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내부고발과 경영혁신] 51. 검사 '블랙리스트' 고발 사건... 블랙리스트 관여햔 법무부장관·검찰총장 등 수사해 엄벌 필요
환경부·문체부 블랙리스트 관계자 처벌됐지만 법무부는 제외... 사법부도 권력자보다 내부고발자 보호 우선해야
민진규 대기자
2025-08-22
우리나라 수사기관 소속 직원은 증거를 조작하거나 은폐해도 처벌을 받지 않는 편이다. 경찰은 책임소재 논란이 생기면 검찰에서 수사를 진행하지만 정작 검사나 검찰 수사관은 증거를 조작, 파기, 은폐해도 법적인 책임에서 자유로웠다.

수사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 중 일부는 진실을 밝히려고 노력하기 보다 자신의 출세를 위한 실적을 챙기거나 윗사람의 의중에 따라 결론을 내리는 편이다.

선량한 피해자가 양산되지만 이를 바로잡을 권력기관도 없어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다.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휘두르는 검사도 정치적 이해관계 및 파벌에 따라 억울한 희생양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2025년 7월 밝혀진 검찰의 블랙리스트 사건도 내부고발이 아니었다면 영원히 비밀로 묻혔을 가능성이 높다. 현 서울동부지검장인 임은정 검사가 불을 지핀 검찰의 개혁 측면에서 내부고발 사건을 분석해보자.

◇ 임 검사에게 국가가 1000만 원 배상하라며 판결... 환경부·문체부 블랙리스트 관계자 처벌됐지만 법무부는 제외

2025년 6월4일 출범한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에 강한 집념을 갖고 있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권을 남용했을 뿐 아니라 사유화했다는 국민적 비판이 비등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박근혜정부의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며 견제세력을 와해시키는 방법으로 권력의 정점에 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검찰은 막강한 권력을 구성원인 검사와 조직의 이기주의를 충족시키기 위해 정의나 상식을 벗어났을 뿐 아니라 정치권 입맛에 따라 휘두르며 사회 정의를 파괴시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검찰 내부의 부조리를 공개하며 부패한 검사 및 지휘부와 대립각을 세우던 임은정 검사는 2022년 '검사 직무능력이 낮다'며 심층검사를 받았다. 썩어 문드러진 조직 내부의 카르텔이 브레이크가 고장난 기관차처럼 돌진한 결과다.

임은정 검사의 내부고발은 2012년 법무부가 제정한 '집중관리 대상 검사 선정 및 관리 지침'에서 출발했다. 검찰국장은 매년 집중관리 대상 검사를 설정해 대검찰에 보고했다.

집중 관리 대상은 △평소 성행 등에 비춰 비위 발생 가능성이 농후한 자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 또는 해태하는 자 △근무 분위기를 저해하는 자 등이다.

대검찰청은 검찰국장이 작성한 명단을 근거로 감찰을 진행하고 검사적격검사 및 인사 등에 반영했다. 2019년 2월 해당 지침은 폐기됐다.

하지만 임은정 검사는 2019년 4월 자신이 명단에 포함돼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2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022년 12월 1심 재판부는 '해당 지침은 비위 발생 가능성이 농후한 자를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집중 감찰 결과는 적격 심사 및 인사에 반영할 수 있다고 규정해 위헌적인 지침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국가가 임은정 검사에거 1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법무부는 1심 판결을 거부하고 항소를 제기했다. 2025년 7월 2심 재판부도 1심과 마찬가지로 1심 판결과 동일한 결론을 내놓았다.

2025년 6월4일 새롭게 탄생한 이재명정부의 법무부는 2심 판결을 받아들이고 상고를 하지 않았다. 임은정 검사도 결과를 받아들여 판결은 확정됐다.

만약 윤석열정부가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령을 발동해 무너지지 않았다면 법무부가 상고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임은정 검사는 대법원 판결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윤석열정부의 눈치를 보는 대법원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임무를 방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재명정부가 법무부와 검찰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 다행스럽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한 실정이다.

문재인정부에서 공기업의 임원 물갈이 과정에서 벌어진 '환경부 블랙리스트'로 김은경 장관이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환경부 산하기관 간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 법원은 '업무상 재해'로 판단했다.

박근혜정부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특정 문화예술인단체에 대한 지원·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를 관리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7년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본 사례가 총 444건으로 집계됐다.

2018년 6월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는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공무원과 산하기관 임직원 131명에 대해 책임 규명을 요구했다. 26명은 수사를 의뢰하고 105명은 징계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문체부는 수사의뢰 24명, 징계 44명으로 68명을 자체적으로 검토했으며 수사 의뢰 10명, 중징계 1명, 주의조치 33명으로 확정했다. 감사원이 징계하라는 3명은 제외했으며 주의 조치 4명은 33명에 포함됐다.

2017년 1월 문체부 장관이었던 조윤선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인 김기춘이 구속됐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해 직권남용죄가 적용됐다.


▲ 검사 블랙리스트 관련 내부고발 진행 내역 [출처=국가정보전략연구소(iNIS)]

◇ 블랙리스트 관여햔 법무부장관·검찰총장 등 수사해 엄벌 필요... 사법부도 권력자보다 내부고발자 보호 우선해야

법무부가 불법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시점인 2012년 이명박정부의 마지막 해이고 잘못된 관행은 박근혜정부를 거쳐 문재인정부까지 이어졌다. 검찰의 블랙리스트 관련 내부고발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첫째, 폐쇄적인 검찰이 조직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잘못된 조직문화을 유지함에 경종을 울렸다고 평가할 수 있다. 위법하거나 부당한 지시에 고민하는 검사를 압박하기 위해 집중관리라는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검찰의 불미스러운 역사를 살펴보면 집중관리를 받은 검사가 정상적일 가능성이 높다. 수뇌부의 부당하고 불법적인 지시를 거부하면 부적격자로 분류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임은정 검사는 2012년 '민청학련 사건' 재심 공판에서 상부의 백지구형 지시를 거부하고 무죄를 구형해 정직 4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징계처분 무효소송을 제기해 이겼다.

둘째, 환경부와 문체부의 블랙리스트 관련자는 처벌을 받았지만 법무부와 검찰 관련자는 수사도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기소조차 되지 않아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점이다.

검찰이 기소권을 갖고 있어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조차 시작하지 않았다.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를 시도할  의사가 없으면 특별검사를 임명해서라도 책임자를 가려내 엄벌해야 한다.

문체부의 블랙리스트 사건은 박영수 특별검사가 수사를 진행해 기소했다. 이번 사건도 법원이 불법행위를 인정해 배상판결을 내렸으므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등 관련자의 가담 정도를 밝혀 처벌해야 한다.

셋째, 특별검사를 임명해서라도 책임자를 가려내 엄벌하고 정부의 손해배상금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직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 등 연루자들에게 1000만 원은 '껌값'에 불과할 수 있지만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그리고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련된 모든 검사와 공무원의 자격을 정지시킬 필요가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상적인 공무활동을 방해한 죄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이른바 권력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은 처벌을 받지 않거나 솜방망이 처벌을 받기 때문에 이들의 불법 행위나 직권남용 행위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일반 공무원보다 10배 혹은 100배 더 엄격하게 단죄해야 한다.

이들의 일탈행위로 초래되는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국가의 기강을 해치는 공무원을 처벌하지 않으면 국가 존립기반이 무너진다.

넷째, 법원도 검찰이나 수사기관의 협박에 굴하지 말고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기 위해 전향적인 판결을 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내부고발은 우리 사회의 정의를 위해 꼭 필요한 제도이지만 평범한 일반인이 권력에 대항할 용기를 내기란 쉽지 않아 적극적인 보호가 필요하다. 제도적인 장치 뿐 아니라 사회적 인식 전환이 선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임은정 검사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서 '위법하거나 부당한 지시 앞에 고민하고 주저하는 모든 내부고발자에게 시금석이 될 사건'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현재까지 법원의 판결은 정의감에 용기를 낸 내부고발자보다는 권력자의 편이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법부의 신뢰가 무너지면 판사도 피해를 벗어나길 어렵다.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커지는 이유를 파악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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