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정보기관 활동] 15. 이상적인 비밀공작원이란... CIA 비밀요원이라는 '캡틴 아메리카' 등장
평범한 한국 육군 병장에서 속아 넘어간 언론사·정치인... 국가별로 선호하는 비밀공작원의 롤모델 달라
민진규 대기자
2025-12-09
2024년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이후 우리나라는 진보와 보수가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극한의 대결이 진행되며 정보기관의 연관성이 드러났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 당일 국가정보원 1차장이었던 홍장원에게 방첩사령부와 협조해 정치인을 체포하라고 명령했다. 홍장원은 국정원 블랙요원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그리고 군 관련 방첩을 담당하는 방첩사, 북한 군사정보를 수집하는 정보사의 북파공작요원인 HID도 동원됐다.특히 HID는 국가 주요시설의 파괴, 요인암살 등을 맡고 있는 요원으로 신상명세 자체가 비밀로 분류돼 있다.

◇ CIA 비밀요원이라는 '캡틴 아메리카' 등장... 평범한 한국 육군 병장에서 속아 넘어간 언론사·정치인

2025년 2월 보수와 진보의 극한 대결이 이어지는 와중에 미국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이라는 인물 A가 등장했다. 미국 마블 영화 속 캐릭터인 '캡틴 아메리카'의 복장을 입고 중국 대사관과 서울특별시 소재 남대문경찰서에 난입하며 유명세를 얻었다.

특히 A는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당일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에서 중국인 간첩 99명을 체포했다'는 내용을 언론사에 제보했다. 당시 해당 언론사는 중국인 간첩을 체포해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미군기지로 압송했다고 상세히 보도했다.

어찌되었건 '중국인 간첩 체포'는 A가 거짓이라고 인정했을 뿐 아니라 국방부와 미군이 사실무근(事實無根)이라고 주장하며 해프닝으로 끝났다. 당시 언론사 뿐 아니라 보수 정치인 다수도 A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갔다.

특히 A는 언론사에 제보하며 CIA의 블랙요원이라며 신분증을 보여줬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받은 신분증으로 신뢰를 형성했다. 경찰에 체포된 이후에는 CIA의 블랙요원이며 이름과 직급은 '마이클 피터스' 대위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경찰의 조사 결과 A는 미국을 방문한 기록이 없었을 뿐 아니라 미군에서 근무한 이력도 없었다. 한국군에서 병장으로 전역한 평범한 에비역이었을 뿐이다. 미국 국적이 없어도 미국 CIA의 비밀요원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론사 기자나 유력 보수정치인조차도 A가 제시한 신분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A는 미국 비밀정보기관인 CIA 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모사드(Mossad), 인터폴(Interpol), 유엔안전보안국 등 총 5개 해외 정보기관의 신분증을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A가 가짜 신분증을 확보한 경위는 너무나 단순했다. 해외 사이트에 본인의 증명 사진을 보내고 수수료만 송금하면 받을 수 있었다. 정보기관에 문외한이며 평범한 청년조차도 가짜 비밀요원으로 행세해도 아무도 거짓이라는 파악하지 못한 셈이다.

미국 CIA는 전 세계에 약 10만 명에 가까운 정보관(officer)과 첩보원 (agent)을 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확한 숫자에 대해서는 비밀이므로 파악 자체가 불가능하다.

정보관은 미국 소재 본부에서 정식으로 채용한 공무원으로 약 3000명이라고 한다. 첩보원은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비밀 첩보를 수집하기 위해 고용한 계약직원이며 3000명을 제외한 9만7000명에 달한다고 봐야 한다.

35년 이상 정보기관 관련 연구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필자도 국가정보기관의 블랙요원이 기관의 로고가 인쇄쇤 신분증을 갖고 다닌다는 얘기를 들어본적이 없다.

은밀하게 활동하고 활동 국가의 방첩기관의 감시 표적인 블랙요원이 자신의 신분이 드러날 신분증을 소지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블랙요원이라는 의미를 모르는 일반인에게나 통용되는 거짓말인데 언론사자 유력 정치인까지 속아 넘어갔다는데 어의가 없다.

특히 모든 정보가 인터넷에 공개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보 검증이 가능한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원시적인 수준의 허위정보(disinformation)에 사회 전체가 농락당했다는 점에서 걱정스럽다.

오늘도 우리나라 곳곳에서 외국 정보기관과 연관된 허위정보가 난무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정보기관에 근무한 이력이 없거나 해외에 나가보지도 않은 일반인의 허무맹랑한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는 사람들이 어리석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 국가정보기관의 이해 - 활동영역과 개혁과제 표지 by 민진규 [출처=엠아이앤뉴스]


◇ 2011년 2월 14일 작성한 칼럼 소개... 국가별로 선호하는 비밀공작원의 롤모델 달라

정보기관이 비밀공작(covert action)을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비밀공작원이다. 우수한 비밀공작원을 확보하는 것이 비밀공작의 성공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비밀공작원을 어떻게 선발해야 할 것인가?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면서 큰 위험에 노출돼 있는 공작원은 누구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이는 국가마다 정보기관의 문화와 국민성이 다르므로 같지 않다고 본다. 선진국 정보기관이 비밀공작원을 뽑는 기준을 보면서 이상적인 비밀공작원에 대해 고민해 보자.

먼저 체계적인 정보기관을 처음으로 설립한 영국을 살펴보자. 우리에게 익숙한 007시리즈 영화에 나오는 제임스 본드(James Bond)가 실제 영국 해외정보기관이 선호하는 첩보원의 모델이다.

중산층 이상의 좋은 집안 출신이며 고등교육을 받고 스포츠맨형 청년으로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의 미남에다 이성적이면서도 용기와 인내심을 구비한 사람을 우선 선발한다.

영화에 나오는 본드는 영국 최고 명문대학인 옥스퍼드대나 케임브리지대 출신으로 요트나 승마클럽에서 활동했으며 부모는 평범한 교사나 공무원이다. 공작의 대상인 여자를 잘 유혹하지만 얼굴보다는 뛰어난 화술과 매너가 공작의 주요 무기다.

과거 냉전 시대 공포의 대상이었던 국가안보위원회(KGB)의 러시아의 비밀 요원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독한 보드카를 즐기는 러시아인답게 열성적이고 수많은 서적을 탐독해 지식이 풍부하고 수완이 좋은 지성인을 택한다.

정직하고 근면한 성품으로 제반 법령 및 규정을 무조건 준수하며 어떤 악조건이라도 견뎌낼 수 있는 강한 자제력을 가진 사람을 선발한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은 말할 나위도 없다.

KGB 요원은 요즘 말하는 식스팩(six pack) 복근을 가진 체격과 표정의 변화가 없지만 그리스 조각상이 갖춘 세련된 얼굴을 자랑한다. 성격이 무뚝뚝하지만 업무 추진력이 강하고 사려 깊은 배려로 이성을 압도한다.

미국의 CIA 요원은 반드시 모든 분야에 뛰어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자기의 분야에서는 정통한 전문가여야 한다. 천성적으로 비상한 재주와 직감력이 뛰어나고 이성적인 인간을 모델로 삼는다.

과학자, 발명가 등 전문가가 첩보요원으로 선발되어 활동한다. 또한 모험심, 용감성, 적응력이 있고 친절하고 말솜씨가 좋은 사람을 선호한다. 미국이 미지의 영역에 겁 없이 투신한 개척자 덕분에 발전했기 때문이다.

위기나 곤란한 처지에 놓였을 때는 순간적인 두뇌 회전이 빠르고 약간 신중하지 못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앞뒤를 가리지 않는 그런 타입을 좋아한다.

할리우드 유명 영화배우인 덴젤 워싱턴(Denzel Washington), 브루스 윌리스(Bruce Willis)형 인간이 미국 정보요원의 모델이다.

그렇다면 21세기 글로벌 무한경쟁을 헤쳐 나갈 대한민국의 정보기관원은 어떤 기준에 따라 뽑아야 할까? 국정원은 찾고 있는 인재에 대해 국제적 감각, 보안의식과 정보감각, 전문지식, 소양 등 막연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준은 국정원에 들어가고자 하는 청년에게 쉽게 와 닿지 않는다. 요즘 국정원에 관련된 영화나 드라마가 유행하고 있어 어렴풋하게나마 출연한 배우들의 유형에서 팁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이런 유형의 영화나 드라마가 실제 국정원 요원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으므로 꾸준하게 롤모델(Roel Model)을 찾아볼 필요는 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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