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1
" 한라시멘트"으로 검색하여,
2 건의 기사가 검색 되었습니다.
-
한라그룹(이하 한라)는 일반인에게 생소한 그룹이다. 한라시멘트와 한라중공업 등과 같은 기업 이름에는 친숙하지만, 만도, 한라건설 등의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많지 않다.한라는 현대그룹의 창업자인 정주영 회장의 동생, 정인영 회장이 1962년 창업한 대기업 집단이다. 1980년 국가의 산업화 조치로 주력계열사를 국가에 헌납해야 했고, 1997년 IMF외환위기로 그룹이 공중 분해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이후 한라건설을 디딤돌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최근 건설산업이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1997년 사태가 재연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받고 있다. ◇ 중공업으로 한국경제에 이바지하기 위해 창업한라의 창업자인 정인영 회장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일본에서 영어를 공부한 정인영 회장은 해방 이후 신문사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6∙25동란 때는 부산으로 피난을 가서 미군의 통역으로 일했다. 전쟁 통에 먹고 살기 어려워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 하던 시기에 일본에서 공부한 영어실력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형인 정주영 회장이 미군 관련 공사를 수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현대그룹의 창업 초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정주영 회장과 같이 현대그룹의 기반을 닦았지만 1962년 형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했다. 부존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중공업 개발 없이는 경제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일념으로 1962년 현대양행을 설립했다고 한다.한라는 국내 최초로 건설중장비를 생산했으며, 발전설비, 해외 플랜트를 제작하는 기업으로 출발했다. 경남 창원에 대규모 중장비건설공장을 지었지만 1980년 중공업합리화 조치를 명분으로 내건 신군부에게 빼앗겠다.정부는 이 공장을 기반으로 한국중공업을 설립했으며, 이후 한국중공업은 민영화되면서 두산중공업이 되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발전설비, 담수화설비, 각종 플랜트 기업인 두산중공업의 뿌리는 현대양행이다. 현대양행을 국가에 빼앗긴 이후 자동차부품 회사인 만도기계를 설립해 현대자동차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1997년 IMF외환위기로 그룹이 해체될 때 만도기계를 잃었지만 2008년 다시 경영권을 되찾았고, 현재는 한라의 핵심계열사이다.만도기계는 현대자동차라는 막강한 사업파트너를 갖고 있었기에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현대그룹과 관련이 없는 기업이었다면 만도기계도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정인영 회장이 정주영 회장의 동생이었기 때문에 만도기계의 성장신화가 가능했다. 한라가 1980년의 위기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했지만, 조선회사인 한라중공업에 무리한 투자를 하면서 위기를 자초했다. 1990년대 초부터 조선사업이 활황을 보이자 조선이 미래성장동력이라고 판단해 다른 계열사를 총동원해 투자했지만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1996년 가동을 시작한 한라중공업은 적자가 누적되면서 상호출자, 지급보증을 무리하게 하면서 그룹을 해체시키는 뇌관이 되었다. 당시 한라처럼 철강업에 무리하게 투자했던 한보그룹도 부도 처리되었다. 한라는 지난 50년 동안 한국국가산업발전의 원동력인 중공업과 역사를 같이 했지만 2번의 위기로 좌초된 것이다. 신군부가 현대양행을 빼앗은 1980년이 첫 번째 위기였고, 외환위기로 한국경제가 초토화된 1997년이 두 번째 위기였다.두 번의 위기를 넘으면서 그룹이라고 부르기 초라할 정도로 사업이 축소되었다. 계열사 중 한라건설만 남았지만, 범현대가의 지원을 받으면서 재기할 수 있었다.2008년 KCC그룹의 지원을 받아 초우량기업인 만도를 재인수하면서 과거의 위상을 회복하고 있다. 현재 한라는 자동차 부품, 건설, 유통, 항만, 투자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 도전을 강조하며 제 2의 창업을 강조한라는 2008년 만도를 인수하면서 재기에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그룹이 해체된 이후 한라건설만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다가 만도를 인수하면서 자동차부품 전문그룹으로서 위상을 정립할 수 있게 된 것이다.2008년 캐나다 STackpole사가 합작해 한라스택폴을 설립했고, 같은 해 독일의 Hella와 합작해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도 만들었다. 2011년에는 독일의 Brose사와 제휴해 만도브로제도를 설립해 전기자동차 및 자동차용 전기모토를 제조하고 있다. 2012년 창업 50주년을 맞이해 정인영 회장의 도전정신을 살려 제 2의 도약을 꿈꾸자고 역설한 것도 만도의 인수로 사세가 확장되면서 생긴 자신감이 바탕이 되었다.실제로 그룹에 돈을 벌어주는 회사들은 하나같이 자동차부품과 관련된 회사들이다. 그룹의 모기업은 한라건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을 때 대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한 한라마이스터의 경우에도 자동차부품 유통업으로 시작한 만도의 자회사이다. 한라건설은 건설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양한 사업을 펼치기 위해 ㈜한라로 사명을 변경했다. 정몽원 회장은 우량기업인 만도관련 기업들이 부실기업으로 전락한 ㈜한라를 지원하면서 각종 논란이 초래되자 만도의 대표이사를 사임하고 ㈜한라의 경영정상화에 집중하고 있다. 한라의 사령탑인 정몽원 회장은 정인영 회장의 둘째 아들로 아버지로부터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그룹을 물려 받았다.대부분의 대기업은 장자상속이라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지만 범현대가는 능력에 따른 상속을 중시하고 있다.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도 둘째 아들인 정몽구가 아니라 넷째 아들인 정몽헌을 후계자로 지정하면서 분란을 초래했다. 정몽원 회장은 ‘진취적인 노력, 창의적인 계발, 공동체 의식’을 한라정신이라고 강조하며 도약을 하자며 임직원을 독려한다. 진취적인 노력은 도전정신으로 어떠한 난관에 부딪혀도 굴하지 않고 목표를 달성하도록 한다.창의적인 계발은 문제의식을 갖고 업무를 수행하고, 자신의 역량을 계발하는 기반이 된다. 공동체 의식은 서로 격려하며 화합과 동료애를 바탕으로 한라라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자는 주문이다. 한라가 범현대가에 포함되는 그룹이기는 하지만 존재감이 미약해 한라정신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한라가 도전을 강조하면서 제 2의 도약을 꿈꾸고 있지만 건설업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한라로 인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초우량기업으로 불리는 만도의 경우에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라는 확실한 거래처가 있는 것을 제외하면 경쟁력이 높지 않다.만도가 보쉬나 덴소와 같은 글로벌 자동차부품기업들과 비교하면 확고한 기술을 갖고 있지 못한 것도 만도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만도가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이익을 ㈜한라를 지원하는데 낭비하고 있는 것도 잘못된 의사결정이다.◇ 정치권력과 거리를 두고 기업경영에만 몰두정인영 회장은 다른 대기업의 창업자들과 달리 기자라는 경력을 갖고 있었고, 영어로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기자라는 경력은 사회현상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데 도움을 줬을 것이라고 판단된다.창업 당시에도 다른 대기업 오너들이 소비재생산과 건설과 같은 단순한 사업에 전념한 것과 달리 중공업이라는 새로운 산업이 국가경제에 중요할 것이라는 것을 예견했다. 정인형 회장은 산업의 흐름은 잘 판단했지만 정치권력의 변화에는 잘 대응하지 못했다. 1980년 인생을 걸고 투자한 현대양행의 창원기계공장을 신군부에게 빼앗겼다. 정치권의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것이라고 본다.정인영 회장은 정치자금을 제공하며 정치권력에 줄을 대어 특혜금융을 받고, 사업을 확장하던 다른 대기업 오너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권력의 도움을 받으면 기업이 정상적인 사업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5공화국, 6공화국 정치권력과는 거리를 둔 덕분에 불법 정치자금과 관련된 수사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정인영 회장이 정치권력과 깊은 유대를 가졌다면 두 번의 위기를 경험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한라가 두산중공업과 한라중공업을 정상적으로 성장시켰다면 현재 재계서열 10위권을 유지할 수도 있었다. 한라중공업의 경우에도 김대중 정부가 구조조정의 시범사례로 선정하지 않고 지원을 했더라면 2000년대 초∙중반의 조선업 호황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물론 조선업의 호황이 반짝 경기에 불과했고, 지난해 조선관련 전문그룹이었던 STX그룹마저 해체된 것을 감안하면 한라중공업을 당시 회생시켰더라도 밝은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기업을 유지하려면 불법 정치자금으로 정치권과 밀착을 하지는 않더라도 정치변화는 잘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한라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정인영 회장은 정치권과 거리를 두면서 깨끗한 경영자라는 이미지를 얻었지만, 한라를 성장시키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정치와 거리를 두는 것도 중요했지만, 정치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정몽원 회장도 재계 서열 12위였던 과거의 영화를 회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사회나 정치변화에 둔감해서는 안된다. 기업경영이 열심히 노력하고 도전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계속 -
-
한라는 한 때 재계서열 12위의 기업집단으로 한라건설, 한라시멘트, 한라중공업, 만도기계 등 21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IMF외환위기 당시 그룹이 공중 분해된 이후 건설만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며 과거의 영화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2008년 만도를 인수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했고, 2012년 창업 50주년을 맞이해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한라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첫 번째 DNA인 비전(Vision)을 목표(goal)와 책임(responsibility)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사랑 받는 기업, 우량기업이라는 비전 설정한라는 100년 기업이 되기 위한 중장기 비전(Vision)으로 ‘사랑 받는 기업, 우량하고, 튼실한 세계적 기업’을 정했다.사랑 받는 기업은 환경친화적인 기업,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투명하고 도덕적인 기업, 노사가 화합하고 임직원 상하, 동료간에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며 훈훈한 정이 통하는 기업, 우리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과 함께하는 Good relationship 기업을 말한다. 기업이 주변의 모든 이해관계자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어야 영속적인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다음으로 우량하고 튼실한 세계적인 기업은 재무 안정성과 지속성장을 통해 주주가 투자하고 싶은 기업, 최고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에게 만족을 넘어 행복을 전하는 기업, 한라 인재상을 기반으로 우수인력을 양성하고 임직원이 높은 사기와 자긍심을 가지고 항상 근무하고 싶어하는 기업, 우수 인력과 기술력을 토대로 각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업 등이다.우량하고 튼실한 기업이라는 것이 매우 추상적인 개념인데,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기술력을 통해 최고 품질의 제품을 개발해 고객을 만족시키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인력양성도 기업의 주요 임무라는 점도 비전에 명시하고 있다. 2012년 창립 50주년을 맞이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Think Global, Work Smart’라는 슬로건을 만들었고 품질경영, 세계화, 지속가능경영의 목표를 세웠다. 세계화를 통해서만 한라의 미래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그리고 임직원들의 공모를 통해 ‘꿈과 열정으로 High! Higher! HALLA!(높이, 더 높이, 한라)’라는 슬로건도 제정했다. High는 과거 50년을, Higher는 향후 50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압축한 것이라고 한다. 2010년에는 2015년까지 매출 17조원 달성이라는 5개년 중기계획을 수립했다. 우선 만도는 비전으로 ‘Global Leader of Safety & Convenience’으로 정하고 ‘2015년 세계 1등 제품을 보유한 글로벌 30위 자동차시스템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만도는 글로벌화를 위해 해외에 생산공장을 늘리고 있으며, 품질경영을 위해 만도 글로벌 R&D센터를 중심으로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있다. 2012년의 경영방침도 지속가능 경쟁력 배양으로 정한 이후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만도를 제외하고 어떤 계열사도 우량기업이나 지속가능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평가 받지는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2015년의 중기계획목표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직원들에게 막연한 꿈과 열정을 가지라고 하기 보다는 명확한 사업목표를 세우도록 해야 한다. 만도가 세계 1등 제품을 보유하겠다고 하는데, 특정 제품을 정해 세계 1등이 되겠다고 하는 것이 더 구체적이고 달성확률을 높일 수 있다. ◇ 정도경영을 강조하지만 노조파괴기업이라는 오명 받아한라는 창업자인 정인영 회장이 주창한 정도경영을 한라의 창업정신이자 자부심이라고 주장한다. 한라의 경영방침인 지속가능경영의 조건도 단순히 법과 제도를 준수하는 준법경영을 넘어 이해관계자 모두와 공존공영하겠다는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과 의무를 다하는 수준으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말한다.정도의 의미도 ‘누가 지켜보지 않더라고 항상 옳은 일을 행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하지 않고, 정확한 정보를 모두가 공유하는 방법으로 실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깨끗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며, 신뢰를 기반으로 강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되는 것이 한라의 정도경영의 목표다. 정인영 회장은 머리와 가슴, 땀만으로 목표를 달성해야 하고, 야합과 협잡, 다른 사람의 희생 위에서 이루어낸 성취는 자기기만이라고 말했다.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오로지 기업경영에만 매진해 온 그의 인생을 보면 정도경영을 필생의 신념으로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한국 현대사에서 대부분의 대기업이 불법 정치자금제공으로 검찰의 수사를 1번 이상 받았지만 한라는 피해갈 수 있었던 것도 정도경영의 결과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인영 회장 이후 아들인 정몽원 회장이 이끌고 있는 한라는 정도경영을 지키는 기업이라고 평가 받기 어렵다. 정몽원 회장의 경영철학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2008년 만도를 인수한 이후의 경영전략을 보면 정도경영과는 거리가 멀다.만도를 기반으로 덩치를 키우려는 전략을 추진하면서 정도경영 원칙도 사라졌고, 그룹의 비전인 사랑 받는 기업도 되지 못하고 있다.2012년 만도 노조가 임금협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자 한라는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1500여명의 용역을 투입해 직장을 폐쇄하고, 친기업 성향의 복수노조 설립을 유도해 노-노간 갈등까지 부추겼다. 민주노총 산하의 금속노조가 강성노조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지만 파업 3일만에 용역을 투입해 직장을 폐쇄한 것은 노사가 화합하고 정이 통하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비전과도 맞지 않는다. 만도가 한라에 재 인수된 이후 사업의 분할이나 부실계열사 지원으로 2015년 글로벌 30위 부품회사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달성은 오히려 더 어려워지고 있다.모기업인 ㈜한라에 대한 무리한 지원은 만도의 성장잠재력을 훼손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 1등 제품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을 통한 품질향상이 중요한데, 직원들의 연합체인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는 달성하기 어렵다.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국내기업의 노조는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 외에 정치투쟁을 일삼고, 경영진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한라가 신뢰를 강조하고, 정도경영도 정확한 정보를 모두가 공유하는 방법으로 실천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노조와 타협할 수 있는 여지는 많다.일부 전문가들은 초우량기업이었던 만도가 한라에 인수된 후 만신창이가 되었다는 주장을 한다. 돈이 되는 핵심사업은 분사되고, 미래사업은 별도로 만든 회사가 전담하고, 공장건설과 같은 프로젝트는 일감 몰아주기식으로 모기업인 ㈜한라에 맡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몽원 회장의 입장에서는 과거의 영화를 회복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겠지만 정말 옛날의 화려한 시절로 돌아가고자 한다면 먼저 임직원과 주주, 사회, 국가 등 이해관계자를 설득해야 한다.한라의 새로운 비전이 무엇이고,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명확한 계획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한라의 현재 사업구조를 보면 자동차부품관련 사업을 빼면 제대로 영속 가능한 사업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결국 만도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부품사업만 남기 때문에 만도의 임직원과 미래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도의 노동조합과 극한의 대립을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만도가 모기업인 ㈜한라는 왜 지원해야 하고, 사업분할이나 별도부품회사 설립이 그룹의 전략과 일치하는지, 만도의 사업과 어떤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지 등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한라의 성장과 발전이 만도 임직원의 미래와 복지에도 중요하다는 것을 공감시켜야 한다. 한라가 이해관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유함으로써 정도경영을 실천하겠다고 했는데, 노조와 투자자에게 모두 관련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원과 투자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부터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만도가 한라마이스터를 앞세워 ㈜한라를 지원하자 개인투자자뿐만 아니라 기관투자자들까지 크게 반발했던 것도 정보의 투명성 부족 때문이다. 만도의 주주들은 만도가 ㈜한라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몽원 회장에게 그룹을 다시 키우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아버지 정인영 회장이 사적인 이익을 포기하고 평생을 지켜왔던 정도경영을 이어받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야 한다.영원히 죽지 않고, 늙지도 않는 사람이 없듯이 기업도 불노장생(不老長生)할 수는 없다. 기업의 수명을 늘리고 덩치는 키우는 일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고,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이제 정몽원 회장도 노조와 투자자를 진심으로 설득해 같이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을 세우고 정도경영을 실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본인이 그토록 원하는 한라의 영화를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계속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