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지방자치평가] 인재와 기업이 떠나 쇠락하는 600년 수도 서울(2)
민진규 대기자
2019-02-11
강남과 강북의 차별은 영호남의 격차보다 심할 정도로 확대돼 사회적 통합 저해, 제대로 된 상징물 하나 없이 관광산업 발전시키겠다는 발상도 놀라워


▲서울시청 전경(출처 : iNIS)

1등의 자만에 빠져 방심하면 비자발적 인구감소로 위기감 팽배

사회 서울의 인구는 1988년 11월 1000만명을 돌파한 이후 2010년 1057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점점 줄어들면서 2016년 990만명으로 10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65세 이상 노령인구는 늘어나고 있는데, 주요 경제활동 인구인 30~40대는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서울을 떠나고 있다. 주거비용이 너무 높고, 일자리가 없다며 하소연하며 서울을 등지는 젊은이들이 향하는 지역은 경기도이다.

서울의 인구가 감소하는 것은 단순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토의 균형발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서울에 살고 싶지만 살수가 없어서 떠밀려 나가는 비자발적 유출이 더 많다. 자치행정 20여년 동안 오히려 인구가 줄어드는 기현상도 대표적인 자치행정의 실패사례로 꼽을 수 있다.

서울시가 1970년대 ‘토목공사’식 개발로 도시 재개발을 주도하면서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도박판으로 변질된 도심재생사업과 각종 지원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는 사례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시내버스의 노선을 조정하거나 택시회사의 운행편리를 봐주는 등 편법이 있는 곳에는 항상 공무원과 업체의 검은 유착이 있었다. 2015년에는 한강시설물을 관리하는 업체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은 공무원도 발각됐다.

정책보다는 세 대결로 변질된 지방선거에 공무원을 동원하는 것이 일반화되었고, 지방 정치인과 공무원이 담합해 이권을 주고 받는 것도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서울시 산하의 공기업도 복마전이라고 볼 수 있다. 선거운동을 도운 사람들이 공기업에 낙하산으로 내려가고, 내부정보를 활용해 가족들까지 편법 채용하는 것도 빠지지 않는다. 부실공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세금이 천문학적인 규모로 확대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자치행정 이전에도 서울은 지방의 인재와 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었다. 한국의 중심이라는 이유로 서울은 다른 지역에 비해 인프라가 잘 정비됐고, 가난한 지역의 세금을 밑바탕으로 ‘흥청망청’세금잔치를 즐겼다.

서울시 내부에서는 강남, 서초, 송파 등이 소위 말하는 강남 3구가 강북이나 강서, 강동지역에 비해 혜택을 받았다. 하다못해 지하철 역사 내부의 인테리어와 공중화장실의 청결마저 지역 차별이 심할 정도이다.

서울시민들의 우월의식이 시의 잠재적 경쟁력을 훼손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영남과 호남의 지역차별과 경쟁이 잘못됐고 후진적인 정치관행이라고 비난하지만 정작 서울의 강남, 강북 차별은 영호남 지역차별 못지않게 심한 편이다.

강남구와 서초구의 경우에 행정서비스의 질이나 다양성이 아니라 단순 지역적 이점으로 얻은 경제적 이익을 독점하며 다른 자치구에 배타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결국 이들 지역도 가만히 있어도 자연스럽게 1등을 유지할 것이라는 자만에 빠져 행정서비스 개선을 소홀하게 생각하다가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다. 해당 자치단체장과 공무원을 보면 소양이 부족하고 이기주의 사고에 빠져있다.

강남구도 과거 강북의 종로구가 정치1번지였던 것을 넘어 서울의 정치1번지라는 자부심을 한껏 뽐냈지만 정작 정치 선진화는 달성하지 못했다. 건물과 네온사인은 화려하지만 정작 지역 정치인과 주민들의 소양이 부족하고 태도는 편협했기 때문이다. 

문화적 상징물조차 없어 글로벌 도시와 문화 격차는 점점 벌어져

문화 서울은 6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의 대표 도시로 다양한 역사적 유물을 갖고 있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사용했던 궁궐도 있고 36년간 한반도를 식민 통치했던 일본 제국주의의 잔재도 많다. 1945년 해방 이후 먹고 살기 위해 발버둥친 흔적이라고 볼 수 있는 고층 현대식 건물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분포해 있다.

서울의 문화적 문제점은 국내 수준에서 문화재급 유산은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정작 해외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역사적 가치를 가진 문화재는 많지 않은 편이다. 경복궁과 같은 고궁도 중국, 일본의 궁궐과 비교해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연간 수천만 명의 외국인이 방문하는 중국의 자금성, 일본의 오사카성, 영국의 윈저성, 프랑스의 베르사유궁전 등에 비해 열등한 것이 현실이다. 서울 시내의 문화적 유산 대부분은 지방에 사는 내국인과 학생들의 견학용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서울을 대표하는 특산물은 전혀 없고, 지역적 특색이나 전통을 내포하고 있는 문화제나 축제도 없다. 경남 진주에서 오랫동안 명물로 자리매김한 유등 축제를 모방해 조그마한 콘크리트 도랑에 불과한 청계천에 유사한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도 유치하기 짝이 없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6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대표도시 서울의 문화행정으로 보면 수치스럽다.

매년 10월경 개최되는 ‘정조대왕 능행차’도 한국인들만의 잔치에 불과하다. 2018년에는 서울에서 수원까지 대규모 퍼레이드를 재현했지만 해외나 외국인들의 관심은 거의 없었다. 창경궁 비원을 야간에 관람하는 행사를 개최해 호황을 누린다고 하지만 정작 무슨 문화∙경제적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다.

수십 년 간 서울에 살고 있는 필자가 기억하기에 가장 규모가 크고 성공한 서울 축제로 매김한 것은 2000년 이후 매년 10월경 한강에서 벌어지는 ‘서울세계불꽃축제’정도이다. 불꽃놀이의 규모가 웅장하거나 차별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공짜로 즐길만한 놀이가 없는 서울시민에게 사랑을 받는 수준이다.

매년 마지막 날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인근에서 화려하게 벌어지는 불꽃놀이, 홍콩의 쿠룽반도와 홍콩섬 인근에서 장엄하게 펼쳐지는 불꽃쇼에 수십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드는 것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지역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상징물, 조형물도 중요하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서울을 상징하는 상징물은 63빌딩와 남산타워였고, 현재 잠실의 롯데월드타워로 변경됐다.

멋도 없고 다른 글로벌 도시에 몇 개씩 있는 초고층 빌딩이 6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의 상징물이라니 부끄럽다. 방한한 외국인에게 물어봐도 서울하면 생각나는 상징물은 없다고 말한다.

한국인은 스스로 5000년 역사와 화려한 문화유산에 대한 자긍심이 높은 편이다. 서울 600년 역사도 세계사에서 상위권에 위치할 정도로 짧지 않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지만 자랑스럽게 내세울 문화유산 측면에서 보면 ‘조족지혈’ 수준이다. 중국은 4대 문명의 발상지이고 동양의 중심지로 수많은 외적의 침입으로 파괴와 약탈이 점철됐지만 변방국가들이 우러러볼 수 있는 문화를 꽃피웠다.

문화는 국민 스스로 자의식에 충만한다고 해서 수준이 높아지지 않는다. 역사 이래 군사력과 경제력이 강한 대제국을 건설해도 문화를 꽃피우지 못해 망한 사례는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서울시가 가만이 앉아서 얻은 소소한 역사적 유물로 우려 먹는 사이에 문화 마케팅을 강화한 일본 교토는 연간 수천만 명이 방문하는 관광지로 부상했다. 전시행정과 쥐꼬리만한 권한을 즐기는 서울시 공무원의 수준으로 문화적 가치를 향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글로벌 도시들과 문화적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결론적으로 문화적 측면에서 보면 서울은 국내에서 1위 도시일지 모르지만 글로벌 수준에서는 하위권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문화적 유산과 문화적 가치가 무엇인지조차 정확하게 정의하지 못하는 서울시 문화행정은 영원히 낙제점을 벗어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수도 서울의 문화적 가치가 폄하되면서 한국의 국가위상도 실추되고 있어 아쉬움이 점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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