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 선거공약 평가] 30. 9년 방치 롯데몰… 구청장이 지원한다고 삽 뜰까
코로나 사태로 유통환경 변화… 착공 가능성 낮아져, 자원회수시설 주민지원사업 예산·범위·종류 등 ‘깜깜’
민진규 대기자
2022-12-07
8월31일 서울특별시는 마포구 상암동에 신규 광역 자원회수시설(소각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마포구청과 마포구의회는 입지선정위원회 구성이 잘못됐을 뿐 아니라 밀실 졸속 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형적인 님비(NIMBY)현상으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는 이롭지 않은 일을 반대하는 이기적인 행동이다.

마포구는 이름 그대로 배가 드나드는 항구인 포구(浦口)가 있었던 지역이다. 조선시대까지 삼남(경상도·전라도·충청도) 지역에서 생산된 쌀·소금·어산물 등의 물류 집하지로 번성했지만 20세기 초부터 수운(水運)이 쇠퇴하면서 기능을 상실했다.

1944년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서대문구와 용산구 일부를 분할해 마포구를 신설하면서 행정 역사가 시작됐다. 6·1 지방선거에서 마포구청장 후보자가 제시한 선거공약을 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가 개발한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 모델을 적용해 평가해 봤다. 

◇ 진보와 보수가 치열하게 경쟁하며 발전

민선1~8기 마포구청장은 노승환·박홍섭·신영섭·유동균·박강수다. 1·2기 노승환은 대학에 재학 중이던 1958년 초대 서울시의원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2대 서울시의원을 거쳐 8·9·10·12·13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노승환은 마포갑 지역구에서 17·19·20·21대 국회의원(4선)에 당선된 노웅래의 부친이다.

3·5·6기 박홍섭은 대학 졸업 후 노동운동에 활발하게 참여하다가 정치에 입문했다. 13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노승환과 경쟁했지만 패배했다. 4기 신영섭은 보수 정당 소속으로 17·19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후 6기 마포구청장에 다시 도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7기 유동균은 2·6대 마포구의원과 9대 서울시의원을 거쳐 구청장까지 당선됐다. 8기 박강수는 7기 선거에서 유동균과 경쟁해 패배했지만 6·1지방선거에서 유동균을 제쳤다. 6·1 지방선거에서 마포구청장에 당선된 국민의힘 박강수는 더불어민주당 유동균, 정의당 조성주와 경쟁했다. 후보자가 제시한 대표 공약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당선된 박강수의 5대 공약은 △전기료·온수 난방비 반값 지원 △난지도복합문화관광단지 조성 △마포 순환 ‘마포열차’설치 △75세 이상 어르신 무상급식 △임산부 지원 출산장려 ‘구립햇빛센터’ 건립 등이다.

재선 도전에 실패한 유동균은 △도시와 자연이 함께하는 문화관광도시, 마포 △지속 가능한 혁신성장도시, 마포 △사람 중심, 마포 △탄소제로 스마트안전도시, 마포 △내 삶의 든든한 울타리, 복지 마포 등을 제시했다.

조성주의 공약은 △누구나 안심하고 계속 사는 마포 ‘시민보장플랜’ △당신이 누구든 존엄합니다 ‘다양성플랜’ △마포는 이제 녹색입니다 ‘녹색전환경제’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마포 ‘노동플랜’ △정치만 바꾸면 됩니다 ‘정치혁신플랜’ 등으로 진보적 색채를 띠고 있다.


▲ 서울시 마포구의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 모델의 평가 결과[출처 = iNIS]


◇ 사회문화 공약 73% vs 경제공약 5%

8기에 당선된 박강수 구청장은 취임한 지 5개월 지났으나 홈페이지에 공개한 공약에 대한 세부사업이나 이행방법을 제시하지 않았다. 박 구청장은 후보시절 선거공보물에 4대 전략목표·18개 공약을 표기했다. 하지만 당선 후 △진솔한 공감 소통 마포(6) △언제나 함께 동행 마포(9) △모두의 행복 상생 마포(8) △설렘이 가득 매력 마포(9) △365일 든든 안전 마포(5) 등 5대 전략목표·37개 공약사업으로 확대했다.

국정연은 박 구청장이 홈페이지에 제시한 세부 공약 37개를 요소별로 다시 분류했다. 세부과제는 정치(8)·경제(2)·사회(15)·문화(12)·과학기술(0)로 구성됐다. 사회가 40.5%로 가장 많았으며 △문화 32.4% △정치 21.6% △경제 5.4% △과학기술 0% 순이었다. 요소별 주요 공약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치 공약은 △민원해결사 '현장구청장실' 운영 △지역별·민원별 상생위원회 설치 △일자리창출위원회 운영 활성화 △구청장 직속 장애인상생위원회 신설 △합법적이고 투명한 직능단체사무실 제공 △마포자원회수시설 주변 지역주민 지원 추진 등이다.

둘째, 경제 공약은 △청년창업지원센터 설립 △상암 롯데몰·랜드마크 신속 추진 지원 등 2건뿐이다.

셋째, 사회 공약은 △합정동 복합문화복지시설 건립 추진 △75세 이상 어르신 주민참여 효도밥상 △우리 동네 환경보안관 노인일자리 사업 △다봄하우스(노인공동생활시설) 설치 △임산부 지원 출산장려 구립 '햇빛센터' 건립 및 운영 △온수 난방비 절감을 위한 지역난방 보급 확대 추진 △마포순환열차버스 운영 등으로 다양하다.

넷째, 문화 공약은 △생활체육시설 연중무휴 개방 △어린이천문과학관 운영 △메타버스 영상 전자도서관·독서실 조성 △홍대 문화예술관광특구 활성화 △마포유수지 한류 K-POP 복합공연장 신속 추진 △당인리 문화공간 조성 추진 지원 등이다.

다섯째, 과학기술 공약은 하나도 없다. 

◇ 롯데몰·랜드마크 성공 가능성 매우 낮음

박 구청장의 공약을 국정연이 개발한 갑옷(ARMOR), 즉 달성 가능성(Achievable)·적절성(Relevant)·측정 가능성(Measurable)·운영성(Operational)·합리성(Rational) 지표를 적용해 평가했다. 간략한 내역과 개선방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달성 가능성은 50점 만점에 25점으로 평균 점수를 획득했다. 상암 롯데몰·랜드마크 신속 추진 지원은 롯데그룹이 2013년부터 추진했으나 9년째 방치된 프로젝트다. 2025년 운영한다고 발표했다가 2027년으로 연기됐다.

롯데는 2009년 130층 랜드마크를 건설하겠다고 야심차게 추진했으나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사업을 재추진 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오프라인 중심 유통사업 강자인 롯데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온라인이 확대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해 투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둘째, 적절성은 공약이 마포구의 다양한 여건에 적합한지 평가하는 지표이며 24점을 획득했다. 박 구청장이 추진하려는 청년창업지원센터 설립도 필요한지 의문이다. 마포구가 서강대와 협약을 맺어 마포비지니스센터, 1인창조기업·시니어기술창업센터 등을 운영 중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2018년 강남테헤란밸리·판교테크노밸리와 함께 혁신창업트라이앵글 지역으로 신촌(대학)·마포(창업공간)·여의도(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청년혁신창업삼각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중앙 정부뿐 아니라 서울시도 수없이 많은 창업공간을 설립했기 때문에 마포구가 새로운 센터를 건립하기보다 기존 센터의 효율적 운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옳다.

셋째, 측정 가능성은 공약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하며 20점을 받았다. 공약에 포함된 신속 추진·지원 추진과 같은 단어나 건립 및 운영도 명확하지 않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마포 자원회수시설 주변 지역 주민 지원은 지원사업의 종류·범위·예산 등이 명확해야 제대로 이행했는지 평가할 수 있다.

넷째, 운영성은 행정조직과 공무원이 공약을 실천할 역량과 조직체계를 구축·운영했는지 평가하는 지표로 18점을 획득했다. 일자리창출위원회 운영 활성화는 공무원과 선정된 위원이 지역에서 어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지가 성공의 관건이다. 구청 수준에서 운영하기 어려운 공약이다.

문화 공약 중 홍대 문화예술관광특구 활성화는 현재 자생적으로 잘 성장한 홍대문화거리에 공무원이 잘못된 행정을 펼쳐 망칠까 걱정된다. 강남구 로데오거리도 행정이 과도하게 개입하며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지역이 개발되며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이 발생해 상권이 쇠락한 대표적 사례다.

다섯째, 합리성은 공약이 주민자치를 실현하고 주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며 20점을 받았다. 75세 이상 어르신 주민참여 효도밥상은 예산 3억 원을 편성해 어르신에게 양질의 균형식단을 제공하겠다는 것이지만 노인인구에 비해 예산이 너무 적다.

종합적으로 박 구청장의 선거공약은 4년 동안 37개를 충실하게 이행해도 250점 만점에 106점으로 달성률은 42.4%에 불과하다. 완료 여부를 측정하기 어려운 모호한 공약을 다수 제시했지만 경제·과학기술 분야를 체계적으로 보완해야 4년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선거공약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협력해 개발한 모델이다. 5G는 오곡(五穀·다섯 가지 곡식), 밸리(Valley)는 계곡을 의미한다. 문명은 ‘오곡백과’가 풍성한 계곡에서 탄생해 발전했기 때문에 국가·지자체가 번성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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