채비율을 600%대로 낮추기로 재무약정을 체결했지만,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08년 400%대였던 부채비율이 2011년 800%대로 급증했다가 2012년 말 700%대로 낮아졌지만 2013년 영업전망이 어둡기 때문에 오히려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2013년 하반기 한진의 구상대로 대한항공을 지주회사로 분할할 경우 부채비율이 1,000%을 넘을 수 있다고 전망하는 전문가도 있다. 대한항공은 보유 항공기를 매각하고, 다시 리스해 사용할 경우 부채비율을 맞추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자산도 감소하기 때문에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 순환출자구조, 내부거래, 지주회사 등 해결해야 할 과제 산적박근혜 정부가 경제민주화라는 외치면서 재벌기업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2013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면서 재벌오너들이 대거 출동해 나름 모양새를 갖추고 있기는 하지만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그 중에서도 순환출자구조, 일감몰아주기, 내부거래 등을 타파하는 것은 재벌의 경영권승계, 재산 대물림의 핵심이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한진은 ‘정석기업 ㈜한진 대한항공 정석기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를 갖고 있다. 정석기업이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사업자체가 빌딩임대와 같은 부동산 관리사업을 하고 있어 모양새가 좋지 않다.2012년부터 대한항공을 인적분할해 대한항공홀딩스(가칭)와 자회사인 대한항공으로 나누는 방안을 고심 중에 있다. 대한항공 자체가 막대한 부채를 지고 있어, 우량 자산을 중심으로 지주회사를 설립할 경우 부채를 떠 안게 될 대한항공은 더욱 부실해 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 지주회사를 설립해야 하지만 다른 그룹의 전례를 살펴보면 오너 일가의 지배를 강화하고 부의 편법 대물림을 조장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순환출자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부의 감시감독이 강화돼야 한다.지주회사가 계열사의 경영권 전횡이나 연쇄부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국내에서는 그 효과가 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오히려 지주회사의 부작용만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진의 내부거래는 주로 정석기업,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 등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정석기업은 부동산 관리업무를 하지만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어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기 어렵다. 온라인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싸이버스카이는 SI기업으로서 조양호 회장의 자녀들이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다.유니컨버스도 오너 일가가 대주주인 UC호스팅 전문업체로서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으며 주주배당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조 회장의 자녀들은 이들 기업의 배당을 기반으로 대한항공, ㈜한진 등 관련기업의 주식을 매입해 지분율을 높이고 있다. 한진이 물류전문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주회사 체제의 출범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내실을 추구하는 경영전략 수립을 우선해야 한다.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한 내부거래는 기업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핵심계열사마저 부실로 몰아간다.한진의 오너도 자신의 재산을 지키고 경영권을 강화하고자 한다면 정도(正道)경영을 해야 한다. 현재 국내 대기업의 오너들처럼 편법경영을 일삼고, 다른 주주의 이익을 무시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우선시 하면 결국 기업뿐만 아니라 자신도 위험에 처해진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계속 -
-
한진그룹(이하 한진)은 창업자 조중훈 회장이 1945년 설립된 한진상사가 모태로 항공운송업, 해운운송업, 육상운송업, 택배사업, 정보통신업, 호텔사업, 기내판매업, 관광업, 기내식사업, 항공우주사업, 리무진사업, 지상조업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국내외에 약 100여 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Global Logistics를 선도하는 종합물류전문그룹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진은 1970년대 삼성, LG에 이어 재계서열 3위까지 진입했지만 창업자 아들들이 금융, 중공업, 해운, 항공 등으로 그룹을 분할하면서 그룹위상이 많이 위축됐다. ◇ 수송보국을 기치로 대기업으로 성장한진은 1945년 설립된 한진상사가 모태로 사업을 시작했다가 1956년 미군 물자운송을 시작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 국내 대기업의 창업자들과 마찬가지로 성실과 신용이 사업의 무기였다.난관이 있었지만 신용을 바탕으로 한 미군 물자운송사업은 날로 번창했고, 1966년 베트남 물자수송을 하면서 규모를 확장했다. 베트남 사업을 계기로 한진은 작은 운송업체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게 됐다.1960년대 말부터 베트남에서 번 돈으로 국내 사업을 다각화했다. 미군 버스를 불하받아 버스운송사업에 진출했고, 포스코 건설을 계기로 항만하역운수업에도 진출했다. 적자투성이던 대한항공을 인수해 항공운수업도 진출했다.1970년대는 해운운송업에도 관심을 가져 1974년 한진해운을 설립했다.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물류업 자체가 비용부담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원가절감으로 견뎌내면서 중동특수를 누릴 수 있었다. 막대한 건설물량이 쏟아지고, 인력의 투입이 활발해지면서 물류업도 막대한 이익을 낼 수 있었다.1989년 대한조선공사를 인수해 한진중공업으로 개칭했다. 대한조선공사의 건설부문은 한진건설이 됐다. 2007년에는 저가항공사인 진에어도 설립해 저가항공시장에 진입했다.조중훈 회장은 ‘수송’이 인체의 혈관처럼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수송사업에만 전념했다고 한다. 다른 대기업이 백화점식 문어발확장을 할 때도 그는 운수업을 중심으로 수직계열화에 집중했다. 인수한 대한항공을 정상화하자 항공기 지상조업, 정비, 기내식, 호텔 등 부대사업까지 자연스럽게 확장할 수 있었다. 조중훈 회장의 말년인 2000년 4남인 조정호가 메리츠증권을 가지고 분가했다. 금융관련 계열사를 중심으로 분리한 후 금융전문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2남인 조남호는 2005년 한진중공업을 계열분리해 나갔고, 한진해운은 계열분리는 되지 않았지만 3남의 부인인 최은영이 회장이다. 분리한 그룹 중 메리츠그룹은 무난하게 경영되고 있지만 한진중공업은 영도조선소 근로자 분신과 농성으로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고, 한진해운은 실적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남인 조양호 회장이 이끌고 있는 한진도 대한항공을 제외하곤 실적이 좋지 못하다. 한진의 간판기업인 대한항공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택배사업, 물류사업 등 어느 곳 하나 확고한 경쟁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조양호 회장이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수송 외길을 걷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지만 외부환경이 녹녹하지 않다.창업자 조중훈 회장이 ‘길 없는 곳에 길을 닦는 일’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데 기업을 물려 받은 자식들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 재산싸움으로 형제간 감정의 골이 깊어져국내 재벌기업 중 재산싸움이 벌어지지 않는 곳이 없다. 단순히 감정싸움으로 그치기도 하고, 민사소송으로 번지기도 한다.국내 최대재벌기업인 삼성그룹도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차명재산을 두고 이맹희, 이건희 등 형제자매가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진과 같이 물류전문그룹인 금호아시아나그룹도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두고 형제간에 불화가 발생해 그룹분리작업을 진행 중이다. 유난히 형제애를 강조하고 그룹을 분할하는 것이 아니라 형제들이 돌아가면서 그룹 회장을 하던 두산그룹의 경우에는 재산싸움이 내부고발로 번져 전∙현직 회장이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한진도 창업주의 사망 이후 유언장의 진위여부 등을 갖고 형제들이 지루한 소송전을 벌였다. 장남과 3남이 한편이고, 2남과 4남이 다른 편으로 갈라섰다.2005년에는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정석기업의 차명주식 증여 소송을 벌였다. 조중훈 회장의 유언장에 없던 현금 1000억 원과 정석기업 주식 7만 주가 발견되면서 소유권 갈등이 발생했다.2006년에는 대한항공 면세품 납품업체을 브릭트레이딩에서 삼희무역으로 변경하면서 문제가 됐다. 2남과 3남이 장남 조양호 회장이 브릭트레이딩을 폐업하면서 배당을 받지 못하게 됐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2008년에는 창업주의 사가인 부암장을 기념관으로 건립하는 이슈를 두고 소송전을 벌였다. 2002년 창업주가 사망하면서 부암장에 기념관을 건립하기로 합의했지만 장남인 조양호 회장이 이를 지키기 않는다고 2남과 3남이 손해배상과 지분이전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2009년에는 대한항공과 한진중공업의 토지매매에 관련된 소송전이 발생했다. 1995년 대한항공이 한진중공업으로부터 매입한 토지의 거래가 무효라는 것이었다. 부암장 소송과 토지매입 소송이 조정으로 마무리됐지만 양측은 모두 치유하기 힘든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2012년에는 창업주 사망 10주기 행사를 형제들이 별도로 개최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법적 분쟁을 겪는 동안에도 형제들이 창업주의 제사를 따로 지냈다는 설도 있다. 재산싸움으로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지켜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최근 삼성그룹도 재산분쟁을 하면서 이건희 회장 측이 장남인 이맹희와 종손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이병철 회장의 기일에 묘소를 참배하는 것을 방해한다는 논란이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산도 중요하지만 인륜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동양적인 관점에서 그룹을 운영하는 기업주는 임직원에게 부모와 마찬가지 역할을 한다. 기업의 회장이나 사장이 직원들의 모범이 되지 못하면 기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렵다. 직원들에게 무슨 낯으로 기업문화의 핵심인‘화합’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한국이 천박한 자본주의를 잘못 받아들이면서 사람의 도리보다는 돈의 위력이 우선시되고 있다. 기업도 사회도 국가도 사람의 도리가 우선되지 못하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없다. 한진이 수송보국의 일념으로 물류전문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하지만 성장이 정체된 것도 건전한 조직문화가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창업자의 리더십이 전수되지 못했다한진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던 중 오랫동안 한진에 근무했던 직원과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창업자 조중훈 회장의 리더십에 대해 좋게 평가했다. 의사결정을 늦추지 않고, 실무자의 의견을 존중했다는 것이다.실무자들이 문서를 기안해 올라가면 대체적으로 3가지 질문을 했다고 한다. 첫째,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둘째,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뭐가 문제인가? 셋째, 얼마가 투자돼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명쾌하면 아무 소리 없이 사인을 하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한다. 경영자들이 대기업을 일굴 수 있었던 것은 자신만의 특이한 리더십, 신념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의 창업자인 정주영 회장이 ‘해 봤어’라는 말을 하면서 무조건적 도전을 강조한 것과 마찬가지다. 정주영 회장의 한마디보다는 조중훈 회장의 세 마디가 더 구체적으로 명확하다.한진의 직원들을 보면 매우 섬세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창업자의 업무스타일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조직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자신이 기안한 문서에 대한 3가지 질문을 대답하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한진이 창업자 사후 이렇다 할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창업자의 신념과 리더십이 자식들에게 전수되지 않았지 않나 의심을 받고 있다. 장남이 조양호 회장도 물류전문기업을 지향하지만 사업혁신을 하지 못하고, 자녀들을 경영일선에 투입했지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포스코에너지 임원의 대한항공 기내 폭행사건을 대처하는 것도 바람직하게 보이지 않는다. 사건관련 내부보고서가 외부로 유출되고, 장녀인 조현아 부사장이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사회적 분위기를 환기시키는데 기여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해당 고객의 인권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는 지적을 받는다.고객의 행동도 문제였지만, 이에 대처한 승무원의 대응도 미숙하지 않았냐는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고객은 재직하던 기업에서 사직을 하고 언론과 접촉을 끊은 상태이지만 대한항공이 이슈를 계속 끌고 가는 것은 기업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진이 글로벌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면 ‘고객과의 약속’을 소중하게 여긴 창업자의 신념과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 고객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서비스기업은 살아남지 못한다.물류산업에서만큼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닐 정도로 혁신을 거듭했지만, 소위 말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이점을 극대화하지 못하고 경쟁력을 잃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계속 -
-
최근 한진은 그룹의 간판기업인 대한항공을 세계적 항공사로 키우겠다는 2019 구상을 내놨다. 대한항공의 창사 50주년이 되는 2019년까지 현재 취항도시 124개를 140개, 운영항공기 146대에서 180대로 늘린다는 목표다.2001년 9∙11테러 이후 항공여객업계에 위기가 도래했지만 잘 극복했고, 2007년 저가항공사를 설립해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진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1번째 DNA인 비전(Vision)을 목표(goal)와 책임(responsibility)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글로벌 물류업계를 선도하는 종합물류전문기업의 비전정립기업의 비전은 구성원이 공유하는 사업목표와 사회적 책임으로 나뉜다. 한진의 비전(vision)은 ‘글로벌 물류업계를 선도하는 종합물류전문기업으로 도약’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경영전략은 수송물류사업 네트워크 지속확대, 안정적 성장을 위한 기업역량 확보, 인재육성 강화, 사랑과 신뢰받는 기업상 정립 등이다.수송물류 사업의 네트워크 확대를 위해 국내외 물류거점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글로벌 기업과의 전략적인 제휴를 강화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완성한다. 안정적 성장을 위한 기업역량 확보를 위해 안정적 재무구조 구축, 수익성 위주 사업운영, 핵심사업강화/신규사업 발굴 및 M&A 등을 통한 성장역량 제고, 기기 현대화/대형화 및 가동률 제고 등을 추진한다.인재육성 강화는 우수인력 유치확대, 임직원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위한 교육강화로 달성한다. 사랑과 신뢰받는 기업상을 확립하기 위해 투명한 기업지배구조 확립, 윤리경영/사회공헌활동 강화를 추진한다.미션(mission)은 ‘인류의 풍요로움과 지속 가능한 발전에 공헌’이고 이를 위해 상생의 기업문화와 존경 받는 기업상을 정립하고 있다. 경영이념은 창의와 신념, 성의와 실천, 책임과 봉사이다.창의와 신념은 창조적인 자세로 미래에 도전하는 정신은 한진이 추구하는 신념이다. 성의와 실천은 고객만족을 최우선으로 언제나 고객과의 약속을 소중히 여기고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책임과 봉사는 인류복지 및 국가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정신이 한진의 설립이념이기 때문에 설정한 것이라고 한다.경영이념과는 별도로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가치혁신(value innovation), 관계혁신(relationship innovation), 체제혁신(system innovation), 역량혁신(competence innovation)을 추구한다.가치혁신은 고객에게 최상의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의미고, 관계혁신은 모든 이해관계자와 신뢰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체제혁신은 고객중심의 통합 물류시스템을 제공하고, 역량혁신은 최상의 글로벌 역량을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모호하지만 바람직한 미래를 제시하는 비전과 달리 미션은 구체적인 행동지침으로 구성돼야 하지만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혁신전략이 모호하다. 접미사로 연결된 혁신, 즉 ‘innovation’은 현재의 문제점을 타파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한다고 봐야 한다.가치, 관계, 체제, 역량 등 모든 영역의 전방위적인 혁신이 한진의 조직역량으로 가능한지 판단을 하고 설정했는지 궁금하다. 개념적 관점에서 보면 이해관계자와 신뢰를 강화하겠다는 관계혁신이 그나마 단기적 관점에서 적합하다.◇ 목표는 명확한데 달성방안은 구체적이지 못해기업의 가치(value)는 리더가 솔선수범해서 지켜야 조직을 합심하게 만들 수 있다. 한진의 목표는 물류전문기업으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이고, 명확하게 정립돼 있다. 문어발 사업으로 기업의 핵심목표가 없는 다른 국내 재벌기업과 비교 한다면 한진의 목표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일반 제조업과 달리 물류산업은 경쟁은 치열하지만 앞으로 발전가능성이 높은 성장산업이라는 점도 한진의 미래를 밝게 한다. 낮은 진입장벽(entry barrier)으로 인한 치열한 경쟁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현재 한진을 책임지고 있는 조양호 회장의 경영철학(Chairman Philosophy)은 원칙경영, 시스템경영, 인재중시경영, 변화지향경영, 고객중심경영이다. 원칙경영은 기준과 원칙을 중시하는 정도경영이고, 시스템경영은 전문성과 자율성에 바탕한 조직운영을 말한다.인재중시경영은 인적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래성장 동력을 발굴하겠다는 의지이고, 변화지향경영은 혁신과 변화를 통한 신기업문화를 창조하겠다는 것이다. 고객중심경영은 고객만족 극대화를 통한 Customer Loyalty창출을 하기 위한 전략일환이다. 조양호 회장이 1999년 그룹 회장을 맡은 이후 한진은 큰 변화를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지난 10여 년 동안 형제간의 소송전으로 세월을 허송했다는 평가를 받는다.종합물류사업은 관련기업간의 시너지(synergy)가 날 경우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데, 그룹이 분할되면서 시너지가 나지 않고 있다. 조 회장의 경영철학 중 가장 먼저 내 세운 원칙경영도 기준과 원칙을 중시한다고 했지만 무엇이 한진이 내세우는 기준이고 원칙인지 현장에서 파악할 수 없다. 2013년 4월 발생한 대한항공 기내폭행사건을 대처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명확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아 무엇이 대한항공의 원칙인지 알 수가 없다. 내부문건이 유출되고, 담당임원이 사내 게시판에 오히려 잘된 일이라는 글을 올리는 것은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변화를 지향하고 고객을 중심으로 경영하겠다는 것도 구호에 불과하다는 혹평을 받는다.항공운수업만 하더라도 라이벌 후발주자인 아시아나항공보다 서비스의 질(quality)적인 측면에서 떨어진다. 대한항공은 국적항공사로 우월적인 지위를 너무 오래 누려서 관료주의화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국 항공사에 비해 서비스의 유연성도 떨어진다. 기업의 목표는 구체적인 달성방안이 세워졌을 때 의미가 있다. 막연한 지표(indicator)나 달성방안으로 임직원의 열정과 합의를 이끌어낼 수 없다.글로벌 시장이 통합되고, 자유무역협정으로 관세가 사라지고, 정보통신의 발달로 홈쇼핑, 인터넷 쇼핑, 모바일 쇼핑 등이 활발해지면서 물류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조중훈 회장의 말처럼 물류는 경제의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한다.한진이 물류전문종합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육상/해상/항공 등의 영역에서 종합적인 전략수립이 필요하고 분할된 기업과의 관계 재설정이 절실하다. ◇ 새정부의 출범과 함께 동행을 제시했지만 진정성은 보이지 않아국내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운영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한다. 쉽게 말하면 사회적 책임논란에서 자유로운 기업이 없다는 말이다. 오너 자신의 배만 불리고, 기업의 덩치만 키우면 만사형통(萬事亨通)이라는 인식이 오랫동안 경제계를 지배했다.한진도 다른 재벌기업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책임부문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국가나 사회 전체적인 책임은 논외로 치더라도 내부의 이해관계자인 직원, 외부의 핵심 이해관계자인 협력업체와의 관계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대한항공의 승무원 처우, 한진택배의 배송기사 대우 등 사회적 논란을 초래한 사례가 많다. 창업자는 ‘물류보국’을 선언하며 착실하게 사업을 일궜지만, 후계자는 물류사업은 하지만 ‘보국(報國)’에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익만 내고 규모만 확장하는 탐욕스러운 자본주의가 한국 대기업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면서 국가와 사회에 대한 책임은 잊은 지 오래다.시혜성, 전시성 봉사활동은 진정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홍보활동 일환일 뿐이다. 진정한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지 못하면 100년 기업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한진은 2013년 화두를 ‘동행’으로 제시했다. 2012년 기업캠페인의 주제인 ‘소통’을 한 단계 확장한 것이라고 한다.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넘어서 모든 공동체와 협력하고 공생하자는 조양호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한진의 자료에 따르면 동행은 나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 힘을 보태고 정을 나눠 밝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그룹차원에서 ‘한진그룹 사회봉사단’을 발족하고 사회공헌 통합프로그램인 ‘위드(WITH)캠페인’도 선포했다. 동행의 대상은 고객과 협력사도 포함된다. 거래대금 현금결제, 원자재 가격연동제, 이익공유(Profit Sharing) 등의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거래대금도 어음으로 지급하는 관례를 깨고 전액 현금으로 결제하고 있다.원자재 가격연동제는 원자재가격이 오르거나 환율이 변동돼도 납품가는 그대로 유지해 협력업체에 위험부담을 전가하는 방식을 개선한 것이다. 이익공유제도는 협력업체가 혁신활동을 통해 원가를 절감했을 경우 이익을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협력사와 공생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구축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한진의 사회적 활동이 진정성과 현실성을 갖고 있는지 여부가 평가대상이다. 박근혜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제시하자 모든 대기업이 발 빠르게 공생이나 사회적 책임이니 하는 구호를 쏟아내고 있는데 한진의 프로그램도 유사한 수준이다.국민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목표인데, 한진이 목표로 하는 밝은 세상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크게 보이지 않는다. 정권 교체기마다 새로운 구호가 난무하지만 1년도 되지 않아 흐지부지되곤 하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사회적 활동이 정권에 잘 보이기 위해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과 공생 발전하겠다는 진정성을 느끼도록 해 줘야 한다.- 계속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