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59
"대기업"으로 검색하여,
584 건의 기사가 검색 되었습니다.
-
▲ 삼성그룹의 내부고발자인 김용철 변호사가 쓴 '삼성을 말한다' 책 표지 [출처=사회평론]최근 금융감독원은 유명무실한 금융기관의 '내부고발'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준법제보'로 명칭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부고발이라는 용어가 부정적인 이미지라 변경하는 것은 올바른 대처방안은 아니라고 판단된다.또한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금융기관 외부에 신고 및 운영 채널을 별도로 두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금감원은 금융기관 내부의 온정적 조직문화로 내부 부정행위가 근절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내부통제시스템은 금융기관 뿐 아니라 공기업, 공무원 조직, 민간 기업 등의 각종 내부 부정행위를 없앨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직원의 윤리의식을 고도화시키면 내부고발이 필요없겠지만 쉽지 않다.국가정보전략연구소는 20년 이상 내부통제시스템을 연구하며 각종 조직을 대상으로 컨설팅과 자문 업무를 수행했다. 내부고발자의 신분을 공개하는 방안, 내부고발을 결정하는 고려요조 등에 대해 알아보자. ◇ 신분공개나 익명 여부의 판단... 명확한 증거와 정보의 다운그레이드로 생존 확률 높여야 내부고발자는 자신의 신분을 공개할 수도 있고 익명으로 내부고발을 단행할 수 있다. 익명으로 하는 것은 내부고발 내용이 불법적일 뿐 아니라 고발자의 신원이 알려질 경우 입게 될 피해가 예측될 경우에 적합하다.그렇지만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익명으로 내부고발을 한다고 그러한 기대효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사항을 검토해야 한다.첫째, 내부고발 내용이 구체적이어서 제보만 갖고도 부정행위가 완벽하게 입증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항상 증거란 인멸될 수 있으며 증인조차 나서지 않으면 웬만한 부정행위는 입증하기 곤란하다.따라서 부정행위를 확인할 증거의 양과 질이 매우 중요하다. 조직에 다시 돌아가지 않아도 조직에서 증거 인멸을 하기 어려운 증거물을 충분하게 확보했는지 판단한다.또한 너무나 명백한 증거물이어서 내부고발 대상자나 조직에서 부인할 수 없어야 한다. 조직의 부정행위나 불법 행동에 관한 정보는 일부 인원에게만 개방돼 있을 수 있다.조직 내·외부의 문제 제기 행위가 예상될 경우, 조직은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강력하게 통제하거나 정보를 파기 혹은 은닉할 수도 있다.따라서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모든 기록문서를 복사해 두거나 전자파일을 USB와 같은 별도의 저장장치에 저장해 관리해야 한다.둘째, 익명으로 제보한다고 해도 자신이 내부고발자로 밝혀질 수 있는 가능성은 없는지 판단해야 한다. 특정 몇 사람만이 알고 있는 내용이거나 자신만이 알거나 관리하는 자료가 공개된다면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는 사태를 피할 수는 없다.과거 다수 대기업의 내부고발 사건에서 수사기관은 비밀금고의 위치, 비밀금고의 번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수사를 진행했다. 이러한 정보는 소수 핵심 직원에게만 공개된다.따라서 이런 유형의 사고가 발생하면 그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직원 중에서 조직에 불만을 갖고 있거나 불만을 가지고 조직을 떠난 직원을 혐의자로 용의 선상에 올린다. 명확하지 않은 경우라도 정보의 질(the quality of intelligence)로 얼마든지 내부고발자를 추적할 수 있다. 회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회계 관련 용어를 잘못 사용하기도 한다.또한 영업비밀로 관리하는 특정 기술에 관련이 없는 사람이 기술 관련 용어나 영향을 잘못 설명하게 되면 의외로 쉽게 내부고발자의 신분이 드러난다.이렇게 내부의 잠재적 혐의자 중에서 더욱 범위를 축소하며 내부고발자를 찾아낼 수 있다. 따라서 중요 문제에 대한 ‘지식위장능력’이 필요하나 이는 전문적인 기술에 해당된다.정보기관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는 정보의 질을 다운그레이드(downgrade)시키거나 정보의 질적 요건을 침해함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다.셋째, 조직 내부에서 내부고발자를 색출하는 작업을 진행할 경우에 당황하지 않고 태연하게 행동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야 한다.특히 내부고발 행위로 조직이 받는 위험 부담이나 영향이 클 경우 내부고발자를 찾는 방식이 공개적이고 먼지털이식으로 철저하게 진행될 수 있다.모든 직원들을 면밀하게 상담하고 '집단책임' 등을 운운하면서 조직 내부에 유·무형적인 압박을 가할 경우, 내부고발자가 아니라 조직원 간에 내부고발자 색출 작업이 일어날 수 있다.이러한 경우 내부고발자는 심리적으로 더욱 압박을 받게 되며 태연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다. 조직은 다양한 힘과 능력을 가진 조직원으로 구성돼 있다.내부고발자는 조직의 치밀한 공개 검증을 통해 색출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대비책을 강구헤야 한다. 쉽지는 않지만 자신의 멘토나 외부의 조력자와 심리적인 상담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다양한 위협 요인과 정서적 침해 요인들을 여과(filtering)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익명으로 내부고발행위를 단행한 경우에 생존에 매우 중요한 부문이 된다.넷째, 결국 자신이 내부고발자로 밝혀지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준비해둬야 한다. 명확한 증거가 아니더라도 조직이 자신을 내부고발자로 묵시적으로 결정하면 대처 방안이 있어야 한다.조직의 냉대와 동료와 소외 등으로 조직에서 명시적으로 퇴사를 권고하지 않더라도 자발적으로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계속 자신이 아니라고 부인을 하는 와중에 결정적인 증거나 나오거나 너무 심리적으로 힘들어서 스스로 내부고발자로 시인을 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도 준비해야 한다. - 계속 -
-
▲ 할인점 및 편의점을 운영 중인 홈플러스 본사 전경 [출처=홈페이지]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대기업으로 불린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잘 극복하며 오히려 한 단계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특히 삼성전자는 가전과 메모리반도체로 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피처폰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해 미국의 애플에 밀리기 시작했다.삼성전자는 다양한 모델의 갤럭시 시리즈로 아이폰의 아성에 도전했지만 격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특히 저가 시장마저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업체에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우리나라 대기업은 1980~90년대 저가를 무기로 선진국 시장을 뚫었지만 명확한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하는데 성공하지 못했다.세계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에서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과 경쟁에서 밀렸다. 결정적인 패인은 마케팅 전략의 부재로 분석된다.◇ 마케팅은 기업 실적의 원동력... '땅짚고 헤엄치기'식의 사업도 창의적 마케팅 노력 없으면 실패국내 대기업은 주로 소위 말하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의 독점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정부는 1960년대부터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식 중 하나로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 논리를 도입했다.정부는 대량생산의 기반을 제공하기 위해 허가권으로 신규 진입을 막아줬고 보조금과 세금감면 정책으로 대기업을 지원했다. 국내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 기업의 국내 진출을 막기 위한 다양한 장벽도 쌓았다.높은 관세, 까다로운 품질검사, 세무조사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단기적으로 한국의 대기업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던 이유다.기업도 기술력이나 브랜드 인지도가 없었기 때문에 저가의 노동력 확보와 공장설비 투자로 인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재료 구입에서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통제할 수 있도록 계열사를 세웠고 선단식 경영은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작용했다.공급에 비해 항상 수요가 많았기 때문에 품질 향상을 위한 기술개발이나 브랜드 인지도 상승을 위한 마케팅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제품을 만들면 재고로 쌓아 둘 시간도 없이 팔려나가던 사업하기 편한 시절도 있었다. B2C(Business to consumer) 사업뿐만 아니라 사업도 공무원이나 관련자에게 적당한 뇌물만 제공하면 사업권을 딸 수 있어 마케팅을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국내 대기업이 편하게 사업하면서 덩치를 키운 것이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몰고왔다고 볼 수 있다. 다행스럽게 2000년대 이후에는 마케팅에 큰 관심을 가졌다.외부에서 영입한 뛰어난 인재를 기업의 어떤 부서보다 우선해서 배치했고 마케팅 전략의 수립을 위한 아이디어 창안도 중시했다.국내 다른 대기업과 동일한 성장 이력을 가진 삼성그룹은 외환위기를 극복하면서 ‘마케팅’에 더 깊은 관심을 가졌다. 이는 이후 다른 기업이 휘청거리며 망해가는 와중에도 월등한 실적을 내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조직의 목표가 정해지면 앞뒤 보지 않고 돌진하는 삼성의 기업문화(corporate culture)도 좋은 결과를 낸 요인이다. 앞으로 더욱 더 치열해진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마케팅 전략에 대한 많은 연구와 관심이 절실하다. ◇ 신사업 실패는 마케팅 전략의 부재... 제조에는 강하지만 서비스에는 약한 삼성의 기업문화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변하지 않는 법칙으로 ‘고위험 고수익, 저위험 저수익(high risk high return, low risk low return)’이 있다. 덩치가 큰 대기업은 위험은 크지만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사업에 투자해 선점하는 것이 유리하다.그러나 국내 대기업은 중소기업이 잘하고 있거나 중소기업이 열심히 투자해 상품이나 사업모델을 검증하고 나면 시장에 재빠르게 진입하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wer) 전략을 추진한다.일단 시장에 진입을 하고나면 우월한 자본력을 앞세우거나 정치권력과 유착을 무기로 진입장벽을 쌓는 등의 방식으로 시장을 송두리째 장악해 선행 사업자인 중소기업을 고사시킨다.일부 전문가는 합법을 가장한 '약탈'이라고 규정한다. 그럼에도 이 방식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이 그동안 실패한 사업으로는 자동차 제조, 유통업, MP3 등이 있다. 시장에서 검증된 사업이지만 실패했다.우선 삼성의 가장 큰 실패작은 자동차 사업이다. 당시 현대그룹, 대우그룹,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등의 기업이 자동차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다.국내 시장은 포화상태라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었지만 김영삼 정부 시절 사업권을 획득했다. 국내 시장 판매보다는 해외 수출로 국부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막대한 부실만 남기고 파산했다.전자제품을 만드는 공장만 건설하다 보니 자동차 조립공장도 그런 식으로 만들려고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건희 회장이 공장을 방문하면 라인 가동을 중지하고 소방차로 공장 바닥을 청소해 먼지 하나 없이 만들었다는 일화가 공개되기도 했다.결국 삼성자동차는 1999년 법정관리에 들어가 채권단은 2조4500억 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 등의 주식을 담보로 내놓았다.다음으로 삼성이 미래의 성장산업이고 기술력도 필요하지 않아 쉽게 생각하고 덤벼들었다가 실패해 못내 아쉬워하는 부문이 유통업이다.1999년 영국의 테스코(Tesco)와 합작으로 삼성 테스코를 설립해 홈플러스라는 할인점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신세계의 이마트, 롯데의 롯데마트에 완패해 지분을 매각했다.홈플러스는 2015년 한국 사모펀드인 MBK에 7조2000억 원에 매각됐다. MBK는 알짜 점포를 매각해 인수자금을 갚는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하다가 부도 위기로 내몰렸다. MBK와 홈플러스는 2025년 3월4일 유동성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며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법원은 즉각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홈플러스 사태가 국민연금과 부동산 펀드 등에까지 확산 중이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음악파일을 재생시키는 디지털기기인 MP3는 대한민국 벤처기업 레인콤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시킨 제품이다. 기존의 테이프 레코드 시장을 순식간에 초토화시키고 음악시장을 재편한 획기적인 제품이다.기술력이 필요 없는 제품이었고 레인콤이 내부 분쟁으로 주춤하는 사이 메모리에 장점을 가진 삼성전자가 뛰어들었다. 디자인으로 승부를 걸었지만 결국 시장을 장악하는 데 실패했다.결국 이 시장은 싸움을 지켜보던 애플이 아이팟(iPod)이라는 제품을 들고 나오면서 글로벌 시장을 장악했다. 가정왕국으로 불리던 삼성전자도 물을 먹은 것이다.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애플의 아이팟도 사리지고 있다.몇 가지 사례를 보더라도 혁신하지 않고 모방만 한다면 검증된 사업에 뛰어든다고 해도 모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추진하는 신사업에서 혁신하는 것은 사업 아이템과 기업문화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야만 한다.제조에는 강하지만 서비스에는 약한 것이 삼성의 기업문화다. '복제에는 강하지만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은 약한 것'도 삼성의 기업문화다.위에서 열거한 3가지 사업 모두 후발주자라는 나름대로 이점을 갖고 있지만 창의성을 확보하지 못해 성공하지 못했다. 요즘 청년들이 선호하면 표현을 빌리면 ‘딱 거기까지’라는 한계에 봉착했다.삼성이 지난 20여 년 동안 도전했던 신사업의 실패가 이를 증명한다. 앞으로 삼성이 신사업을 선택하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서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계속 -
-
▲ 한국 삼성전자와 일본 소니가 합작해 설립한 S-LCD의 홍보자료 [출처=삼성전자 홈페이지]2025년 2월부터 삼성그룹은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 2세인 이건희 회장의 경영이념을 강조하며 혁신을 주문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한다.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경영진에게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삼성의 저력을 다시 찾자고 강조한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사업마저 부진하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삼성전자는 대규모 시설투자와 기술개발로 초격차 경쟁을 부르짖었지만 어느 순간 혁신의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을 포함한 우리나라 대기업의 기업문화 문제점에 대해 알아보자.◇ 창의성과 협력을 죽이는 대기업 기업문화... 언론의 칭찬 보도에 심취해 혁신의 기회 놓친 삼성미국의 경제학자 슘페터(Joseph A. Schumpeter)는 조직이 변하기 위해서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제품에서부터 서비스, 업무 프로세스, 기술, 시스템 등 모든 영역에서 변화가 아닌 혁신이 필요하다. 경영환경의 변화는 경영전략의 전환을 불가피하게 하고 경영전략의 전환은 기업문화와 조직구조의 변혁을 요구한다.삼성의 사업도 제조 중심에서 판매 및 서비스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새로운 기업문화 정립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기존의 기업문화와 새로운 사업에 적합한 기업문화가 충돌하고 있어 삼성 기업문화의 장점이 발휘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일반적으로 삼성의 조직은 '창의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직이 창의성을 가지려면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있어야 한다. 삼성을 포함한 국내 대기업은 직원의 업무상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다.실패의 경험도 ‘기업의 자산’이라고 말하지만 실패한 직원은 경영진의 냉대와 동료직원의 불신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조직을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실패로부터 무엇을 얻었는지가 중요함에도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국 실리콘벨리의 혁신 기업이 실패한 직원을 오히려 중용하고 실패 체험담을 다른 동료와 공유하게 해 학습을 통한 위험부담을 줄여가는 것과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삼성의 창의성 부족을 협력하지 못하는 보수적 기업문화에서 찾기도 한다. 미국 GE와 1984년부터 의료기 사업을 추진했지만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1998년 사업을 정리했다.2004년 삼성전자는 일본 소니(Sony)와 자본금 2조1000억 원짜리 S-LCD를 차렸지만 2011년 유상감자를 단행했고 양사의 협력관계가 종료됐다. 소니는 삼성전자 대신에 일본계 기업과 관계를 복원했다.미국 애플(Apple)과 밀월관계도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 갤럭시 시리즈를 내면서 틈이 벌어졌다. 애플은 반도체 공급업체를 삼성전자에서 대만업체로 변경했다. TSMC 등 대만 반도체 기업이 파운드리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 기반을 제공했다.2020년 사망한 이건희 회장이 생전에 ‘모두가 삼성을 싫어한다’고 말했지만 전문가들은 왜 삼성이 주위의 이해관계자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지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삼성의 핵심역량이 외부 기업과 경쟁과정에서 보여준 탁월한 근성이지만 오히려 우호기업과의 협력사업에서는 핵심 경직성으로 작용한다.제조기업 삼성이든 소비재기업 삼성이든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할 수는 없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원활한 의사소통과 협력 속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삼성이 창의성과 협력을 죽이는 기업문화를 바꾸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로 칭찬일색의 한국 언론이 지적되고 있다.삼성의 기업문화에 문제가 있음에도 한국의 언론은 엄중한 비판보다는 칭찬 일색으로 삼성에 유리한 기사를 경쟁하듯 쏟아낸다. 일부 기사는 삼성의 홍보실조차도 낯 뜨거워서 쓰기 힘든 내용을 담고 있다.이런 유형의 언론보도는 삼성 내부인이 자신들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일본의 전자업계도 자국의 언론보도 함정에 빠져 ‘잃어버린 30년’을 보냈고 아직도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해 허우적거리고 있다.일본 언론도 1980년대 화려한 성과를 서로 칭찬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기업은 자기 최면에 빠져 혁신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지 않았다.이재용 회장이 냉철하게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자기혁신을 외치고 있지만 대부분의 삼성맨들은 위기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현상이 이를 증명한다. ‘일류 삼성’의 덫에 걸려 혁신의 필요성조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 따라하기 마케팅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가장 우수한 인재가 마케팅팀에 소속돼 사업 주도해야한국의 직장인에게 헷갈리는 용어 중 하나가 ‘영업(sales)’과 ‘마케팅(Marketing)’이다. 마케팅은 영어라서 좀 더 고급스럽고 영업은 한글이라서 촌스럽다는 표현으로 해석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마케팅은 상품의 기획단계에서부터 사후 서비스까지 전체적으로 관여하고 영업은 단순히 생산해서 만들어 놓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파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마케팅이 영업보다 중요하지만 국내 기업에서 마케팅의 역할은 실질적으로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그동안 국내 기업은 글로벌 선도기업의 디자인이나 마케팅 전략을 따라만 했지 창의적인 개념을 도입한 사례가 없다.기업문화의 5–DNA 중 사업(Business)의 요소인 시장(Market)은 마케팅 전략이 핵심이다. 시장의 메인 흐름을 파악하고 소비자의 특성과 수요변화를 예측하는 마케팅 활동이 시장을 장악하는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은 주로 소위 말하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의 독점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정부는 1960년대부터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식 중 하나로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 논리를 도입했다.대량생산의 기반을 제공하기 위해 허가권으로 신규 진입을 막아줬고 보조금과 세금감면 정책으로 대기업을 지원했다. 국내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 기업의 국내 진출을 막기 위한 다양한 장벽도 쌓았다.높은 관세, 까다로운 품질검사, 세무조사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했다. 단기적으로 한국의 대기업이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시장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던 이유이다.기업도 기술력이나 브랜드 인지도가 없었기 때문에 저가의 노동력 확보와 공장설비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재료구입에서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통제할 수 있도록 계열사를 설립했고 선단식 경영은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작용했다.공급에 비해 항상 수요가 많았기 때문에 품질향상을 위한 기술개발이나 브랜드 인지도 상승을 위한 마케팅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제품을 만들면 재고로 쌓아 둘 시간도 없이 팔려나가던 사업하기 편한 시절도 있었다. B2C(Business to Consumer) 사업뿐만 아니라 사업도 공무원이나 관련자에게 적당한 뇌물만 제공하면 사업권을 딸 수 있어 마케팅을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국내 대기업이 편하게 사업하면서 덩치를 키운 것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몰고 왔다고 볼 수 있다. 다행스럽게 2000년대 이후에는 국내 대기업도 해외로 적극 진출하며 마케팅에 큰 관심을 가졌다.외부에서 영입한 뛰어난 인재를 기업의 어떤 부서보다 우선해서 배치했고 마케팅 전략의 수립을 위한 아이디어 창안도 중시했다.국내 다른 대기업과 동일한 성장이력을 가진 삼성은 외환위기를 극복하면서 ‘마케팅’에 더 깊은 관심을 가졌고 이는 이후 다른 대기업에 비해 월등한 실적을 내는 원동력이 됐다.조직의 목표가 정해지면 앞뒤 보지 않고 돌진하는 삼성의 기업문화도 좋은 결과를 낸 요인이다. 앞으로 더욱 더 치열해진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의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써 마케팅 전략에 대한 많은 연구와 관심이 절실하다.- 계속 -
-
▲ 내부고발과 윤리경영 표지 [출처=예나루]지난 몇 년 동안 국내 다수의 은행에서 부정대출, 고객예금 횡령, 서류 조작 등 직원의 부정행위가 발생했다. 신용이 생명인 금융기관의 부정행위는 기업을 파멸로 이끌고 가는 지름길이다.은행 뿐 아니라 기업의 부정행위는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로 많다. 다양한 유형의 부정행위가 적발되지 않은 기업을 찾는 것이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기보다 어려울 수 있다.내부고발은 아무리 공익적이고 양심적이며 또 바른 일이라고 하더라도 사전에 면밀히 계획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고발자는 자신의 뜻을 펼쳐 보지도 못한 채 오히려 ‘뭘 모르고 나섰다’거나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이라는 대우를 받기 십상이다.따라서 내부고발자는 호루라기를 분 뒤 자신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자신의 뜻을 그대로 펴 보이기 위해서도 아래와 같은 사항을 숙지해야 한다. ◇ 내부고발을 하기 전의 행동 요령... 조직 계통상에서 해결하지 못해 선택한 최후의 수단인지 판단내부고발은 조직의 정상적인 보고 절차나 계통을 통해서 해결되지 않은 내용이므로 내부통제시스템 2단계 이상으로 끌고 가는 당사자는 무엇인가 예상하지 못한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자신이나 조직을 위해서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으며 다음과 같은 5가지 행동요령을 하나씩 확인하며 진행하는 것이 현명하다.첫째, 내부고발이 조직의 부정행위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인지 고민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부통제시스템의 1단계 과정을 충실하게 이행했는지 판단한다.조직계통상의 문제해결 노력에 대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하지 않는 한 2단계로 옮겨가서는 안 된다. 부서의 책임자에게 공식 및 비공식 채널을 통해 충분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둘째, 부정행위를 증명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를 확보했는지 판단해야 한다. 부정행위가 자신의 사소한 불평불만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기본이고 해당 부정행위를 증명할 충분한 자료를 복사해 갖고 있어야 한다.하지만 내부의 민감한 비밀이나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했다면 관련 자료 복사나 준비에 관해 한번 더 규정 위반 여부를 판단한다. 내부고발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최대한 규정을 위반하지 않도록 한다.셋째, 내부고발을 결정한 동기를 다시 한번 더 확인해야 한다. ‘자신이나 자신이 수행한 업무성과를 조직에서 인정을 받지 못했거나 잘못 취급받는다’고 느꼈기 때문 혹은 ‘화가 났다’고 내부고발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내부고발이 단순히 불평불만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건전한 발전과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분을 잊어서는 안 된다.넷째, 내부고발이 해결되는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충분하게 극복할 수 있는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내부고발로 조직에서 소외되거나 혹은 강제로 퇴직을 당하거나 퇴직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면 경제적인 어려움에 봉착할 수도 있다.또한 퇴직 후에 자신의 명예나 전문성에 흠이 되어 자격증을 갖고 있어도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어야 한다.자신 뿐 아니라 자신의 가족 구성원도 친구, 동료, 친인척, 주변인 등을부터 비난을 받을 수 있으므로 그에 대한 충분한 대비도 필요하다.마지막으로 조직의 정상적인 조직계통상에서 해결할 수 없는지 다시 한번 더 고민하도록 한다. 항상 내부고발은 조직계통상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해결을 위한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 ◇ 내부고발 행동시의 유의사항... 명확한 증거와 역량 있는 조력자 확보가 생존의 마지노선내부고발을 단행하면서 많은 내부고발자가 자신의 부주의로 내부고발 명분이 퇴색되거나 자신이 오히려 처벌을 받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최소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요령 3가지 정도 확인해야 한다.우선 자신의 시간과 자원으로 내부고발을 위한 행동과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공무원이 근무시간에 근무지를 이탈해 내부고발을 하면 법적으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민간기업에 근무하는 직원이라고 해도 업무 수행 중 근무지 이탈은 징계사유에 해당된다. 내부고발을 외부나 내부감사기관에 제기하더라도 근무시간에 자신의 근무지를 이탈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또한 내부고발을 증명할 자료를 준비하면서도 회사의 고급 복사용지를 사용하거나 회사 경비로 구입한 개인용컴퓨터(PC), USB 메모리 등에 내용을 저장해 반출하여서는 안 된다.다음으로 자신의 주변정리를 철저하게 처리해 오히려 공격의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이메일(e-mail), 다이어리, 메모지, 문서철 등이 자신의 부적절한 행위를 비난하거나 공격 당하는 증거로 활용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내부고발 대상이 되는 조직의 책임자나 상급자는 내부고발이 발생하면 본질을 왜곡하거나 주변인 관심의 초점을 흐리게 하기 위해서 사건의 내용과 동떨어진 내부고발자의 사생활이나 개인적인 문제점을 부각시키려고 노력하게 된다.평소의 언행이나 조직생활 성실도, 공사 구분의 불명확성 등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그것을 뒷받침할 증거로서 개인적인 이메일이나 다이어리, 근무평가서 등을 제출한다.사실 이러한 대응정책이 매우 효과적이며 내부고발자가 문제가 있거나 불성실한 사람으로 역공을 받게 된다. 특히 자신이 주장하는 내부 부정행위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기업의 구체적인 증거에 의한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을 갖게 된다.또한 내부고발의 대상이 된 직원이나 회사측에서 공개하는 내용도 시간에 따라 정확하게 기록을 유지하도록 한다. 구체적인 증거나 증인을 내세우려면 그 내용과 사본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좋다.대상을 지목된 직원도 감정에 앞서서 주관적이거나 감정적인 주장을 펼칠 수 있다. 증거도 증거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주장에 불과한 경우도 있으므로 잘 관리하면 반박자료로 활용도 가능하다.마지막으로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힘과 의지를 갖고 있는 조력자를 조직 내·외부에서 확보해야 한다. 조직 내부에서는 동일한 부정행위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면서 분개하는 동료와 가깝게 지내도록 노력한다.조직의 행태나 문제해결 방식에 묵시적으로 반발하는 동료와 대화를 통해서 내부고발자 자신이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이 옳은 것인지 혹은 자신이 내부고발행위를 하고자 하는 마음이 지지를 받을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부족한 증거나 논리를 보강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자기확신에 이르게 된다. 특별한 검토계획이나 준비 없이 조직 내부의 문제를 이슈화하는 것은 자신만의 불이익으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조직의 회계, 인사 등 관리부서 직원들은 다른 직원들에 비해 내부의 비밀정보에 쉽게 접근을 할 수 있다. 이들에게서 자신이 확보한 부정행위 자료와 판단이 옳은지 한번 더 검증을 받을 수 있다.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면 자신의 지지세력으로 만들 수도 있다. 조직 내에서 자신의 주장에 동조하거나 최소한 자신의 주장에 묵시적으로라도 반대하지 않을 사람이 있어야 한다.모든 직원들이 자신을 매도하거나 내부고발자만이 문제가 있는 식으로 인식한다면 객관적인 자료가 충분하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는 어렵다.◇ 외부 조력자를 찾는 방법... 정치인 및 언론인보다 정상적인 시민단체가 유리내부 직원 모두가 관행을 중시하고 부정행위조차 영업비밀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조직 외부에서 자신을 지지할 조력자를 찾아야 한다.자신의 친한 친구들과 상담하고 인간적인 합의나 지지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자신이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을 경우 도움을 줄 수 있는 시민단체, 변호사, 언론인 등을 확보해야 한다.조직 내부에서 제기되는 내부통제시스템 1, 2단계에서도 이러한 도움이 필요하다. 특히 외부로 가는 내부통제시스템 3단계가 되면 외부 조력자의 영향력 정도에 따라서 내부고발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내부고발 자체의 성공과 자신의 생존도 이러한 외부조력자의 영향력 정도에 따라 결정될 수 있으므로 외부 조력자를 잘 선택해야 한다.자신이 내부고발을 선택한 의도와 진실성으로 외부 조력자를 설득해야 하고 그 설득력에 따라 지지의 정도가 달라진다.일부 내부고발자들이 공익성과 여론 파장효과가 큰 내부고발을 정치인이나 언론인을 조력자로 선정하고 실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모든 정치인이나 언론인이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 인사는 자신의 인기나 홍보를 위한 수단으로 내부고발을 악용한다.이러한 경우 아무리 조력자가 내부고발자의 생존을 약속했더라도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게 된다. 따라서 내부고발자는 자기 생존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외부의 조력자를 선택해야 한다.가장 바람직한 외부 조력자는 내부고발로 사회가 얻게 되는 공익을 최대한 부각시킬 수 있으며 내부고발자를 지지할 수 있는 대중을 잘 설득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정상적인 시민단체가 좋다.특히 시민단체는 내부고발자의 생존과 권익보호를 위해 투쟁해본 경험을 갖고 있다. 따라서 어떻게 내부고발 행위를 진행하고 조직의 보복행위, 대처 방안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줄 수 있다.그리고 법률적인 이슈가 첨예한 경우에는 변호사에게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일반인이 변호사와 상담하기는 쉽지 않지만 시민단체 등에서 추천하는 경험이 있는 변호사는 매우 도움이 된다.- 계속 -
-
▲ 서울특별시 강남구 서초동에 위치한 삼성전자 빌딩 전경 [출처=홈페이지]1961년 5·16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박정희는 1962년부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실천한다. 1960년대 경공업, 1970년대 중화학공업을 추진하며 선진국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했다.정부는 중복투자의 비효율성을 축소하기 위해 기업간 사업영역을 조정했다. 사업 분배권을 쥔 정치인과 이권을 차지한 기업간 이른바 정경유착(政經癒着)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일제의 압제에서 벗어난 이후 급속한 경제발전 과정에서 막대한 규모의 부를 축적한 재벌(財閥)은 혁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우리나라 대기업이 적은 이유다.◇ 모방 제품에 저렴한 인건비로 세계 시장 진출... 2000년대 이후 너트크래커 신세로 전락1988년 서울 울림픽 이후 우리나라 기업은 세계화의 기치를 내걸고 해외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삼성그룹, LG그룹, 현대그룹, 대우그룹, SK그룹, 롯데그룹, 한진그룹 등이 나름 글로벌화에 성공한 대기업 집단이다.대우그룹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망했다. 현대그룹도 IMF 외환위기와 경영권 분쟁으로 그룹이 분할된 이후 어려움을 겪었다.일본이나 미국의 대기업이 새로운 제품을 들고 시장을 개척할 때 우리나라 재벌은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가격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자동차, 가전, 조선, 석유화학, 철강, 건설 등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였지만 품질이나 기술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2000년대 이후 중국, 동남아시아 국가, 인도 등이 저임금으로 시장에 진입하며 너트크래커 (nutcracker) 신세로 전락한 이유다.국내 대기업 중 글로벌화에 가장 성공한 삼성그룹을 예로 들면 원천기술이 없으며 다른 기업의 제품을 베끼는 2등 전략으로도 크게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특히 삼성은 이병철 회장이 1930년대 창업한 초기부터 일본 기업을 벤치마킹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이병철 회장, 이건희 회장, 이재용 회장 등이 모두 일본 대학에서 공부했다.삼성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보면서 머뭇거리다간 망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미국식의 경영기법과 제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오히려 도약했다고 칭찬을 받는다.과거 산업시대에는 무리하게 '1등'으로 선두에 서기보다 ‘2등 전략’이 자원의 낭비가 적을 뿐만 아니라 자원이 제한적인 후발주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경영전략으로 자리매김했다.그러나 1등이 시장을 독식하는 21세기 정보화시대에 2등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삼성 제품은 ‘창조’가 아니라 ‘복제’한 것이기 때문에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이재용 회장의 취임 이후 삼성전자가 반도체, 가전, 스마트폰 등에서 국내외 후발주자에 밀리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삼성이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도입하지 못하면 주력 제품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본다. ◇ 삼성전자 메모리는 레드오션에 봉착... 비메모리와 파운드리는 대만 TSMC 등에 밀려 고민 가중삼성전자가 자랑하는 메모리 반도체, 액정디스플레이(LCD), 가전제품, 스마트폰 등 주력제품 중 자체적으로 개발한 제품은 1개도 없다. 모두 다른 기업이 개발한 제품을 모방했다.2000년대 이후 삼성전자의 제품이 주력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특허권 등 분쟁을 겪으면서 성장동력이 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창의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것이 삼성그룹의 기업문화이고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삼성의 미래는 없다’라고 단언할 수 있다. 창의성이 없는 단순 제조로 삼성전자의 자랑인 반도체 사업조차도 지속할 수 없다.삼성의 반도체 신화는 삼성이 일본 도시바(Toshiba)로부터 한물간 64M DRAM 기술을 전수 받으면서 시작된다. 삼성의 대규모 투자와 기술개발 노력이 상당 부문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외부적인 요인도 빼놓을 수 없다.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1980년대는 도시바와 같은 일본 반도체 업체가 인텔(Intel) 등 반도체 선두기업을 추격하기 위해 메모리 칩(chil)을 덤핑하던 시기였다.인텔은 기술력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메모리 칩 시장에 한국과 대만 같은 개발도상국이 뛰어들어 경쟁이 심화되면 수익성이 없어질 것이라 판단하고 1985년 메모리 사업을 접는다.인텔은 반도체 사업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수익성이 높은 마이크로 프로세스 개발에 전념해 한 때 글로벌 시장의 80퍼센트(%) 이상을 장악한 반도체 거대기업으로 군림했다.반면 삼성전자가 주력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의 수익성은 낮다. ‘무어의 법칙(Moore's law)’이니 ‘황의 법칙(Hwang's Law)’이니 하면서 기술개발이 이뤄졌다.인텔과 같은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은 기술력 없이는 도전하지 못하는 비메모리 분야에 집중해 기술 격차를 벌였다. 애플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중 아날로그 반도체가 절반을 상회한다.빛, 소리, 온도, 압력 등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변환시켜 주고, 컴퓨터 연산 결과를 사람이 인식할 수 있도록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주는 것이 아날로그 반도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에 아날로그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삼성그룹은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을 차세대 성장산업인 태양광, 바이오 헬스,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 투자했다.삼성선자는 비메모리 사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전문인력을 채용하고 투자를 늘렸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2025년 3월 현재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에 대해 경영진단을 진행 중이다.막대한 손실이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MX(모바일) 사업부의 일감조차 확보하지 못할 정도로 경쟁력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메모리 사업도 SK하이닉스와 중국 반도체 기업의 추격으로 레드 오션(red ocean)으로 전락했다. 현재의 수요와 시설투자로 유지할 수는 있겠지만 미래 수익성이 있는 사업, 즉 블루 오션(blue ocean)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어렵다.삼성전자가 수십 년 동안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던 비메모리와 파운드리는 대만의 TSMC, 중국의 반도체기업 등에 밀리고 있다. 삼성전자 수뇌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계에게마저 밀려... 현대자동차그룹도 유럽 및 중국계 브랜드에 치여삼성전자는 2004년 일본계 기업으로부터 반발을 초래했다. 2004년 4월 일본 후지츠(Fujitsu), 동년 11월 마쓰시타(Matsushita)는 삼성전자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LCD TV의 통관금지를 일본 정부에 요청했다.미국과 유럽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면서 얻은 기술과 노하우로 전자업계의 심장부인 일본 시장에 진입하려는 시도는 처음부터 틀어져 버렸다. 결국 삼성전자는 2007년 일본 가전시장에서 철수했다.삼성과 소니(Sony)는 북미 시장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소니가 디지털 카메라에서부터 노트북까지 수백 가지의 제품으로 마케팅할 때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은 TV에 집중했다.삼성이 시장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은 TV가 가전제품의 대표주자라는 상징성과 가장 좋은 마케팅 도구이기 때문이다. 모든 가정이 최소한 한 대 정도는 가지고 있기 때문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가장 좋은 도구에 해당된다.다른 가전제품과는 달리 TV는 가정의 중심에 위치해 있고 매일매일 사용하므로 노출빈도가 높다. 인지능력이 있는 성인뿐만 아니라 인지능력이 부족한 어린아이에게까지 브랜드를 노출시켜 각인시킬 수 있다.삼성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고자 한다면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시장은 포기하더라도 TV 시장을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TV 시장도 기술개발이 정체되고 평준화되어 브랜드가 중요한 영역이다. 삼성전자가 싼 가격만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하기는 어렵다.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소니가 장악한 시장까지 넘봐야 한다.삼성전자가 일본 가전업계와 가격 전쟁을 하는 사이 애플은 차세대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가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에 완패한 이유다.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후발주자인 중국의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에 밀리고 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굴욕적인 패배를 당한 것도 차별화된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갤럭시는 아이폰의 브랜드 인지도 및 디자인, 중국계 기업의 가격 등에서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중국계 기업은 2019년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 폴드(Samsung Galaxy Fold)마저 모방했을 정도로 기술력을 확보했다.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는 국내 시장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20~30대에게는 애플에 크게 뒤쳐져 있기 때문이다.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다른 대기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예를 들자면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를 내세워 성장세를 유지하지만 삼성전자의 메모리 사업과 처해신 상황은 유사하다.유럽과 북미시장에서는 아우디, 포르쉐, 메르세데스 벤츠 등 유럽계에 브랜드 인지도에서 밀리고 글로벌 전기자동차(EV) 시장에서는 비야디(BYD) 등 중국산 EV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중국의 샤오미는 스마트폰의 짝퉁을 만든다고 조롱을 받았지만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EV 제조업체인 BYD도 유럽과 미국 시장을 점령한 후 현대자동차그룹의 안방인 한국 시장까지 진출했다.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그룹 모두 시장에서 쌓은 노하우로 미래 시장 수요를 정확하게 읽어 한발 앞서는 ‘패스트 무버(fast mover)’ 전략 수립이 절실하다.그렇게 하려면 창의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기술을 단순 모방하고 따라하기 마케팅 전략만으로 시장에서 장기간 생존하기 어렵다.- 계속 -
-
대부분의 글로벌 선도기업은 물론 ‘일반 사기업도 사회에 봉사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한다.사업을 통해서 사회에 공헌하는 것 외에도 기업 자체가 사회의 일원인 ‘기업 시민’이므로 기업 시민활동을 통해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기업문화를 형성하는 비전(vision) 중 사회적책임(CSR)도 매우 중요한데 우리나라 대기업은 이 점에서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대기업이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기업의 사회적책임이란 납세의 의무, 준법 의무, 도적적 의무, 환경보전의 의무, 근로자 건강보호의 의무 등을 모두 포함한다. 대기업은 사회적 책임인식이 위상에 비해 낮고 인위적인 여론을 핑계로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네덜란드 트리오도스 은행(Triodos Bank)의 내부 전경 [출처=홈페이지]◇ 장기적 측면에서 사회적책임이 기업의 생존 좌우... 모든 사회구성원과 공존공영하겠다는 자세 중요2010년부터 국내에서 급부상한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좋겠다. 기업이 사회적책임을 다하는 것은 기업의 장기적 이익과 합치한다는 것이 다양한 연구결과다.기업이 사회적책임을 실천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성장의 기반이 된다는 것이다.사회공헌 활동을 위해 재단을 설립해 사회복지활동을 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동양에서 가진 자가 자손을 위해 음덕을 쌓는 행위의 일부분으로 행해져왔다.중국, 일본, 한국은 동일 문화권으로 이런 생각이 지배적이다. 음덕을 베풀면 그 덕이 자손에게 미친다는 생각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촉진시키는 바람직한 동인(key driver)이다.기업의 사회적책임을 논하는 것은 기업도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 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기업이 단기적으로 이윤을 내지 못하면 망한다. 하지만 아무리 이윤을 많이 내더라도 사회적책임을 부담하지 않으면 사회 구성원으로부터 외면당해 망한다. 기업이 '이익보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것은 눈앞의 단기 이익에 목숨을 거는 서구 자본주의 기업의 경영전략으로 보면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서구 기업이 먼저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제기했다.기업의 사회적책임은 양질의 제품을 만들고 준법경영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원의 복리후생, 사회적 약자의 채용, 환경보전의 책임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일본의 선진기업에서는 자사가 판매하는 제품의 모델을 계속적으로 바꾸는 것도 기업이 사회적책임을 인식하지 못한 결과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있다.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품의 모델을 빈번하게 바꾸면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산업폐기물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아직 기업문화에 대한 인식조차 부족한 한국 기업에게는 뚱딴지 같은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가치에 부합하는 사회적 책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민할 가치는 충분하다.우리나라 역사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가장 잘 실천했다고 평가받는 경주 최 부잣집의 가훈인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것도 사회적 책임을 중시한 것이다.최 부잣집이 ‘부자 3대 없고, 거지 3대 없다’는 속담이 일맥 통용되는 한국에서 15대에 이르기까지 만석꾼의 살림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지역사회 구성원과 공존공영하려는 착한 부자였기 때문이다.네델란드 트리오도스 은행(Triodos Bank)은 기업이나 개인의 사업 내용이 좋고, 계획이 완벽하다고 해도 사회적책임을 다하지 않는다고 평가되면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1980년 설립된 이후 40년 이상 매년 10% 이상 성장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사회적은행(금융)이다. 주주들은 주식신탁제도를 활용해 은행에 의결건을 위임해 지속적으로 사회적인 가치를 추구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이 은행은 설립 후 손실을 기록하지 않았다. 사회적책임을 인식하는 기업이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이익을 낼 가능성이 높고 망하지도 않는다는 점이 입증된 것이다.사회적 책임을 단순히 준법경영을 하고 환경을 생각하고 주주와 종업원에게 이익을 골고루 분배하는 것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사회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고 기술개발, 인류의 생명과 발전을 위해 모든 이해관계자와 공존공생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 일부 언론 보도의 대기업 봐주기 논란도 도움되지 않아... 초과이익공유제도 양극화 현상 타파에 필요우리나라 언론에서 보도되는 내용은 모두 진실하거나 진정한 여론은 아니다. 언론은 보도의 공공성을 잃은 지 오래다. 그동안 주류 언론은 대기업에 대해 긍정적인 내용 위주로만 보도했다.대기업이 하면 모든 것이 잘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 줬고 실제로 대기업의 이미지는 급격하게 개선됐다. 하지만 대기업을 위한다고 하는 보도 자세가 사회적책임에 대한 인식을 그르치게 만든 원인으로 작용했다.좋은 기술만 개발하고 이익만 많이 내면 어떤 잘못이 있더라도 이해되고 사회적책임은 지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생각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학교 성적이 지상과제인 우리나라 학생에게 공부만 잘하면 예의나 소양이 부족해도 다 용서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대기업에도 적용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공부가 지상과제일 때는 성적을 올리기 위해 소소한 잘못은 용납되지만 기업의 경우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작은 잘못이라도 용납돼서는 안 된다.대기업은 산업화 과정을 통해 국내 경제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지만 더욱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사회적 가치를 훼손하는 사소한 문제라도 일으켜서는 안 된다.서울대 총장과 국무총리를 역임한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 주장하는 초과이익공유제도 양극화 해소를 위해 배척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중소벤처기업에 비해 대기업 임직원의 임금이 과다하다는 논란도 한번쯤 고민할 필요성은 있다. 분명 대기업 임직원은 일반 기업보다 우수한 인력으로 구성됐고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하지만 그 이유만으로 왜곡된 노동시장의 급여 수준을 설명하기 어렵다. 노동시장에서 성과급을 포함한 총 급여의 수준은 해당 급여의 상대적 위치로 외부경쟁력을 의미한다.대기업이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보상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직원의 동기부여와 조직에 잔류의사 결정을 유도한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그러나 왜곡된 급여 구조는 노동시장의 질서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노동의 유연성도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그 부작용은 대기업 스스로에게 돌아가게 된다.- 계속 -
-
1945년 해방 이후 미국식 경영기법을 받아들였던 우리나라 기업은 단기간에 급성장했지만 정경유착, 부정부패, 황제경영, 독단경영, 투명성 결여, 분식회계 등 다양한 문제를 잉태하고 있었다.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화를 부르짖었지만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큰 좌절을 경험했다.하지만 경영의 투명성, 합리적 의사결정, 상생의 기업문화(corporate culture) 등을 강조하는 서구식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진면목을 파악하지 못해 위기(crisis) 상황은 지속 중이다.▲ 내부통제시스템 붕괴 시에 대처하는 경영자의 선택 [출처=iNIS]◇ 군사독재가 공무원 사회를 적극 오염시켜... 12.3 비상계엄령 사태에 연루된 고위공직자 처신이 데자뷰필자는 1990년대 초부터 내부고발(whistle-blowing)에 대해 본격 연구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내부고발자를 '조직의 배신자'로 규정하는 분위기기 팽배했다.동료를 배반하고 조직을 팔아먹는 배신자라는 프레임은 내부고발자의 생존마저 위협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조차도 '끼리끼리' 문화를 강조하며 국민을 속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공무원은 1970년대까지 공적 마인드와 봉사정신으로 충만해 사회구성원으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하지만 1980년대 군사독재는 공무원 사회를 뇌물과 승진이라는 미끼로로 적극 오염시켰다.1990년대 세계화의 바람 속에서 정부가 제대로 된 대응책을 내지 못했던 것도 공무원이 무사안일과 책임회피라는 단어에 세뇌됐기 때문이다.공무원 조직은 1990년대 중반부터 거세게 분 정보화 바람에도 저항했다. 기업과 사회는 정보시스템을 도입해 투명성을 확보했음에도 정부조직은 바뀌지 않았다.5년마다 대통령이 바뀌고 혁신적인 변화를 끊임없이 주문해도 공조직은 철옹성처럼 버텼다. 지난 30여 년 동안 사회 경험에 비춰보면 공조직의 기업문화는 폐쇄적이고 전근적인 행태를 벗어나지 못했다.퇴직한 공무원을 환영하는 기업이나 단체는 거의 없다. 물론 정부 보조금을 받아내거나 관리감독을 벗어나기 위한 목적이라면 퇴직 공무원의 도움은 필요하다.그렇지만 퇴직 공무원과 창의적이거나 생산적인 업무를 추진하려는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수백대 혹은 수천대 1의 경쟁율을 뛰어넘어 공무원으로 임명된 우수 인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궁금하다.오랜 기간 동안 기업문화를 연구한 전문가의 입장에서 설득력 있는 추정은 공조직의 기업문화가 유능한 젊은이의 역량을 키워주지는 못할망정 파괴했을 것이라는 점이다.치열한 내부 토론을 통해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창안하고 서로 감시와 격려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조직 발전을 꾀했어야만 했지만 그러하지 못했다.최고 정책결정권자나 부처 장·차관의 눈치나 보면서 변화를 거부하는 기업문화에 젖어들면 위험하다. 감사원이나 금융감독원 등 감독기관마저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2024년 12월3일 발령된 비상계엄령 사태에서 보여준 고위 공직자의 처신을 보면 공직사회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이들 모두 자신의 출세와 자리보전을 위해 불법적인 명령에 따른 결과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엄중한 법적인 책임 외에도 도의적, 정치적 책임은 본인 뿐 아니라 가족에까지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토론과 건전한 비판을 수용해 합의 도출... 바람직한 기업문화 구축해야 위기상황 도래하지 않아어떤 기업이던 100퍼센트(%) 완벽하게 합법적이고 윤리적인 기준 내에서 기업활동을 영위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내부고발이 발생할 잠재성은 보유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기업문화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형성되지는 않지만 내부고발 사건 이후에 기업문화의 변화과정을 살펴보자. 경영자는 2가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물론 2가지를 다 선택하고 조치할 수도 있겠다.내부고발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다. 내부고발의 내용에 관해 경영개선 조치를 하게 된다. 경영진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특정 조직이나 구성원이 불(不)법적, 비(非)법적, 비(非)윤리적인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면 적발해 조치한다.경영진이 경영의 편의에 의해서 알고도 선택했거나 관행적으로 이뤄져왔던 기업활동이 불법적, 비법적,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내부고발이 발생하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특히 불법적인 행위일 경우에는 논쟁의 여지가 없지만 비법적 혹은 비윤리적인 행위일 경우에는 ‘구성원 간의 합의(consensus)’가 필요하다.경영진은 기업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결정도 직원의 입장에서 비법적 혹은 비윤리적이라고 판단하는 기업활동이 있다면 적극적인 공론화를 추진해야 한다.무조건 경영진의 의견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한 결정이었다고 주장하거나 옳다고 우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직원의 사회적인 위치나 교육 수준, 규범에 대한 인식의 차이 등으로 그동안 당연하게 인식하던 기업활동도 공격을 당할 수 있다.이런 경우에 경영진이나 팀의 리더는 가급적 시간을 갖고 토론하고 설득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직원의 문제 제기에 대해 회피하거나 무시하면 ‘문제를 인정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문제를 진지하게 접근해 직원의 인식이 잘못됐다면 이해시켜야 한다. 사회 구성원의 인식이나 윤리 수순이 달라져 경영진의 생각이 잘못됐다면 스스로 바궈야 한다.객관적으로 고려해도 ‘경영진의 사고방식’이 타당성을 가짐에도 직원이 계속 수용을 하지 않으면 당사자에게 기업을 떠나도록 요구하는 것이 적절하다.기업의 직원은 자기의 의사에 따라 입사했을 뿐 아니라 이직(離職)의 자유도 있다. 민간기업에서 강제적으로 법률에 의해 직원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직원의 입장에서도 자신과 가치관이 다른 기업에서 생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기업이나 공무원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또한 경영자의 입장에서도 기업의 ‘보편적인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직원을 유지하는 것은 조직화합과 시너지(Synergy)의 차원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문제를 긍정적으로 해결하려는 경영진의 의도를 직원이 인정하면 기업 내부는 플러스(+) 상승효과가 발생해 내부에 건전한 비판문화와 토론이 활성화된다.이런 분위기는 기업의 흥망을 좌우하는 조직 내∙외부의 요인에 대한 ‘사전징후포착능력’을 강화시켜줄 것이다. 위기대응 능력이 없는 기업은 하루아침에 망한다.오랜 시간에 걸쳐 수많은 요인에 의해 축적된 건전한 비판문화는 기업의 건전한 발전과 경쟁력 확보에 지대한 공헌을 하게 될 것이다.- 계속 -
-
2008년 출범한 이명박정부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을 강조하며 대기업 우선의 성장정책을 펼쳤다. 표과가 없어 사장됐던 용어를 다시 꺼집어 낸 것은 2022년 권력을 쥔 윤석열정부였다.2022년 7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규제·세금 완화, 기업 투자 제고, 경제 활성화, 세수 확충이라는 낙수효과로 경제정책의 초점을 맞춘다고 밝혔다.기업에 대한 규제완화·감세로 투자를 이끌어내고 고용을 창출하며 소비가 증가하는 경제 선순환을 기대하는 것이 낙수효과의 목표다.대기업은 윤석열정부의 정책에 쌍수를 들고 환영했지만 지난 3년 동안 우리나라 경제가 낙수효과로 좋아졌다는 징후는 찾아보기 어렵다.오히려 대기업의 편중이 심화되며 지속가능 성장의 기반이 붕괴됐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가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대기업이 협력업체와 상생하는 기업문화를 정립해야 한다. ▲ 삼성문화 4.0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표지 [출처=글로세움]◇ 창업주의 동업 실패가 협력업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제공한 요인... 2~3세 경영철학도 바뀌지 않아최근 삼성그룹의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가전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는 수 많은 협력업체와 공조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배려는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삼성의 불공정한 거래에 대한 불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삼성이 협력업체와 삐그덕거림은 이병철 회장의 초기 동업의 실패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동업에 대한 생각과 철학, 행동방식이 상생하지 못하는 기업문화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이병철 회장은 경상남도 의령군에서 대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새로운 학문을 공부하기 위해 일본으로 유학을 갔다. 건강상의 문제로 학업을 중단한 채 귀국해 1938년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시작했다.물산의 중심지인 대구에서 쌀과 건어물 등을 사들여 만주나 일본으로 파는 무역업을 시작한 것이다. 당시 일본은 중일전쟁을 일으켜 전쟁물자가 부족했고, 만주도 일본군이 군수물자를 조달하면서 수요가 많았다.식민지 조선에서는 일본의 곡물수탈 정책에 따라 쌀의 매입이 상대적으로 쉬웠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과거의 전력 때문에 삼성은 일본의 조선식민지 정책의 수혜자라는 주장을 펴는 사람도 있지만 약간 억지로 보인다.일본이 중일전쟁에서 태평양전쟁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삼성상회의 사업은 번창했다. 해방 이후인 1948년에는 서울로 활동무대를 옮겨 삼성물산공사를 설립했다.해방 이후 열악한 국내 산업시설과 만성적인 부족에 시달리던 소비재 수입을 위해 무역업에 주력했다.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6·25전쟁으로 많은 것을 잃었지만 전란으로 초래된 물자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수입대체 정책을 잘 활용했다.1950년대 초 설립한 삼성물산, 제일제당, 제일모직은 밀가루, 설탕 등 수입에 의존하던 생활필수품을 국산화함으로써 막대한 이익을 남겼다.1960년대 들어 삼성은 정부의 경제계획에 재빠르게 편승했다. 당시 정부는 후진적이고 소규모인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몇몇 업체에 독점적인 지위를 부여하고 신규 업체의 진입을 규제하는 방식을 취했다.정부 정책에 따라 재벌기업은 어떤 산업이라도 무조건 진출해보자는 식의 전략을 펼쳤다. 결과적으로 재벌의 문어발 기업경영의 출발점이 됐다.재벌은 1970년대 중화학공업, 1980년대 조선과 전자산업 등의 영역에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하게 됨으로써 관련 계열사를 계속해서 늘릴 수 있었다.1979년의 2차 오일 쇼크, 1980년대 초 3저 현상도 국내 기업이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1986년 아시아게임, 1988년 올림픽을 계기로 국가이미지가 상승되면서 대기업도 해외시장에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이병철 회장의 초기 경영 특징 중 하나는 위험부담 회피를 위해 적극적으로 동업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1962년 LG그룹 구인회 회장과 동양를 같이 인수하면서 동업을 시작했다.하지만 양측에서 파견한 직원 간 의견충돌이 잦아지자 구인회 회장은 '돈'보다는 '인간관계'가 우선이라면서 지분을 정리하고 떠났다. LG는 인화경영을 중시한다.효성그룹의 조홍제 회장과의 동업은 더욱 복잡하고 길다. 공개적으로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병철 회장과 조홍제 회장 두 사람은 1949년 삼성물산공사, 1954년 ㈜제일모직공업을 같이 설립했다.1960년 3월 동업관계가 정리되었지만 지분에 대한 다툼은 오래 지속되었고 1965년이 되어서야 종결됐다. 조홍제 회장은 이병철 회장이 갖고 있던 한국타이어와 한일나일론의 지분을 받는 대가로 제일제당 등의 지분을 포기했다.2000년 발간된 조홍제 회장의 회고록 『나의 회고』에 이병철 회장과 동업에 관한 내용이 있었다. 이병철의 집필한 『호암자전』과는 다른 내용이 있어 진위 여부에 논란이 일기도 했다.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는 판단하지 않는다.이병철 회장은 1950년대 중반 제일제당의 설탕을 독점판매하던 동양그룹의 이양구 회장과도 동업을 진행했다. 이들의 관계는 1956년 이양구 회장이 삼척시멘트 인수를 주장하면서 무너졌다.이양구 회장은 정부의 경제재건 계획에 따라 시멘트의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예견하여 인수를 주장했지만 이병철 회장은 반대했다.결국 이양구 회장이 제일제당의 주식을 팔고 삼척시멘트를 독자적으로 인수해 동양세면트로 상호를 변경했다. 그러나 이후 동양세면트는 사업환경 악화에 따른 경영부실로 동양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다. 결국 경영 측면에서 보면 이병철 회장의 인수결정 반대가 옳았다고 본다.기업문화에는 창업주의 경영철학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병철 회장이 어떤 이유에서든 동업자와 오래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거나 불만족하게 동업을 청산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삼성에 상생의 기업문화가 형성되지 못한 것은 사업 초창기 창업주의 경력과 고집이 반영됐다고 본다. 삼성 내부에 ‘내가 최고’, ‘나만이 옳다’는 제일주의가 팽배하면서 파트너와 협력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있다.상생 마인드가 부족한 기업문화는 삼성의 사업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병철 회장 이후 2대인 이건희 회장, 3대인 이재용 회장도 창업주의 경영철학을 답습해 개선되지 않았다.◇ '초과이익공유제'는 사회주의 용어라고 비판받아... '동물원 우리 안에 갇힌 동물' 신세가 된 중소기업한국 대기업은 사업 전망이 불확실하거나 사업 규모가 작을 때는 협력업체에 맡기다가 사업성이 확실하게 보이면 바로 합병하거나 회사를 설립한다.기술이 괜찮은 벤처기업이 있으면 어떻게든 독점 납품계약을 체결한다. 처음에는 매출을 보장해주다가 납품업체를 다변화하는 방법으로 매출을 줄여 나간다. 혹은 매출을 보장해주는 댓가로 터무니없는 원가절감을 요구한다.핵심 기술자를 스카우트해 위장 협력업체를 차려 기존 협력업체를 고사시키기도 한다. 이런 방식으로 사업을 하다 보니 국내 대기업은 대부분 협력업체와 분쟁이 빈발한다.특허권을 침해했다는 불평에서부터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물량 줄이기, 거래단절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의 소위 말하는 ‘기업 프렌들리’ 정책이 대기업 우선주의 정책으로 변질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가 더 열악해졌다.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상승해 오히려 납품단가를 더 올려 받아야 하지만 대기업은 수출채산성을 들먹이며 납품단가를 강제로 깎기 일쑤다.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대기업의 수출경쟁력 제고를 위해 고환율정책을 유지했지만 그 혜택은 대기업에만 집중됐다.당시 이명박정부는 대기업이 수출을 많이 하고 이익을 내면 중소기업도 덩달아 돈을 벌고 국민소득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낙수효과’는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간극은 더 벌어졌다.대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협력업체와 동반성장해야 한다. 대기업은 제품 기획력과 마케팅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 초과이윤을 창출한다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약하다.대기업의 불합리한 중소기업 처우가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라는 사실은 많은 사례로 입증할 수 있다. 대기업은 덩치가 크고 위험을 회피하기 때문에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다.2011년 이명박정부의 국무총리를 지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초과이익공유제’라는 기상천외한 발상을 들고 나온 것도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동반성장을 목표로 한 것이다.사회주의 용어라는 비판에서부터 협력업체가 너무 많고 비중을 측정하기 어려워 이익을 나누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논란이 가라앉지 않았다.당시 여당의 주요 정치인, 보수 언론, 보수 경제학자 등이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반대했다. 대기업들은 정부의 정책이라 겉으로 드러내지 못했지만 무조건 반대했다. 그러나 용어의 적절성 논란을 뒤로 한다면 시도 자체가 나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일부 경제전문가는 국내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관계를 동물원의 ‘사육사’와 우리 안에 갇힌 ‘동물’에 비유한다.사육사는 갇힌 동물이 굶어 죽지 않을 정도의 먹이는 주지만 관리하기 힘들 정도로 충분히 주지는 않는다. 야성을 잃은 동물의 능력이 서서히 퇴화하듯이 제품개발과 경영혁신의 열정을 잃은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핵심경쟁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없다.- 계속 -
-
2025-02-12▲ 에쓰오일 로고[출처=에쓰오일]S-OIL(대표 안와르 알 히즈아지)에 따르면 2025년 2월11일(화) 울산광역시가 주관하는 ‘울산 스타트업 허브’ 개소식에 참석해 창업생태계 활성화 및 오픈 이노베이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울산 스타트업 허브’는 지역 스타트업과 대기업, 투자자 및 창업지원기관간 협력을 촉진하고 혁신 기술을 발굴하는데 중점을 둔 창업 지원 플랫폼이다. 운영은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전담기관인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대표 김헌성)에서 맡는다.S-OIL은 이번 개소식에서 ‘오픈 이노베이션 활성화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울산 스타트업 허브의 오픈 이노베이션 멤버로서 활동을 본격화할 예정이다.이를 통해 수요 업체 발굴, 기투자업체 성장 지원 등의 기회를 확대하며 지속가능한 창업생태계 구축에 기여할 계획이다.추후 수요 기술을 보유한 업체와 매칭 시 S-OIL은 투자 검토, 시범 구현(Proof of Concept) 진행 등 실질적인 협업을 강화할 예정이다.S-OIL은 2021년부터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의 UFEZ 대중소 상생 투자 플랫폼 공모전을 통해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왔다.이와 별개로 S-OIL은 서울창업허브와 스타트업·대기업 간 파트너십 구축 업무협약을 체결해 범준E&C, 글로리엔텍, 이유씨엔씨 3개 기업에 투자를 집행하고 사업 성장을 지원해 우수한 성과를 만들었다.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대기업은 기업문화(corporate culture)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른바 '망하지 않는 100년 기업'이 되기 위한 묘안을 찾기 위한 목적이었다.우수한 기업에는 '성공 DNA'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 후 이를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당시 미국의 실리콘 밸리 선도 기업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됐다.기업문화 전문가들은 '기업문화는 오너로부터 출발한다'고 주장한다. 기업문화의 형성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국내 최고 기업집단인 삼성그룹을 분석했다.◇ 창업자의 경영이념이 녹아든 비전(vision)의 분석으로 기업문화 평가국내에서는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이 기업문화 변화에 대한 관심이 가장 컸다. 삼성그룹, LG그룹, 현대그룹, 롯데그룹 등은 상대적으로 기업문화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했다.섬성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가장 잘 극복한 대기업으로 꼽힌다. 실제 2000년대 이후 삼성은 라이벌인 현대 및 LG와 격차를 벌이며 최고 대기업으로 성장했다.기업문화는 기업의 비전(vision)으로 평가할 수 있고 경영이념은 비전에 녹아 있다. 따라서 삼성의 경영이념을 살펴보는 것이 삼성의 기업문화를 이해하는 첫걸음이 된다.경영이념은 기업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누구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경영이념은 창업자나 경영자의 신념, 철학이 포함돼 있다.기업의 경영전략을 수립하거나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 기업 구성원의 정신적 지주가 되고, 기업활동의 기본방침으로 작용하게 된다.삼성의 기업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의 경영목표와 후계자인 이건희 전 회장, 이재용 현 회장를 통한 변화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 삼성문화 4.0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표지 [출처=글로세움]◇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은 일본의 경영기법을 배워 진화시켜 삼성문화 창달삼성의 창업자 이병철 회장은 ‘사업보국(事業報國)’을 기업경영의 목표로 제시했다. 일본의 마츠시다전기산업(松下電器産業)의 ‘산업보국의 정신’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기업이 국가와 사회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존재 의미를 강조한 것이다.삼성의 창업자 이병철 회장이 사업을 시작한 1930년대 말은 일제 강점기이여서 정상적인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일본인과 일본 기업과의 거래는 필연적이었다.일본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갔을 만큼 일본식 경영기법이나 경영철학은 근대화를 경험하지 못한 조선의 상술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이병철 회장은 5·16 군사쿠데타가 일어난 날도 일본에 출장을 가 있을 정도로 일본 기업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 삼성에 적용했다.사업 초기뿐만 아니라 사망할 때까지 주기적으로 일본을 방문해 선진화된 일본 조직의 특성을 파악하고 경영기법을 배웠을 뿐만 아니라 기술과 자본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이병철 회장의 이런 마인드는 아들 이건희 회장에게도 그대로 이어져 삼성 기업문화 형성에 절대적으로 기여하게 된다.일본 특유의 조직관리 문화, 문어발식 사업 확장, 재무 중심의 기업경영, 집단주의 인사관리 등 일본식 경영기법은 삼성에 도입되어 훌륭한 성과를 냈다.삼성의 기업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기업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하는 이유다. 1970~90년대 중반까지 삼성의 경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일본의 경영기법이다.▲ 일본 기업의 조직특성과 삼성의 조직특성 비교 [출처= iNIS]일본 기업의 조직특성과 삼성의 조직특성을 비교하면 삼성이 일본의 조직특성을 받아 진화시킨 것을 알 수 있다.삼성문화가 일본 기업문화보다 우수한 점도 있다. 개인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조직을 중시하는 일본과 달리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시하는 것이 삼성의 기업문화다.구성원 간의 친밀한 단계를 넘어 구성원 간의 일체감을 중요시하고, 공동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유대감이 더 강한 단체로 목표를 달성한다.자율성을 보장하고 상대적으로 평등한 인간관계보다 상명하복과 연공서열을 우선시해 조직의 효율성을 극대화시켰다.권한이 주어지고 책임감을 강조하는 일본보다는 권한에 관계없이 책임을 중시한다. 형식적인 개방적 의사결정보다는 실질적인 폐쇄적 의사결정을 선호한다.삼성이 일본 기업의 조직특성을 모방했지만 문제점을 파악해 보완함으로써 삼성만의 조직특성을 만들었고 이것이 삼성의 기업문화로 정착됐다. ◇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라'라는 혁명적 구호로 삼성을 이끈 이건희 회장이병철 회장의 3남으로 계승자인 이건희 회장은 보수적인 아버지와 달리 도전적인 구호로 기업문화를 바꾸려고 노력했다.1993년 소위 말하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에서는 “변하는 것이 일류로 가는 기초다. 앞으로 5년이면 회장 취임 10년인데 10년 해서 안 된다면 내가 그만두겠다. 자기부터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주장했다.이후 삼성은 1997년 외한위기로 주춤하였지만, 의 호황을 타고 급격하게 성장하였다. 이 회장은 2011년 3월 ‘안기부 파일’로 촉발된 특검수사로 회장직을 사퇴한지 23개월 만에 경영에 복귀하면서 특유의 구호경영을 다시 시작했다.그는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달리는 말은 말발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뜻의 마불정제(馬不停蹄)를 제시해 한층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이건희 회장의 비전 제시는 상향식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직관력과 통찰력으로 만든 비전을 하향식으로 전달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국내외 전문가들은 한국 대기업의 성공요인 중 하나를 ‘오너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제시한다. 하지만 이는 ‘황제경영’, ‘독불장군형 경영’, ‘불도저형 경영’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이벙철 회장이나 이건희 회장처럼 오너의 뛰어난 역량이 대기업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단순조립공장으로 소품종 대량생산을 하던 국내 대기업의 사업체제에서는 군대식 조직운영이 효과적이었다.. 지휘관이 전 병력을 동원해 소위 말하는 ‘돌격 앞으로’라고 명령해 고지를 탈환하면 그만이다.특히 사업전망이 불투명하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에서는 무모하리만큼 일사분란한 힘의 결집이 필요했다. 포스코(POSCO)의 제철 사업, 삼성의 반도체 사업이 이런 유형에 해당된다. 포스코의 박태준 회장, 삼성의 이병철 회장이 군대식 리더십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삼성의 이건희 회장도 ‘올바른 비전’을 제시하고 모든 임직원의 힘을 한 방향으로 결집해 좋은 결과를 냈다고 볼 수 있다.반도체 사업을 시작하면서 인력확보와 자금의 집중적인 투입 외에도 세계 반도체 시장의 흐름을 꿰뚫어 보고 비전을 잘 제시했다.이건희 회장이 삼성의 목표를 제시하는 스타일을 보면 가히 '혁명가' 수준이지만 일부 전문가는 혁명적인 구호로 기업문화를 변혁시킬 수 없다고 주장한다.기업의 목표는 거창한 슬로건이 아니라 기업이 ‘가야 할 바른 길’을 제시하는 것으로 족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목표와 제대로 된 길만 제시하면 구성원의 토의를 통해 합의를 이룰 수 있다.자율적으로 합의된 목표가 구성원의 달성의지를 불태운다. 그렇다면 ‘제대로’와 ‘바른’의 개념 정의와 기준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 기준은 이건희 회장이나 삼성인의 시각이 아니라 삼성의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사회구성원의 관점에서 보편타당할 정도로 옳아야 한다.- 계속 -
1
2
3
4
5
6
7
8
9
10
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