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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현장을 중시하고, 목표를 정하면 무조건 돌진하는 조직특성을 보이고 있다. 인프라관련 사업을 하면서 세심함보다는 추진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보인다.현대의 조직특성은 20세기 산업화 시대에는 적합했지만, 21세기 정보화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네 번째 DNA인 조직(Organization)을 일(job)과 사람(people)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현대정신과 4T는 기업정신으로 자리매김현대의 홈페이지를 보면 현대정신은 창조적 예지(creative thinking), 적극의지(Proactive Mind), 강인한 추진력(Tenacious Drive)이다.창조적 예지는 미래지향적 사고로 고객 및 사회가 원하는 바에 부응하기 위하여 항상 새롭고 신선함을 추구하는 지혜를 말한다. 현대가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집념으로 그룹을 발전시켜 온 것도 창조적 예지가 바탕이 된 것이다. 긍정적인 사고로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창조적 자세와 지혜가 필요하기 때문에 중시하는 것이다. 적극의지는 투철한 주인의식과 매사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자세를 말한다. 불굴의 의지와 적극적인 자세로 구성원이 합심해 21세기 미래를 개척하자는 동참을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이다.강인한 추진력이란 ‘하면 된다’는 정신을 갖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자세를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포기한 일을 강인한 정신력과 추진력으로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으며, 이를 계승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2008년 현정은 회장은 회장취임 5주년을 맞아 신조직문화로 ‘4T’를 발표했다. 4T는 신뢰(Trust), 인재(Talent), 혼연일체(Togetherness), 불굴의 의지(Tenacity)를 말한다.비전의 재정립, 경영이념의 극대화, 현대정신의 계승, 신핵심가치 구현 등을 위해 새로운 조직문화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지난 60여 년을 이어온 현대의 정신을 적극계승하고 신 핵심가치 구현을 통한 구성원 결속력 강화와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목적이다. 신뢰는 기업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기업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신뢰를 지켜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국내 대기업이 계열사를 늘리고, 내부거래에 치중하는 것도 사회적으로 신뢰가 형성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대가 이점을 잘 파악하고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인재는 기업경영에서 자본보다는 인재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대내외적으로 표명하기 위한 목적에서 선택했고, 현대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자원이다. 새로운 변화를 이끌 새로운 인재가 필요한데, 이런 인재를 확보하고 대우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혼연일체는 조직 구성원끼리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해 결속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필요하다. 현대가 왕자의 난, 시숙의 난, 시동생의 난 등 친족간의 다양한 분쟁을 경험했고, 그 분쟁에 가신들까지 가세하면서 조직은 사분오열(四分五裂)되었다.복잡한 토론이나 합의 없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돌진하던 현대의 문화가 경영권분쟁으로 파괴되었는데, 이를 복원하기 위해 혼연일체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불굴의 의지는 조직이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성취할 수 있도록 해 준다. 현대의 창업주 정주영 회장은 창발적 발상으로 난관을 돌파했다. 조선소도 없이 지폐 한 장으로 선박을 수주하고, 거대구조물을 한국에서 제작해 중동까지 바지선으로 끌고 가는 등의 의사결정은 파격에 가까웠다.정주영 회장은 다른 기업이 흉내내기 어려운 일도 마다하지 않고 도전했다. 정주영 회장의 도전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곳은 현대보다는 현대중공업그룹이다. ◇ 그룹 차원에서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인재상을 제시현대는 그룹차원에서 인재상을 제시하고, 개별 계열사도 그룹 인재상에 비춰 자사의 특성을 반영한 인재상을 수립해 실천하고 있다. 그룹의 인재상은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재(Creative), 부지런하고 곧은 성품의 인재(Attitude),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인재(Citizenship)다.생각하고 행동하는 인재는 미래를 예측하고 변화는 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실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며 책임을 지는 인재를 말한다. 부지런하고 곧은 성품의 인재는 부단한 자기계발로 항상 새로움을 유지, 부지런하고 검소함, 정직하고 예의 바른 안재를 말한다.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인재는 고객에서 헌신, 나라와 사회에 봉사, 서로 믿고 더불어 사는 인재를 말한다. 현대의 주력기업인 현대상선의 인재상은 창조적 변화인, 자율적인 조직인, 세계적 전문인이다. 창조적 변화인은 기업가 정신을 갖춘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인재를 말한다.자율적인 조직인은 기본에 충실하며 자신의 행동결과에 책임지는 자율적이며 능동적인 인재다. 세계적 전문인은 세계무대에서 경쟁적 우위를 지킬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인재를 지칭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유연한 사고를 가진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전문가를 선호하며 자부심(Pride), 전문성(Professional), 최고(Priority)의 인재상을 제시한다. 자부심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조직구성원으로서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전문성은 관련 분야의 전문지식과 기술을 획득해야 하며,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최고는 어느 곳에서라도 최고로 우대받을 수 있는 인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증권의 인재상은 도전(Challenge), 창조(Creation), 열정(Passion), 화합(Harmony)으로 가득한 인재다. 도전은 최고의 투자은행을 지향하는 기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다. 창조는 앞 발 앞선 생각으로 최상의 금융솔루션을 창안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열정은 뜨거운 마음으로 고객을 대해 새로운 부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한다. 화합은 구성원간의 역동적 화합으로 풍요로운 내일을 열어갈 수 있도록 만든다. 현대아산의 인재상은 전문성을 갖춘 창의적인 인재, 미래를 선도하는 진취적인 인재, 도덕성을 갖춘 성실한 인재이다. 전문성을 갖춘 창의적인 인재는 부단한 자기계발로 전문성 강화에 노력하며 유연하고 독창적인 사고로 변화를 주도한다.미래를 선도하는 진취적인 인재는 민족화합의 새로운 길을 여는 주역으로서의 강한 자부심과 열정, 어떠한 난관이 있어도 사명감을 갖고 이를 극복하려는 강한 도전의식을 갖춰야 한다. 도덕성을 갖춘 성실한 인재는 올바른 가치관과 윤리의식을 갖추고 사회와 고객, 이웃과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다. 현대가 그룹차원에서 인재상을 제시하고, 계열사들도 업무특성에 맞는 인재상을 통해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의 위상이 추락한 이후 현대에 입사하려는 인재는 줄어들고 있다.인재를 초빙하는 것이 단순히 구호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입증된 것이다. 대부분의 인재들은 현대가 여전히 과거의 연공서열과 현장중시형의 조직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자유분방하고 창의적인 인재가 입사를 꺼리는 이유다. 유능한 인재를 유치하고자 한하면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창의와 혁신의 기업가 정신을 가진 인재 육성 노력현정은 회장이 2013년 신년사에서 창의와 혁신의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다가올 미래에 최적화된 생존전략과 운영방식을 실천하자고 말했다. 그룹 차원에서 2013년을 새로운 미래를 향한 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도 밝히고 있다.인사관리시스템을 선진화하고, 임원 육성프로그램 강화, 창조적 리더십프로그램 등을 실천하고 있다. 사실 현대의 인재관이나 인재육성체계를 보면 다른 그룹과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그룹의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하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는 유연한 사고를 가진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분야별 전문가 양성, 글로벌 역량강화, 리더십 강화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분야별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승강기 관련 전문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직무관련 자격증을 취득할 경우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글로벌 역량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은 글로벌 마케팅 사례교육, 어학교육, 해외주재원교육 등을 포함하고 있다.임직원의 어학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영어, 일본어, 중국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등의 어학강좌를 매일 아침, 점심, 저녁에 열고 있다. 해외주재원으로 파견하지 전에 현지 시장상황과 업무를 미리 배우도록 배려한다.리더십역량을 키우기 위해 대리급은 업무혁신, 과장급은 팀원 역량혁신, 차장급은 팀 성과혁신, 부장급은 Leadership at the edge 등 직급별 맞춤형 교육을 한다.현정은 회장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긍정적인 사고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현대의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긍정의 힘’은 구성원에게 비전을 심어주기는 하지만 막연한 환상과 구분하기 힘들다.매사에 비관적인 사람도 환영을 받지 못하지만, 근거 없는 낙관론에 빠진 사람도 날아 남기 어렵다. 현대가 그룹차원에서 현재의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창의와 혁신을 요구하지만 조직 전반에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현대가 인재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하지 않으면 도전과 혁신을 가진 기업가정신은 살릴 수가 없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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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꼼꼼한 관리와 계획을 중시한 삼성그룹과는 달리 현장을 중시했기 때문에 경영시스템의 도입에 대한 고민이 크지 않았다.실제 경영선진화와 경영합리화를 위해 다양한 경영시스템을 도입한 삼성그룹, LG그룹 등과 달리 현대는 특별히 눈에 드러난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았다. 경영진의 감에 의한 경영이 현대가 위기상황에 처해지게 된 이유가 아닌가 생각된다.현대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다섯 번째 DNA인 시스템(System)을 경영도구(methodology)와 운영(operation)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비전 2020달성을 위해 다양한 경영도구 도입 시도현대는 다른 그룹에 비해 경영도구의 도입에 대한 관심도 낮고 이해도도 낮은 편이다.현대는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아산, 현대증권, 현대로지스틱스 등 계열사가 서비스업과 연관되어 있어 제조/유통 기업에서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ERP(전사적자원관리), CRM(고객관계관리), SCM(공급망관리), EIS(임원정보시스템) 등의 시스템의 도입도 늦은 편이다. 업무관리효율성보다는 영업력 강화로 외형성장을 중시한 결과로 보인다. 2011년부터 경영관리시스템의 선진화를 위해 PMS(Performance Management System, 성과관리시스템), RMS(Risk Management System, 위험관리시스템), SMS(Sales Management System, 판매관리시스템) 등의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PMS는 조직에서 개인의 업적이나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구축하는 시스템이다. 업적을 중시할 것인지, 역량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등을 결정해야 하고, 개인과 조직간의 성과배분에 대한 기준도 정해야 한다. PMS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개인별 업무정의(Job Description), 이에 따른 직무평가(Job Evaluation)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 현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 현대증권, 현대로지스틱스 등의 실적이 악화되고, 금강산관광의 중단으로 현대아산의 사업이 정지되면서 위기관리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처음으로 도입한 것이 RMS다. RMS는 기업이 대내∙외 환경에서 초래되는 다양한 위험을 사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구축하는 시스템이다.RMS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위험의 종류, 위험의 심도, 발생가능성, 긴급도 등에 대한 정의와 분류가 필요하다.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면서 기업경영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위험을 주로 관리한다. RMS는 위기관리시스템인 CMS(Crisis Management System)의 초기단계로 조기경보시스템(Early Warning System)의 역할을 수행한다. RMS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위기대응시나리오, 즉 컨틴전시플랜(contingency plan)도 개발해야 한다. 컨틴전시 플랜이란 경영자가 미래에 발생할 것이라 예측하는 데 어려움이 있거나 혹은 예측했다 하더라도 짧은 기간 동안 회복하는 것이 어려운 우발적인 상황이 닥쳤을 때, 이를 대비하기 위한 방안을 준비하는 위기관리 경영기법을 말한다.현대아산의 경우 북한군에 의한 금강산 관광객 피살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금강산관광이 파국으로 치닫게 만들었다.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영업이 우선되어야 하므로 영업을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SMS도 구축하고 있다. 또한 임직원이 자신의 실적을 공정하게 평가 받을 수 있도록 SSI(Super Sales Initiative, 영업력향상)와 TCR(Total Cost Reduction, 전사적비용절감) 개념도 도입한다.SSI는 영업최우선주의를 모토로 영업력 강화에 필요한 조치를 실행하는 것을 말한다. 영업실적이 좋은 사람에게 합리적인 성과보상을 하고, 영업전문가를 육성하고 영업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용한다.TCR은 개발, 제조, 물류, 서비스 등 기업의 가치사슬(value chain)상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종합적으로 보면 현대는 글로벌경영환경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고 혼란스럽기 때문에 상시적으로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효율적으로 인력을 운용해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현장을 중시하고, 설정된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조직의 특성을 잘 반영한 경영도구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도구들의 운영성과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점이다.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본질을 놓치지 않았나 생각된다. 예를 들어 RMS도 시스템 자체의 프로세스를 정의하고 구축하는 것은 쉽지만, 위험을 정의하고, 그에 대비하는 컨틴전시 플랜을 수립하기는 매우 어렵다. 기업내부의 임직원들이 예측하는 위험은 과거의 경험을 기반으로 하지만, 현재와 미래의 위험은 과거의 위험과 전혀 다르다.즉 과거의 경험에 의존한 비상계획이 실제 위험을 예방하거나 해결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따라서 창의적 사고를 하는 외부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 현대상선도 다양한 경영도구를 도입하지만 운영은 부실현대상선은 경영관리 혁신을 위해 2012년 EIS(Executive Intelligence System, 임원정보시스템)과 MI(Marketing Intelligence, 마케팅분석시스템)을 구축했다. EIS는 최고경영자, 임원, 관리자가 기업의 각종 데이터를 기반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다.이에 반해 MI는 상품, 서비스의 생산, 소비 등 마케팅 관련 정보를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MI가 시장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주는 역할을 하므로 BI(Business Intelligence)가 가능해진 것이다. BI는 기업의 ERP, SCM, CRM 등 각종 업무용시스템에서 통합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능적인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분석한 시스템의 총칭을 말한다. 현대 U&I는 현대상선의 물류관리를 최적화할 수 있는 스마트워크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컨테이너 관제, 차량관제, 설비관리, 조선소∙항만 야드 관리 등의 기능을 개발해 현장과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목적이다.컨테이너 관제는 화물이 컨테이너에 승선한 이후 하선까지 모든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컨테이너의 위치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나 LBS(Location based Service) 등의 기능이 필요하다.GPS는 인공위성을 이용해 비행기, 선박, 자동차 등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는 시스템이다. LBS는 휴대폰이나 PDA와 같은 이동통신망과 IT기술을 종합적으로 활용한 위치정보 기반의 시스템 및 서비스를 말한다.LBS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동통신회사의 기지국과 통신망을 이용해야 한다. 현대 U&I가 국내에서 현대상선의 컨테이너관제를 위해 SK텔레콤과 협력하는 것도 SK텔레콤의 기지국과 통신망을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다.현대 U&I가 현대상선의 글로벌 서비스를 지원하려면 해외국가의 이동통신회사의 통신망을 활용하거나 해외 로밍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국가간 화물이동의 대부분이 컨테이너에 실려 배로 운송되는데 정확한 이동경로, 위치, 보관상태 등을 파악하는 것은 아직까지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2013년부터 화물운송경로와 목적지 도착예정일을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명 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로 지도 위에서 자신의 화물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상선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다양한 경영도구를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런 노력이 수렁에 빠진 기업을 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실제 현대상선이 도입한 시스템이 경영혁신에 필요한 시스템이기는 하지만 이 시스템만으로 경영혁신이 되지는 않는다.EIS나 MI와 같은 시스템도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20여 년 전에, 국내 대기업도 대부분 10 여 년 전에 도입했던 것이다. 현대가 선진 경영도구의 도입에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가 변화의 바람을 놓친 것이다. 기업문화의 진단도구인 SWEAT Model에서 다섯 번째 DNA가 시스템이고, 시스템에 운영(operation)이라는 요소(element)를 포함시킨 이유가 있다. 기업들이 외형적인 경영도구의 도입에는 관심이 높지만, 운영에는 관심이 낮기 때문이다.시스템이 하드웨어라고 보면 운영은 소프트웨어에 해당된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도입해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기업들이 많은 예산을 들여 다양한 BI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 가보면 활용도가 매우 낮다. 대부분의 시스템이 구축되자마자 사장된다. 왜냐하면 운영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기보다는 외형적으로 어떻게 보일 것 인지만 고민하기 때문이다.시스템의 UI(User Interface)와 같은 디자인만 화려하게 꾸민다.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고, 의사결정에 활용하기 위해 어떤 분석도구를 선택할 것인지는 관심도 없다. 기존에 하던 단순한 분석프로세스를 시스템에 적용하는 수준에 그친다.당연하게 시스템의 활용도가 낮아져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시스템이 된다. 외국의 글로벌기업들과는 운영실적에서 차이가 크다. 국내 기업들이 경영도구를 도입하면서 어떤 점을 고민해야 하는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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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부진은 사업구조에서 출발한다. 왕자의 난으로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제철, 현대중공업 등의 계열사가 분가할 때도 현대아산,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등의 알짜 사업을 쥐고 있다는 판단했지만 오판이었다.조선과 해운업의 호황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고, 대북사업도 지지부진해지면서 사업의 추진동력을 잃어 버렸다. 현대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2번째 DNA인 사업(Business)을 제품(product)와 시장(market)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기존 사업 모두 정체되어 있어 돌파구 찾기가 어려워현대는 현정은 체제로 바뀐 이후 비전 2010, 비전 2020 등을 그룹의 목표를 2차례 정립했다. 현정은 회장은 정체되어 있는 사업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신성장동력 확보, 사업확장 전략 등을 중점적으로 제시했다.하지만 경영자가 된 이후 10여 년이 지났지만 그룹경영은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사업구조를 바꾸지도 못했고, 기존의 사업도 급격하게 경쟁력을 잃고 있다. 사업전략 수립이나 비전설정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그룹의 간판기업인 현대상선도 세계 물동량의 감소와 화물선의 공급과잉으로 인해 실적을 개선하기 어렵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 STX팬오션, SK해운, 현대글로비스 등에 비해 장점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을 비롯해 육상, 해상, 항공운수업을 하면서 종합물류업체로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도 현대자동차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그룹의 부실로 경영이 어려운 STX팬오션을 밀어내고 국내 3대 해운사로 성장하고 있다.현대상선은 화물을 밀어 줄 수 있는 계열사도 없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계열사도 제한적이라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애로가 있다.현대엘리베이터는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유량기업이었지만 건설시장의 침체와 경영권 분쟁으로 앞날이 밝지 않다. 국내건설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사업이 정체되어 있다. 국내 건설시장은 단기간에 회복될 가능성이 낮다.현대로지스틱스도 치열한 택배시장에서 현상유지만 해도 훌륭하다고 볼 수 있다. 물류업이 성장을 하고 있지만 국내 택배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에 진입해 있다. 한때 바이코리아 열풍을 주도하면서 국내 최고의 증권사로 군림하던 현대증권도 침체된 증권시장 때문에 과거의 화려한 시절로 돌아가기에는 불가능하다. 증권사들이 새로운 사업을 찾고 있지만 제대로 된 신사업을 찾은 기업은 없다. 대부분 증권시장에 봄날이 오기만 학수고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룹의 IT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현대유엔아이도 ICT시장에서 존재감이 없다.대기업들이 일감몰아주기로 부를 편법승계하기 위해 만들기 시작한 기업이 그룹의 IT서비스기업인데, 현대유엔아이도 이런 목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당연하게 외부경쟁력을 확보하기 보다는 계열사 내부거래로 현상유지만 하고 있다.현대도 현정은 회장의 딸을 현대유엔아이에 배치해 실적을 몰아주면서 성공스토리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일련의 경영활동은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 ◇ 신성장동력 확보하지 못해 미래 어두워현정은 회장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하지만 결과는 마땅찮다. 결과가 좋지 않은 이유로 비전에서 목표설정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실제 비전 2020에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제시한 5대 추진전략 중 신성장동력 확보와 사업확장전략이 너무 모호하다.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것도 어떤 신성장동력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 나타나 있지 않다. 그룹 내부적으로 전략이 수립되어 있을 수도 있지만 외부적으로는 파악하기 어렵다. 현재 외부에 노출되어 있는 신성장동력은 북방비지니스다. 북방 비즈니스 적극 전개로 대북사업을 활성화시키겠다지만, 북방비지니스가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1980년대 말 노태우 대통령이 추진했던 북방외교와 유사한 개념이다. 북방이라는 용어는 이데올르기적 냄새가 나는 냉전의 산물에 불과하다.현대가 북방비니지스로 지목하고 있는 대북사업도 현대의 의지가 아니라 남북한의 관계개선에 따라 추진여부가 결정된다. 대북사업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개성공단마저 폐쇄 100일이 지나 현대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다음으로 사업확장전략은 새로운 기업을 전략적으로 M&A해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사업확장전략도 구체적이지 못하고 일반론에 불과하다. 어떤 산업의 새로운 기업을 목표로 하는지, 실제 이 산업이 현재 현대의 사업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없는 것이다.예를 들어 물류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주력기업인 현대상선이 해상운송, 현대로지스틱스가 육상운송을 하므로 항공운송을 위해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금호아시아나항공이 아니더라고 미국의 항공운수회사에 협력할 수도 있다.신성장동력 확보도 좋고, 사업확장전략도 좋은데, 과연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지금도 부채가 너무 많아 정상적인 자금운용이 어려운데, 새로운 방안을 또한 M&A를 하기 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2010년 그룹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했던 현대건설 인수도 실패했다. 당시 현대는 2,700억 원의 돈을 마련해 계약이행보증금으로 지급했지만 인수자금이 불투명하다는 채권단의 반대를 넘지 못했다. 당시 현대는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현대엘리베이터, 현대택배, 현대상선 등의 계열사와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대건설이 짓는 건물이나 아파트에 현대엘리베이터의 엘리베이터를 납품할 수 있고, 현대로지스틱스는 건설자재를 운반하는 업무를 맡으면 된다.현대상선도 현대건설이 수주하는 해외건설에 필요한 자재를 운송하면 안정적으로 일감을 확보하게 된다. 현대건설 자체도 현대아산이 주도하는 대북사업의 각종 사회간접자본건설에 참여할 수 있다. 실제 현대가 현대건설을 인수했다면 단기간에 의도한 성과는 낼 수 있었다고 보인다. 현대의 계열사 중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기업은 현대아산이다. 현대아산은 금강산관광이 중단되면서 사업이 축소되자 건설, 면세점 운영 등 부가사업으로 기업의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남북경협사업을 하던 현대아산이 오피스텔까지 분양할 정도로 궁색한 처지에 몰린 것이다.최근 남북대치국면이 조성되면서 개성공단까지 폐쇄될 운명에 처해져 미래가 불투명하다. 별다른 대책이 없고, 기업이라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저런 사업을 벌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해외사업을 강조하지만 정작 해외사업을 추진할 역량을 보유하지 못함현대는 현대건설, 현대상선 등을 필두로 5대양 6대 주를 거침없이 질주하던 글로벌 기업이었다. 1990년대 초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이 세계경영을 내 세우기 이전에 이미 현대는 세계경영을 하고 있었다.하지만 1997년 IMF외환위기로 그룹경영이 위축된 후 경영권분쟁, 회장의 사망 등으로 사세가 위축되면서 글로벌경영은 차치하고 국내경영도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 2013년 현대의 신년목표를 보면 주요 계열사별로 해외시장 공략을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되어 있다.현대상선은 북미-남미 동안 항로 외에 아시아-남미, 북구주-남미 등의 항로로 취항해 경제활성화로 급성장하고 있는 남미지역을 공략할 예정이다. 유럽과 남미시장이 미래 시장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현대아산의 경우 마이스(MICE)를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국내용이지 해외사업은 아니다. 마이스는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이벤트와 전시(Events & Exhibition)를 말한다. 현대아산의 마이스사업도 대규모 업체들에 틈바니에서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에 불과하고, 해외사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로지스틱스도 해외사업을 벌이겠다는 구상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현대엘리베이터도 중국시장을 끊임없이 노크하고 있지만 실적은 좋지 않다.현대로지스틱스도 홈쇼핑과 온라인쇼핑몰의 활성화로 국내택배시장의 규모가 커졌지만 수익성이 하락해 사업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국내택배시장을 수성하기에도 힘들기 때문에 해외시장을 진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현대증권도 제 2 바이코리아 열풍을 일으켜 해외사업을 벌이겠다고 한다. 현대증권은 토종 금융상품을 만들어 세계적인 상품으로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K-FI(Korea Financial Innovation)’ 브랜드를 만든 것도 해외사업을 벌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지난 6월 취임한 현대증권 대표이사도 국내증권시장이 침체되어 해외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못하고 있다. 국내시장에서 돈을 벌지 금융기관이 해외사업에서 돈을 벌기란 매우 어렵다. 실제 국내금융기관이 해외사업에서 성공한 사례도 전무하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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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정주영 회장이 정계에 투신하기 전까지는 사업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현대가 국내 최고의 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안정적인 인프라관련 사업을 주도했다.대기업들이 창업자가 사업보국의 일념으로 기업은 경영했다고 주장하지만, 현대를 제외하고는 미사여구(美辭麗句)로 포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3번째 DNA인 성과(Performance)을 이익(profit)과 위험(risk)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대북사업은 사업적으로 실패지만 훌륭한 시도로 평가됨정주영 회장이 경영에 전념할 때 현대의 성과를 설명하는 것은 사족(蛇足)에 불과하다. 현대가 한국경제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국가발전에 많은 기여를 한 것도 사실이다.1970년대 베트남 특수, 1980년대 중동 건설 붐을 통해 한국경제를 반석 위에 올린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소비재사업을 주로 했던 삼성그룹이나 LG그룹과는 달리 고용창출효과가 큰 인프라관련 사업을 주로 했다. 잘나가던 현대는 정주영 회장의 정치참여와 대북사업으로 체면을 구기기 시작했다. 정치참여는 1992년 14대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을 계기로 정치에 대한 꿈을 접었지만 정치적 압박은 피하지 못했다.절치부심하던 정주영 회장이 다시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은 1998년 이른바 소떼 방북사건이다. 자신이 키운 소를 이끌고 판문점을 통해 북한에 들어가 남북경협의 물꼬를 튼 것이다. 이후 남과 북은 급격하게 가까워졌고, 남북 정상회담, 금강산관광, 개성관광, 개성공단 등 일련의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현대가 남북경협을 통해 정체되고 있는 사업구조를 혁신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지만, 사업적으로는 실패한 의사결정이다. 현대아산을 내세워 각종 사업을 추진했지만 좋은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정몽헌 회장도 대북송금문제로 검찰에서 조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주영 회장이 대북사업을 추진하지 않았다면 정몽헌 회장이 자살을 할 이유도 없었고, 정주영 회장 본인도 말년에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현대는 아직도 대북사업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정은 회장이 정몽헌 회장 사망 10주기 추도식을 위해 북한을 방문하고, 북한의 지도자인 김정은에게 구두 친서를 받았다고 하지만 대북사업은 아직까지 안개 속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는 약속을 지키지도 않은 북한 정부를 향해 끊임없이 읍소를 하고 있지만 좋은 결과는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관계가 호전되면 경협이 활발해지고, 현대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현재 현대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이 정부의 정책자금이 없다면 정상적으로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 북한이 현대아산의 대북 사업권을 계속 인정할지도 미지수다.현대는 금강산관광 사업에 대해 50년 동안 독점권을 갖고 있었지만, 북한은 2011년 취소했다. 개성공단의 폐쇄가 지속되면, 북한이 어떤 독자적인 행동을 할지 모른다. 북한의 정책변화에 따라 현대의 사업권 존속여부가 결정되는 취약한 구조다. 현재까지 보면 대북사업은 실패했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지만 좋은 시도로 보인다. 정주영 회장처럼 강력한 의지를 가진 경영자가 아니면 시도자체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현대가 사업적으로 큰 이득을 보지 못하더라도, 대북사업은 한반도 평화에 큰 기여를 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한반도의 통일여건을 조성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본다.현대의 대북사업이 역사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다. 어떤 기업과 경영자도 도전하지 못한 일을 현대와 정주영 회장이 한 것이다. 아쉬운 점은 그의 후계자들이 대북사업을 제대로 이끌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몽헌 회장도 대북사업을 이끌어갈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현정은 회장도 그동안 보여준 대북사업 추진경과를 보면 대북사업을 정상화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현대가 북한의 고차원적인 권모술수(權謀術數)에 이용당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북한의 말을 곧이 곧 대로 믿는 순진한 자세를 갖고 대북사업을 하기는 어렵다. 대북사업을 주도하는 사람은 부드러운 협상력, 냉정한 판단력, 명확한 직관력을 가져야만 복잡하게 얽힌 대북사업의 실타래를 풀 수 있다. ◇ 주력 계열사 모두 실적부진과 자금난으로 궁지에 몰려2012년 현대의 주력 계열사들은 하나 같이 실적이 부진했다. 그룹 전체 매출도 2011년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은 12조원 규모다.2013년 신년사에서 미래를 선도할 새로운 사업구조와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반년이 지난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실적은 더욱 악화되고, 주력 계열사는 경영권분쟁과 부채문제로 휘청거리고 있다. 경영권분쟁이 치열한 계열사는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이다.나름 우량기업인 현대엘리베이터는 부실계열사인 현대상선을 지원하기 위해 약 1,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주주들과 갈등을 일으켰다.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독일 쉰들러 홀딩 아게(Schindler Holding AG, 이하 쉰들러)는 6월 유상증자가 현대상선을 지원하고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에서 추진되고 있다면서 반대했다.현대엘리베이터는 5월 현대상선의 실적을 담보로 하는 주식스왑, 주식옵션 등 파생상품에서 1,953억 원 규모의 손실을 냈다고 공시했다. 손실규모는 자기자본의 49.3%에 달한다.현대상선도 2012년 매출 7조 7,138억 원에 영업손실 5,197억 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을 보면 2011년 5,343억 원, 2012년 9,886억 원으로 적자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2013년 1사분기, 2사 분기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적자규모가 조금씩 줄어들고는 있지만 부채비율이 850%이상으로 높다. 1분기 말 기준으로 현대상선의 총 차입금은 6조 2,700억 원이다. 최근 3년간 부채비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사업을 통해 적자를 내고 있지만 올해 안에 갚아야 할 부채규모는 2조 4,000억 원이 넘는다. 현대상선이 이익을 내서 부채를 갚는 것은 불가능한 수준이다. 영업손실을 줄이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다. 회사채를 추가로 발행하거나 차입금을 늘려야 하지만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5월에는 현대증권과 대우증권이 주간사로 1억 1,760만 달러 규모의 해외 교환사채(EB)를 발행했지만 실패했다. 또한 최근 나이스신용평가가 현대상선의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떨어뜨렸다.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채권의 발행이 어렵고, 발행하더라도 높은 이자를 물어야 한다.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일도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셈이다. 현대아산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2008년 금강산 관광 자체 추산 약 1조 4,000억 원 정도 손해를 입었다. 북한이 2011년 현대의 금강산독점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사업이 재개된다고 해도 현대가 사업권을 되찾을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게 되었다. 2013년 들어 남북긴장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급기야 개성공단까지 폐쇄되었다. 개성공단은 2000년 정몽헌 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 사업권을 획득한 이후 지금까지 318억 원이 투자되었다. 공단폐쇄 100일이 지났지만 남북한 정부 어느 쪽도 양보하지 않아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개성공단이 재가동된다고 해도 남북한의 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불안한 체제가 유지될 수 밖에 없다. 현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폐쇄와 재가동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적으로 매우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증권도 대표이사가 그룹 경영진과 갈등을 빚다가 사임했고, 새로운 대표이사는 노조와 갈등 중이다. 5월 현대상선의 해외 교환사채발행이 실패하면서 300억 원이 넘는 미매각 물량을 떠 안았다. 대우증권이 국내 최초로 해외 교환사채발행을 주도했지만 참패를 했고, 현대증권은 계열사란 이유로 부담을 떠 안았다.현대증권의 실적도 급락하고 있다. 영업이익을 보면 2010년 2조 763억, 2011년 1조 464억 원으로 유지하다가, 2012년 21억 원의 적자를 냈다. 2013년도에는 실적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항공기펀드와 선박펀드에서 대규모 손실이 났다고 하지만, 다른 증권사들과 비교할 때 실적이 너무 나쁘다.문제는 이들 계열사 모두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대엘리베이터도 유상증자로 숨통이 틔었지만 기업의 본원적 경쟁력 확보와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 현대엘리베이터도 현대상선을 무리하게 지원하면서 재무구조가 너무 나빠졌다.현대상선은 자체적으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로 곧 유동성위기를 경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에 적대적 M&A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현대아산도 소소한 사업을 통해 목숨을 연명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금강산관광이 재개되기도 어렵고, 재개된다고 해도 현대아산이 주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개성공단문제도 쉽게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 현대아산의 실적이 좋아질 가능성도 낮다. 현대증권도 해외사업을 통해 실적을 개선한다고 하지만 의욕에 불과하다. 현대의 경영진들이 요술방망이로 충분한 자금을 만들어내지 않는 이상 현대가 다양한 위험을 해결하지는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2010년경부터 위험신호가 끊임없이 감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처 시기를 놓쳤다고 보인다.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경영자만이 위대한 기업을 일굴 수 있다. 현정은의 현대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한 일이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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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가 과거의 화려한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달성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현대의 역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현대가 보여준 모습에 실망을 한다.현대가 고용창출효과가 크고, 국가경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인프라관련 사업에 주력했기 때문에 고용 없는 성장으로 실업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현대의 부진을 아쉬워하는지 모른다. 현대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1번째 DNA인 비전(Vision)을 목표(goal)와 책임(responsibility)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대한민국 대표기업으로서 자부심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현대는 ‘대한민국 대표기업 현대, 현대가 움직이면 세계가 움직인다’라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경영비전은 ‘세상을 움직이는 현대’이다. 비전에 세상을 향한 도전으로 자신감이 넘친다.슬로건은 ‘Dream it, Make it’으로 꿈꾸고 이룬다는 의미다. 현대의 비전을 보면 맨손으로 거대 그룹을 일군 현대의 창업주 정주영 회장이 아직도 살아있는 듯하다. 경영이념은 ‘꿈과 희망을 향한 도전과 창조적 예지로 풍요로운 내일을 창조한다’다. 꿈과 희망은 기업이윤 창출로 국가경제발전과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겠다는 의지고, 도전과 창조적 예지는 목적달성을 위한 현대의 정신이다.풍요로운 내일창조는 인류와 사회에 대한 현대의 약속이라고 한다. 현대는 세계 속에 으뜸이 되어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자랑과 기쁨이 되겠다는 의지가 경영이념에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경영방침은 고객행복경영, 가치창조경영, 사회친화경영이다. 고객행복경영은 고객∙주주∙임직원의 행복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로 설정되었다. 현정은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고객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가치창조경영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것으로 기업활동이 사회의 발전과 번영에 일조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사회친화경영은 신뢰받는 기업시민이 되기 위한 목표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란이 초래되면서 경영방침에 포함된 것이다. 5대 추진전략은 경영전략, 경영관리시스템, 조직문화, 신성장사업, 사업확장전략 등이다.경영전략은 영업 최우선주의, SSI(Super Sales Initiative), TCR(Total Cost Reduction)을 통한 영업 및 수익성 극대화를 포함한다. 경영부진을 털기 위해서 매출을 늘려야 하는 절박한 여건을 감안한 것이다.경영관리시스템은 PMS(Performance Management System), RMS(Risk Management System) 등 경영관리시스템을 선진화해 완성한다.조직문화는 4T활동 체질화를 통한 HPO(High Performance Organization), HIO(High Integrity Organization)구현이다. 조직을 고성과 조직, 정직한 조직으로 관리한다.신성장사업은 북방 비지니스의 적극전개로 대북사업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사업확장전략은 기존 사업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것 외에 새로운 기업을 전략적으로 M&A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현대가 과거의 화려한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경영비전, 경영이념, 슬로건을 재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영방침과 5대 추진전략도 구체적으로 정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특히 5대 추진전략은 전략과 구체적인 실행방향까지 설정해 세부추진과제만 정돈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자료를 검토해도 현대의 5대 추진전략 별 세부추진과제를 찾지 못해 구체적으로 평가하지는 못했다.◇ 비현실적인 비전은 구성원의 도전의지를 꺾어2003년 그룹차원에서 리더십의 변화가 왔고, 2004년 전환점을 찾기 위해 발표한 것이 ‘비전 2010’이다. 비전 2010은 ‘21세기형 첨단 제조 및 서비스 사업체제 확립, 세계 일류 산업군 육성, 남북경협 사업지속 추진 및 민족공영에의 기여, 일등 기업문화와 존경 받는 기업상 정립을 목표로 2010년 매출 20조원의 재계 10위 진입’을 목표로 정했다. 2004년 이후 글로벌 경기호황을 바탕으로 급성장했지만 2008년 MB정부가 들어서고 남북관계가 급속하게 냉각되면서 경협사업이 암초에 부딪혔다.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는 그룹의 주력회사인 현대상선의 실적을 악화시켰다. 2011년 그룹의 매출이 11조원에 불과했으므로 비전 2010은 달성하지 못했다. 불확실한 외부환경을 극복하고자 2010년 그룹 비전 2020을 발표했다. 외부 자료마다 비전2020의 구체적인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매출 70조, 영업이익 5조 8,000억 원, 자산 86조원이라는 목표를 설정했다.다른 자료의 비전 2020의 재무목표는 매출 33.45조원, 영업이익 2.4조원, 자산규모 50.5조원이다. 2011년 매출이 11조원 규모였지만 기존사업을 강화하고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쳐 2020년에는 3배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잡은 셈이다.현대건설을 인수했다는 가정 하에 비전 2020을 설정했지만 무모한 사업계획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정은 회장은 2013년 신년사에서 내실경영을 통해 경영목표달성을 독려했다. 현대상선은 수익력 극대화, 현대증권은 역량강화와 수익다변화, 현대아산은 남북경협 정상화 대비, 현대유엔아이는 가장 스마트한 ICT서비스리더 등을 목표로 정했다.현대상선은 영업수익을 개선하고 비용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목표를 달성한다. 현대증권은 범 아시아(Pan-Asia) 마켓리더이자 괄목할 만한(Remarkable) 증권사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아산은 건설, 관광, 유통 등의 사업다변화도 추진한다. 비전 2020을 설정한지 3년이 지난 현재 현대의 경영은 2010년보다 더 어렵다. 2013년 목표도 달성할지 의문이다.주력기업인 현대상선의 실적은 끝없는 수렁으로 빠져들고 조만간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몇 번이나 틀리면서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했다.현대상선의 적자규모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매출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비전 2010도 야심 차게 정했지만 달성률이 50%도 되지 않았는데, 비전 2020마저 달성률이 떨어질 경우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기업의 비전을 분석하면서 목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기업의 목표를 보면 황당한 경우가 너무 많아 도대체 누가 목표를 설정했는지 궁금하다.과거의 경험을 보면 월급쟁이 경영진이나 임원들이 연말에 술집에 모여 익년도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관례다. 이들은 내년에도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혹은 오너나 대표자에게 충성심을 나타내기 위해 과도한 의욕을 부린다. 이렇게 술자리에서 정해진 목표가 부서장에게 전달되고 팀 별로 목표가 세분화된다. 기업의 목표는 외부환경과 내부역량을 가장 잘 아는 부서 책임자가 세우고, 이를 집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반대로 정해진다. 당연하게 말도 되지 않는 목표가 정해지고, 일선 책임자나 직원들은 기업의 목표는 자신들의 의지와는 관계없으므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달성의지가 없으니 실적이 좋게 나올 수 없다. 비전 2020도 현재의 추세라면 달성가능성이 매우 낮다. 현대의 목표도 누가 만들었는지 의심이 든다. 불과 10여 년 동안 2회에 걸쳐 목표설정에 실패했는데, 최소한 목표설정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는 파악해야 한다. 아직 7년이나 남았으니 더 열심히 해서 비전 2020이라도 달성하자고 우기는 책임자도 있겠지만 의사결정자는 이제 냉정해져야 한다.달성이 불가능한 목표는 구성원의 사기를 저하시켜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가능하다면 빨리 조직의 목표를 달성 가능한 수준으로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목표설정도 기존의 하향식(top-down)이 아니라 상향식(bottom-up)을 선택해야 한다. ◇ 미래지향적 사회공헌 활동을 독려하지만 성과는 미약현대는 사회공헌활동의 슬로건으로 ‘나눔으로 크는 기업’을 정해 추진방향을 정하고 있다. 3가지 추진 방향은 전 임직원 사회공헌활동 자발적 참여, 현대그룹 문화와 회사의 특성 반영, 사회공헌활동의 일관성 및 연속성 유지다. 계열사별로 사업의 특성에 맞는 사회공헌활동을 추진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의 사회공헌활동을 보면 다음과 같다.현대상선은 소년소녀가장 방선 체험, 서울의 숲 등 환경정화, 해양대 장학금 지원 등의 활동을 한다. 현대증권의 사회공헌활동은 노인종합 사회복지관 난방유 지원, 아동복지시설 봉사, 결식우 돕기 콘서트 후원 등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승강기 무료점검 및 안전사고 예방 캠페인, 지역사회 복지시설 자원봉사 등을 한다.현대로지스틱스는 실버택배사업을 통해 노년층 일자리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집단거주지인 아파트 지역의 택배를 위해 노인들을 고용하고 있다. 현대유엔아이는 사랑의 IT나눔 봉사를 통해 IT소외 계층에 IT체험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다른 계열사보다 현대로지스틱스와 현대유엔아이가 미래지향적인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사회공헌활동도 기존의 사회적 강자인 기업이 사회적 약자에게 은혜를 베푼다는 시혜적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되고, 사회구성원들과 공생의 목표를 갖고 있어야 한다.현대는 회장을 필두로 사회공헌활동을 공생을 목표를 삼고 있다. 현대가 나름 열심히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지만 외부적으로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다. 현대의 사업이 일반 소비자와 접점이 많은 소비재 사업과는 연관성이 낮은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현대가 나름 미래지향적인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지만 기업경영에 도움이 되는 영역으로 더 확장할 필요가 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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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일, 3∙1절을 기념해 자영업자 600만 명이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벌여 화제가 됐다. 글로벌 경제시대에 국산품을 애용하고, 특정 국가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발상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한미 FTA 체결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을 설득한 논리도 우리가 자동차나 휴대폰 등을 미국에 판매하려면 미국의 소고기와 자동차도 사 줘야 한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수출주도형의 한국경제가 발전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계 각국와 양자간,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 MB정부의 친기업정책에 편승해 덩치를 키웠다는 평가는 부담경제를 살리기 위해 MB정부가 펼친 고환율 정책이 국민경제의 주름살을 키웠다는 주장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수출을 위주로 하는 대기업이 살아나면 자연스럽게 중소기업과 서민경제가 풀린다는 정부의 발표를 곧이 곧 대로 믿었다. 내수경제 기반이 약한 한국에서 수출기업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고용창출과 국민소득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었다.하지만 MB정부 5년 동안 대기업은 다른 경제부문에 비해 과도하게 성장했고, 시장지배력이 강화됐지만 정작 정부가 주장하던 낙수효과(trickle-down)효과는 일어나지 않았다.고환율로 인해 물가상승은 경제상승률을 뛰어 넘어 서민경제에 주름살을 키웠다. 건설업체를 살리기 위해 수수방관한 부동산 정책은 가계부채를 심화시켰다. IMF외환위기가 기업의 부채 때문에 발생했다면 앞으로 한국경제를 위기를 몰고 갈 것은 가계부채일 것으로 예측된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면서 기업부실은 완화되었지만 가계부채는 천문학적인 규모로 늘어 났다. 부동산거래만 늘어나면 가계부실문제나 부동산 거품논란은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지만 국민들의 실질 가처분 소득이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이상 희망사항일 뿐이다.자동차 산업을 키워주기 위해 운전면허시험제도를 간소화하고, 차량구입시 세제혜택을 준 것도 가계의 무분별한 소비를 부추겼다는 비난도 부담스럽다.현대차뿐만 아니라 대기업들이 자체의 혁신노력과 해외시장 개척으로 계열사를 늘리고, 오너의 지배력을 강화했다면 비난을 가하기 어렵다. 하지만 각종 편법과 탈법을 동원해 계열사를 늘리고 재산을 늘렸다.현대차도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등에 일감몰아주기로 지주회사 체제를 갖췄다.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엠코, 이노션 등의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매출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재벌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비난 여론이 점증하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단속하겠다고 공언을 했지만 이미 버스가 지나간 후에 손을 흔드는 격이다.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기 위해 친인척관련 기업의 일감을 수주하거나, 우회거래를 통하는 방법으로 진화하고 있다.박근혜 정부도 재벌의 편법,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실현가능성은 미지수다.한국 국민들은 1960~80년대 경제개발 과정에서 국산품애용운동을 벌였고 이런 운동이 대기업이 성장하는데 발판이 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삼성, LG, 현대차 등 대기업은 정부의 사업이나 규모 측면에서 정부의 영향력을 거의 벗어나고 있다.해외사업 부문도 커지면서 국내에 대한 의존도도 줄어들고 있어 국내소비자나 국민정서에 귀를 기울일 필요성도 절감하지 못한다. 초법적인 사업추진으로 비난이 가중되면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겠다는 협박(?)을 서슴지 않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사업에 유리한 지역을 선택하겠다는 것은 막을 수 없고, 당연한 권리지만 불필요한 마찰을 유도하는 것은 생존에 위협을 가할 것이라고 본다. ◇ 기업문화를 감안하지 않은 문어발 사업확장은 역효과지금의 현대차와 거의 동일한 기업문화를 가졌던 현대그룹도 관리와 합의가 요구되는 전자와 금융부문에서 처참하게 실패했다. 현장과 도전을 중시하는 기업문화는 건설, 단순조립공정에나 어울린다.기술력보다는 원가절감이 중요했던 시절의 조선, 자동차에는 매우 유효하게 작동했다. ‘밀어 붙이기’식의 현대기업문화 대표적인 실패사례는 1999년 현대증권의 이익치 회장이 추진한‘Buy Korea’열풍이다. 2005년에 주식이 3,000포인트까지 간다며 주식투자를 부추겼다. 하지만 주가는 오히려 뒷걸음질 쳐 ‘Bye Korea’라는 말이 잘못 와전된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을 들었다.2012년 3월 초 현재의 주가도 2,000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경제규모가 몇 배나 성장했고, 대외적인 여건이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2,000에서 턱걸이 하는 것은 한국경제의 체질이 우량하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무조건 밀어 부치면 된다는 안이한 발상이 ‘양치기 소년’을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현대그룹 전체에 대한 신뢰손상으로 이어졌다. 신뢰가 부족한 한국사회에서 기업경영을 위해서 수직계열화나 문어발 확장은 불가피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효율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면 권장하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다.완성차를 운송하는 글로비스와 같은 계열사나 광고회사와 같은 것은 현대차의 그룹 경쟁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대외적인 경쟁력도 확보하지 못한 현대엠코와 같은 건설회사를 세워 유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현대차가 그룹의 건설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존심 차원에서 사업영역이 겹치는 현대건설을 인수한 것도 훌륭한 결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말 현대차가 글로벌 Top 3 자동차그룹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으면 자동차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3세 경영세습, 오너의 지배력을 강화, 개인재산 증식 등을 하기 위해 계열사를 늘리고, 일감을 몰아주는 경영정책은 현대차의 목표달성을 저해한다.현재의 역량으로는 부품의 품질을 높이고, 디자인역량을 개발하고, 미래자동차에 관련된 기술을 개발하기에도 벅차다. 자동차영역만 고집해 기술을 개발한 글로벌 선도기업조차 아차 하는 순간에 무너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 선진기업 성공사례 벤치마킹하지만 외형적인 모방에 거쳐현대차의 혁신은 정몽구 회장의 장남이고, 후계자인 정의선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다. 경영이 어려운 기아자동차의 실적향상을 통해 경영능력을 입증했다고 한다.그러나 현대차 그룹이 글로벌 기업을 벤치마킹(benchmarking)하면서 내실보다는 외형적인 모방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이 주도한 기아차의 디자인 혁신도 독일의 명차기업인 아우디∙폴크스바겐의 디자인을 총괄하던 책임자인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해 추진한 것이다. 과거와 비교하면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눈에 띄지는 않는다.최근 개관한 현대자동차의 도서관이 애플의 매장을 그대로 모방했지만 활용도는 떨어진다는 불평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도서관의 외관은 심플하지만 책을 찾기 어렵고, 읽을 만한 공간이 협소하다는 지적이다.애플이 IT기기의 디자인부문에서 혁신적인 기업인 것은 맞지만 도서관과는 거리가 멀다. 현대자동차가 디자인 부문에 대한 지적을 많이 받자 직원들에게 디자인 인식을 강화하기 위해 애플의 매장을 모방한 것으로 보이지만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는 지적을 받는다.품질에 대한 불평불만이 정부의 규제와 소송으로 이어지자 도요타자동차의 무결점 운동을 모방하기 위해 전문가를 초빙해 강연을 듣고 있다고 한다. 직원 몇 명 불러다가 품질향상을 할 수 있다면 무슨 고민이 있겠는가? 도요타의 경험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내부에서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더 중요하다.2012년에도 임원급을 대상으로 미국연수를 실시했는데, 창의적인 사고를 통해 혁신을 독려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창의적인 사고도 며칠 연수를 받고 할 수 있다면 창의를 고민할 기업도 없을 것이다.현대차가 정의선 부회장을 필두로 해서 혁신을 시도하고 있지만 두드러진 성과는 나타나지 않는다.대기업들이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후계자의 성공적인 승계를 위해 성과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향이 사라지지 않는다. 능력도 되지 않는 후계자가 기업을 물려 받은 후 독단적인 경영으로 기업을 망하게 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현대차도 지난 몇 년 동안 정의선의 후계체제를 위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냉정하게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정의선 부회장의 리더십이나 직관력 등이 현대차를 경영하기에 충분한 것은 아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 정의선 부회장이 주도하는 혁신활동이 실질적인 성과는 나지 않고 외형적인 모방에 지나지 않는다고 혹평한다. 특별한 경영이력이 없는 후계자가 그럴듯한 가시적인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지만 경영실적과는 연관성이 낮다.도요타자동차도 창업자의 손자를 경영에 복귀시키기 위해 중국 등지에서 화려한 실적을 쌓게 했지만 정작 그는 2010년 미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리콜(recall) 사태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정의선 부회장도 현대차를 제대로 경영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부족한 부문을 보완해야 한다.어설픈 황태자 놀음에 세월만 보내면 자신도 불행하고 기업도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국내 대기업에 가장 위협적인 요소가 경영자 리스크(risk)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하고, 본인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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