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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현재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우리나라 경제계를 이끌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창업자인 최종건과 아버지인 최종현에 이어 2대째 그룹을 이끌고 있다.1.5세 경영자인 최종현은 최종건의 동생으로 노태우정부 당시 대한석유공사와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해 섬유 중심이던 사업을 석유화학·통신으로 재편했다.최종현의 아들인 최태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과 결혼했다. 노태우정부가 출범하며 최고 권력자와 혼맥을 형성한 SK그룹은 섬유업체에서 종합 그룹으로 성장 가도를 달렸다.최태원 회장은 2003년 분식회계와 2011년 횡령 혐의로 사법 처벌을 받으며 사회적 논란을 초래했다. 최 회장은 오랜 별거 끝에 노소영과 이혼소송을 벌여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권력과 밀착해 성장한 한국식 재벌시스템은 2~3세로 넘어오면서 수명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창업자는 여론 동향을 주시하며 사회 가치를 훼손하는 의사결정은 최대한 자제했지만 후계자들은 반대로 행동한다. 2003년 일어난 분식회계 사건은 내부고발자에 의해 수사가 진행됐지만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내부고발자의 신원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2006년 촉발된 현대자동차그룹의 내부고발 사건과 마찬가지로 드물게 내부고발자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SK그룹의 내부고발 사건을 분석해 보자.▲ SK그룹의 내부고발 진행 내역 [출처=국가정보전략연구소(iNIS)] ◇ 경영권 분쟁이 내부고발의 단초 의심... 비밀금고의 위치와 비밀번호 파악해 증거물 압수2003년 2월27일 노무현정부가 출범한지 3일째 검찰은 SK그룹 계열사를 압수수색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며 시도하는 전형적인 사정정국 조성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하지만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검찰은 내부고발로 비밀금고의 위치와 비밀번호, 금고 속의 장부 등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다. SK그룹 내부고발 사건의 진행 과정을 정리해 보자.우선 SK그룹은 당시 오너가 아니라 전문 경영인 회장이 이끌고 있었다. 1965년 선경직물에 입사한 손길승은 최종현 회장이 사망한 이후인 1998년 SK그룹 회장으로 추대됐다.최종현 회장의 큰 아들인 최태원도 지주회사 SK의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견제 장치를 마련했지만 대외적으로 손길승이 대표성을 띄었다.손길승이 회장으로 추대된 이유는 최 회장의 나이가 30대로 젊었고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우리나라 경제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험난했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최 회장과 손길승 회장의 자연스러운 권력 분점이 이뤄지게 됐다.다음으로 내부고발자의 제보를 받은 검찰이 압수수색하는 과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SK그룹이 분식회계 관련 자료를 숨긴 비밀 금고의 위치와 내용물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대기업이 각종 비밀장부를 만들어 보관하는 비밀금고는 오너와 최측근 소수 직원 외에는 알기 어렵다. 2003년 당시 세간에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2006년 일어난 현대자동차그룹의 내부고발과 유사한 상황이 SK그룹에서 먼저 발생한 셈이다.2007년 삼성그룹의 전 법무팀장이던 김용철 변호사도 소수 내부인만 파악하고 있던 비밀금고의 존재를 공개했다. 하지만 검찰이 압수수색을 계속 미루는 바람에 정작 비밀금고를 확인하지는 못했다. 삼성그룹이 증거물을 은폐했기 때문이다.마지막으로 비밀금고에 보관된 회계장부를 확인한 검찰은 전광석화(?)처럼 최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2003년 3월 검찰은 SK글로벌이 1조5587억 원의 이익을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자행했다며 최 회장과 직원 1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2003년 6월 최 회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보석으로 풀려났다. 최 회장이 석방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04년 1월 손길승 회장이 1조 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를 받고 구속됐다.손길승 회장은 2008년 이명박정부에서 8·15 특사로 사면을 받은 후 SK텔레콤 명예회장으로 추대됐지만 별다른 활동을 하지 못하고 영향력을 잃었다. ◇ 분식회계·비밀장부로 경영권 유지 만연... 담당자가 복사본이나 음성 파일 저장해 관리우리나라 재벌은 재무와 인사 관련 직원을 임명할 때 엄격한 신원조사를 거친다. 가급적이면 혈연을 우선하고 다음으로 지연·학연이 있는지 확인한다.재무와 인사는 기업경영의 핵심이고 고급 내부정보를 많이 다루기 때문에 배신할 가능성이 0.1%라도 있는 직원은 제외한다. 내부정보는 불법이나 비법적인 경영 정보를 포함한다.인사권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오너의 최측근이 된다는 것은 출세가 보장된다는 의미다. 삼성그룹·LG그룹·SK그룹 등 주요 그룹의 임원이나 계열사 사장이라도 한번 하려면 능력도 갖춰야 하지만 진정한 패밀리에 포함돼야 한다. SK그룹 내부고발이 주는 사회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첫째,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에도 국내 대기업에서 분식회계가 만연해 있었다는 점이 드러났다. 외환위기가 재벌의 불투명 경영으로 대외 신인도가 하락해 발생했지만 정작 재벌 오너는 제대로 반성조차 하지 않았다.2000년 공중 분해된 대우그룹은 20조 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한때 재계 서열 10위에 오르며 샐리리맨의 신화를 일궜던 STX그룹도 2조 원대의 분식회계로 좌초됐다. 2018년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분식회계 혐의가 수면 위로 드러나며 수사가 진행됐고 2020년 9월 기소됐다.둘째, 기업이 분식회계, 비자금 조성, 뇌물 공여 등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른바 범행 일기를 쓴다고 볼 수 있는데 위기 사태가 발생하면 뇌물을 받은 정치인·공무원과 협상하기 위한 목적이다.장부가 아니더라도 현장을 사진으로 촬영하거나 음성을 녹음하는 것도 일상화돼 있다. 정치인이 내뱉는 말은 숨 쉬는 것만 빼고 모두 거짓말이라고 하지만 공무원도 비슷하다.고위직 공무원으로 권력을 가진 사람은 자신이 저지른 불법행위조차 정당화하는데 익숙하다. 어렵게 번 돈으로 뇌물을 제공하는 사업가의 입장에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한 이유다.셋째,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권력의 분점은 바람직하지 않으면 시도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존재하지 않듯이 권력은 자식 혹은 부인과도 나누기 어렵다. 최고 권력자가 마음대로 전횡하는 것이 용인되는 동양에서 더욱 그러하다.2003년 당시 SK그룹은 창업자인 최종건의 자녀, 1.5세인 최종현의 자녀, 전문 경영인 등이 경영권을 분점하며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했다.능력이나 성과로 리더십을 발휘했던 창업자와 달리 후계자는 혈통을 기반으로 무임승차해 공격의 대상으로 전락하기 쉽다. 전문가의 평가에 따르면 외견상 SK그룹의 권력투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 계속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iNIS]*칼럼 내용 문의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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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62022년 11월29일 서울특별시 송파구 잠실에 있는 롯데호텔에서 ‘제1회 한-사우디 주택협력포럼’이 개최됐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국가미래전략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네옴시티’ 등에서 양국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삼성그룹·SK그룹·현대차그룹·CJ그룹·한화그룹 등과 함께 두산그룹도 해당 프로젝트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국내에서 ‘제2의 중동 붐’이 올 것이라며 설레는 것과 달리 미국·서유럽·일본·중국 등은 네옴시티에 관심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하다.두산도 원자력과 해상풍력 관련 사업을 펼치고 있는 두산에너빌리티를 통해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 참여하길 희망한다. 윤석열정부가 탈원전정책을 폐기하며 원전 관련 기업은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 중이다.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두산은 2005년 박용오 전 회장의 내부고발로 신뢰에 큰 타격을 받았다. 골육상쟁의 상속분쟁을 겪는 다른 재벌과 달리 형제경영을 장점으로 내세웠던 두산이라 일반인조차 배경에 대해 궁금증을 가졌다. 박 회장이 촉발한 두산의 내부고발 사건을 분석해 보자.▲ 박용오 전 회장의 내부고발 진행 내역 [출처=국가정보전략연구소(iNIS)]◇ 오너의 밀실경영이 빚은 대참사로 각인박 회장은 창업주인 박두병의 둘째 아들로 형인 박용곤에 이어 1996년부터 2005년까지 두산 회장직을 맡았다. 두산은 식음료·경공업·생활문화 등 내수산업 위주로 사업을 펼치다가 경영난을 겪으면서 1995년부터 구조조정을 단행해 성공했다.다른 재벌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해체되거나 사업이 축소된 것과 달리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웠다. 박 회장은 두산을 중공업 중심의 수출기업으로 전환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하지만 2005년 차기 회장 자리를 동생인 박용성에게 물려주라는 형제들의 요구에 반발하다가 물러나면서 내부고발을 결행했다. 내부고발의 진행 과정은 다음과 같다.우선 2005년 7월17일 박용오를 제외한 박용곤·박용성·박용만 등은 가족회의를 개최해 그룹 회장을 박용오에서 박용성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박 회장은 반발하다가 회장직을 내놓는 조건으로 두산산업개발의 계열분리를 요구했지만 묵살을 당했다고 주장했다.형인 박용곤으로부터 두산을 물려받을 당시 엉망이었던 경영을 정상화시킨 공로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7월21일 동생인 박용성·박용만이 1700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800억 원대의 외화를 밀반출했다고 검찰에 고발했다.박 회장의 내부고발이 터지자 두산은 일단 내부고발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조치로 대응했다. 내부고발이 언론에 밝혀진 당일 박용곤이 가족회의를 주재해 박 회장을 ‘반역자’로 규정하고 가족에서 퇴출시키겠다고 발표했다.두산이 오너 가문의 왕국도 아닐 뿐만 아니라 왕조시대도 아닌데 가족을 반역자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었다. 박 회장은 배신자라는 비판을 받자 자신이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두산산업개발이 2700억 원 대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폭로했다.흙탕물 싸움이 진행되며 여론이 악화되자 결국 회장직을 물려받았던 박용성은 그룹 회장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용만은 그룹 부회장에서 각각 퇴진했다.마지막으로 형제간의 갈등은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참여연대와 같은 시민단체까지 관여하면서 수사기관도 외면할 수 없었다. 검찰이 수사한 결과를 보면 오너 일가는 258억 원을 횡령하고 2838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 및 비자금을 조성했다.박 회장과 박용성은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벌금 80억 원, 박용만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40억 원을 선고받았다.박용성과 박용만은 2007년 2월 노무현정부로부터 특별사면을 받았다. 오히려 대기업의 치부를 드러내 처벌을 받게 함으로서 사회정의를 실천한 박 회장은 특별사면에서 빠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 사법 카르텔은 로비로 수사기관 무력화두산의 장자인 박용곤이 박 회장을 반역자로 규정한 것과 달리 시민단체는 내부고발자로 지칭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2004년 말 기준 두산 오너 일가가 가진 지분은 4.95%에 불과했다.2005년 7월 기준 계열사 직원만 2만1000명이 넘는 대기업이 몇몇 오너 가족이 밀실에서 회장을 결정했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었다. 박 회장의 내부고발이 사회에 준 교훈도 여러 가지다.첫째, 창업자의 아들들이 돌아가며 경영을 맡는다는 이른바 ‘형제경영’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자녀에게도 경영의 기회를 공평하게 준다는 측면에서 상속분쟁을 피하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부실경영의 위험은 피할 수 없다.형제경영을 전통으로 세우고 싶었던 금호그룹도 2010년 ‘형제의난’을 겪으며 분열됐다. 형제간의 갈등으로 그룹이 우왕좌왕했던 것은 삼성그룹·현대그룹·효성그룹·한진그룹·롯데그룹·대성그룹 등도 예외가 아니었다.현대그룹도 창업자인 정주영이 다섯째 아들인 정몽헌에게 그룹을 넘겨주자 다른 아들들이 반발한 ‘왕자의난’이 일어나며 사분오열됐다. 삼성그룹은 창업자인 이병철이 장자인 이맹희 대신 3남인 이건희를 후계자로 지명했지만 조용히 넘어갔다.둘째, 수사기관은 정권의 눈치도 보지만 사법 카르텔의 로비에 매우 취약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지 못한다. 1945년 해방 이후 최초로 재벌 회장이 구체적 근거를 갖고 내부고발을 단행했지만 수사결과는 초라했다. 박 회장이 고발한 불법행위에 관련된 금액이 수사로 밝혀진 불법자금의 규모가 많았다.당시 노무현정부는 부정부패와 단절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일선 공무원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협력하지 않았다. 불법행위를 자행한 재벌이 호화로운 경력을 자랑하는 변호사로 법률팀을 구성해 변론하면 수사·재판결과마저 조율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검증해준 사건이다.셋째, 우리 사회에서 내부고발자를 배신자 혹은 반역자로 규정해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면 피고발자에게 동정하는 세력이 생긴다.아무리 백성에게 포악한 왕이라고 해도 신하가 왕을 처단하면 반역행위라고 인식하는 것처럼 서열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박 회장도 정의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내부고발을 결행한 것은 아니지만 재벌의 불법행위와 불법비자금 조성을 막는데 크게 기여한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그럼에도 형제를 고발한 사람이라고 비난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정사회를 외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새로운 시대의 주인으로 자리매김해 국가발전을 이루도록 사회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 - 계속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iNIS]*칼럼 내용 문의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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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최근 국내 대기업 대부분은 내년도 글로벌 경제의 전망이 불투명하다며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기업인 인텔과 1위 자리를 다투는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회장에 오른 이재용은 1개월 만에 경영능력을 검증 받아야 하는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삼성그룹은 창업자인 이병철과 2세인 이건희 모두 내부고발로 오너 경영 체제가 흔들린 역사를 갖고 있다. 이병철은 1966년 한국비료공업의 사카린 밀수사건 당시 아들 이창희, 이건희는 2007년 그룹 법무팀장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의 내부고발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일부 학자는 이병철이 경영에 복귀한 이후 삼성전자를 설립하며 삼성의 새 역사를 펼쳤다며 내부고발이 도약의 발판이 됐다며 자화자찬을 늘어놓는다.이건희는 위기극복을 주장하며 경영에 복귀했지만 뚜렷한 실적은 내지 못하고 타계했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던 이재용이 회장에 취임해야 하는 이유로 제시한 것도 글로벌 경영 위기다.삼성은 사업보국을 내세웠지만 정경유착으로 성장하며 내부고발의 자양분인 불법·비법행위가 풍부한 편이다. 이병철과 이건희는 철저한 용인술과 유무형의 보상으로 관료·정치인을 포섭해 난공불락의 철옹성을 구축한 덕분에 위기를 잘 넘겼다. 김 변호사가 촉발한 내부고발 사건을 분석해 보자.▲ 김용철 변호사의 내부고발 진행 내역 [출처=국가정보전략연구소(iNIS)]◇ 광범위한 폭로에도 수사 결과는 쥐꼬리김 변호사는 검사로 근무하다가 삼성 법무팀에 합류해 삼성 X파일 사건과 에버랜드 전환사채발행 사건 등의 해결에 직접 관여했다.해결 과정에서 목도한 내부 문제점을 해소하자고 주장했지만 오히려 업무에서 배제됐다고 말했다. 이건희를 신격화하는 사내 분위기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는 것도 2004년 삼성에 사표를 제출한 이유로 들었다.삼성 퇴사 이후 로펌에 근무하며 신동아·한겨레신문 등이 보도한 삼성 관련 기사의 출처(source)로 의심을 받으며 삼성과 갈등이 시작됐다.2007년 10월 삼성을 비호하는 언론이 아니라 종교단체인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을 통해 삼성 비자금과 로비 정황을 폭로했다. 사건 전개 과정과 이슈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먼저 주요 폭로 내용은 삼성의 비자금 조성, 경영권 불법 승계 및 증인 조작, 공무원에게 뇌물 제공 등으로 광범위했다. 비자금은 주요 임직원의 차명계좌가 동원됐다는 것인데 실제 사실로 드러났다. 반면 경영권 승계과정과 재판 관련 내용은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지 못했다.공무원에 대한 뇌물 공여는 삼성 X파일 사건에서 드러난 것보다 구체적이었지만 관련자가 전·현직 검사였을 뿐 아니라 이른바 잘 나가는 고위직이 대부분이라 철저하게 은닉됐다. 당연하게 검사 출신인 특검은 금품 로비를 받았다는 검사 모두에게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다음으로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던 검찰이 고위직을 섭렵한 선배에 대한 진실을 밝힐 의지가 없었다고 봐야 한다. 김 변호사는 특검이 자신의 증언과 증거가 모순된다고 주장하자 반발했다. 자신의 주장이 거짓이라면 자신을 구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작 특검은 김 변호사를 철저하게 외면했다.검찰의 수사 의지가 부족해 특검을 임명했지만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 60개가 넘는 삼성 계열사를 수사한다며 파견 받은 검사가 3명에 불과했으며 수사기간도 너무 짧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는 특검이 수사 시늉만 냈다고 비판했다.마지막으로 삼성은 비자금을 보관한 장소를 없애고 관련자의 진술을 잘 맞춰 김 변호사의 주장을 허위로 만들었다. 다른 사건에서 검찰·특검은 전광석화처럼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사실을 확인하지만 이 사건은 관련자가 증거를 훼손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배려해 줬다.김 변호사의 주장을 반박해 궤 맞춘 수사결과는 국민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비자금 조성과 제공은 허위로 결론을 내렸다. 특검의 수사결과가 엉성하자 법원의 판결도 삼성에게 유리하게 내려졌다.2008년 7월 1심 선거공판에서 김 변호사가 “법이라는 게 강자를 대변하고 강자의 도구로 쓰이고 있다.”고 일갈한 것도 이러한 상황에 대한 무력감의 표현이었다. ◇ 삼성공화국·재벌 타파해야 공정사회 가능조선왕조부터 서민이 즐겨 사용하는 말이 ‘유전무죄 무전유죄’이다. 돈 대신에 권력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돈이나 권력이 같은 속성이나 동일한 의미라고 봐야 한다.삼성특검의 결과를 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면 악마의 영혼도 살 수 있다’는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확인이 된다. 삼성특검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자.첫째, 삼성에 포섭된 사람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 ‘삼성공화국’이라는 표현이 과도하지 않다는 것이 증명됐다. 김 변호사가 직접 고발한 공무원을 넘어 정치인·지식인·종교인 등 삼성과 이건희를 옹호하려는 사람은 넘치고 넘쳤다.이들 대부분은 충성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맞이했다는 인식을 갖고 경쟁을 하듯 ‘용비어천가’를 불렀다. 삼성이 국가경제에 이바지했다는 논리는 애교로 봐줄 정도로 눈살을 찟뿌리는 망언도 서슴지 않았다. 직위가 높고 지식이 많은 사람일수록 화려한 수식어를 남용했다.둘째, 우리나라 사법체계가 용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망가져 혁명 수준의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김 변호사가 1심 선고 공판에서 ‘자산가를 위한 법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할 정도로 법은 돈 앞에 무력했다.수사기관이 진실을 은폐하고 기소권을 남용하는 것과 더불어 사법부마저 보신주의로 일관하면 법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실제 삼성특검과 사법부는 이러한 소시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거대한 사법 카르텔은 2018년 ‘양승태 사법농단 의혹’으로 세상에 드러났지만 단죄는 불가능했다.셋째, 재벌로 대변되는 한국식 자본주의 폐해를 타파하지 못하면 공정한 사회의 구현은 불가능해질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1945년 8·15 해방으로 일제의 식민자본주의가 무너진 자리를 차지한 정부 주도의 시장경제는 정경유착을 기반으로 재벌을 탄생시켰다.국가의 정책자금을 독점하며 근로자의 노동권마저 보장하지 않고 덩치를 키운 재벌은 경제성장의 과실을 사회와 나누지 않고 독점했다.대마불사를 외치고 독단·독불장군식의 경영은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불렀지만 정작 재벌은 반성하지 않았다. 오히려 불법 비자금을 만들어 정치인과 공무원을 포섭해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 계속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iNIS] *칼럼 내용 문의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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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 공조직에서 내부고발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경찰청이 2022년 10월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를 수습하기 위해 작성한 ‘정책 참고자료’라는 보고서가 일부 언론에 유출됐다. 대통령실에 올리는 정보보고서의 일종이며 소수 관계자만 열람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해당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대규모 참사로 희생된 국민의 마음을 돌보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기보다 정권을 보호하기 방안에 골몰한 정항이 드러났다.보고서 내용을 못마땅하게 여긴 내부자가 언론에 제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내부 구성원조차 설득하지 못한 보고서가 국민의 마음에 들리는 만무하다.오랜 기간 동안 내부고발을 연구한 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는 내부고발자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내부통제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통제’라는 개념이 ‘억압’과 같은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대응전략이라는 개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 ◇ 내부통제시스템 구축하면 내부고발 위기 해결 가능국정연은 내부통제시스템을 ‘조직 내부의 문제점이나 각종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구축된 조직 체계(system)’로 정의한다. 조직은 내·외부 이해관계자를 모두 포함하며 체계는 ‘필요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관련 요소를 어떤 법칙에 따라 조합한 집합체’라고 볼 수 있다. 내부통제시스템은 4단계로 구성된다. ▲ 4단계 내부통제시스템의 구성[출처=국가정보전략연구소(iNIS)]먼저 1단계는 조직 구성원이 문제를 인식하고 동료·상급자 등 조직계통상에 이의를 제기해 해결을 시도하는 과정이다. 업무 수행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한 직원은 자신의 차(次)상급자에게 보고해 해결책을 찾는다. 차상급자란 사원에게는 대리, 대리에게는 과장, 과장에게는 부장, 부장에게는 임원 등이 해당된다.2단계는 문제를 보고받은 상급자가 해결해주지 못해 참모조직인 내·외부 감사실에 소원수리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감사는 경영진을 포함한 직원 전체의 일탈행위를 감시해야 하지만 경영진과 담합해 내부고발을 단행한 직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일부 기업은 감사 기능을 외부 전문가(기업)에 위임해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노력한다.3단계에서는 독립기관인 감사조차도 조직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돼 내부고발자는 언론·시민단체·수사기관 등에 개입을 요청한다.외부로 문제가 확산되면 조직은 ‘위기관리팀’을 구성해 대응하게 된다. 내부고발 내용이 실정법을 위반했다면 수사기관의 조사가 진행되겠지만 단순 비윤리적인 행위라면 비난 여론이 비등해진다.4단계로 내부고발의 문제점이 어떤 식으로든지 해결되고 전체 조직을 수습하는 업무를 진행하게 된다. 영국 바클레이은행과 같은 일부 기관은 내부고발자를 무리하게 색출하려다 더 큰 사회적 비난을 초래한다.일본 유키지루시·미토호프와 같이 내부고발로 기업이 파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내부고발을 해결하는 과정을 전문가에게 위임해 극단적인 파멸을 예방하는 것이 좋은 이유다. ◇ 오너·최고경영자의 윤리경영 의지 확립이 가장 중요내부통제시스템은 조직 내부의 건전한 발전과 활성을 위해 구축한 것이기 때문에 잘 활용해야 한다. 조직 입장에서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 구축한 내부통제시스템을 잘 운용하기 위한 전략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자.첫째, 내부통제시스템은 조직의 문제점을 사전에 해결하는 조기경보시스템(Early Warning System)이라고 인식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내부고발자를 ‘배신자’로 치부하는데 오히려 내부고발자 중 조직에 애정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는데 기업도 문제가 확산되기 전에 미리 내부고발로 해결하는 것이 유리하다.둘째, 내부통제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려면 제도 자체보다는 운용하는 인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조직 구성원이 지킬 의지가 없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국내 삼성그룹·SK그룹·현대자동차그룹 등과 같이 내부통제시스템을 잘 구축한 대기업이 내부고발이 외부로 이어지는 3단계를 경험하는 것도 운영하는 인력의 무능이 주요인이다.셋째, 내부통제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운용되려면 오너·최고경영진이 솔선수범해 윤리경영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동양에서 옛날부터 상후하박(上厚下薄)이라고 윗사람의 잘못은 덮어주고 아랫사람의 허물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처벌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서양의 왕족·귀족·지도자가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것과 정반대다.마지막으로 조직의 업무를 충분하게 이해하면서 조직관리·심리상담·법률해석·첩보수집·정보분석 등에 관한 지식·경험이 풍부한 외부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좋다.단순한 법률적 조언이나 내부고발자 색출은 조직의 위기를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대기업이나 공기업 대부분은 유·무형의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해 운용하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개선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 계속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iNIS]*칼럼 내용 문의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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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72022년 서울중앙지법은 현대자동차를 허위로 비방한 유트브 채널에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해당 유튜브 채널이 2020년 7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받은 내부고발이 허위이며 현대차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취지다. 내부고발자의 신분이 거짓이었고 제보내용도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했다.반면에 다른 현대차 내부고발자는 2021년 11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으로부터 2400만 달러(약 346억원)의 포상금을 받았다.현대차가 자체 개발한 세타2 엔진의 결함을 파악하고 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내부고발이었다. NHTSA는 2020년 현대차에 8100만 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국내 기업에서 발생한 대표적 내부고발은 2003년 SK그룹의 분식회계, 2005년 두산그룹의 비자금·외화밀반출, 2006년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2007년 삼성그룹의 경영비리·비자금 등이다. 해당 사건들은 기업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것을 넘어 오너 일가에 대한 사법처벌로 이어졌다. 구체적인 내역을 살펴보자. ◇ MZ세대의 사회 진출이 내부고발 활성화 배경1987년 6·10항쟁과 이어진 6·29 선언은 국민의 민주화 열망을 충족시키고 군사독재에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된 이후 수십 년간 이어진 권위주의 체제에 두려움을 갖고 있는 국민은 사회정의를 부르짖을 용기를 갖지 못했다.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촉발된 대량해고와 구조조정은 기업이 직원들의 삶을 보호할 것이라는 믿음을 붕괴시켰다.외환위기의 주범이 부패한 관료와 재벌 오너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2000년대 들어 사회정의 구현과 공정한 사회로 이행을 위한 내부고발이 봇물 터지듯 일어난 배경이다.2003년 SK그룹의 내부고발자는 1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고발했다. 최태원 회장, 손길승 전 회장 등을 포함한 SK그룹 고위임원 10명이 기소됐으며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판결 후 3년 가까이 끌어오던 상고심은 2008년 5월 관련자 6명이 모두 상고를 포기하며 확정됐다.분식회계는 부채를 줄이거나 누락하고 부실 자산 관련 비용을 줄이는 방법 등이 동원됐다. 가공의 매출을 계상해 기업의 가치를 부풀리는 것도 전통적인 분식회계 방법 중 하나다. 한국 경영계에 분식회계라는 화두를 던졌으며 한국판 ‘엔론 사건’이라고 불렸다.2005년 터진 두산그룹의 내부고발은 오너 가족이며 전직 회장이 내부고발자로 밝혀지며 충격을 줬다. 내부고발자인 박용오는 회장직을 동생에게 물려주라는 요구를 거부하고 형제들의 비리를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내용은 1700억원대의 비자금 조성과 800억원대의 외화반출 혐의였다.두산은 형제경영을 전통으로 내세우며 ‘인화’를 중시한 기업이었다는 점에서 박용오의 내부고발은 의외였다. 주주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가족회의에서 그룹 회장을 결정하는 불통경영이 내부고발을 촉발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04년 말 기준 두산 오너 일가의 지분은 4.95%에 불과했다.2006년 현대차는 내부제보자가 지주회사격인 글로비스 사장실 한 쪽 벽면에 있는 비밀금고의 존재를 검찰에 알리면서 세상에 드러났다.당시 금고 속에는 50억원에 달하는 돈뭉치가 나왔다고 한다. 내부제보자는 전직 직원으로 비자금 조성 경위, 금고의 위치, 금고의 비밀번호 등에 대해 상세하게 제보했다.검찰은 제보자의 진술에 의존해 수사를 진행했고 1개월도 채 되지 않아 회장을 구속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검찰이 내부고발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생겼다. 탈세 관련 보상금과 부패방지법상 보상금이 달랐기 때문이다.2007년 삼성그룹의 경영비리와 비자금 조성은 그룹의 전 법무팀장의 제보로 밝혀졌다. 전직 검사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을 통해 내부고발을 단행했으며 삼성그룹의 전방위 금품 로비가 드러났다. 다수의 검찰 관계자와 정치인에 관한 구체적인 진술이 있었지만 특별검사는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삼성그룹은 2005년 이른바 ‘안기부 X파일’ 사건으로도 곤욕을 치렀지만 기득권 연합이 합심해 기상천외한 ‘독과수’이론을 만들어 무마시킨 경험이 있다. 삼성은 창업 초기부터 막대한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인·공무원에 뇌물을 제공해 각종 경영편의를 제공받았다.2000년대 이후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벤처기업 등에서도 내부고발은 유행처럼 번졌다. 자유분방한 사고와 공정한 사회에 대한 인식이 강한 MZ세대(밀레니엄 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진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단순히 집안 단속만으로 내부고발을 막을 수 없는 이유다. ◇ 진실성은 확보했지만 정의성·적법성은 결여된 내부고발 다수▲ 국내 기업에서 일어난 내부고발의 분석 [출처=iNIS]내부고발은 사회정의 구현이라는 명분에서 출발하지만 윤리적 측면, 법률적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다. 윤리적 측면은 정의성·진실성·적법성, 법률적 측면은 비밀유지·명예훼손·무고죄 기타·손해배상 등의 이슈가 제기된다. 개별 사건의 윤리적 측면을 평가해 보자.첫째, SK그룹은 내부고발의 내용이 정확했다는 측면에서 진실성을 확보했지만 정의성·적법성은 요건을 결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분식회계 사실을 공개한 것은 사회정의보다는 조직 내부의 권력 다툼에서 일어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내부고발자의 신원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고발내용을 감안하면 내부 이너 서클에 포함된 인물일 것이라고 추정된다.둘째, 두산그룹은 SK그룹의 사건과 마찬가지로 진실성은 인정을 받았지만 정의성·적법성은 많이 부족했다. 갑자기 그룹 회장에서 해임된 오너가 내부고발을 단행했다는 것은 충격적이었지만 본인도 불법적인 행위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웠다.셋째, 현대차그룹은 비리 내용과 비자금의 보관 장소까지 제공함으로써 수사의 신뢰성을 높여 진실성은 확보했다. 반면에 보상금 지급에 따른 이견 등은 내부고발자의 정의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했다. 당시 수사관계자 대부분이 출세 가도를 달렸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넷째, 삼성그룹은 뇌물제공 당사자 중 한명인 법무팀장이 자신의 처벌을 감수하고 내부고발을 했다는 점에서 진실성을 확보했다. 다만 퇴직 이후 갈등이 내부고발의 단초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정의성은 결여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종합적으로 국내 기업에서 발생한 주요 내부고발은 진실성은 확보했지만 정의성·적법성까지 인정을 받는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우리 사회에서 내부고발자는 ‘배신자’라는 인식이 강한데 정의성을 확보하면 이러한 굴레를 벗을 수 있다.내부고발을 다루는 전문가도 제보자의 신원, 제보 내용의 사실 여부 등을 철저하게 확인해야 한다. 제보자도 허위제보가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파악해 진실된 제보를 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내부고발을 ‘양날의 검’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계속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iNIS]*칼럼 내용 문의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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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5▲ 내부고발과 윤리경영 표지 [출처=예나루]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해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동년 9월27일 미국인 에드워드 스노든에게 러시아 시민권을 부여했다.스노든은 2013년 6월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무차별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는 비밀정보가 담긴 문서를 폭로한 내부고발자(Whistle-blower)다. 이른바 미국의 ‘배신자’를 러시아 ‘애국 시민’으로 받아들인 셈이다.우리나라에서도 윤석열정부의 각종 은밀한 정보, 예를 들면 대통령 취임식 초청자 명단, 대통령실 근무자 명단, 추석 선물 대상자 명단 등이 외부로 흘러 나와 정쟁의 씨앗으로 자리매김했다.내부고발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뜨거워진 이유다. 이들 정보는 대통령의 최측근이나 관련 업무를 담당한 내부인이 아니면 알기 어렵다국가정보전략연구소(이하 국정연)는 오랜 기간 동안 국내외 내부고발 사건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으며 ‘내부고발과 윤리경영(예나루, 2009)’이라는 성과물을 세상에 내놓았다. 책 출간과 다양한 강연활동을 추진하며 내부고발 관련 자료를 입수 및 분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국내에서 내부고발 관련 최고의 전문지식과 전문가를 보유했다고 자부하는 국정연이 공정사회 구현을 기치고 내걸고 있는 ‘엠아이앤뉴스’와 공동으로 내부고발 기획시리즈를 시작했다.기획시리즈의 제목은 ‘내부고발과 경영혁신’이며 내부고발의 긍정적인 기제를 잘 활용하면 100년 기업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정했다. ◇ 배신자로 비난 받지만 ‘정의로운 사람’ 인식도 강해내부고발(Whistle-blowing)은 ‘조직 또는 조직 내부 구성원이 불법, 비윤리적, 공공이익에 반하는 행위 등에 대한 정보를 조직 내부나 외부에 신고 및 공개하는 행위’로 정의된다. 내부고발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1972년 미국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몰고 온 ‘워터게이트’사건이다.당시 워싱턴포스트 밥 우드워드 기자에게 FBI의 내부 수사정보를 제공한 사람의 암호명이 내부고발자를 의미하는 ‘딥 스로트(deep-throat)’였다. 내부고발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조직과 상급자를 배신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특히 한국이 속한 동양에서는 배신행위와 더불어 위계질서 파괴자라는 멍에를 씌운다. 서양은 일반적으로 용기가 있는 사람 혹은 정의를 실천하는 사람이라며 추앙하지만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니다.닉슨 대통령을 낙마시켜 ‘백악관을 무너뜨린 사나이’라는 영화의 실제 모델인 마크 펠트 FBI 부국장도 내부고발을 한지 33년이 지나서야 스스로 신분을 밝혔을 정도다.한국에서 내부고발은 1990년 5월 감사원 이문옥 감사관이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구속되면서 학문적 논의가 본격화됐다. 그해 10월 윤석양 이병이 국군보안사령부의 민간인 사찰을 고발했고 1992년 3월 이지문 중위가 군 부재자 투표의 부정행위에 대해 양심선언을 단행했다.1990년대 들어 권위주의 정부의 붕괴로 사회 전반에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인 기업, 학교, 각종 단체에서도 내부고발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삼성그룹의 불법 비자금 문제를 공개한 김용철 변호사, 두산그룹의 소위 말하는 ‘형제의 난’ 이후 오너 일가의 비리를 검찰에 고발한 박용오 전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 MZ세대의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 분출전 세계적으로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출생한 M(밀레니엄)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MZ세대가 사회의 주류층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MZ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자신의 삶을 중시하면서도 사회정의, 공정 등과 같은 화두(話頭)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빈부격차가 확대되면서 2011년 미국에서 발생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시위도 금융기관이 부도덕성을 질타했다.우리나라에서도 2008년 광우병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2016년 박근혜대통령의 탄핵 시위 등도 청년층의 동참으로 공권력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격화됐었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라’는 시대적 소명을 안고 출범한 문재인정부도 불공정과 특혜 의혹으로 얼룩지며 정권이 붕괴됐다.출범한지 100일도 되지 않아 국정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해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윤석열정부도 반칙과 특권을 앞세워 20~40대 청년층의 지지를 잃었기 때문이다.이른바 정치권에서 즐겨 말하는 ‘콘크리트 지지층’이라는 용어도 공정과 상식에 기반 하지 않으면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대기업에서는 신성불가침으로 여겨지던 오너의 권위에 도전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에서조차도 신분상 불이익을 감내하고 조직의 비위를 고발하려는 구성원이 나타나고 있다.세대와 지역을 불문하고 부의 불균형으로 초래된 양극화가 확대되면서 불의를 용서하지 않고 공정한 사회를 부르짖는 국민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또한 부정한 축재와 어떠한 유형의 특권도 용납하지 않으려는 사회 분위기도 내부고발을 활성화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이러한 사회 변화를 감안하면 내부고발을 경시하는 리더와 조직은 기후변화를 저항하다가 멸종한 공룡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국내 최고 기업인 삼성그룹은 100년 기업을 표방하며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을 열심히 연구했지만 정작 핵심인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지 않아 오너 위기를 반복해 경험하고 있다.다른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민간조직, 정부기관의 상황은 삼성그룹에 비하면 더 열악하다. 국정연과 엠아이앤뉴스가 '내부고발과 경영혁신'이라는 주제를 ‘사회 아젠다’로 내세우며 논의를 시작한 것도 이러한 사회 상황을 고려했기 때문이다.독자 여러분도 조직과 사회 전반에 걸친 부조리를 고발해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려는 캠페인에 동참하길 기대한다. - 계속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iNIS]*칼럼 내용 문의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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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6지난 2년 동안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신문은 공동으로 국내 100대 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대상으로 구직자에게 ‘위대한 직장’이 어느 곳인지를 평가하기 위해 ‘위대한 직장찾기’ 시리즈를 연재했다.‘취업빙하기’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청년층의 직장 찾기는 매우 어렵고, 청년실업률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를 통해 창업을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구직자들의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2012년 겨울 이 시리즈의 연재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대통령 선거유세가 한창이었고, 후보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신만이 한국의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2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고, 한번 취직하면 전직이 어려운 국내 고용시장의 특성 때문에 청년들은 안정된 공무원이나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재수, 삼수를 하며 취직공부만 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은 사람을 찾지 못해 정상적인 사업을 영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무조건 안정되고 좋은 직장을 찾기 위해 청년을 허비하기 보다는 중소기업에라도 들어가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인생에 유리하다고 조언하지만 청년들은 귀담아 듣지 않는다. 어떤 기업이 대기업보다 좋으며, 어떤 점에서 좋은지는 설명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이런 고용시장의 괴리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위대한 직장찾기’연재다. 2년 간의 연재를 통해 국내 100대 그룹의 주요 기업은 대부분 평가했다. 일반 구직자가 알고 있는 10대, 혹은 20대 대기업뿐만 아니라 지주회사 체제로 다수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기업집단은 전부 다룬 것이나 다름없다. 알려진 20대 대기업보다 더 우량한 중견 대기업도 많았고, 10대 대기업도 계열사별로 편차가 심했다. ◇ 10대 그룹 계열사 중 삼성코닝이 1위, ㈜한진이 최하위 기록 한국에서 10대 그룹이라고 하면 삼성그룹, LG그룹, SK그룹, 범현대가그룹, 롯데그룹, CJ그룹, 두산그룹, 한화그룹, 한진그룹, GS그룹 등이다. 2012년을 기준으로 보면 STX그룹이 포함됐지만 STX그룹은 분식회계사건으로 사실상 그룹이 해체됐기 때문에 GS그룹을 포함시켰다.공식적으로 범현대가그룹은 없지만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현대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 과거 현대그룹에서 분가한 그룹들도 기업문화가 유사하기 때문에 이렇게 분류했다. 현대그룹의 사업규모가 급속도로 축소되고, 조선업에 한정된 현대중공업그룹의 사업도 조선업의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 표1. 10대 그룹의 최고기업과 최저기업삼성그룹에서는 삼성코닝이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했는데, 삼성그룹과 미국 코닝은 합작관계를 청산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삼성그룹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간판기업인 삼성전자와 비교된다는 측면에서 포함시켰다.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제일모직도 패션사업의 부진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의 명칭을 사용하기로 하면서 부활했다. 삼성그룹이 자녀들의 상속문제로 사업구조조정을 하면서 제일모직이 사라졌지만 왜 제일모직의 점수가 가장 낮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방위산업체인 삼성테크윈도 제일모직과 동일한 점수를 획득해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LG그룹은 간판기업인 LG전자보다는 화장품, 음료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LG생활건강이 구직자에게는 가장 좋은 기업으로 평가됐다. 저가화장품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한류 붐으로 중국,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한국화장품의 선호도가 높은 것도 LG생활건강의 미래를 밝게 만든다.사업의 확장성이 높은 LG생활건강과 동일한 점수를 받은 계열사는 2차 전지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LG화학이다. 반면에 이동통신시장에서 만년 3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LG유플러스가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LG전자가 전자제품은 중국기업에 밀리고, 휴대폰 사업은 2G에서 스마트폰으로 전환에 실패하면서 사업이 축소되고 있는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SK그룹은 사업규모 측면에서 보면 GS그룹, LS그룹 등을 떼어 준 LG보다 커지만 역사나 사업의 다양성 측면에서 LG그룹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1위 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이 가장 좋은 직장으로 등극했고, SK건설이 LG유플러스와 동일하게 낮은 점수를 받았다.국내 건설시장이 포화돼 있고, 현대건설, GS건설 등과 비교해 경쟁력이 낮기 때문이다. SK그룹은 M&A성장하면서 통일된 기업문화를 창출하는데 성공하지 못했고, 계열사간의 사업유대가 낮은 점도 그룹 전체의 평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범현대가그룹에서는 국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가장 우량한 기업이었고, 금강산사업 등 대북사업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대상선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계열사였다.현대그룹은 해방 이후 한국역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최고 기업으로 군림했지만 1997년 IMF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승계분쟁으로 그룹이 쇠퇴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2000년대 중반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호황을 발판으로 급성장했지만 품질논란, 연비과장, 국내소비자 홀대 등의 이슈가 제기되면서 흔들리고 있다.서울 잠실에 고층빌딩을 건설하면서 안전, 국방 등 다양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롯데그룹은 백화점, 할인점, 홈쇼핑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롯데쇼핑이 우수기업으로 평가 받았다. 롯데쇼핑은 범현대그룹에서 1위를 한 현대자동차, LG그룹의 LG생활건강보다도 우수한 기업이다.롯데그룹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롯데제과도 제과업계의 독과점업체로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고 있어, 다른 그룹의 우량 계열사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례로 LG그룹의 1위 업체인 LG생활건강이 62점을 기록한 데 반해 롯데그룹의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롯데제과는 63점을 받았다. LG그룹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삼성그룹 창업자의 장남이면서도 그룹을 승계하지 못한 이맹희 회장의 장남 이재현 회장은 삼성의 일부 계열사를 물려 받아 그룹으로 성장시키는데 성공했다. CJ그룹은 그룹의 모체이며 주력기업인 제일제당이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했지만, 홈쇼핑업체인 오쇼핑이 58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CJ그룹이 홈쇼핑, 엔터테인먼트산업으로 사업의 초점을 이동하고 있지만 아직 크게 성공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CJ그룹은 삼성그룹과 상속권 분쟁을 겪는 와중에 터진 오너의 부정행위로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두산그룹은 국내 대기업으로서는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으며, 소비재사업에서 중공업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했지만 무리한 M&A로 성장통을 겪고 있다.일반인의 인식과는 달리 두산중공업 자체보다 두산중공업의 엔진사업부가 분사한 두산엔진이 가장 좋은 기업으로 등극했고, 그룹의 지주회사인 ㈜두산이 가장 부실한 기업으로 평가 받았다. 두산그룹도 형제간의 분쟁을 겪으면서 그룹 이미지가 훼손된 이후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한화그룹은 신재생에너지와 금융산업을 신수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구직자의 관점에서 보면 한화케미컬이 가장 좋은 기업으로 평가됐다. 반면에 생명보험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인수한 한화생명보험은 덩치에 비해 경쟁력이 약하고, 성장성 차원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한진그룹은 물류전문그룹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대한항공이 가장 위대한 기업으로 평가 받았지만 다른 그룹의 최저 기업보다도 낮은 평가를 받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가항공사의 등장으로 기존 대형항공사가 생존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진은 대기업의 계열사로 보기 어려울 정도인 48점을 기록해, 50점 이하를 기록한 10대 그룹 중 유일한 기업이다.LG그룹에서 유통과 정유사업을 갖고 분가한 GS그룹은 세간의 예측과는 달리 GS홈쇼핑이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중국, 인도 등 주변국들의 정유설비 증설이 수요감소를 불러와 GS칼텍스의 사업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편의점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GS리테일은 골목상권 침해논란에도 불구하고 성장성과 경쟁력을 보유해 우량기업으로 평가됐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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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의 전신은 1957년 설립된 동방생명보험(주)으로 생명보험업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직장인 대상 단체보험 분야에서 놀라운 영업실적으로 설립 1년 6개월 만에 생보업계 1위에 올라섰다.1963년 7월 삼성그룹 계열사로 편입됐으며 1989년 7월 동방생명에서 삼성생명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1993년 12월 뉴욕에 현지법인을 세웠으며 1998년 8월 국제생명의 보험계약을 인수했다.1999년 10월 포춘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 생보부문 13위에 선정됐으며 2006년 4월 제2금융권 최초로 자산 100조 원을 달성했다. 종속회사로는 삼성생명서비스손해사정(주), 중국 현지법인 Samsung Properties China, Ltd., 미국 현지법인 Samsung Life Investment (America), Ltd., 유럽 현지법인 Samsung Life Investment (U.K.), Ltd. 등이 있다. 2014년 글로벌 포춘 500대 기업 중 458위, 한국기업 중 14위를 차지했으며 삼성생명의 기업개요는 표 1과 같다.▲ 삼성생명의 개요 [출처=iNIS]◇ 2012년 보험수입 30조원을 돌파한 후 침체삼성그룹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대기업 중에서도 선두에 있는 거대그룹이다. 그 중에서도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은 단연 선두에 있으며 또 주력사업이다.삼성그룹은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제일모직(이전 삼성에버랜드)과 같이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으며,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계열사의 재편이 추진하고 있다.삼성그룹의 새로운 경영전략에 따라 주목을 받으며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삼성생명의 경영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사업 특징, 재무제표, 경쟁력 등을 살펴봤다.첫째, 삼성생명은 올해 경영방침을 '질적 성장을 통한 기업가치 극대화'로 정하고 이를 위해 안정적인 손익기반 확보에 모든 힘을 쏟고 있다. 고객 개개인의 생애주기 단계별 보장성 상품의 개발과 전속 설계사 강화를 기반으로 상품과 채널의 통합 마케팅 전략을 추진 중이다.그 결과 올해 1분기 총자산은 196조 30억원으로 전기말 대비 1.6% 성장했고 영업수익은 6조6354억원, 당기순이익은 4094억원을 달성했다.전체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는 9201억원을 기록했으며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 APE의 경우 종신, CI 등 기존의 주력 보장상품 외에도 최근에는 건강상품을 출시해 전체 신계약의 51.5%인 4735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 면에서는 순항 중이다.▲ 삼성생명의 주요지표 [출처=iNIS]둘째, 삼성생명의 2013년 실적은 2012년에 비해 영업수익과 순이익 등 모두 크게 감소했다. 영업수익은 2012년의 경우 30조 3827억원으로 2011년 22조 6897억원에 비해 33.9% 증가했지만, 2013년에는 19조 3018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약 36.5% 감소했다.2013년 영업이익은 5596억원으로, 전년 대비 54.7%나 감소했다. 순이익도 2012년에 비해 2013년에 크게 감소해 6034억원으로, 전년대비 약 40.0% 감소했다. 이는 즉시연금의 특수가 사라진 영향이 크다.삼성생명은 지난 2012년 사상 처음으로 수입 보험료가 30조원을 넘어섰다. 30조원 돌파의 주요 원인은 목돈을 맡기면 매달 월급처럼 나오는 '즉시연금'에 있었다.2013년부터 즉시연금 비과세 혜택이 없어진다는 소문에 부유층들의 보험 가입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이 2012 회계연도에 판매한 즉시연금은 5조2460억원에 달했지만 세제 특수가 끝난 후 6개월 동안의 즉시연금 판매액은 약 6000억원에 그쳤다.이는 경영 실적을 하락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생보사 수입 보험료가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셋째, 삼성생명은 다른 국내 생보사들과는 달리 퇴직연금시장과 중국시장에서 두드러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령화로 인해 계속 성장하고 있는 은퇴시장에서 삼성생명은 국내 최대 규모 퇴직연금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WM Board와 패밀리오피스 등의 부유층 특화 전담채널을 강화해 상속설계 등 부유층을 위한 맞춤형 재무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미래 성장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다만 국내 경기침체 지속으로 보험가입자가 줄어들고, 보험수익률이 떨어지면서 보험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고 있어 성장잠재력이 감소하는 위험요소가 있다.중국 시장에서는 전략적 제휴를 통해 추가적인 보험 및 자산운용 사업기회 모색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올해 1분기에는 중국 북경의 핵심 상업지구에 대형 오피스빌딩을 신축해 안정적인 장기수익 확보의 기반을 마련했다.북경 오피스 시장은 높은 경제성장과 도시화에 따른 오피스 수요증가로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 올해 1분기에 북경 프라임 오피스 시장은 계속된 신규공급량 제한으로 3.9%의 안정적인 공실율을 보이는 등 삼성생명의 안정적인 수익 달성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아 삼성생명의 사업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 퇴직연금 시장점유율 압도적 1위, 가입액 10조원을 넘은 유일 금융사국내 생명보험산업은 글로벌 경제 불안 속에서도 여전히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개인연금, 퇴직연금 등은 수익률의 부진 속에서도 향후 10년간 1~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1,600만명 이상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측돼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그러나 연고판매 위주의 보험영업이 어려워지면서 가입자를 확보하는 것도 예전처럼 쉽지 않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자산운용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서유럽의 선진국조차도 재정악화가 지속되면서 우량한 국채도 줄어들고 있다.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기업도 늘어나 안전한 회사채가 줄어 들고 있다. 자산이 늘어나도 자산운용에서 높은 수익을 내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고민이 깊어진다.국내시장에서도 삼성생명의 핵심경쟁력으로 작용했던 연고판매가 쇠퇴하고 홈쇼핑, 인터넷, 텔레마케팅 등의 보험판매가 늘어나면서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의 신장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또한 외국계 보험회사들이 마케팅 채널의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저렴한 보험료로 홈쇼핑과 인터넷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삼성생명의 입지도 점점 축소되고 있다.새로운 자산운영처를 확보하고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해외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실익을 크게 보이지 않는다.하지만 보험은 다양한 생리적, 환경적 위험에 노출된 현대인에게 매우 훌륭한 상품으로 사회적으로 가치를 가지기 때문에 보험업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은 낮다.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수록, 각종 재난사고가 끊이지 않을수록 사람들은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할 수 밖에 없다. 삼성생명은 보험, 대출, 펀드, 퇴직연금, 신탁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기 때문에 사업적 리스크는 낮은 편이다. 특히 지난 몇 년동안 급성장했던 퇴직연금시장에서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삼성생명은 전체 금융권 퇴직연금 시장에서 점유율 14%를 넘겨 경쟁사들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삼성생명은 전체 퇴직연금 시장에서 점유율 14%를 넘겨 압도적 1위를 나타냈다.삼성생명 퇴직연금 가입액은 12조2344억원으로 10조원을 넘어섰으며 그 가입자수도 103만5707명으로 100만명을 넘었다. 가입액이 10조원이 넘는 금융사는 아직 삼성생명이 유일하다.퇴직연금 시장에서 꾸준히 1위를 지키고 있는 것은 전체 사업자 중 유일하게 10조원 이상의 적립금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안정성, 전문 역량, 시스템과 서비스가 모두 어우러진 결과라는 평가다. 삼성생명이 보험업계의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선전을 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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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일 간 한국 국민 모두가 극심한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 ‘세월호’의 참사로 수백 명의 생사가 불분명한데,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력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외국인들은 한국이 OECD가입국이고, 세계 10대 무역대국으로 성장했지만 덩친 큰 아이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한국이 지난 30간 급속한 경제성장을 경험했지만, 정부 관료의 의식수준이나 국가시스템은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한 결과다. 기업들도 국가경제 성장과 궤를 같이해 덩치를 키웠지만 그에 걸 맞는 소양이나 사회적 책임의식은 갖지 못하고 있다.◇ 사회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기업은 생존 불가능한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경영인이라고 불리는 사람 중 한 사람이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다. 만년 2등에 불과했던 삼성그룹을 국내 1위 기업으로 도약시켰고, 메모리 반도체와 휴대폰을 이끌고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이런 이건희 회장은 과거 ‘기업은 1류인데, 정부는 3류’라고 큰소리쳤지만 삼성그룹의 떡값검사,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 삼성전자 백혈병논란 등 어두운 행적이 드러나면서 체면을 구겼다. 삼성그룹이 한국을 이끌어 나가고, 삼성이 망하면 한국이 망한다는 논리로 호언장담(豪言壯談)을 일삼았지만, 국민적 지지를 얻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삼성그룹도 휴대폰을 잘 만들고 큰 돈을 버는 기업이상의 이미지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 LS도 LG그룹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10년 동안 덩치를 키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에 걸 맞는 시스템 정비나 직원 소양교육은 소홀해 작금의 경영위기를 자초했다. 과거에도 독과점 기업들이 뇌물로 공무원을 포섭해 납품가격을 담합하고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는 다반사로 일어나 전혀 새롭지 않다.하지만 주요 국가인프라자산인 원자력발전소에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전선을 납품해 가동중단사태를 초래한 것은 용납을 받기 어렵다. 수조 원에 이르는 피해를 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계열사를 없애는 방식으로 해결방안을 내 놓은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웃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로 피해가 상상을 초월해, 전국민이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대해 불안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버젓하게 납품비리를 저질렀다. 원전사고가 발생하면 그 지역은 영원히 인간이 살수 없을 정도로 회복불능 상황에 처해지고, 좁은 반도국가인 한국의 경우 국가 전체를 파멸로 이끌어갈 수 있어 원전의 안전성 확보는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대한 과제다.때문에 안전에 대한 불감증이 도를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다는 비난을 받는 것도 당연하다. 기업이 이윤을 남기는 것은 존립을 위해서 당연한 것이지만, 사회가치를 파괴하면서까지 이익을 극대화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문제는 한국사회에서 누구도 사회가치를 파괴한 기업을 단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리 기업인들이 버젓하게 사회활동을 하고 비리 기업이 법의 허점을 이용해 다시 부활하는 일이 비일비재(非一非再)하게 발생한다. 이번에 300여 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사건도 비리기업이 다시 살아나 일으킨 사건이다.망한 기업주가 재산을 빼돌렸다가, 법정관리의 허점을 잘 활용해 헐값으로 기업을 인수해 버젓하게 다시 사업을 시작하기도 한다. 돈만 많이 벌면 그만이라는 인식도 기업인에게 팽배해 있다. 기업이 자사의 이윤만을 위해 사회가치를 파괴하면 그 피해는 1차 적으로 다른 사회구성원이 입게 되겠지만, 언젠가 기업과 기업경영진 모두도 2차, 3차 피해자가 된다. LS의 경영진이 각종 비리백화점을 연출한 계열사 중 하나를 없애는 결정은 옳았지만, 소위 말하는 ‘꼬리 자르기’식으로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면 어리석은 결정이다.법적으로는 책임이 제한적이겠지만 원전비리로 초래된 모든 국가적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무한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를 밝혀야 한다. 그리고 LS가 지속가능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윤리경영이 겉치레용이 아니라 기업의 주요 경영정책 중 하나로 자리잡아야 한다.경영진을 포함해 임직원의 소양교육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임기응변(臨機應變)식으로 이 위기를 넘어간다면 LS의 미래는 밝지 않다. ◇ 활발한 토론으로 관행을 깨는 기업문화 구축이 우선과거 LG그룹 관계사 직원들과 일을 한 경험에 비춰보면 LG그룹 직원들은 토론을 즐겨 하지 않는다. 지나치게 인화를 중요시하다 보니 연공서열에 따라 윗사람이 내린 결정에 순종하는 경향이 크다. LS의 임직원도 LG그룹에서 근무하다가 분사했기 때문에 유사한 성향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반면 삼성그룹 직원들은 하위직급에서는 LG그룹에 비해 토론이 활발한 편이었다. 회의 중에 질문도 많이 하고,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하고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다. 삼성그룹이 영원한 맞수이며 라이벌 기업인 LG그룹을 완전하게 추월한 것도 이런 차이점 때문이라고 본다. 조직 내부에 잘못된 관행이 바뀌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토론문화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윗사람이 관행이라고 얘기하면서 잘못된 행위를 반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직원들이 잘못을 지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정치인들이 정치자금을 받고 국가 사업권을 기업에 넘겨 주는 것도 관행이다. 퇴직한 관료들이 자신의 능력에 관계없이 관변단체를 설립해 정부에 로비를 하고 이권에 개입하는 것도 관행이다.사고가 나면 잘못을 반성하고, 소수의 희생양 몇 명 만들어 죄를 뒤집어 씌우는 것도 관행이다. 정작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은 책임을 지지 않는 것도 관행이다. 이런 관행 속에서 기업이 성장하고, 각종 비리행위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문제는 이러한 관행이 옳은 일은 아니라는 것이고, 앞으로 이런 관행이 자연스럽게 유지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성장한 기업들이 해외에 나가 제대 사업을 펼치지 못하는 것도 한국에서는 관행이라는 이유로 용인됐던 일이 다른 나라에서는 심각한 범죄행위로 처벌받기 때문이다.기업들이 잘못된 정책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사례 중 하나는 매출의 80%는 해외에서 내고, 이익의 80%는 매출의 20%를 감당하는 국내시장에서 내는 것이다. 국내고객이 봉이라는 얘기이고, 이를 관리 감독할 정부시스템이 부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당연시했던 잘못된 업무방식을 버려야 한다. LS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그동안 견실한 성장을 하던 LS가 몇 건의 위기사태로 휘청거리고 있어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에서 사회관행을 짚어 본 것이다.기업문화를 연구하는 전문가로서 LG그룹의 기업문화가 삼성그룹이나 현대자동차그룹 등과 비교해 열등하지 않고 오히려 나은 점이 많다고 본다.LS의 기업문화도 LG그룹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나쁜 기업문화 토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LS가 LG그룹과 차별화하기 위해 추진한 각종 기업문화 혁신전략이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효과가 많이 드러나고 있어 우려가 된다. 기업문화를 새롭게 정립하는 업무는 오너나 경영진 몇 명이 구호로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LS가 인재상으로 ‘포용’을 얘기하고 ‘도전’을 강조하며 임직원들이 서로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기 위해 노력하라고 말하지만 원론에 불과하다.그룹을 이끄는 경영자는 자신의 영혼을 바쳐 경영철학을 정립해야 하고,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파악하려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창업자가 아닌 2세, 3세가 기업을 물려 받아 유지하기 어려운 이유도 세상과 사람에 대한 고민을 치열하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무조건 기업의 덩치를 키우기 위해, 부모의 성공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벌이는 신사업과 M&A가 당연한 실패로 귀결되는 이유도 뚜렷한 경영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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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는 1969년 창립한 이해 단기간에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건설에서 시작했지만 다른 대기업처럼 문어발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막대한 부채에도 불구하고 거침없는 M&A를 하면서 김준기 회장의 사업판단능력이 약해진 것은 아닌지 의심을 받고 있다.동부의 미래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동부가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지, 실제 이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동부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첫 번째 DNA인 비전(Vision)을 목표(goal)와 책임(responsibility)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동부의 비전과 미션은 사업보국과 연결동부의 비전(Vision)은 ‘An Excellent Global Company’이다. 의미는 우수 글로벌기업인데, 동부가 하는 사업이 세계적이 되어 인류에 기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미션(Mission)은 ‘동부가 기업가정신과 혁신으로 동부가 참여하는 모든 사업에서 글로벌 전문기업이 되어 가장 높은 이익률과 성장률을 만들어내고, 경영의 모든 면에서 지속적으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된다’이다. 미션에 관련된 3대 이니셔티브는 ‘글로벌화, 전문화, 고부가가치화’로서 비전과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방향, 선제, 정책을 포함하는 개념이다.글로벌화는 글로벌 역량을 확보해 세계인,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간의 경계가 사라지고, 치열한 글로벌경쟁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글로벌경영이 필수라고 판단한 것이다. 전문화는 어떤 산업영역이던 1위 업체가 시장을 독식하기 때문에 사업을 영위하는 업종에서 세계 최고, 전문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를 해야 한다.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전문영역을 확보하게 되면 파생 제품이나 서비스로 확대해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다. 전문화의 주체는 사람이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의 유치와 육성에 중점을 둬야 한다. 고부가가치화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고기술개발, 혁신적인 경영으로 최초(the first), 최고(the best)의 제품을 만들어야 이익을 창출할 수 있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별화된 기술은 원가를 최소로 낮춰 최대의 이익을 낼 수 있도록 한다. 고성과 창출을 위해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야 할 기반역량을 최고인재, 앞선 제도, 고객중심, 기술중시 등으로 삼고 있다. 최고 인재는 경영에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우수인재 및 후계자의 확보∙양성, 적재적소 인사, 구성원들의 창의적∙자율적 성과몰입을 위한 제도 및 조직운영, 철저한 윤리경영 등의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앞선 제도는 업무처리 절차나 방법을 개선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선진기업의 새롭고 혁신적이며 선진화된 제도를 도입해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고객중심은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할 때 회사의 이익이 창출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최고의 질과 최저 가격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모든 업무가 고객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혁신과 마케팅을 수행한다. 기술중시는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건이다. 기술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건설, 물류, 금융, 디자인, 소프트웨어 등의 영역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기술을 중시하는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고, 전문화된 기술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삼성 따라잡기에서 자생적 혁신목표 설정김준기 회장은 2000년대 초부터 현대그룹을 제치고 국내 최고기업으로 부상한 삼성그룹(이하 삼성)을 배우기 위해 삼성맨들을 대거 영입했다. 소위 말하는‘삼성 따라잡기’의 일환이다. 삼성이 삼성전자를 필두로 IT경제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삼성만의 기업문화가 혁신의 핵심이라고 판단한 것이다.시스템경영의 전도사로 불리던 삼성 SDS사장이었던 이명환 씨를 영입해 시스템경영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삼성조차도 시스템경영이 확립되어 있지 않았고, 시스템경영에 대한 용어 정의조차 하지 못하면서 시스템경영은 표류하였다. 삼성으로부터 배우자는 운동은 목표설정은 명확했지만 방법은 적합하지 않았다고 본다. 삼성과 동부의 기업문화가 확연하게 차이가 나고, 사업구조도 다르기 때문이다.삼성이 장기간의 정치권 및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사업적인 특혜를 받았던 것인데, 동부는 그런 관계가 전혀 없다. 삼성 출신들이 동부와 와서 삼성에서만큼 성과가 나지 않았다.삼성의 명함을 들고, 과천 정부청사를 방문할 때와 동부의 명함을 들고 갈 때는 확연하게 차이가 있었다. 본인들조차도 자신의 능력 때문에 지원이 잘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오판이었던 것이다.또한 기업문화의 차이도 삼성식의 경영기법을 도입하는데 장애물이 되었다. 삼성에서 영입한 직원들이 엘리트의식에 배여 동부의 기존 직원과 괴리된 것도 불협화음을 키웠다. 김준기 회장이 외부의 용병들을 우대하자 기존 직원들의 불평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기존 직원들은 삼성출신들이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방관자의 자세로 비협조적이 되면서 성과도 나지 않았다. 용병들이 점령군 행세를 하는 것도 외부영입의 폐해 중 하나다. 선진기업의 기업문화를 벤치마킹해 배우는 것은 기존의 기업문화와의 융화 등의 문제로 쉽지 않다. 삼성을 배워서 제 2의 혁신을 하고자 했지만, 의도한 성과가 나지 않자 2007년부터 현장 실무형 인재를 위주로 조직개편을 했다. 동부가 도약하기 위한 5대 혁신과제를 선정했는데, 초고인재, 앞선 제도, 고객 중심, 기술중시, 글로벌화 등이다.2010년 이 혁신과제를 다시 정돈하면서 기반역량으로 정의했고, 글로벌화만 별도의 아젠다로 분리했다. 글로벌화를 전문화, 고부가가치화와 함께 3대 이니셔티브로 정했다. 기업경영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성장기반을 강화한다.동부가 자생적 혁신목표를 선정한 것은 매우 적절하다고 보인다. 흩어져 있던 사업을 7대 사업분야로 정돈하고 동부경영시스템을 체계화하기 위한 노력을 한 것이다.선진기업을 모방하는 자사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해 단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외부에서 유능한 인사 몇 명 영입한다고 곧바로 선진경영이 되는 것은 아니다. ◇ 도전적 목표설정으로 책임경영 주문동부의 각종 자료를 보면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명확한 그룹의 목표가 없다는 것이다. 하루하루 열심히 노력하면 자연스럽게 좋은 실적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강한 것인지, 아니면 체계적인 목표를 세울 정신적 여유가 없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기업의 목표가 명확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김준기 회장은 2007년을 동부가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한 해라고 말하지만 명확한 근거가 없다. 기존의 동부와 2007년 이후의 동부의 차이점을 찾을 수 없다. 당시 김준기 회장은 도전적인 경영목표를 세우라고 독려했다. 삼성의 따라잡기 위해서 원대한 목표를 세울 필요성이 컸기 때문이다.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달성의지를 높이고, 기업성장을 촉진시킨다고 봤다.이어 2010년 김준기 회장은 그룹 워크숍에서 “계수 위주의 관리자형 경영에서 벗어나 달성 가능한 목표를 높게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업가형 경영계획을 실천해 달라”고 말했다. 경영목표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라는 의미다. 매년 기계적으로 몇 퍼센트 성장목표를 설정하는 것으로 의미가 없고, 혁신적인 목표를 설정하라는 요구다.달성 가능한 목표라는 것도 매우 추상적인 표현이다. 개개인의 능력과 의지에 따라 달성 가능한 목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회장이나 오너는 월급쟁이 경영자에게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라고 요구하고, 경영자는 자신의 성과급이 결정되는 목표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낮추기 위해 투쟁한다. 달성 가능한 목표를 잡으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이유다.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스탠더드(standard)경영계획이다. 스탠다드경영계획은 사업가형 경영계획을 지향하는 새로운 예산제도로 각 계열사가 자기책임 하에 스스로 성장을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한다. 시스템에 의한 자율경영, 책임경영을 가능케 한다. 동부는 2013년 들어서도 계열사별 경영목표를 발표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찾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동부익스프레스는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영업경쟁력 강화, 원가경쟁력 강화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프로세스 혁신은 업무 프로세스을 혁신하겠다는 뜻이지만 어떻게 해야 영업경쟁력과 원가경쟁력이 강화되는지는 알 수가 없다. 내부적으로는 세부추진계획을 세웠다고 하지만 특별한 내용이 있을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결국 경기불황으로 인해 매출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비용이라도 줄여보자는 구상에 불과하다.고객가치창출을 하겠다는 것도 서비스보다는 고객비용을 줄여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전사적 프로세스 이노베이션’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원가절감운동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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