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K-안전운동] 27. 전기자동차의 안전진단... 자동차 동력원인 배터리가 충격과 화재에 취약해
움직이는 시한폭탄이라 언제·어떤 사고가 발생할지 예측 어려워... 열폭주 현상 등으로 탑승자가 탈출하기 어려워 사망 사고 증가
민진규 대기자
2019-10-01
2023년 9월 기준 세계 최고 전기자동차(Electronic Vehicle) 제조업체는 미국의 테슬라(Tesla)다. 2003년 전기자동차를 대중화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로 설립됐다. 2008년 첫 제품을 발표한 이후 뛰어난 기술력과 홍보를 바탕으로 자동차 시장의 새역사를 쓰고 있다. 

첫 번째 전기자동차는 1995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이 개발한 ‘EV1’였다. 캘리포니아주가 1990년 자동차 제조업체에 무공해차 판매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자 개발을 시작해 성공했다. 

하지만 충전소 보급의 어려움, 충전기의 표준화 난항, 석유업체의 반발 등 다양한 이유로 2002년 판매가 중단됐다. 일부 음모론자들은 에너지업계의 지각변동을 두려워한 기득권의 카르텔을 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EV1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 필적할 정도의 높은 성능을 달성했음에도 시장에서 퇴출된 비운의 전기차로 기록됐다. GM이 보다 적극적으로 전기차 판매 마케팅을 진행했다면 현재 세계 최대 및 최고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는 없었을 것이다. 

GM, 포드(Ford), 크라이슬러(Chrysler)와 같은 미국의 자동차제조업체와 마찬가지로 독일의 메르세르데스 벤츠(Mercedes-Benz), BMW(Bayerische Motoren Werke AG), 폭스바겐(Volkswagen), 일본의 도요타자동차(Toyota Motor), 혼다자동차(Honda, Motor) 닛산자동차(Nissan Motor) 등도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 테슬라가 주도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판도가 바뀔 여지는 충분하다. 아직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전기차의 비중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친환경적인 전기차의 안전을 평가하기 위해 ‘K-안전모델’을 적용해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 K-안전모델로 평가한 전기차 [출처=iNIS]
 

◇ 자동차 동력원인 배터리가 충격과 화재에 취약해

전기자동차는 ‘전기를 동력으로 운행하는 자동차’로 내연기관 대신 전기모터를 장착한다. 전기자동차는 크게 배터리 전기차(Battery Electric Vehicle)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로 구분된다. 

전자는 순수하게 차량에 장착된 배터리로부터 전력을 공급받는다. 이에 반해 후자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동시에 갖춰 주행상황에 따라 배터리 혹은 내연기관을 작동시킨다. 저속으로 주행할 때는 배터리를 활용하고 일정 속도 이상으로 달릴 때만 내연기관이 움직인다. 

순수전기차는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아 가장 친환경적이지만 충전시설 확보와 충전시간 단축이라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충전소를 설치하는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와 충전설비 표준화도 넘어야 할 산이다. 

전기차는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일반 자동차보다 더 위험하다. 내연기관 대신에 장착된 모터에 동력을 제공하기 위해 배터리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배터리 폭발로 초래된 화재는 현재 소방설비로는 진화 자체가 불가능하다. 

2022년 2월 노르웨이 국적의 펠리시티 에이스(Felicity Ace)호가 독일 폭스바겐 공장에서 미국으로 자동차를 수송하던 중 화재로 총 3965대의 차량을 잃었다. 불은 전기차 배터리에서 시작했으며 특수 장비를 동원해 진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2023년 7월 25일 네덜란드 해상을 통과하던 자동차운반선 프리맨틀 하이웨이(Fremantle Highway)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전기차 25대를 포함해 총 2857대의 자동차를 운반 중이었다.

전기차에 탑재된 리튬이온배터리가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선원들은 화재를 진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불가항력으로 선박을 탈출할 수밖에 없었다. 

전기차는 배터리의 충전, 주차, 주행 등의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먼저 충전하면서 화재가 일어나는 원인을 알아보자. 리튬이온 배터리는 충전하면 전류가 들어가며 배터리 내부에 가스가 찬다.

가스로 배터리가 부풀려지는 것을 스웰링(swelling) 현상이라고 말한다. 이 현상이 심해지면 전해질이 외부로 흘러나와 폭발하거나 화재를 일으킨다. 

운행을 종료하고 주차된 차량에서도 전기, 기계, 화학적 요인으로 화재가 일어날 수 있다. 차량이 도로를 주행하는 중에도 갑자기 화재가 일어나기도 한다. 다른 차량이나 방호벽과 부딪혀 외부의 충격이 가해져도 화재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 움직이는 시한폭탄이라 언제·어떤 사고가 발생할지 예측 어려워

사고 발생 가능성 평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누적 판대 대수는 2018년 5만5000대에서 2022년 38만9000대로 급증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를 420만대 보급할 계획이다. 전기자차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사고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전기차 사고는 급발진, 화재, 폭발 등이 대표적인 유형이다. 먼저 급발진은 전기차의 성능이 대폭 개선된 것이 주요인이다. 일반 도심의 운행 환경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테슬라가 영업전략으로 고성능 전기차의 개발 경쟁을 시작했다. 

판매되고 있는 전기차 대부분은 제로백(zero+百)이 5초에 불과할 정도로 초반 가속력이 좋은 전기차는 이른바 풀악셀 시에는 순간적으로 급가속돼 통제 불능상태가 된다. 기존 4기통 차량은 악셀을 해도 제로백까지 약 10초 이상 걸린다. 제로백은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에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테슬라는 제로백에 걸리는 시간이 2.1초로 다른 경쟁업체가 따라 오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짧다.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만 하더라도 기존 4기통 자동차보다 가속력이 좋으며 제로백까지 3.4초밖에 필요하지 않다. 

한국에서 전기차는 택시로 많이 운행되며 택시 운전사 중 60대 이상 고령자의 비중이 높다. 60대 이상의 고령자층은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 익숙해져 차량 출발 시 엑셀레이터를 끝까지 밟는 것이 습관으로 배여 있다. 급가속 사고가 많이 나는 이유이며 고령자가 기존 운전 습관을 바꾸기 어려운 점도 사고율을 높인다. 

전기차가 급가속돼 발진하면 고령의 운전자는 G(중력) 쇼크를 받아 뇌가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 고속으로 기동하는 전투기 조종사가 압박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일부 운전자는 급가속 시 당황해 브레이크 대신에 엑셀을 밟아 사고 규모를 키운다. 

한국의 일반 소비자가 전기차 구입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가 차량 화재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8~2022년 5년간 화재, 폭발에 의한 전기차 자차 담보 사고 건수는 29건으로 집계됐다. 1만대당 0.78대로 내연기관 비율인 0.90보다 높다. 

전기차가 다른 차량, 가로수, 옹벽 등과 충돌하면 화재가 일어난 가능성이 내연기관 차량보다 높다는 것은 통계로도 증명된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사고를 초래하는 원인인 기계적 결함, 운전자의 과실 등까지 포함하면 전기차의 사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 열폭주 현상 등으로 탑승자가 탈출하기 어려워 사망 사고 증가

사고 방어능력 평가 전기차의 운전자가 주로 발생하는 급발진, 화재, 폭발 등에서 상해를 입지 않을 확률은 높지 않다. 전기차는 화재 시 충격, 손상 등으로 열폭주 현상이 일어난다. 배터리 중 하나라도 손상되면 다른 배터리까지 폭발한다. 

일단 화재나 폭발이 시작되면 몇 초 이내에 배터리의 온도가 최소 800도에서 1000도까지 급상승하며 활활 타오르게 된다. 불이 몇 초 사이에 급격하게 커지므로 운전자가 차문을 열고 탈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2023년 7월 3일 경기도 광주시에서 기아 EV6 전기차가 도로변 옹벽을 들이받아 화재가 발생했다. 전기차 화재용으로 개발한 이동식 소화 수조를 동원했지만 출동한 소방관이 진화하는데 약 2시간 45분이 소요됐다. 차량은 전소됐고 운전사는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나 동승자가 탈출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더 있다. 일부 안전 전문가는 히든 도어(매립식 문) 손잡이가 돌출되지 않아 외부에서 구조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유리창을 깨고 내부 운전자나 승객을 구조했다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기차 제조업체는 차량에 1.2V 전원이 들어오면 자동으로 잠금장치가 풀린다고 주장한다. 테슬라의 1열은 도어 손잡이 옆에 수동 개폐 장치가 있지만 2열은 수동 오픈 레버 형태로 있어 문을 열 수가 없다. 

다른 전기자동차와 달리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는 에어백이 작동하면 자동으로 잠금장치가 해제돼 밖에서 문을 열 수 있도록 히든 도어가 오픈된다. 그동안 지적됐던 안전 미비 사항을 개선한 것이다. 

전기차 1대에 불이 나면 진화하기 위해 일반 소화기나 물을 뿌려도 최소 3~4시간이 소요된다. 차량이 전소된 이후에야 불을 끌 수 있다는 의미다. 전기차 화재는 일반 소화장비로는 불을 끄리 어렵고 이동형 수조에 담가야 하는데 이러한 진화 장비를 갖춘 소방서는 거의 없다. 

소방차나 이동형 수조는 지하 주차장에는 진입하지 못한다. 현재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는 아파트가 늘어나고 있는데 충전 중 화재가 발생하면 대처하기가 어렵다. 2022년 1월부터 50대 이상 주차할 수 있는 건물은 주차 면수의 최소 2% 이상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해야 한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2027년부터 전고체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를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전고체 배터리는 생산성, 에너지밀도, 전도율 등 기술 난이도가 높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각종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아직 상용화까지 가야 할 길이 먼 이유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꿨다. 화재 위험성을 줄이고 충전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한 목적이다. 현재 리튬이온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 제조업체들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화재 진압이 불가능해 챠량이 전소되는 사례 다수

자산손실의 심각성 평가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기차 1대당 평균 보험료는 89만3000원으로 비전기차에 비해 1.26배 높다. 전기차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평균 수리비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부품 중 고전압배터리, 전자제어장치, 센서 등의 평균 부품비는 167만9000원이다. 평균 수리 기간도 10.7일로 비전기차보다 길었다. 자차담보 건당 손해액은 309만3000원으로 비전기차 191만4000원보다 많다. 평균 손해액은 약 450만 원이다. 

국립소방연구원은 2023년 4월 ‘전기차 화재 대응 가이드’를 제작해 전국 소방관서에 배포했다. 2년에 걸친 실증 실험 연구의 결과물이다.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소방서가 보유하고 있는 장비는 질식소화덮개, 이동식수조, 상방방사관창, 관통형관창, 수벽형성관창 등이다. 

전기차의 화재는 ‘꺼지지 않는 불’로 유명하다. 사고 충격으로 배터리 내부에 있는 셀 속의 양극과 음극이 접촉하며 화재가 발생한다. 충격을 받은 셀은 물을 아무리 뿌려도 화재 열에 온도가 올라가며 연쇄적으로 발화한다. 배터리 팩은 방화벽 안에 있어 소화액이 닿기 어렵다. 

2021년 4월 미국 텍사스주에서 테슬라 모델S 주행 중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이 출동했다. 소방관들이 물을 뿌리면 불길이 잦아들다가 다시 되살아 나서 진화에 애를 먹었다. 8명의 소방관이 7시간 동안 10만 ℓ(리터)의 물을 뿌렸다. 내연기관 화재를 진압하는데 필요한 1100ℓ의 100배가 넘는 물이 소모된 셈이다. 

이처럼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하면 차량이 전소될 때까지 진화가 어렵고 탑승자도 탈출하지 못한다. 차량의 손실은 보험만 가입하면 회복이 쉽지만 운전자의 생명은 되살리지 못하는 치명적인 손실이다.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를 개발하지 못하면 소비자의 불신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본다.


▲ 국내에서 운영 중인 전기차 충전소 [출처=iNIS]


◇ 심각한 수준의 위험에 대응하지 못하면 보급 확대 불가능

안전 위험도 평가 전기차는 도심의 대기오염을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위해 보급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현재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부진해 사고 발생 가능성은 매우 높지만 방어능력은 거의 ‘제로(0)’에 가까우므로 자산손실의 심각성은 치명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전기차의 안전 험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Severe : 심각한 수준의 위험’으로 안전에 관련된 국토교통부, 전기차 제조사, 소비자보호원 등이 하루빨리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오늘도 시한폭탄이라 불리는 전기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의 충전소가 부족한 것도 전기차 보급에 장애물이다. 일반주택이 많은 미국과 달리 한국은 아파트, 빌라, 다세대 주택 등이 많아 집에서 충전하기가 어렵다. 아파트와 빌라의 지하 공용 주차장에 충전기를 설치하도록 강제했지만 화재의 위험 때문에 반발이 거세다. 

전기차의 보급을 막는 다른 요인은 충전시간이다. 전기차의 모델로 차이가 있지만 급속 충전기로 100% 완충하려면 최소 2시간부터 최대 5시간까지 걸린다.

완속 충전기로 충전하면 10시간이 넘어 밤새도록 충전해야 한다. 도심에서 충전소를 찾기도 쉽지 않지만 충전 시간도 너무 긴 편이다. 

전기차는 단거리 시내 주행에 적합하고 장거리 이동에는 불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 아이오닉5 N의 배터리를 완충했을 때 주행거리는 상온 복합 364km(도심 391km, 고속도로 331km), 저온 복합 331km(도심 323km, 고속도로 342km)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주행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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