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정보기관 활동] 23.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의 문제점... 전문가 부재와 국제외교력 부족
이스라엘 건국과 반팔레스타인 정책이 극단적 대결 불러일으켜... 하마스의 인질 전술이 오히려 역효과 초래
민진규 대기자
2026-01-20 오전 7:47:09
2025년 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기 시작했다.

국가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1945년 제2차 세계 대전이 종전된 이후 정립된 글로벌 질서마저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관세전쟁을 벌인 후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캐나다 등 전통적인 우방국으로 전선을 넓혔다. 무차별적인 경제/외교적 압박은 해결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갈등을 초래했다.

급기야 북극해에 위치한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차지하겠다는 야욕까지 드러냈다. 그린란드가 전략적 요충지인데 러시아/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다. 알래스카를 제정러시아로부터 구입한 것처럼 돈으로 매입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미국의 급격한 외교정책은 EU와 맺어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위상마저 흔들고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흔들리는 유럽의 안보 지형이 변하면서 확전의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 이스라엘 건국과 반팔레스타인 정책이 극단적 대결 불러일으켜... 하마스의 인질 전술이 역효과 초래

이스라엘은 로마의 박해를 받아 고국을 떠났던 유대인이 1948년 수립한 국가다. 유대인은 영국이 참전한 제1차 세계대전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팔레스타인 땅에 국가를 건설해 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팔레스타인 지역을 지배하고 있던 영국은 1917년 중동 지역의 복잡한 정세를 무시하고 발포선언(Balfour Declaration)을 공개했다. 발포는 영국 외무부 장관의 이름이다.

하지만 유대인의 국가는 1948년 영국의 일방적인 위임통치 중단과 3년간 이어진 제1차 중동전쟁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독일이 유대인을 학살한 홀로코스트(The Holocaust)의 와중에서도 중동 국가의 반발을 우려한 영국이 주저했기 때문이다.

건국 이후 강력한 이주정책과 점령지 확대는 2000년 이상 이 지역에서 터전을 일구며 살던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주변국인 이집트, 시리아, 요르단, 이란 등은 친팔레스타인 정책을 펼치며 이스라엘과 4차례에 걸친 대규모 전쟁을 감행했다. 양측의 피해가 엄청났지만 생존을 위한 투쟁은 지속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분쟁의 씨를 제거하기 위한 팔레스타인 정책에 대한 변화를 추진했다.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가자·서안·예리코의 차지권을 갖고 5년내 자치 정부를 수립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1995년 이스라엘 이츠하크 라빈(Yitzhak Rabin) 총리가 극우 청년에 의해 암살되고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인 하마스(Hamas)가 자살폭탄 공격을 감행하자 오슬로 협정은 유명무실해졌다.

급기야 2023년 10월7일 하마스는 이스라엘 정착촌을 전면적으로 기습 공격했다. 이스라엘인과 외국인 등 약 150여 명에 달하는 인질을 확보한 후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의 석방을 요구했다.

이스라엘은 전투기, 탱크, 미사일 등 압도적인 무력으로 하마스 궤멜을 공언하며 타격을 가했다. 특히 가자지구(Gaza strip)는 전쟁의 한복판으로 전락해 230만 명에 달하는 주민의 평온한 삶은 무너졌다.

하마스의 인질 작전은 국제적 비난을 받았을 뿐 아니라 가자지구 자체를 초토화하려는 이스라엘의 무력 공격을 가중시켰다. 소총과 로켓으로 무장한 하마스가 세계 최고 수준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이스라엘 정규군에 맞선다는 것은 무리한 발상이었다.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중재와 내부의 악화되는 여론에도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난민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인질을 볼모로 잡고 무리한 요구를 관철하려는 하마스에 대한 국제 여론이 더 나빴기 때문이다.

2025년 10월 하마스가 남은 인질 20명을 석방하며 인질 사태는 공식적으로 종료됐다. 하지만 인질의 열악한 억류생활과 사망자의 시신 송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스라엘의 분노를 잠재우지 못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기회에 하마스를 완전히 없애고 가자 지구에 대한 통치를 강화하겠다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하마스에게는 보유하고 있는 모든 무기를 반납하고 백기 투항하라는 경고를 내놓았다.

하마스의 입장에서도 군사적 대결 자체가 불가능해 무장을 해제하기도 그렇다고 게릴라전을 지속하기도 난처한 상황에 처해졌다. 그렇다고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적 비난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전쟁에서 인질은 '양날의 칼'과 같다. 각종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기 좋은 도구이지만 인권에 대한 논란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특히 민간인을 인질로 잡을 경우에는 국제적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 국가정보기관의 이해 - 활동영역과 개혁과제 표지 by 민진규 [출처=엠아이앤뉴스]

◇ 2007년 8월 29일 작성한 칼럼 소개... 아프가니스탄 인질사태로 드러난 국제외교력 난맥상

2007년 7월 27일 현재 아프가니스탄에 우리 국민 20여 명이 인질로 잡혀있다. 누구의 잘못이든 간에 그들의 생명이 경각에 달린 안타까운 상황이 지속되며 답답한 마음 감출 길이 없다.

국내 언론은 서방 언론에서 제공하는 뉴스를 여과 없이 전달하는 데 급급하고 정부도 특별한 대책 없이 우왕좌왕(右往左往)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허둥대니 한심할 따름이다.

종교계에서도 종파나 종교에 따라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다. 이런 작금의 사태를 보면서 대한민국의 문제점과 바람직한 토론 방향에 대해 살펴보자.

첫째, 정부기관의 무능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국의 국민이 외국에서 반정부 무장단체에 억류돼 있는데 상황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국방부, 정보기관에 아랍어를 말하고 아랍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도 부족하고 당연하게 전문가도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외교관이나 관료도 근무나 생활하기 좋거나 고위직과 자주 만날 기회가 생겨 출세하기 유리한 미국이나 일본, 유럽을 근무지로 선호한다. 자연스럽게 이들 국가의 언어와 문화에만 익숙한 실정이다.

얼마 전에 일어난 나이지리아의 근로자 피랍사건, 소말리아 근해에서 납치된 원양어선 사건, 현재도 억류되어 있는 피랍자 등에서 한국의 정부 기관과 정보기관이 보여준 실력은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또한 아프가니스탄을 위험지역으로 판단했다면 방문하려는 국민을 강제로 막았어야 했다. 현지 공관에서도 선교 일행이 위험지역으로 방문하는 것 자체를 관리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둘째, 사회의 지도자와 국민의 잘못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아무런 객관적 근거도 없이 전문가와 지도자로 자처하는 사람은 무수히 많다. 어떤 사회 문제에 대해서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사람은 많지만 확실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번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도 정부가 ‘위험지역’으로 국민의 여행이나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그렇게 요청했는데도 특정 종교단체가 ‘막무가내’식으로 정부의 요청을 묵살하고 해당 지역에서 활동해 피납의 원인을 제공했다.

종교 목적의 선교와 봉사활동이 국가이익보다도 얼마나 더 중요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일로 국가의 대외정책 수립과 국제 사회에서 대한민국의 활동에 제약이 발생했으므로 용납하기 어렵다.

개개인의 목숨과 인권도 보호받아야 하지만 이들로 침해 및 제약당하는 ‘국가이익’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해당 종교의 지도자들이 인식해야 한다. 국가관조차 제대로 정립하지 못했다면 종교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다.

셋째, 전문성도 없는 정치인이나 언론이 제안하는 ‘중구난방(衆口難防)’식의 해결책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아프가니스탄의 정치 상황, 이슬람의 문화, 탈레반의 정체와 정책,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실정,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국가의 이해관계 등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갖지 못한 민간인이나 언론인이 인기영합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서구의 언론이 전해주는 상황과 인식이 모두 옳다고 여겨서는 더욱 안 된다. 해당 지역에 대한 전문지식도 없는 사람이 좁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갖고 무책임한 대안을 제시해 현실을 호도하는 것도 문제가 많다.

탈레반은 서방세계에는 무자비하고 난폭한 반정부세력으로 비칠지 모르지만 현지인과 주변국의 정부는 다른 관점에서 볼 수도 있다는 점도 잊지 않아야 한다.

넷째, 국제정치적 위기 상황이 심상치 않으므로 정부 차원에서 비상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남미에 있는 다수 국가가 미국의 독주와 정치간섭에 반기를 들고 있으며 이란과 북한의 핵 프로그램, 미국 주도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전쟁, 아프리카 국가의 내전 등 정치적인 불안 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어느 지역 하나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정치적 불안정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복잡한 국제 혼란 속에서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와 국가이익을 보호할 방안이 무엇인지 종합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가 단순히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서방국가나 우호국의 정책을 무조건 따라가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모든 국가가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며 편향적인 정책을 펼친다는 점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를 잘 해결한다고 해도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재발할 확률은 아주 높다. 개인이나 정부도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지혜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인은 이런 큰 사건도 며칠 지나면 전부 잊어버린다. 관료로 구성된 정부도 마찬가지다. 특정 사건이 일어나면 수많은 전문가가 나와서 한 마디씩 떠들고 정부는 수많은 대책을 내놓는다.

그러나 국민의 관심이 사라지거나 다른 큰 사건이 일어나면 유야무야(有耶無耶)된다. 분명 이번 사건도 어떤 형태로든지 해결되면 비슷한 양상이 발생하리라 생각한다.

이런 방식으로 역사가 반복되면 국가의 발전은 없다. 대한민국 정부가 정신 차려야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정치지도자나 정부 관료의 인식이 변했다는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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