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1
" 신동빈"으로 검색하여,
10 건의 기사가 검색 되었습니다.
-
한민족 5000년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이 누구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할 수 있지만 해외에서 인지도를 보면 고구려의 고선지, 통일교의 문선명, 롯데그룹의 신격호가 대표적이다. 고선지는 당나라 장수로 서역을 정벌했고 문선명은 통일교로 해외선교를 활발하게 펼쳤다.2020년 98세 일기로 사망한 신격호는 일본에서 대성공을 거둔 후 박정희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한국에 돌아와 유통업을 주력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신격호는 마지막까지 경영권을 놓지 않고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하며 후계자를 지정하지 않았다.2015년부터 신격호의 장남 신동주는 동생인 신동빈과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두고 치열하게 다퉜다. 2017년까지 진행된 극한의 충돌 끝에 신동빈이 승리하면서 이른바 롯데판 ‘왕자의 난’은 수습됐다. 결국 2020년 신격호 회장이 신동빈을 후계자로 지정한다는 내용의 유언장까지 발견됐다.신동빈 회장의 지휘한 롯데그룹은 123층 규모의 잠실 롯데타워까지 완공하고 적극적 인수합병(M&A)으로 거침없이 성장하다 코로나19 대유행과 온라인 쇼핑몰의 확장으로 경영상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동주가 촉발한 내부고발의 진행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신동주의 내부고발 진행 내역 [출처=국가정보전략연구소(iNIS)] ◇ 내부 자료 제출에도 혐의 없음으로 결론2016년 6월 검찰은 롯데가 해외사업을 벌이면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갖고 대규모 수사단을 꾸렸다. 세월호 사건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박근혜 정부가 재벌 길들이기를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해당 수사는 호화 군단으로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성과는 미진했다.검찰이 증거를 찾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을 때 동생인 신 회장과 후계자 자리를 두고 다투던 신동주는 2016년 9월30일 신 회장과 롯데 주요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했다.롯데가 2013년 5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중국에서 인수한 타임즈, 럭키파이 등의 영업권 손상차손 3700억 원을 누락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했다는 혐의다.롯데쇼핑은 2014년 약 1500억 원, 2015년 4574억 원 등 6169억 원을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회계장부에 반영했다고 반박했다. 2016년 2월 중국 영업권 가치를 재산정해 3461억 원을 당기순손실로 처리했다는 주장이다.신동주는 신 회장이 소매업뿐만 아니라 부동산 개발에서 발생한 손실도 숨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동주는 2015년 10월 롯데쇼핑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후 회계장부를 열람했다. 2016년 1월 호텔롯데과 관련된 회계자료도 확보했다. 나름 내부고발을 위한 자료를 충분하게 획득한 셈이다.검찰은 신동주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획득한 내부정보를 고발했을 것으로 판단해 사실 확인에 착수했다. 신동주는 외형적으로 고발장만 접수했지만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수집한 자료를 비공식적으로 검찰에 넘겼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이 몇 개월간 회계장부를 뒤적인 결과는 초라했다. 해당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다.신동주의 내부고발과는 별개로 신격호 일가와 경영진 일부는 다른 불법행위로 기소돼 처벌을 받았다. 신 회장 뿐만 아니라 신동주도 검찰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신동주는 2005~2015년 그룹 계열사 여러 곳에 등기이사로 등재만 해놓고 일을 하지 않은 채 급여 391억 원을 받았다. 이러한 행위도 불법이다.형제 간의 분쟁은 다양한 기관에 소속된 법률가 뿐 아니라 컨설팅업체에게도 좋은 먹이감이었다. 신동주는 신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면서 민유성 나무코프 회장으로부터 다양한 자문을 받았다. 민 회장은 신동주로부터 컨설팅비의 일부를 받지 못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민사소송 과정에서 민 회장이 법률자문을 제공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변호사 자격증이 없는 사람은 법률자문을 하지 못하게 돼 있다. 결과적으로 12월 현재 민 회장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 정의감·조직 설득·증거가 내부고발 성공 요건신동주가 전문가의 조언을 받고 내부고발을 단행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내부고발의 내용을 입증할 증거자료가 충분하게 없었기 때문이다. 신동주가 촉발한 내부고발 사건의 교훈은 다음과 같다.우선 내부고발은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조직의 발전을 위한다는 정의감을 기반으로 진행돼야 한다. 신동주는 롯데의 장기적 발전이 아니라 후계자 경쟁에서 신 회장을 꺾기 위해 내부고발을 결정했다. 민 회장과 체결한 이른바 ‘프로젝트L’의 내용이 이를 증명한다.프로젝트L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취득 방해, 호텔롯데 상장 무산, 국적 논란 프레임 만들기, 검찰 자료 제공을 통한 신동빈 회장 구속” 등을 목표로 추진됐다.4가지 목표 중 국적 논란 프레임 만들기와 검찰 자료 제공을 통한 신 회장 구속을 제외한 2가지는 롯데의 존립 기반 자체를 붕괴시키는 것이다.다음으로 내부고발을 진행하기 전에 조직계통상의 설득 과정을 거쳐야 내부고발자가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신동주는 롯데쇼핑 관련 자료를 공식적으로 받고 이사회·감사 등 내부통제시스템을 거치면서 불법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최대한 기울였어야 했다.국가정보전략연구소는 공·사조직을 대상으로 내부고발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조언한다. 내부통제시스템은 4단계로 구성돼 있으며 1~2단계가 내부에서 해결하는 절차다.신동주가 부회장이라는 직위를 가졌기 때문에 회장은 1단계, 감사실은 2단계의 필터(filter)에 해당된다. 외형적으로 드러난 결과로만 보면 신동주는 1~2단계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마지막으로 내부고발은 의심 정황보다는 명확한 증거를 기반으로 추진해야 한다. 신동주가 롯데쇼핑에게 각종 회계자료를 요청했을 때 회계책임자가 불법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라면 쉽게 제공했을 가능성이 낮다. 신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당사자에게 불법자료를 내어줄 어리석은 경영진은 없다.검찰이 회계자료만으로 불법행위를 확인해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수사기관의 수사의지에 따라 수사결과가 정반대로 달라지는 사례도 종종 있다.수사결과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과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원의 판결도 마찬가지다. 내부고발자가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각종 이해관계자에 의해 역공을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으므로 주의가 요망된다. - 계속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iNIS]*칼럼 내용 문의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
롯데쇼핑(주)은 일본에서 사업기반을 닦은 신격호 회장에 의해 1970년 7월 2일 설립된 협우실업(주)를 모체로 하고 있으며, 1979년 11월 15일 롯데쇼핑으로 이름을 바꿨다.1970년 12월 지금의 롯데백화점 본점인 롯데쇼핑센터를 개점했으며 1988년 잠실점을 개점했다. 현재 롯데쇼핑은 크게 백화점 사업부문, 할인점 사업부문, 금융 사업부문, 전자제품전문점 사업부문 등으로 나눠져 있으며 연결대상회사는 국내 19개, 해외 34개로 총 53개다.주요 사업으로는 백화점, 할인점, 영화관 운영인데 3대 사업 모두 국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 백화점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내수 경기침체 속에서 전국 네트워크를 구축한 롯데, 현대, 신세계 빅3메이저 백화점과 마이너 백화점 간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2014년 글로벌 포춘 500대 기업 중 464위, 한국기업 중 16위를 차지한 롯데쇼핑의 기업개요는 표 1과 같다.▲ 롯데쇼핑의 개요 [출처=iNIS]◇ 신세계와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사업 외부환경은 부정적최근 들어 재계 순위 5위인 롯데그룹 전체가 위기상황에 있다. 이 위기는 작년부터 시작돼 해결될 기미가 전혀 보이고 있는데 그룹의 주력회사인 롯데홈쇼핑의 경영진이 연루된 납품비리 사건의 충격파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지난해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대기업인 갑의 횡포로 비쳐 무리한 추진으로 안전성 논란에 휩 쌓인 2 롯데월드와 더불어 롯데그룹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이처럼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롯데쇼핑의 경영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부문별 특징, 경쟁력,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등을 살펴봤다.첫째, 롯데쇼핑의 주요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롯데쇼핑은 현재 백화점 31점, 아울렛 10개 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아울렛 사업, 복합쇼핑몰 사업, 카테고리킬러(특화할인점) 등 새로운 형태의 사업들을 추진 중이다.해외에서는 2007년 러시아 모스크바점 오픈을 시작으로, 2008년 8월 베이징에 중국 1호점을 열어 해외시장 개척의 발판을 마련했다. 2011년 6월 톈진 동마로점을 비롯해 2012년 9월에는 톈진 문화중심점을 오픈했다.2013년에는 4월 웨이하이점과 6월 자카르타 롯데쇼핑 에비뉴, 8월 청두 환구중심점을 오픈하는 등 신규부지개발, 위수탁경영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 중에 있다.최근 롯데쇼핑은 동종업계 라이벌인 신세계와 치열한 입점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신수종 사업으로 떠 오른 아웃렛 시장은 신세계와 격돌하는 유통업계 최대 격전지다.시장 포화와 정부 규제로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신규 출점이 가로막히면서 아웃렛만 성장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사가 어디에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 인접한 곳에 바로 부지를 매입해 맞불을 놓는 식이다.동부산, 수원, 인천, 의정부 등 전국 각 지역에서 백화점, 복합쇼핑몰, 편의점사업 부분에서 지역과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전투를 벌이고 있다.▲ 롯데쇼핑의 주요지표 [출처=iNIS]둘째, 롯데쇼핑의 2013년 실적은 2012년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증가했으나 순이익은 크게 감소한 것이 특징이다. 매출은 표2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13년 28조212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약 12.7% 증가했다.영업이익도 2013년 1조 485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다소 증가했다. 순이익은 2012년에 이어 2013년에 크게 감소해 8810억원으로, 전년대비 약 23.9% 감소했다.유통시장은 올해 하반기에도 전반적 소비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인 저성장에 대한 우려 지속으로 소비가 합리적, 보수적으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특히 최근 발표한 올해 롯데쇼핑의 2분기 연결 매출액은 전년 수준인 7조2000억원에 영업이익은 10.2% 감소한 3720억원으로 1분기에 이어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아울렛, 롯데홈쇼핑, 롯데카드 영업은 상대적으로 순조롭게 나아가고 있으나 해외 백화점 및 마트, 국내 마트, 편의점 등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2014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과 비슷해 작년에 이어 실적 부진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하고 있다.셋째, 롯데쇼핑의 경쟁력으로 활발한 국제합작투자, SPA사업의 개요 설정을 비롯해 선진 의류기업의 글로벌마케팅 및 현지화 전략을 들 수 있다.그 대표적 예로 롯데쇼핑은 패스트리테일링과 합작 투자해 한국 유니클로를 만들었다. 일본의 캐주얼의류 브랜드 유니클로(Uniqlo)는 가격대가 낮으면서도 품질이 높을뿐만 아니라 베이직한 디자인을 특징으로 하는 세계적인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브랜드다.롯데쇼핑은 패션사업 강화를 위해 유니클로 브랜드를 보유한 패스트리테일링(Fast Retailing)과 접촉을 진행했다. 당시 패스트리테일링도 이에 호응해 합작협상에 들어갔으나 양측은 각 사의 지분비율 및 백화점 입점 수수료 등에 대한 이견으로 난항을 겪었다. 그러나 결국 2004년 합작법인인 패스트리테일링 코리아를 설립했다.패스트리테일링 코리아는 대형매장의 이점을 이용하는 판매전략, 과감한 할인정책 등 유니클로의 글로벌전략을 그대로 살리면서 일부 현지화도 추진하는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 전략을 선택했다.여기에 롯데쇼핑의 조직적인 유통망 이용과 한국시장에 빠른 적응해 유니클로는 단기간 내에 급속한 성장을 이뤘다. 불황기에 오히려 급성장했다. 한일 양국의 두 기업이 서로의 장점을 잘 활용해 국제합작을 성공하게 한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 유동성 문제와 경기침체 장기화 등으로 그동안 인수한 사업 토해내야 할 가능성 높아롯데쇼핑은 급격한 확장을 위해 차입을 무리하게 늘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주력 시장인 국내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중국과 베트남에서도 사업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차입금을 상환하기에 벅차다.지난 6월 롯데쇼핑은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건물과 토지를 KB자산운용에 6017억원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 일산점과 상인점, 롯데마트 부평점·구미점·고양점·당진점·평택점 등 총 7곳이 처분대상인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처분하는 것이다.당초 롯데쇼핑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올해 초에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 18개 점포를 부동산투자신탁에 매각할 계획이었다.1조 원대에 육박하는 해외 전환사채(CB) 조기상환의 영향이 계속되고 있는데 최근 롯데쇼핑은 회사채, 기업어음, 보유자금을 활용해 우선 급한 대로 해외 CB 풋 옵션 행사에 대응하고 있다.그러나 단기차입금 급증에 따른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 1조원대인 기업어음으로 인해 근본적으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단기조달 특유의 상환 리스크만 증가하게 되는데 롯데쇼핑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6300억 원 규모의 부동산 유동화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롯데쇼핑은 과도한 차입금에 대해 국내외 신용평가사로부터 경고를 받고 있다. 올해 초 2월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강등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롯데쇼핑은 현재 추진 중인 부동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 확보와 재무 레버리지 축소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의 운용리스의 경우 부채의 성격이 강해 기대만큼의 효과를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그뿐만 아니라 유통업체의 고질적인 병폐인 이른바 ‘갑질’문제가 올해 들어 다시 드러났다. 특히 롯데홈쇼핑의 전직 대표이사는 재직시절인 지난 2008년 5월부터 2010년 7월까지 회사 임직원들과 공모해 인테리어 공사비를 과다지급해 돌려받는 수법으로 회사 자금 3억200여만 원을 빼돌린 혐의 등을 받고 구속됐다.롯데그룹의 핵심 유통 조직인 롯데홈쇼핑에서 창사 이래로 최대의 비리사건이 터진 것이다. 이에 롯데홈쇼핑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고, 신동빈 부회장이 모든 사업장에 대한 비리감사를 직접 지시했지만 롯데그룹 전체의 평판 리스크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롯데쇼핑이 유동성 위기를 조기에 진화하지 못하면 하반기부터 그동안 무리하게 인수한 각종 자산과 사업을 재매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사건여파로 국내 소매시장의 침체가 살아나지 않는 것도 유통공룡인 롯데쇼핑으로서는 부담이다. 최근 서울시는 롯데쇼핑이 추진 중인 잠실 제 2 롯데월드의 조기개장을 허가하지 않았고, 9월 개장도 불투명한 실정이다.내수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롯데쇼핑의 목소리도 커지만, 석촌호수 누수현상, 인근지역에서 발생하는 싱크홀현상, 교통혼잡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미흡 등으로 롯데쇼핑의 조기개장 요구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거침없는 확장으로 성장하던 롯데쇼핑에게 올해 하반기는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은 틀림없다.
-
일본에서 개발된 라면이 한국에 소개된 이후 지난 수십 년 동안 라면은 고리타분한 밥 대신에 먹을 수 있는 별미식품이었다. 일부 사람에게 별미였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라면은 밥 대신 주식이었고, 가난의 상징이었다.1986년 개최된 ‘86 서울 아시안게임’의 육상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여자 선수가 라면을 먹으며 훈련을 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이제 글로벌 스타 가수반열에 오른 싸이도 라면광고를 찍었다. 라면광고가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면서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사회에 웃음과 울음을 동시에 줬다. 그 중심에 농심이 있다. ◇ 형님먼저, 아우먼저라는 광고와 달리 치열한 사업다툼최소한 40대를 넘어선 세대라면 라면을 만드는 농심이라는 기업 이름은 모를 수 있지만, ‘형님 먼저, 아우먼저’라는 광고를 기억한다. 전래동화에서 유래한 이 광고는 농사를 짓는 형제가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불구하고 먼저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내용에 기반하고 있다.형은 동생이 살림에 기반을 닦으려면 자신보다 돈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해 아무도 모르는 밤에 몰래 자신의 몫으로 수확한 벼를 동생의 몫으로 옮겨두고, 반대로 동생은 가족이 많은 형이 더 돈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해 형 몰래 자신의 벼를 형의 노적가리에 옮긴다. 형제는 서로 몰래 선행을 베풀다가 마주쳐 우애가 더 깊어진다. 이런 내용의 동화를 요즘 아이들에게 설명한다고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대부분 혼자 애지중지 자라 이기적이고 자신의 몫밖에 모르는 아이들이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는 것이 무슨 뜻이지 모르기 때문이다.아이들도 이해하지 못하지만, 세태에 찌든 어른들도 동화는 동화에 불과하고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치부한다. 각박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 씁쓸하지만 부인하기 어려운 실태다. 몇 년 전부터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는데, 거창하게 어려운 용어로 점철된 철학 책보다는 순수한 동화책 읽기 운동을 벌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농심이라는 기업을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형님먼저, 아우먼저’라는 광고이다. 광고를 보면서 자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서로를 배려하는 이타정신의 표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나의 천진한 생각과는 달리 농심은 형제그룹인 롯데그룹과 치열한 시장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신춘호 회장과 신격호 회장은 피를 나눈 형제이고, 롯데그룹은 농심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큰 규모의 사업을 하고 있어 전혀 싸울 필요가 없는데도 지난 수십 년간 싸움을 멈추지 않고 있다. 신격호 회장과 신춘호 회장이 그룹의 경영권을 갖고 있을 때는 최소한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넘지는 않았는데, 신격호 회장의 아들 신동빈 부회장이 경영을 책임지면서 삼촌인 신춘호 회장과 무한경쟁에 돌입했다. 특히 2010년 롯데그룹이 롯데라면으로 농심의 텃밭인 라면사업에 뛰어든 것은 상도의를 넘었다는 비난을 받았다.그리고 롯데그룹은 한술 더 떠 농심이 사업권을 잃은 삼다수 입찰에도 참여했고, 농심이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백수산 생수사업에도 진입했다. 롯데그룹이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세븐일레븐 등 유통채널에서 강점을 활용해 단기간에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자만과 외형확장 욕심은 무한경쟁을 촉발했다. 농심도 롯데그룹이 영위하고 있는 유통업에 진입해 일부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사업을 해 많은 돈을 버는 것은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한 목적인데, 서로 협력해도 행복한 삶을 사는데 충분한 돈을 벌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형제간에 피 튀기는 싸움을 멈추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기업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임직원으로 구성된 하나의 인격체이다. 우리는 개인이 사람다운 행동을 하지 않을 때 비난을 가하는데, 기업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비난을 받게 된다. 광고에서는 형제애를 유난히 강조하는 기업이 실제 사업에서는 인간의 도리를 저버린다면 사회로부터 신뢰를 얻기 어렵다. 농심의 신춘호 회장은 롯데그룹이 먼저 공격을 했기 때문에 자신도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제는 싸움을 중단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신격호 회장이 경영일선에 물러난 이상 자기 조카인 신동빈 부회장을 설득해서라도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농심이 롯데그룹과의 시장쟁탈전에서 이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싸움을 지속할수록 농심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식들에게 부끄러운 분쟁의 역사를 남겨주는 것도 농심이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크푸드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으로 거듭나길 바래5000만 국민이 즐겨 먹는 라면은 여전히 정크푸드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라면은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데 인체에 유해한 조미료가 듬뿍 든 스프 맛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어른들 중에는 여자보다는 남자들이 라면을 더 좋아한다. 정크푸드로 건강에 해롭다고 생각해 라면을 먹지 않았던 남자도 군대에 가서 배고픔과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먹었던 라면 맛을 잊지 못해 라면을 좋아한다. 라면업체들이 군납에 목을 맸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군대에서 먹던 라면조리법이 민간에 전달되는 경우도 많다. 보초를 서면서, 야밤에 당직사관의 눈을 피해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끓여 먹던 봉지라면이 민간에 전파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적도 있다. 과거에 모든 보급품이 부족해 라면에 이것 저것 넣는데, 이런 조리법을 토대로 라면전문점이 생기기도 했다.분식점에서 파와 계란만 넣고 끓이던 라면이 다양한 조리법을 채용할 수 있었던 것도 군대의 힘이 컸다. 수백, 수 천명의 병사들에게 퍼지지 않은 라면을 먹이기 위해 면발만 따로 삶아 국물을 부어 주는 방식도 민간에 전달되었다. 군대에서 시도된 창의적인 다양한 라면의 조리법은 민간에 전파된 이후 진화됐다. 급기야 TV방송의 예능프로에서 자신만의 라면을 끓이는 비법을 공개하면서 하얀국물 열풍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고, 다양한 섞어 먹는 라면이 탄생하고 있다. 짜파구리, 오파게티, 불짜장 등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섞어 먹는 라면이다.학교 앞이나 번화가 뒷골목에서 다양한 퓨전 라면이 등장하고 있다. 간식거리나 정크푸드로 인식되던 라면이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가공식품이라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농심도 이러한 시대변화를 읽고 라면을 주식으로 끌어 올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한국인이 보양식으로 즐겨 먹는 사골국물을 넣은 신라면 블랙이 대표적이다. 고가에 폭리논란을 초래했지만, 시도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무료 급식소의 대용식이었던 시리얼이 미국인의 대표 아침식사로 자리매김한 사례도 연구할 필요가 있다. 라면 제조회사들도 이런 사례로부터 교훈을 얻어 불우이웃돕기 등의 주요품목에 라면을 포함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주식으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라면은 여전히 가난한 사람들이 먹는 식품이라는 인식과 아이들이 먹는 정크푸드라는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인이 대표식품으로 자랑하는 김치나 불고기보다 외국인에게 접근하기 좋은 식품은 라면이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몰라도 농심이 만든 신라면을 먹는 외국인은 많다. 이들은 김치나 불고기를 먹어 본 경험이 없는 경우가 많고, 먹어 본 경험이 있더라도 김치나 불고기보다 라면을 더 좋아한다.한국에서 아직도 정크푸드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신라면이 세계 100여 개 국가에 수출되는 이유다. 개인적으로 정부 차원에서 라면의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려 라면을 한국을 대표하는 대표식품으로 만들 것을 권고한다. 해외에 나가보지 않은 사람들만 김치와 불고기가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으로 알고 있다. 아무리 김치의 원조국가가 한국이라고 해도 일본의 기무치가 해외에서 더 많이 팔리고, 불고기가 한국식품이라고 강조해도 한국기업이 불고기를 해외에 팔아 돈을 벌기는 어렵다.하지만 라면은 한국 기업이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해 돈을 벌 수 있는 식품이다. 현재 수준의 R&D만으로 라면이 글로벌 대표식품으로 자리매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따라서 국가차원에서 한국의 대표식품으로 만들기 위해 투자를 확대한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농심이 어렵게 쌓아 올린 라면의 명성을 국가차원에서 관리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끝 -
-
롯데칠성음료(이하 롯데칠성)는 1974년 상장기업인 칠성한미음료를 인수해 상호를 변경한 것이다. 칠성한미음료는 1950년 설립된 동방청량음료가 모체이고, 1967년 한미식품으로 변경했다가 1973년 칠성한미음료로 바뀌었다.국민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는 칠성사이다는 1950년 출시되어 60년 이상 인기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 음료회사인 롯데칠성은 100여종의 음료와 주류를 제조/판매하는 기업이다. 롯데의 다른 계열사와 마찬가지로 2018년 매출 7조원을 달성해 아시아 최고 음료회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롯데칠성의 비전(vision)과 사업(business)을 통해 기업문화를 진단해 보자.◇ 적극적인 M&A, 해외진출로 아시아 최고음료회사 목표롯데그룹의' ASIA TOP 10 ' 목표 달성을 위한 VISION 2018 선포하면서 롯데칠성은 2018년 7조원의 매출목표를 세웠다. 기존의 음료, 주류사업을 포함하고 해외진출, 원두커피, 기타 신사업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롯데칠성의 비전(vision)은 ‘21세기 초일류 음료회사’로서 제품혁신, 품질혁신, 체계혁신, 판매혁신의 목표(object)를 정립했다. 롯데칠성은 제품을 늘리기 위해 세계적 기업인 미국 펩시콜라와 1976년 생산/판매계약을 체결해 국내유통을 시작했다. 이후 신격호 회장의 보수적인 사업방식에 따라 시장점유율 확대에만 주력해 국내 음료시장의 부동의 1위로 자리매김했다.그러나 신동빈 회장체제가 되면서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2005년 10월 롯데화방음료유한공사, 11월 롯데오더리를 설립해 중국에 교두보를 마련했다. 2010년 9월 필리핀 PCPPI (Pepsi Cola Products Philippines, Inc.) 주식 34.4%를 인수해 해외진출을 가시화했다. 국내에서는 2009년 1월 두산주류BG를 인수했고, 2011년 10월 롯데주류를 합병하면서 음료 및 주류회사로 변신했다. 기존 음료시장을 지배하던 막강한 장악력을 기반으로 주류사업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국내시장 점유율은 사이다 80%, 주스류 50%, 전체적으로 37%에 달한다. 1등 비결을 적극적인 고객만족 마케팅 활동,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질 좋은 제품의 개발, 유통구조 개혁을 일궈낸 유통문화 혁신운동 등 3가지 노력의 결정체라고 주장한다. 2010년 매출액 1.8조 원, 영업이익 1,300억 원, 2011년 매출 2조 원에 영업이익 1,600억 원이다. 2012년 1/4분기 매출액 5,000억 원에 영업이익 340억 원을 달성했다.1/4분기를 기준으로 2011년에 비해 소폭 성장을 했지만 음료시장이 더운 여름이 성수기임을 감안하면 올해 매출액은 예년보다 높은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주류부문이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 받고 있다.◇ 1등을 수성하기 위해 서비스 강화, 시스템 정비롯데칠성이 자랑하는 시장 1등 음료는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대한민국 대표음료 ‘칠성 사이다’다.고품격 주스의 대명사 ‘델몬트 주스’, 캔커피의 최강자 ‘레쓰비/칸타타’, 홍차의 꿈 ‘실론티’, 새천년 음료시장 최고의 히트상품 ‘2% 부족할 때’, 열대과일음료 ‘망고’, 국산위스키의 자존심 ‘스카치블루’, 소주시장에 돌풍을 몰고 온 ‘처음처럼’ 등이다. 기업경영이든 스포츠이든 1등의 자리를 유지하기가 탈환하기보다 더 어렵다. 롯데칠성의 경영진도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닐 것이다.음료나 주류제품의 품질이 평준화되었다는 점도 위험요소이다. 식∙음료 업계의 핵심 경쟁력은 차별화된 서비스, 고객만족밖에 없다. 롯데칠성도 조직을 단순화/슬림화하여 핵심경쟁력(core competency)만 가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려고 노력한다.롯데칠성은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롯데쇼핑과는 달리 할인점, 슈퍼마켓, 편의점 등 도∙소매점(이하 소매점)을 상대한다. 과거 물자가 부족할 때는 이들 소매점이 ‘을’이었지만, 과잉생산(overproduction)이 일상화된 현재는 이 ‘을’이 아니라 ‘갑’이다.따라서 소비자와 접점에 있는 점주(소매점의 주인)들의 중요성을 인식해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대형 할인점과는 달리 작은 규모의 슈퍼마켓은 점주의 구매유도 의지, 상품의 진열 위치에 따라 매출이 몇 배나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점주와의 관계개선은 매우 중요하다.2000년대 정보화 바람은 낙후된 유통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현재 롯데칠성은 통합경영시스템(Integrated Management System), 품질경영시스템(Quality Management System), 환경경영시스템(Environment Management System), 식품안전경영시스템(Food Safety Management System), 영업관리시스템(Sales Management System) 등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사람에 의지나 관행에 의한 경영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한 경영을 완성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전문성을 강조하는 인재상 정립했지만 급여는 너무 낮아전통적으로 유통기업은 인재를 중시하지 않았고 직원의 이직률(turnover)도 높은 편이다.음료 배송업은 내용물의 가치에 비해 부피가 크고 무겁다. 육체적으로 힘든 일인데 비해 업무(job)의 단순성으로 인해 낮은 급여를 받는다. 과거 주류 유통업은 조직폭력배들이 조직운영비를 조달하기 위해 하던 주력사업이었으나 수익에 비해 너무 힘들어서 최근에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찌되었건 롯데칠성의 사훈은 ‘화합일체, 상승추구, 미래창조’이다. 이를 풀이하면 구성원의 인화를 통해 화합을 이루고 역량을 모아 상승할 수 있는 힘을 축적한다. 그리고 불확실한 사업환경에 창조적 정신으로 대응해 밝은 미래를 창조한다.각자가 맡은바 직무에 충실하고 현재 본분을 다할 때 기업과 개인이 조화를 이루며 발전하고 더불어 사회도 발전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롯데칠성의 인재상은 학습인(學習人), 혁신인(革新人), 전문인(專門人)이다.학습인은 스스로 계발하고 배움을 추구하는 사람이고, 혁신인은 도전의식과 문제의식을 지니고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유연한 사고를 지닌 사람을 말한다. 전문인은 자기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우수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경영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계층, 직능, 전략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21세기에 맞는 조직으로 정비한다. 유통기업의 문제점인 부정∙부패를 일소하기 위해 윤리경영을 강조하며 ‘올바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행동한다’를 모토(motto)로 내 세우고 있다. 롯데의 기업문화를 체험한 기업문화 전문가로서 롯데칠성의 사훈, 인재상, 교육시스템에 대해 선뜻 이해를 하기 어렵다. 기술이 크게 필요하지 않으며 마진이 박한 제품의 단순 제조/유통기업이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이유도 없고, 유인할 재원(財源)도 충분하지 않다.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업무도 단순해 무엇을 배운다는 것이며, 무엇을 가르치는지도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점주들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직원들 서비스교육을 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교육도 없다. 유통공룡인 롯데쇼핑을 포함해 롯데 계열사들은 다른 대기업에 비해 급여가 박한 편이다. 롯데칠성도 주가로 보면 2012년 8월 29일 현재 1,447,000원으로 국내 초우량기업인 삼성전자보다 더 높다. 발생주식이 적다는 점도 감안해야 하지만 영업이익률이 8~9%로 높고, 부동산 등 막대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주가나 실적에 비해 직원에 대한 대우는 낮다. 평균근속연수 8.3년의 직원 평균연봉은 복리후생비를 포함해 1천만 원에 불과하다. 등기이사의 급여도 평균 7,800만원으로 삼성, SK, LG 등 다른 대기업의 과장급 수준이다. 과거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할 때 외국 선진기업의 급여체계에 대한 공부를 할 기회가 있었다. 외국의 성공한 벤처기업 CEO들은 한결같이 기업이 급성장했다고 초기에 고생한 직원에게 능력보다 높은 자리를 줘도 안되고, 이익을 많이 냈다고 시장평균 이상의 급여를 지급해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직원의 인생을 망친다는 것이다.자신의 능력에 맞는 자리를 줘야 하고, 다른 곳에 가서 받을 수 있는 수준의 급여를 줘야 노력을 지속해 결과적으로 실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수많은 기업과 기업가를 접하고 면담하면서 이런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롯데도 단순 제조/유통의 사업만으로 고학력의 인력이 필요하지도 않고, 단순업무 인력에게 높은 급여를 준다는 것도 맞지 않을 수 있다.하지만 롯데칠성이 서비스를 강화하고 점주들과 관계개선을 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인력구조나 처우를 고민할 필요성이 높다. 유통업체의 직원 이미지는 작업복을 입은 덩치 큰 남자로 트럭에 무거운 상자를 싣고 내리면서 운전을 하는 것인데, 롯데칠성이 주장하는 서비스마인드의 영업사원과 매치(match)가 되지 않는다.- 계속 -
-
롯데의 대표기업인 롯데제과는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이후 1967년에 창립한 첫 번째 한국투자기업이다. 롯데제과는 제과, 제빵, 빙과, 건강식품 등을 제조/판매하는 사업을 하고 있으며 1973년도에 기업공개(IPO)를 한 국내 1위의 제과업체다. 제과사업 자체가 소비재사업으로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지속했으나 기호식품의 증가, 인구성장의 정체와 출산율의 급감, 첨가물의 유해성 논란 등으로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SWEAT Model의 비전(vision), 사업(business) 등의 중점으로 롯데제과의 기업문화를 진단해 보자.◇ 글로벌기업 수준의 비전설정으로 국내 1위 달성롯데제과는 2011년 1.5조원의 매출을 달성한 국내 제과업계 1위다. 롯데의 계열사 중 가장 오래되기도 했지만 다른 계열사에 비해 비전설정이 잘 되어 있다. 롯제제과의 4대 경영방침은 글로벌 기업과 유사한 핵심역량강화, 현장경영, 인재양성, 브랜드경영이다. 핵심역량강화는 사실에 근거한 업무처리로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본연의 분야에 집중하고 발전시키는 것이고, 현장경영은 현장에 직접 가서 보고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현장 중심적 경영이다.회사의 핵심가치에 부합하는 인재를 발굴하고 역량을 키워 비전 달성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 인재양성이다. 브랜드경영은 제품특성에 맞춰 등급을 구분하고 그 각각을 업계의 대표브랜드로 육성하는 것이다. 또한 롯데제과의 핵심가치(core value)는 고객중심(Customer focus), 창의성(Originality), 협력(Partnership), 책임감(Responsibility), 열정(Passion)이다.제조/판매기업으로서 고민해야 할 것은 전부 나열했지만 특별한 혁신과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는 제과업계의 속성상 창의성을 강조한 것은 주목을 받을 수 있다. 물론 경영자가 현장에서 창의성이 구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을 다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Promise the Best’라는 슬로건을 내 걸고 있다. 핵심가치에서 고객중심과 협력이 이런 노력의 일환이라고 보여진다. 윤리경영을 통해 기업의 성과를 ‘고객, 임직원, 협력회사 및 주주’와 공유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환경보호에 대한 의식도 일찍 깨 2008년 7월 포장재 줄이기 운동을 자발적으로 협약했다. 명목적으로는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히 갖추고 있는 셈이다. 롯데쇼핑이 ‘롯데불매운동’을 촉발하기는 했지만 롯데제과와 같은 다른 계열사도 일정부문 책임이 있다고 본다.동네구멍가게만 상대하던 롯데제과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보다 성숙된 기업문화를 가지고 이해관계자를 대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나 높다는 지적도 있다. ◇ 글로벌 시장확대로 아시아 1위 기업 넘봐국내 1위를 넘어서 ‘2018년 아시아 1위 제과업체’를 목표로 껌, 초콜릿, 비스켓 등 200 여종의 제품을 생산해 세계 70개 국에 수출하고 있다. 주력제품인 껌과 초콜릿은 한국인을 넘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롯데제과는 다른 계열사들이 국내시장에 안주하는 사이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시도했다. 1994년 중국 현지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1995년 필리핀, 1998년 베트남, 2004년 인도, 2005년 대만, 2010년 러시아, 2011년 파키스탄 등의 지역에 공장을 설립해 진출했다.싱가포르 법인을 중심으로 성장잠재력이 높은 동남아 시장과 러시아, 인도, 중국 등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인도, 베트남, 파키스탄 현지 제과업체를 인수했다. 벨기에서 유명한 초콜릿 제조/판매기업인 길리안(Guylian)을 2008년 6월 인수했다. 길리안 초코릿은 유럽, 아시아, 미국, 호주 등 세계 100여 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벨기에 본사를 비롯해 영국, 프랑스, 독일/오스트리아, 스페인/포르투갈, 미국, 아시아 등 6개 해외 판매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 판매점이 글로벌 매출 94%를 차지한다. 길리안의 유통망과 노하우를 잘 활용한다면 롯데제과가 취약한 시장진출에 시너지(synergy)가 예상된다.코카콜라, 맥도날드 등으로 표현되는 세계인의 입맛이 표준화, 일체화되고 있지만 글로벌기업이라면 간과해서는 안될 부문이 ‘현지화 전략’이다. 맥도날드가 글로벌 선도기업이 된 것도 현지화 노력 덕분이다. 소고기를 먹지 않는 인도인을 배려하기 위해 닭고기나 양고기를 넣는다.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불고기 버거를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롯데제과도 파키스탄 등 회교국가가 돼지고기를 금기 시 한다는 점을 감안해 돼지기름 등 동물성 기름을 식물성 기름으로 대체했다. 롯데제과의 발표에 따르면 해외시장에서 연간 30% 전후의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2018년 연간 4.5조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시아 최고 제과기업이 되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국내시장에서 검증된 초코파이, 껌, 초콜릿 등이 해외시장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지만 목표달성은 쉽지 않다. 각종 언론매체의 글로벌화, 인터넷의 발달, 한류의 영향 등은 긍정적이지만 킬러 아이템(killer item)의 부재, 낮은 브랜드 인지도 등은 부정적 요인이다.◇ 건강식품, 화장품 등 신수종사업으로 확장하지만 기업의 정체성을 잃어롯데제과가 해외시장을 열심히 개척하고는 있지만 제과업만으로 아시아 1위 기업이 되기는 어렵다. 제과업은 경기변동이나 계절, 날씨 등에 영향을 적게 받으나 빙과류는 여름철 기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롯데제과는 화장품 제조 및 판매사업 전개를 천명하였을 뿐만 아니라 건강식품 사업까지 진출하고 있다. 100% 롯데제과의 자회사로 헬스원사업을 하는 롯데제약을 2011년 10월에 합병했다. 건강사업부인 롯데헬스원은 ‘스킨파이브’라는 뷰티음료를 출시했다. 백병원과 연계해 다이어트 브랜드인 ‘마테’를 론칭하고 밀(meal), 정제(tablet), 차(tea) 등의 제품을 내놨다.국내 다이어트 시장은 약 3조원으로 추산되지만 실제 관련기업들의 매출은 연간 1,500억에 불과하다고 한다. 제품에 대한 낮은 신뢰도는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어려워 시장이 정체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는 병원과 연계해 제품에 대한 믿음을 높이는 방법으로 마케팅을 한다. 병원 내부에 ‘숍인숍(shop in shop)’형태로 건강기능식품 매장을 오픈했다.숍인숍은 매장 내에 다른 매장을 만들어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유사한 수요를 가진 소비자를 잡기 위한 새로운 개념의 마케팅이다. 고객이 병원의 전문의와 다이어트에 관해 상담하고 전문의가 추천하는 다이어트제품을 직접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롯데제과의 신수종사업 전개는 사업적으로 긍정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권장할 만한 경영전략은 아니다. 기업의 정체성(identity)를 파악하기 어렵게 된다. 제과업체로서 빙과를 하는 것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건강식품, 화장품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신규사업은 기회(opportunity)요인도 되지만 기존 사업부문과 연관성이 떨어질 경우 시너지가 나지 않아 오히려 위험(risk)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새롭게 진출을 선언한 화장품 사업도 사치품에서 일반 소비재가 되고, 대규모 OEM 제조기업과 협력할 경우 설비투자를 하지 않아도 돼 진입장벽(barriers to entry)이 낮아졌기는 하지만 성공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2000년 이후 많은 대기업이 화장품 사업에 진출했지만 대부분 철수했거나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다. 오히려 미샤, 페이스샵 등 중소기업이 론칭(launching)한 저가화장품이 시장을 지배하고 한류를 타고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롯데제과가 사업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과, 빙과부문에 집중하고 시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특색 없거나 브랜드가 낮은 초코파이, 껌, 초코릿과 같은 제품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와 같은 저개발국가밖에 진출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들 지역이 성장잠재력이 높아 진출했다고 하지만 브랜드인지도가 낮아 선진국으로 가지 못했다는 것을 합리화하는 핑게에 불과하다. 4대 경영방침 중 하나가 브랜드 경영임에도 불구하고 브랜드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는 징후는 찾아보기 어렵다. 과거처럼 유명한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활용하고, 미디어에 노출빈도를 높인다고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창의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품질을 개선할 때 브랜드 이미지를 확립할 수 있다. 시장이 크고 미래전망이 좋다고 무차별적으로 업종을 확장할 경우 기존의 제과업에서 쌓은 브랜드 가치마저 훼손할 수 있다. 개별 기업의 성과에 목숨을 걸고 있는 경영진이 풀 수 있는 단계를 넘었기 때문에 그룹의 유일한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신동빈 회장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안될 문제다.현명한 판단을 통해 하루빨리 정체성을 확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체성을 잃은 롯데제과의 혼란스러운 이미지는 심각한 모드(mode)로 진행 중이라고 볼 수 있다.- 계속 -
-
롯데그룹(이하 롯데) 신격호 회장이 0.05%에 불과한 지분으로 80 여 개의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은 순환출자 덕분이다. 그 출발점은 롯데쇼핑이다.롯데의 실질적인 대장 노릇을 하는 롯데쇼핑은 ‘생계형 소매업’을 주력으로 하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영세자영업자가 영위하는 골목상권과 직접 충돌하고 있다. 최근 롯데 불매운동도 롯데쇼핑의 끊임없는 확장 탐욕에서 비롯되었다. 롯데쇼핑의 연결대상 회사는 국내 21개, 해외 27개 등 총 48개이며, 주요 종속회사는 20개이다. 중견 그룹과 대등한 규모이다. 롯데쇼핑의 기업문화를 주요 DNA와 Element 위주로 진단해 보자. ◇ 막강한 자본력으로 바탕으로 유통공룡으로 성장롯데쇼핑은 1970년 설립된 협우실업㈜에서 출발했으며 백화점, 마트, 슈퍼, 홈쇼핑 등 종합유통업을 한다. 1979년 롯데쇼핑으로 상호를 변경했으며, 당해 롯데백화점 본점을 개점했다.1982년에 국내유통업계 최초로 편의점 사업도 시작했다. 그룹차원에서 보면 1960~70년대 과자나 껌을 제조해 납품하던 단순 제조/판매업에서 1980년대를 들어서면서 직접 유통업에 뛰어든 셈이다. 롯데쇼핑의 괄목할만한 성장은 2006년 기업공개(IPO)를 하면서부터라고 볼 수 있다. 영업이익을 위주로 안정적인 투자를 하던 신격호 회장과는 달리, 런던에서 금융업을 경험한 아들 신동빈 회장은 상장을 주저하던 아버지를 적극적으로 설득했다고 한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쇼핑을 상장하면서 3조 5,000억 원이라는 자금을 확보해 M&A에 투자했다. 친서민정책 기조를 유지한 노무현 정부에서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친기업정책을 펼친 MB정부 들어서면서 거침없는 행보를 유지하고 있다.미도파백화점, GS백화점, GS마트 등의 중소규모 경쟁자를 매입했지만 지배적 사업자로 자리매김하지는 못했다. 대형마트업계는 신세계그룹의 이마트, 편의점은 보광그룹의 훼미리마트, GS그룹의 GS25를 따라잡지 못했다.그러나 2010년 이후 신동빈 회장이 공격적인 경영을 주문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은 2010년 바이더웨이를 인수하고, 집중적인 출점전략을 통해 2년도 되지 않아 성장세가 주춤한 GS25를 따라 잡았다.대형마트사업에서도 신세계, 홈플러스에 밀려 힘을 쓰지 못했지만 2012년 전자양판점인 하이마트를 인수하면서 홈플러스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롯데백화점도 외환위기 이후 다른 백화점이 위축경영을 하는 사이 1999년 일산, 부평, 2000년 대전, 강남, 포항, 2001년 울산, 동래, 2002년 창원, 안양, 인천, 2003년 대구, 2004년 전주, 2007년 모스크바, 2008년 북경, 2011년 김포공항 몰을 개장했다.베트남과 중국 선양 등지에서도 복합쇼핑몰 사업을 추진하면서 추가로 오픈을 준비 중이다.경쟁자들이 일부 영역에 한정된 것과 달리 롯데쇼핑은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온라인쇼핑몰 등 모든 부문에서 골고루 선전을 하고 있어 공룡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막강한 구매력(bargaining power)를 동원해 공급자와 가격협상을 유리하게 하고, 판매망을 장악해 상품을 선별할 경우 그 영향력을 가늠하기 어렵다. 실제 다른 경쟁자들이 롯데를 두려워하는 이유다.◇ 다양한 꼼수로 생계형 서비스업의 초토화롯데쇼핑의 영업전략은 법적 허점을 철저하게 공략하는 것이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시네마, 롯데카드, 롯데닷컴, 롯데미도파, 롯데홈쇼핑, 크리스피 크림, 세븐일레븐 등을 계열사로 거느린 초대형 기업이다. 다양한 영세사업자와 연관성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최근 정치권에서 생계형 서비스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의 신규진출 억제를 추진 중이다.생계형 서비스업이란 ‘슈퍼마켓 등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기타 개인서비스업과 같은 영세기업 또는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이 영위하는 서비스업’을 말한다. 하지만 뛰어난 자본력과 우수한 인재를 가진 대기업의 꼼수를 정치권의 ‘늦장 입법’과 정부의 ‘뒷북 행정’으로 막아내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특히 롯데슈퍼와 세븐일레븐이 생계형 서비스업을 침해한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가 채택한 꼼수는 업종변경, 프랜차이즈형 가맹점 운영, 특정 제품의 매출비중 조정 등으로 다양하다. 먼저 업종변경은 대기업의 SSM(기업형 슈퍼마켓)을 제한하려는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의 개정안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롯데마트 광주 월드컵점, 수완점 등이 쇼핑센터로 업종형태를 변경했다고 한다. 유통법에 따르면 쇼핑센터는 의무휴업과 개점시간 등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사내 변호사나 법무법인의 조언을 충실하게 따랐을 것이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다음으로 롯데의 슈퍼마켓의 숫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피하기 위해 프랜차이즈형 가맹점을 운영한다.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촉진에 관한 법(이하 상생법)에 의하면 개점 시 소요되는 비용의 51% 이상을 본사가 부담할 경우에만 사업조정신청 대상으로 적용 받는다. 즉 가맹점주의 투자비율이 50% 이상이면 상생법의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된다. 위장 계열사를 동원하거나 인테리어 비용, 판촉비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가맹점을 지원한다. 마지막 방법은 농수산물과 같은 면세품목 판매비중을 인위적으로 높이는 것이다. 대형기업형 슈퍼마켓의 영업을 제한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의하면 면세품목 매출 비중이 51%가 넘으면 의무휴업대상이 되지 않는다.롯데슈퍼는 이 조건을 맞추기 위해 농수산물의 할인판매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농수산물이 전부 국산도 아니고 수입산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내 농어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을 악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 밖에도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꼼수들이 활용되고 있다. 직영점이든 가맹점이든 점포 수를 늘리는 것은 단순 이익차원을 넘어 다른 롯데 계열사가 생산한 껌, 과자, 음료 등의 판매망을 확충해 시장지배력을 공고히 한다.이제 거대 유통기업의 브랜드가 아닌 동네 개인 브랜드로 고객인지도를 높일 수도 없고, 다양한 상품을 좋은 조건으로 납품 받기도 어렵다. 점점 동네 슈퍼마켓들이 살아남기 어렵게 되고 있다.◇ 다양한 사업아이템이 있지만 경기불황으로 미래 어두워롯데쇼핑은 사업 포트폴리오(portfolio) 구성측면에서 훌륭하다. 그러나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 편의점, 등 다양한 사업 부문을 갖고 있지만 편의점을 제외한 모든 부문의 전망은 밝지 않다.포트폴리오는 원래 ‘개개의 금융 기관이나 개인이 보유하는 각종 금융 자산의 명세표’라는 의미지만 기업에 적용하면 ‘경기변동이나 제품/상품의 생명주기(life cycle) 측면에서 안정성을 유지하고자 구성하는 사업 아이템의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먼저 백화점은 식민지개척과 산업시대 고도성장의 산물이다. 식민지에 대한 약탈, 공장자동화로 제품의 초과생산으로 인한 부(wealth)가 넘쳐나자 사치품의 과시적 소비가 늘었고 이 욕구를 충족시켜 준 것이 백화점이다.서구는 1980년대, 일본은 1990년대 고도성장이 멈추고 경제가 침체되면서 합리적 소비가 늘어나게 되었다. 사치품을 파는 대규모 백화점의 몰락이 시작된 시기이다. 한국은 IMF외환위기 이후 잠깐 침체기를 거치기는 하였지만 한국인의 정서상 과소비와 체면치레용 소비가 확고해 호황을 유지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잠깐 주춤하기는 했지만 2009년 이후 견실한 성장을 지속했다.하지만 2012년 유럽발 경제위기가 글로벌로 확산되고 세계의 공장이라던 중국조차 성장이 둔화되면서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2012년 2분기도 무리한 판촉행사로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하는 추세이다. 한국도 부동산 침체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시기가 되면 명품과 고급사치품에 대한 수요는 급감할 것이고 백화점의 매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백화점의 주력품목은 패션인데, 의류는 불황기에 매출이 가장 민감한 품목이다. 불황을 모르던 아웃도어 품목들도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다음 대형마트, SSM은 자영업자의 반발, 정치권의 부정적 인식, 정부의 다양한 규제노력 등으로 추가확장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대형마트는 지방의 중소도시나 대도시라고 해도 전통시장과 인접한 곳에는 점포개설이 금지된다. SSM도 동네상권에의 출점이 제한되고 프랜차이즈형 가맹점 확보도 제동이 걸린다. 롯데쇼핑이 유통업체이기는 하지만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삼강 등 다른 계열사의 매출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에 동네 슈퍼마켓의 반발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전국적으로 슈퍼마켓의 숫자는 2006년 96,000여 개였지만 매년 4~5,000개씩 줄어 2011년 말 기준으로 75,000여 개만 남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마트와 세븐일레븐이 많이 천여 개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판로확보 측면에서 슈퍼의 입김을 무시하기 어렵다. 이런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마트와 편의점의 확장정책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사정을 무시하고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정부와 정치권마저 호의적이지 않다는 사실도 인지해야 한다. 아무리 유통공룡 롯데라도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새로운 돌파구인 온라인, 아울렛, 해외사업의 전망롯데쇼핑은 주력사업의 부진과 어두운 미래, 경기불황의 장기화 등으로 인해 온라인몰, 아울렛, 해외사업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보면 온라인몰은 성장가능성은 높지만 치열한 경쟁, 아울렛은 모객(고객을 모은다는 의미) 효과는 크지만 낮은 구매력, 해외사업은 잠재력은 풍부하나 다양한 위험 등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롯데쇼핑이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몰은 ‘엘롯데’이다. 엘롯데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닷컴과 사업이 겹친다. 엘롯데는 롯데닷컴에서 취급하지 않는 요트, 미술품 등 프리미엄 제품에 주력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판매는 신통치 않다.롯데쇼핑의 발표에 따르면 2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했고 하루 방문자가 11만 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하지만 ‘초기 무료 이벤트 효과에 불과하다’라는 지적도 있다.온라인 사업의 전망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온라인 쇼핑몰은 기존의 강자 옥션, 11번가, G-마켓 등이 건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쇼셜 커머스(social commerce) 업체들도 약진하고 있어 틈새가 보이지 않는다.신세계, 현대백화점, GS 등 다른 유통업체들도 온라인 사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롯데닷컴의 사업과 충돌해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가 날 가능성도 높다. 다음으로 아웃렛사업은 불황기 사업이라고 불려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08년 광주에서 시작해 김해, 대구, 파주 등에서 아웃렛을 운영 중이다. 불황으로 실속형 구매가 늘면서 아웃렛에 사람이 몰리고는 있지만 이 추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아직 불황의 문턱에 불과해 싼 옷이라도 구매할 여력이 남았다는 의미일 뿐이다. 오히려 의류보다는 식료품사업이 불황에 유리하다. 옷은 기존에 구입한 것을 다시 입을 수 있지만 먹을 것은 매일매일 사야 하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이 아웃렛을 다른 지방으로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성과가 의문시된다.의류도 일명 소규모 로드샵(길거리에서 의류를 판매하는 가게)들의 생존을 위협하기 때문에 슈퍼마켓의 수준은 아니지만 일정부문 저항을 감수해야 한다.마지막으로 롯데쇼핑이 추진하고 있는 해외 쇼핑몰, 편의점 사업 등도 미래가 밝은 것은 아니다.롯데쇼핑의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세븐일레븐 등은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있다. 2008년 롯데쇼핑은 중국 베이징에서 백화점을 오픈했다. 그러나 2012년 6월 합작법인과의 갈등, 적자누적을 이유로 철수한다고 밝혔다. 베트남의 슈퍼마켓사업도 사업파트너와의 불협화음으로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10억 불(약 1.2조원) 규모로 진행하고 있는 중국 선양의 복합쇼핑몰 사업도 사업부지 내 아파트의 철거문제로 진척이 없는 상태이다.의욕적으로 추진한 해외사업도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있지만 여전히 적자가 발생하고 있어 언제 손익분기점(BEP: Break Even Point)을 넘을지 미지수이다.◇ 재무건전성은 문제없지만 주가하락은 큰 부담롯데쇼핑은 1991년 유통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1994년 상품권을 발행했다. 2006년 한국과 런던에 동시 상장하면서 들어온 3조 4,000억 원으로 적극적 M&A를 했다.재무제표에 따르면 매출은 2010년 19조, 2011년 22조 정도이며, 당기 순이익은 각각 약 1조원 규모이다. 부채는 2010년 15조, 2011년 18조로 급증하고 있으며 2012년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기업공개로 확보한 자금을 M&A에 대부분 사용했고, 2011년 말 기준으로 부채가 늘어나고 있지만 재무건전성이 나쁘다고 보기는 어렵다.일본계 은행을 대상으로 낮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했고 유통업체의 속성상 현금흐름도 좋은 편이다. 매년 1조원 가량의 순이익을 남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산(asset)이 23조원 규모에 이르기 때문에 우량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하지만 최근 하이마트를 인수하면서 7,800억 원 규모의 채권을 추가로 발행했고 경기불황으로 영업이익도 감소하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주가는 2011년 6월 주당 540,000원에 육박했지만 2012년 8월 17일 현재 311,000원에 불과하다.증권사들도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하고 있으며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Moodys)는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용등급이 하향되면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고, 기존의 채권도 상환압박을 받을 것이다. 이런 결과들은 신동빈 회장이 주도하는 롯데쇼핑의 적극적 M&A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던 투자자들마저 흔들리게 만든다. 부동산과 같은 고정자산 위주의 M&A는 영업실적과는 관련성이 낮아 시너지가 나지 않는다.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심화되면서 하반기마저 실적호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다만 부채비율(2012년 3월말 기준 68.5%), 차입금 의존도가 다른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은 위안이 된다. ◇ 공정위 조사, 계약직 직원의 열악한 근무환경 등 위험도 높아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롯데닷컴이 제품의 할인율을 속여 팔았다고 과징금 500만원을 부과했다. 또한 공정위는 롯데마트가 판매수수료 인하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조사를 하고 있다.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가 중소업체에 수수료를 인하하겠다고 하고는 납품을 거부하거나 판촉비를 부풀려 이득을 챙겼다고 보고 있다. 백화점사업부도 지난 몇 년 동안 욕을 먹었다. 2007년도에 납품업체에 판매대금을 늦게 지급하거나 판매수수료를 부당하게 인상해 공정위의 지적을 받았다.2008년 1월 대전 롯데백화점은 선착순 5명에게 구두를 할인해 판매한다고 홍보했지만 모든 고객에게 할인을 해 줬다. 2008년 5월 세일과 관련한 허위광고로 비난을 받았다. 세일에 참여하지 않는 업체를 포함한 전단지를 제작해 배포했다. 롯데그룹 중 가장 많은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이 롯데쇼핑이다. 그러나 정규직은 일부분이고 대부분은 계약직이거나 입점업체 파견직원이다.정규직원은 그나마 급여나 근무조건이 괜찮은 편이지만, 계약직과 파견직원은 열악하다. 수행하는 업무는 계약직과 정규직의 차이는 크지 않지만 계약직은 정규직에 비해 급여가 낮고 고용이 불안하다. 계약직은 해고가 쉽고 저항이 낮은 여성위주로 채용하는 것도 유통업체의 영업 노하우에 해당된다.백화점의 근무환경을 평가하려면 입점업체의 파견직원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백화점은 매장을 빌려주고 판매가의 약 30%에 달하는 판매수수료를 받는다.매장은 입점업체의 파견직원에 의해 운용되지만, 백화점 직원으로부터 영업활동을 지도∙감시 받는다. 근무시간이 길고 휴일도 한 달에 하루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강도가 높다. 고객과 마찰을 빚거나 근태가 불량하다고 판단되는 파견직원을 해고하는 것도 서비스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백화점의 권한이라고 한다. 소비자의 의식수준이나 정보판단능력이 높아졌고, 근로자에 대한 평등과 인권보호 조치가 강화됨에도 불구하고 유통업체들은 반대로 가고 있다. 소비자가 정보를 쉽게 검증할 수 있고, 입점업체들도 온라인 쇼핑몰, SNS(Social Network Service), 홈쇼핑 등 대체재(substitute goods)가 있기 때문에 백화점에 목을 매달 이유가 없다.일부 중견기업들은 다양한 유통망을 발굴하면서 기존의 유통채널인 백화점, 할인점 등으로부터 독립하려고 노력한다.◇ 순환출자 해소, 이사회 독립도 시스템적으로 접근해야대기업 대부분이 지주회사 체제로 가고 있으나 롯데는 여전히 계열사 중 하나인 호텔롯데가 지주회사 역할을 한다. 재벌개혁의 첫 번째로 꼽히고 있는 순환출자해소도 롯데의 고민이다.순환출자는 ‘한 그룹 안에서 A기업이 B기업에, B기업이 C기업에, C기업은 A기업에 다시 출자하는 식으로 그룹 계열사들끼리 돌려가며 자본을 늘리는 것’을 말한다.롯데는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순환구조가 형성돼 ‘롯데쇼핑→롯데카드→롯데칠성→롯데쇼핑’, ‘롯데쇼핑→롯데알미늄→롯데제과→롯데쇼핑’ 등으로 지분이 연결돼 있다.신동빈 회장이 롯데쇼핑의 주식 14.9%를 소유하고 있다. 즉 신동빈 회장은 롯데쇼핑을 출발점으로 해서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롯데 신동빈 회장이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면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쉽게 해결이 어려울 전망이다.롯데쇼핑은 사외 이사의 구성에도 독립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사외이사 6명은 김원희, 민상기, 김태현, 이홍로, 김세호, 예종석 등이다.이들 중 김원희는 롯데 계열사인 호남석유화학 상무 출신이다. 김세호는 법무법인 태평양, 김태현은 법무법인 율촌에 재직 중이고, 이들 법무법인은 롯데의 법률자문을 담당한 이력이 있다. 이들이 이사회 안건에 대한 비판과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하기란 쉽지 않다고 본다. 주식회사의 이사회는 기업경영에 관련된 주요 안건을 토론하고 의결하는 기구이다. 대기업의 이사진이 오너의 거수기 역할을 하고 비판적인 의견을 내지 못했기 때문에 대기업이 오너의 전횡으로 부실화되었고 결국 IMF 외환위기를 초래했다.이런 전철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했지만 롯데쇼핑처럼 이해관계자로 구성되어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액 주주, 채권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외이사제도가 일부 오너와 연관된 인사들의 자리보전과 금전적 혜택을 위해 악용되고 있는 셈이다. 이사회, 감사 등 기업의 의사결정 기구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이를 시스템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건전한 기업발전을 위한 첩경임을 잊어서는 안된다.세계적 경영학자 에드워드 데밍(E. Deming)은 ‘시스템(system)을 계속 개혁, 발전되기 위해서는 체계와 과정(process)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라’고 주장했다.- 끝 -
-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롯데호텔의 공식적인 법인명칭은 ㈜호텔롯데이지만, 편의상 롯데호텔로 불린다. 롯데호텔은 1973년 한국의 근대화와 관광산업발전을 위해 세계최고 수준의 호텔을 건설하는 목표로 오픈됐다.롯데호텔은 호텔사업뿐만 아니라 면세점, 골프장, 테마파크(잠실에 있는 일명 롯데월드)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호텔업은 서비스산업의 정점에 있고 롯데호텔은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호텔은 공개기업이 아니지만 재무구조가 튼튼할 뿐만 아니라 주주구성 역시 일본인과 기업으로만 되어 있다.롯데호텔의 미래는 사업목표와 시스템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 기업문화를 진단해 볼 가치가 있어 다른 계열사에 비해 먼저 다룬다. ◇ 2018년 아시아 3대 호텔체인을 목표로 공격적 경영일본인 사업가 노구치(野口)에 의해 1938년 설립된 반도호텔을 인수해 시작한 호텔사업은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 울산, 제주 등 비롯해 특급호텔 5곳, 시티호텔 2곳, 해외에 6성급 호텔을 가진 국내 최대 체인호텔로 성장했다.국내 최고에 머물지 않고 2018년까지 20개 호텔을 확보해 ‘샹그릴라호텔’, ‘만다린오리엔탈호텔, ‘페닌슐라호텔’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아시아 3대 호텔이 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주도하는 2018년 ‘아시아 10대 기업, 매출 200조’의 목표에 맞춘 것으로 보인다. 호텔사업은 국내경기변화에 영향을 받지만 외국인을 반응할 수 밖에 없다. 특히 특급호텔은 주요 고객인 외국인이 속한 국가의 경기나 선호에 큰 영향을 받는다.2008년 이후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K-POP 등 한류(韓流)라고 칭하는 한국문화에 대한 열풍이 해외에서 일어나면서 국내방문객이 급증하고 있다. 2011년 980만 명이던 한국을 찾는 방문객이 올해 1,000만 명을 넘을 전망이다. 나아가 관련업계는 2015년까지 1,5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면서 호텔의 부족을 걱정한다. 2012년 7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광부)는 수요증가를 대비해 호텔용적률완화 및 신∙증축 자금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관광객이 급격하게 늘만한 유인이 없고, 늘어난 관광객이 모두 비싼 호텔에 머물기는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문광부의 탁상행정(卓上行政)의 표본이라고 비난한다.최근 글로벌 경기침체로 고급호텔보다는 저렴한 비즈니스호텔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이런 시장변화에 따라 롯데호텔도 서울 시내에 2곳의 비즈니스호텔을 건립할 예정이다. 성장잠재성이 높은 면세점사업이 롯데호텔의 주력사업이다. 롯데호텔의 사업별 매출액 비중은 호텔이 12%, 면세점이 80%, 테마파크가 8% 수준이고, 매출이익도 매출비중과 유사하다. 즉 호텔사업보다 면세점 사업이 더 큰 비중을 차지고 하고 있다.롯데호텔은 장부상 자산 12.6조원, 부채 3.3조원의 초우량기업이다. 특이할 점은 이익잉여금이 6.9조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즉 호텔 하나 짓는데 1~2천억 원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2018년까지 20여 개의 호텔을 확보하면 가능한 아시아 3대 호텔체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자금여력은 충분하다. ◇ 롯데호텔의 매출과 영업이익 80%는 면세점에서 나와롯데호텔의 매출과 영업이익 중 80% 이상이 면세점 사업에 나온다. 국내 면세점 시장은 롯데호텔과 신라호텔이 80%의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실정이다.동화, 워커힐, 파라다이스 등 소규모 면세점도 있지만 시장영향은 제한적이다. 면세점 사업도 대규모 자본과 일정 규모 이상의 구매력을 확보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영세사업자가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국내 경제침체의 영향으로 백화점이나 일반 유통업이 불황인 것과는 달리 면세점은 소득증가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엔고로 인한 일본인 쇼핑관광객의 증가에 의해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롯데호텔의 면세점사업은 인수합병에 대한 특혜논란, 낮은 국산품 판매율 등이 지적된다.우선 인수합병에 대한 특혜논란을 보면 애경그룹이 운영하던 AK글로벌 인수에서 비롯됐다. 2010년 AK글로벌의 지분 81%를 인수하면서 독과점 논란이 일었다. 양사가 합병을 할 경우 시장점유율이 54%가 넘기 때문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4조의 지배적 사업자가 되고, 동법 제7조에 의해 기업결합이 제한된다.그러나 2010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이 인수합병을 승인조치를 했다. ‘면세사업권 승계’을 여부를 판단하는 관세청도 허가를 해줬다. 하지만 관세청은 신라면세점이 부산의 파라다이스 면세점의 인수를 추진할 때는 상반된 결정을 했다. 이 협상은 2010년 4월 결렬되었지만 원인에 대해 이견이 있었다.파라다이스는 인수금액이 맞지 않았다고 하는 반면 신라면세점은 관세청이 면세 사업권의 승계가 불가능하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관세청은 법리상 사업권은 다른 업체가 승계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관세청은 신라면세점에게는 허가하지 않고, 롯데호텔은 허가 해줬다. 사업권 승계에 대해 불가하다고는 주장이 몇 개월도 되지 않아 가능하다라고 결론을 내렸는지 알 수 없다.현 정부와 관계가 원활하지 못한 삼성그룹이기 때문에 차별대우를 받았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점에서 공정위의 독과점 여부 판단, 관세청의 사업권 승계 허가 등이 특혜라고 불 수 있다.다음 면세점은 회화획득이나 외국인 여행자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국가가 세금을 면제해주는 특혜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국산품판매 실적은 저조하다. 국산품이 정의가 모호하다는 논란도 제기될 수 있지만 각종 통계자료를 보면 전체 면세시장에서의 국산품 판매 비율은 연간 약 9%수준이며, 외제품은 약 91%에 달하고 있다. 국산담배를 포함할 경우에는 18%정도에 불과하다. 면세점은 특혜사업이고 과당경쟁을 없애기 위해 ‘취급제한’조치가 있다. 인천공항을 예로 든다면 롯데호텔은 ‘화장품과 향수’를 판매할 수 없고, 반대로 신라면세점은 ‘술과 담배’를 취급할 수 없다.화장품, 향수, 술, 담배 등 4가지 품목은 공항면세점의 매출 상위품목들이다. 과당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취급제한조치가 오히려 특정기업 면세점이 수익을 높일 수 있는 특혜라는 지적이 있다.현재 한국관광공사도 인천공항에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취급제한조치 때문에 화장품, 향수, 술, 담배 등은 취급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다른 재벌 면세점과는 달리 국산품 판매비율이 가장 높다.그렇다고 재벌 면세점이 국산품 판매를 위한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국산품 판매를 진흥하는 관광공사의 면세점은 정부의 공기업선진화 방안으로 2013년 2월이면 사업을 종료해야 한다. 이 자리를 두고 롯데호텔과 신라면세점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양사의 자존심 대결이라고 하지만 해외 유명브랜드의 판매에만 골몰하는 재벌계열 면세점을 보는 시각은 차갑다.◇ 운영인력과 시스템에 대한 투자는 소홀하다롯데호텔은‘사랑, 자유, 풍요의 꿈을 실현하는 호텔’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한국을 대표하고 아시아 최고호텔을 넘어 글로벌 리딩 호텔을 꿈꾼다.서비스 유통업에서 대규모 투자가 선행되는 장치산업에 속하는 호텔과 면세점은 시설만 확보한다고 자연스럽게 매출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수한 운영인력과 잘 갖춰진 시스템이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다고 볼 수 있다. 우선적으로 운영인력은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고 서비스교육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 이는 호텔에 근무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호텔리어(hotelier)는 외형적으로 화려한 직업으로 인식돼 신규인력의 공급은 많지만 연봉이 낮아 우수인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면세점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처우는 마찬가지 수준이다.영화나 TV드라마에서 화려하게 보이는 이 직업도 3D업종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다른 서비스업종과 달리 휴일도 없이 365일 24시간 근무해야 한다. 고정된 출퇴근 시간도 없이 3교대로 한다. 롯데호텔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2012년 3월 31일 기준으로 총직원은 3,560명이다. 이중 정규직은 80%인 2,876명이고, 계약직은 20%인 684명이다. 그룹전체 통계로 보면 42%가 비정규직이지만 롯데호텔은 2000년 대규모 노사분규 이후 정규직으로 전환이 많이 된 셈이다.하지만 이들의 처우를 보면 비정규직과 별반 차이가 없다. 총 3,560명의 총급여가 약 370억으로 1인 평균 연간급여액은 1,100만원에 불과하다. 이처럼 낮은 수준으로 우수인력을 확보하기도 어렵고 경력과 전문성이 쌓인 40~50대 인력을 유지하기란 더욱 어렵다. 이런 취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롯데호텔은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고객보다 앞선 행동과 밝은 미소로 세계 최고의 롯데호텔을 만든다는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고객에 감동을 주는 최고일 뿐만 아니라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프로로서의 자부심과 열정을 잊지 않도록 서비스교육을 강화한다. 각 체인호텔별로 ‘직원 지원위원회’를 두고 직원의 애로사항 청취,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직원의 만족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또한 전문가들은 호텔사업의 성패가 예약 등 판매시스템의 정비라고 본다. 롯데호텔은 고객의 절반 이상이 일본인이고, 일본의 주요 여행사를 통해 예약을 하기 때문에 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소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롯데호텔이 아시아 3대 체인으로 성장하고자 한다면 여행사, 일반인 혹은 다른 호텔체인 등이 쉽게 서비스를 선택하고 예약할 수 있어야 한다. 판매시스템(sales system)은 단순히 IT시스템만을 의미하지는 않고 24시간 응대체계도 포함한다. 시스템(system)은 고숙련 운영노하우가 녹아 들어 있어야 한다. SWEAT Model에서 제시하는 5-DNA 중 다섯 번째 DNA인 시스템의 경영도구(methodology)가 중요하다. 롯데가 그동안 수십 년간 호텔업에 대한 노하우를 쌓았다고 하지만 국내의 몇 개에 불과하고 고객도 일본, 중국 등 일부 국가에 한정되어 있어 제한적이다.세계 최고 호텔브랜드인 메리어트는 73개국에 3,700여 개의 호텔과 리조트를 운영 중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호텔이 되기 위해서는 선진기업의 운영노하우가 습득할 수 있도록 벤치마킹(benchmarking)해야 한다.- 끝 -
-
기업(corporation)은 공동의 목표(goal)를 가진 다수의 사람(people)이 모여서 시너지(synergy)를 내는 조직(organization)이다. 즉 조직은 개인들의 단순조합이 아니라 합심(collaboration)해서 전체보다 더 큰 총합을 만들어 낸다. 이런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시스템(system)이다. 시스템은 조직의 정책(policy)이나 철학(philosophy)과 관련된 경영도구(methodology), 이의 효율성을 높여 주는 운영(operation)으로 구성돼 있다. 롯데의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여부를 진단하기 위해 경영도구와 운영을 평가해 보자.◇ 현장경영을 중시하지만 시스템이 보이지 않는다롯데의 경영방침 중 하나가 ‘현장경영’을 하겠다는 구호이다. 현장의 중요성을 모르는 경영자는 없다. 특히 제조기업이 아니라 서비스업이라면 현장이 기업활동의 중심이다. 롯데의 업종이 다양한 종합백화점이긴 하지만 서비스업이 주력이라 현장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장경영을 이해하려면 용어의 정의가 우선돼야 한다. 경영진이 현장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것을 중시하겠다는 것인지, 현장에 권한을 대폭적으로 위임해 현장위주의 경영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인지부터 정해야 한다.롯데는 현장직원의 대부분이 계약직이라 권한위임은 쉽지 않다. 따라서 롯데가 말하는 현장경영은 탁상공론(卓上空論)식의 경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을 파악하고 대처하는데 힘을 쏟겠다는 의미이다.롯데는 해외를 포함한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춘 기업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거나 모니터링(monitoring)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재 롯데의 시스템 중 이 역할을 하는 시스템은 보이지 않는다. CJ의 ‘사이버토론방’이나 구글(Google)의 올 핸즈 미팅(all-hands meeting)은 대표적인 현장경영 성공사례이다. 유통기업인 CJ도 현장의 목소리를 경영에 반영하기 위해 24시간 365일 무기명으로 어떠한 의견도 올릴 수 있는 ‘사이버토론방’을 운영한다. 다른 기업도 유사한 시스템을 운영하지만 기명식으로 하거나 기업의 방침과 배치되는 내용을 삭제해 직원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CJ는 사이버토론방을 통해 폐쇄적이고 경직적인 의사소통문제를 해결한 셈이다.구글은 매주 금요일 CEO 등 전 직원이 모여 회사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문제를 제기하는 개방적인 회의를 진행한다. 직원의 숫자가 적거나 기업의 업무가 단순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구글 직원을 통합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최근 구글에 근무하다 37세의 나이로 야후(Yahoo)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메이어(Marissa Mayer)가 야후에도 올핸즈 미팅을 도입해 활력을 불어 넣겠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다. 롯데가 현장경영을 말하면서 어떻게(how)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다만 현장을 중시하게 되면 ‘제도(system)’가 아니라 ‘사람(people)’이 경영도구가 되는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회장의 리더십만으로 이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한 사업구조 때문이다.특별한 시스템이 없었지만 단기간에 높은 성과를 이룩했기 때문에 경영도구를 체계화할 필요성도 낮았다고 보기도 한다. ◇ 글로벌 기업에 적합한 선진화된 경영도구 도입이 시급제조업체를 제외한 롯데의 영업점은 판매대에 설치한 POS(Point of Sales)로 매출현황을 관리하고 있다. 매출과 재고만 관리해도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영업관리시스템과 같은 최소한의 투자만 하고 있다.최근에 유통이 현장 판매뿐만 아니라 물류가 중요해지면서 이에 대한 투자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대규모 제조기업과는 달리 경영도구의 도입측면에서 보면 초보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롯데가 국내기업에 한정되거나 식∙음료 제조/유통업에만 머물러 있다면 현재의 시스템으로 충분하겠지만, 글로벌 기업으로 목표를 정했다면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자사의 업무에 맞춰 시스템을 개발하던 과거와 달리 이미 유통업에 최적화된 솔루션(solution)이 패키지(package) 형태로 판매가 되고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 다만 다양한 패키지 중에서 자사의 업무에 맞는 것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하다. 업무의 단순성으로 인해 인재에 대한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삼성은 국내 대기업 중 인재를 가장 중시하지만 시스템에 대한 투자도 가장 많이 하는 기업이다. 롯데의 직원이 삼성의 직원보다 평균 업무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할 수 없다.조직 내부에서 암묵지 형태로 존재하는 업무 매뉴얼이나 지식을 형식지로 전환해 관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글로벌 물류를 지원하기 위한 자동화된 물류를 위한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관리)의 구축이 절실하다. 매장마다 설치된 POS와 창고, 공급업체를 연결하는 판매관리시스템(sales management system)도 낙후된 물류를 개선하기 위해 구축해야 한다.시스템의 핵심은 한정된 자원(resource)의 운영최적화를 가능케 하고 위험을 사전에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롯데가 재무적, 비재무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은 앞에서 밝혔다.재무적 위험은 무리한 차입으로 인한 부채증가이고, 비재무적 위험은 정치적 밀월, 무리한 해외부동산 투자, 인력관리의 미숙, 선진화된 물류/판매관리 시스템의 부재 등이다. 위험을 사전에 인지(recognition)해 위기(crisis)로 전이(transference)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경영진의 가장 큰 임무(mission)이고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시스템이다. 계열사별로 정보의 사일로(silo)현상(정보가 교류되지 않고 차단되는 현상을 말한다)이 일어나 협력이 원활하지 않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것도 시스템이다.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면 시너지(synergy)가 생긴다. 검증된 선진화된 시스템도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인력운영이 효율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정적 영향국내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롯데 시스템의 핵심은 운영(operation)에 있다. 동일한 능력을 가진 직원이라도 어떻게 교육시키고 업무를 배분하는 가에 따라 효율성이 달라진다.롯데가 기본적인 매뉴얼과 체계화된 암기식 교육으로 업무지시와 전수가 가능하다는 점을 밝혔다. 즉 경영도구가 체계적으로 프로그램(program)화 되어 있지는 않지만, 조직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체화(體化)되어 있다. 지식관리측면에서 보면 형식지가 아니라 암묵지 형태로 존재하지만 인수∙인계 과정에서 전수된다. 직원의 능력이나 자세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최소한의 운영효율성은 항상 보장되기 때문에 성장가도를 달려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임시직이든 계약직이든 채용 후 직무 특성별 요건에 따라 배치하고 양성하고 있는 점도 강점이다. 대체적으로 능력과 자질을 반영한 보직관리제도가 잘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일부 전문가는 롯데의 운용효율성이 지나친 단기실적위주의 평가를 하는 성과주의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정규직이 실적압박 때문에 계약직을 혹사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계약직은 고용불안에 시달리기 때문에 열악하고 고강도의 근무환경에 대해 불평을 하지 못한다.정규직원뿐만 아니라 임원이라도 실적 평가에서 자유로운 것이 아니다. 임원이라도 실적이 없으면 자리를 보전하기 어렵다. 전설적인 경영자 중 한 사람인 GE의 잭 웰치(Jack Welch)는 ‘직원 다루는 일을 소홀히 하게 되면 기업이 망한다’고 했다. 제조업체의 생산직이나 유통업체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기업의 성장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성장의 과실이 고학력 사무직이나 정규직원에게만 돌아가기 때문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무직과 생산직의 임금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제조/유통 전문기업인 롯데의 상황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사람은 기계가 아니고 감정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인은 합리적인 서양인과 달리 감정적이다. 조직의 운영효율성도 떨어지고 있다. 동일한 업무를 하는데 급여나 근무조건이 다르면 받아들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조직에 대해 반감을 가지게 된다.다양한 연구조사 결과 금전적 보상은 단기적 성과창출에는 효과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돈은 마약처럼 사람의 열정을 끌어내기도 하지만 심신을 피폐하게 만들기도 한다. 금전적 보상위주의 성과관리가 실패한 사례는 너무 많다. 세계 최고 자동차 제조기업인 도요타도 서양식 성과주의를 도입했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내부협력(internal co-operation)과 선후배간 코칭(coaching)이 사라졌다. 이제는 도요타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성과주의를 수정했다.롯데도 현재의 성과주의시스템으로는 이해관계자와 충돌이 발생하고 내부효율도 저하되기 때문에 수정할 필요성이 높다. 신격호 회장 체제에서 안정적 고속성장을 한 가치(value)의 발굴과 선택은 신동빈 회장의 몫이다.- 계속 -
-
외형적으로 롯데의 성과는 최근 어떤 대기업이 이룬 실적보다 더 화려하다. 철저한 성과(performance)를 기준으로 임직원의 급여나 승진을 결정하면서 그룹 계열사끼리도 협력이 없을 정도로 내부경쟁이 심하다고 한다. 성과는 단기(short-term)적 성과, 장기(long-term)적 성과로 나눌 수 있으며, 이 두 가지 성과가 균형(balance)을 이루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롯데의 성과를 긍정적(positive) 요소(element)인 이익(profit)과 부정적(negative) 요소인 위험(risk) 관점에서 진단해 보자.◇ 거침없는 성장, 막강한 유통강자로 부상롯데의 눈부신 성과는 훌륭하다. 수십 조원의 외형을 가진 대기업을 불과 몇 년 사이에 2배로 성장시키기는 어렵다. 2006년 30조, 2008년 41조를 거쳐 2011년 롯데는 73조원의 매출을 달성했다.유통부문의 신규진출, 신사업 진출, 성공적인 M&A를 통해 불과 6년 만에 2.5배 성장한 셈이다. 국내사업뿐만 아니라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러시아, 인도 등에서 추진하고 있는 복합유통사업도 최근 3년간 연간 109%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2018년 그룹 매출목표 200조원 중 3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린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해외사업은 유통뿐만 아니라 계열사인 호남석유화학도 중국에 공장을 짓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침체 속에서 다른 기업들이 긴축경영과 상시 구조조정을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롯데는 제과와 음료의 제조와 브랜드 가치를 바탕으로 직접 판매망을 구축하는 단계를 거쳤다. 유통으로 진출한 후 구매력(bargaining power)으로 생산자/공급자를 지배하는 방법을 채택했다.1990년대 공장자동화를 통한 대규모 생산이 소비를 초과하면서 소비자와 접점을 관리하고 구매력을 가진 유통업체가 제조업체를 통제할 능력을 확보했다. 롯데는 이러한 산업의 패러다임(paradigm) 변화를 잘 파악해 대처했다고 볼 수 있다.다른 유통기업이 가치사슬(value chain)을 한 단계에서만 이익을 창출하는 것과 달리 롯데는 원료가공 & 수입, 제조, 물류, 판매, 사후 서비스(A/S) 등 전 영역에서 이익을 남긴다.간단히 설명하면 제조하면서 이익을 남기고, 매장에서 판매하면서 마진을 남기고, 카드로 할부를 해 줘 이자를 챙긴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 TV 홈쇼핑도 강점을 가지고 있다. 신세계, GS 등 다른 경쟁기업이 가치사슬은 일부만 통제하기 때문에 롯데의 적수가 되기 어렵다.과거 삼성그룹의 구조조정본부(이하 구조본)처럼 그룹차원에서 컨트롤센터(control center)를 만들고 계열사가 독자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통제한다면 소비자, 정부 등 다른 이해관계자가 파악하지 못하게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이건희 회장이 거대 삼성을 통제하기 위해 구조본을 만든 것처럼 롯데는 명확한 조직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신격호 회장의 리더십으로 잘 이끌어 왔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체제의 롯데에서 이 메커니즘(mechanism)의 어떻게 작동할지는 미지수이다. ◇ 현금경영의 한계로 외부차입이 늘어나 재무적 위험 커진다기업경영에서 현금(cash)은 인체의 혈액으로 비유된다. 한국은 어음(bill)이라는 이상한 유가증권이 있어 기업이 장부상 이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망하는 흑자도산(insolvency by paper-profits)을 하는 원흉으로 꼽힌다.어음은 대기업,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방해하는 수단으로 인식돼 어음폐지에 대한 논란이 오래 되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유지되고 있다. 동일 금액의 어음에 비해 현금은 몇 배의 가치(value)를 가진다.롯데는 유통기업으로서 소비자로부터 직접 현금을 받는다. 상품 제조용 원자재나 판매용상품을 납품하는 기업에게는 어음을 발행한다. 신격호 회장은 철저한 현금관리와 차입을 하지 않는 보수경영으로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췄다.하지만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을 쥔 후 공격적 M&A를 하면서 이 기조는 흔들리고 있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이익만으로 수 많은 M&A를 하는 자금을 충당하기란 어렵다.일본 롯데홀딩스가 일부 자금을 지원하고 국내 계열사의 자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는 있지만 부족한 실정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우량계열사인 롯데쇼핑을 주축으로 해외에서 자금유치를 위한 기업설명회, 일명 ‘로드쇼’를 2011년부터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2011년 4억 달러(약 4,400억 원)외자유치를 했으며, 2012년 2월 중국 역외위안화채권(일명 딤섬본드) 7.5억 위안(약 1조 3,400억 원)을, 4월부터 추가로 5억 달러(약 5,500억 원)의 채권발행을 추진했다. 해외 로드쇼라는 것이 기업홍보 차원도 있지만 국내에서 자금조달이 어렵기 때문에 선택하는 차선책이다. 롯데가 현재 건실한 영업활동을 통한 자금흐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기존 계열사나 인수한 기업의 현금흐름이 예측한 대로 되지 않을 경우 위험에 처해질 수 있다. M&A 시장에서 ‘승자의 저주(the winner's curse)’가 빈발하고 있는 것은 인수기업의 현금흐름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이 벌이는 적극적 M&A의 위험을 지적하는 전문가가 많다. 롯데는 한국은행들이 담보로 선호하는 부동산을 많이 가지고 있고, 다른 대기업과는 달리 현금흐름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하지만 해외 로드쇼를 통한 투자자금 유치노력을 보면 이미 정상적인 캐시 플로우(cash flow)로는 사업확장이 불가능하다는 의미이다. 롯데가 부동산 자산을 가진 기업위주로 M&A하고, 부동산 위주로 투자를 하기 때문에 안전할 수 있으나 경기침체기에는 부동산만큼 가치가 떨어지는 자산도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정치밀월, 해외 부동산투자 등 비재무적 위험도 극복해야돈이 연관되지 않은 기업의 비재무적 위험은 정치적 위험, 사회적 인식, 자산구조의 부조화 등이 있다. 이 중에서 롯데의 가장 큰 비재무적 위험은 그동안 롯데의 강점으로 꼽혔던 정치적 이슈이다.롯데는 소비재 유통, 판매를 하면서 정부의 영향력 밖에 있어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자유로웠다. 신격호 회장이 재일동포로 일본에서도 사업을 하고 있어 한국에서 정치이벤트가 있으면 일본에 장기 체류하면서 거리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신동빈 회장이 주도하는 사세확장은 친기업적 정부와의 밀월관계에서 기인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MB정부와 지나친 밀월관계 유지와 사업권 획득이 기업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정치권과 친하게 지내던 기업들은 하나같이 정권의 변화에 따라 흥망성쇠(興亡盛衰)를 같이 했다. 특히 MB정권의 지나친 친대기업 정책은 대기업과 정권의 핵심 지지세력인 보수층조차도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다음으로 해외부동산 투자사업의 위험성이다. 롯데가 주로 투자하는 지역이 신흥개발도상국으로서 땅값의 상승, 소득의 상승으로 소비증가, 주 소비층인 20~30대의 비중이 높은 인구구조 등으로 투자의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할 수 있다.하지만 이들 국가가 후진적인 법 제도를 가졌고 정치적으로 불안하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기업들도 이들 지역이 급성장하는 신흥시장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투자를 꺼려하는 이유를 파악해야 한다.롯데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중국, 베트남 등의 국가는 아직 사회주의 국가이고 정치도 안정적이라 볼 수 없다. 공산당 주도로 개혁개방을 하면서 경제발전을 이뤄 사회가 안정적이라고 하지만 민주화 등 정치적 변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투자규모도 베트남의 하노이는 4억 달러가 넘게 들어가고, 중국 선양의 복합단지도 비슷한 규모로 알려져 있다. 이들 자금을 채권발행을 통해 조달했다는 점은 또 다른 위험이다.세계의 경제를 좌지우지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유태인이다.유태인의 주력 사업은 금융이다. 나라 없이 떠돌아 다니던 유태인은 이주국가에서 종교적 문제로 정치적 탄압을 자주 받았고 부동산 소유가 금지되었다. 이런 제약조건에 맞는 사업은 금융업이었고, 언제든지 바로 챙겨 떠날 수도 있었다. 중세에는 교회나 귀족들이 드러내 놓고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을 수 있는 고리대금업을 할 수가 없어 대리인으로 유태인을 내세웠고 악착같이 돈을 불려줘 실력도 인정받았다. 세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작품 ‘베니스의 상인(The merchant of Venice)’에 나오는 피도 눈물도 없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Shylock)도 유태인이다. 역사적 근원이 있기는 하지만 영리한 유태인은 아직도 부동산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여긴다.대부분의 기업이 재무적 위험만 관심을 가지고 관리(management)하지만 오히려 비재무적 위험이 기업의 생존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또한 재무적 위험은 쉽게 해결이 가능하지만 비재무적 위험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통제(control)하기 어렵다.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기업은 정치와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해야 한다. 롯데의 경우 노련한 신격호 회장은 잘 실천했지만, 패기에 찬 신동빈 회장이 위험한 선택을 하고 있지 않나 우려가 된다.- 계속 -
-
최근 이명박 정부 들어 사돈기업인 효성그룹과 마찬가지로 두드러지게 성장한 기업이 롯데그룹(이하 롯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롯데는 동반성장이나 양극화 해소라는 국가정책에 따라 계열사 불리기에 소극적이었던 일부 다른 재벌그룹과는 상반된 길을 걸었다. 이런 결과가 2012년 7월 200만 명의 자영업자들이 유통재벌이 골목상권을 침범한다고 ‘롯데 제품의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일부 언론은 롯데의 끝없는 탐욕을 비난하고, 어떤 지식인은 롯데의 경영철학 부재를 성토하고, 정치인은 경제민주화라는 구호를 외치고, 정부는 시장경제체제에 맡겨야 한다는 말만 하고 뒷짐만 지고 있다.도대체 왜 롯데가 ‘공공의 적’이 되고 있는지, 타개책은 없는지 등의 이슈를 해소하기 위해 롯데의 기업문화를 SWEAT Model로 긴급하게 진단해 볼 필요가 있어 다른 기업보다 먼저 다룬다. ◇ 해외 진출한 한국인 중 가장 성공한 3인으로 불리는 신격호 회장한국인은 5천년 역사와 단일민족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좁은 한반도에 자리잡아 대륙이나 해양으로 진출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다. 따라서 5천년 찬란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해외에 나가 성공한 인물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몇 백만의 재외동포가 있지만 현대에 들어 가장 성공한 사람을 꼽으라고 한다면 문선명 통일교 교주, 조남기 전 중국인민해방군 상장(한국계급으로 대장에 해당) 그리고 롯데의 신격호 회장 정도가 된다. 먼저 문선명 교주는 일본에서 급격한 성공을 거둔 후 세계적으로 통일교를 확산시켰다. 수만 명의 집단 결혼식, 국제결혼, 종교와 경제의 일체화 등으로 유명세를 치뤘다. 정통 교단으로부터 이단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고, 교세가 급격하게 위축되고는 있지만 아직 국제적 영향력은 크다. 신(神)의 반열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대한민국 개신교 역사상 국제적으로 가장 성공한 성직자라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일반인에게 생소한 조남기 전 중국인민해방군 상장은 일제시대 만주로 이주했다. 중화인민공화국의 설립 후 인민해방군으로 한반도의 6∙25전쟁에도 참전했다. 이후 문화대혁명 기간 동안 정치적 위기도 있었지만 1998년 인민정치협상회의의 부주석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약 3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중국 조선족의 우상이며 한족을 제외하고 소수 민족 중 가장 높은 서열이라고 한다.마지막으로 롯데의 총괄회장인 신격호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돈을 벌러 일본으로 간 신격호는 전후 일본의 생필품 부족현상과 미국원조물자를 모방해 사업을 일으켰다. 1948년 롯데주식회사를 설립해 천연 치클을 사용한 껌을 개발했다. 이후 초콜릿, 캔디 등 과자류의 제조∙판매에서 시작해 음료, 호텔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이후 1967년 재일동포의 모국투자의 일환으로 한국에 진출해 롯데제과를 설립했다. 한일 양국에 사업을 하고 있으며, 격월제로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사업을 지휘해 ‘현해탄의 사나이’로 불린다. 편협한 반도에서 내부투쟁에 골몰하는 대부분의 한국인과는 달리 이들 3인은 동기에 관계없이 이방인으로서 일본, 중국 등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문선명 총재는 종교적으로, 조남기 상장은 정치적으로, 신격호 회장은 경제적으로 입지전적인 인물이 되었다. 특히 문선명과 조남기가 개인이라는 한계로 인해 영향력이 제한되는 것에 반해, 신격호는 롯데제국을 건설해 오히려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확대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신동빈 회장은 공격적 M&A, 사업확장으로 정치적 특혜논란 키워창업주 신격호 회장은 정경유착으로 요란한 사업을 하는 다른 대기업과 달리 조용하게 소리 없이 내실을 다지는 경영을 했다.정부의 입김이 적은 소비재 제조와 유통이라는 업(business)의 특성, 어음이 아닌 현금위주의 장사로 특혜금융을 받을 필요가 없었던 점, 베이비붐과 소득증대로 시장의 폭발적 성장 등으로 인해 경기변화나 외부환경의 영향을 적게 받았다. 당연히 사회적 관심의 초점이 되거나 비난을 받을 유인도 제공하지 않았다.하지만 2004년 신격호 회장의 차남 신동빈이 한국 롯데의 부회장이 되면서 보수적인 색채를 벗어 던지고 공격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 2006년 우리 홈쇼핑, 2007년 대한화재, 2009년 두산주류, 2010년 GS백화점 & 할인점, 2012년 하이마트 등 대규모 M&A에 매년 수천억 원을 쏟아 부으면서 그룹의 외형을 2배 이상 성장시켰다.잠실 제 2 롯데월드, 부산 제 2 롯데월드 신축 허가 등 굵직한 개발사업도 대부분 소원대로 추진이 가능해졌다. 특히 롯데는 공정사회를 주도한 노무현 정부보다는 친기업 성향을 보인 MB정부 들어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롯데의 급성장 배경에는 롯데의 총괄사장을 했던 장경작(현 현대아산 사장)이 있다. MB의 대학동기로 알려진 그는 MB정부가 들어서면서 호텔롯데 사장에서 롯데의 총괄사장이 되어 대정부, 대정치권 로비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을 받고 있다. 그는 잠실 제 2 롯데 신축 허가를 이끌어 내는 등 탁월한 대관업무능력을 인정받아 2010년 3월 아사상태에 빠져 있는 현대아산의 사장으로 발탁되었다. 대북협력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현대아산이 정치인이 아닌 사장을 선임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그동안 알만한 사람만 알던 롯데의 정치적 특혜 의혹에 대한 논란이 MB정부의 임기 말이 되고, 레임덕이 생기면서 증폭되고 있다. 기업이 실정법의 테두리 내에서 사업을 해 이익을 내고 덩치를 키우는 것을 비난할 수 없다. 또한 기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있다고 해서 대중영합주의로 정치적 공격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다만 정권교체기에 반복적으로 행해지던 사정작업에서 롯데에 대한 특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본다.◇ 정체성을 확보하고 올바른 기업문화 통합이 급선무국내에 M&A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IMF 외환위기 이후이다. 한화그룹, STX그룹, 두산그룹, CJ그룹, 금호그룹, 웅진그룹 등 새롭게 부상하는 그룹은 대부분 M&A를 통해 덩치를 키웠다.M&A은 ‘돈(money)’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인수한 기업을 자사의 기업문화로 통합시켜 ‘시너지(synergy)’를 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실제 대규모 M&A 이후 오히려 그룹이 위기에 직면한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많다. 롯데도 2000년대 이후 대규모 M&A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롯데의 기업문화를 정착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보면 롯데는‘유행에 민감하고 대중적인 이미지의 30대 여성’으로 여긴다.롯데가 2000년 이후 문어발 확장을 하기 전에는 껌, 과자, 음료 등 소위 말하는 아이들 주전부리를 제조∙판매하고 롯데월드라는 놀이동산을 운영해 활달한 여성의 이미지가 사업의 정체성과 일치했다. 하지만 이제 건설, 석유화학 등 80여개의 계열사를 가져 롯데 사업의 정체성이나 기업문화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롯데가 아시아 10대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기업의 정체성(identity)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소비재 제조∙유통기업으로 수직계열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 사업전략도 다시 수립해야 한다. 그동안 인수∙합병한 다양한 계열사도 단기적 성과로 몰아 부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롯데의 정체성이 배인 기업문화를 이식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SK가 ‘따로 똑같이’라는 구호로 계열사 통합작업을 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그렇게 하지 않으면 기업통합작업은 실패로 끝나고 기업간의 유기적 시너지가 아니라 부조화로 위기(crisis)를 초래할 것이다. 다양한 불협화음이 외부로 표출되고 있으며, 불매운동과 같은 사태가 지속되면 내부적으로 불신과 분열이 일어나 위기가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 2세 경영의 위험과 반롯데 정서 극복이 생존을 결정신격호 회장도 90이 넘은 고령이라 롯데는 실질적인 2세 경영이 시작되었다고 봐야 한다. 한국 롯데의 경영권을 장악한 신동빈 부회장이 무모한 M&A와 외형 키우기에 집착하는 이유가 일본 롯데를 이끌고 있는 형 신동주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 또한 아버지로부터 경영능력을 검증 받아 후계자로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싶은 이유도 있을 것이다.신동빈 체제의 외형적으로 화려한 실적을 내고 있지만 롯데가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신동빈 회장이 주도한 M&A가 적정한 가격으로 체결되었는지, 전체적으로 시너지가 나는지 등은 아직 평가하기 어렵다. 최근 신동빈 회장이 야심 차게 시작한 몇 가지 신규사업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서 그의 경영능력에 의구심을 낳고 있다.2012년 3월 고급스러운 프리미엄 쇼핑몰을 지향하며 열었던 ‘엘 롯데(el LOTTE)’와 6월에 오픈한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 ‘빅 마켓(VIC Market)’이 대표적인 사례이다.엘 롯데는 무료 포인트 제공, 각종 이벤트로 입 소문을 냈지만 정작 주력하겠다던 요트, 공예품, 미술품의 판매는 저조하다. 빅마켓도 유사한 미국계 코스트코(Costco)와 제품구성에서 차별성이 없어 초기 무료 이벤트로 관심은 끌었지만 성공여부가 불투명하다.롯데가 극복해야 할 다른 과제는 국민들의 반롯데 정서이다. 롯데는 유통을 하면서 본업보다는 땅 장사로 돈을 벌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국 각지의 요지마다 부동산을 매수하였고, 부동산의 재개발로 막대한 이익을 냈다.또한 내수위주의 사업을 하면서 수출주도형의 한국경제에 기여도가 낮다는 평가도 받는다. 롯데가 한국기업이라기 보다는 일본 기업으로 한국에서 번 돈을 벌고 일본으로 유출한다는 비난도 듣는다. 국내 최대 규모의 유통재벌 롯데가 정권 교체기, 경영권 승계기 기로에 서 있다. 그동안 무모하게 벌인 사업확장을 검증되지 않은 2세가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낡은 조직문화를 롯데의 규모와 사업영역에 적합한 새로운 기업문화로 승화시킬 수 있을지, 분노한 자영업자와 국민의 정서를 어떻게 끌어 안을지, 새로운 정권과 정치권의 공세에 어떻게 대처할지 숙제다.기업문화연구 전문가로서 롯데와 신동빈 부회장이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어떤 묘책을 내 놓을지 자못 궁금하다.- 계속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