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ESG 경영 평가] 35. 알고도 당한 ‘요소수 대란’… 해외시장 이슈 늑장대응 탓
코로나19 이후 무역사기 기승… 적극 개입 필요
김백건 기자
2022-04-20
코로나19 이후 무역사기 기승… 적극 개입 필요
‘무늬만 정규직’ 무기계약직 사회적 차별 해결해야
연락두절·행불 ‘K-MOVE’ 취업자 부실관리 논란

2019년 12월부터 시작된 중국의 코로나19 팬데믹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진행 중이다. 중국 정부는 초기부터 환자가 발생한 지역을 철저하게 봉쇄하는 정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는 올해 개최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이어졌고, 급기야 3월 28일부터 경제수도인 상하이마저 봉쇄됐다.

오미크론 확산세가 이어지며 저장성·장쑤성도 부문적으로 통제가 시작됐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멈춰서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됐고, 전 세계는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큰 타격을 받았다. 한국 정부가 피해기업을 구제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지만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현황을 진단하기 위해 홈페이지, 스카이데일리·국가정보전략연구소 데이터베이스(DB), 국정감사·감사원 자료, 각종 제보 등을 참조했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며 개발된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을 적용해 신보의 ESG 경영 현황을 진단해봤다.

◇자회사에 비전문 낙하산 인사 임명 논란… 홈페이지에 ESG 경영 관련 내용 전무

2018년 국정감사에서 코트라 내 국가투자유치기관인 인베스트코리아의 대표에 비전문 낙하산 인사가 임명됐다는 논란이 일었다.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업무임에도 일반 유통업체의 경력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대학 관련 업무 경험도 인베스트코리아의 설립 목적인 외국 기업의 국내 진출 지원과 연관성이 낮다.

2020년 국감에서 코트라의 해외무역관이 운용하는 관용차 116대 중 외제차가 23대로 20%인 것으로 드러났다. 관용차 운용지침은 원칙적으로 국산차량을 구입해야 하며 구매가 어렵거나 안전상 문제가 있는 경우에만 예외를 인정한다. 외제차를 구입한 무역관은 광저우·난징·상하이·멜버른·뉴델리·아테네 등 대도시로 국산차량을 구입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코트라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 8월까지 지난 5년간 국내 기업을 상대로 발생한 무역사기 사건은 626건이며 피해 추정액은 372억원에 달한다. 해외무역관에 접수된 사건만 파악한 수치로 코로나19로 현지 출장·확인이 아닌 비대면 계약이 늘어난 것이 주요인이다. 1위는 중국 80건으로 12.7%였다. 상위 10개국이 310건 전체의 49.5%를 점유했다.

2021년 전사적 ESG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개최했고 ESG 경영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ESG 경영 3대 추진 방향은 △전사적 ESG 실행으로 지속가능경영 구현 △글로벌 ESG 이슈 대응 지원 △ESG 경영 통합 추진 체계 마련이다. 전체 직원이 ESG 경영을 실천하는데 동참하도록 사내에서 친환경 실천 서약, 탄소포인트제 가입, 메타버스 코트라 ESG 실천관 운영 등 다양한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ESG 경영과 관련한 직접적인 내용은 없었다. 개발협력 사업 부문에서 글로벌 ESG + 사업 지원 시 사업 내용과 방식, 지원 대상을 구분해 지원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해외시장의 ESG 활동 동향과 정보 등에 대한 보고서는 최근까지 업로드됐다.

2020년 부채는 1369억원이며 자본금은 550억원이다. 2020년 매출액은 4644억4800만원이며 당기순이익은 63억원에 불과해 현 경영실적이 유지된다면 부채상환에 21년이 소요된다. 2021년 국내 무역은 수출 6444억달러에 수입 6159억달러로 무역흑자 293억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입 규모가 확대되면서 다양한 지원활동이 필요해 예산증액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지난해 요소수 사태 예측 실패… 해외 근무 직원 피해예방 조치 강구

2020년 1인당 평균 보수액을 보면 정규직은 9745만원인데 무기계약직은 3976만원으로 정규직의 40.80% 수준이었다. 금융공기업의 비정규직 급여가 정규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비난은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코트라도 차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21년 국회 산업통상자원벤처중소기업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코트라는 요소수 공급 부족 사태를 10월초에 인지했다고 답변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코트라로부터 보고를 받은 10월 22일부터 11월 8일까지 약 20일간의 골든타임을 놓친 점으로 드러났다. 관련 기관 간 원활한 의사소통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체 산업에 대한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전문인력의 배치도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2017년 국감에서 코트라 해외 취업 지원 사업인 케이무브(K-MOVE)로 해외로 나간 1222명 중 173명이 연락두절·행방불명 상태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코트라는 173명의 소재를 모두 파악했다고 주장했으나 19명은 40여일이 지나도 직접 확인은 불가능했다. 2001년 9·11테러 발발 이후 해외에서 다양한 유형의 테러가 발생해 파견 인력의 안전은 중요한 이슈임에도 체계적인 관리가 되지 않은 셈이다.

2016년 국감에서 2006년에서 2016년 8월까지 10년 동안 해외에 근무하는 직원의 피해는 총 15건으로 집계됐다. 피해 유형은 무역관·주거침입·도난이 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로 무장강도 6건, 피랍·신변 위협 2건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중남미 6건 △중동 4건 △아프리카 3건 등이다. 중남미에서 사고가 많았음에도 방탄차량·안전비품 등 지원은 중동에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2021년 인도네시아 동부 자바섬 내의 국제·현지 학교 11곳에 ESG 학습 교재를 기증했다. 글로벌 프로젝트인 ‘지구학교(Earth School)’를 운영하기 위해 청소년 대상 교육 영상 9편과 교재 2권을 제작했다. 11개의 학교가 교재를 채택했다.

인권·윤리경영은 각각의 헌장이 게시됐으며 윤리경영체계와 내부·외부 실적 평가, 클린신고포털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윤리경영은 2019년과 2020년까지 실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속가능경영은 헌장이나 규범은 없었으며 경영체계는 제시하고 있다. 2019년까지만 지속가능경영 성과 보고서를 발간했다.

◇친환경 국제표준인증 취득 추진… 친환경자동차 의무 구매 조치 무시

2021년부터 ESG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사내에 일회용 컵 사용을 중단했다. 연간 탄소 배출량 4.16톤, 물 사용량 7571톤을 각각 줄일 수 있으며 나무 1514그루를 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말까지 친환경 국제표준인증(ISO 14001) 취득을 추진하고, 한국형 RE100(K-RE100·재생에너지 100%) 가입을 통해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원으로 전력을 100% 충당할 계획이다.

2021년 국감에서 해외무역관의 내연기관 차량 구매가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동년 9월 기준 코트라 해외무역관 관용차 115대 중 친환경차는 12대로 10.43%를 점유했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구매 차량에서 친환경차는 15.38%에 불과했다. 정부가 2016년부터 공공기관의 친환경자동차 의무 구매를 강조했음에도 무시한 처사다.

코트라가 2021년 일본 도쿄에서 진행한 ‘한일 그린카 쇼케이스’에 국내 기업 21개사와 일본 주요 바이어 50여개사가 참가했다. 국내 친환경 모빌리티 부품 기업의 일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다. 온라인 상담회, 샘플 전시, 세미나 등이 진행됐다. 일본 정부 또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2050년까지 친환경 자동차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어 수요 확대가 전망된다.


▲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의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 평가 결과


◇분석능력 갖춘 정보전문가 채용 요망… 관광안내소라는 비판 타파 노력

부존자원이 부족한 한국은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추진해 성공했다. 1962년 수출액 1억달러를 넘어섰고 2011년 5000억달러를 달성했다. 거버넌스(Governance·지배구조)는 수출 강국을 이룩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퇴직 관료·정치인의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반영했다.

사회(Social)는 거버넌스보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비정규직의 차별 해소, 단순 어학전문가가 아닌 종합적인 정보분석 능력을 갖춘 전문가의 채용, 해외 파견 직원의 안전 확보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해외무역관이 유력 정치인이나 고위 공무원의 관광 안내소에 불과하다는 비난도 타파해야 한다.

환경(Environment)은 서비스기관으로 현안 이슈가 적은 편이다. 일회용 컵을 퇴출시키고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100% 충당하겠다는 구상은 좋다. 국내 친환경 모빌리티 기업의 일본 진출 지원도 긍정적인 평가요인에 속한다.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정부·기업·기관·단체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협력해 개발한 모델이다. 팔기는 주역의 기본 8괘를 상징하는 깃발, 생태계는 기업이 살아 숨 쉬는 환경을 의미한다. 주역은 자연의 이치로 화합된 우주의 삼라만상을 해석하므로 기업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데 유용하다.


▲ 김백건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출처=i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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