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업문화 대전환] 33. 창의적 갈등을 유도하라... 집단주의 타파해 수평적 의사소통 강화하면 건전한 갈등 활성화 가능
단기적 성과가 아니라 점진적 개선을 목표로 노력해야... 권한에 부합하는 책임져야 자기계발하고 신중한 의사결정 내려
민진규 대기자
2025-07-21
인간은 태초부터 신(神)의 소통하길 원했으며 지상에 신들이 사는 천국(天國)을 건설하겠다는 꿈을 가졌다. 하지만 허황된 욕심과 교만에 가득한 인간은 시기와 질투로 지상낙원을 건설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인간이 사는 세상에는 권모술수로 갈등(conflict)이 끊이지 않는다. 기업문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갈등이 부정적이지 않으면 어떤 갈등이냐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갈등은 과업갈등(task conflict)과 관계갈등(relationship conflict)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일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 후자는 감정적 대립과 같은 인간적 대립과 연관돼 있다.

과업갈등은 업무의 생산성 및 창의성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우리나라 조직은 과업갈등보다 관계갈등이 심화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기업은 중소벤처기업이든 창의적 갈등을 유발해야 지속가능 성장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 프로세스 지향의 조직문화로 리엔지니어링... 단기적 성과가 아니라 점진적 개선을 목표로 노력해야 

우리나라 대기업의 업무는 중소벤처기업에 비해 그나마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고 전례를 벗어나는 경우가 없어 경직됐다고 평가를 받는다.

20세기 산업화 시대에는 관리가 중요했기 때문에 대기업의 업무 스타일이 좋은 결과를 냈지만 21세기 정보화시대에는 창의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유연한 업무 스타일을 개발해야 한다.


▲ 일본 메이지대 운노 모토(海野素央) 교수가 개발한 기업 DNA Map [출처=삼성문화 4.0]


대기업 조직문화의 혁신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일본 메이지대 운노 모토(海野素央) 교수가 개발한 조직 DNA Map을 살펴보자. 운노 교수는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창업과 역사, 노동조합, 주주, 경영자, 비즈니스 파트너, 고객 등 6가지로 정했다.

그리고 이를 집단주의–개인주의 지향, 프로세스–결과 지향, 변화–현상유지 지향이라는 3차원으로 분석했다. 그림에서 원의 크기는 변화–현상유지 지향의 정도를 나타낸다.

운노 교수의 이론을 참조해 국내 대기업의 조직을 분석해보자. 대기업은 개인주의보다는 집단주의 성향이 강하고 프로세스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조직이다. 집단주의는 한국문화에서 기인된 것이다.

21세기 글로벌 기업으로서 대기업은 몰개성이 존중되는 집단주의가 아니라 창의성을 중시하는 개인주의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단기 성과가 중요한 시절에는 결과를 중시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프로세스, 즉 과정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기업 조직의 특성과 변화에 대한 태도를 분석해보면 A의 위치와 같다. 집단주의가 지배적이며 결과지향적일 뿐만 아니라 변화보다는 현상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대기업이 관리형 문화를 벗어나 창의형 조직으로 전환되려면 A에서 B로 조직문화를 이동시켜야 한다.변화의 의지도 A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인 B 정도로 키워야 한다.

개인주의가 나쁘다기보다는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자칫 이기주의로 흐를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하는 것이다. 대기업은 계열사별로 약간 차이가 있는 기업문화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개별 기업에 적합한 수준으로 관리하거나 개선하면 된다.

조직문화를 변혁시키기 위해서는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이 효율적이다. 조직의 업무프로세스와 업무순서를 완전히 재검토하는 것이 리엔지니어링이다.

미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 대기업도 1990년대 초부터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방법이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이라는 관점을 갖고 리엔지니어링을 광범위하게 도입했다.

그러나 하나 이상의 리엔지니어링 프로젝트를 추진한 기업 중 ‘85퍼센트(%) 이상이 얻은 성과가 없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리엔지니어링 개념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의욕이 지나쳐 단기적 성과를 내기 위해 전면적으로 도입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점진적인 개선의 관점에서 리엔지니어링을 도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지난 30여 년 동안 검증된 이론을 도입하고 대기업의 기업문화에 적합한 리엔지니어링으로 업무과정이 중시되는 프로세스 지향의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아직도 결과에 연연하는 방식으로 기업문화 혁신은 불가능하다.

◇ 참모조직도 책임을 물어라... 권한에 부합하는 책임져야 자기계발하고 신중한 의사결정 내려

대기업의 권력은 회장실, 구조조정본부, 비서실, 전략기획실 등 이름은 바뀌지만 기능은 그대로인 회장의 참모조직에서 나온다. 참모조직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지만 책임은 지지 않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중요한 서류에는 절대 결재하지 않으며 구두로 지시를 내리고 책임은 개별 계열사 임원이 진다. 법적으로 아무런 책임이 없으니 불법적인 일이라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권한을 주면 책임도 져야 한다는 조직관리학의 기본 원칙을 모두 임직원에게 공평하게 적용해야 사려 깊게 행동한다. 권한에 합당한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면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내린다.

아무리 오너나 회장의 신임을 얻는 참모라고 해도 권한과 책임이 공평하지 많으면  자만하게 된다. 참모로 구성된 가신이 경쟁력이 높아져야 오너의 보호막이 튼튼해진다.

참모조직이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 책임을 고민한다면 실행조직과 건전하게 경쟁할 수 있다. 실행조직도 참모조직의 의사결정을 무조건 수용하기보다 발전적인 토론을 유도해야 한다.

현재 국내 대기업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참모조직이 조직 내부의 건전한 토론과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고 있다.

거대한 조직을 통제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참모조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폐쇄적인 조직운영은 파벌주의, 조직 내의 엘리트주의, 무책임한 의사결정 등 다양한 문제점을 초래한다.

참모들을 순환해 보직을 부여함으로써 현장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도록 배려하고 상대주의적 관점을 갖도록 강제하는 것도 창발적 갈등을 유발시키는 데 유용하다.

참모조직도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많은 조직으로 거듭나야 대기업 오너가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핵심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권한은 항상 책임이 따라야 하고 그 누구도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

관리조직은 필요악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관리를 위한 관리조직이 아니라 참모조직이 아이디어를 토론하고 협력하는 기업문화를 이끌어가는 촉진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창의적 갈등을 유도하라... 집단주의 타파해 수평적 의사소통 강화하면 건전한 갈등 활성화 가능

사람이 모여 있는 조직에 갈등이 없을 수 없다. 심지어 천사가 살고 있는 하늘나라에도 갈등이 있다고 한다. 갈등이 있다는 것은 조직이 살아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하고 모든 갈등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도 아니다.

갈등은 문제에서 오기 때문에 갈등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정의하고 관리하느냐가 중요한 이슈에 해당된다. 경영자의 역할은 단순히 갈등을 관리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되고 이를 케어(care)해야 한다.

의사가 아픈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관리에 불과하고 평소에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적 조언까지 하는 것이 케어라고 볼 수 있다. 리더는 갈등이 생기면 해소하는 것뿐만 아니라 창의적 갈등을 부추길 수 있어야 한다.

한국 eo기업의 직원은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는 속담을 맹신해 창의성이 없는 관습과 타성에 젖어 있다. 직원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해주지 않는 집단주의 풍토가 만연돼 있다.

좋은 기업문화는 모든 직원이 동일한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갖는 것이라는 그릇된 믿음으로 직원의 ‘동질화 경쟁’을 유도한다.

전 직원이 같은 디자인의 옷을 입고 같은 음식을 좋아하고 비슷한 가치를 갖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개개인은 ‘몰개성’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최적의 방패라고 생각해 절대로 튀거나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다.

회의는 결론이 나 있는 미리 준비한 자료를 기반으로 진행된다. 자유로운 토론은 보장되지 않고 참석자는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기보다는 수동적으로 듣기만 한다.

지루한 회의는 참석자 중 제일 높은 직원의 의견 청취와 일방적인 결론으로 막을 내린다. 회의는 참석자 간에 서열을 확인하고 권위를 과시하는 시간에 불과하다. 자유로운 토론과 의견 개진이 보장되는 서구의 회의문화와 비교하면 많은 차이가 난다.

토론이 보장되지 않는 기업문화 속에서 창의적 갈등을 요구하기 어렵다. 미국 복합기업인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은 조직 내부의 갈등을 창의적 갈등으로 인식하고 장려한다.

반도체 시장을 개척한 인텔(Intel Corp)도 혁신적인 발상은 조직 내부의 수평적인 의사소통과 토론을 통해서 도출된다고 인식하고 건설적인 갈등을 부추긴다.

국내 대기업도 연공서열로 유도된 강압적인 토론문화, 비판에 대한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한 창의적 사고의 부재 등 보수적 문화를 혁신하는 도구로 창의적 갈등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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