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K-안전운동] 34. 노인요양병원의 안전진단... 고려장이라는 불신을 해소해야, 환자와 병원이 만족할 해결책 찾는 것이 급선무
노인인구 늘어나면서 요양병원도 급증하지만 안전은 소홀... 노인보다 병원 관계자가 방어능력을 키워야 안전해
한국에서도 의료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노인들이 장수해 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자식세대의 부담도 점점 커지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부모들은 노후에 대한 아무런 준비도 없이 나이가 들었고, 생명은 길어진 대신에 의료비도 많이 필요하다.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자식이 부모가 죽을 때까지 봉양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효(孝) 사상도 점점 빛이 바래고 있다.
고려장은 고려 시대 나이든 부모를 산에다 버려 죽음을 맞이하게 하는 풍습을 말한다. 노인요양병원을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웰다잉(well-dying)이라고 자신의 집에서 가족들에 둘러 쌓여 품위 있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은데 현실은 대부분 요양병원에서 쓸쓸하게 죽기 때문이다.
노인요양병원의 안전을 평가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K-Safety 진단모델’을 적용해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 K-Safety 진단 모델로 노인요양병원 종합평가 결과 [출처=iNIS]
◇ 노인인구 늘어나면서 요양병원도 급증하지만 안전은 소홀
유엔(UN)의 기준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으면 초고령화 사회라고 부른다. 한국도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중이다.
필자의 주변에도 90세를 넘어 100세를 바라보는 부모님을 둔 지인들이 적지 않은 편이다. 어릴 때 기억에 비춰보면 시골에서 60세까지만 살아도 환갑잔치를 벌이고 장수를 축하했는데, 지금은 70살도 청춘이라고 말한다.
2018년 기준 요양병원은 1,571개로 2008년 714개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노인복지시설도 2008년 3,072개에 불과했지만 2018년 5,677개로 늘어났다. 노인인구가 늘어나고, 바쁜 자식들이 가정에서 부모를 돌보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노인요양병원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 11월 경북 포항 인덕요인요양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10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당했다. 화재의 원인은 전기합선으로 드러났다.
2014년 5월 전남 장성 효사랑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환자와 간호사 등 21명이 목숨을 잃었다. 80대 치매노인이 방화를 저질렀지만 스프링쿨러는 아예 설치돼 있지 않았다.
2018년 1월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46명이 사망하고 109명이 부상을 입었다. 피해자 대다수는 응급실에 입원해 있었으며 소방설비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 건물도 불법으로 증축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9월 김포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사망하고 47명이 부상당했다. 보일러실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화재 진압을 위해 설치한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
요양병원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치명적인 화재뿐만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대, 낙상사고 등도 포함된다. 2019년 8월 우울증을 앓고 있던 요양병원 70대 환자가 투신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간병인이 24시간 상주해 간호한다는 광고를 믿었다는 가족은 분통을 터뜨렸다. 관계기관이나 요양병원은 유사한 사고가 빈발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 소외된 노인들이 입원해 관계기관의 관리감독도 허술해
사고발생 가능성 평가 한국전기안전공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요양병원 화재안전점검 결과 대상 2837곳 중에서 192곳인 15%가 1차에 불합격판정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병원은 시설 개∙보수를 진행한 이후 2차 전기안전검사는 통과했다. 2년마다 1회씩 하는 전기안전점검으로 합선, 과부화 등과 같은 전기화재 위험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저렴한 토지를 찾아서 산골이나 외곽에 지어진 요양병원은 화재나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소방서와 너무 멀리 떨어져 비상출동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는 수준의 도로를 확보하지 못한 요양원도 있는 실정이다.
2019년 6월 경기도 광주와 양주시에 위치한 요양병원에서 60대 노인 3명이 추락해 사망했다. 이들은 5층 이상의 고층에서 창문을 통해 떨어졌다. 2019년 8월 울산 동구에 위치한 요양병원 5층에서 환자가 추락해 사망했다. 추락방지를 위해 창살을 설치할 수도 있지만 화재가 발생할 경우에 탈출을 불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창살 설치를 강제하기 어렵다.
일본의 요양병원은 치매환자들의 낙상사고나 폭행사고를 막기 위해 환자를 결박하는 등 신체구속을 폐지했다. 처음에는 환자들을 통제하기 어려웠지만 차츰 환자들의 공격성이 줄어들고 간호사들과 관계도 좋아져 안전사고는 늘어나지 않았다. 인간에 대한 존중을 기본 철학으로 무장한 ‘휴머니튜드’로 프랑스 치매전문가인 이브 지네스트가 개발한 치료방법이다.
노인요양병원은 수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하기 때문에 스프링쿨러, 소화기 등 소방설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입원환자의 추락을 방지할 수 있는 창살도 설치하지 않는다. 병원의 근무자들도 안전 불감증이 만연한 상황이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기초적인 안전장비도 갖추지 않고 대피시설이나 비상 시 환자들의 대피를 도울 수 있는 인력도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노인은 성인이고 많은 인생경험을 쌓았지만 신체적이나 정신적으로 어린아이와 매우 유사하다. 의사나 간호사의 관심이 소홀해지면 안전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
노인요양병원은 수익을 쫓아 안전시설에 대한 투자를 적게 하는 편이다. 소외된 노인들이 입원하는 곳이라는 이유로 관계기관의 관리감독도 허술해 안전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이상한 수준이다.
◇ 노인보다 병원 관계자가 방어능력을 키워야 안전해
사고 방어능력 평가 2019년 10월 제19호 태풍 ‘하기비스’가 일본을 강타했을 때 사이타마현에 위치한 노인요양시설은 불어난 물에 침수됐다. 환자와 직원 등 120명의 목숨이 풍전등화에 처했지만 모두 무사하게 대피했다.
정전이 발생해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았지만 고령자를 휠체어나 침대에 눕힌 채 침착하게 건물 옥상으로 옮겼다. 평상 시 피난 매뉴얼을 작성해 수해대피 훈련을 진행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긴급 상황에 대피할 수 있도록 옆에 3층짜리 건물도 새로 건축했다.
노인요양병원이든 어떤 병원이든 철저한 예방노력만이 화재사고를 막을 수 있다. 보일러실, 전기배선, 전기기구 등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시설에 대한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 요양병원은 환자의 대부분의 고령이고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하면 대피가 어렵다. 따라서 평상 시 화재대피 훈련을 반복해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화재 대피훈련은 화재로 인해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못할 경우도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계단으로 대피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창문이나 옥상을 통한 대피방안도 수립해 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방안전교육은 병원관계자뿐만 아니라 노인들에게도 실시해야 한다. 연기가 발생할 때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연기를 흡입하지 않도록 수건이나 옷가지로 코를 막는 것도 연기로 인한 질식사를 줄이는 방법이다.
◇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도 가족에게는 소중한 사람
자산손실의 심각성 평가 2018년 기준지난 10년 동안 노인요양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로 74명이 사망했지만 노인요양병원의 안전은 개선되지 않았다. 의료법상요양병원 입원 대상자는 노인성 질환자, 만성질환자, 외과적 수술 또는 상해 후 회복기간에 있는 환자 등이다.
노인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환자 대부분은 자력으로 탈출하는 것이 불가능해 관리자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생명을 잃게 된다. 2019년 9월 발생한 김포 요양병원 화재도 21분만에 진화됐지만 2명이 사망하고 47명이 부상을 당했다. 환자들은 화재로 인한 불과 연기가 입원실로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도 탈출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굴리는 상황에 처해졌다.
노인요양병원에서 안전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해도 병원 관계자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미 나이가 든 노인들이고, 요양병원 자체가 죽음을 맞이하는 곳이라는 인식도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었든, 질병으로 아프든 노인환자 모두가 가족들에게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청, 소방방재청, 병원 등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언젠가는 자신도 요양병원에 입원해 죽음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고 요양병원의 안전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치인들도 노인들을 위한 사회복지 인프라가 확충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 모든 이해관계자가 지혜를 모아 열악한 환경 개선해야
안전 위험도 평가 노인요양병원의 안전은 낙후된 시설과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사고발생 가능성은 높지만 입원해 있는 환자들은 거동이 불편하고 침대에 결박돼 사고방어능력은 매우 취약하다. 사소한 안전사고에도 사망이나 중상에 이를 정도로 자산손실의 위험도 높아 안전위험은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
노인요양병원의 안전위험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Severe : 심각한 수준의 위험’으로 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소방방재청, 병원, 환자, 보호자 등이 빨리 대응책을 강구하거나 부실문제를 보완해야 한다. 노인복지전문가들은 100세 시대를 맞이해 오래 사는 것도 좋지만 건강하고 안전하게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필자도 지인의 부모나 친척들이 입원한 노인요양병원을 방문한 경험이 적지 않다. 노인요양병원의 열악한 입원환경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었지만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인지 크게 고민을 해보지 않았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병원도 이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항변, 의료기관의 사회적 책임이 우선이라는 주장,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병원비도 큰 부담이라는 보호자의 인식 등을 잘 감안해 모든 이해관계자가 슬기로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 계속 –
고려장은 고려 시대 나이든 부모를 산에다 버려 죽음을 맞이하게 하는 풍습을 말한다. 노인요양병원을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웰다잉(well-dying)이라고 자신의 집에서 가족들에 둘러 쌓여 품위 있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은데 현실은 대부분 요양병원에서 쓸쓸하게 죽기 때문이다.
노인요양병원의 안전을 평가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K-Safety 진단모델’을 적용해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 K-Safety 진단 모델로 노인요양병원 종합평가 결과 [출처=iNIS]
◇ 노인인구 늘어나면서 요양병원도 급증하지만 안전은 소홀
유엔(UN)의 기준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으면 초고령화 사회라고 부른다. 한국도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중이다.
필자의 주변에도 90세를 넘어 100세를 바라보는 부모님을 둔 지인들이 적지 않은 편이다. 어릴 때 기억에 비춰보면 시골에서 60세까지만 살아도 환갑잔치를 벌이고 장수를 축하했는데, 지금은 70살도 청춘이라고 말한다.
2018년 기준 요양병원은 1,571개로 2008년 714개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노인복지시설도 2008년 3,072개에 불과했지만 2018년 5,677개로 늘어났다. 노인인구가 늘어나고, 바쁜 자식들이 가정에서 부모를 돌보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노인요양병원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 11월 경북 포항 인덕요인요양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10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당했다. 화재의 원인은 전기합선으로 드러났다.
2014년 5월 전남 장성 효사랑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환자와 간호사 등 21명이 목숨을 잃었다. 80대 치매노인이 방화를 저질렀지만 스프링쿨러는 아예 설치돼 있지 않았다.
2018년 1월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46명이 사망하고 109명이 부상을 입었다. 피해자 대다수는 응급실에 입원해 있었으며 소방설비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 건물도 불법으로 증축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9월 김포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사망하고 47명이 부상당했다. 보일러실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화재 진압을 위해 설치한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
요양병원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치명적인 화재뿐만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대, 낙상사고 등도 포함된다. 2019년 8월 우울증을 앓고 있던 요양병원 70대 환자가 투신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간병인이 24시간 상주해 간호한다는 광고를 믿었다는 가족은 분통을 터뜨렸다. 관계기관이나 요양병원은 유사한 사고가 빈발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 소외된 노인들이 입원해 관계기관의 관리감독도 허술해
사고발생 가능성 평가 한국전기안전공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요양병원 화재안전점검 결과 대상 2837곳 중에서 192곳인 15%가 1차에 불합격판정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병원은 시설 개∙보수를 진행한 이후 2차 전기안전검사는 통과했다. 2년마다 1회씩 하는 전기안전점검으로 합선, 과부화 등과 같은 전기화재 위험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저렴한 토지를 찾아서 산골이나 외곽에 지어진 요양병원은 화재나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소방서와 너무 멀리 떨어져 비상출동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는 수준의 도로를 확보하지 못한 요양원도 있는 실정이다.
2019년 6월 경기도 광주와 양주시에 위치한 요양병원에서 60대 노인 3명이 추락해 사망했다. 이들은 5층 이상의 고층에서 창문을 통해 떨어졌다. 2019년 8월 울산 동구에 위치한 요양병원 5층에서 환자가 추락해 사망했다. 추락방지를 위해 창살을 설치할 수도 있지만 화재가 발생할 경우에 탈출을 불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창살 설치를 강제하기 어렵다.
일본의 요양병원은 치매환자들의 낙상사고나 폭행사고를 막기 위해 환자를 결박하는 등 신체구속을 폐지했다. 처음에는 환자들을 통제하기 어려웠지만 차츰 환자들의 공격성이 줄어들고 간호사들과 관계도 좋아져 안전사고는 늘어나지 않았다. 인간에 대한 존중을 기본 철학으로 무장한 ‘휴머니튜드’로 프랑스 치매전문가인 이브 지네스트가 개발한 치료방법이다.
노인요양병원은 수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하기 때문에 스프링쿨러, 소화기 등 소방설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입원환자의 추락을 방지할 수 있는 창살도 설치하지 않는다. 병원의 근무자들도 안전 불감증이 만연한 상황이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기초적인 안전장비도 갖추지 않고 대피시설이나 비상 시 환자들의 대피를 도울 수 있는 인력도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노인은 성인이고 많은 인생경험을 쌓았지만 신체적이나 정신적으로 어린아이와 매우 유사하다. 의사나 간호사의 관심이 소홀해지면 안전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
노인요양병원은 수익을 쫓아 안전시설에 대한 투자를 적게 하는 편이다. 소외된 노인들이 입원하는 곳이라는 이유로 관계기관의 관리감독도 허술해 안전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이상한 수준이다.
◇ 노인보다 병원 관계자가 방어능력을 키워야 안전해
사고 방어능력 평가 2019년 10월 제19호 태풍 ‘하기비스’가 일본을 강타했을 때 사이타마현에 위치한 노인요양시설은 불어난 물에 침수됐다. 환자와 직원 등 120명의 목숨이 풍전등화에 처했지만 모두 무사하게 대피했다.
정전이 발생해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았지만 고령자를 휠체어나 침대에 눕힌 채 침착하게 건물 옥상으로 옮겼다. 평상 시 피난 매뉴얼을 작성해 수해대피 훈련을 진행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긴급 상황에 대피할 수 있도록 옆에 3층짜리 건물도 새로 건축했다.
노인요양병원이든 어떤 병원이든 철저한 예방노력만이 화재사고를 막을 수 있다. 보일러실, 전기배선, 전기기구 등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시설에 대한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 요양병원은 환자의 대부분의 고령이고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하면 대피가 어렵다. 따라서 평상 시 화재대피 훈련을 반복해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화재 대피훈련은 화재로 인해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못할 경우도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계단으로 대피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창문이나 옥상을 통한 대피방안도 수립해 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방안전교육은 병원관계자뿐만 아니라 노인들에게도 실시해야 한다. 연기가 발생할 때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연기를 흡입하지 않도록 수건이나 옷가지로 코를 막는 것도 연기로 인한 질식사를 줄이는 방법이다.
◇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도 가족에게는 소중한 사람
자산손실의 심각성 평가 2018년 기준지난 10년 동안 노인요양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로 74명이 사망했지만 노인요양병원의 안전은 개선되지 않았다. 의료법상요양병원 입원 대상자는 노인성 질환자, 만성질환자, 외과적 수술 또는 상해 후 회복기간에 있는 환자 등이다.
노인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환자 대부분은 자력으로 탈출하는 것이 불가능해 관리자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생명을 잃게 된다. 2019년 9월 발생한 김포 요양병원 화재도 21분만에 진화됐지만 2명이 사망하고 47명이 부상을 당했다. 환자들은 화재로 인한 불과 연기가 입원실로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도 탈출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굴리는 상황에 처해졌다.
노인요양병원에서 안전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해도 병원 관계자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미 나이가 든 노인들이고, 요양병원 자체가 죽음을 맞이하는 곳이라는 인식도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었든, 질병으로 아프든 노인환자 모두가 가족들에게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청, 소방방재청, 병원 등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언젠가는 자신도 요양병원에 입원해 죽음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고 요양병원의 안전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치인들도 노인들을 위한 사회복지 인프라가 확충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 모든 이해관계자가 지혜를 모아 열악한 환경 개선해야
안전 위험도 평가 노인요양병원의 안전은 낙후된 시설과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사고발생 가능성은 높지만 입원해 있는 환자들은 거동이 불편하고 침대에 결박돼 사고방어능력은 매우 취약하다. 사소한 안전사고에도 사망이나 중상에 이를 정도로 자산손실의 위험도 높아 안전위험은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
노인요양병원의 안전위험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Severe : 심각한 수준의 위험’으로 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소방방재청, 병원, 환자, 보호자 등이 빨리 대응책을 강구하거나 부실문제를 보완해야 한다. 노인복지전문가들은 100세 시대를 맞이해 오래 사는 것도 좋지만 건강하고 안전하게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필자도 지인의 부모나 친척들이 입원한 노인요양병원을 방문한 경험이 적지 않다. 노인요양병원의 열악한 입원환경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었지만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인지 크게 고민을 해보지 않았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병원도 이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항변, 의료기관의 사회적 책임이 우선이라는 주장,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병원비도 큰 부담이라는 보호자의 인식 등을 잘 감안해 모든 이해관계자가 슬기로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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