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업문화 대전환] 42. 최적의 경영도구를 선택하라... 무늬보다 실속에 맞춰 선택해야 성공 가능성 높아
경영도구가 주는 무형의 효과를 극대화할 경영도구를 선택하라... 효율성보다 효과성에 초점 맞춰라
민진규 대기자
2025-10-09
2025년 1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글로벌 경제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에 갇혀 있다. 우리나라도 트럼프 대통령과 관세 협상을 벌였지만 이견의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우리 정부가 무능해서가 아니라 영국과 베트남만 미국과 전반적인 무역 기조에 대한 협상을 완료했을 뿐이다. 출범한지 4개월밖에 되지 않은 이재명정부의 국정운영 능력이 시험대에 든 것이다.

국가와 마찬가지로 기업도 경영전략과 더불어 자사의 실정에 적합한 경영도구가 필요하다. 5년이나 10년 이후를 대비하는 경영계획이 아니라 시시각각 변하는 글로벌 경제 변동에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 한국 삼성SDS와 SAP ERP 사업협력 체결식 이지미 [출처=삼성SDS 홈페이지]


◇ 경영도구가 주는 무형의 효과를 극대화할 경영도구를 선택하라... 효율성보다 효과성에 초점 맞춰라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기업문화 혁신모델인 SWEAT Model의 DNA 5 요소인 시스템(System)의 방법론( )은 선진화된 경영기법의 도입과 운영을 가능케 한다.

영어 단어인 'methodology’를 번역하면 ‘방법론’인데 여기서는 단순한 방법론이라 보지 않고 경영철학과 노하우가 녹아 있는 ‘경영도구’로 정의했다.

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경영도구를 단순한 기업의 정보시스템(information system)이라고 봐서는 안 된다. 기업의 두뇌(brain)와 신경조직으로써 모든 업무 노하우를 생산하고 전 부문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시스템으로 인식해야 한다.

기업문화에 따라 동일한 경영도구라도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과거 나름 효과가 입증된 글로벌 기업의 경영도구를 최선의 방책이라 여기고 도입했으나 원하는 효과를 얻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자사의 기업문화에 맞게 커스트마이징(customizing)해야 한다는 교훈을 잊지 않아야 한다. 시스템도 물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논리적인 부문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1990년대 후반부터 국내 기업은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자원관리), SCM(Supply-chain Management, 공급망관리),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관계관리) 등의 경영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한국 경영자들은 이런 경영도구가 단순히 사무자동화나 전산화를 통해 인건비나 업무처리에 필요한 시간을 절약하는 도구라고 인식했다.

기업은 시스템의 효율성(efficiency)과 효과성(effectiveness)의 추구를 통해 성장한다. 효과성은 기업에 필요한 옳은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이고 효율성은 기업에 주어진 일을 옳게 하는 것을 말한다.

경영도구는 기업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는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므로 기업문화 혁신의 중요한 중 하나다. 그럼에도 경영도구를 도입하는 진면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영자가 적지 않다.

전사의 모든 업무와 자원을 하나로 연결해주는 ERP만 해도 서구 자본주의 300년의 역사와 철학이 모두 녹아 있다. ERP는 회계와 재무관리는 물론이고 인력관리, 원자재관리, 재고관리, 물류이동 등 복잡한 업무를 단순 명료하게 정리해준다.

1997년 에이스침대, 삼익는 국내 대기업보다 빨리 ERP를 도입해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 전환해 경쟁력을 갖췄다. 방만하고 비효율적으로 관리되던 대기업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이러한 시스템을 받아들였다.

미국식 경영기법의 도구로 인식되던 ERP, SCM, CRM 등을 적극 도입했고 효과는 바로 나타나 2000년대 이후 동네 골목대장에 불과하던 국내 대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 경영 기조를 보면 경영도구가 기업의 액세서리로 전락했지만 표면적인 효과 외에 부수적인 효과가 크다. 경영도구의 도입은 검증된 경영이론과 체계를 도입하는 효과를 가져오고 직원의 능력을 한 차원 도약시킬 수 있다.

필자는 20년 이상 현장에서 각종 경영시스템 도입 관련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면서 도입비용 대비 수치화할 수 있는 효과측정을 많이 고민했다.

대체적으로 유형적 효과도 투입비용을 상회하지만 무형적 효과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편이다. 기업의 경영도구는 효율성을 추구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효과성을 달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20여 년 동안 각종 경영도구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느꼈던 아쉬운 점은 경영진이나 직원 모두 눈에 보이는 효율성만 강조한다는 현상이었다.

경영진은 자신이 원하는 보고서가 시스템상에서 구현되는지, 직원은 자신의 보고서 작성업무가 얼마나 줄어드는지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시스템을 100퍼센트(%) 활용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시스템을 도입해도 직원이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수억 원이 나가는 경주용 스포츠카를 구입해 동네 시장에 장을 보러 가는 데 운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 일본식에서 미국식 경영기법 도입하며 변신 시도... 무늬보다 실속에 맞춰 선택해야 성공 가능성 높아

1990년대 이후 일본의 거품경제가 붕괴되면서 일본식 경영기법이 큰 도전을 받았다. 이때부터 일본식 경영기법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기던 국내 기업은 미국식 경영기법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6시그마(6 Sigma),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 균형성과표(Balanced Scorecard) 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 그렇다고 모든 도입 시도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경영혁신을 하기 위해 도입하는 전략계획(Strategic Planning), 품질관리(Total Quality Management),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 등의 시도 중 약 75%가 완전히 실패로 끝나고 나머지 25%도 처음에 의도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됐다는 통계가 있다.

개별 기업조직의 특성, 즉 기업문화를 도외시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리 속담에 있는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라는 말처럼 아무리 좋은 보석이라고 어울리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SK그룹 등을 포함한 국내 대기업은 2000년대 들어 앞다퉈 각종 경영도구를 도입하며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었다.

도입을 통해 재고비용이 대폭 줄였고 제품개발, 생산, 마케팅 등 전 영역에서 혁신이 일어났다. 외부 자료와 대기업들이 발표를 종합해보면 경영도구의 도입은 가시적 성과로 나타났다.

해외에서 효과성이 검증된 솔루션 위주의 도입, 전략컨설팅 프로젝트를 통해 대기업의 기업문화에 적합토록 한 커스트마이징한 노력이 성공의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실리콘밸리의 혁신 기업과 경쟁을 외쳤던 대기업의 위상을 고려하면 도입 성과는 초라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예를 들어 반도체, 휴대폰, 액정디스플레이(LCD)와 같은 하드웨어 최강자였던 삼성전자와 협력하기 위해 정성을 다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Google) 등은 삼성전자가 영원히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삼성전자는 미국 선도기업의 경영도구를 모방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조직의 경직성이 창의적인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했다.

아무리 뛰어난 외부 컨설턴트라고 해도 경영도구의 외형을 넘어서 철학까지 이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컨설턴트의 시스템적 시각만으로는 새로운 기업문화를 창달하기에는 한계점이 있다는 점이 실증된 셈이다.

기업에 있어서 경영시스템의 도입은 부수적인 혜택도 제공한다. 1997년 IMF 외환위기가 국내 기업의 부정회계와 투명성 부족으로 초래됐다는 점을 기억하면 이해가 쉬워진다.

2000년대 이후 외국 투자자는 국내 기업에 투자할 때 상장기업이 발표하는 재무제표를 믿기보다 신뢰성이 검증된 ERP로 산출한 재무제표를 더 신뢰하고 있다.

국산 ER{에 비해 SAP, 오라클(Oracle) 등 외국산 솔루션은 결과를 조작하기 어렵고 외국 투자자가 운용 매커니즘을 잘 이해하고 있어 산출한 수치를 믿는다.

외국 투자자가 국대 대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실적이 뛰어난 이유도 있지만 이면에 작용하는 신뢰할 수 있는 재무제표, 내부 효율성과 효과성을 극대화하는 선진화된 시스템도 무시할 수 없다.

국내 중소벤처기업도 대기업의 전철(前轍)을 답습하지 않도록 이들의 실패 사례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즉 다시 말해서 경영도구는 자사의 제품의 특성, 사업 환경, 직원의 의식 수준, 경영자의 자질,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연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도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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