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정보기관 활동] 14. 2차 대전 시 독일군 암호 활용과 해독... 러-우 전쟁 이후 유럽 전역에서 재무장 열풍 불어
파죽지세로 승전보를 전하던 독일도 암호 해독당하며 패전... NATO 회원국이 협력해 방위산업 강화할 가능성 높아
민진규 대기자
2025-12-05
2022년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헤즈볼라, 이란 등이 충돌하고 중국과 대만의 전쟁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우크라이나보다는 중동과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위치가 더 중요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게 미국의 군사경제적 지원을 받으려면 러시아가 요구하는 휴전안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한다.

세계 2위 군사 대국인 러시아의 파상공세를 3년 6개월 이상 버티며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입장은 억울하다고 볼 수 있다. 러시아의 침공을 막으며 유럽으로 전선이 확대하는 것을 막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입접국인 폴란드를 비롯해 독일·프랑스·영국·핀란드·스웨덴이 군사력을 증강하기 위해 방위산업에 대한 투자을 늘리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간에 무기 교류와 공동개발도 확대하는 중이다. 독일의 사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러-우 전쟁 이후 유럽 전역에서 재무장 열풍 불어.. NATO 회원국이 협력해 방위산업 강화할 가능성 높아

독일은 제 1차 및 2차 세계대전을 도발한 국가로 2차 대전 패망 이후 전쟁을 다시 도발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태평양전쟁에서 패전한 일본과 마찬가지로 1945년 이후 군사력 복원보다 경제개발에 매진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달성했다.

2차 대전을 도발한 아돌프 히틀러가 창당한 나찌의 추종세력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도 다시는 전쟁 도발국이라는 멍에를 쓰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의 늪에 빠진 유럽 경제는 극우의 부활을 재촉하고 있다.

2013년 창당한 극우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AfD)'는 외국인을 극도로 혐오하고 이민정책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경제난으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20~30대의 청년층으로부터 지지를 획득하며 제1 야당으로 등극했다.

독일의 방첩기관인 연방헌법수호청(BfV)을 반이민 정책과 민주적 질서를 위협한다며 극우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했다. BfV의 반이민, 반무슬림 관련 발언이 민주적 질서에 반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23년 독일 정부는 NATO 준동맹국에 대한 전략물자가 아닌 방산이중용도 물자 수출을 '사전 허가'가 아니라 '수출 후 신고'로 간소화했다.

이미 폴란드·스웨덴·루마니아 등 NATO 회원국은 미국이나 한국이 아니라 유럽 국가로부터 탱크·자주포·잠수함·구축함·전투기 등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무기 도입은 가격뿐만 아니라 △동맹국과 상호호환성 △부품 조달을 포함한 유지보수 △기술 이전 정도 △판매국에 대한 국민의 선호도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독일 정부 스스로 △방위비 확대 △군 디지털화 △인공지능(AI) 기반 무기계 개발 △우주안보 등으로 방위정책을 확대하며 무기 도입에 적극적이다.

대표적인 방산기업은 라인메탈(Rheinmetall),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hyssenkrupp Marine System), 딜디펜스(Diehl Defence) 등이 대표적이다.

라인메탈은 독일의 자랑인 레오파르트 전차를 개발하고 있으며 튀센크루프마린시스템은 잠수함·구축함, 딜디펜스는 각종 미사일에 강점을 보유한 기업이다. 하지만 주변국인 폴란드가 한국산 무기인 K2 전차·K9 자주포 등을 도입하기로 결정하자 긴장하고 있다.

폴란드는 2025년 12월 잠수함 3척을 도입하는 '오르카 프로젝트'의 수행자로 스웨덴 사브를 낙점했다. 캐나다는 약 C$ 600억 달러 원 규모의 잠수함을 도입하기 위한 입찰을 진행 중이다.

2026년 초 납품업체를 결정한다. 숏리스트(적격후보)에 독일의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 한국의 한화오션·HD현대, 프랑스, 스웨덴 등이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 국가를 보면 독일 방산업체는 압도적인 실적을 자랑한다. 2023년 2월 노르웨이는 독일 레오파르트 1A7NO 모델을 차기 전차로 선정했다.

2024년 영국은 독일 RCH-155 차륜형 자주포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2025년 11월 루마니아는 한국의 K2 대신에 독일 라인메탈의 KF41을 선택했다.

독일은 제 1차 및 2차 세계대전에서 압도적인 무기 경쟁력을 앞세워 파죽지세(破竹之勢)로 유럽 대륙을 점령한 경험을 갖고 있다. 2차 대전 종전 이후에도 독일의 무기 개발능력은 약화되기 않았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이후에 방위비 지출을 줄이고 경제개발에 올인했지만 2022년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재무장에 돌입했다.

독일 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핀란드 △스웨덴 △폴란드 △발트 3국 등도 러시아의 서진을 막아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유럽에서 향후 군비 경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다.

영국과 프랑스는 △전투기·공대공미사일 등 공중무기 △독일은 탱크·장갑차·자주포 등 지상무기 △스웨덴·스페인·이탈리아는 구축함·잠수함 등 해상무기 등으로 역할을 분담할 가능성이 높다.


▲ 국가정보기관의 이해 - 활동영역과 개혁과제 표지 by 민진규 [출처=엠아이앤뉴스]


◇ 2006년 9월 5일 작성한 칼럼 소개... 파죽지세로 승전보를 전하던 독일도 암호 해독당하며 패전

최근 영국의 비밀정보국(SIS), MI6는 제 2차 세계대전 중 독일 스파이들에 관련된 비밀문서를 해제했다. 이에 따르면 독일 스파이들은 그림에 작은 점들을 모르스(mors) 부호로 표시해 민감한 군사정보를 전달했다.

영국과 미국의 방첩활동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최신 유행 패션을 입은 모델 그림, 악보, 체스 설명서, 엽서 등에 정보를 숨긴 것이다.

이와 더불어 눈에 보이지 않는 비밀 잉크, 비밀 문자 등도 활용했다. 독일 스파이는 또 방첩 기관이 내용을 알아볼 수 없도록 톱니 모양으로 글자를 변형해 쓰는 방법도 동원했다.

그런 속임수는 1942년 독일 스파이가 영국 방첩 당국에 체포됨으로써 드러남으로써 영국 정보당국자가 독일 스파이의 암호를 분석할 수 있었다. 아무리 방첩활동을 잘 수행했다고 해도 100퍼센트(%) 정보를 차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모르스 부호는 19세기 말부터 최근까지 많이 사용할 정도로 역사가 깊으며 아라비아 숫자와 마찬가지로 만국 공통어다. 신호가 점과 선의 조합으로 되어 있어 배우기도 쉽고 해석하기도 편리해 광범위하게 사용한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많이 발달된 국가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아직도 보편적인 통신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북한이 대표적인 국가다.

단순한 모르스 신호로 된 내용은 파악하기 쉽지만 독일 스파이가 활용한 암호표를 복기하는 과정은 매우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파이를 체포해 심문함으로써 암호표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

암호해독은 언어의 체계를 아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영어와 독일어 모두 라틴어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언어체계나 어원이 비슷해 유리한 점이 있었다고 본다.

암호란 결국은 다른 사람이 알아볼 수 없게 만든 상대방과 약속에 불과하다. 암호를 해독하는 작업은 암호표를 만든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고난이도 작업이고 특별하게 훈련된 경험자가 아니면 불가능한 작업이다.

아직도 스파이가 모르스 신호를 많이 활용하는 것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모르스 신호는 감청해도 미리 약속한 체계로 구성된 암호표가 없으면 내용을 파악할 수 없다.

그리고 모르스 신호는 낮은 출력으로 장거리까지 전송이 가능하다. 작은 녹음기 정도의 장비로 수백에서 수천 킬로미터(km)까지 떨어진 지역까지 연락할 수 있다. 저주파(Audio frequency)이기 때문에 장거리 전송이 가능한 것이다.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모르스 신호를 보내는 스파이를 체포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송신 시간을 파악하고 일정 시간 이상 송신을 지속할 경우 방향탐지(D/F) 기술로 발신지를 추적할 수 있다. 송신을 주기적으로 유지하면 발각의 위험성은 더욱 높아진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 간의 정보전쟁은 치열하다. 적국에 파견돼 목숨을 걸고 정보를 수집하는 첩보원도 많다. 제 2차 세계대전 초기 독일이 발휘한 혁혁한 전과는 전쟁 이전에 입수한 주변국에 대한 막강한 정보력에서 기인한다.

물론 첨단 기술로 개발한 무기의 우수성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독일은 전 세계의 가상 적국에 대한 정보 수집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영국과 미국도 2차 대전 중반이 넘어서야 독일군의 통신을 감청하고 암호를 분석해 전세를 뒤집을 수 있었다. 연합국도 독일군의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점령지에 들어가 스파이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했다.

첩보원의 목숨 건 정보활동도 중요하지만 수집된 정보가 본국에 안전하게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암호의 연구도 그에 못지않다. 세상의 모든 암호는 풀리기 위해서 존재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풀기 어렵게 만들수록 정보를 잘 보호할 수 있고 제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이 사용한 인디언 나바호족((Navajo)의 언어처럼 적국이 영원히 풀지 못하면 더욱 좋은 것이다.

정보기관은 우수한 암호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요즘은 기업도 산업스파이의 통신 도청과 문서 탈취를 대비하기 위해 민간 암호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스파르타가 스카이테일(skytale)과 같은 암호장비를 개발해 국가역량을 구축했듯이 국가 간의 정보전쟁, 기업 간의 정보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체계적인 암호연구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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