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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는 한 때 재계서열 12위의 기업집단으로 한라건설, 한라시멘트, 한라중공업, 만도기계 등 21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IMF외환위기 당시 그룹이 공중 분해된 이후 건설만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며 과거의 영화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2008년 만도를 인수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했고, 2012년 창업 50주년을 맞이해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한라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첫 번째 DNA인 비전(Vision)을 목표(goal)와 책임(responsibility)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사랑 받는 기업, 우량기업이라는 비전 설정한라는 100년 기업이 되기 위한 중장기 비전(Vision)으로 ‘사랑 받는 기업, 우량하고, 튼실한 세계적 기업’을 정했다.사랑 받는 기업은 환경친화적인 기업,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투명하고 도덕적인 기업, 노사가 화합하고 임직원 상하, 동료간에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며 훈훈한 정이 통하는 기업, 우리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과 함께하는 Good relationship 기업을 말한다. 기업이 주변의 모든 이해관계자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어야 영속적인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다음으로 우량하고 튼실한 세계적인 기업은 재무 안정성과 지속성장을 통해 주주가 투자하고 싶은 기업, 최고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에게 만족을 넘어 행복을 전하는 기업, 한라 인재상을 기반으로 우수인력을 양성하고 임직원이 높은 사기와 자긍심을 가지고 항상 근무하고 싶어하는 기업, 우수 인력과 기술력을 토대로 각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업 등이다.우량하고 튼실한 기업이라는 것이 매우 추상적인 개념인데,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기술력을 통해 최고 품질의 제품을 개발해 고객을 만족시키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인력양성도 기업의 주요 임무라는 점도 비전에 명시하고 있다. 2012년 창립 50주년을 맞이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Think Global, Work Smart’라는 슬로건을 만들었고 품질경영, 세계화, 지속가능경영의 목표를 세웠다. 세계화를 통해서만 한라의 미래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그리고 임직원들의 공모를 통해 ‘꿈과 열정으로 High! Higher! HALLA!(높이, 더 높이, 한라)’라는 슬로건도 제정했다. High는 과거 50년을, Higher는 향후 50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압축한 것이라고 한다. 2010년에는 2015년까지 매출 17조원 달성이라는 5개년 중기계획을 수립했다. 우선 만도는 비전으로 ‘Global Leader of Safety & Convenience’으로 정하고 ‘2015년 세계 1등 제품을 보유한 글로벌 30위 자동차시스템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만도는 글로벌화를 위해 해외에 생산공장을 늘리고 있으며, 품질경영을 위해 만도 글로벌 R&D센터를 중심으로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있다. 2012년의 경영방침도 지속가능 경쟁력 배양으로 정한 이후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만도를 제외하고 어떤 계열사도 우량기업이나 지속가능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평가 받지는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2015년의 중기계획목표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직원들에게 막연한 꿈과 열정을 가지라고 하기 보다는 명확한 사업목표를 세우도록 해야 한다. 만도가 세계 1등 제품을 보유하겠다고 하는데, 특정 제품을 정해 세계 1등이 되겠다고 하는 것이 더 구체적이고 달성확률을 높일 수 있다. ◇ 정도경영을 강조하지만 노조파괴기업이라는 오명 받아한라는 창업자인 정인영 회장이 주창한 정도경영을 한라의 창업정신이자 자부심이라고 주장한다. 한라의 경영방침인 지속가능경영의 조건도 단순히 법과 제도를 준수하는 준법경영을 넘어 이해관계자 모두와 공존공영하겠다는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과 의무를 다하는 수준으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말한다.정도의 의미도 ‘누가 지켜보지 않더라고 항상 옳은 일을 행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하지 않고, 정확한 정보를 모두가 공유하는 방법으로 실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깨끗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며, 신뢰를 기반으로 강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되는 것이 한라의 정도경영의 목표다. 정인영 회장은 머리와 가슴, 땀만으로 목표를 달성해야 하고, 야합과 협잡, 다른 사람의 희생 위에서 이루어낸 성취는 자기기만이라고 말했다.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오로지 기업경영에만 매진해 온 그의 인생을 보면 정도경영을 필생의 신념으로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한국 현대사에서 대부분의 대기업이 불법 정치자금제공으로 검찰의 수사를 1번 이상 받았지만 한라는 피해갈 수 있었던 것도 정도경영의 결과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인영 회장 이후 아들인 정몽원 회장이 이끌고 있는 한라는 정도경영을 지키는 기업이라고 평가 받기 어렵다. 정몽원 회장의 경영철학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2008년 만도를 인수한 이후의 경영전략을 보면 정도경영과는 거리가 멀다.만도를 기반으로 덩치를 키우려는 전략을 추진하면서 정도경영 원칙도 사라졌고, 그룹의 비전인 사랑 받는 기업도 되지 못하고 있다.2012년 만도 노조가 임금협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자 한라는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1500여명의 용역을 투입해 직장을 폐쇄하고, 친기업 성향의 복수노조 설립을 유도해 노-노간 갈등까지 부추겼다. 민주노총 산하의 금속노조가 강성노조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지만 파업 3일만에 용역을 투입해 직장을 폐쇄한 것은 노사가 화합하고 정이 통하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비전과도 맞지 않는다. 만도가 한라에 재 인수된 이후 사업의 분할이나 부실계열사 지원으로 2015년 글로벌 30위 부품회사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달성은 오히려 더 어려워지고 있다.모기업인 ㈜한라에 대한 무리한 지원은 만도의 성장잠재력을 훼손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 1등 제품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을 통한 품질향상이 중요한데, 직원들의 연합체인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는 달성하기 어렵다.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국내기업의 노조는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 외에 정치투쟁을 일삼고, 경영진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한라가 신뢰를 강조하고, 정도경영도 정확한 정보를 모두가 공유하는 방법으로 실천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노조와 타협할 수 있는 여지는 많다.일부 전문가들은 초우량기업이었던 만도가 한라에 인수된 후 만신창이가 되었다는 주장을 한다. 돈이 되는 핵심사업은 분사되고, 미래사업은 별도로 만든 회사가 전담하고, 공장건설과 같은 프로젝트는 일감 몰아주기식으로 모기업인 ㈜한라에 맡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몽원 회장의 입장에서는 과거의 영화를 회복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겠지만 정말 옛날의 화려한 시절로 돌아가고자 한다면 먼저 임직원과 주주, 사회, 국가 등 이해관계자를 설득해야 한다.한라의 새로운 비전이 무엇이고,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명확한 계획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한라의 현재 사업구조를 보면 자동차부품관련 사업을 빼면 제대로 영속 가능한 사업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결국 만도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부품사업만 남기 때문에 만도의 임직원과 미래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도의 노동조합과 극한의 대립을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만도가 모기업인 ㈜한라는 왜 지원해야 하고, 사업분할이나 별도부품회사 설립이 그룹의 전략과 일치하는지, 만도의 사업과 어떤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지 등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한라의 성장과 발전이 만도 임직원의 미래와 복지에도 중요하다는 것을 공감시켜야 한다. 한라가 이해관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유함으로써 정도경영을 실천하겠다고 했는데, 노조와 투자자에게 모두 관련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원과 투자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부터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만도가 한라마이스터를 앞세워 ㈜한라를 지원하자 개인투자자뿐만 아니라 기관투자자들까지 크게 반발했던 것도 정보의 투명성 부족 때문이다. 만도의 주주들은 만도가 ㈜한라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몽원 회장에게 그룹을 다시 키우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아버지 정인영 회장이 사적인 이익을 포기하고 평생을 지켜왔던 정도경영을 이어받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야 한다.영원히 죽지 않고, 늙지도 않는 사람이 없듯이 기업도 불노장생(不老長生)할 수는 없다. 기업의 수명을 늘리고 덩치는 키우는 일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고,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이제 정몽원 회장도 노조와 투자자를 진심으로 설득해 같이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을 세우고 정도경영을 실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본인이 그토록 원하는 한라의 영화를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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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가치(value)는 리더가 솔선수범해서 지켜야 구성원이 지킨다. 기업의 비전(vision)도 마찬가지다. 비전 따로, 경영전략이 따로이거나, 비전이 달성불가능하고 비현실적이라면 오히려 비전이 없는 것보다 못하다.이런 이유로 기업문화를 분석하면서 가장 먼저 다루는 것이 기업의 비전이다. LG의 비전을 목표(goal)와 책임(responsibility) 측면에서 진단해 보자.◇ 막연한 비전보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해 도전열의를 북돋아야LG는 다른 국내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LG의 기업문화나 경영방식을 ‘LG Way’로 정의하고 LG Way가 LG 임직원의 사고 및 행동의 기반이 된다고 주장한다.미국의 경영컨설팅 회사들이 미국의 GE나 일본의 도요타(Toyota) 등의 글로벌 선도기업을 컨설팅 하면서 내세운 말이 ‘ㅇㅇㅇ(기업명) Way’이다. 해당 글로벌 컨설팅 업체의 컨설팅을 받은 기업들의 자료를 보면 한결같이 유사한 용어를 내 세운다. 경영이념인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을 LG의 행동방식인 ‘정도경영’으로 실천함으로써 비전인 ‘일등 LG’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일등 LG는 고객, 투자자, 인재, 경쟁사 등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시장을 리드하는 선도기업이 되겠다는 의지다. 고객이 신뢰하는 LG,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LG, 인재들이 선망하는 LG, 경쟁사들이 두려워하면서도 배우고 싶어하는 LG가 되겠다는 목표다.LG의 경영이념은 기업활동의 목적으로서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회사 운영원칙으로 ‘인간존중의 경영’이다.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는 고객 중시, 실질적 가치 제공, 혁신을 통한 창조를 통해 이룬다. 인간존중의 경영은 인간 중시, 창의/자율 존중, 성과주의, 능력개발/발휘 극대화로 달성한다. LG의 행동방식은 ‘정도경영’으로 윤리경영을 기반으로 꾸준히 실력을 길러 정정당당하게 승부하자는 의지다. 정도경영의 3대 요소로 정직, 공정한 대우, 실력을 통한 정당한 경쟁을 제시한다.실제 LG직원들이 다른 대기업에 비해 정직한 편이다. 업무협의를 할 때도 다른 기업의 직원들은 중요한 내용을 숨기는 것과는 달리 정직하게 내용을 공개한다.공정한 대우는 직원, 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자의 능력에 상응한 대우를 하겠다는 의미인 것으로 보이는데 상당히 모호한 말이다. 실력을 통한 정당한 경쟁은 로비나 편법, 불법을 동원하지 않고 품질이나 서비스로 시장에서 경쟁하겠다는 말이나 한국적 상황에서 실천하기 어렵다. LG의 문제점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이 명확한 비전이나 미션(mission)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LG도 삼성과 마찬가지로 자체적인 노력보다는 해외에서 검증된 사업모델을 도입하고, 해외 기업과 합작하는 형태로 대부분의 사업을 시작했다.그렇다 보니 기업의 목표도 해외 선진기술의 국내도입이나 국내 시장의 개척에 한정되었다. 삼성과는 달리 도전적인 목표설정으로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기 보다는 ‘돌다리도 두드리고 안 건넌다’는 식의 신중하다 못해 우유부단(優柔不斷)한 기업문화가 만연해 있다.현재 LG의 사업 중 시장지배력을 확고하게 굳히고 있는 영역이 보이지 않아 ‘일등 LG’의 비전을 수정할 필요성이 높다. 비전도 너무 장기적인 목표를 세울 경우 조직 내부에 냉소주의가 팽배해진다.임직원도 도달 가능한 목표가 주어질 경우 더 열심히 일한다. 달성 가능한 단기간의 목표를 비전으로 설정한 후 구성원 모두가 합심해 이룬 후 다시 더 높은 목표를 세우는 것이 좋다. ‘일등 LG’라는 막연한 목표보다는 ‘국내 시장 1위’, ‘품질경쟁력 1위’, ‘서비스만족도 1위’등과 같은 구체적인 목표를 계열사별로 세우는 것이 합리적이다.◇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 시장 선도기업의 꿈을 달성 불가삼성과 경쟁하면서 기업의 목표도 ‘삼성 따라 하기’로 설정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삼성의 계열사가 LG가 영위하고 있는 사업분야의 선두기업인 경우가 많아 자연스럽게 형성된 경영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일각에서는 삼성과 동등하게 경쟁하려던 LG의 의지를 꺾은 것이 컨설팅회사의 조언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소위 말하는 ‘2 등 전략’이다. 비전은 ‘일등 LG’를 세웠지만 ‘퍼스트 무버(first mover)’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전략을 선택했다. 패스트 팔로워 전략은 퍼스트 무버가 길을 잃으면 황당한 상황에 직면한다. 가전은 LG전자를 모방해 삼성전자가 시작했지만 반도체, 휴대폰, LCD사업의 진출은 ‘삼성 따라 하기’ 이상도 아니라는 평가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그동안 선전하던 LG전자가 스마트폰과 LCD시장에서 맥을 추지 못하는 것도 명확한 목표를 세우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비전과 목표가 없는 회사는 글로벌 선도기업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내부 컨센스(consensus)를 이끌어 내야 한다. 2012년 9월 LG 구본무 회장은 ‘시장선도’를 화두로 제시했고 2013년 신년사에서도 ‘시장선도’와 ‘철저한 실행’을 주문했다. 말뿐인 ‘일등 LG’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셈이다.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1위 업체이기 때문에 구 회장이 시장을 선도해 삼성을 따라잡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방안으로 탁월한 상품, 보상경쟁력, 고객가치 몰입 등 3가지를 강조했다. 또한 구 회장은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기존의 사고와 일하는 방식으로는 시장을 선도할 수 없다고 본 셈이다. 2012년 12월 말 오랫동안 사용하던 LG 휴대폰이 고장 나서 A/S센터를 찾았다. 주말에 고장이 나서 이틀 동안 답답한 마음에 월요일 아침 일찍 센터를 방문했지만 10분도 되지 않아 수리를 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출시된 지 오래된 제품이라 부품도 구하기 어렵고, 있다고 해도 수리비가 많이 나와 새로 사는 것이 좋다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다.어쩔 수 없이 다른 방안으로 수습을 했지만 업무처리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최소한 대안이라도 제시해 줘야 하는데, 그런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기분이 나빴지만 기업의 정책이 그렇다니 어쩔 수 없었다. 며칠 후 ‘제품서비스에 도움을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만 달랑 왔다. 몇 년 전 삼성전자 A/S센터에서도 휴대폰 수리경험이 있다. 담당자는 일단 부품의 가격이 얼마인지, 해당 부품의 재고가 있는지 확인해 보겠다며 조회를 하는 시늉이라도 했다. 답은 동일했다. 오래돼서 부품의 재고가 없고, 구하려면 아주 오래 기다려야 하니 다른 휴대폰을 구매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담당자는 수리를 해 주지 못해서 미안하지만 앞으로도 삼성의 휴대폰을 애용해달라는 말도 빠지지 않고 했다. 당일 오후에 전화를 와 서비스에 만족했는지, 지적할 사항이 없는지 귀찮은(?) 질문도 빠지지 않았다. 서비스 문제점은 동일했지만 LG의 대처가 부실하다. 구 회장이 주장하는 고객가치를 중시한다면 위와 같은 A/S체계부터 개선해야 한다. 삼성전자도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LG는 직원들의 업무처리방식을 바꾸고, 재교육을 해야 한다.삼성전자의 문제점마저 해결한다면 자연스럽게 ‘타도 삼성’을 하고 시장선도기업이 될 수 있다. 정말 뼛속까지 바꿀 자세를 견지하지 못하면 ‘시장선도’기업의 달성목표는 요원할 것이라고 본다.◇ 삼성보다 LG의 오너와 경영진의 윤리준수의지가 강해LG는 다른 국내 대기업들이 작은 것도 요란하게 포장해 언론에 광고하는 것과는 달리 봉사활동도 눈에 띄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구본무 회장은 다른 그룹의 오너와 달리 정치적 활동이나 과시적 대외활동을 자제해 전문기업이라는 인식을 심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치적 외풍에 쉽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다른 대기업과 비교해 이해관계자에 배려도 신사적이다. 삼성그룹의 본사가 있는 서초동에 가면 거의 매일 집회가 열리고, 확성기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말하는 시위대가 있다. 삼성의 협력업체나 관련 소비자들이 회사의 처우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자리다.너무 시끄러워 다른 건물의 입주자에게도 피해를 끼치지만 연중 행사로 자리 잡았다. 삼성 직원들은 시위대 옆에서 담배도 피고, 자연스럽게 대화도 한다. 전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회사차원에서도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비슷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이 협력업체와 수 많은 분쟁을 일으키고, 근로자 건강에 대한 문제로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 있지만 LG는 거의 없어 대조적이다. LG 본사 앞에서 시위도 없고, 공개적으로 LG의 사회적 책임에 논란을 제기하는 이해관계자도 많지 않다.만약 LG 본사 앞에서 삼성 본사 앞에서 일어나는 집회가 연일 발생하고, 삼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비난이 LG에게도 가해진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해 봤다. LG 직원들도 삼성직원들처럼 무시하고 평온한 상태로 업무에 전념할 수 있을까? LG가 는 ‘정도경영’을 내 세우면서 다른 대기업에 비해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높다. 임직원도 자연스럽게 윤리의식이 높아져 경영진의 불법경영에 동참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삼성도 임직원들의 윤리 준수의지가 강하다면 오너와 경영진이 본관 주변 시위를 지금처럼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LG가 삼성보다 오너와 경영진이 내부 구성원의 눈과 귀를 두려워하며 더 엄격한 윤리기준을 확립하고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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