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정보기관 활동] 40. 지도자의 장기적 국가정보전략 수립 필요성... 516 쿠데타 이후 역대 대통령의 정보 인식도 분석
군사 쿠데타로 집권하든 민주화 투쟁으로 권력을 잡았든 모두 국제정세에 둔감해... 21세기에 필요한 지도자는 글로벌 질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국내외 정책을 잘 수립할 수 있어야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서 47대인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보다 돌출행동을 많이 한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45대 대통령으로 재임했을 당시에는 정책에 큰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2025년 1월 시작한 47대 대통령으로서 보여준 성과는 처참할 정도다. 유럽에서는 관세전쟁을 확대하며 군사적 동맹인 나토(NATO)에서 탈퇴한다고 공언했다.
아시아에서도 한국과 일본, 대만을 대상으로 무차별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과는 공산품과 농산물 교역의 확대를 위해 관세전쟁을 최소화했다. 중국산 공산품에 부과하는 관세가 미국 저소득층의 생활비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부동산 사업가 출신으로 미국 역사상 가장 재산이 많은 대통령인 트럼프는 국내 정치 뿐 아니라 국제정치에서도 극심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민자 단속과 극우세력의 부흥, 국제적으로는 동맹관계의 파괴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2026년 2월28일 시작한 이란 전쟁에서 전쟁의 목표, 휴전 조건, 종전 선언 등에서 원칙조차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 군사 쿠데타로 집권하든 민주화 투쟁으로 권력을 잡았든 모두 국제정세에 둔감해
우리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 4대 강국에 둘러쌓여 있어서 안보지형이 위태롭다. 박정희 대통령부터 박근혜 대통령까지 대한민국 국가지도자로서 가졌던 정보감각을 분석해보자.
먼저 박정희는 1961년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이후 미국, 일본 등 우방국과 관계 개선에 성공했다. 냉전이 격화되어 있던 시기로 같은 진영의 국가끼로 충돌하기도 어려웠지만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 한국의 도움이 필요했다.
일본은 1953년 샌프란시스코 조약을 체결했지만 가장 가까운 한국과는 식민지배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지 못했다. 6·25 전쟁으로 경제력을 회복한 일본의 입장에서 배상금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제정치 감각이 뛰어났다기 보다는 당시 국제정세가 한국에게 유리하게 전개되도 있었다고 봐야 한다. 군 출신으로 해외정보나 정치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우수 참모를 잘 활용한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둘째, 전두환과 노태우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고를 잘 활용해 12·12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이후 3저 호황에 힘입어 경제를 한단계 도약시켰다.
미국은 전두환 정권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았지만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조성되는 상황을 원하지 않았다. 마침 1985년 권력을 잡은 소련 미하일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개혁개방정책을 도입해 사회주의 체제의 종말을 인정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6년 '86아시안게임'과 1988년 '88올림픽'을 개최하며 국가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또한 군사독재 타도와 민주화라는 국민의 열망에 굴복해 1987년 6·29를 선언하며 강압적 통치를 종료햇다.
셋째, 김영삼은 군사정권을 지탱해온 보수정당과 합방하며 문민정부의 시대를 열며 세계화를 외쳤지만 정책적 미비로 국제통확금(IMF) 외환위기를 초래했다.
1996년 이른바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하며 부푼 꿈에 젖어들었지만 막대한 외화 유출과 정책 부실로 무너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민주화 운동에 평생을 바쳤지만 국제경제에 문외한이었다.
'머리를 빌려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는 명언을 남겼지만 경제 실정은 문민정부 입장에서도 뼈아픈 대목이다. 해외 경험이 풍부하다고 자부하던 경제관료들도 '펀더멘탈이 튼튼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체계적인 대책은 세우지 않았다.
◇ 21세기에 필요한 지도자는 글로벌 질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국내외 정책을 잘 수립할 수 있어야
넷째, 진보정부의 수장이었던 김대중과 노무현은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정보통신기술(ICT)을 잘 활용하며 새로운 경제 도약기를 누렸다. 전 세계가 ICT 혁명으로 정보화 사회로 접어들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 덕분이다.
특히 한국은 좁은 국토와 밀집된 인구, 새로운 변화를 적극 수용하려는 국민 등으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산업화 시대에 급성장한 재벌이 독과점하며 노정한 발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미중의 밀월관계 등도 한국에게는 호재로 작용했다.
다섯째, 보수정부를 이끌었던 이명박과 박근혜는 전임 진보정부가 도약시킨 경제적 기반을 활용하기는커녕 산업화시대로 되돌리려 시도하다 몰락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특별시 소재 청계천을 개발한 공로를 활용해 4대강 사업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예산을 투입했다. 공기업을 독려해 해외에서 자원을 개발하겠다는 구상은 좋았지만 막대한 부실만 남기고 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전임 정부의 실패를 거울삼아 ICT 중심의 창업을 강조하며 창조경제를 부르짖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창조라는 개념조차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으며 재벌기업을 동원해 건물을 짓다가 임기가 끝났다.
종합적으로 보면 대한민국의 대통령 중에서 국제정세를 잘 파악해 체계적으로 대응한 사람은 전무하다. 국내에서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든 혹은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든간에 모두가 정보에 대한 이해도는 낮았다.
21세기에 필요한 국가지도자는 국민통합을 유도할 수 있어야함은 물론 글로벌 질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국내외 정책을 잘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국제정치가 우방국과 적국이 명확하게 구별되지 않아 각자도생(各自圖生)이 불가피한 상횡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언제 이러한 요건을 갖춘 국가지도가 나타날 것인지 자뭇 궁금해진다.
▲ 국가정보기관의 이해 - 활동영역과 개혁과제 표지 by 민진규 [출처=엠아이앤뉴스]
◇ 2006년 12월 18일 작성한 칼럼 소개... 지도자의 장기적 국가정보전략 수립 필요성
요즘 다수 언론이 여러 가지 이유로 국가정보전략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국가 간 산업스파이 사건도 그러하고 국내 기업인의 간첩 혐의도 그런 연유에서 크게 다루는 것처럼 보인다.
보도되는 사건 내용을 보면서 안타까운 것은 사건의 본질과 파장, 수사에 관해 깊이 있는 해석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언론은 국민 여론을 결집해 국가 아젠다(agenda)를 설정하고 이끌어 나갈 책무를 안고 있다.
언론과 달리 국가지도자는 명확한 국가전략과 비전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국가경쟁력의 원천인 국가정보에 관한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전략이 없으면 국가경쟁력 확보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국가의 존립조차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가 간 산업스파이 논쟁과 기업인의 간첩 논란에 관해 살펴보자.
먼저 국내 모 기업인이 미국에 한국의 중요한 정보를 수집해 제공했다는 사건을 보자. 해당 기업인이 무슨 정보를 모아 전달했는지에 관해 190도 상반된 주장이 나오고 있다.
보도 내용을 보면 언론과 관련성이 전혀 없는 기업인이 언론사 하나를 인수한 것에 대한 언론기관의 집단 울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지목된 언론인이 미국에 제공했다고 보도된 정보의 내용이 대부분 인터넷과 각종 신문, 잡지 등을 보면 구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식적인 문서와 간행물 등도 일부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만약 해당 기업인이 자신의 노력이나 돈으로 다양한 정보를 잘 정리하고 분석해 2차적으로 가공했다면 그것은 정보를 분석하는데 자원을 투입한 그의 소유로 보는 것이 옳다.
1차 자료를 제공한 사람의 소유는 더욱 아니다. 만약 이 사건이 명확한 간첩 혐의와 비밀유출 혐의가 없다면 보수언론이 열심히 주장하고 있는 한미우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논란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파악하지 못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 또한 마녀사냥식의 보도가 언론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추정된다.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평정심을 되찾아야 한다.
일부 전문가는 우리가 아직도 냉전의 틀 속에서 ‘적과 동지’를 구분하고 있으며 진정한 적이 누구인지 모르면서 간첩이라는 용어를 너무 협의의 개념으로 해석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언론사는 해당 기업인을 간첩죄로 구속해야 한다고 보도하면서 정보의 입수경로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국가 비밀이라면 당연히 정부의 주요 비밀관리부서에서 관리돼야 한다. 어떻게 국가 비밀을 취급할 수 있는 허가받지 않은 기업에서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가 비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정말 보호돼야 할 국가 비밀이라면 관련 정보를 기업에 제공한 공무원부터 찾아내 처벌해야 한다. 그런데 기업에 국가 비밀을 제공했다는 공무원은 드러나지 않았다.
다른 사건은 연일 터지고 있는 국가 간 산업스파이 사건이다. 모 국내 대기업이 동남아 국가에 불법으로 군사전략 물자를 수출했다고 한다. 포탄생산 설비를 통째로 이전해 줬다고 하며 관련 기업이 1개가 아니라 다수다.
다른 기업의 직원은 중국업체에 기업비밀을 통째로 넘겨주며 돈을 받아 경찰이 중국 공안에 해당 업체 대표의 구속을 요청했다.
현대는 국가 간 산업비밀 쟁탈전이 치열하게 전개된다. 특정 신기술 하나가 수백만 명을 먹여 살리기도 하고 국가경쟁력의 근간이 되기도 한다. 군사적으로 유용한 전략물자를 수입한 동남아 국가는 국가생존 차원에서 도입 협상과 전략을 수립했다고 보인다.
국내 신기술을 불법적으로 도입한 중국기업 대표도 사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접근했다고 본다. 중국기업의 뒤에는 중국 정부와 공산당이 있다고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산업스파이 사건도 국가정보전략적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 몇몇 사건 보도는 오히려 잠재적인 범죄자에게 실행의 방법과 주의사항을 알려주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관점의 언론보도가 과연 한국의 국가이익의 보호 차원에서 유리한지도 살펴봐야 한다. 모든 일과 행동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포탄 기술을 몰래 수출한 대기업과 관련 기업은 한국 입장에서는 매국노가 된다. 하지만 불법인 줄 알면서 용의주도(用意周到)하게 어리석은(?) 한국인을 잘 포섭해 기술의 수입을 주도한 기업은 해당 국가의 입장에서 애국자가 된다.
산업스파이는 눈에 보이지 않고 사람이 죽어 나가지는 않지만 ‘총성 없는 전쟁’을 수행하는 군인으로 봐야 한다.
한국도 과거 경제개발 시기에 합법적, 불법적 산업스파이를 활용해 선진국의 기술을 적극 도입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관계자에게 보상도 해줬다. 즉 다시 말해서 이 전쟁이 무한 국가경쟁에서 불가피하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주도면밀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정치지도자 중에서 국제정치 흐름을 읽고 대한민국의 올바른 국가정보전략을 고민해 본 사람이 있는지 궁금하다.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되려고 마음을 먹은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국가의 미래전략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 산업정보는 정치나 군사 정보 못지않게 국가경쟁력 확보에 중요하므로 개별 기업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하지만 2025년 1월 시작한 47대 대통령으로서 보여준 성과는 처참할 정도다. 유럽에서는 관세전쟁을 확대하며 군사적 동맹인 나토(NATO)에서 탈퇴한다고 공언했다.
아시아에서도 한국과 일본, 대만을 대상으로 무차별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과는 공산품과 농산물 교역의 확대를 위해 관세전쟁을 최소화했다. 중국산 공산품에 부과하는 관세가 미국 저소득층의 생활비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부동산 사업가 출신으로 미국 역사상 가장 재산이 많은 대통령인 트럼프는 국내 정치 뿐 아니라 국제정치에서도 극심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민자 단속과 극우세력의 부흥, 국제적으로는 동맹관계의 파괴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2026년 2월28일 시작한 이란 전쟁에서 전쟁의 목표, 휴전 조건, 종전 선언 등에서 원칙조차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 군사 쿠데타로 집권하든 민주화 투쟁으로 권력을 잡았든 모두 국제정세에 둔감해
우리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 4대 강국에 둘러쌓여 있어서 안보지형이 위태롭다. 박정희 대통령부터 박근혜 대통령까지 대한민국 국가지도자로서 가졌던 정보감각을 분석해보자.
먼저 박정희는 1961년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이후 미국, 일본 등 우방국과 관계 개선에 성공했다. 냉전이 격화되어 있던 시기로 같은 진영의 국가끼로 충돌하기도 어려웠지만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 한국의 도움이 필요했다.
일본은 1953년 샌프란시스코 조약을 체결했지만 가장 가까운 한국과는 식민지배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지 못했다. 6·25 전쟁으로 경제력을 회복한 일본의 입장에서 배상금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제정치 감각이 뛰어났다기 보다는 당시 국제정세가 한국에게 유리하게 전개되도 있었다고 봐야 한다. 군 출신으로 해외정보나 정치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우수 참모를 잘 활용한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둘째, 전두환과 노태우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고를 잘 활용해 12·12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이후 3저 호황에 힘입어 경제를 한단계 도약시켰다.
미국은 전두환 정권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았지만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조성되는 상황을 원하지 않았다. 마침 1985년 권력을 잡은 소련 미하일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개혁개방정책을 도입해 사회주의 체제의 종말을 인정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6년 '86아시안게임'과 1988년 '88올림픽'을 개최하며 국가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또한 군사독재 타도와 민주화라는 국민의 열망에 굴복해 1987년 6·29를 선언하며 강압적 통치를 종료햇다.
셋째, 김영삼은 군사정권을 지탱해온 보수정당과 합방하며 문민정부의 시대를 열며 세계화를 외쳤지만 정책적 미비로 국제통확금(IMF) 외환위기를 초래했다.
1996년 이른바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하며 부푼 꿈에 젖어들었지만 막대한 외화 유출과 정책 부실로 무너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민주화 운동에 평생을 바쳤지만 국제경제에 문외한이었다.
'머리를 빌려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는 명언을 남겼지만 경제 실정은 문민정부 입장에서도 뼈아픈 대목이다. 해외 경험이 풍부하다고 자부하던 경제관료들도 '펀더멘탈이 튼튼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체계적인 대책은 세우지 않았다.
◇ 21세기에 필요한 지도자는 글로벌 질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국내외 정책을 잘 수립할 수 있어야
넷째, 진보정부의 수장이었던 김대중과 노무현은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정보통신기술(ICT)을 잘 활용하며 새로운 경제 도약기를 누렸다. 전 세계가 ICT 혁명으로 정보화 사회로 접어들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 덕분이다.
특히 한국은 좁은 국토와 밀집된 인구, 새로운 변화를 적극 수용하려는 국민 등으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산업화 시대에 급성장한 재벌이 독과점하며 노정한 발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미중의 밀월관계 등도 한국에게는 호재로 작용했다.
다섯째, 보수정부를 이끌었던 이명박과 박근혜는 전임 진보정부가 도약시킨 경제적 기반을 활용하기는커녕 산업화시대로 되돌리려 시도하다 몰락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특별시 소재 청계천을 개발한 공로를 활용해 4대강 사업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예산을 투입했다. 공기업을 독려해 해외에서 자원을 개발하겠다는 구상은 좋았지만 막대한 부실만 남기고 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전임 정부의 실패를 거울삼아 ICT 중심의 창업을 강조하며 창조경제를 부르짖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창조라는 개념조차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으며 재벌기업을 동원해 건물을 짓다가 임기가 끝났다.
종합적으로 보면 대한민국의 대통령 중에서 국제정세를 잘 파악해 체계적으로 대응한 사람은 전무하다. 국내에서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든 혹은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든간에 모두가 정보에 대한 이해도는 낮았다.
21세기에 필요한 국가지도자는 국민통합을 유도할 수 있어야함은 물론 글로벌 질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국내외 정책을 잘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국제정치가 우방국과 적국이 명확하게 구별되지 않아 각자도생(各自圖生)이 불가피한 상횡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언제 이러한 요건을 갖춘 국가지도가 나타날 것인지 자뭇 궁금해진다.
▲ 국가정보기관의 이해 - 활동영역과 개혁과제 표지 by 민진규 [출처=엠아이앤뉴스]
◇ 2006년 12월 18일 작성한 칼럼 소개... 지도자의 장기적 국가정보전략 수립 필요성
요즘 다수 언론이 여러 가지 이유로 국가정보전략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국가 간 산업스파이 사건도 그러하고 국내 기업인의 간첩 혐의도 그런 연유에서 크게 다루는 것처럼 보인다.
보도되는 사건 내용을 보면서 안타까운 것은 사건의 본질과 파장, 수사에 관해 깊이 있는 해석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언론은 국민 여론을 결집해 국가 아젠다(agenda)를 설정하고 이끌어 나갈 책무를 안고 있다.
언론과 달리 국가지도자는 명확한 국가전략과 비전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국가경쟁력의 원천인 국가정보에 관한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전략이 없으면 국가경쟁력 확보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국가의 존립조차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가 간 산업스파이 논쟁과 기업인의 간첩 논란에 관해 살펴보자.
먼저 국내 모 기업인이 미국에 한국의 중요한 정보를 수집해 제공했다는 사건을 보자. 해당 기업인이 무슨 정보를 모아 전달했는지에 관해 190도 상반된 주장이 나오고 있다.
보도 내용을 보면 언론과 관련성이 전혀 없는 기업인이 언론사 하나를 인수한 것에 대한 언론기관의 집단 울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지목된 언론인이 미국에 제공했다고 보도된 정보의 내용이 대부분 인터넷과 각종 신문, 잡지 등을 보면 구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식적인 문서와 간행물 등도 일부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만약 해당 기업인이 자신의 노력이나 돈으로 다양한 정보를 잘 정리하고 분석해 2차적으로 가공했다면 그것은 정보를 분석하는데 자원을 투입한 그의 소유로 보는 것이 옳다.
1차 자료를 제공한 사람의 소유는 더욱 아니다. 만약 이 사건이 명확한 간첩 혐의와 비밀유출 혐의가 없다면 보수언론이 열심히 주장하고 있는 한미우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논란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파악하지 못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 또한 마녀사냥식의 보도가 언론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추정된다.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평정심을 되찾아야 한다.
일부 전문가는 우리가 아직도 냉전의 틀 속에서 ‘적과 동지’를 구분하고 있으며 진정한 적이 누구인지 모르면서 간첩이라는 용어를 너무 협의의 개념으로 해석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언론사는 해당 기업인을 간첩죄로 구속해야 한다고 보도하면서 정보의 입수경로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국가 비밀이라면 당연히 정부의 주요 비밀관리부서에서 관리돼야 한다. 어떻게 국가 비밀을 취급할 수 있는 허가받지 않은 기업에서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가 비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정말 보호돼야 할 국가 비밀이라면 관련 정보를 기업에 제공한 공무원부터 찾아내 처벌해야 한다. 그런데 기업에 국가 비밀을 제공했다는 공무원은 드러나지 않았다.
다른 사건은 연일 터지고 있는 국가 간 산업스파이 사건이다. 모 국내 대기업이 동남아 국가에 불법으로 군사전략 물자를 수출했다고 한다. 포탄생산 설비를 통째로 이전해 줬다고 하며 관련 기업이 1개가 아니라 다수다.
다른 기업의 직원은 중국업체에 기업비밀을 통째로 넘겨주며 돈을 받아 경찰이 중국 공안에 해당 업체 대표의 구속을 요청했다.
현대는 국가 간 산업비밀 쟁탈전이 치열하게 전개된다. 특정 신기술 하나가 수백만 명을 먹여 살리기도 하고 국가경쟁력의 근간이 되기도 한다. 군사적으로 유용한 전략물자를 수입한 동남아 국가는 국가생존 차원에서 도입 협상과 전략을 수립했다고 보인다.
국내 신기술을 불법적으로 도입한 중국기업 대표도 사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접근했다고 본다. 중국기업의 뒤에는 중국 정부와 공산당이 있다고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산업스파이 사건도 국가정보전략적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 몇몇 사건 보도는 오히려 잠재적인 범죄자에게 실행의 방법과 주의사항을 알려주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관점의 언론보도가 과연 한국의 국가이익의 보호 차원에서 유리한지도 살펴봐야 한다. 모든 일과 행동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포탄 기술을 몰래 수출한 대기업과 관련 기업은 한국 입장에서는 매국노가 된다. 하지만 불법인 줄 알면서 용의주도(用意周到)하게 어리석은(?) 한국인을 잘 포섭해 기술의 수입을 주도한 기업은 해당 국가의 입장에서 애국자가 된다.
산업스파이는 눈에 보이지 않고 사람이 죽어 나가지는 않지만 ‘총성 없는 전쟁’을 수행하는 군인으로 봐야 한다.
한국도 과거 경제개발 시기에 합법적, 불법적 산업스파이를 활용해 선진국의 기술을 적극 도입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관계자에게 보상도 해줬다. 즉 다시 말해서 이 전쟁이 무한 국가경쟁에서 불가피하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주도면밀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정치지도자 중에서 국제정치 흐름을 읽고 대한민국의 올바른 국가정보전략을 고민해 본 사람이 있는지 궁금하다.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되려고 마음을 먹은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국가의 미래전략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 산업정보는 정치나 군사 정보 못지않게 국가경쟁력 확보에 중요하므로 개별 기업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 계속 -
저작권자 © 엠아이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