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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 중에서 형제간 우애를 강조한 회사치고 조용하게 승계가 이뤄진 곳이 드물다. 두산그룹·금호그룹·현대그룹 등이 이른바 ‘왕자의 난’을 겪었다. 그룹의 경영권을 독식하기 위한 형제간 골육상쟁(骨肉相爭)의 대결로 이미지가 추락했다.우리 속담에 ‘부자 3대 없고 거지 3대 없다’는 말이 있다. 재벌 대부분이 3대로 넘어오면서 위험에 도전하기 보다는 현상유지나 편법으로 부를 승계하는 방안에 골몰하며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일부 경영학자는 한국식 재벌의 수명이 다했다는 극단적인 평가조차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효성그룹은 창업자인 조홍제에서 2세 조석래로 이어진 후 3세인 조현준·조현문·조현상이 경영 전면에 나서며 갈등이 시작됐다.2013년 2월 조현문이 보유하고 있던 효성 주식을 처분한 이후 같은 해 5월부터 국세청·검찰 등의 조사가 시작됐다. 오랜 기간 동안 진행되고 있는 효성의 내부고발 사건을 분석해 보자. ▲ 조현문의 내부고발 진행 내역 [출처=국가정보전략연구소(iNIS)]◇ 조직 부정행위 척결에 대한 의견 대립이 내부고발 유도조현문의 내부고발은 공식적으로 2014년 6월부터 시작됐지만 그 징조는 2011년부터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조현문이 국내 한 언론에 보낸 이메일에 따르면 ‘2011년 조석래 회장에게 그룹 내 불법비리를 이대로 두면 안 된다. 가족들 모두가 감옥에 갈 수 있다’고 호소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조석래는 ‘내 회사를 내 뜻대로 경영하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냐. 차라리 나가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조현문은 이 대답을 듣고 곧바로 회사를 떠났다고 주장했다. 회사를 그만둔 후 형제들과 갈등을 겪으면서 내부고발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효성의 2대 회장인 조석래는 세 아들을 모두 효성에 입사시켜 경영수업을 받도록 지시했다. 첫째 아들부터 막내까지 나이 차이가 불과 3살로 큰 아들이라고 해도 확고한 권위를 갖기 어려운 구조다. 어찌되었건 3형제는 후계자로 낙점받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벌인 것으로 보여진다.내부고발자인 조현문은 둘째 아들로 미국 하버드대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법률 전문가다.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1998년부터 미국 로펌에서 근무하다 1999년 조석래 회장의 지시에 따라 귀국했다. 효성에 입사한지 1년 만에 이사를 거쳐 2006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후 중공업사업그룹(PG)장을 맡았다.중공업사업그룹에 근무하면서 계열사 전반에 걸쳐 만연한 부정과 비리를 직접 목격하면서 바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부정행위를 적발해 관련자를 징계하면서 내부 임직원의 반발이 거세졌다. 조석래 회장에게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결국 2013년 2월 조현문은 효성을 떠났고 오비이락(烏飛梨落)처럼 사정기관의 칼날이 효성으로 향했다. 국세청·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됐으며 검찰은 2014년 1월 조석래 부자 등 5명을 기소하는데 성공했다. 1심 재판이 시작되자 조현문은 그해 6월부터 아버지와 형제를 포함한 경영진을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했다.2018년 9월 서울고등법원은 조석래에 징역 3년에 벌금 1352억원, 조현준에는 항고를 기각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이 유지됐다.2020년 12월 대법원은 조석래 사건은 파기환송하고 조현준은 집행유예를 확정했다. 올해 10월부터 조석래의 파기환송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조현문의 내부고발에 대해 조현문의 대응은 2017년 3월 협박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조현문은 2016년 9월 검찰이 소환한 후 해외로 출국해 연락이 되지 않았다. 따라서 검찰은 소재 파악 불가로 기소를 중지한 이후 지난해 1월 조현문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올해 11월 조현문은 강요 미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으며 관련 재판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현문이 자신이 보유한 효성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조현문이 고가에 매수하지 않으면 위법 행위가 담긴 자료를 검찰에 넘기겠다고 협박했는지가 쟁점이다. ◇ 재벌 자정기능 상실해 내부통제시스템 정립 시급조석래 회장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효성물산의 부실을 감추기 위해 미국·독일·홍콩· 싱가포르에 있던 판매법인 4개 자회사의 손실을 축소했다.2006년 분식회계 사실을 공개하며 위기를 돌파했지만 조현문의 내부고발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충격을 줬다. 효성 내부고발이 주는 사회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첫째, 우리나라 재벌은 내부 자정기능을 상실해 효과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할 수준에 도달했다.조현문은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으며 2001년 발각된 미국 에너지 대기업인 엔론의 부정회계 사건의 파장을 잘 파악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조현문이 조석래 회장에게 ‘가족 모두가 감옥에 갈 수 있다’며 부정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부사장 직책을 맡고 있던 조현문이 감사와 협의를 통해 부정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었지만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재벌 오너는 제왕적 리더십을 강조하며 자신의 생각과 다른 직원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내부통제시스템이 오너나 최고경영자(CEO)로부터 독립된 감사의 역할을 중시하는 이유다. 내부통제시스템이 오너의 부정적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경영이 완성된다.둘째, 기업의 오너는 공과 사를 명백하게 구분하지 못하면 배임과 횡령으로 처벌될 위험을 안고 사는 사람이다. 오너 일가는 핵심 기업의 쥐꼬리 만한 지분으로 순환출자라는 편법을 통해 수십 혹은 수백 개의 계열사를 통제하며 회계를 마음대로 주무른다.재벌은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가족 소유 기업에게 일감을 몰아주거나 상식 수준 이상의 혜택을 주는 경영관행을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유지하고 있다.회사 자금으로 고급 자동차나 주택을 구입해 사적으로 활용하면 횡령에 해당된다. 불법 비자금을 조성해 개인적으로 유용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오너가 낮은 지분율을 높이고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계열사 합병을 추진할 때 합병비율을 산정하는 과정에서도 배임이 발생할 여지가 높다. 삼성그룹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에버랜드와 삼성물산의 합병 등의 과정에서 선택한 편법도 비슷한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셋째, 사회 정의를 목적으로 내부고발을 하는 사람이 사소한(?) 실수나 불법을 저질렀다면 처벌하지 않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실제 국내 내부고발자 대부분은 사회 정의를 위해 목숨을 걸었지만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아 위험한 상황에 처해졌다.조현문도 형제들과 다투는 과정에서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처분을 빌미로 협상을 진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상장기업이 아닌 비상장기업이고 그것도 대기업에 종속된 기업의 주식을 타인에게 매각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비상장기업의 주식 가치를 합리적으로 산정하기도 쉽지 않다.조현준은 조현문을 협박죄로 고소했고 검찰도 기소했다. 재판과정에서 가족 간의 은밀한 대화 내용이나 내부거래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검찰이 조현문의 내부고발을 기반으로 효성의 부정행위를 처벌했기 때문에 조현문이 사회정의에 기여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일부에서 조현문을 이단아로 부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계속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iNIS]*칼럼 내용 문의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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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문화에 대한 연구를 하고 관련 책을 쓰면서 소위 말하는 ‘백년기업’이 되는 지름길은 올바른 기업문화를 창달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최근 한국사회에서 ‘부의 대물림’ 현상이 고착화된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우리 속담의 ‘부자 3대 없고, 거지 3대 없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든다. 창업자의 정신이 자식 대까지는 계승되는 경우가 많지만, 손자까지 전수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1940~60년대 창업하고 1970~80년대를 거쳐 본격적으로 성장한 국내 대기업은 아직 2세 경영이 대부분으로 정체되어 있기는 하지만 본격적으로 해체는 되지 않았다. 해태그룹, 쌍용, 새한 등 몇몇 대기업이 2세 경영에서 무너졌고, 금호, 한진, 한화 등과 같은 기업도 2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삼성, LG, 현대차 등이 2세에서 3세로 경영권 승계가 준비 중이다. 효성도 조석래 회장이 건재하고는 있지만 지난 10여 년 동안 3세들이 경영권 수업을 받고 있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효성도 시련과 도전을 받고 있다효성의 기업문화는 다른 대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보수적이고 정체돼 있다. 사업이 시장변화에 민감하지 않아 더욱 그런 경향이 굳어지지 않았나 판단된다.조석래 회장은 아버지 조홍제 회장을 도와 효성의 기반을 닦았다. 조석래 회장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기술을 중시하며 보수적인 경영을 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효성이 섬유, 타이어코드, 중공업 부문에서 실적을 내고 있는 것도 관련 분야에 기술력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성장은 정부의 우호적인 경제정책에 절대적으로 기인했다. 정부주도의 5개년 경제계획은 기업집단을 살찌웠고, 특정산업이 기형적으로 성장하게 만들었다. 효성도 건설회사인 진흥기업을 인수했다가 부실로 홍역을 치르고 있지만 대우건설은 인수했던 금호, 극동건설을 인수했던 웅진 등이 주력사업과 연관성이 낮은 건설업에 뛰어들었다가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국내 일반건설업은 성장기를 한참 지나 쇠퇴기의 막바지로 치닫고 있지만 정부의 잘못된 건설정책, 분양가 자율화와 독과점에 의해 왜곡된 주택시장으로 인해 지난 10여 년 동안 기형적으로 성장했다. 시장의 거품은 국가의 한정된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침해한다. 건설업의 경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외부 충격에 의해 진정국면에 접어들었지만 IT산업은 아직도 우왕좌왕하고 있다.효성도 뒤늦게 IT산업에 뛰어들어 하드웨어제조나 소프트웨어개발과 같은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핵심경쟁력을 확보하기도 전에 시장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갤럭시아계열의 사업도 회생이 어렵다면 빨리 정리하는 것이 손실을 최소화하는 지름길이다. 시작하는 사업마다 성공을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교훈은 얻어야 한다. 2세나 3세의 성공체험을 위해 인위적으로 그룹의 자원배분을 왜곡하는 것도 어리석은 행동이다. 작위적인 체험은 약이 아니라 독이 된다는 사실은 동서고금의 역사를 통해 입증되었다.좋은 약은 입에는 쓰나 병에는 이롭고, 충성스러운 말은 귀에는 거슬리나 행동에는 이로운 법이다. 계승자가 정말 기업을 잘 운영하고 싶으면 먼저 자신의 능력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부족한 부문을 채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시련을 몸에 좋은 약이라고 받아 들이고, 도전을 실전처럼 대처한다면 경영능력은 자연스럽게 키워진다.◇ 창업자의 정신이 기업문화에 체화돼야효성의 조홍제 회장의 고향은 경남 함안군 군북면이다. 삼성의 이병철 회장은 경남 의령군 정곡면 출신이고, LG의 구인회 회장은 경남 진양군 지수면이다. 군북, 의령, 지수는 지리산 천왕봉에서 발원해 산청, 진주를 거쳐 진양, 의령, 함안을 지나가는 남강 줄기에 위치하고 있다.지역적으로 인접해 있을 뿐만 아니라 지리산 계곡을 지난 남강의 유속이 급격하게 약해지고 드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는 곡창지대다. 산청, 진주(진양), 의령, 함안 등을 서부경남이라고 부른다. 이 지역은 유교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고, 사람들은 보수적인 성향을 보인다. 삼성, LG, 효성의 기업문화가 보수적인 것도 서부경남 출신의 창업자 영향도 작다고 보기 어렵다.세계 최대, 최고의 제조기업인 도요타 자동차의 기업문화 저변에는 본사가 위치한 미카와(三河)지역적 특성이 녹아 있다. 미카와지역 출신은 상호연대가 강하고 집단에 대한 로열티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끊임 없는 개선노력의 표출인 카이젠(改善), 분임조활동, 헌신적인 참여의식, 공(公)을 우선시 하는 조직문화 등은 도요타 성공신화의 핵심요소다. 도요타 경영진들은 지역정서와 특색을 기업문화로 내재화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고 훌륭한 결실을 거뒀다. 효성도 창업주가 중시했던 ‘가족가치’, ‘계수경영’ 등도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해 살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조홍제 회장은 한학을 배워 유교에 대한 깊은 소양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은 한때 서구화가 지상과제였고, 동양적, 고전적 가치를 하루라도 빨리 버려야 하는 낡은 유물로 취급했다. 하지만 이제 서양은 지나친 개인주의, 물질주의의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동양의 가족(집단)주의, 정신 우선주의를 도입하려고 연구하고 있다. 효성도 유교정신을 고리타분한 것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효성만의 가치(value)로 살려야 한다. 신사업의 기존의 사업과 별개의 것이 아니듯이 새로운 기업문화도 과거의 것을 모두 버리고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해고하지 않고, 직원을 가족처럼 대하는 기업이 망하기는커녕 장수한다. 효성이 위기를 극복하면서 도입한 성과경영시스템도 효성만의 가족가치를 훼손하지 않았을까 우려된다. 2008년 효성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도 그룹 내부자가 국가청렴위원회(현 국민권익위원회)에 관련 내용을 제보하면서 시작됐다. 기업은 가족가치를 강조했지만 정작 내부 임직원은 가족가치를 모르고 있는 셈이다. 기업의 자산은 오너뿐만 아니라 직원에게도 공평하게 배분돼야 한다.과거처럼 회사자금을 자신의 쌈지 돈처럼 마음대로 사용하는 행위는 범법행위일 뿐만 아니라 선량한 직원들의 공분을 일으켜 조직을 와해시킨다. 가족가치를 소중히 여기든 아니든 기업의 성장에 희생한 다수의 직원을 잊어서는 안된다. 경영자는 직원에게 급여를 준 것으로 충분히 보상한 것이라고 자기과신을 해서도 안된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지 않는다관리를 위한 관리가 능한 조직이 효성이다. 삼성그룹과 비교해도 디테일(detail)이 다르다. 최근 효성의 업무처리 방식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다른 기업의 직원이라면 가볍게 넘어갈 것도 꼼꼼하게 챙기는 모습을 보고 세간의 평이 그냥 생긴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관리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삼성은 사업을 위한 관리를 하지만, 효성은 관리가 우선이고 사업은 그 다음 순서로 취급한다. 삼성이 다른 기업의 사업이나 제품을 모방하기는 하지만 관리나 운영효율로 성장하는 것과 달리 효성은 사업이 정체되어 있다. 효성의 기업문화는 일본 기업문화의 특성인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지 않는다’는 말로 표현된다. 이런 유형의 기업은 세심한 것은 장점이지만 소위 말하는 좌면우고(左眄右顧)를 너무 오래하면서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빈발하다. 16세기 일본의 전국시대에 유행했던 말을 지나치게 과신하고 있다. 1980년대까지 호황을 누리던 일본기업은 외부 환경변화를 무시하고 내부 혁신에만 몰두하다가 20년 장기불황을 겪고 있다. 효성의 사업이 크게 잘못되었거나 기업의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시대변화에 적합하지 않은 업종으로 자연스럽게 축소되었거나 경제규모의 확장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더디다는 것이다.소득증가로 자가용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토바이 조립사업을 고집한 것도 시대흐름을 놓친 결과로 보인다. 휴대폰 키패드 업체를 인수해 터치폰 시대를 예측하지 못한 것, 이미 레드오션(red ocean)이 되어 있는 소셜커머스(social commerce) 시장에 뛰어든 것도 사업적 판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창업자와 현재 회장이 너무 보수적으로 경영하면서 시대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자식들이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다. 지난 10여 년 동안 기업문화에 대한 변화실험은 충분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격언을 곱씹어 신구(新舊)의 조화를 이룰 시점이다. 외부로부터 인재의 수혈도 중요하지만 내부직원의 마인드를 바꿀 수 있는 변화의 출발점을 기업문화 혁신으로 잡아야 한다. 조직은 내∙외부의 갈등을 통해 성장한다. 기업문화 혁신도 조직 내부에 건전한 갈등을 일으키는 것에서 시작된다. 대부분의 조직은 조직내부의 갈등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조직갈등을 덮으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드러내 놓고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기업문화를 진단하고 평가하면서 관련 기업의 직원들을 관찰하고 면담하면서 갈등의 이슈와 깊이를 파악하는 것도 이런 측면에서 중요하다. 앞으로도 현장에 뛰어 다니면서 효성의 기업문화 혁신노력을 지켜볼 예정이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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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이 IMF 외환위기 때 활용한 제도가 PU(Performance Unit)로 성과(Performance)에 대한 이해도가 다른 기업에 비해 높다. 계열사를 통합하면서 지급보증 문제도 해결하고, 관리업무 통합으로 인력구조조정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효성은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효성이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를 중점으로 조명함으로써 성과에 대한 인식을 평가할 수 있다. 효성의 성과를 이익(profit)과 위험(risk)관점에서 진단해 보자.◇ 수익성은 악화되고 부채도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효성의 재무제표를 분석해 보면 2010년 기준으로 매출은 8.1조원이고, 영업이익은 6,200억 원, 당기 순이익은 2,100억 원 수준이다.2011년은 9.2조 매출에 영업이익은 3,900억 원, 당기 순이익은 1,000억 원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매출은 1조원 늘어났지만, 영업이익과 당기 순이익은 절반으로 감소했다.표면적으로 세계경지 불황의 여파로 중공업과 타이어코드의 매출 부진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제품경쟁력에 의문을 품고 있는 전문가도 있다.연결재무제표에 따르면 2007년 2.7조원에 불과하던 효성의 부채가 2010년 9.1조원, 2011년 10.6조, 그리고 2012년 6월말 기준으로 11.2조원으로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같은 기간 자산도 늘었다고 하지만 부채의 증가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효성이 특수관계인을 위해 지급보증하고 있는 부채도 3.1조원에 달한다. 즉 직접부채와 보증부채를 포함하면 14.3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매출이나 영업이익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고 볼 수 있다. 부채비율은 2010년 말 기준으로 130%로 금호그룹, 한진그룹, 한화그룹 등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높아지던 영업이익율이 다시 낮아지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현금흐름(cash flow)도 걱정스럽고 보유현금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효성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금호타이어, KT 등 기업의 주식을 팔고, 부동산도 매각하기로 결정했지만 확보할 수 있는 현금규모가 너무 작아 경영개선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본다. 한때 부채도 자산이라고 하면서 돈을 빌려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유행했다. 지금도 일부 경영자가 이런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지만 부채에 대한 인식을 전환할 필요성은 높다. 적정 부채규모에 대해서는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특별한 투자수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부채비율이 100%를 상회하면 문제가 있다고 본다.대마불사(大馬不死)의 허황된 논리에 빠져 빚을 늘려 사업을 확장하던 시절은 지나갔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주요 대기업의 부채비율이 700~1,000%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대부분 200~500%으로 양호하지만 부채의 질이 나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가치경영을 강화했지만 성과는 불만족스러운 수준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신용카드대란 이후 새로운 성장시대를 열었던 국내 대기업에게 충격을 줬다. 효성도 ‘글로벌 엑설런스(Global Excellence)’를 통한 가치경영’이라는 슬로건을 내 걸고 경영혁신 운동을 전개했다.글로벌 엑설런스는 SK의 최종현 회장이 주창했던 ‘슈펙스(SUPEX, Super Excellence)경영’과 유사한 개념이다. 슈펙스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치를 의미하는데, 글로벌 엑설런스는 어떤 수준을 말하는지 모호하다.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드러커(Peter Drucker)는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기업의 미션(mission)을 설정하면서 구체적으로 하지 않으면 의도한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글로벌 엑설런스를 측정할 기준이 모호하다. 가치경영은 기업경영을 이익중심에서 벗어나 경제적 이익에 근거한 가치 중심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효성의 홈페이지를 참조해 보면 글로벌 엑설런스 개념 정의를 차치하고 보면 효성의 혁신노력은 조직문화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품과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고객중심의 경영을 한다.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해외 생산기지를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연구개발, 제조/생산, 마케팅/영업 등 전 사업부문이 유기적으로 협력한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종합적인 마케팅전략을 수립한다. 직원의 능력계발을 통해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을 확보하도록 사업감각, 어학, 업무전문성을 높이는 교육을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추진한 가치경영의 성과를 평가하면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추진한 IT관련 사업은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신재생 에너지와 신소재 개발사업도 진척이 없기는 마찬가지다.다행스러운 점은 한화그룹, 웅진그룹과 달리 투자규모자 적어 그룹을 유동성 위기까지 몰고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치경영이라는 용어가 매우 좋기는 하지만, 구체화시키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경영전략으로 선택하는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한국 대기업은 내부거래 효율화를 위해 연관사업은 가리지 않는다. 사업다각화를 통해 거래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거래가격의 투명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 연구개발부터 제조, 판매, A/S 등 가치사슬(value chain)의 모든 일을 개별 기업이나 계열사끼리 분담했다.지난 수십 년 동안의 경험을 보면 대기업의 사업다각화는 거래의 효율성을 높이기는커녕 원가를 높이고 멀쩡한 계열사마저 동반부실로 몰고 가는 주범으로 전락했다. 반면에 국경을 초월해 부품과 기술도입 방안으로 글로벌 소싱(global sourcing)을 선택한 선진기업은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최근 공장 하나 없이 아이폰(iphone), 아이패드(ipad), 아이맥(iMac) 등의 제품으로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는 ‘애플식 생산방식’이 한계에 봉착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지만 기우(杞憂)다. 애플은 주요 부품을 한국, 일본, 대만에서 조달하고, 중국에서 조립을 한다. 애플의 제품을 주로 생산하고 있는 팍스콘(Foxconn International Holdings Ltd.)이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공정비용을 올려달라고 주장했다는 것이 언론에 보도됐다.애플의 과도한 요구로 애플과 거래하던 일본기업 대부분이 파산했거나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애플이 삼성과 특허분쟁을 하면서 여론이 좋지 않아 애플에 부정적인 기사가 호응을 얻고 있지만 객관적으로 볼 필요성이 높다. 애플이 현금과 물량을 무기로 단가인하 압력을 하고 있지만 국내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하는 것보다 신사적이라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은 낮다.◇ 다양한 위험요인으로 미래전망은 유동적효성의 위험을 진단하면서 고민스러운 부문이 사업 자체보다는 외부 변수이다. 조석래 회장이 건강하다고는 하지만 고령이라 후계자 문제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고, 친기업적 성향을 보인 MB정부와 달리 반재벌 정책을 표방하고 있는 여당과 야당, MB정부에서 특혜의혹을 받고 있는 사업의 압박 가능성 등 내∙외부 정치적 바람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조석래 회장은 아버지 조홍제 회장과 같이 사업을 일궜다는 점에서 SK의 최종현 회장과 마찬가지로 2세라기 보다 1.5세로 봐야 한다. 반면에 이건희 삼성 회장은 아버지 이병철 회장이 닦아 놓은 기반 위에서 성장했다는 점에서 2세다. 창업자, 2세 경영, 3세 경영을 나누는 이유는 리더(leader)의 역량과 경영의 안정성을 평가하기 위함이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창업자들과 달리 2세, 3세는 리더십(leadership)이 부족하고 직원들과 교감하는 폭이 좁다.리더십은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것이라는 주장과 후천적으로 계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어떤 주장을 선택하더라도 환경변화에 적응하고 위기를 극복하면서 리더십 역량은 일정부분 향상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자원(resource)이 부족한 상황에서 고생을 같이 한 직원은 어느 재벌기업의 회장이 말한 ‘머슴’이라기 보다 ‘동지’에 가깝다.대부분의 창업자는‘경영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한다’고 주장한다. 창업자가 구축한 사업을 고생하지 않고 이어 받은 2세는 직원도 사업도 ‘돈(money)’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창업자가 이룬 성과의 그늘에 가려 자신이 초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연관성이 없는 신규사업을 펼치는 경향이 있다.효성의 3세도 주력 사업과 연관성이 낮은 IT사업을 벌였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어떤 전문가는 그룹의 지원 하에 ‘연출된 성공’을 하는 것보다는 ‘당당하게 실패’하는 것이 오히려 ‘약(藥)’이 된다고 주장한다. 여당과 야당 모두 MB정부의 친기업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효성만이 아니라 모든 재벌의 잘못된 행태를 막아야 국가경제가 살아난다는 정치권의 주장에 국민의 호응은 뜨겁다.생색내기용 협력업체 지원이나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같은 경제단체를 동원해 정치권의 무책임한 발언과 정책이 경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하는 것으로 여론을 무마하겠다는 발상은 어리석다고 본다. 국내 대기업이 제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으로 성장했기 보다는 정치적 야합과 특혜 속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정치바람을 더욱 두려워하는 것이 아닐까?–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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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이하 효성)의 창업자인 조홍제 회장은 삼성의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과 결별한 후 1962년 효성물산을 설립해 그룹의 기초를 마련했다.효성은 중공업, 산업자재, 섬유, 화학, 건설, 무역, 정보통신, 금융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2012년 6월 말 기준으로 계열사는 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하는 ㈜효성을 포함해 111개이다. 유가증권 시장에 4개, 코스닥 시장에 1개 등 총 5개사가 상장되어 있으며, 비상장사는 국내 41개, 해외65개 이다.매출액은 크지 않지만 계열사수로는 삼성, LG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성장은 정체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자금난 겪는 삼성물산공사에 돈 빌려주고 동업삼성그룹(이하 삼성), LG그룹(이하 LG), 효성의 창업자들이 서부 경남 대지주 출신이고 경남 진주의 지수초등학교 동문이라는 사실은 너무 잘 알려져 있다. 동향 출신인 이들은 자연스럽게 사업적으로 관계를 형성했고, 국내 재벌기업의 역사를 같이 쓰게 되었다.조홍제 회장은 1948년 삼성 이병철 회장이 만든 삼성물산공사가 자금난을 겪게 되자 돈을 빌려주면서 동업을 시작했다. 그는 인생의 황금기인 40~50대를 삼성그룹에서 보냈다. 삼성 이병철 회장의 요구로 동업을 청산했으며, 청산하는 과정에서 의견이 맞지 않아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2006년 효성에서 ‘효성 40년사’를 내면서 삼성 이병철회장에 관련된 부문이 이병철 회장의 자서전과 달라 호사가의 입방에 오르기도 했다. 조홍제 회장은 삼성의 제일제당, 제일모직의 설립을 주도하면서 산업의 흐름에 대해 경험을 하였다. 1962년 이병철 회장과 동업을 청산하면서 법정관리 중이던 조선제분을 인수했다. 그리고 같은 해 한국타이어, 1963년 조선피혁을 인수하면서 그룹의 기반을 구축했다.1966년 동양나이론을 설립하면서 꿈에 그리던 섬유사업도 시작했다. 다른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경제계획에 편승해 1970년대는 중공업, 목재, 기계로 사업을 확장했다. 1980년대는 석유화학, 전자산업에 뛰어들면서 사업다각화를 꾀했지만 효율성을 높이지는 못했다. 1997년 외환위기가 도래하자 다른 대기업이 인력감축을 고민할 때 효성은 주력기업을 통폐합하고 비주력사업은 매각하거나 청산했다. 계열사간 지급보증을 해소하고, 자연스럽게 관리인력을 축소할 수 있었다.모든 조직을 퍼포먼스 유니트(PU: Performance Unit)로 바꾸고 PU별 책임경영체제를 구축했다. 주력계열사 합병, 비핵심 사업부문 매각 등의 혁신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현재는 주요 사업별 퍼포먼스 그룹(PG)으로 체제가 개편되어 있다.◇ 후계자는 추진하던 사업부실화로 리더십에 큰 타격효성은 한때 재계서열 5위까지 올라 갔지만 조홍제 회장이 자식들에게 기업분할을 해 주면서 중견그룹으로 사세가 위축되었다. 둘째 아들에게는 한국타이어, 셋째 아들에게는 동성개발, 큰아들인 조석래 회장은 그룹의 사명과 나머지 기업을 물려줬다.한국타이어도 계열사를 늘리면서 성장세를 지속했지만 미미한 수준이고, 동서개발은 사업부진으로 쪼그라들고 있다. 효성도 IMF위기를 잘 극복하기는 했지만 사업적으로 정체되어 있으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는데 실패했다.2세인 조석래 회장은 보수적으로 사업을 유지했지만, 3세가 경영의 전면에 나서면서 효성이 적극적으로 변하고 보수적 색채가 옅어지고 있다.조석래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사장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는 2006년 이후 건설과 IT부문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적극적 M&A를 했지만 대부분 실적이 좋지 않다. 진흥건설은 인수 후 연속 적자를 거듭하다가 워크아웃되었다. 진흥건설은 알짜로 평가돼 정치적 특혜의혹까지 받았던 기업이라 부실에 대해 아쉬움이 클 것이라고 본다.IT관련 기업들도 적자로 자본잠식상태에 빠져 그룹의 지원으로 겨우 버티고 있지만 앞날이 캄캄하다. 기존의 사업영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래산업으로 불리는 IT로의 진출의도는 좋았지만, 체계적인 전략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하는 전문가가 많다.하이닉스반도체 인수시도도 좋았고, LED관련 사업을 하는 갤럭시아그룹도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시대적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 휴대폰의 부품인 키패드를 생산하던 기업을 인수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휴대폰이 터치폰으로 바뀐다는 것은 예측하지 못해 실패한 M&A가 됐다. 조현준 사장이 갤럭시아그룹을 펼칠 때만 해도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재벌그룹의 장남이 하는 사업이고,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실적을 낼 것이라고 예상됐다. 하지만 유상증자로 자금을 지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적자탈출은 요원한 실정이다. 오히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자본잠식상태일 뿐만 아니라 사업전망도 어두워 지속가능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주요 투자자나 외부 전문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지원을 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은 셈이다.장자가 가업을 잇는 것이 전통인 효성의 입장에서 조현준 사장이 추진한 사업이 부실화되면서 그의 리더십이 타격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손대는 것마다 황금으로 변하는‘마이더스(midas)의 손’이 아니라 손대는 것마다 적자가 나는‘마이너스(minus)의 손’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한다.그렇다고 조석래 회장의 차남과 삼남의 경영능력도 검증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차남은 그룹 내 위상이 줄어들고 있고, 삼남도 마찬가지다. 조석래 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고, 고령이라는 점도 부정적인 요소다.효성의 기업문화 특징은 실속 우선주의, 심사숙고, 철저한 계산이라는 말로 표현된다. 효성의 창업자는 생전에 3명의 자식에서 계열사를 분리해줘 유산분쟁이 없었다. 조석래 회장도 3형제에게 그룹을 분리해 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된다면 효성의 사세는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본다.㈜효성이 지주회사의 역할을 수행하며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아 경영권은 안정되었지만 무분별하게 펼친 계열사의 부실은 고민이 된다. 아무리 오너의 적자라고 해도 반복해 실패하면 조직 내∙외부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란 쉽지 않다.◇ 창업자와 달리 정치와 가깝게 지내며 부정적 여론 초래창업자는 정치와는 거리를 두었지만 후계자들은 오히려 정치적으로 밀접하게 연대 한다는 인상을 준다. 2007년 3월 참여정부 말기 조석래 회장이 전경련 회장으로 추대되었다. 참여정부가 재벌개혁을 외쳤기 때문에 정부와 전경련 사이는 좋지 않았다.하지만 사돈지간이자 친기업적 정책을 표방한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됐다. 효성의 이름이 언론에 전면적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MB정부의 출범부터이다. 특별히 눈에 보이는 사업적 특혜를 준 것은 아니지만 면죄부는 받는 경우가 많았다. 2007년 대검찰청이 효성의 비리를 수사했지만 이를 덮었다가 2009년 공소시효가 소멸되었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이 정작 사건을 미적거리면서 시간을 끌다 불기소 처분을 한 것은 대통령 사돈기업에 대한 배려차원이라는 세간의 평가였다.2009년도에는 효성이 미국에서 위장 부동산 거래를 하면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주장이 민주당 국회의원에서 의해 제기되었지만 무시됐다. 하지만 끊임 없는 의혹과 사실이 밝혀지면서 2010년 7월 검찰은 조현준 사장이 2002~2005년 회삿돈으로 해외부동산을 취득해 횡령을 하였다는 명목으로 기소했다. 이 사건은 1심부터 유죄를 선고 받았고, 2012년 9월 대법원에서 확정판결 받았다. 효성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게 만든 사업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006년부터 추진한 일명‘세빛둥둥섬’이다. 한강에 전시와 공연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는 차원인데, 이 인공섬 조성 및 운영사업권을 가진 기업이 플로섬으로 효성의 계열사이다.서울시 공무원들이 시장의 승인도 받지 않고 계약변경을 통해 특혜를 주는 등 부실백화점이라는 사실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부임하면서 밝혀졌다. 각종 특혜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운영이 되지 않아 현재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서울 서초구 반포 도요타매장의 공원용지의 형질변경 허가와 완공전 사용허가도 특혜의혹이 있었지만 정식적으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건물은 일본 도요타 자동차를 수입해 판매하기 위해 만든 전시장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효성 오너 일가기업인 로우테크놀로지도 2009년 국방부의 훈련장비 납품하면서 단가를 높이고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았었다. 옛말에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는 말도 있고 ‘참외밭에서 신발끈을 매지 말라’는 말도 있다. 모두 의심받을 수 있는 행동은 하지 말라는 뜻이다.노태우 정부때 사돈기업이었던 SK그룹이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해 이동통신시장의 1위 사업자로 자리매김했듯이 정권마다 특혜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더구나 친기업정책을 표방한 MB정부에서 대통령의 사돈기업이 특혜를 볼 것이라는 의심은 누구나 할 수 있었다.효성이 기업에 필요한 산업재가 주력사업이기 때문에 국민의 부정적 인식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 기업가는 정치와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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