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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해방 이후 미국식 경영기법을 받아들였던 우리나라 기업은 단기간에 급성장했지만 정경유착, 부정부패, 황제경영, 독단경영, 투명성 결여, 분식회계 등 다양한 문제를 잉태하고 있었다.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화를 부르짖었지만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큰 좌절을 경험했다.하지만 경영의 투명성, 합리적 의사결정, 상생의 기업문화(corporate culture) 등을 강조하는 서구식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진면목을 파악하지 못해 위기(crisis) 상황은 지속 중이다.▲ 내부통제시스템 붕괴 시에 대처하는 경영자의 선택 [출처=iNIS]◇ 군사독재가 공무원 사회를 적극 오염시켜... 12.3 비상계엄령 사태에 연루된 고위공직자 처신이 데자뷰필자는 1990년대 초부터 내부고발(whistle-blowing)에 대해 본격 연구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내부고발자를 '조직의 배신자'로 규정하는 분위기기 팽배했다.동료를 배반하고 조직을 팔아먹는 배신자라는 프레임은 내부고발자의 생존마저 위협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조차도 '끼리끼리' 문화를 강조하며 국민을 속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공무원은 1970년대까지 공적 마인드와 봉사정신으로 충만해 사회구성원으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하지만 1980년대 군사독재는 공무원 사회를 뇌물과 승진이라는 미끼로로 적극 오염시켰다.1990년대 세계화의 바람 속에서 정부가 제대로 된 대응책을 내지 못했던 것도 공무원이 무사안일과 책임회피라는 단어에 세뇌됐기 때문이다.공무원 조직은 1990년대 중반부터 거세게 분 정보화 바람에도 저항했다. 기업과 사회는 정보시스템을 도입해 투명성을 확보했음에도 정부조직은 바뀌지 않았다.5년마다 대통령이 바뀌고 혁신적인 변화를 끊임없이 주문해도 공조직은 철옹성처럼 버텼다. 지난 30여 년 동안 사회 경험에 비춰보면 공조직의 기업문화는 폐쇄적이고 전근적인 행태를 벗어나지 못했다.퇴직한 공무원을 환영하는 기업이나 단체는 거의 없다. 물론 정부 보조금을 받아내거나 관리감독을 벗어나기 위한 목적이라면 퇴직 공무원의 도움은 필요하다.그렇지만 퇴직 공무원과 창의적이거나 생산적인 업무를 추진하려는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수백대 혹은 수천대 1의 경쟁율을 뛰어넘어 공무원으로 임명된 우수 인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궁금하다.오랜 기간 동안 기업문화를 연구한 전문가의 입장에서 설득력 있는 추정은 공조직의 기업문화가 유능한 젊은이의 역량을 키워주지는 못할망정 파괴했을 것이라는 점이다.치열한 내부 토론을 통해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창안하고 서로 감시와 격려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조직 발전을 꾀했어야만 했지만 그러하지 못했다.최고 정책결정권자나 부처 장·차관의 눈치나 보면서 변화를 거부하는 기업문화에 젖어들면 위험하다. 감사원이나 금융감독원 등 감독기관마저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2024년 12월3일 발령된 비상계엄령 사태에서 보여준 고위 공직자의 처신을 보면 공직사회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이들 모두 자신의 출세와 자리보전을 위해 불법적인 명령에 따른 결과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엄중한 법적인 책임 외에도 도의적, 정치적 책임은 본인 뿐 아니라 가족에까지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토론과 건전한 비판을 수용해 합의 도출... 바람직한 기업문화 구축해야 위기상황 도래하지 않아어떤 기업이던 100퍼센트(%) 완벽하게 합법적이고 윤리적인 기준 내에서 기업활동을 영위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내부고발이 발생할 잠재성은 보유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기업문화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형성되지는 않지만 내부고발 사건 이후에 기업문화의 변화과정을 살펴보자. 경영자는 2가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물론 2가지를 다 선택하고 조치할 수도 있겠다.내부고발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다. 내부고발의 내용에 관해 경영개선 조치를 하게 된다. 경영진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특정 조직이나 구성원이 불(不)법적, 비(非)법적, 비(非)윤리적인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면 적발해 조치한다.경영진이 경영의 편의에 의해서 알고도 선택했거나 관행적으로 이뤄져왔던 기업활동이 불법적, 비법적,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내부고발이 발생하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특히 불법적인 행위일 경우에는 논쟁의 여지가 없지만 비법적 혹은 비윤리적인 행위일 경우에는 ‘구성원 간의 합의(consensus)’가 필요하다.경영진은 기업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결정도 직원의 입장에서 비법적 혹은 비윤리적이라고 판단하는 기업활동이 있다면 적극적인 공론화를 추진해야 한다.무조건 경영진의 의견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한 결정이었다고 주장하거나 옳다고 우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직원의 사회적인 위치나 교육 수준, 규범에 대한 인식의 차이 등으로 그동안 당연하게 인식하던 기업활동도 공격을 당할 수 있다.이런 경우에 경영진이나 팀의 리더는 가급적 시간을 갖고 토론하고 설득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직원의 문제 제기에 대해 회피하거나 무시하면 ‘문제를 인정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문제를 진지하게 접근해 직원의 인식이 잘못됐다면 이해시켜야 한다. 사회 구성원의 인식이나 윤리 수순이 달라져 경영진의 생각이 잘못됐다면 스스로 바궈야 한다.객관적으로 고려해도 ‘경영진의 사고방식’이 타당성을 가짐에도 직원이 계속 수용을 하지 않으면 당사자에게 기업을 떠나도록 요구하는 것이 적절하다.기업의 직원은 자기의 의사에 따라 입사했을 뿐 아니라 이직(離職)의 자유도 있다. 민간기업에서 강제적으로 법률에 의해 직원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직원의 입장에서도 자신과 가치관이 다른 기업에서 생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기업이나 공무원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또한 경영자의 입장에서도 기업의 ‘보편적인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직원을 유지하는 것은 조직화합과 시너지(Synergy)의 차원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문제를 긍정적으로 해결하려는 경영진의 의도를 직원이 인정하면 기업 내부는 플러스(+) 상승효과가 발생해 내부에 건전한 비판문화와 토론이 활성화된다.이런 분위기는 기업의 흥망을 좌우하는 조직 내∙외부의 요인에 대한 ‘사전징후포착능력’을 강화시켜줄 것이다. 위기대응 능력이 없는 기업은 하루아침에 망한다.오랜 시간에 걸쳐 수많은 요인에 의해 축적된 건전한 비판문화는 기업의 건전한 발전과 경쟁력 확보에 지대한 공헌을 하게 될 것이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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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대기업은 기업문화(corporate culture)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른바 '망하지 않는 100년 기업'이 되기 위한 묘안을 찾기 위한 목적이었다.우수한 기업에는 '성공 DNA'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 후 이를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당시 미국의 실리콘 밸리 선도 기업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됐다.기업문화 전문가들은 '기업문화는 오너로부터 출발한다'고 주장한다. 기업문화의 형성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국내 최고 기업집단인 삼성그룹을 분석했다.◇ 창업자의 경영이념이 녹아든 비전(vision)의 분석으로 기업문화 평가국내에서는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이 기업문화 변화에 대한 관심이 가장 컸다. 삼성그룹, LG그룹, 현대그룹, 롯데그룹 등은 상대적으로 기업문화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했다.섬성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가장 잘 극복한 대기업으로 꼽힌다. 실제 2000년대 이후 삼성은 라이벌인 현대 및 LG와 격차를 벌이며 최고 대기업으로 성장했다.기업문화는 기업의 비전(vision)으로 평가할 수 있고 경영이념은 비전에 녹아 있다. 따라서 삼성의 경영이념을 살펴보는 것이 삼성의 기업문화를 이해하는 첫걸음이 된다.경영이념은 기업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누구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경영이념은 창업자나 경영자의 신념, 철학이 포함돼 있다.기업의 경영전략을 수립하거나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 기업 구성원의 정신적 지주가 되고, 기업활동의 기본방침으로 작용하게 된다.삼성의 기업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의 경영목표와 후계자인 이건희 전 회장, 이재용 현 회장를 통한 변화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 삼성문화 4.0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표지 [출처=글로세움]◇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은 일본의 경영기법을 배워 진화시켜 삼성문화 창달삼성의 창업자 이병철 회장은 ‘사업보국(事業報國)’을 기업경영의 목표로 제시했다. 일본의 마츠시다전기산업(松下電器産業)의 ‘산업보국의 정신’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기업이 국가와 사회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존재 의미를 강조한 것이다.삼성의 창업자 이병철 회장이 사업을 시작한 1930년대 말은 일제 강점기이여서 정상적인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일본인과 일본 기업과의 거래는 필연적이었다.일본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갔을 만큼 일본식 경영기법이나 경영철학은 근대화를 경험하지 못한 조선의 상술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이병철 회장은 5·16 군사쿠데타가 일어난 날도 일본에 출장을 가 있을 정도로 일본 기업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 삼성에 적용했다.사업 초기뿐만 아니라 사망할 때까지 주기적으로 일본을 방문해 선진화된 일본 조직의 특성을 파악하고 경영기법을 배웠을 뿐만 아니라 기술과 자본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이병철 회장의 이런 마인드는 아들 이건희 회장에게도 그대로 이어져 삼성 기업문화 형성에 절대적으로 기여하게 된다.일본 특유의 조직관리 문화, 문어발식 사업 확장, 재무 중심의 기업경영, 집단주의 인사관리 등 일본식 경영기법은 삼성에 도입되어 훌륭한 성과를 냈다.삼성의 기업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기업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하는 이유다. 1970~90년대 중반까지 삼성의 경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일본의 경영기법이다.▲ 일본 기업의 조직특성과 삼성의 조직특성 비교 [출처= iNIS]일본 기업의 조직특성과 삼성의 조직특성을 비교하면 삼성이 일본의 조직특성을 받아 진화시킨 것을 알 수 있다.삼성문화가 일본 기업문화보다 우수한 점도 있다. 개인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조직을 중시하는 일본과 달리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시하는 것이 삼성의 기업문화다.구성원 간의 친밀한 단계를 넘어 구성원 간의 일체감을 중요시하고, 공동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유대감이 더 강한 단체로 목표를 달성한다.자율성을 보장하고 상대적으로 평등한 인간관계보다 상명하복과 연공서열을 우선시해 조직의 효율성을 극대화시켰다.권한이 주어지고 책임감을 강조하는 일본보다는 권한에 관계없이 책임을 중시한다. 형식적인 개방적 의사결정보다는 실질적인 폐쇄적 의사결정을 선호한다.삼성이 일본 기업의 조직특성을 모방했지만 문제점을 파악해 보완함으로써 삼성만의 조직특성을 만들었고 이것이 삼성의 기업문화로 정착됐다. ◇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라'라는 혁명적 구호로 삼성을 이끈 이건희 회장이병철 회장의 3남으로 계승자인 이건희 회장은 보수적인 아버지와 달리 도전적인 구호로 기업문화를 바꾸려고 노력했다.1993년 소위 말하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에서는 “변하는 것이 일류로 가는 기초다. 앞으로 5년이면 회장 취임 10년인데 10년 해서 안 된다면 내가 그만두겠다. 자기부터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주장했다.이후 삼성은 1997년 외한위기로 주춤하였지만, 의 호황을 타고 급격하게 성장하였다. 이 회장은 2011년 3월 ‘안기부 파일’로 촉발된 특검수사로 회장직을 사퇴한지 23개월 만에 경영에 복귀하면서 특유의 구호경영을 다시 시작했다.그는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달리는 말은 말발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뜻의 마불정제(馬不停蹄)를 제시해 한층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이건희 회장의 비전 제시는 상향식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직관력과 통찰력으로 만든 비전을 하향식으로 전달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국내외 전문가들은 한국 대기업의 성공요인 중 하나를 ‘오너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제시한다. 하지만 이는 ‘황제경영’, ‘독불장군형 경영’, ‘불도저형 경영’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이벙철 회장이나 이건희 회장처럼 오너의 뛰어난 역량이 대기업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단순조립공장으로 소품종 대량생산을 하던 국내 대기업의 사업체제에서는 군대식 조직운영이 효과적이었다.. 지휘관이 전 병력을 동원해 소위 말하는 ‘돌격 앞으로’라고 명령해 고지를 탈환하면 그만이다.특히 사업전망이 불투명하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에서는 무모하리만큼 일사분란한 힘의 결집이 필요했다. 포스코(POSCO)의 제철 사업, 삼성의 반도체 사업이 이런 유형에 해당된다. 포스코의 박태준 회장, 삼성의 이병철 회장이 군대식 리더십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삼성의 이건희 회장도 ‘올바른 비전’을 제시하고 모든 임직원의 힘을 한 방향으로 결집해 좋은 결과를 냈다고 볼 수 있다.반도체 사업을 시작하면서 인력확보와 자금의 집중적인 투입 외에도 세계 반도체 시장의 흐름을 꿰뚫어 보고 비전을 잘 제시했다.이건희 회장이 삼성의 목표를 제시하는 스타일을 보면 가히 '혁명가' 수준이지만 일부 전문가는 혁명적인 구호로 기업문화를 변혁시킬 수 없다고 주장한다.기업의 목표는 거창한 슬로건이 아니라 기업이 ‘가야 할 바른 길’을 제시하는 것으로 족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목표와 제대로 된 길만 제시하면 구성원의 토의를 통해 합의를 이룰 수 있다.자율적으로 합의된 목표가 구성원의 달성의지를 불태운다. 그렇다면 ‘제대로’와 ‘바른’의 개념 정의와 기준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 기준은 이건희 회장이나 삼성인의 시각이 아니라 삼성의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사회구성원의 관점에서 보편타당할 정도로 옳아야 한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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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이 후진적인 식품산업에 위치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혁신활동을 추진해 왔다. 다른 식품기업들이 시스템도입에 소극적이었지만, 농심은 2000년대 초반부터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 자원관리),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관리),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관계관리), BPM(Business Process Management,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 SNS(Social Network Service)솔루션 등을 단계적으로 도입했다.농심은 시스템이 업무효율성 개선에도 도움이 되지만 직원들의 능력개발 향상효과도 있다고 판단했다. 농심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다섯 번째 DNA인 시스템(System)을 경영도구(methodology)와 운영(operation)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실시간 기업구현을 목표로 다양한 IT시스템 도입1980년대부터 불기 시작한 자유무역기조와 1990년대 초반부터 미국에서 촉발된 IT혁명은 기업들의 경영전반에 충격을 줬다. 농심그룹은 실시간 기업(Real Time Enterprise, RTE)를 목표로 ISP(Information Strategy Planning, 정보화전략계획)를 통한 ERP, e-SCM, DW(Data Warehousing) 등 정보고도화 사업을 2004년부터 추진했다.RTE는 6시그마, JIT(Just in Time, 실시간 조달생산기법), ERP, BPM 등을 다양한 IT기술을 이용해 기업의 업무수행을 실시간으로 추진하는 경영기법을 말한다. RTE가 구축되면 자재조달과 운송, 제조, 보관, 소비자에게 전달 등의 전 과정의 경영정보가 공유되어 전 직원의 협업이 동시에 가능케 된다. 6시그마는 품질관리 운동으로 미국의 GE에서 성공적으로 정착된 경영개선 기법이다. 100만개의 제품 중 불량품이 6개 미만으로 관리한다는 것으로 GE의 잭 웰치 회장이 도입해 GE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웠다.또한 JIT는 일본의 제조기업들이 각종 생산부품이나 자재의 재고를 최대한으로 줄여 비용절감을 이룬 생산기법이다. 1980년대부터 일본의 제조기업들은 JIT를 도입해 극한의 제조원가 절감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들과 비용경쟁을 할 수 있었다. 특히 도요타자동차는 JIT를 도입해 자동차 선진국인 미국의 GM, 포드 등을 능가하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기업이 됐다. 농심도 기존에 구축된 SCM을 확장한 확장형 공급망관리, 즉 extended-SCM(이하 e-SCM)으로 확장형 실시간 기업 e-RTE구현을 추진했다. 기존의 SCM이 개별 계열사별로 단순한 자재수급현황을 관리하는 것에 그쳤지만, e-SCM은 업무상 연관된 모든 계열사에 동시에 통합적으로 구축되어 전체 생산현황과 재고수준에 따라 원자재 구매전략까지 수립할 수 있도록 한다.스프제조사인 태경농산, 라면봉지 제조회사인 율촌화학, 라면제조를 하는 ㈜농심 등을 연결해 주문, 배송, 보관, 하역 업무 등을 단일화했다. 시뮬레이션 기법을 도입해 창고와 배송업무를 분(分) 단위로 관리하고 있다. 영업현장관리시스템(SFA)도 개선해 영업사원들이 고객과의 접점에서 물류창고의 재고나 제품의 배송 현황까지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제조판매기업의 경쟁력을 제품의 품질에서도 나오지만, 영업사원들의 현장 대응력도 제품의 품질 못지 않게 중요하기 때문에 SFA에 대한 투자도 서둘렀던 것으로 보인다.그리고 ERP의 경우 율촌화학에 처음을 도입해 2005년부터 가동하기 시작했다. 율촌화학의 경우 ERP가 정상적으로 가동되면서 SEM(Strategic Enterprise Management, 전략적기업경영), SCM, CRM 등으로 시스템을 확장했다. 특히 SEM의 경우 글로벌 경영현황정보를 바탕으로 기업들이 중장기 경영전략을 수립하는데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다. ◇ 제안제도와 소통을 위한 도구 도입과 운영에 적극적으로 노력농심의 기업문화 중 장점으로 꼽히는 것은 도전정신인데, 다양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도전정신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농심은 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업경영에 반영하기 위해 1992년부터 제안제도를 도입했다.삼성그룹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들이 2000년대 초반이 되어서야 제안제도의 도입을 고려한 것과 비교하면 10년 정도 빨랐다. 도입 시기도 빨랐지만, 더 큰 차이점은 제도의 정착 수준이다. 대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의 제안제도를 모방해 앞다퉈 도입했지만 몇 년도 지나지 않아 유야무야 됐다. 현재 제안제도가 활성화된 대기업이나 공기업, 공조직은 거의 없다. 제안제도를 시스템화한 것이 KMS(Knowledge Management System, 지식경영시스템)인데, 2000년대 초반에 각종 조직이 도입에 열을 올렸지만 현재는 1일 1건의 제안도 올라오지 않는 기업이 KMS를 도입한 기업의 대부분이다. 일부 공기업이나 정부부처의 경우 도입 초기에 가치가 없는 지식이나 아이디어를 형식적으로 공유하다가 이제는 1년에 1건도 올리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과 비교하면 농심은 제안제도를 도입한 1992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25만 여건의 제안이 등록해 관리하고 있다. 제안 내용은 업무프로세스 개선, 원가절감, 품질개선, 영업활동 개선, 기술개발, 신제품 개발 등 경영활동 전반에 걸쳐 있다.농심의 제안제도가 다른 대기업과 같이 사장되지 않고 활성화될 수 있었던 것은 운영(operation) 노하우 때문이다. 제출된 아이디어는 관련 부서에서 검토해 의견을 제안자에게 피드백하고, 실현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즉시 현장에 적용한다. 연말에는 각 부서에서 실행한 성과를 종합해 보상을 한다. 2011년부터 농심은 직원들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용 SNS솔루션을 도입했다. 본사 차원에서 제품판매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슈를 실시간으로 취합해 경영전략에 반영하기 위한 목적이다.SNS를 단순히 직원간의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아니라 아이디어 제안, 고객불만사항 해소 등 업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장에서 수집한 경쟁사의 판촉활동 정보, 시장현황 정보 등을 관련 직원들이 공유하고 있다.SNS를 활용할 경우 경영진도 기업의 경영전략이나 임직원 활동 가이드라인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전파할 수 있다. 사내에서 이슈가 되는 안건을 SNS에 올려 집단지성을 활용해 해결 솔루션(solution)을 찾고 있다.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SNS을 도입해도 이를 잘 활용하도록 조직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1대 1, 1대 다 등의 각종 회의를 SNS에서 하도록 해 직원들이 기본적인 의사소통 외에 업무도 SNS로 해야 한다는 인식을 하게 만들었다.일반 직원뿐만 아니라 모바일 디바이스나 IT기술에 문외한인 임원들이 SNS를 활발하게 사용함으로써 직원들의 동참의지를 고양시켰다. 2008년부터 국내 많은 대기업들이 시스템을 활용한 시스템경영(System Management)을 주창하고 강조했지만 실질적으로 정착시킨 기업이 거의 없지만 농심은 가장 근접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시스템경영의 핵심은 시스템의 운영에 있다. 기업의 경영진들이 외형적으로 보이는 시스템도입에는 높은 관심을 표명하지만, 정작 운영에는 무관심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도입한 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되는 사례가 많다.농심은 경영진들이 솔선수범해 시스템운영노력을 기울인 결과 시스템활용도를 높일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2008년 농심의 핵심제품 중 하나인 새우깡에서 ‘쥐머리’가 나온 ‘쥐우깡’사태를 해결하게 위해 도입한 6시그마도 시스템경영을 한 단계 도약시켰다. 일각에서는 손욱 회장을 영입해 과감하게 추진한 6시그마 운동이 엄청난 예산만 투입하고 효과는 미미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세계적인 식품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품질관리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전직원의 머리에 각인시킨 것만으로도 투자비를 모두 회수했다고 볼 수 있다.6시그마 운동도 많은 기업이 추진했지만 실질적으로 효과를 본 기업은 많지 않다. 제도보다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농심의 기업문화 저변에 깔려 있었기 때문에 시스템의 운영노하우도 축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농심이 시스템에 대한 운영노하우를 바탕으로 진정한 시스템경영을 완성할 때 농심은 글로벌 식품기업이 될 수 있다. 한층 더 노력해 시스템경영을 완성하기를 바라는 이유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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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는 삼성에서 분가하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독특한 기업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실제 상당한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금까지 진단한 CJ의 기업문화를 5-DNA 10-Element 성취도, 위험의 관리전략, 혁신전략의 관점에서 정리해 보도록 하자. ◇ 5-DNA 10-Element 성취도 분석▲ 그림 2-1. 5-DNA 10-Element 분석[그림 2-1]과 같이 CJ의 기업문화를 SWEAT Model의 5-DNA 10-Element의 관점에서 보면 사업(business), 성과(performance), 조직(organization) 부문에서는 중간 점수를, 비전(vision)과 시스템(system) 부문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사업은 제품(product)구성은 훌륭하나 시장(market)에 대한 마케팅전략이나 시장다변화 등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조직도 일(job)에 대한 정의가 없지만 사람(people)에 대한 투자의지, 인재중시 철학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비전과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기업의 목표(goal)가 불분명하고, 사회적 책임(responsibility)에 대한 외부적 활동도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비전은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그리고 선진화된 경영기법(methodology)의 도입이나 자사의 실정에 적합한 기업도구의 최적화에 대한 노력은 하고 있지만 구축이나 운영(operation)수준은 낮다고 볼 수 있다. CJ의 해명을 그대로 믿는다고 해도 최근 터진 관세포탈사건은 후진적인 시스템에서만 가능한 일이다.전체적으로 CJ도 SK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기업 수준에는 미달하지만 국내 대기업의 평균 수준 정도로 기업문화 혁신점수를 줄 수 있다. 어떤 영역도 글로벌 기업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구체적인 문제점과 개선점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지표(indicator)로 구성된 도구로 개별 영역을 측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 칼럼이 전반적인 수준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상세한 논의를 생략한다.◇ 기업문화 위험의 관리전략▲ 그림 2-2. 기업문화 위험의 관리기업문화 위험의 관리는 개별 DNA의 유기적인 조화도, 기업경영전략상의 중요도에 따라 표시할 수 있다. [그림 2-2]에서 원의 크기는 기업이 개선의 필요성을 느껴야 하는 체감도를 의미한다.기업문화관리 차원에서 보면 무시할 수 있는 위험은 성과뿐이고, 조직과 사업은 관리 가능한 위험에 포함된다. 비전과 시스템은 받아들이기 어려움 위험, 즉 개선이 시급한 DNA에 해당된다. 또한 조직, 사업, 성과보다는 비전과 시스템을 우선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CJ는 미래산업이라 불리는 유통과 엔터테인먼트 등 서비스사업으로 방향을 잡은 점, 다른 기업에 비해 기혼을 포함한 여성인력 활용정책, 외부 환경변화에 순응하면서 적정한 이익을 창출하는 것은 높게 평가할 수 있다.CJ 기업문화의 과제는 비전에서 기업의 정체성에 맞는 목표의 수립과 사회적 책임의 이행, 시스템에서 경영도구의 최적화 등이다. 일반적인 개념의 시혜적 차원의 사회적 책임보다는 협력업체, 소비자에 대한 합리적인 대우를 고민해야 한다. ◇ CJ가 채용하고 있는 혁신전략▲ 그림 2-3. SWEAT Model로 분석한 CJ 기업문화독창적인 기업문화 혁신모델인 SWEAT Model로 분석하면 CJ의 기업혁신방법은 서비스기업이 채용하는 ‘역(逆) E-Type Model’을 채용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진행 중이다.SK가 비전에서 사업, 성과로 이어지는‘S-Type Model’을 채택하는 것과 반대로 비전에서 조직, 성과로 향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식품가공의 기존사업과 유통, 엔터테인먼트 등 새로운 주력사업이 어떤 자원보다 사람을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선택이라고 본다. CJ의 ‘역(逆) E-Type Model’은 경영진이 기업문화의 형성과 변화를 의도했다고 보기보다는 업(business)의 특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이되는 과정을 거쳤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왜냐하면 현재까지 CJ의 기업문화를 보면 경영진이나 오너가 주도하고 있다는 징후를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강력한 리더십의 부재, 조직 내부의 권위체계나 일관된 경영전략의 미확립 때문이라고 본다. 여러 경로를 통해 CJ직원과 면담하고 사업적 체험을 한 결과 직원들은 아직도 도전과 창의의 내면적인 변화를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단지 관리에 매몰되어 있는 삼성직원과는 달리 좀더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가지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여전히 관리문화에 기반하고 있다. CJ의 직원을 다른 유통, 엔터테인먼트 경쟁기업과 비교해 보면 지식적인 측면이나 일에 대한 태도가 탁월하기보다는 비슷한 수준이다. CJ의 성과는 다분히 내부혁신과 역량강화보다는 외부적 환경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한 사업 때문 이라고 봐야 한다. 기업문화 혁신이 완성된 형태가 아니고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봐야 한다. CJ가 글로벌 선도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SWEAT Model에서 제시하고 있는 완전한 형태의‘역 E-Type Model’의 기업문화로의 혁신이 필요하다. 사업혁신도 현재와 같은 정체성 없는 업종의 확장이 아니라 가치사슬(value chain)상의 새로운 프로세스(process)를 추가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이를 강화시킬 수 있는 시장다각화를 해야 한다. 그리고 위에서 제시한 과제이행과 보완에 역점을 둬야 한다.현재 미완인 기업문화혁신의 결과에 따라 CJ의 미래가 달렸다고 본다. 앞으로 이재현 회장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 CJ를 이끌어 나가는지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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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의 기업문화를 평가하면 비전(vision)과 마찬가지로 취약한 DNA가 시스템(system)이다. 시스템은 단순히 ‘업무를 정보화한 IT(information technology)체제’로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모든 경영도구(methodology)와 운영(operation)을 말한다.CJ는 삼성의 관리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어 삼성이 하고 있는 경영도구를 도입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했다. CJ는 삼성의 시스템을 무조건 복사(copy)하는 것이 아니라 선진화되고 검증된 시스템을 CJ업무에 최적화하여 구축하기 위해 CJ시스템즈라는 IT계열사를 만들었다. CJ시스템즈가 이런 역할을 수행하기는 했지만 평가는 엇갈린다. CJ의 시스템을 경영도구와 운영 관점에서 진단해 보자.◇ 사이버토론방과 같은 열린 시스템으로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어떤 기업이나 도입하는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자원관리),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관계관리),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관리), KMS(Knowledge Management System, 지식관리시스템) 등의 IT 시스템은 일관화된 패키지로 되어 있고, 독창성을 찾을 수 없어 비교하기 어렵다. 따라서 CJ가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시스템인 사이버 토론방에 대해 평가해 보자.한국은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불문하고 억압적이고 군대식 위계질서가 존재해 커뮤니케이션도 상의하달(top-down)이 일상적이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은 구호에 불과하다.직급제도를 폐지한다고 연공서열에 길들여진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자유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것은 더욱 아니다. 아마도 이런 고민 때문에 오프라인이 아니라 온라인 상의 사이버 토론방을 활성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소위 말하는 24시간 365일 직원 누구에게나 ‘열린 시스템’으로 사이버 토론방을 개설한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기 위해 무기명으로 의견을 개진하도록 하고 다양한 주제, 익명성까지 보장했다.결과적으로 격의 없는 토론문화를 창출했고, 자체적인 평가는 성공적이다. 다양한 의견이 올라오고 조직 내부활력이 생겼다고 한다.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기 위해 ‘싱글’이라는 자체 토론방을 갖추고 있는 삼성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 토론의 주제가 제한되어 있고, 민감한 의견은 관리자에 의해 삭제되기 때문이다. 오너에 대한 의견, 노조문제,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 공정위 조사방해 등과 같은 주제는 자유로운 토론의 대상이 아니다.삼성이 익명성을 보장하지 않고, 부정적인 의견을 올린 직원을 인사조치 해 창의적 사고를 유도할 내부갈등을 원천봉쇄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CJ의 사이버토론방도 분명 제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기업과는 달리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점만은 차별성으로 볼 수 있다. 인터넷 세상이 통제와 감시가 없기 때문에 활성화되고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CJ의 사이버토론방이 아직 미흡만 부문이 있겠지만 수정∙보완하면 기업 내부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된다.◇ 정보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기업의 신뢰다20여 년 전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면서 은행에 다니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친구의 얘기는 매일 일과를 마감하고 정산을 하는데, 10원만 틀려도 퇴근을 하지 못하고 밤새도록 정산을 다시 한다는 것이다. 그냥 누가 10원을 내고 빨리 퇴근하면 되지 않느냐는 핀잔에 금융업이라는 것이 1원의 100분의 1인 1전(錢) 단위까지 틀려서는 안되고, 신뢰를 먹고 사는 업(業)이라는 말을 듣고 존경심이 우러났다.정보시스템은 20여 년 전의 금융업이 전 단위까지 계산하는 차원을 넘어 100만분의 1단위까지 정확하게 맞아야 한다. 그런데 최근 CJ의 시스템에 대한 신뢰성에 타격을 가한 사건이 터졌다. CJ 제일제당이 2011년 삼겹살 가격이 급등할 때 무관세로 수입해 판매하고 남은 분량이 25%임에도 불구하고 10%이하로 신고해 2012년 수입분에 대해 할당관세 50억 원을 탈세한 혐의로 서울세관에 의해 고발당했다. CJ측은 불량품이라 반품하려고 저장해 둔 것이라고 하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현재 중소기업을 포함해 대부분의 기업은 ERP라고 하는 기본 업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CJ도 마찬가지이다. 원자재 구입, 창고보관, 가공, 판매, 재고관리 등 모든 업무가 ERP로 통제되고 관리된다.창고의 재고관리도 과거 수작업으로 할 때는 선입선출(first-in first-out)의 변명이 통용되었지만 현재는 바코드(barcode)나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Tag로 최저 포장단위까지 관리하기 때문에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특히 CJ는 유통∙물류기업으로서 지식경제부의 지원을 받아 최고 선진화된 관련 시스템을 개발∙운용하고 있다. 2000년대 초 기업들이 ERP를 도입할 때 가장 큰 고민은 이중장부의 관리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기업들이 분식회계뿐만 아니라 이중장부를 사용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나는 내부용, 다른 하나는 세무서 신고나 외부 발표용이다. 이중장부는 매출과 이익의 조작을 가능케 해 탈세나 주가관리에 도움이 된다. CJ가 ERP가 구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고관리, 무관세 제품과 일반제품을 구분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ERP, 창고관리, 유통물류시스템이 정교하게 구축되지 않았거나, 제대로 구축되었지만 관리수준이 낮기 때문일 수 있다. 또한 근본적으로 업무처리 시스템에 실적 집계와 계산이 오류가 있다고 볼 수 있다.어떤 경우가 문제라고 해도 CJ가 발표하는 매출, 이익 등에 관련된 수치에 신뢰성을 부여하기 어렵다. 비상장사라면 세무당국과의 문제이고, 상장회사라면 세무당국뿐만 아니라 채권자, 주주까지 이해관계가 얽힌다.잠재적 오류가 존재하는 수치에 따라 주식가격과 채권할인율이 정해진다면 이해관계자에게 심각한 위협이 된다. CJ의 경영진이 자본주의 시장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라고 인식해 대처하지 않으면 시장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 검증된 경영기법은 경영도구 도입과 운영효율부터CJ가 삼겹살 재고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시스템의 구축수준이 낮아서였다면 검증된 경영도구를 도입하지 못한 것이다. CJ가 나름대로 검증된 삼성의 경영도구를 도입하려고 시도하였던 것은 훌륭한 선택이다.삼성에서 도입한 시스템이라면 묻지도 않고 무조건 OK라고 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삼성의 직원 수준과 CJ 직원의 수준이 다르고, 업무의 속성도 차이가 존재하면서 실제 경영도구의 도입효과가 다르게 된 것이라고 본다.과거 10여 년 전 CJ가 사업다각화를 하고 조직을 정비하면서 다양한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던 시절이 생각난다. 삼성이 도입했다고 하는 시스템의 판매하거나 구축하는 회사를 불러 프리젠테이션을 요구했다.시스템이 마음에 들기는 하는데, 예산이 적고, 업무가 다른데 기대효과가 나겠느냐 질문이 많았다. 하지만 현재의 결과로 본다면 문제는 예산이 아니라 기업문화의 차이와 직원의 업무수준이었던 셈이다.CJ가 가진 강점 중 하나는 삼성과 마찬가지로 주어진 여건 하에서 운영의 최적화를 달성했다는 점이다. 같은 기계라도 고장 없이 잘 돌리고, 동일한 수준의 직원이라도 더 열심히 일하게 하는 것이 운영효율이다.CJ의 사업구성이나 마케팅전략이 경쟁기업과 차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내고 성장을 하고 있다는 점은 운영혁신을 빼고 설명하기 어렵다. 관리에서 기반한 원가절감이나 프로세스관리가 낭비의 요인을 없애고 실수를 최소화하여 경쟁력을 확보하게 만들었다. 이런 점에서 CJ의 기존 사업은 도전과 창의보다는 관리문화가 더 어울린다. 운영혁신을 내부 업무절차의 체계적인 감시와 감독의 결정판이라는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CJ 성장의 디딤돌이 되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인력운영 효율성은 인사제도에 대한 신뢰에서 출발한다. 취업포탈 인쿠르트가 2012년 7월 3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생각하는 자사 인사제도의 문제점은 ‘진급대상 선정이나 기준이 모호하다’가 60%로 가장 높았고, ‘진급 자체를 잘 시켜 주지 않는다’가 10% 순이었다.CJ의 인사시스템도 현재의 사업구조와 외부환경의 변화에 따라 유사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기업의 성장이 정체되고, 경제가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아무리 합리적인 인사제도를 개발한다고 해도 제도에 대한 불만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외부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전략은 ‘Deep change or Slow death’이다. 이 용어는 미국의 경제학자인 E.Quinn이 주장한 것으로 ‘근원적 변화가 아니면 점진적 죽음만이 존재한다’는 의미다.기업이 변화의 역량이 남아 있을 때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효과가 있다. 적절한 타이밍(timing)을 놓쳐 반응적 대응을 할 경우 효과가 미지수이며, 시기를 놓쳐 위기상황에서 대응을 할 경우 성공확률이 낮아진다. CJ도 외부환경의 변화에 따라 사업의 본질과 직원의 본원적 경쟁력에 대해 선제적 대응을 해야 할 때이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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