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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한국은행,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의 기업문화를 질책하는 목소리가 높다. 연봉이 1억이 넘음에도 업무에 대한 충실도가 낮기 때문이다.또한 실적이 좋으면 성과급 잔치를 벌리고 최고경영자(CEO)가 조직 효율성을 빌미로 고참직원에게 보직을 주지 않고 후선업무를 맡기는 실정이다.민간 기업이 아닌 공기업 CEO는 제한된 임기동안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지만 오너처럼 독단적인 경영을 일삼는 경우가 적지 않다.공공재산을 사적인 용도로 악용하지 못하도록 관련 감독기관의 역할이 중요함에도 관련 부처는 낙하산을 내보낼 궁리만 한다.공기업과 마찬가지로 국내 대기업의 기업문화는 글로벌 기업과 비교하면 뒤떨어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1세기는 자유무역이 보편화되어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을 명확하게 구분짓기 어려워졌지만 한국 기업과 세계 기업의 기업문화를 비교해 보자. ◇ 미국의 기업문화가 글로벌 스탠다드로 정착... 한국은 직원을 '가족'이라 지칭하지만 '머슴'으로 인식국가별 문화를 연구한 저명한 학자인 홉스테드(Geert Hofstede)에 의하면 한국의 문화는 권력격차가 크고 장기지향적이며 일본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집단적이다.여성적이기보다는 남성적이고 불확실성에 대한 회피도가 낮아 위험을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일본, 중국과 마찬가지로 유교문화권에 속하지만 서구식 영향을 더 많이 받아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다.폐쇄적인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한국은 서양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K-문화(culture)가 인기를 얻는 이유도 동양문화와 서양문화가 절묘하게 융·복합됐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한국 기업과 주요국 기업의 기업문화를 분석한 결과 [출처=iNIS]한국의 기업문화를 알아보기 위해 일본, 중국, 미국의 기업문화와 비교했다. 경영이념, 경영자원관, 조직집단관, 경영관리 스타일, 경영환경관 등 5가지 영역에서 4개국의 일반적인 기업문화를 비교했다. 일본 기업은 사원을 존중하고 고객만족과 조직을 중시한다. 조직 내부의 직원 간에 협력하며 경영관리도 비공식적이며 권한을 분산시킨다. 자연과 조화로운 발전을 꾀하며 자연을 숭배한다.중국 기업은 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고객과 도전적인 경쟁을 통해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경영이념이다. 집단보다는 개개인의 성과를 중시하고 멸사봉공, 체면과 의리를 중시하는 유교적 관념을 가졌다.한국 기업은 고객에 의한 변혁을 중시하고 가족집단의 가치를 소중히 여긴다. 집단 내 비공식적인 의사소통과 관리가 공식적인 것보다 우선하고 중국 기업과 마찬가지로 유교적 가치를 내세운다.한국의 기업문화는 일본과 중국 기업문화의 장점을 버무려 놓은 것처럼 보인다.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 단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동력이다.미국 기업은 주주의 이익을 중시하고 일본 기업과 마찬가지로 고객만족을 최우선 가치로 여긴다. 미국 기업문화에서 관리는 동양 3국과 달리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이뤄진다.근로를 소중히 여기는 기독교적 사고가 근저에 깔려 있다. 청교도 정신이 기업문화에 깊숙이 배여 있으며 육체노동에 대해서도 차별하지 않는다.다른 영역에 비해 특이한 내용은 경영자원관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 기업은 인본주의, 중국 기업은 인민자본주의, 한국 기업은 기업일가 가족주의, 미국 기업은 자본주의에 각각 입각한다.한국 기업은 조직집단관에서도 가족을 지향하고 유교적인 경영환경관을 갖고 있다. 오너 중심의 경영, 기업을 가족의 확장개념으로 보면서도 정작 직원은 가족이 아니라 ‘머슴’이라고 여기는 인식이 강하다.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당시에 부도가 나면서 외환위기를 촉발한 한보그룹 회장이 직원을 ‘머슴’이라고 지칭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하지지만 어찌 보면 재벌 오너가 심중(心中)에 갖고 있던 생각이 자연스럽게 표출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머슴은 가족이 아니라 거주이전의 자유가 주어진 노예에 불과하다.중국 기업은 자본주의를 도입하면서 돈을 버는 것이 애국하는 길이라고 여겨 개인의 성과를 중시한다. 중국은 역사 이래로 ‘상(商)’이 지배한 나라이며 사회주의 체제하에서도 개인의 영리활동을 가장 중시한다.중국의 극단적 개인주의가 빈부의 격차를 심화시키고 배금주의로 나라를 망하게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1978년 개혁개방 이후 매우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미국 기업이 개인을 지향하면서도 경쟁을 중시하는 것과 달리 중국 기업은 성과만을 우선시한다. 공산당이 강력하게 통제하려고 시도하지만 이익을 위해 사회가치를 파괴하는 행위를 주저하지 않는다. ◇ IMF 이후 서구식 기업문화 도입해 위기 극복... 동도서기론적 관점에서 미국식 기업문화 수용해야지금과 같은 기업의 체제가 국내에 소개된 것은 일제 강점기 때다. 일본기업의 무차별적인 진출에 대응하기 위해 민족자본으로 기업이 만들어졌지만 독창적인 정체성(identity)은 없었다.따라서 한국에서 기업이 제대로 정착된 것은 해방 이후라고 볼 수 있다. 기업발전의 역사가 비교적 짧은 한국에서 기업문화를 제대로 논의하기란 쉽지 않다.하지만 100년도 되기 전에 획기적인 산업발전을 이룬 한국 기업만의 문화를 연구할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한국의 기업문화는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동도서기(東道西器)의 이론에 입각해 독자적인 ‘한국식’으로 발전했다고 보기도 한다.한국 기업의 문화에 일대 충격을 준 사건은 1997년 외환위기다.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에 따른 승진, 가부장적 경영 등 유교사상 중심의 전통적 경영이론이 송두리째 부정됐다.비정규직 고용, 철저한 성과주의 등으로 대표되는 미국식 경영이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미명하에 강제됐다. 직장인뿐만 아니라 경영자도 정체성 혼란을 겪게 됐다. 21세기 들어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서구식 경영이념을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국가가 됐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한국과 서둘러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으려고 했던 이유도 서구식 스탠다드가 정착됐기 때문이다.서구식 기업문화가 좋은 것인지 혹은 나쁜 것인지 확언하기는 어렵지만 현재까지 결과로 보면 긍정적인 면이 부정적인 면보다 크다. ◇ 양반정신이 담긴 기업가정신이 부활해야... 오너리스크로 공중분해되는 기업도 적지 않아한국의 비즈니스 가치체계를 유교 중심의 양반정신으로 보기도 한다. 가족지향, 권위적, 학연·지연의 중시, 대의명분의 중시, 공(公)의 중시 등이 양반정신의 특징이다.양반은 조선왕조 지배계급으로서 다양한 특권을 부여 받는 대신 사회 리더(leader)로서 책무를 다했다. 조선시대는 사농공상이 엄격해 현대의 사업가라고 할 수 있는 상인이 천시됐다.1910년 일본의 조선 강제병합과 일본 자본(capital)의 한반도 이전으로 생긴 신식 자본주의로 새로운 개념의 비즈니스가 태동했다.벼슬길 출사가 막힌 양반과 지주계급이 농업자본을 바탕으로 장사와 제조업에 뛰어들면서 양반정신이 사업에 접목됐다. 이것이 한국 경영자의 기업가정신의 핵(核)이 되었다고 본다.양반은 어떤 희생이나 곤란에 처하더라도 대의명분을 중시했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적합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을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여겼다.요즘 서구에서 들어온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개념과 마찬가지로 양반은 지도자로서 사회적 책임을 먼저 수행하려고 노력했다.스스로 사회의 모범이 돼야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부끄럽게 생각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부르짖으며 자신의 몸가짐과 생각이 바르지 않다면 어떤 것도 이룰 수 없음을 강조했다.초기의 기업가는 부의 축적으로 경제적 이득을 가지는 것보다 사회적 존경, 신뢰 등 비금전적 요인을 높게 평가하였다. 요즘 황금만능주의 사고로 사회적 가치를 훼손하는 경영진은 진정한 한국적 기업가정신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없다.양반정신은 가치 있는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과 사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하고 나의 개인적인 생활도 공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지 염두에 두고 조심했다.사회적인 위화감을 조성하는 소비나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하는 현재의 일부 한국 재벌도 한국적 기업가정신을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 개인보다는 사회, 가족보다는 국가가 우선이라는 생각을 먼저 한 것이 양반이었다.하지만 요즘 우리나라 기업인을 살펴 보면 ‘양반’으로부터 태동한 한국적 기업가정신을 가진 CEO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자기 감정도 통제하지 못해 자신의 행동이 기업의 이미지에까지 타격을 입히는 이른바 오너리스크(owner risk)가 빈발하고 있어 이를 연구하는 학자도 적지 않다. 기업가의 사생활이 오히려 기업에 짐이 되는 형국이다.현재 한국의 기업문화를 정립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기업가정신의 부활이라고 본다. 현대적 의미의 양반정신, 선비정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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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 공조직에서 내부고발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경찰청이 2022년 10월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를 수습하기 위해 작성한 ‘정책 참고자료’라는 보고서가 일부 언론에 유출됐다. 대통령실에 올리는 정보보고서의 일종이며 소수 관계자만 열람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해당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대규모 참사로 희생된 국민의 마음을 돌보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기보다 정권을 보호하기 방안에 골몰한 정항이 드러났다.보고서 내용을 못마땅하게 여긴 내부자가 언론에 제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내부 구성원조차 설득하지 못한 보고서가 국민의 마음에 들리는 만무하다.오랜 기간 동안 내부고발을 연구한 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는 내부고발자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내부통제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통제’라는 개념이 ‘억압’과 같은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대응전략이라는 개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 ◇ 내부통제시스템 구축하면 내부고발 위기 해결 가능국정연은 내부통제시스템을 ‘조직 내부의 문제점이나 각종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구축된 조직 체계(system)’로 정의한다. 조직은 내·외부 이해관계자를 모두 포함하며 체계는 ‘필요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관련 요소를 어떤 법칙에 따라 조합한 집합체’라고 볼 수 있다. 내부통제시스템은 4단계로 구성된다. ▲ 4단계 내부통제시스템의 구성[출처=국가정보전략연구소(iNIS)]먼저 1단계는 조직 구성원이 문제를 인식하고 동료·상급자 등 조직계통상에 이의를 제기해 해결을 시도하는 과정이다. 업무 수행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한 직원은 자신의 차(次)상급자에게 보고해 해결책을 찾는다. 차상급자란 사원에게는 대리, 대리에게는 과장, 과장에게는 부장, 부장에게는 임원 등이 해당된다.2단계는 문제를 보고받은 상급자가 해결해주지 못해 참모조직인 내·외부 감사실에 소원수리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감사는 경영진을 포함한 직원 전체의 일탈행위를 감시해야 하지만 경영진과 담합해 내부고발을 단행한 직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일부 기업은 감사 기능을 외부 전문가(기업)에 위임해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노력한다.3단계에서는 독립기관인 감사조차도 조직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돼 내부고발자는 언론·시민단체·수사기관 등에 개입을 요청한다.외부로 문제가 확산되면 조직은 ‘위기관리팀’을 구성해 대응하게 된다. 내부고발 내용이 실정법을 위반했다면 수사기관의 조사가 진행되겠지만 단순 비윤리적인 행위라면 비난 여론이 비등해진다.4단계로 내부고발의 문제점이 어떤 식으로든지 해결되고 전체 조직을 수습하는 업무를 진행하게 된다. 영국 바클레이은행과 같은 일부 기관은 내부고발자를 무리하게 색출하려다 더 큰 사회적 비난을 초래한다.일본 유키지루시·미토호프와 같이 내부고발로 기업이 파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내부고발을 해결하는 과정을 전문가에게 위임해 극단적인 파멸을 예방하는 것이 좋은 이유다. ◇ 오너·최고경영자의 윤리경영 의지 확립이 가장 중요내부통제시스템은 조직 내부의 건전한 발전과 활성을 위해 구축한 것이기 때문에 잘 활용해야 한다. 조직 입장에서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 구축한 내부통제시스템을 잘 운용하기 위한 전략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자.첫째, 내부통제시스템은 조직의 문제점을 사전에 해결하는 조기경보시스템(Early Warning System)이라고 인식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내부고발자를 ‘배신자’로 치부하는데 오히려 내부고발자 중 조직에 애정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는데 기업도 문제가 확산되기 전에 미리 내부고발로 해결하는 것이 유리하다.둘째, 내부통제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려면 제도 자체보다는 운용하는 인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조직 구성원이 지킬 의지가 없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국내 삼성그룹·SK그룹·현대자동차그룹 등과 같이 내부통제시스템을 잘 구축한 대기업이 내부고발이 외부로 이어지는 3단계를 경험하는 것도 운영하는 인력의 무능이 주요인이다.셋째, 내부통제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운용되려면 오너·최고경영진이 솔선수범해 윤리경영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동양에서 옛날부터 상후하박(上厚下薄)이라고 윗사람의 잘못은 덮어주고 아랫사람의 허물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처벌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서양의 왕족·귀족·지도자가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것과 정반대다.마지막으로 조직의 업무를 충분하게 이해하면서 조직관리·심리상담·법률해석·첩보수집·정보분석 등에 관한 지식·경험이 풍부한 외부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좋다.단순한 법률적 조언이나 내부고발자 색출은 조직의 위기를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대기업이나 공기업 대부분은 유·무형의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해 운용하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개선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 계속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iNIS]*칼럼 내용 문의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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