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정보기관 활동] 43. 국정원의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피해자 구조... 일부 정부기관의 일탈행위가 범죄 수단으로 악용
1997년 IMF 이후 사회 파괴와 공권력 남용이 일상화... 민간 전문가와 협력해 근본적인 해결책 찾아 노력
2025년 11월 국가정보원은 캄보디아에서 범죄조직에 억류된 한국인을 구출하는 작전을 수행했다. 한국인 대학생의 사망 사건에 연루된 중국인을 체포해 국내로 송환했다.
국가경제에 도움이 된다며 중국 범죄집단을 비호하던 캄보디아 정부도 협조적으로 나왔다. 중국의 범죄조직은 경제가 침체된 캄보디아에 투자를 확대한다는 명분으로 거대한 범죄집단 거주지를 조성했다.
중국계 최대 범죄조직인 프린스그룹을 창업한 천즈(陳志·Chen Zhi)는 2026년 1월 체포되어 중국으로 강제송환됐다. 중국 정부는 체포하며 천즈가 보유한 US$ 150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12만7271개를 압수했다.
프린스그룹은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 로맨스스캠(Romance Scam), 카지노(casino) 등으로 번 돈을 투자해 상업용 부동산, 호화저택, 호텔을 구입했다.
캄보디아 현지에서 은행을 운영하며 정상적인 사업 구조를 갖추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2000년 대 이후 국제범죄 중 가장 활성화된 보이스피싱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살펴보자.
▲ 한국인 조직원 검거 사진 [출처=국가정보원]
◇ 한국에서 자행되는 보이스피싱의 특성이 일본과 다른 이유... 1997년 IMF 이후 사회 파괴와 공권력 남용이 일상화
보이스피싱은'은 '음성(전화)과 피싱(Phishing)의 합성어로 전화를 통해 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카드정보 등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얻어 범죄에 악용하는 ‘전화 사기’를 말한다.
전화사기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대화가 가능해야 하므로 국내 범죄에 한정되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1990년대 초 글로벌화의 진전으로 범죄조직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며 국제범죄의 양상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의 경우를 보면 일본에서 가장 먼저 사회문제로 부상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대만의 범죄조직인 삼합회(三合会·Triad)가 일본의 시골 노인을 상대로 시작한 사기행위다.
일본은 2025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7%가 넘는 초고령화사회다. 한국과 달리 일본의 노인은 부동산 외에도 현금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범죄조직의 타겟이 된 것이다.
특히 일본도 도시화와 핵가족화가 급진전되고 장기간 불황으로 고향이나 부모와 단절해 살아가는 자식세대가 많은 편이다. 몇 년 혹은 수십 년 동안 서로 방문 혹은 전화조차 하지 않는 인간관계가 보편화되어 있다.
유선전화 번호를 사용하는 고령의 시골 노인에게 전화해 '도시에 나간 자식이 사고를 당해 병원비가 필요하다'거나 '빌린 돈을 갚지 못해 폭력단에 붙잡혀 있다' 등의 이유를 들며 송금을 요구했다.
대만은 일본이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이후 태평양전쟁에서 패배할 때까지 식민지로 삼은 지역이라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일본과 무역이나 관광객 교류가 활발해 일본 현지 사정에 밝은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일본에서 보이스피싱 사업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삼합회는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의 조선족을 활용해 한국인을 대상으로 사기행각을 벌이기 시작했다.
한국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개인 파산자가 증가했을 뿐 아니라 가족간의 유대관계가 단절된 사람이 많았다. 범죄조직의 입장에서는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2000년대 초부터 매년 최소 5000억 원에서 8000억 원이 넘는 피해액이 발생하고 다수의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함에도 국가의 대처는 매우 늦었다.
개인의 어리석음과 같은 문제로 치부하고 국가 차원의 대응책은 부실했다. 2026년 6월 출범한 이재명정부는 국가정보원, 경찰 등을 동원해 국제범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 국가방첩론-방첩과 보안 표지 by 민진규 교수 [출처=엠아이앤뉴스]
◇ 일부 정부기관의 일탈행위가 범죄 수단으로 악용... 민간 전문가와 협력해 근본적인 해결책 찾아 노력
국내에서 발생하는 보이스피싱의 문제점과 국정원을 필두로 다양한 정부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체계적 대응이 필요한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보이스피싱은 관공서 사칭형으로 발본색원(拔本塞源)이 불가능하다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일본은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악용하는데 반해 한국은 검찰, 금융감독원, 경찰, 국세청 등을 사칭한다.
한국인이 조선왕조와 일제 식민지를 거치며 고압적이고 귄위주의에 물든 관공서를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경찰, 검찰, 금융감독원, 국세청 등이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활용하기 수월하다.
경찰이나 검찰과 같은 수사기관은 범죄행위나 처벌과 같은 용어를 들먹이며 평범한 소시민을 겁주는 방식을 선호한다.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거나 증거를 조작해 선량한 피해자를 양산하는 사례가 비일비재(非一非再)한 상황이다.
5200만 명의 국민 중에서 범죄조직이 건 보이스피싱 전화를 한번이라도 받아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검사나 경찰관 본인들도 전화도 받았지만 보이스피싱 조직에 사기당한 사례도 나타날 정도다.
범죄를 수사하고 처벌하는 기관의 전문가가 단순한 사기범죄에 당하는 것을 보면 그만큼 보이스피싱이 지능적으로 진화해 여간한 정보와 지식이 없으면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
둘째, 수사기관은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사회적으로 유명한 인사의 사소한 범죄를 다루는 것이 승진에 유리하다고 판단해 일반인의 범죄는 소홀하게 대한다.
대통령이나 장관과 같은 인사권자가 관심을 갖는 이슈나 언론이 가십거리로 활용하기에 적당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박근혜정부에서 지정한 4대 사회악은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 유통 등이었다.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에 속했지만 불량식품은 생뚱맞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초등학교 앞에서 판매하는 김밥이나 즉석식품 등은 위생이 불량하거나 허가를 받지 않고 제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단속 실적에 따라 승진하거나 보상을 받기 때문에 정작 중요한 살인, 폭행 등과 같은 흉포한 범죄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마약이나 온라인 도박, 당시에도 심각했던 보이스피싱, 로맨스스캠 등은 수사관의 관심사에서 멀어졌다.
대통령 본인은 다양한 국정 현안 이슈로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참모나 주무장관마저 동조했다는 것은 한심하다못해 어리석다고 비판받을만하다. 이재명정부 이전에 어느 대통령도 보이스피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셋째, 해외에서 본거지를 두고 범죄행각을 이어가고 있으며 해외전화, 국내 휴대폰, 점조직화, 범죄 수법의 지능화, 유관기관의 대응 한계 등으로 최고 국가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앞장서야 한다.
경찰이나 검찰은 캄보디아, 태국, 필리핀, 대만, 중국 등의 현지 범죄조직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수집 역량도 제한적이다. 해외정보 관련 경험이 일천하고 업무를 수행할 유능한 직원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경찰청이 범죄조직으로부터 마약유통, 납치 등을 막아 필리핀 교민을 보호하고자 담당관을 파견한지 오래됐지만 대통령과 국정원이 나설 때까지 주범조차 송환하지 못했다. 외교력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범죄척결 의지 가체가 박약했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초기에 발신번호가 차단되거나 변조되는 국제전화를 활용했다. 국제전화를 받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자 국내에 중계기를 두며 국내전화처럼 위장하고 있다.
통신사의 입장에서 보면 범죄 의심이 드는 국제전화를 차단하거나 국내 개통 전화를 해지하는 방법을 동원할 수 있었지만 적극 대응하지 않았다.
'나는 범죄에 기는 수사기관'이라는 비아냥이 설득력을 갖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려면 국정원의 국제범죄정보센터(TCIC)의 임무와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조직을 개편하고 우수 민간 전문가와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넷째, 범죄조직이 먹이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는 일탈행위를 저지르는 공무원과 기업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선량한 국민을 겁주고 피해자로 전락시키는 수사기관의 행위는 사라져야 마땅하다.
백주 대낮처럼 공개된 정보사회에서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공무원은 사라졌다고 주장하는 정치인이나 전문가가 없지 않으나 실상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수사기관은 정의를 지키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조직은 아니라는 인식이 강하다. 특히 정치적 흐름에 민감하고 출세에 목숨을 거는 지휘부는 더욱 부패되었거나 오염되어 있다.
예를 들어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의 각종 범죄를 눈감아 주고 덮은 행위, 문재인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산자부 원전 비리 의혹 제기, 서해공무원 피살사건 등에 관한 검찰과 감사원의 적폐행위 수사 및 감사 등이 대표적이다.
검찰, 경찰, 금감원, 국세청, 관세청 등은 아직도 보이시피싱 조직의 협박 멘트에 등장하는 기관이다. 수사기관이나 수사관이 억울하다고 생각되면 오죽했으면 범죄조직이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로 애용하겠는지 자아비판해보길 바란다.
다섯째, 공무원은 급여를 받고 욕먹지 않을 정도로 일하는 조직원이라 소명의식이나 전문가 정신이 부족하므로 유능한 민간기관이나 전문가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고위 공무원이라고 해도 객관적인 능력보다 내부에서 정치투쟁을 거쳐 승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개방직이 없는 폐쇄적인 조직이라면 더욱 그렇다.
일반인이나 정치인은 고위직 공무원을 학력이 우수하고 유능한 사람으로 직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 경험, 열정, 직관력, 판단력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믿는다.
공무원 조직에 근무하거나 협업한 경력이 35년 이상된 필자가 보기에는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는 표현밖에 할 수 없다.
공무원이 30년 동안 비슷한 경험을 반복하면 나름 지식과 경험이 쌓였다고 생각하다. 하지만 사실 현실이나 상황에 익숙해진 것이지 그것 자체가 유용한 경험이나 지식이라고 보기 어렵다.
공무원 스스로 자리에 있을 때는 자기 최면에 걸려 착각해도 되지만 퇴직하면 자연스럽게 냉혹한 현실을 파악하게 된다. 퇴직 후에도 몇 년 동안 작나라한 현실을 부정하며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속에서 발버둥치지만 대부분 포기한다.
공무원을 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며 슬프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더 강조한다. 공무원 앞에서 아부하거나 인맥을 쌓으려고 노력하는 민간인이 공무원보다 뛰어난 전문성을 가졌을 가능성도 낮다.
결론적으로 보면 보이스피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국정원 국제정보센터와 같은 전문조직을 중심으로 유관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단기간에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10년 혹은 20년 이상 일관성을 갖고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 계속 -
국가경제에 도움이 된다며 중국 범죄집단을 비호하던 캄보디아 정부도 협조적으로 나왔다. 중국의 범죄조직은 경제가 침체된 캄보디아에 투자를 확대한다는 명분으로 거대한 범죄집단 거주지를 조성했다.
중국계 최대 범죄조직인 프린스그룹을 창업한 천즈(陳志·Chen Zhi)는 2026년 1월 체포되어 중국으로 강제송환됐다. 중국 정부는 체포하며 천즈가 보유한 US$ 150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12만7271개를 압수했다.
프린스그룹은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 로맨스스캠(Romance Scam), 카지노(casino) 등으로 번 돈을 투자해 상업용 부동산, 호화저택, 호텔을 구입했다.
캄보디아 현지에서 은행을 운영하며 정상적인 사업 구조를 갖추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2000년 대 이후 국제범죄 중 가장 활성화된 보이스피싱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살펴보자.
▲ 한국인 조직원 검거 사진 [출처=국가정보원]
◇ 한국에서 자행되는 보이스피싱의 특성이 일본과 다른 이유... 1997년 IMF 이후 사회 파괴와 공권력 남용이 일상화
보이스피싱은'은 '음성(전화)과 피싱(Phishing)의 합성어로 전화를 통해 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카드정보 등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얻어 범죄에 악용하는 ‘전화 사기’를 말한다.
전화사기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대화가 가능해야 하므로 국내 범죄에 한정되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1990년대 초 글로벌화의 진전으로 범죄조직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며 국제범죄의 양상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의 경우를 보면 일본에서 가장 먼저 사회문제로 부상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대만의 범죄조직인 삼합회(三合会·Triad)가 일본의 시골 노인을 상대로 시작한 사기행위다.
일본은 2025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7%가 넘는 초고령화사회다. 한국과 달리 일본의 노인은 부동산 외에도 현금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범죄조직의 타겟이 된 것이다.
특히 일본도 도시화와 핵가족화가 급진전되고 장기간 불황으로 고향이나 부모와 단절해 살아가는 자식세대가 많은 편이다. 몇 년 혹은 수십 년 동안 서로 방문 혹은 전화조차 하지 않는 인간관계가 보편화되어 있다.
유선전화 번호를 사용하는 고령의 시골 노인에게 전화해 '도시에 나간 자식이 사고를 당해 병원비가 필요하다'거나 '빌린 돈을 갚지 못해 폭력단에 붙잡혀 있다' 등의 이유를 들며 송금을 요구했다.
대만은 일본이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이후 태평양전쟁에서 패배할 때까지 식민지로 삼은 지역이라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일본과 무역이나 관광객 교류가 활발해 일본 현지 사정에 밝은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일본에서 보이스피싱 사업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삼합회는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의 조선족을 활용해 한국인을 대상으로 사기행각을 벌이기 시작했다.
한국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개인 파산자가 증가했을 뿐 아니라 가족간의 유대관계가 단절된 사람이 많았다. 범죄조직의 입장에서는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2000년대 초부터 매년 최소 5000억 원에서 8000억 원이 넘는 피해액이 발생하고 다수의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함에도 국가의 대처는 매우 늦었다.
개인의 어리석음과 같은 문제로 치부하고 국가 차원의 대응책은 부실했다. 2026년 6월 출범한 이재명정부는 국가정보원, 경찰 등을 동원해 국제범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 국가방첩론-방첩과 보안 표지 by 민진규 교수 [출처=엠아이앤뉴스]
◇ 일부 정부기관의 일탈행위가 범죄 수단으로 악용... 민간 전문가와 협력해 근본적인 해결책 찾아 노력
국내에서 발생하는 보이스피싱의 문제점과 국정원을 필두로 다양한 정부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체계적 대응이 필요한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보이스피싱은 관공서 사칭형으로 발본색원(拔本塞源)이 불가능하다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일본은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악용하는데 반해 한국은 검찰, 금융감독원, 경찰, 국세청 등을 사칭한다.
한국인이 조선왕조와 일제 식민지를 거치며 고압적이고 귄위주의에 물든 관공서를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경찰, 검찰, 금융감독원, 국세청 등이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활용하기 수월하다.
경찰이나 검찰과 같은 수사기관은 범죄행위나 처벌과 같은 용어를 들먹이며 평범한 소시민을 겁주는 방식을 선호한다.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거나 증거를 조작해 선량한 피해자를 양산하는 사례가 비일비재(非一非再)한 상황이다.
5200만 명의 국민 중에서 범죄조직이 건 보이스피싱 전화를 한번이라도 받아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검사나 경찰관 본인들도 전화도 받았지만 보이스피싱 조직에 사기당한 사례도 나타날 정도다.
범죄를 수사하고 처벌하는 기관의 전문가가 단순한 사기범죄에 당하는 것을 보면 그만큼 보이스피싱이 지능적으로 진화해 여간한 정보와 지식이 없으면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
둘째, 수사기관은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사회적으로 유명한 인사의 사소한 범죄를 다루는 것이 승진에 유리하다고 판단해 일반인의 범죄는 소홀하게 대한다.
대통령이나 장관과 같은 인사권자가 관심을 갖는 이슈나 언론이 가십거리로 활용하기에 적당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박근혜정부에서 지정한 4대 사회악은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 유통 등이었다.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에 속했지만 불량식품은 생뚱맞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초등학교 앞에서 판매하는 김밥이나 즉석식품 등은 위생이 불량하거나 허가를 받지 않고 제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단속 실적에 따라 승진하거나 보상을 받기 때문에 정작 중요한 살인, 폭행 등과 같은 흉포한 범죄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마약이나 온라인 도박, 당시에도 심각했던 보이스피싱, 로맨스스캠 등은 수사관의 관심사에서 멀어졌다.
대통령 본인은 다양한 국정 현안 이슈로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참모나 주무장관마저 동조했다는 것은 한심하다못해 어리석다고 비판받을만하다. 이재명정부 이전에 어느 대통령도 보이스피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셋째, 해외에서 본거지를 두고 범죄행각을 이어가고 있으며 해외전화, 국내 휴대폰, 점조직화, 범죄 수법의 지능화, 유관기관의 대응 한계 등으로 최고 국가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앞장서야 한다.
경찰이나 검찰은 캄보디아, 태국, 필리핀, 대만, 중국 등의 현지 범죄조직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수집 역량도 제한적이다. 해외정보 관련 경험이 일천하고 업무를 수행할 유능한 직원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경찰청이 범죄조직으로부터 마약유통, 납치 등을 막아 필리핀 교민을 보호하고자 담당관을 파견한지 오래됐지만 대통령과 국정원이 나설 때까지 주범조차 송환하지 못했다. 외교력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범죄척결 의지 가체가 박약했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초기에 발신번호가 차단되거나 변조되는 국제전화를 활용했다. 국제전화를 받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자 국내에 중계기를 두며 국내전화처럼 위장하고 있다.
통신사의 입장에서 보면 범죄 의심이 드는 국제전화를 차단하거나 국내 개통 전화를 해지하는 방법을 동원할 수 있었지만 적극 대응하지 않았다.
'나는 범죄에 기는 수사기관'이라는 비아냥이 설득력을 갖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려면 국정원의 국제범죄정보센터(TCIC)의 임무와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조직을 개편하고 우수 민간 전문가와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넷째, 범죄조직이 먹이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는 일탈행위를 저지르는 공무원과 기업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선량한 국민을 겁주고 피해자로 전락시키는 수사기관의 행위는 사라져야 마땅하다.
백주 대낮처럼 공개된 정보사회에서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공무원은 사라졌다고 주장하는 정치인이나 전문가가 없지 않으나 실상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수사기관은 정의를 지키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조직은 아니라는 인식이 강하다. 특히 정치적 흐름에 민감하고 출세에 목숨을 거는 지휘부는 더욱 부패되었거나 오염되어 있다.
예를 들어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의 각종 범죄를 눈감아 주고 덮은 행위, 문재인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산자부 원전 비리 의혹 제기, 서해공무원 피살사건 등에 관한 검찰과 감사원의 적폐행위 수사 및 감사 등이 대표적이다.
검찰, 경찰, 금감원, 국세청, 관세청 등은 아직도 보이시피싱 조직의 협박 멘트에 등장하는 기관이다. 수사기관이나 수사관이 억울하다고 생각되면 오죽했으면 범죄조직이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로 애용하겠는지 자아비판해보길 바란다.
다섯째, 공무원은 급여를 받고 욕먹지 않을 정도로 일하는 조직원이라 소명의식이나 전문가 정신이 부족하므로 유능한 민간기관이나 전문가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고위 공무원이라고 해도 객관적인 능력보다 내부에서 정치투쟁을 거쳐 승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개방직이 없는 폐쇄적인 조직이라면 더욱 그렇다.
일반인이나 정치인은 고위직 공무원을 학력이 우수하고 유능한 사람으로 직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 경험, 열정, 직관력, 판단력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믿는다.
공무원 조직에 근무하거나 협업한 경력이 35년 이상된 필자가 보기에는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는 표현밖에 할 수 없다.
공무원이 30년 동안 비슷한 경험을 반복하면 나름 지식과 경험이 쌓였다고 생각하다. 하지만 사실 현실이나 상황에 익숙해진 것이지 그것 자체가 유용한 경험이나 지식이라고 보기 어렵다.
공무원 스스로 자리에 있을 때는 자기 최면에 걸려 착각해도 되지만 퇴직하면 자연스럽게 냉혹한 현실을 파악하게 된다. 퇴직 후에도 몇 년 동안 작나라한 현실을 부정하며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속에서 발버둥치지만 대부분 포기한다.
공무원을 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며 슬프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더 강조한다. 공무원 앞에서 아부하거나 인맥을 쌓으려고 노력하는 민간인이 공무원보다 뛰어난 전문성을 가졌을 가능성도 낮다.
결론적으로 보면 보이스피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국정원 국제정보센터와 같은 전문조직을 중심으로 유관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단기간에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10년 혹은 20년 이상 일관성을 갖고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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