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상장기업 ESG 평가] 4. 고려아연... 75년 간 지켰던 독립경영 원칙 무너지며 영풍과 경영권 갈등 초래해 안타까워
경영권 분쟁 중인 석포제련소의 아연 생산량 제한해 국내 공급 차질 전망... 10년 간 현장 노동자 14명이 사망했지만 안전사고 끊이지 않아
민서연 기자
2024-07-22
영국 에너지 전환 데이터 제공업체인 우드 맥켄지(Wood Mackenzie)에 따르면 제련산업의 전기아크로(EAF) 전환이 향후 아연 회수량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산화아연이나 다른 금속의 부산물을 최대 25%까지 활용하는 것과 비교해 EAF 스틸 더스트(steel dust)의 평균 아연 비중량이 17%로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제련업체는 저탄소 경영전략으로 EAF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2050년까지 국제 철강 생산의 약 50%가 EAF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측된다. 탄소 집약적인 철강산업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저탄소 기술이 아연 제련 사업의 탄소중립 목표와 상충될 가능성이 높다.

고려아연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현황을 진단하기 위해 홈페이지, 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 데이터베이스(DB), 국정감사·감사원·사법기관 자료, 각종 제보 등을 참조했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며 개발된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을 적용해 고려아연의 ESG 경영 현황을 진단해 봤다. 


▲ 고려아연의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 평가 결과 [출처=iNIS]


◇ 2021년부터 ESG경영 추진 의사 밝혀... 대주주 영풍자본과 경영권 갈등 심화

고려아연은 2021년 말 지속가능경영본부를 신설하며 지속가능경영과 ESG 경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래 성장 전략 로드맵인 ‘트로이카 드라이브(Troika Drive)’는 △신재생에너지 및 수소사업 △2차전지 소재사업 △자원순환 사업 등을 포함한다. 홈페이지에 ESG 경영헌장은 없었으며 지속가능 경영보고서와 ESG 정책을 공개했다.

2024년 5월 제2차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개최했다. 주요 안건은 △2024년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관련 핵심 이슈 △에너지절감 및 법정에너지 진단 및 활동 △안전보건경영 시스템 운영 및 안전문화활동 △환경경영체계 계획 및 수립 등이었다.

고려아연 노조는 2024년 3월 대주주인 영풍의 자본이 고려아연에게 무리한 배당금을 요구하고 있으며 영풍 스스로 기업경영에 충실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지난 5년 간 영풍의 오너 일가가 무려 5000억 원 가량의 배당금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영풍이 노동자 근로환경 개선과 회사 발전에 배당금을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풍그룹과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지난 75년간 각자 독립경영을 이어가고 있으나 최근 갈등이 커지고 있다. 2024년 3월 진행된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처음 창업 대주주끼리 표 대결을 벌였다. 현재 고려아연의 지분 구조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33.2% △영풍 장형진 고문 32% △국민연금이 7.8%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2024년 1분기 매출액은 1조8136억 원이며 영업이익은 1907억 원을 기록했다.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3.1% 증가했다. 대주주의 경영권 분재에도 사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고려아연은 2023년 11월 니켈 제련소에 5063억 원을 투자했다. 배터리 핵심소재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2026년 초까지 완공하여 니켈 금속량 기준 연간 4만2600t을 생산할 계획이다. 전기자동차(EV) 시장이 확대되며 친환경적인 배터리 원료 및 부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 중대재해 제로 목표 선언... 산업재해 끊이지 않아 특별감독받아

고려아연은 2024년 4월 아연의 내수 공급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제련 생산량이 급감할 경우 국내 판매를 우선하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이 석포제련소 아연 생산량을 40만 톤(t)의 80% 수준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수요 약세로 아연 가격이 1톤당 US$ 2479달러로 전년 대비 20% 하락했다. 다수의 아연 광산과 제련소 가동이 중단된 이유다.

철강 처리에 주로 사용되는 아연의 연간 국내수요는 약 47만t이다. 이를 국내 아연 생산업체 1, 2위인 고려아연과 영풍이 85%인 약 4만t을 책임지고 있다. 고려아연은 2024년 아연 65만t을 생산할 계획이다. 2023년 국내 아연괴 수출량은 61만t으로 글로벌 아연시장의 4.4%를 차지했다. 국내 아연괴 수출량 중 고려아연이 45만t으로 73.7%를 점유한다. 

고려아연은 2021년부터 안전혁신위원회를 출범해 안전 중심 경영 관련 활동과 정책수립기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24년 6월 출범한 안전혁신원회 2기는 안전중심 경영을 최우선으로 관리시스템을 더욱 개선할 방침이다. 또한 전문 분야별 외부위원을 초빙해 다양한 소통, 자문 활동으로 안전보건 수준을 높이고 있다.

고려아연은 2021년 ‘모든 사람의 안전·보건 확보’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중대재해 제로(0)를 목표로 정했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안전·보건 예산으로 총 3170억 원을 편성해 안전경영에 활용하고 재해사고 예방을 강화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법 특별감독에서 2021년 6월 고려아연의 위반사항이 214건으로 조사됐다. 과태료로 2억9000만 원이 부과됐다. 1공장에서 사고가 빈발하고 있는데 2020년 끼임 사고로 현장근로자 1명 사망, 2021년 질식사고로 2명이 사망하며 특별감독을 받았다.

특별 감독으로 지적받은 사항 214건 중 안전조치 미비는 192건, 보건조치는 20건으로 조사됐다. 공장 내에 화재나 폭발 위험성이 발견됐다. 지적받은 사항은 추락, 폭발, 끼임 등 근로자 안전과 밀접한 사안들이었다. 고려아연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현장 안전, 노후시설 개선, 하청업체 지원 등에 5707억 원을 투자했음에도 현장의 위험요인은 완벽하게 해소하지 못했다.

고려아연은 안전한 일터를 구축하기 위해 안전보건공단과 함께 산소 및 유해가스 농도 측정 교육을 진행했다. 전문강사가 월 평균 2회 온산제련소를 방문해 임직원과 협력사 직원 모두를 대상으로 강의하고 있다. 산업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므로 ESG 경영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

2024년 5월 노조와 안전실천 문화 확립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노사가 서로 협력해 핵심가치인 안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취지다. 노사는 안전한 작업 환경과 일터 구축을 위해 안전교육 및 훈련 참여, 위험 요소 발굴 및 개선, 법규 준수 등에 협력할 방침이다. 

◇ 2050년부터 녹색 아연 생산 목표... 황산 취급 계약 종료 예정

2050년부터 100% 녹색 아연(green zinc)을 생산하는 것을 장기 비전으로 설정했다. 제련사업 전 과정에서 탄소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녹색 아연은 생산 제품의 전 생애주기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청정에너지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그린메탈(Green Metal)을 의미한다.

고려아연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 85%에서 2040년 100%까지 높일 계획이다. 2018년 오스트레일리아 계열사인 SMC(Sun Metals Corporation) 제련소 내에 건설된 125메가와트(MW)급 태양광 발전소는 SMC 제련소의 연간 전기 사용량의 약 25%를 충당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발전 등 재생에너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2024년 6월 오스트레일리아의 신재생에너지 기업인 맥킨타이어 풍력 발전소의 지분 30%를 인수했다. 2021년 초 오스트레일리아에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전문 자회사인 아크에너지(Ark Energy)를 설립했다. 아크 에너지를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체 인수합병(M&A) 및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영풍과 협업 방식으로 진행한 황산취급 대행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계약 만료일은 2024년 6월30일이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낙동강 카드뮴 오염 등 환경오염 이슈와 황산의 처리 및 관리과정에서의 안전사고 리스크가 높기 때문이다. ESG 경영은 기업 내부 뿐만이 아닌 공급사슬(supply-chain) 내 협력업체의 참여도 중요하다.

독성이 강한 유해화학물질인 황산은 아연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이다. 현재 고려아연은 온산제련소에서 20기의 황산탱크를 가동한다.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2023년 인수한 40만t을 포함해 연간 160만t의 황산을 처리하고 있다.

◇ 근로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작업환경에 대한 경영진 관심 요망

△거버넌스(Governance·지배구조)=제도운영에서 포스코홀딩스와 마찬가지로 ESG 경영헌장조차 제정하지 않아 ESG 경영에 대한 의지가 의심된다. 지속가능경영본부를 신설하며 ESG 경영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사회(Social)=2016년 온산제련소에서 황산누출사고로 2명 사망, 3명이 화상을 입었다. 이후 고려아연은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그 뒤로도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지난 10년간 노동자 14명이 사망하고 57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영진이 근로자 생명과 안전이 크게 위협받는 작업환경을 개선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환경(Environment)=환경은 제련 과정 중에 발생하는 유해화학물질의 환경오염 리스크를 경시할 수 없다. 그린메탈을 목표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려는 노력은 긍정적이라 평가받을 수 있다.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정부·기업·기관·단체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협력해 개발한 모델이다. 팔기는 주역의 기본 8괘를 상징하는 깃발, 생태계는 기업이 살아 숨 쉬는 환경을 의미한다. 주역은 자연의 이치로 화합된 우주의 삼라만상을 해석하므로 기업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데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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