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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의 경영을 진단할 '경영진단실'을 신설했다. 2023년 11월 10년 미래 먹거리를 발굴할 '미래사업기획단'을 출범한 이후 단행한 조치다.다른 재벌 기업과 달리 삼성그룹은 기획 기능을 활용해 신사업을 확장해 위험을 줄였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았던 경험도 큰 자산이다.1938년 설립된 삼성상회에서 출발한 삼성그룹은 1969년 삼성전자를 설립하며 미래 지향적인 사업구조를 갖췄다.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이 그룹의 면면을 갖췄다면 2대 이건희 회장은 짜임새 있는 경영으로 대도약을 일궜다.◇ 취임 후 30년 동안 이익 259배 및 시가총액 396배 성장... '초일류 삼성' 만들기에 성공엠아이앤뉴스(대표 최치환)는 삼성그룹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회장 이재용)에 이건희 전 회장의 업적에 대한 회신을 요청했다. 아래에 삼성전자에서 보내온 답변을 정리했다.- 이건희 회장이 취임한 후 매출액과 순이익의 변화는."이건희 회장은 1987년 회장으로 취임한 이래 삼성을 '한국의 삼성'에서 '세계의 삼성'으로 변모시켰다. 이룩한 경영성과는 취임 당시 10조 원이었던 매출액이 2018년 387조원으로 약 39배 늘었다.이익은 1987년 2000억 원에서 2018년 72조 원으로 259배, 주식의 시가총액은 1조 원에서 396조 원으로 무려 396배나 증가했다.외형적인 성장 외에 선진 경영시스템을 도입하고 도전과 활력이 넘치는 기업문화를 만들어 경영체질을 강화해온 삼성은 내실 면에서도 세계 일류기업의 면모를 갖췄다."▲ 삼성그룹 이건희 전 회장의 재임 기간 중 성과 비교 [출처=iNIS]-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은."핵심은 '인간중시'와 '기술중시'를 토대로 질 위주 경영을 실천하는 '신경영'이다. 신경영 철학의 핵심은 현실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자기 반성을 통해 변화의 의지를 갖고 질 위주 경영을 실천해 최고의 품질과 최상의 경쟁력을 갖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세계 초일류기업이 되자는 것이다.- '인재중시'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학력과 성별, 직종에 따른 불합리한 인사 차별을 타파하는 열린 인사를 지시했고 삼성은 이를 받아들여 '공채 학력 제한 폐지'를 선언했다.삼성은 이때부터 연공 서열식 인사 기조가 아닌 능력급제를 전격 시행했다. 삼성의 임직원들이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물을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지역전문가, 글로벌 MBA 제도를 도입해 5000명이 넘는 글로벌 인재를 양성했다. "- '기술중시'를 통해 반도체 사업에서 성공했는지."반도체 사업이 세계경제의 미래에 필수적인 산업이라 판단하고 1974년 불모지나 다름없는 환경에서 반도체사업에 착수했다.끊임없는 기술개발과 과감한 투자로 1984년 64메가 D램을 개발하고 1992년 이후 20년간 D램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지속 달성해 2018년에는 세계시장 점유율 44.3%를 기록했다."- 리더십(Leadership)을 발휘한 사례는."글로벌 경영환경의 격변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일류가 돼야 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이어야 하는데 삼성의 수준은 그렇지 못하다고 판단했다.이대로 있으면 삼류, 사류로 전락하고 망할지도 모른다는 절체 절명의 위기감을 전 임직원이 공감하고 대전환의 길을 선택할 것을 바랬다.그것은 양(量)이냐 질(質)이냐의 선택이었고 국내 제일에 머물 것인가, 세계 시장으로 나가 초일류로 도약할 것인가의 선택이었다."-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선언'이 나온 배경인 것인지."1993년 6월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삼성은 이제 양 위주의 의식, 체질, 제도, 관행에서 벗어나 질 위주로 철저히 변해야 한다'고 선언하며 삼성 신경영을 추진했다.1993년 6월부터 8월 초까지 프랑크푸르트에서 도쿄에 이르는 대장정을 통해 이건희 회장은 사장단, 국내외 임원, 주재원 등 연인원 1800여 명을 대상으로 회의와 교육을 실시했다."- 회의와 교육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무엇인지."이제까지 지속되었던 양 위주 경영의 악순환 고리를 끊고 질을 중심으로 양이 조화를 이루는 선순환의 경영구조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질 위주 경영은 신경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질 위주 경영을 위해 어떤 점에 초점을 맞췄는지."불량을 없애는 제품의 질부터 혁신을 시작했다. 생산라인을 중단시키더라도 불량을 선진 수준으로 낮추도록 했으며 한 품목이라도 좋으니 세계 제일의 제품을 만들기로 결정했다.생산현장에서 불량이 발생할 경우, 즉시 해당 생산라인의 가동을 중단하고 제조과정의 문제점을 완전히 해결한 다음 재가동함으로써 문제 재발을 방지하는 라인스톱제도를 도입했다."- 삼성전자의 무선전화기 화형식도 사회에 큰 충격을 줬는데."무선전화기 사업부는 품질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완제품 생산을 추진하다 제품 불량률이 무려 11.8%까지 올라가는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1995년 1월 이건희 회장은 품질사고 대책과 향후 계획을 점검하면서 고객들에게는 사죄하는 마음으로 무조건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이와 함께 15만 대, 150여억 원 어치의 제품을 수거해 화형식을 통해 전량 폐기 처분했다. 수거된 제품을 소각함으로써 임직원들의 불량의식도 함께 불태울 것을 제안했다."- 도전정신(Challenge)을 발휘한 사례는."혈연·지연·학연이 끼지 않는 공정한 인사의 전통을 조직에 뿌리 내리고 연공서열이나 각종 차별조항을 철폐하여 시대 변화에 맞는 능력주의 인사를 도입했다."- 채용시험에서 학력을 폐지했는데."1995년 7월 채용 때 학력제한을 철폐하는 것을 포함한 열린 인사 개혁조치를 발표해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열린 인사는 기회균등 인사, 능력주의 인사, 가능성을 열어주는 인사 등 3가지 내용을 담고 있었다."- 연공서열이 아닌 능력주의 인사도 파격적이었는데."급여 인상이나 승진·승격 때 본인 스스로 일구어 낸 능력과 업적에 따라 대우받게 하는 것이다. 1년 간의 고과 결과에 따라 개인별로 급여가 차별화되고 능력만큼 보상받는 능력급제를 단계적으로 모든 계열사에 실시했다."- 남녀차별을 없애고 여성인력 채용을 확대했는데."1992년 4월 여성전문직제를 도입하고 1차로 비서전문직 50명을 공개채용해 전문지식과 우수한 자질을 보유한 여성인력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사무직 여사원들에게 적용해 오던 근무복 제도를 1995년 3월부터 폐지하고 자율에 맡겨, 각자 개성을 살린 복장을 할 수 있게 했다.기혼 여성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직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서울과 전국 주요 사업장에 어린이집을 설치했다."- 항상 도전정신을 강조했는데."2010년 경영에 복귀하며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른다.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고 역설했다."- 삼성의 미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했는지."삼성의 미래는 신사업, 신제품, 신기술에 달려 있다고 봤다. 특히 기업문화를 더 개방적이고 유연하며 혁신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기존의 틀을 모두 깨고 오직 새로운 것만을 생각해야 한다. 실패는 삼성인에게 주어진 특권으로 생각하고 도전하고 또 도전하기를 당부했다."- 열정(Passion)을 발휘한 사례는."이건희 회장은 '기업이 인재를 양성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죄악이며 양질의 인재를 활용하지 못하고 내보내는 것은 경영의 큰 손실이다. 부정보다 더 파렴치한 것이 바로 사람을 망치는 것이다'고 하며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재양성을 위한 대표적인 사례는."1990년부터 지역전문가제를 운영하여 2012년까지 4400여 명을 세계 각국에 파견했다. 1994년 제조 부문의 과·차장급 간부를 대상으로 테크노 MBA 과정, 1995년 경영지원 부문의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소시오 MBA 과정을 각각 도입했다."- '자랑스러운 삼성인상'을 제정한 이유는."1994년부터 신경영 철학을 확산하고 성과를 치하하기 위해 각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룩한 임직원을 시상하고 있다."- 포용성(Inclusion)을 발휘한 사례는."한 사장급 인사가 이건희 회장에게 '저는 나이도 많은데 쫓아내지 마시고 한 5년만 있게 해주십시오'라며 용기를 내어 부탁했다. 이 회장은 웃으며 받아들였고 약속을 끝까지 지켰다.일을 열심히 해보겠다고 했지만 2~3년 만에는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없는 사정을 이해하고 성과를 낼 때까지 시간을 준 것이다."- 구조조정하는 사업부 소속 직원에 대한 인식은."일하던 직원들이 '길바닥에 나앉게' 되는 것을 죄악시했다. '사업은 우리가 여건이 안돼서 접더라도 우리가 어떻게 해서 뽑은 인재들인데... 또 거기에다 가족을 생각하면 우리가 잘 챙겼어야 하는데... 라며 책임을 지기 위해 노력했다."-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한 인식은."사회공헌활동을 기업에 주어진 또 다른사명으로 여기고 이를 경영의 한 축으로 삼도록 했다. 삼성은 국경과 지역을 초월해 사회적 약자를 돕고 국제 사회의 재난 현장에 구호비를 지원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발휘한 대표적인 사례는."1994년 삼성사회봉사단을 출범시켜 조직적으로 전개하고 있으며 특히 기업으로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첨단장비를 갖춘 긴급재난 구조대를 조직해 국내외 재난 현장에서 구호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맹인 안내견 등 동물을 활용하는 사회공헌도 진행 중이다. 매년 연인원 50만 명이 300만 시간 동안 자발적으로 고아원, 양로원 등의 불우 시설에서 봉사하고 자연환경 보전에도 땀을 흘리고 있다."- 협력업체에 대한 인식은."삼성의 협력업체도 바로 삼성가족이다. 그들에게 인격적인 대우와 적극적인 지원을 해 주어 회사와 협력업체가 하나의 공동체이며 한 가족이라는 자부심을 느끼도록 해줌으로써 참된 공존공영을 이룩하는 것 또한 인간중시 경영의 하나라고 믿었다."- 사회구성원으로 책임인식은."삼성은 사회와 함께 하는 기업시민으로서 더불어 사는 상생의 기업상을 구현해야 한다. 소외된 이웃에 눈을 돌리고 따뜻한 情과 믿음이 흐르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은 선도기업인 우리의 책임이다.주주, 고객, 국민 어느 누구에게도 떳떳하고 당당한 바른 경영, 믿음을 주는 경영을 실천함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얻고 사회의 사랑과 격려를 받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체육발전에도 크게 공헌했는데."IOC 위원으로서 스포츠를 국제교류와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중요한 촉매제로 인식하고 1997년부터 올림픽 TOP 스폰서로 활동하는 등 세계의 스포츠 발전에 힘을 보탰다.특히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꾸준히 스포츠 외교 활동을 펼쳤다.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평창이 아시아 최초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는데 크게 기여했다."◇ 제2의 창업에 성공했지만 '경영의 신'으로 불리기는 부족해... 포용성·사회적 책임에 대한 아쉬움 강해일본의 기업인 중 이른바 '경영의 신(神)'으로 추앙받는 기업인은 파나소닉의 마츠시다 고노스케, 혼다의 혼다 소이치로, 교세라의 가즈오 이나모리 등 3명이다.이들이 전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이유는 기업을 크게 성장시켰을 뿐 아니라 인생 자체가 사회의 모범이 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1945년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된 이후 80년 동안 한국에서는 이러한 칭호를 얻은 기업인은 1명도 없다. 아쉽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삼성그룹의 2대 창업자로 불리는 이건희 전 회장의 역량과 성과를 평가하면 다음과 같다.▲ 경영자의 역량평가 지표를 적용한 이건희 회장 평가 결과 [출처=iNIS]국가정보전략연구소는 경영자의 역량평가 지표로 리더십(Leadership), 도전정신(Chanllenge), 열정(passion), 포용성(Inclusion),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등 5가지를 선정했다.이건희 회장은 삼성그룹의 창업자는 아니지만 그룹을 승계한 후 신사업, 신기술, 신시장 등을 개척하는데 성공했다. 국내 기업인 중 가장 두드러진 업적을 남겼다고 평가할 수 있다.리더십은 △2세 경영자이지만 변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통해 대혁신 추구 △양보다 질 위주 경영, 제품 화형식 추진 등이 우수했다고 평가했다.도전정신은 △채용시험에서 학력 폐지 △능력주의 인사, 남녀차별 폐지 △신사업, 신제품, 신기술 확보 주력 등이 다른 기업의 경영자와 차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했다.열정은 △인재양성의 중요성 강조 △지역전문가, 테크노 MBA과정 등 운영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제정 등으로 현상 유지에 관심을 갖는 2세와 다른 길을 걷기 위해 노력한 점을 고려했다.포용성은 △성과를 내기까지 기회를 제공 △구조조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채용한 직원과 가족에 대한 책임 강조 등을 통해 조직 융합을 추구했다고 봤다.사회적 책임은 △삼성사회봉사단 출범 △협력업체도 삼성가족으로 인식 △기업시민으로서 상생의 기업인상 구현 등이 경영자 뿐 아니라 기업 이미지 제고에 기여했다고 반영했다.종합적으로 이건희 회장은 리더십, 도전정신, 열정은 10점 만점에 각각 8점, 포용성과 사회적 책임은 각각 6점으로 평균 점수는 7.2점을 기록했다.이건희 회장이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지만 우호적으로 평가받지는 못했다는 점도 고려했다. 협력업체나 기타 이해관계자에 대한 배려도 실질적으로 부족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3대인 이재용 회장이 이러한 점을 수정 및 보완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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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14일 토요일 오후 4시 서울특별시 여의도 국회 앞 도로는 이른바 MZ(밀레니엄+Z) 세대가 점령했다. 국회의원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찬성하라고 압박하기 위함이다.정치에 무관심하다는 평가를 받는 MZ 세대는 응원봉을 들고 K-팝(K-Pop)을 부르며 '탄핵'을 외쳤다. 외국 언론도 4050세대와 다른 행태의 성숙한 시위 문화를 보여준 신세대를 집중 조명했다.자유분방한 사고와 거침없는 행동인 특징인 MZ 세대는 기업에서도 연구의 대상이다. 산업화 시대에 최적화된 국내 기업문화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문화의 정의와 기능에 대해 알아보자.◇ 왜 기업문화가 중요한가... 중국·일본의 영향받았지만 한반도 고유문화 창달헤 한민족 유지21세기는 정치나 경제보다 문화가 시대의 흐름을 주도하는 '문화의 시대'라고 말한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문화, 조직문화, 기업문화는 무엇인가.먼저 문화는 사전에 따르면 ‘사회구성원에 의해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 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하여 낸 물질적·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문화는 한 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등을 모두 포함한다. 문화는 한순간에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사회가 오랫동안 공유하고 실천하면서 형성된 역사적 산물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1만 년의 인류 역사상 고유의 문화가 없는 민족이 장기간 살아 남은 적이 없다. 영국을 점령한 수많은 이민족 중 앵글로족와 색슨족을 제외한 모두가 멸망한 것도 문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중국은 미국보다 수천 년 앞서 원조 '용광로 문화'를 가졌다. 수많은 이민족이 중국 본토를 유린했지만 모두 우수한 한족 문화에 동화돼 자신들의 문화를 헌신짝처럼 버렸다.한족이 중국영토를 지배한 시간보다 외부 이민족인 몽고족, 거란족, 여진족, 만주족 등이 중국을 점령한 기간이 더 길었다. 하지만 이들 민족의 문화가 중국 문화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다.2024년 기준 14억의 중국은 56개 민족으로 구성돼 있고 한족이 9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따라서 중국문화가 바로 한족의 문화라고 주장하지만 틀린 말이다.엄밀하게 말하면 중국문화는 수많은 이민족의 문화가 녹아 진화된 형태의 한족문화라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근대까지 우리나라 문화도 주변의 중국과 일본의 영향을 받았지만 반도 특유의 문화를 창달했다. ◇ 기업문화는 '기업이 가진 모든 것'... 기업은 인류 역사상 가장 선진화된 집단1970년대 중반 미국의 경영학자들이 기업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량기업에는 강한 기업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인식을 가졌기 때문이다.이후 일본은 1980년대 초반, 한국은 1990년대 중반부터 기업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기업문화는 회사의 분위기, 사풍이라는 표현으로 사용되다가 조직문화, 경영문화라는 전문용어로 정착됐다.사회가 아니라 특정 집단이 갖는 문화를 조직문화라고 볼 수 있으며 조직풍토와 동의어로 인식된다. 조직문화는 기업의 조직에 한정된 문화, 경영문화는 기업의 경영도구에 한정된 문화로 각각 보는 시각도 있다.이 글에서는 조직문화, 경영문화 등을 기업문화의 하위개념으로 보고 기업은 영리뿐만 아니라 특정 목적을 가지고 모인 조직 전체로 가정했다.기업문화를 연구하는 이유는 인류 역사상 가장 효율적이고 선진화된 조직이 기업이고 앞으로 자본주의가 지구상에서 없어지지 않는 한 기업의 형태는 지속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일반적인 문화의 개념을 기업문화에 적용해 보면 기업문화는 ‘기업의 구성원이 공유하는 가치’라고 볼 수 있다. 기업의 상표나 로고, 복장 등은 눈에 보이지만 직원의 생각, 마인드(mind), 태도(attitude) 등은 드러나지 않는다.행동규범이나 행동양식은 눈에 보이고 직원의 가치관, 사고방식 등은 형체가 없다. 문화와 조직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보면 특정 기업이라는 조직이 갖는 문화가 기업문화라고 볼 수 있다.무생물인 기업에 문화라는 개념을 붙인 것은 기업을 인간과 동일시한 하나의 인격체로서 성장과 발전뿐만 아니라 퇴보와 사망까지 할 수 있는 객체로 보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국내외 다수 전문가의 견해를 종합해서 보면 기업문화는 ‘기업 구성원이 공유하고 있는 가치관, 행동양식, 사고방식의 전체’라고 말할 수 있다. ◇ 기업문화의 3가지 기능... 21세기 들어 삼성그룹에 밀린 LG그룹의 기업문화 기업문화는 1980년대 후반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관심이 낮아졌다가 1990년대 후반부터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기 위한 창조(creation), 혁신(innovation), 글로벌화(globalizatio) 등의 가치가 강조되면서 재조명 받았다.최근 오래 생존하는 기업과 훌륭한 성과를 내는 기업을 연구하고 벤치마킹(benchjmarking)하면서 기업문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문화가 기업혁신의 도구(tool)로 중요해진 것이다.▲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창안한 SWEAT Model과 기업문화 기능 [출처=iNIS]기업문화는 직원, 조직, 외부에 작용을 한다. 먼저 기업의 구성원인 직원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조직이 직원에게 기대하는 사고와 행동양식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직원은 기업에 축적된 지식, 정보, 기술, 사상, 노하우 등의 지적 자원을 업무를 수행하는데 활용한다. 기업문화는 직원이 어떻게 조직에 공헌할 수 있는지 스스로 학습하도록 해 조직의 정체성(identity)를 강화시킨다.다음으로 조직에 대한 기능은 조직의 통일성과 연대성을 공고히 만들면서 조직 특유의 개성을 확립시킨다.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동일한 생각을 하고 동일한 행동패턴을 가지도록 만드는 것이다.국내 최고 대기업 집단인 삼성그룹을 예로 든다면 보수적이며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에 LG그룹은 인화(人和)와 단결을 중시하는 편이다.산업화시대에는 삼성그룹과 LG그룹이 전자와 반도체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정도로 치열하게 경쟁했다. 하지만 혁신이 필수적인 정보화시대에 접어들며 LG그룹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존재감이 미약해졌다.마지막으로 기업이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대외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기업이 존재하는 의미를 명확하게 해 사회로부터 공감을 획득한다.기업 자체가 인간과 마찬가지로 사회구성원인 기업시민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다. 포스코그룹은 2018년부터 기업시민이라는 개념을 경영이념에 포함시켰다.우리 사회가 직면한 사회문제 해결에 동참하고 인류의 번영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목적이다. ESG 경영의 지향점인 지속가능성장목표(SDGs)도 수립해 실천하고 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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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문화 중심의 동양은 서양과 달리 '나이'에 대해 엄격한 편이다. 나이가 들면서 쌓은 경험이 살아가는데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판단한다.'노마지지(老馬之智)'는 '늙은 말의 지혜'라는 의미로 삶의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커다란 가치를 지닌다고 믿는다.하지만 세월이 가고 나이가 든다고 자연스럽게 지혜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왕조시대에 '장자(長子)'에게 권력을 넘겨주는 것은 불필요한 권력투쟁을 막기 위한 방편이었다.우리나라 대기업에서도 '장자 승계'를 엄격하는 지키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하지만 황금만능주의 사상이 넘쳐나면서 형제자매간에 상속 지분 및 경영권 분쟁이 빈발한다. ◇ 창업자보다 계승자가 더 많아... 계승자이지만 사업규모 확장에 성공한 사례 많아 국내 대기업 중 장자 승계을 모범적으로 지킨 LG그룹도 4세에 접어들며 상속 분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3세 경영자인 구본무 회장이 조카인 구광모를 양자로 입적시켜 경영권을 물려줬기 때문이다.구본무 회장의 부인과 자녀는 상속에 문제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LG그룹은 당황하면서도 '장자 승계'가 원칙이라며 대응을 자제하는 중이다.국가정보전략연구소는 국내 주요 대기업 중 차남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는 사례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이들을 창업자와 계승자로 구분해 보면 다음과 같다.▲ 차남으로 대기업 회장을 역임한 사람 중 창업자와 계승자 구분 [출처=iNIS]먼저 창업을 통해 대기업을 일군 차남은 △삼양그룹 김연수 회장 △한화그룹 김종희 회장 △농심그룹 신춘호 회장 △KCC그룹 정상영 회장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 등으로 많지 않다.삼양그룹 김연수 회장은 차남으로 태어났지만 형인 김성수가 양자로 가면서 사실상 장남으로 성장했다. 1924년 자신의 농장을 삼수사(三水社)를 설립한 후 1931년 삼양사로 개칭했다.일제시대에 중국 만주에서 시작한 방적부터 제당, 수산물 가공, 사료제조, 식품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1975년 3남을 회장, 5남을 사장에 임명하며 경영권을 물려줬다.한화그룹 김종희 회장은 1942년 조선화약공판주식회사에 입사하며 화약과 인연을 맺었다. 1952년 부산에서 한국화약주식회사를 설립하고 1956년 인천 화약공장을 인수해 다이너마이트를 생산했다.화약을 시작으로 석유화학, 정밀화학, 건설, 금융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1981년 59세로 사망한 이후 장남인 김승연에게 경영권이 넘어갔다. 김종희 회장의 차남인 김호연은 제과 등을 상속받아 빙그레그룹을 경영 중이다.농심그룹 신춘호 회장은 3남으로 태어났으며 롯데그룹을 창업한 신격호 회장이 장남이다. 1962년 일본 롯데에서 형을 돕다가 1965년 롯데공업을 창업해 라면 제조업을 시작했다.이후 스낵 등을 출시하며 식품산업의 강자로 성장했다. 신격호 회장과 갈등을 겪으며 1978년 '롯데'라는 명칭을 버리고 '농심'으로 개명하며 각자의 길을 걸었다. 2021년 장남에게 경영권을 물려줬다.KCC그룹 정상영 회장은 6남인 막내로 태어나 23세인 1958년 금강스레트공업을 설립하며 경영자의 삶을 살았다. 큰 형은 현대그룹의 창업자인 정주영 회장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선택하지 않고 창업한 사례다.스레트는 농촌의 주택개량 등 건설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대기업의 면모를 갖췄다. 유리, 건설, 레저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으며 2021년 사망하며 장남에게 경영권을 물려줬다.하림그룹 김홍국 회장은 차남으로 백석예술대 총장을 지낸 김기만이 큰 형이다. 초등학교때부터 닭을 키우며 스스로 농장을 세웠다. 1978년 설립한 황동농장이 하림그룹의 시작이며 가축 사육, 가공, 유통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현재 곡물유통과 사료제조까지 진입한 후 복합물류단지까지 도전하고 있다. 아직 나이가 젊지만 장남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형제자매와 경영권 분쟁 경험하며 사회적 비난받아... 경영능력 입증하며 기업 도약 발판 구축차남으로 계승자가 된 후에 그룹을 경영하고 있는 사례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SK그룹 최종현 회장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신세계 이명희 총괄회장 △동원그룹 김남정 회장 △SPC그룹 허영인 회장 △금호석유화학그룹 박찬구 회장 △메리츠금융지주 조정호 회장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 등이다.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3남으로 1987년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이 사망한 후 그룹을 물려받았다. 이건희 회장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그룹의 체질을 바꿨으며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을 성장시켰다.초일류 기업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반도체 선도 기업으로 발전한 삼성전자는 국내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2014년 건강 악화로 경영일선에 물려나며 유일한 아들인 이재용 회장이 경영권을 챙겼다.SK그룹 최종현 회장은 형인 최종건이 창업한 SK그룹의 경영을 맡은 1.5세대 경영자다. 1962년 선경직물에 입사한 후 1973년 형인 최종건 회장이 사망하자 선경그룹을 맡았다.직물회사인 선경그룹을 석유화학, 이동통신, 건설, 금융 등으로 키웠다. 1998년 병환으로 사망한 후 장남인 최태원이 그룹을 맡아 운영 중이다.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창업자인 신격호 회장이 후계구도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자 장남인 신동주와 경쟁을 거쳤다. 신격호 회장은 일본에서 사업을 성공한 후 1965년부터 한국에 진출했다.신동빈 회장은 유통, 건설, 금융, 석유화학 등으로 영역을 넓혔으나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유통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있음에도 대처가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다.신세계 이명희 총괄회장은 삼성그룹의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의 다섯째 딸로 1979년 신세계에 입사하며 경영자의 길을 걸었다. 다른 자매들과 비슷한 규모의 재산을 상속받았지만 기업 규모를 크게 성장시켰다.언니인 이인희는 전주제지를 중심으로 한솔그룹을 일으켰지만 이동통신사업 등으로 확장하다 어려움을 겪었다. 2024년 아들인 정용진에게 회장 자리를 물려주고 총괄회장으로 물러났다.동원그룹 김남정 회장은 동원그룹 창업자인 김재철 회장의 차남으로 2024년 3월 회장으로 승진했다. 형인 김남구가 2003년 금융계열사를 갖고 독립하면서 동권그룹을 물려받았다.동원그룹은 원양어업에서 출발해 금융, 식품가공, 창고, 건설, 물류, 물류단지 등으로 확장하며 사세를 키웠다. 김동원 회장은 취임 이후 공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SPC그룹 허영인 회장은 1945년 황해도 옹진군에 상미당을 차린 허창성 회장의 차남으로 SPC그룹을 이끌고 있다. 허창성 회장은 1959년 서울시 용산구에 삼립산업제과를 세운 후 삼립산업제빵공사로 개칭했다.허창성 회장은 1977년 장남인 허영선에게는 삼립식품, 차남인 허영인에게는 샤니의 경영권을 각각 넘겨줬다. 허영인 회장은 식품사업에 올인해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등을 성공시켰다.금호석유화학그룹 박찬구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창업한 박인천 회장의 넷째 아들로 금호석유화학그룹을 이끌고 있다. 형제경영의 전통을 깬 형인 박삼구가 무리한 인수합병(M&A)으로 그룹을 위기로 몰아넣으며 갈등이 폭발했다.2011년 다른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한 후 금호석유화학에 집중해 계열분리에 성공했다. 박찬구 회장은 2021년 대표직과 등기이사에서는 물러나며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메리츠금융지주 조정호 회장은 한진그룹의 창업자인 조중훈 회장의 넷째 아들로 한진그룹의 2대 회장인 조양호가 큰형이다. 조중훈 회장으로부터 한진투자증권을 물려받은 후 2000년 메리츠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2011년 메리츠화재, 메리츠대체투자운용 등을 거느린 메리츠금융지주를 설립했다. 대한항공, 한진중공업, 한진해운, 한진택배 등이 2세로 넘어오면서 어려움을 겪은 것과 달리 급성장하며 경영능력을 입증했다.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은 태평양그룹을 창업한 서성환 회장의 차남으로 화장품회사인 태평양화학을 물려받아 대기업으로 키웠다. 형인 서영배 회장이 금융, 건설, 금속 등을 상속받은 것에 비해 규모는 적었지만 내실을 다졌다.1997년 태평양화학 대표이사에 취임한 후 국내 대표 화장품 브랜드를 육성했다. 한류를 타고 중국에서 매출이 급증하며 초고속 성장을 달성했다. 아모레퍼시픽은 1945년 설립된 이후 K-뷰티 산업을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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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인 2015년 우리나라에서 심리학자인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가 쓴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주변사람의 평가에 민감한 일반인에게 '타인의 평가에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을 더 잘보이기 위해 애쓰지 않을 용기'를 가지라고 조언한 것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아들러는 태어날 때부터 각종 질병을 갖고 있었을 뿐 아니라 볼품없는 외모로 잘난 형 및 동생과 비교당했던 경험을 살려 인간의 열등감과 우월감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대다수 사람들이 아들러를 '용기의 심리학자'로 부르는 이유는 스스로 열등감을 극복하고 지그문트 프로이트, 칼 융과 더불어 세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3대 심리학자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아들러의 심리학에 기반해 차남의 성향과 특징을 살펴보자.◇ 남자는 출생 순위에 따라 독특한 특징을 갖춰... 개인적 자질이 사업 성공을 결정하는 핵심여자에 비해 남자가 우월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남자로 한정해 설명하겠다. 일반적으로 차남으로 태어난 사람은 장남이나 막내와 다른 특징을 보인다.아들러는 가족 구도의 출생 순위가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세부적으로 비교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먼저 장남은 책임감, 베려심, 비관적, 보수적 등의 특징을 보인다. 나이가 들어가는 부모를 봉양해야 하고 가족 구성원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므로 자신보다 가족을 우선적으로 배려한다.현재 갖고 있는 지위나 재산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염려로 현실을 비관적으로 파악한다. 동생이나 주변인이 자신이 갖고 있는 권위에 도전할 것이라는 두려움도 갖고 있다.가급적이면 규칙을 중시하고 변화를 싫어하며 보수적이다. 장남은 태어날 때부터 부모로부터 과중한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성장한다.다음으로 차남은 장남과 달리 적극성, 적응력, 경쟁심, 야심적 등으로 표현된다. 장남은 부모로부터 상속을 받으므로 수성에 관심을 갖는 반면 물려받를 재산이 없는 차남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한다.장남과 다른 형제들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적응력이 높아진다. 형제들과 골고루 애정을 나눠야 하므로 공동체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다.차남은 장남이 모든 것을 독차지하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질투하게 된다. 장남에 대해 경쟁심을 갖고 있으며 더 뛰어나길 원한다. 장남에 비해 성장하고자 하는 야망이 크며 추종자가 되는 것을 싫어한다.마지막으로 막내는 차남과 같은 경쟁심, 승부욕, 열등감, 의존성 등을 갖고 있다. 막내는 장남과 차남 등 윗사람이 많으므로 경쟁자에 둘러쌓여 있다.자신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많은 자극을 받으므로 승부욕이 강해지며 형들을 앞지르기 위해 노력한다. 신체적 조건이나 자질이 뛰어난 형이 있으면 열등감에 휩쌓여 좌절하기 쉬운 편이다.막내는 부모나 형으로부터 과잉보호를 받아 자립성이 약하고 의존성이 강하게 된다.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해 어려움에 봉착하면 극복하지 못한다.종합해 보면 모든 장남, 차남, 막내가 위에서 설명한 보편적인 특징을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유사한 행태를 보인다.장남의 강한 책임감이 창업가의 길로 이끌기도 하고 저돌적인 차남이 울타리를 박차고 나가 가업을 일으키기도 한다. 막내라고 반드시 응석받이로 삶을 영위하는 것은 아니다.◇ 거대한 공룡보다 날쌘 표범이 생존 가능성 높아... 기업가적 경제에선 창의성이 효율성보다 필요 국가정보전략연구소는 2005년 설립 이후 다수 기업을 대상으로 다양한 주제의 경영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노하우를 축적했다. 장남과 차남의 특징을 고려해 21세기에 필요한 경영전략을 제시해 보자.▲ 21세기에 필요한 경영전략과 차남의 특징 [출처=iNIS]먼저 21세기 경영전략은 20세기의 대지독폐(大遲獨閉)와 달리 소속연개(小速連開)를 지향해야 한다. 큰(大) 것에서 작은(小) 것, 속도가 느림(遲)에서 빠름(速), 혼자(獨)에서 함께(連), 폐쇄(閉)에서 개방(開)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다.공룡처럼 덩치가 큰 대기업보다는표범처럼 날쌘 벤처기업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며 살아남는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업이 내부 조직보다 새로운 태스크포스팀(TFT)으로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다.대기업조차도 수직계열화로 효율성을 높이던 방식을 버리고 '적과의 동침도 불사한다'는 정신으로 합종연횡(合從連橫)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상호협력을 바탕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달군다.기업의 핵심 경쟁력인 연구개발(R&D)조차도 외부에 개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 들인다. 내부의 동질적인 사고가 갖는 위험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경영환경은 관리적 경제(Managerial economy)에서 기업가적 경제(Enterepreurial economy)로 바뀌었다. 전자는 제품과 서비스를 '원가는 더 싸게, 품질은 더 좋게, 출시는 더 빠르게'하는 경영을 선호한다,반면에 후자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사업을 전개한다. 소비자의 니즈(needs)가 급변하므로 기존 사업을 더 잘하는 것으로 생존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글로벌 경영은 운영 및 원가 효율성이 중요시하던 20세기와 달리 신사업을 창안하고 신시장을 개척하는 창의성이 필요하다. 창의성은 점진적인 변화가 아니라 철저한 현상의 부정에서 출발한다.신사업의 범위는 신상품을 개발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철저하게 기존 사업의 영역을 파괴하는 행위를 포함한다. 자동차 제조업체가 고객과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고급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처럼 엉뚱해야 한다.결론적으로 21세기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서 소속연개(小速連開)의 경영전략을 잘 선택할 경영자가 장남인지 차남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다만 현상 유지에 관심을 갖는 장남보다 적극적이며 야심적인 차남이 유리할 수 있다. 가업을 장남이 이어가는 한국의 승계시스템에서 3대를 넘긴 기업이 많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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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에서 황제는 '하늘에 제사를 지낼 수 있는 사람'이며 '하늘의 아들'이라는 뜻의 천자(天子)로 칭했다. 황제의 권위는 누구도 넘볼 수 없었으며 하늘의 뜻에 따라 승계됐다. 일반적으로 중앙아시아 초원을 비롯한 유목민 사회에서는 장자(長子)상속보다 형제(兄弟)상속이 일반적이었다. 고구려도 초기에는 형제에게 왕권을 물려주다가 자식에게 넘겼을 정도다.고대부터 왕이 아닌 귀족이나 일반 가문에서도 장자상속이 정착됐다. 왕실이 아니더라도 막대한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영원불멸할 기반을 구축하길 희망했다.상속을 받은 사람이 물려준 자산(asset)을 유지해 가문의 영광을 이어주길 바랬다. 하지만 '부자 3대 없고 거지 3대 없다'는 우리나라 속담처럼 영속성은 강하지 않았다. 대부분 2~3대를 넘기지 못했다.장자든 차남이든 혹은 남녀 구분 없이 자녀가 거대한 자산을 축적한 부모보다 더 뛰어난 역량을 갖췄을 가능성도 높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에 일말의 희망을 갖고 자손에게 바톤(baton)을 넘긴다.◇ 이전투구(泥田鬪狗)하다가 망한 기업도 적지 않아... 후계자의 역량에 대한 오판이 가장 위험고대부터 왕의 절대권력은 '신성불가침'에 해당되므로 왕비든 왕자든 누구와도 공유하기 어려웠다. 왕이 죽고 난 후 골육상쟁(骨肉相爭)의 난장판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가 후계자 내정이다.제국을 평화롭게 잘 다스리기 위해서 강력한 지도력(leadership)이 필요했다. 따라서 신체가 강건하고 현명한 자손을 후계자로 내세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왕의 후계자는 큰아들, 즉 장자로 정해 형제자매와 잘 화합하도록 승계구도를 잡는다. 장자가 포용성이 높고 가문의 명예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면 더할 나위가 없이 좋다.대부분의 근대 국가에서 왕실이 붕괴되고 국가의 권력은 소수 정치인과 경제인에게 집중됐다. 정치인과 경제인도 왕족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권력과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길 희망한다.대의정치가 일반화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정치인은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하므로 자손에게까지 권력을 넘겨주기 어렵다. 하지만 경제인은 자신이 축적한 사유재산을 누구에게 넘길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정치 가문보다 경제 가문에서 후계자 선정과 재산 분쟁이 빈발하는 이유다. 부자가 후계자를 판단하는 기준은 재산을 늘리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잘 지킬수 있는지 여부다.일반적인 기준에 더해 가족이나 일가친척을 모두 잘 챙기고 돌봐줄 넓은 아량을 갖고 있는지도 평가한다. 장남만 화려한 인생을 즐기고 다른 자녀와 자신의 형제자매를 소홀하게 대하면 안되기 때문이다.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재산 상속은 가족간의 다툼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1945년 이후 미국식 시장경제를 도입한 우리나라에서도 다수의 대기업이 상속분쟁으로 큰 혼란을 겪었다.일부 기업은 형제자매가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이다 망했다. 가업을 물려받은 장남이 몰락해 차남이 고군분투(孤軍奮鬪)해 기사회생하기도 했다.기업 상속은 장남이든 차남이든 혹은 장녀이든 경영을 잘 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 넘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녀의 인생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임직원, 협력업체, 지역사회, 국민,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바람직한 기업상속 모델을 고민하며 경영자 역량 평가지표 개발... '가문을 일으킨 차남' 사례 조명 예정국가정보전략연구소는 이른바 '가문을 일으킨 차남들'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했다. 아무리 뛰어난 경영자라고해도 재산을 후계자에게 넘길 나이가 들면 판단력이 흐려져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 때문이다.▲ 가문을 일으킨 경영자의 역량평가 지표와 평가 결과 모델 [출처=iNIS]기업 후계자의 경영 역량을 평가할 지표를 찾기 위해 국정연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토론했을 뿐 아니라 혁신적인 제언을 차곡차곡 모았다.경영 역량 평가지표는 리더십(Leadership), 도전정신(Challenge), 열정(Passion), 포용성(Inclusion),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등 5가지다.우선 리더십은 △창업을 통해 성장했는가 △운명공동체를 구성했는가 △이해관계자로부터 존경을 받았는가 등의 지표료 판단이 가능하다.창업을 한 기업가와 부모로부터 가업을 이어받은 기업가는 마음가짐 자체가 다르다. 창업자 1인의 이른바 '원맨쇼'가 아니라 팀을 구성했는지도 기업의 기대수명을 예측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도전정신은 △신사업을 지속 확장했는가 △글로벌 경영을 강화했는가 △적극적인 투자전략을 고수하고 있는가 등이 대표적인 징표다.부모로부터 중소기업을 물려받아 대기업을 성장시켰는지 혹은 신사업을 적극 시도했는지도 기업가 정신을 갖고 있는지 평가하기에 적정하다. 1990년대 이후 글로벌 경영에 대한 인식도 파악하고자 한다.열정은 △경영에 적극 참여했는가 △업무에 대한 열의가 강했는가 △사업 이외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가 등으로 표현된다.진정한 기업가는 돈보다는 사업 자체에 흥미를 느낀다. 사업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사회 구성원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창업자 대부분이 이러한 유형에 속한다.포용성은 △핵심 참모와 운명을 같이 했는가 △경쟁자로부터 존경을 받았는가 △이해관계자와 공생을 추구했는가로 파악할 수 있다.우리나라 대기업은 좁은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경쟁자에 목숨을 건 혈투를 벌이는 편이다. 생존 게임은 규칙을 지켜야 하는 스포츠 경기가 아니라 강패들의 집단 난투극에 가깝다. 패자는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승자를 원망한다.사회적 책임은 △사회가치를 존중했는가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는가 △기타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에 참여했는가 등으로 평가받아야 한다.삼성그룹의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은 사업보국(事業報國)을 강조했다. 국내 대기업 창업주 대부분은 이러한 기조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2~3세로 넘어오면서 잘 지켜지지 않는다.국정연은 위의 5가지 자표를 적용해 '가문을 일으킨 차남들'을 선정했다. 평가할 경영자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SK그룹 최종현 회장,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SPC그룹 허영인 회장, 아모레퍼시픽그룹 서경배 회장,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 농심그룹 신춘호 회장 등이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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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현재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우리나라 경제계를 이끌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창업자인 최종건과 아버지인 최종현에 이어 2대째 그룹을 이끌고 있다.1.5세 경영자인 최종현은 최종건의 동생으로 노태우정부 당시 대한석유공사와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해 섬유 중심이던 사업을 석유화학·통신으로 재편했다.최종현의 아들인 최태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과 결혼했다. 노태우정부가 출범하며 최고 권력자와 혼맥을 형성한 SK그룹은 섬유업체에서 종합 그룹으로 성장 가도를 달렸다.최태원 회장은 2003년 분식회계와 2011년 횡령 혐의로 사법 처벌을 받으며 사회적 논란을 초래했다. 최 회장은 오랜 별거 끝에 노소영과 이혼소송을 벌여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권력과 밀착해 성장한 한국식 재벌시스템은 2~3세로 넘어오면서 수명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창업자는 여론 동향을 주시하며 사회 가치를 훼손하는 의사결정은 최대한 자제했지만 후계자들은 반대로 행동한다. 2003년 일어난 분식회계 사건은 내부고발자에 의해 수사가 진행됐지만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내부고발자의 신원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2006년 촉발된 현대자동차그룹의 내부고발 사건과 마찬가지로 드물게 내부고발자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SK그룹의 내부고발 사건을 분석해 보자.▲ SK그룹의 내부고발 진행 내역 [출처=국가정보전략연구소(iNIS)] ◇ 경영권 분쟁이 내부고발의 단초 의심... 비밀금고의 위치와 비밀번호 파악해 증거물 압수2003년 2월27일 노무현정부가 출범한지 3일째 검찰은 SK그룹 계열사를 압수수색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며 시도하는 전형적인 사정정국 조성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하지만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검찰은 내부고발로 비밀금고의 위치와 비밀번호, 금고 속의 장부 등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다. SK그룹 내부고발 사건의 진행 과정을 정리해 보자.우선 SK그룹은 당시 오너가 아니라 전문 경영인 회장이 이끌고 있었다. 1965년 선경직물에 입사한 손길승은 최종현 회장이 사망한 이후인 1998년 SK그룹 회장으로 추대됐다.최종현 회장의 큰 아들인 최태원도 지주회사 SK의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견제 장치를 마련했지만 대외적으로 손길승이 대표성을 띄었다.손길승이 회장으로 추대된 이유는 최 회장의 나이가 30대로 젊었고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우리나라 경제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험난했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최 회장과 손길승 회장의 자연스러운 권력 분점이 이뤄지게 됐다.다음으로 내부고발자의 제보를 받은 검찰이 압수수색하는 과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SK그룹이 분식회계 관련 자료를 숨긴 비밀 금고의 위치와 내용물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대기업이 각종 비밀장부를 만들어 보관하는 비밀금고는 오너와 최측근 소수 직원 외에는 알기 어렵다. 2003년 당시 세간에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2006년 일어난 현대자동차그룹의 내부고발과 유사한 상황이 SK그룹에서 먼저 발생한 셈이다.2007년 삼성그룹의 전 법무팀장이던 김용철 변호사도 소수 내부인만 파악하고 있던 비밀금고의 존재를 공개했다. 하지만 검찰이 압수수색을 계속 미루는 바람에 정작 비밀금고를 확인하지는 못했다. 삼성그룹이 증거물을 은폐했기 때문이다.마지막으로 비밀금고에 보관된 회계장부를 확인한 검찰은 전광석화(?)처럼 최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2003년 3월 검찰은 SK글로벌이 1조5587억 원의 이익을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자행했다며 최 회장과 직원 1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2003년 6월 최 회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보석으로 풀려났다. 최 회장이 석방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04년 1월 손길승 회장이 1조 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를 받고 구속됐다.손길승 회장은 2008년 이명박정부에서 8·15 특사로 사면을 받은 후 SK텔레콤 명예회장으로 추대됐지만 별다른 활동을 하지 못하고 영향력을 잃었다. ◇ 분식회계·비밀장부로 경영권 유지 만연... 담당자가 복사본이나 음성 파일 저장해 관리우리나라 재벌은 재무와 인사 관련 직원을 임명할 때 엄격한 신원조사를 거친다. 가급적이면 혈연을 우선하고 다음으로 지연·학연이 있는지 확인한다.재무와 인사는 기업경영의 핵심이고 고급 내부정보를 많이 다루기 때문에 배신할 가능성이 0.1%라도 있는 직원은 제외한다. 내부정보는 불법이나 비법적인 경영 정보를 포함한다.인사권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오너의 최측근이 된다는 것은 출세가 보장된다는 의미다. 삼성그룹·LG그룹·SK그룹 등 주요 그룹의 임원이나 계열사 사장이라도 한번 하려면 능력도 갖춰야 하지만 진정한 패밀리에 포함돼야 한다. SK그룹 내부고발이 주는 사회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첫째,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에도 국내 대기업에서 분식회계가 만연해 있었다는 점이 드러났다. 외환위기가 재벌의 불투명 경영으로 대외 신인도가 하락해 발생했지만 정작 재벌 오너는 제대로 반성조차 하지 않았다.2000년 공중 분해된 대우그룹은 20조 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한때 재계 서열 10위에 오르며 샐리리맨의 신화를 일궜던 STX그룹도 2조 원대의 분식회계로 좌초됐다. 2018년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분식회계 혐의가 수면 위로 드러나며 수사가 진행됐고 2020년 9월 기소됐다.둘째, 기업이 분식회계, 비자금 조성, 뇌물 공여 등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른바 범행 일기를 쓴다고 볼 수 있는데 위기 사태가 발생하면 뇌물을 받은 정치인·공무원과 협상하기 위한 목적이다.장부가 아니더라도 현장을 사진으로 촬영하거나 음성을 녹음하는 것도 일상화돼 있다. 정치인이 내뱉는 말은 숨 쉬는 것만 빼고 모두 거짓말이라고 하지만 공무원도 비슷하다.고위직 공무원으로 권력을 가진 사람은 자신이 저지른 불법행위조차 정당화하는데 익숙하다. 어렵게 번 돈으로 뇌물을 제공하는 사업가의 입장에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한 이유다.셋째,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권력의 분점은 바람직하지 않으면 시도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존재하지 않듯이 권력은 자식 혹은 부인과도 나누기 어렵다. 최고 권력자가 마음대로 전횡하는 것이 용인되는 동양에서 더욱 그러하다.2003년 당시 SK그룹은 창업자인 최종건의 자녀, 1.5세인 최종현의 자녀, 전문 경영인 등이 경영권을 분점하며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했다.능력이나 성과로 리더십을 발휘했던 창업자와 달리 후계자는 혈통을 기반으로 무임승차해 공격의 대상으로 전락하기 쉽다. 전문가의 평가에 따르면 외견상 SK그룹의 권력투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 계속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iNIS]*칼럼 내용 문의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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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62022년 11월29일 서울특별시 송파구 잠실에 있는 롯데호텔에서 ‘제1회 한-사우디 주택협력포럼’이 개최됐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국가미래전략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네옴시티’ 등에서 양국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삼성그룹·SK그룹·현대차그룹·CJ그룹·한화그룹 등과 함께 두산그룹도 해당 프로젝트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국내에서 ‘제2의 중동 붐’이 올 것이라며 설레는 것과 달리 미국·서유럽·일본·중국 등은 네옴시티에 관심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하다.두산도 원자력과 해상풍력 관련 사업을 펼치고 있는 두산에너빌리티를 통해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 참여하길 희망한다. 윤석열정부가 탈원전정책을 폐기하며 원전 관련 기업은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 중이다.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두산은 2005년 박용오 전 회장의 내부고발로 신뢰에 큰 타격을 받았다. 골육상쟁의 상속분쟁을 겪는 다른 재벌과 달리 형제경영을 장점으로 내세웠던 두산이라 일반인조차 배경에 대해 궁금증을 가졌다. 박 회장이 촉발한 두산의 내부고발 사건을 분석해 보자.▲ 박용오 전 회장의 내부고발 진행 내역 [출처=국가정보전략연구소(iNIS)]◇ 오너의 밀실경영이 빚은 대참사로 각인박 회장은 창업주인 박두병의 둘째 아들로 형인 박용곤에 이어 1996년부터 2005년까지 두산 회장직을 맡았다. 두산은 식음료·경공업·생활문화 등 내수산업 위주로 사업을 펼치다가 경영난을 겪으면서 1995년부터 구조조정을 단행해 성공했다.다른 재벌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해체되거나 사업이 축소된 것과 달리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웠다. 박 회장은 두산을 중공업 중심의 수출기업으로 전환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하지만 2005년 차기 회장 자리를 동생인 박용성에게 물려주라는 형제들의 요구에 반발하다가 물러나면서 내부고발을 결행했다. 내부고발의 진행 과정은 다음과 같다.우선 2005년 7월17일 박용오를 제외한 박용곤·박용성·박용만 등은 가족회의를 개최해 그룹 회장을 박용오에서 박용성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박 회장은 반발하다가 회장직을 내놓는 조건으로 두산산업개발의 계열분리를 요구했지만 묵살을 당했다고 주장했다.형인 박용곤으로부터 두산을 물려받을 당시 엉망이었던 경영을 정상화시킨 공로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7월21일 동생인 박용성·박용만이 1700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800억 원대의 외화를 밀반출했다고 검찰에 고발했다.박 회장의 내부고발이 터지자 두산은 일단 내부고발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조치로 대응했다. 내부고발이 언론에 밝혀진 당일 박용곤이 가족회의를 주재해 박 회장을 ‘반역자’로 규정하고 가족에서 퇴출시키겠다고 발표했다.두산이 오너 가문의 왕국도 아닐 뿐만 아니라 왕조시대도 아닌데 가족을 반역자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었다. 박 회장은 배신자라는 비판을 받자 자신이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두산산업개발이 2700억 원 대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폭로했다.흙탕물 싸움이 진행되며 여론이 악화되자 결국 회장직을 물려받았던 박용성은 그룹 회장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용만은 그룹 부회장에서 각각 퇴진했다.마지막으로 형제간의 갈등은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참여연대와 같은 시민단체까지 관여하면서 수사기관도 외면할 수 없었다. 검찰이 수사한 결과를 보면 오너 일가는 258억 원을 횡령하고 2838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 및 비자금을 조성했다.박 회장과 박용성은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벌금 80억 원, 박용만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40억 원을 선고받았다.박용성과 박용만은 2007년 2월 노무현정부로부터 특별사면을 받았다. 오히려 대기업의 치부를 드러내 처벌을 받게 함으로서 사회정의를 실천한 박 회장은 특별사면에서 빠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 사법 카르텔은 로비로 수사기관 무력화두산의 장자인 박용곤이 박 회장을 반역자로 규정한 것과 달리 시민단체는 내부고발자로 지칭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2004년 말 기준 두산 오너 일가가 가진 지분은 4.95%에 불과했다.2005년 7월 기준 계열사 직원만 2만1000명이 넘는 대기업이 몇몇 오너 가족이 밀실에서 회장을 결정했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었다. 박 회장의 내부고발이 사회에 준 교훈도 여러 가지다.첫째, 창업자의 아들들이 돌아가며 경영을 맡는다는 이른바 ‘형제경영’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자녀에게도 경영의 기회를 공평하게 준다는 측면에서 상속분쟁을 피하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부실경영의 위험은 피할 수 없다.형제경영을 전통으로 세우고 싶었던 금호그룹도 2010년 ‘형제의난’을 겪으며 분열됐다. 형제간의 갈등으로 그룹이 우왕좌왕했던 것은 삼성그룹·현대그룹·효성그룹·한진그룹·롯데그룹·대성그룹 등도 예외가 아니었다.현대그룹도 창업자인 정주영이 다섯째 아들인 정몽헌에게 그룹을 넘겨주자 다른 아들들이 반발한 ‘왕자의난’이 일어나며 사분오열됐다. 삼성그룹은 창업자인 이병철이 장자인 이맹희 대신 3남인 이건희를 후계자로 지명했지만 조용히 넘어갔다.둘째, 수사기관은 정권의 눈치도 보지만 사법 카르텔의 로비에 매우 취약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지 못한다. 1945년 해방 이후 최초로 재벌 회장이 구체적 근거를 갖고 내부고발을 단행했지만 수사결과는 초라했다. 박 회장이 고발한 불법행위에 관련된 금액이 수사로 밝혀진 불법자금의 규모가 많았다.당시 노무현정부는 부정부패와 단절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일선 공무원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협력하지 않았다. 불법행위를 자행한 재벌이 호화로운 경력을 자랑하는 변호사로 법률팀을 구성해 변론하면 수사·재판결과마저 조율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검증해준 사건이다.셋째, 우리 사회에서 내부고발자를 배신자 혹은 반역자로 규정해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면 피고발자에게 동정하는 세력이 생긴다.아무리 백성에게 포악한 왕이라고 해도 신하가 왕을 처단하면 반역행위라고 인식하는 것처럼 서열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박 회장도 정의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내부고발을 결행한 것은 아니지만 재벌의 불법행위와 불법비자금 조성을 막는데 크게 기여한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그럼에도 형제를 고발한 사람이라고 비난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정사회를 외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새로운 시대의 주인으로 자리매김해 국가발전을 이루도록 사회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 - 계속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iNIS]*칼럼 내용 문의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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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최근 국내 대기업 대부분은 내년도 글로벌 경제의 전망이 불투명하다며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기업인 인텔과 1위 자리를 다투는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회장에 오른 이재용은 1개월 만에 경영능력을 검증 받아야 하는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삼성그룹은 창업자인 이병철과 2세인 이건희 모두 내부고발로 오너 경영 체제가 흔들린 역사를 갖고 있다. 이병철은 1966년 한국비료공업의 사카린 밀수사건 당시 아들 이창희, 이건희는 2007년 그룹 법무팀장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의 내부고발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일부 학자는 이병철이 경영에 복귀한 이후 삼성전자를 설립하며 삼성의 새 역사를 펼쳤다며 내부고발이 도약의 발판이 됐다며 자화자찬을 늘어놓는다.이건희는 위기극복을 주장하며 경영에 복귀했지만 뚜렷한 실적은 내지 못하고 타계했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던 이재용이 회장에 취임해야 하는 이유로 제시한 것도 글로벌 경영 위기다.삼성은 사업보국을 내세웠지만 정경유착으로 성장하며 내부고발의 자양분인 불법·비법행위가 풍부한 편이다. 이병철과 이건희는 철저한 용인술과 유무형의 보상으로 관료·정치인을 포섭해 난공불락의 철옹성을 구축한 덕분에 위기를 잘 넘겼다. 김 변호사가 촉발한 내부고발 사건을 분석해 보자.▲ 김용철 변호사의 내부고발 진행 내역 [출처=국가정보전략연구소(iNIS)]◇ 광범위한 폭로에도 수사 결과는 쥐꼬리김 변호사는 검사로 근무하다가 삼성 법무팀에 합류해 삼성 X파일 사건과 에버랜드 전환사채발행 사건 등의 해결에 직접 관여했다.해결 과정에서 목도한 내부 문제점을 해소하자고 주장했지만 오히려 업무에서 배제됐다고 말했다. 이건희를 신격화하는 사내 분위기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는 것도 2004년 삼성에 사표를 제출한 이유로 들었다.삼성 퇴사 이후 로펌에 근무하며 신동아·한겨레신문 등이 보도한 삼성 관련 기사의 출처(source)로 의심을 받으며 삼성과 갈등이 시작됐다.2007년 10월 삼성을 비호하는 언론이 아니라 종교단체인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을 통해 삼성 비자금과 로비 정황을 폭로했다. 사건 전개 과정과 이슈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먼저 주요 폭로 내용은 삼성의 비자금 조성, 경영권 불법 승계 및 증인 조작, 공무원에게 뇌물 제공 등으로 광범위했다. 비자금은 주요 임직원의 차명계좌가 동원됐다는 것인데 실제 사실로 드러났다. 반면 경영권 승계과정과 재판 관련 내용은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지 못했다.공무원에 대한 뇌물 공여는 삼성 X파일 사건에서 드러난 것보다 구체적이었지만 관련자가 전·현직 검사였을 뿐 아니라 이른바 잘 나가는 고위직이 대부분이라 철저하게 은닉됐다. 당연하게 검사 출신인 특검은 금품 로비를 받았다는 검사 모두에게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다음으로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던 검찰이 고위직을 섭렵한 선배에 대한 진실을 밝힐 의지가 없었다고 봐야 한다. 김 변호사는 특검이 자신의 증언과 증거가 모순된다고 주장하자 반발했다. 자신의 주장이 거짓이라면 자신을 구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작 특검은 김 변호사를 철저하게 외면했다.검찰의 수사 의지가 부족해 특검을 임명했지만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 60개가 넘는 삼성 계열사를 수사한다며 파견 받은 검사가 3명에 불과했으며 수사기간도 너무 짧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는 특검이 수사 시늉만 냈다고 비판했다.마지막으로 삼성은 비자금을 보관한 장소를 없애고 관련자의 진술을 잘 맞춰 김 변호사의 주장을 허위로 만들었다. 다른 사건에서 검찰·특검은 전광석화처럼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사실을 확인하지만 이 사건은 관련자가 증거를 훼손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배려해 줬다.김 변호사의 주장을 반박해 궤 맞춘 수사결과는 국민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비자금 조성과 제공은 허위로 결론을 내렸다. 특검의 수사결과가 엉성하자 법원의 판결도 삼성에게 유리하게 내려졌다.2008년 7월 1심 선거공판에서 김 변호사가 “법이라는 게 강자를 대변하고 강자의 도구로 쓰이고 있다.”고 일갈한 것도 이러한 상황에 대한 무력감의 표현이었다. ◇ 삼성공화국·재벌 타파해야 공정사회 가능조선왕조부터 서민이 즐겨 사용하는 말이 ‘유전무죄 무전유죄’이다. 돈 대신에 권력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돈이나 권력이 같은 속성이나 동일한 의미라고 봐야 한다.삼성특검의 결과를 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면 악마의 영혼도 살 수 있다’는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확인이 된다. 삼성특검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자.첫째, 삼성에 포섭된 사람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 ‘삼성공화국’이라는 표현이 과도하지 않다는 것이 증명됐다. 김 변호사가 직접 고발한 공무원을 넘어 정치인·지식인·종교인 등 삼성과 이건희를 옹호하려는 사람은 넘치고 넘쳤다.이들 대부분은 충성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맞이했다는 인식을 갖고 경쟁을 하듯 ‘용비어천가’를 불렀다. 삼성이 국가경제에 이바지했다는 논리는 애교로 봐줄 정도로 눈살을 찟뿌리는 망언도 서슴지 않았다. 직위가 높고 지식이 많은 사람일수록 화려한 수식어를 남용했다.둘째, 우리나라 사법체계가 용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망가져 혁명 수준의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김 변호사가 1심 선고 공판에서 ‘자산가를 위한 법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할 정도로 법은 돈 앞에 무력했다.수사기관이 진실을 은폐하고 기소권을 남용하는 것과 더불어 사법부마저 보신주의로 일관하면 법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실제 삼성특검과 사법부는 이러한 소시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거대한 사법 카르텔은 2018년 ‘양승태 사법농단 의혹’으로 세상에 드러났지만 단죄는 불가능했다.셋째, 재벌로 대변되는 한국식 자본주의 폐해를 타파하지 못하면 공정한 사회의 구현은 불가능해질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1945년 8·15 해방으로 일제의 식민자본주의가 무너진 자리를 차지한 정부 주도의 시장경제는 정경유착을 기반으로 재벌을 탄생시켰다.국가의 정책자금을 독점하며 근로자의 노동권마저 보장하지 않고 덩치를 키운 재벌은 경제성장의 과실을 사회와 나누지 않고 독점했다.대마불사를 외치고 독단·독불장군식의 경영은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불렀지만 정작 재벌은 반성하지 않았다. 오히려 불법 비자금을 만들어 정치인과 공무원을 포섭해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 계속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iNIS] *칼럼 내용 문의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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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 공조직에서 내부고발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경찰청이 2022년 10월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를 수습하기 위해 작성한 ‘정책 참고자료’라는 보고서가 일부 언론에 유출됐다. 대통령실에 올리는 정보보고서의 일종이며 소수 관계자만 열람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해당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대규모 참사로 희생된 국민의 마음을 돌보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기보다 정권을 보호하기 방안에 골몰한 정항이 드러났다.보고서 내용을 못마땅하게 여긴 내부자가 언론에 제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내부 구성원조차 설득하지 못한 보고서가 국민의 마음에 들리는 만무하다.오랜 기간 동안 내부고발을 연구한 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는 내부고발자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내부통제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통제’라는 개념이 ‘억압’과 같은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대응전략이라는 개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 ◇ 내부통제시스템 구축하면 내부고발 위기 해결 가능국정연은 내부통제시스템을 ‘조직 내부의 문제점이나 각종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구축된 조직 체계(system)’로 정의한다. 조직은 내·외부 이해관계자를 모두 포함하며 체계는 ‘필요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관련 요소를 어떤 법칙에 따라 조합한 집합체’라고 볼 수 있다. 내부통제시스템은 4단계로 구성된다. ▲ 4단계 내부통제시스템의 구성[출처=국가정보전략연구소(iNIS)]먼저 1단계는 조직 구성원이 문제를 인식하고 동료·상급자 등 조직계통상에 이의를 제기해 해결을 시도하는 과정이다. 업무 수행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한 직원은 자신의 차(次)상급자에게 보고해 해결책을 찾는다. 차상급자란 사원에게는 대리, 대리에게는 과장, 과장에게는 부장, 부장에게는 임원 등이 해당된다.2단계는 문제를 보고받은 상급자가 해결해주지 못해 참모조직인 내·외부 감사실에 소원수리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감사는 경영진을 포함한 직원 전체의 일탈행위를 감시해야 하지만 경영진과 담합해 내부고발을 단행한 직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일부 기업은 감사 기능을 외부 전문가(기업)에 위임해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노력한다.3단계에서는 독립기관인 감사조차도 조직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돼 내부고발자는 언론·시민단체·수사기관 등에 개입을 요청한다.외부로 문제가 확산되면 조직은 ‘위기관리팀’을 구성해 대응하게 된다. 내부고발 내용이 실정법을 위반했다면 수사기관의 조사가 진행되겠지만 단순 비윤리적인 행위라면 비난 여론이 비등해진다.4단계로 내부고발의 문제점이 어떤 식으로든지 해결되고 전체 조직을 수습하는 업무를 진행하게 된다. 영국 바클레이은행과 같은 일부 기관은 내부고발자를 무리하게 색출하려다 더 큰 사회적 비난을 초래한다.일본 유키지루시·미토호프와 같이 내부고발로 기업이 파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내부고발을 해결하는 과정을 전문가에게 위임해 극단적인 파멸을 예방하는 것이 좋은 이유다. ◇ 오너·최고경영자의 윤리경영 의지 확립이 가장 중요내부통제시스템은 조직 내부의 건전한 발전과 활성을 위해 구축한 것이기 때문에 잘 활용해야 한다. 조직 입장에서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 구축한 내부통제시스템을 잘 운용하기 위한 전략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자.첫째, 내부통제시스템은 조직의 문제점을 사전에 해결하는 조기경보시스템(Early Warning System)이라고 인식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내부고발자를 ‘배신자’로 치부하는데 오히려 내부고발자 중 조직에 애정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는데 기업도 문제가 확산되기 전에 미리 내부고발로 해결하는 것이 유리하다.둘째, 내부통제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려면 제도 자체보다는 운용하는 인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조직 구성원이 지킬 의지가 없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국내 삼성그룹·SK그룹·현대자동차그룹 등과 같이 내부통제시스템을 잘 구축한 대기업이 내부고발이 외부로 이어지는 3단계를 경험하는 것도 운영하는 인력의 무능이 주요인이다.셋째, 내부통제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운용되려면 오너·최고경영진이 솔선수범해 윤리경영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동양에서 옛날부터 상후하박(上厚下薄)이라고 윗사람의 잘못은 덮어주고 아랫사람의 허물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처벌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서양의 왕족·귀족·지도자가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것과 정반대다.마지막으로 조직의 업무를 충분하게 이해하면서 조직관리·심리상담·법률해석·첩보수집·정보분석 등에 관한 지식·경험이 풍부한 외부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좋다.단순한 법률적 조언이나 내부고발자 색출은 조직의 위기를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대기업이나 공기업 대부분은 유·무형의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해 운용하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개선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 계속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iNIS]*칼럼 내용 문의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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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72022년 서울중앙지법은 현대자동차를 허위로 비방한 유트브 채널에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해당 유튜브 채널이 2020년 7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받은 내부고발이 허위이며 현대차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취지다. 내부고발자의 신분이 거짓이었고 제보내용도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했다.반면에 다른 현대차 내부고발자는 2021년 11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으로부터 2400만 달러(약 346억원)의 포상금을 받았다.현대차가 자체 개발한 세타2 엔진의 결함을 파악하고 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내부고발이었다. NHTSA는 2020년 현대차에 8100만 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국내 기업에서 발생한 대표적 내부고발은 2003년 SK그룹의 분식회계, 2005년 두산그룹의 비자금·외화밀반출, 2006년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2007년 삼성그룹의 경영비리·비자금 등이다. 해당 사건들은 기업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것을 넘어 오너 일가에 대한 사법처벌로 이어졌다. 구체적인 내역을 살펴보자. ◇ MZ세대의 사회 진출이 내부고발 활성화 배경1987년 6·10항쟁과 이어진 6·29 선언은 국민의 민주화 열망을 충족시키고 군사독재에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된 이후 수십 년간 이어진 권위주의 체제에 두려움을 갖고 있는 국민은 사회정의를 부르짖을 용기를 갖지 못했다.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촉발된 대량해고와 구조조정은 기업이 직원들의 삶을 보호할 것이라는 믿음을 붕괴시켰다.외환위기의 주범이 부패한 관료와 재벌 오너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2000년대 들어 사회정의 구현과 공정한 사회로 이행을 위한 내부고발이 봇물 터지듯 일어난 배경이다.2003년 SK그룹의 내부고발자는 1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고발했다. 최태원 회장, 손길승 전 회장 등을 포함한 SK그룹 고위임원 10명이 기소됐으며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판결 후 3년 가까이 끌어오던 상고심은 2008년 5월 관련자 6명이 모두 상고를 포기하며 확정됐다.분식회계는 부채를 줄이거나 누락하고 부실 자산 관련 비용을 줄이는 방법 등이 동원됐다. 가공의 매출을 계상해 기업의 가치를 부풀리는 것도 전통적인 분식회계 방법 중 하나다. 한국 경영계에 분식회계라는 화두를 던졌으며 한국판 ‘엔론 사건’이라고 불렸다.2005년 터진 두산그룹의 내부고발은 오너 가족이며 전직 회장이 내부고발자로 밝혀지며 충격을 줬다. 내부고발자인 박용오는 회장직을 동생에게 물려주라는 요구를 거부하고 형제들의 비리를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내용은 1700억원대의 비자금 조성과 800억원대의 외화반출 혐의였다.두산은 형제경영을 전통으로 내세우며 ‘인화’를 중시한 기업이었다는 점에서 박용오의 내부고발은 의외였다. 주주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가족회의에서 그룹 회장을 결정하는 불통경영이 내부고발을 촉발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04년 말 기준 두산 오너 일가의 지분은 4.95%에 불과했다.2006년 현대차는 내부제보자가 지주회사격인 글로비스 사장실 한 쪽 벽면에 있는 비밀금고의 존재를 검찰에 알리면서 세상에 드러났다.당시 금고 속에는 50억원에 달하는 돈뭉치가 나왔다고 한다. 내부제보자는 전직 직원으로 비자금 조성 경위, 금고의 위치, 금고의 비밀번호 등에 대해 상세하게 제보했다.검찰은 제보자의 진술에 의존해 수사를 진행했고 1개월도 채 되지 않아 회장을 구속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검찰이 내부고발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생겼다. 탈세 관련 보상금과 부패방지법상 보상금이 달랐기 때문이다.2007년 삼성그룹의 경영비리와 비자금 조성은 그룹의 전 법무팀장의 제보로 밝혀졌다. 전직 검사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을 통해 내부고발을 단행했으며 삼성그룹의 전방위 금품 로비가 드러났다. 다수의 검찰 관계자와 정치인에 관한 구체적인 진술이 있었지만 특별검사는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삼성그룹은 2005년 이른바 ‘안기부 X파일’ 사건으로도 곤욕을 치렀지만 기득권 연합이 합심해 기상천외한 ‘독과수’이론을 만들어 무마시킨 경험이 있다. 삼성은 창업 초기부터 막대한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인·공무원에 뇌물을 제공해 각종 경영편의를 제공받았다.2000년대 이후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벤처기업 등에서도 내부고발은 유행처럼 번졌다. 자유분방한 사고와 공정한 사회에 대한 인식이 강한 MZ세대(밀레니엄 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진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단순히 집안 단속만으로 내부고발을 막을 수 없는 이유다. ◇ 진실성은 확보했지만 정의성·적법성은 결여된 내부고발 다수▲ 국내 기업에서 일어난 내부고발의 분석 [출처=iNIS]내부고발은 사회정의 구현이라는 명분에서 출발하지만 윤리적 측면, 법률적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다. 윤리적 측면은 정의성·진실성·적법성, 법률적 측면은 비밀유지·명예훼손·무고죄 기타·손해배상 등의 이슈가 제기된다. 개별 사건의 윤리적 측면을 평가해 보자.첫째, SK그룹은 내부고발의 내용이 정확했다는 측면에서 진실성을 확보했지만 정의성·적법성은 요건을 결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분식회계 사실을 공개한 것은 사회정의보다는 조직 내부의 권력 다툼에서 일어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내부고발자의 신원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고발내용을 감안하면 내부 이너 서클에 포함된 인물일 것이라고 추정된다.둘째, 두산그룹은 SK그룹의 사건과 마찬가지로 진실성은 인정을 받았지만 정의성·적법성은 많이 부족했다. 갑자기 그룹 회장에서 해임된 오너가 내부고발을 단행했다는 것은 충격적이었지만 본인도 불법적인 행위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웠다.셋째, 현대차그룹은 비리 내용과 비자금의 보관 장소까지 제공함으로써 수사의 신뢰성을 높여 진실성은 확보했다. 반면에 보상금 지급에 따른 이견 등은 내부고발자의 정의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했다. 당시 수사관계자 대부분이 출세 가도를 달렸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넷째, 삼성그룹은 뇌물제공 당사자 중 한명인 법무팀장이 자신의 처벌을 감수하고 내부고발을 했다는 점에서 진실성을 확보했다. 다만 퇴직 이후 갈등이 내부고발의 단초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정의성은 결여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종합적으로 국내 기업에서 발생한 주요 내부고발은 진실성은 확보했지만 정의성·적법성까지 인정을 받는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우리 사회에서 내부고발자는 ‘배신자’라는 인식이 강한데 정의성을 확보하면 이러한 굴레를 벗을 수 있다.내부고발을 다루는 전문가도 제보자의 신원, 제보 내용의 사실 여부 등을 철저하게 확인해야 한다. 제보자도 허위제보가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파악해 진실된 제보를 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내부고발을 ‘양날의 검’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계속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iNIS]*칼럼 내용 문의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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