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 선거공약 평가] 40. 지역 사업 내실·미래 먹거리 발굴… 두 토끼 잡아야 도약
ESG 스타트업·문화 허브로 산업기반 구축 필요… 패션·봉제업 산업 활성화, 지자체 힘만으로 부족
민진규 대기자
2023-01-05
서울특별시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강 야경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 성동구에 있는 응봉산이다. 조선시대 왕이 매를 풀어 사냥을 하던 장소였으므로 매봉산이라고도 부른다. 광진구 광나루에서 배를 타고 마포구 마포나루까지 내려가며 구경할 수 있는 유일한 야산이다. 봄에는 개나리꽃이 산 전체를 뒤덮어 장관을 이룬다.

한양도성 성곽 동쪽에 있는 지역이라는 명칭을 가진 성동구는 1943년 신설된 자치구다. 1975년 한강 이남이 강남구로 분리되고 1995년 아차산 서남쪽이 광진구로 독립하며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성동구의 인구는 1990년 79만 명을 정점으로 찍고 줄어들기 시작해 지난해 11월 기준 28만 명을 기록했다.

현재 사통팔달의 교통 중심지인 왕십리와 새로운 문화거리로 떠오른 성수동을 기반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6·1 지방선거에서 성동구청장 후보자가 제시한 선거공약을 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가 개발한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 모델을 적용해 평가해 봤다. 

◇ 정치인 출신 구청장이 득세하며 혁신 중

역대 민선 성동구청장은 고재득·이호조·정원오다. 민선1·2·3·5기 고재득은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사건으로 체포·구금된 이력을 갖고 있다. 14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4기 이호조는 서울시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했으며 관선 용산구청장·성동구청장(광진구 분구 전)을 거쳤다.

6·7·8기 정원오는 국회의원 보좌관을 거치며 정치경력을 쌓았다. 정원오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와 지속 가능한 공동체, 필수 노동자 보호·지원, 탄소중립 등과 관련된 단체에서 활동했다.

6·1 지방선거에서 성동구청장에 3선으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정원오는 국민의힘 강맹훈과 경쟁해 승리했다. 후보자들이 제시한 대표 공약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당선된 정원오는 5대 공약으로 △넘버 원 성동을 위한 4대 도약 프로젝트 추진 계획 수립 △지역발전 4대 중심 프로젝트 추진 계획 수립 △생활밀착행정: 더 가까운 소통과 생활밀착행정으로 더 좋은 성동 구현 △문화·환경: 다채로운 문화와 쾌적한 환경으로 더 좋은 성동 구현 △복지: 맞춤형 복지정책으로 모두가 행복한 더 좋은 성동 구현 등을 제시했다.

낙선한 강맹훈은 △삼표레미콘 부지에 구글 유치 △지하철 2호선 지상구간 지하화 △성수전략정비구역 조기 완성 △한양대 주변 MIT미디어랩형 산학연구 주거단지 조성 △지천르네상스 사업과 연결한 수변 그린웨이 조성 등의 공약으로 도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 서울시 성동구의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 모델의 평가 결과[출처 = iNIS]


◇ 사회·문화 공약이 전체의 85.1% 점유

8기에 3선으로 당선된 정 구청장은 후보시절 7개 전략(30)·지역 공약(149) 등 총 179개의 공약을 제시했다. 당선 이후 일부 공약을 변경·폐기·통합했으며 홈페이지에 △도시 경제(35) △교육 보육(26) △복지(53) △문화 체육(26) △환경(34) △안전 교통(64) △소통 생활밀착(24) 등 7대 추진 전략·세부공약 262개를 공개했다.

국정연은 정 구청장이 제시한 세부 공약 626개를 요소별로 다시 분류했다. 세부과제는 정치(27)·경제(12)·사회(194)·문화(29)·과학기술(0)로 구성됐으며 사회 공약이 전체의 74.0%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문화 공약 11.1% △경제 공약 5.2% △정치 공약 4.6% 순이며 미래 먹거리인 과학기술 공약은 0%다. 요소별 주요 공약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치 공약은 △(경제도약)왕십리 역세권 글로벌 비즈니스타운 조성 계획 수립 △(행정도약)新행정타운 조성계획 수립 △(문화도약)문화관광타운 조성 계획 수립 △(교육도약)미래교육타운 조성 계획 수립 △‘소셜벤처 허브센터’ 성장단계별 맞춤형 육성사업 확대 △성동구민청(성동형 리빙랩) 운영 등이다.

둘째, 경제 공약은 △정보기술(IT)산업·유통개발진흥지구 활성화 △글로벌 ESG(환경·사회·거버넌스) 스타트업밸리 조성 △세계적 수준의 대기업·유니콘 기업 유입 확대 △중소기업 육성 기금 융자지원 확대 △지식산업센터 입주기업 지원 확대 △성동청년지원센터 및 서울청년센터 ‘성동오랑’ 운영 확대 등을 말한다.

셋째, 사회 공약은 △패션·봉제산업 활성화를 위한 앵커시설 기반 조성 △상생형·맞춤형 일자리 3만5000개 창출 △고등학교 성비 불균형 해소 추진 △취약계층 1인 가구 고독사 예방사업 확대 추진 △구민 안심 3종(상해·자전거·풍수해) 보험 △배달전문 음식점 주방 공개 운영 확대 등으로 많다.

넷째, 문화 공약은 △영·유아 대상 영어교실 프로그램 운영 지원 △평생학습관 건립 및 프로그램 운영 확대 △성동문화원사 설치·운영 △스마트 문화도시 지정 추진 △글로벌 K-컬쳐스쿨 유치로 한류교육산업 거점도시 구축 등이다.

다섯째, 과학기술 공약은 1개도 없다. 공장지대인 성수동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4차 산업혁명과 연관된 산업정책을 추진해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하므로 과학기술 공약이 매우 중요하다. 

◇ 생활 밀착형 공약으로 3선 성공

정 구청장의 공약을 국정연이 개발한 갑옷(ARMOR), 즉 달성 가능성(Achievable)·적절성(Relevant)·측정 가능성(Measurable)·운영성(Operational)·합리성(Rational) 지표를 적용해 평가했다. 간략한 내역과 개선방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달성 가능성은 50점 만점에 22점으로 낙제점을 벗어나지 못했다. 글로벌 ESG 스타트업밸리 조성은 2026년 6월까지 총 5억8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ESG 기반 글로벌 스타트업 창출 중심지(Hub)를 조성하고 ESG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겠다는 사업이다. ESG 스타트업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세계적 수준의 대기업·유니콘 기업 유입 확대는 2026년 6월까지 3억5000만 원을 투입해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조성하고 전략적으로 홍보하겠다는 것이다. 홍보만으로 세계적 수준의 대기업과 유니콘 기업을 성동구로 유입시킬 가능성은 매우 낮다.

둘째, 적절성은 공약이 성동구의 다양한 여건에 적합한지 평가하는 지표이며 26점을 획득했다. 구민안심 3종 보험은 재난 및 안전사고 피해를 입은 구민의 생활 안전과 피해 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정책이다. 성동구민은 자동으로 가입된다.

배달전문 음식점 주방공개 운영 확대는 구비 3000만 원으로 2022~2026년 6월까지 매년 600만 원을 투입해 주방공개 대상 업소를 신규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기준 일반음식점 15개소, 휴게음식점 2개소 등 17개소 주방을 공개했다. 소상공인 점포 자영업자와 상생할 수 있는 좋은 공약이다.

셋째, 측정 가능성은 공약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하며 20점을 받았다. 글로벌 K-컬쳐스쿨 유치로 한류 교육산업 거점도시 구축은 2023년 1월~2025년 12월까지 세계적 문화기업과 협력해 성수동을 한류 교육 중심지로 조성하려는 것이다. 한류 교육 중심지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해 달성 여부를 측정하기 어렵다.

넷째, 운영성은 행정조직과 공무원이 공약을 실천할 역량과 조직체계를 구축·운영했는지 평가하는 지표로 18점을 획득했다. 패션·봉제산업 활성화를 위한 앵커시설 기반조성은 2017년 서울시가 추진한 봉제·인쇄·주얼리 등 도심 제조업을 살리기 위한 스마트앵커 사업과 겹친다.

국내 봉제업은 방글라데시·미얀마·베트남 등이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성공 가능성이 낮다. 2018년부터 추진한 양포동(양주·포천·동두천)의 글로벌 섬유·가죽·패선클러스터특구 조성 계획과도 겹친다. 공공기관이 주도적으로 추진해 성공한 산업단지도 매우 드물다.

취약계층 1인 가구 고독사 예방사업 확대 추진은 구비 22억1000만 원 등 총 31억1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스마트기기와 복지인력을 병행해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공약이다. 명예사회복지공무원, 카카오톡 성동이웃살피미, 주민 복지공동체를 통한 발굴 등 복지사각지대발굴, 스마트돌봄서비스·고위험 일촌 맺기 주주돌보미 사업 등 모니터링을 통해 대상자를 발굴하겠다는 것으로 구청 단위에서 운영이 어렵다.

다섯째, 합리성은 공약이 주민자치를 실현하고 주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며 20점을 받았다. 고등학교 성비 불균형 해소 추진은 성동구 내 고등학교 남녀 성비율이 여학생 73%·남학생 27%로 심각한 상황이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만으로 고등학교 성비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종합적으로 정 구청장의 선거공약은 4년 동안 262개를 충실하게 이행해도 250점 만점에 106점으로 달성률은 42.4%에 불과하다. 다양한 지역 밀착형 사업을 적극 추진해 3선을 달성했지만 아직 성동구의 미래 성장 기반을 구축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선거공약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협력해 개발한 모델이다. 5G는 오곡(五穀·다섯 가지 곡식), 밸리(Valley)는 계곡을 의미한다. 문명은 ‘오곡백과’가 풍성한 계곡에서 탄생해 발전했기 때문에 국가·지자체가 번성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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