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 1편 대기업 9. 현대차 기업문화 (8) 기업문화 진단후기... 기업문화를 감안하지 않은 문어발 사업확장은 역효과
MB정부의 친기업정책에 편승해 덩치를 키웠다는 평가는 부담... 선진기업 성공사례 벤치마킹하지만 외형적인 모방에 거쳐
민진규 대기자
2013-03-04
2013년 3월 1일, 3∙1절을 기념해 자영업자 600만 명이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벌여 화제가 됐다. 글로벌 경제시대에 국산품을 애용하고, 특정 국가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발상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한미 FTA 체결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을 설득한 논리도 우리가 자동차나 휴대폰 등을 미국에 판매하려면 미국의 소고기와 자동차도 사 줘야 한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수출주도형의 한국경제가 발전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계 각국와 양자간,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 MB정부의 친기업정책에 편승해 덩치를 키웠다는 평가는 부담

경제를 살리기 위해 MB정부가 펼친 고환율 정책이 국민경제의 주름살을 키웠다는 주장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수출을 위주로 하는 대기업이 살아나면 자연스럽게 중소기업과 서민경제가 풀린다는 정부의 발표를 곧이 곧 대로 믿었다. 내수경제 기반이 약한 한국에서 수출기업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고용창출과 국민소득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MB정부 5년 동안 대기업은 다른 경제부문에 비해 과도하게 성장했고, 시장지배력이 강화됐지만 정작 정부가 주장하던 낙수효과(trickle-down)효과는 일어나지 않았다.

고환율로 인해 물가상승은 경제상승률을 뛰어 넘어 서민경제에 주름살을 키웠다. 건설업체를 살리기 위해 수수방관한 부동산 정책은 가계부채를 심화시켰다. IMF외환위기가 기업의 부채 때문에 발생했다면 앞으로 한국경제를 위기를 몰고 갈 것은 가계부채일 것으로 예측된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면서 기업부실은 완화되었지만 가계부채는 천문학적인 규모로 늘어 났다. 부동산거래만 늘어나면 가계부실문제나 부동산 거품논란은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지만 국민들의 실질 가처분 소득이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이상 희망사항일 뿐이다.

자동차 산업을 키워주기 위해 운전면허시험제도를 간소화하고, 차량구입시 세제혜택을 준 것도 가계의 무분별한 소비를 부추겼다는 비난도 부담스럽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대기업들이 자체의 혁신노력과 해외시장 개척으로 계열사를 늘리고, 오너의 지배력을 강화했다면 비난을 가하기 어렵다. 하지만 각종 편법과 탈법을 동원해 계열사를 늘리고 재산을 늘렸다.

현대차도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등에 일감몰아주기로 지주회사 체제를 갖췄다.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엠코, 이노션 등의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매출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재벌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비난 여론이 점증하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단속하겠다고 공언을 했지만 이미 버스가 지나간 후에 손을 흔드는 격이다.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기 위해 친인척관련 기업의 일감을 수주하거나, 우회거래를 통하는 방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도 재벌의 편법,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실현가능성은 미지수다.


한국 국민들은 1960~80년대 경제개발 과정에서 국산품애용운동을 벌였고 이런 운동이 대기업이 성장하는데 발판이 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삼성, LG, 현대차 등 대기업은 정부의 사업이나 규모 측면에서 정부의 영향력을 거의 벗어나고 있다.

해외사업 부문도 커지면서 국내에 대한 의존도도 줄어들고 있어 국내소비자나 국민정서에 귀를 기울일 필요성도 절감하지 못한다. 초법적인 사업추진으로 비난이 가중되면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겠다는 협박(?)을 서슴지 않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사업에 유리한 지역을 선택하겠다는 것은 막을 수 없고, 당연한 권리지만 불필요한 마찰을 유도하는 것은 생존에 위협을 가할 것이라고 본다. 


◇ 기업문화를 감안하지 않은 문어발 사업확장은 역효과

지금의 현대차와 거의 동일한 기업문화를 가졌던 현대그룹도 관리와 합의가 요구되는 전자와 금융부문에서 처참하게 실패했다. 현장과 도전을 중시하는 기업문화는 건설, 단순조립공정에나 어울린다.

기술력보다는 원가절감이 중요했던 시절의 조선, 자동차에는 매우 유효하게 작동했다. 
밀어 붙이기식의 현대기업문화 대표적인 실패사례는 1999년 현대증권의 이익치 회장이 추진한Buy Korea열풍이다. 

2005년에 주식이 3,000포인트까지 간다며 주식투자를 부추겼다. 하지만 주가는 오히려 뒷걸음질 쳐 Bye Korea라는 말이 잘못 와전된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을 들었다.

2012년 3월 초 현재의 주가도 2,000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경제규모가 몇 배나 성장했고, 대외적인 여건이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2,000에서 턱걸이 하는 것은 한국경제의 체질이 우량하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무조건 밀어 부치면 된다는 안이한 발상이 
양치기 소년을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현대그룹 전체에 대한 신뢰손상으로 이어졌다. 

신뢰가 부족한 한국사회에서 기업경영을 위해서 수직계열화나 문어발 확장은 불가피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효율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면 권장하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다.

완성차를 운송하는 글로비스와 같은 계열사나 광고회사와 같은 것은 현대차의 그룹 경쟁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대외적인 경쟁력도 확보하지 못한 현대엠코와 같은 건설회사를 세워 유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현대차가 그룹의 건설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존심 차원에서 사업영역이 겹치는 현대건설을 인수한 것도 훌륭한 결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말 현대차가 글로벌 Top 3 자동차그룹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으면 자동차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3세 경영세습, 오너의 지배력을 강화, 개인재산 증식 등을 하기 위해 계열사를 늘리고, 일감을 몰아주는 경영정책은 현대차의 목표달성을 저해한다.

현재의 역량으로는 부품의 품질을 높이고, 디자인역량을 개발하고, 미래자동차에 관련된 기술을 개발하기에도 벅차다. 자동차영역만 고집해 기술을 개발한 글로벌 선도기업조차 아차 하는 순간에 무너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 선진기업 성공사례 벤치마킹하지만 외형적인 모방에 거쳐

현대차의 혁신은 정몽구 회장의 장남이고, 후계자인 정의선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다. 경영이 어려운 기아자동차의 실적향상을 통해 경영능력을 입증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대차 그룹이 글로벌 기업을 벤치마킹(benchmarking)하면서 내실보다는 외형적인 모방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이 주도한 기아차의 디자인 혁신도 독일의 명차기업인 
아우디폴크스바겐 디자인을 총괄하던 책임자인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해 추진한 것이다. 과거와 비교하면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눈에 띄지는 않는다.

최근 개관한 현대자동차의 도서관이 애플의 매장을 그대로 모방했지만 활용도는 떨어진다는 불평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도서관의 외관은 심플하지만 책을 찾기 어렵고, 읽을 만한 공간이 협소하다는 지적이다.

애플이 IT기기의 디자인부문에서 혁신적인 기업인 것은 맞지만 도서관과는 거리가 멀다. 현대자동차가 디자인 부문에 대한 지적을 많이 받자 직원들에게 디자인 인식을 강화하기 위해 애플의 매장을 모방한 것으로 보이지만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는 지적을 받는다.


품질에 대한 불평불만이 정부의 규제와 소송으로 이어지자 도요타자동차의 무결점 운동을 모방하기 위해 전문가를 초빙해 강연을 듣고 있다고 한다. 직원 몇 명 불러다가 품질향상을 할 수 있다면 무슨 고민이 있겠는가? 도요타의 경험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내부에서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더 중요하다.

2012년에도 임원급을 대상으로 미국연수를 실시했는데, 창의적인 사고를 통해 혁신을 독려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창의적인 사고도 며칠 연수를 받고 할 수 있다면 창의를 고민할 기업도 없을 것이다.


현대차가 정의선 부회장을 필두로 해서 혁신을 시도하고 있지만 두드러진 성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대기업들이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후계자의 성공적인 승계를 위해 성과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향이 사라지지 않는다. 능력도 되지 않는 후계자가 기업을 물려 받은 후 독단적인 경영으로 기업을 망하게 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현대차도 지난 몇 년 동안 정의선의 후계체제를 위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냉정하게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정의선 부회장의 리더십이나 직관력 등이 현대차를 경영하기에 충분한 것은 아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 정의선 부회장이 주도하는 혁신활동이 실질적인 성과는 나지 않고 외형적인 모방에 지나지 않는다고 혹평한다. 특별한 경영이력이 없는 후계자가 그럴듯한 가시적인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지만 경영실적과는 연관성이 낮다.

도요타자동차도 창업자의 손자를 경영에 복귀시키기 위해 중국 등지에서 화려한 실적을 쌓게 했지만 정작 그는 2010년 미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리콜(recall) 사태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정의선 부회장도 현대차를 제대로 경영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부족한 부문을 보완해야 한다.

어설픈 황태자 놀음에 세월만 보내면 자신도 불행하고 기업도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국내 대기업에 가장 위협적인 요소가 경영자 리스크(risk)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하고, 본인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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