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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이하 녹산공단)은 르노삼성자동차를 포함해 1600개 이상의 업체가 입주해있는 부산의 핵심 산업단지다.1990년부터 1998년까지 해안을 매립해 조성했으며 자동차부품, 조선기자재, 섬유화학, 섬유의복, 신발 등의 업체를 유치했다. 대부분 저가의 인건비에 의존하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라 중국과 동남아국가가 성장하면서 급속하게 경쟁력을 잃고 있다.부산시는 신항만의 기능을 강화해 배후산업단지인 녹산공단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시의 기대와는 달리 자동차산업과 조선산업의 호황이 다시 올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에 연관된 산업과 같은 신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중이다.녹산공단의 안전을 평가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K-Safety 진단모델’을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K-안전진단 모델로 평가한 부산 녹산공단 [출처=iNIS]◇ 조선과 자동차산업의 불황으로 활기를 잃어 부활 몸부림1997년 IMF 외환위기로 한국경제가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위기에 처했을 때 완성된 녹산공단의 대표적인 입주업체는 르노삼성자동차이다.삼성그룹은 시장이 포화된 국내 자동차시장에 무리하게 진입해 그룹 자체가 공중 분해될 위기를 경험했다. 삼성자동차는 우여곡절(迂餘曲折) 끝에 프랑스 르노자동차에 인수됐지만 경영 정상화와는 거리가 멀었다.르노자동차가 한국에서 철수를 결정할 것이라는 걱정과 가동율 저하로 인한 실적 부담 등으로 경영진과 노조는 극한의 생존투쟁을 벌이고 있다.노조는 수출용 소형차와 같은 생산물량의 더 할당해 달라고 요구하며 주기적으로 파업을 멈추지 않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부산의 자랑거리에서 골칫거리로 전락한지 이미 오래됐다.2010년 4월 부산 신항과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가 개통되면서 녹산공단에 입주한 조선기자재 업체들은 단기간 호황을 누렸다. 녹산공단에서 제조한 부품을 거제도 조선소로 빨리 이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통행료가 비쌌지만 운송시간도 대폭 단축됐다.하지만 중국조선회사의 저가 수주경쟁에 밀려 일거리를 빼앗긴 삼성중공업과 대우해양조선이 구조조정에 나서자 주변 협력업체의 생존기반은 초토화됐다.국내 조선회사들은 고부가가치 해양플랜트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대우해양조선이 현대중공업과 통합 당하는 수모를 피하지 못했다.녹산공단은 조선업이 호황을 이루던 2010년대 초반까지는 활기차게 운영됐지만 조선업의 불황, 삼성르노자동차의 실적 부진 등으로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최근에는 대로변에 ‘공장 매각’이라는 커다란 현수막이 나부껴 기업들의 어려움이 어느 정도인지 언론에 소개될 정도로 사정은 어렵다.필자가 녹산공단을 방문했을 때도 화물을 적재한 차량이 즐비했던 과거와 달리 공단 도로는 한산했다. 공장가동율이 하락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중소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도 찾기 어렵다.기존 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신산업을 찾고 있는 부산시와 녹산공단 입주업체들의 노력에 성과가 나타나길 기대할 뿐이다. ◇ 불연소재인 철을 많이 다루지만 화재 가능성은 낮지 않아사고발생 가능성 평가조선과 자동차 등 중후장대산업이 호황을 누렸던 시절에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했다. 거대한 조선소의 크레인이 옮기는 구조물을 보면 작게 보이지만 몇 톤의 무게가 나가는 것이 대부분이라 작은 사고도 중상으로 이어진다.대형사고는 언론에 보도되지만 경미한 내부 안전사고는 관리감독기관의 질책이 무서워 숨기기 때문에 실제 사고건수는 통계보다 훨씬 많다.2014년 4월 7일 녹산공단 내 지하 전력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공단에 전력공급이 끊겨 60여곳의 공장가동이 중단됐다. 2015년 10월 28일 공단 내 화학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1명이 부상을 당했다. 2016년 5월 4일 공단 내 실 제조공장에서 불이 났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2017년 6월 1일 공단 내 고압가스 용기 생산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공장 지붕과 벽 일부가 파손되고 화재가 발생했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2019년 7월27일 녹산공단 내부 도로를 주행하던 트레일러에서 크레인 뭄대가 떨어져 지나가는 차량을 덮쳤다. 다행히 인명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차량이 파손되고 교통정체로 이어졌다.2017년 12월 19일 새벽 공단 내에 위치한 금속도금공장의 기숙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는 공장가동이 중단된 새벽시간에 발생했지만 내부의 직원들은 재빨리 대피해 인명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녹산공단도 다른 공단과 마찬가지로 전력 공급 중단, 화재, 폭발, 위험물 낙하 등의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다. 불에 타기 어려운 철이나 기타 소재를 다루기 때문에 화재의 위험이 낮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용접이나 주물제작과정에서 화재가 많이 일어난다. ◇ 위험물 취급시설이 많지만 내진설계 공장은 12%에 불과사고 방어능력 평가2010년 10월 근로복지공단은 공단 내 주물공장에서 일하다 납중독에 걸린 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납중독 확진 판정을 받고도 산업재해로 인정을 받는데 3년이나 걸렸다.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2018년 10월 기준 녹산공단 내 위험물 저장 및 처리시설의 내진설계비율이 30.5%에 불과했다. 면적이 1000~5000㎡인 소규모 건축물이 전체의 45%인데 소규모 건축물의 내진비율은 12.8%로 조사됐다.취급하는 위험물질은 톨루엔, 염산, 황산 등 유기화합물로 호흡기 질환이나 신경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1급발암물질로 규정돼 있다. 그동한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로 분류됐지만2016년 경주지진, 2017년 포항지진 이후 한국에서도 지진발생 가능성이 높아져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9년에만 진도 2.0이상의 지진이 88회나 발생했다.2019년 7월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에 따르면 부산 공단지역 내 노조가 없는 중소규모 사업장 노동자 30%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고용인원은 평균 50여명이었다. 2016년 9월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는 부산∙경남∙울산 지역의 공단 근로자들이 근골격계 질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질환을 앓았던 근로자 절반 이상이 개인치료를 받았으며 산재처리는 2% 수준에 불과했다. 대부분 작업과정에서 당연하게 발생하는 질환 정도로 여기고 있으며 직업병으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이다.장시간 노동, 중량물 취급, 불안정한 작업자세, 과도한 반복 작업으로 인한 신체부담, 장시간 서 있는 자세, 직무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다. ◇ 방사선 기기 관리 소홀로 방사선 누출사고로 주민민원 많아져자산손실의 심각성 평가녹산공단도 인천송도경제자유구역과 마찬가지로 해안매립지에 조성된 공단이라 지반침하,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 등의 피해가 충분이 예견돼 있다.삼성자동차가 공장을 지을 때 예상보다 더 많은 비용이 추가된 것도 매립지로 연약지반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첨단설비가 많지 않은 지역이라 미세한 지반침하로 인한 피해는 적은 편이다.하지만 폭우로 인한 침수피해는 벗어나지 못했다. 가장 최근인 2019년 10월 2일 태풍 미탁으로 인한 폭우로 녹산공단의 도로가 침수됐다.부산 신항을 조성하면서 다른 매립지와는 달리 방파제를 높여 해수상승으로 인한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해수는 담수와 달리 침수사고가 발생하면 공장설비나 기자재 전체가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되기 때문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따르면 2011년 12월 공단 일대에서 자연방사선량의 최고 40배가 넘는 방사선이 계측돼 정밀조사를 벌였다.공단 내에는 방사선 비파괴 검사장비를 사용하는 업체가 100여곳에 달하지만 차폐시설을 갖춘 곳은 3~4곳에 불과해 누출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정밀조사 결과 설비결함으로 방사선이 누출된 것으로 드러났다.비파괴검사는 제품에 방사선을 쪼여 내부결함을 검사하는 방법이다. 방사선 관리가 허술해 주민들이 불안하다는 민원이 많다.부산 북부고용노동지청에 따르면 2012년 3월 공단 내 방사선 사용사업장 20곳 중 18곳에서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다행히 현장 근로자에 대한 건강진단 결과 이상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2018년 4월 한국산업단지공단은 녹산공단에 ‘대형사고 예방 안전위원회’를 창립했다. 안전 관련 교육과훈련, 시설물 등을 개선해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다. 공단의 안전사고를 관리 감독하는 기관도 안전사고의 위험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 근로자가 취업하고 싶어할 정도로 안전사고 관리해야 공단이 살아나안전 위험도 평가녹산공단의 안전위험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면‘Severe : 심각한 수준의 위험’으로 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부산시, 근로복지공단, 민주노총, 산업자원부, 중기벤처기업부, 입주기업 등이 제시된 안전위협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빨리 대응책을 마련하고 기존 관리지침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공단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기업이 몰려야 하지만 근로자가 일하고 싶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안전사고가 빈발한다면 아무리 높은 급여를 제공해도 취업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폭발, 화재, 방사선 유출 등의 사고가 언론에 소개되는 것만으로도 취업공포 현상이 나타난다.부산시의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주력공단인 사상공단이나 녹산공단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기 때문이다. 낙후된 공단에 대형 첨단지식센터를 설립해 ICT융∙복합 단지로 개발하겠다는 의지는 좋지만 창업인구와 수요기업이 낮은 현실도 감안해야 한다.부산을 동북아 금융허브로 조성하겠다면 금융 관련 공기업을 이전했지만 기대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던 경험을 반추해보길 바란다.부산시는 다른 도시에 비해 미세먼지로 인한 환경오염도 심각한 편이다. 부산항에 입∙출항하는 선박에서 배출하는 매연이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사실도 이미 밝혀졌다.그동안 도로의 자동차에 대한 규제는 많았지만 컨테이너선박 등에 대한 관리는 소홀했다.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의 약 10%는 선박에서 나오고 있지만 부산은 비중이 더 높다. – 계속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i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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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사상구에 위치한 사상공단은 1968년 착공해 1975년 완공된 산업단지로 낙동강 동쪽의 저습지대를 개발해 조성했지만 법적으로 공업단지는 아니다. 1980년대 부산 최대 공업단지로 성장했지만 1990년대 이후 신발공장 등이 저렴한 인건비를 찾아 해외로 떠나면서 쇠퇴하기 시작했다.사상공단은 공단으로서 기본적인 인프라가 미비하고 노후공장이 밀집해 있어 재개발이 불가피하지만 개선대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아 도심 재생사업을 선택했다. 부산시가 국토교통부와 협력해 첨단산업단지로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펼친 지 오래됐다.하지만 사상공단을 상전벽해(桑田碧海) 시키겠다는 계획의 성과는 미미하다 못해 초라한 수준이다. 기피대상이 된 공단을 산업∙상업∙문화∙주거가 복합된 첨단지역으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서만 남았다.부산시 사상공단의 안전을 평가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K-Safety 진단모델’을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K-안전진단 모델로 평가한 부산 사상공단 [출처=iNIS]◇ 서울 구로디지털단지가 모범답안이지만 성공 가능성은 낮아부산시는 2016년 민선 6기의 역점사업으로 사상공업지역을 첨단스마트시티로 건설하겠다며 포부를 밝혔지만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한 지능형 공장인 스마트팩토리, 첨단 IT 및 유비쿼터스 기반의 U-City 조성 등으로 산업 재구조화 및 고도화라는 말 잔치만 늘어놨다.당시 사상공단의 도시재생사업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도시혁신 경험을 연구해 모델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바르셀로나는 낙후된 포블로우 공업지역을 지역집약형 첨단산업단지로 탈바꿈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2018년 6월 민선 7기 시정이 시작되면서 2030년까지 ICT 융합산업, 지능형 메카트로닉스 등 유망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산업구조를 고도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환경오염 물질을 발생하는 기업은 강서구에 대체 산업단지를 확보해 이전을 지원할 방침이다.한때 영남권의 대표공단으로 수출확대에 1등 공신이었던 사상공단이 과거의 영화를 회복할지는 부산시와 사상구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사상공단은 부산의 서쪽 변두리에 위치하고 있어 각종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기업들이 몰려들면서 난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단지역은 앞을 보기 어려울 정도의 미세먼지, 숨을 쉬기 힘든 수준의 악취, 귀가 멍해지도록 들리는 소음, 각종 분진 등으로 단순히 걷는 것조차 편안하지 않다.눈에 보이는 환경오염이 이 정도라면 숨어 있는 안전사고는 헤아릴 수조차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닐공장, 고무공장, 부품공장, 우레탄공장 등이 밀집해 고무 타는 냄새가 진동하고 금형공장의 소음도 난청을 일으킬 정도로 심한 상태이다. 고용을 창출하고 수 많은 근로자의 일터이기 때문에 무작정 공단을 이전하거나 폐쇄하기도 어렵다.부산시가 사상공단을 첨단지식산업단지로 조성해 문화쇼핑, 리버프론트, 사람과 기술∙문화로 융성하는 부산의 대표지역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이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과거 추진실적을 평가해보면 사상공단의 사업은 계획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낮다. 아마도 관계자들은 서울 구로디지탈단지와 같은 모습을 상상하겠지만 서울과 부산이라는 지역적 한계, 강남 테헤란밸리의 비싼 임대료를 피하려는 벤처기업의 이전 수요 등에서 차이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 수십 년간 단속 노력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오염원 차단에 실패사고발생 가능성 평가사상공단은 다양한 영세 제조업체가 몰려있어 폐수배출, 악취 등으로 환경오염이 가장 큰 안전문제로 꼽히고 있다. 환경오염은 화재, 폭발 등과 달리 안전사고가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고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을 뿐이다. 사상공단에서 발생한 주요 환경오염 사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2014년 6월 부산시 특별사법경찰과는 사상공단에 위치한 18개 업체를 대기환경보전법 등을 위반했다고 통보했다. 도금시설에서 발생한 염화수소 등 유독가스를 송풍기로 외부로 내보내다가 적발됐다. 세정직 집진시설을 가동해야 하지만 폐수 위탁처리비용을 줄이기 위해 불법적으로 배출한 것이다. 염색업체는 폐염색약과 세척폐수를 무단으로 방류했다.2013년 11월 부산시는 사상공단 등 낙동강 유역에 위치한 업체 94곳을 불시에 단속한 결과 27개 업체가 오염물질을 배출했다고 밝혔다. 2014년 12월 사상구는 ‘악취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악취민원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5년 5월 사상구는 지역 주민 20명으로 악취모니터링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악취가 발생하는 사업장의 이름, 악취 강도, 냄새 특징 등을 기록해 공무원에게 신고하면 단속반이 현장조사를 나가는 방식을 채용했다. 공무원 12명이 교대로 오후 10시까지 악취민원을 실시간으로 처리했다. 현재 기준 사상구 지역에 대기오염물질 배출업소만 303곳에 달한다.2016년 4월 사상구는 악취감시차량은 운영한다고 밝혔다. 기존 환경오염물질 배출업체 지도점검용 승합차에 원격 악취 포집기, 악취 감지센서 등을 탑재했다. 주간에는 악취 발생지점을 순찰하고, 야간에는 악취가 고질적으로 발생하는 업체 인근에 대기하면서 악취를 실시간으로 측정했다.2017년 6월 1일 사상구 덕포동의 폐수처리공장에서 이산화질소가 유출돼 공장 주변 주민 2만명이 긴급 대피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폐수 저장조에서 발생한 가스는 굴뚝과 건물 틈을 통해 주변으로 확산됐다.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경오염 문제가 전혀 2019년 1월부터 사상구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미세먼지, 악취 등 지역환경을 24시간 종합관리하기 시작했다. 오염문제는 심각한데 오염원에 대한 근본적인 단속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선하지 못해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고 예상할 수 있다. ◇ 악취와 미세먼지를 막는 나무를 심는 소극적인 방법 추진사고 방어능력 평가2018년 5월 부산시는 새벽 시간대에 낙동강 하구로 폐수를 무단 방류한 사상공단 등에 위치한 7개 업체를 적발했다. 오∙폐수를 처리하는 강병하수종말 처리장에 심야에 악성 고농도의 폐수가 유입돼 처리장 내 미생물의 활동이 중단되는 사례가 발생해 원인을 찾기 위해 업체를 찾아낸 것이다. 폐수무단방류, 폐수배출배관 임의변경, 폐수량 계측장비 미 설치 등의 사례가 드러났다.부산시 행정사무감사자료에 의하면 2019년 1~9월 부산지역 대기오염 측정소 26곳의 초미세먼지수치를 측정한 결과 사상구 학장동이 29㎍/㎥를 기록해 가장 높았다.전체 초미세먼지 농도는 23㎍/㎥로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미세먼지를 줄이고 있지만 효과는 거의 없었다. 사상구는 사상공단이 위치해 있다.부산 사상구는 2014년부터 심한 악취로 몸살을 앓고 있던 사상공단에 팽나루 등 7만그루를 심었다. 팽나무는 대기오염물질을 정화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학장천 제방에도 백목련 등 2만6000그루의 나무를 심어 악취저감 수림대를 조성했다. 2019년 8월에도 10억원을 투입해 사상공단지역에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숲을 조성했다.2018년 8월 최악의 폭염으로 인해 사상공단에서 온열환자가 50명이나 발생했다. 부산시 전체 환자 177명 중 30% 이상을 점유한 것이다. 환자 대부분은 공단 노동자, 서비스∙판매업자, 주차∙청소 관련 종사자로 나타났다. 사상구는 공단지역 온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살수차를 동원해 노면 살포작업을 진행했다.영세업체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해도 악취와 미세먼지를 줄이는 나무를 심는 소극적인 대응방안만 가능할 뿐이다.공단은 오염원이기도 하지만 지역주민의 일터이기 때문이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폐해보다는 눈 앞의 밥상이 눈에 더 아른거리는 것도 지방자치단체가 강력하게 단속하기 어려운 이유다. ◇ 관리감독기관의 무능과 직무유기로 수 많은 근로자 고통 받아자산손실의 심각성 평가2016년 2월 사상구보건소는 만성폐쇄성 폐질환(COPD) 재활사업’을 진행했다. 만성폐쇄성 폐질환은 유해한 입자나 가스가 폐에 들어가 염증이 발생하면서 폐 기능이 떨어져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병이다. 대기오염과 흡연이 폐질환의 원인인데 사상공단의 미세먼지와 악취로 관련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2월 사상공단 내부에 흐르는 감전천의 다이옥신 농도를 조사한 결과 ℓ당 평균 1.251 pg(피코그램)-TEQ로 일본의 하천수질기준 1pg-TEQ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플라스틱을 태울 때 발생하는 다이옥신도 1급 발암물질이다.지난 40년 동안 얼마나 많은 근로자와 주민이 환경오염으로 인한 질병에 감염됐고,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정부기관이 집계하는 것보다는 훨씬 많을 것이라는 사실은 명확하다.관리감독기관의 무능과 직무유기가 원인이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아 오늘도 수 많은 근로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 지역주민과 상생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장 기반 구축해야 미래 밝아안전 위험도 평가사상공단의 안전위험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면‘Severe: 심각한 수준의 위험’으로 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부산시, 사상구, 고용노동부, 고용복지공단, 중기벤처기업부 등이 제시된 잠재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빨리 대응책을 마련하고 기존 안전 매뉴얼을 보완해야 한다.개발독재시대에 먹고 살기 위해 위험한 작업장에서 수십 년 동안 일한 결과 한국경제의 발전을 이뤘지만 너무나도 많은 근로자들의 희생이 뒤따랐다. 이제라도 환경오염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 매뉴얼을 만들어 실천해야 지속가능성장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부산시와 사상구도 공단 입주업체들을 설득해 단기간의 비용절감보다는 지역주민과 상생하는 공단을 만들기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하기를 바란다.– 계속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i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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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경제자유구역은(Incheon Free Economic Zone, IFEZ)로 초기에 국제기구 유치, 금융업무단지 조성 등을 통해 국제도시로 개발하려고 시도했지만 현재는 산업단지로 전환해 기업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산업단지가 아니라 거대한 아파트 투기장에 불과하다는 혹평을 받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경제자유구역은 외국인투자 유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일정 지역을 지정해 인프라 구축, 조세 감면 등의 혜택을 부여하는 지역으로 인천 송도, 부산∙진해, 광양만에 위치해 있다. 송도경제자유구역의 전체적인 개발과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이 송도경제자유구역청이다.인천시는 시내 주력산업단지인 남동공단이 제조업에 머물러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송도경제자유구역을 대대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송도경제자유구역의 안전을 평가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K-Safety 진단모델’을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K-안전진단 모델로 평가한 송도경제자유구역 [출처=iNIS]◇ 첨단산업 융∙복합도시보다는 주거단지로 개발되고 있어송도경제자유구역은 2003년 8월 송도, 영종, 청라지구 등을 포함하는 산업단지로 개발을 시작해 2020년까지 1, 2단계 사업으로 구분돼 진행하고 있다.연수구에 위치한 송도국제도시는 비즈니스∙IT∙BT, 중구에 위치한 영종국제도시는 물류∙관광, 서구의 청라국제도시는 금융∙레저를 중심으로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개별 지구의 세부 사업 내역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첫째, 송도국제도시는 바다를 매립해 인공으로 조성된 섬에 비즈니스∙IT∙BT 관련 기업, 대학 캠퍼스가 대거 입주해 있다. 송도경제자유구역의 핵심지역으로 송도국제업무지구(IBD)로 불린다.2005년 송도 컨벤션센터가 착공되면서 개발이 시작했으며 접근성이 좋아 송도경제자유구역에 거주하는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살고 있다.둘째, 청라국제도시는 금융∙레저를 중심으로 개발할 계획이었지만 공동주택, 오피스텔, 타운하우스, 단독주택 등 주택단지로 건설되고 있다. 간척사업으로 확보한 토지로 2000년까지 농지로 활용되다가 2011년부터 주거단지로 전환한 이후 2013년 인천로봇랜드가 착공됐으며 2017년 로봇타워, 로봇연구소 등이 입주했다.셋째, 영종국제도시는 인천국제공항 주변에 주거∙산업∙업무∙관광이 가능한 복합도시로 개발되고 있으며 항공물류단지, 항공정비사업(MRO) 클러스터, 항공교육∙훈련센터 등을 육성할 방침이다. 초기 계획한 영종브로드웨이, 밀라노디자인시티, 에잇시티 등의 사업은 중단됐고 카지노와 관광단지로 개발되고 있다.결론적으로 송도경제자유구역은 첨단산업이 융∙복합된 단지를 자족한 산업단지를 지향하고 있지만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송도경제자유구역청 주변의 중심부조차도 공터가 다수 남아 있으며 거대한 공사장에 불과하다. 2020년까지 개발하겠다는 구상도 실현 가능성은 낮다. ◇ 매립지로 태풍∙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피해 발생 가능성 높아사고발생 가능성 평가송도경제자유구역은 개발을 시작한지 20년정도 지난 거대한 계획도시이며 첨단제조업이 위치해 시설낙후로 인한 화재, 폭발, 유독물질 유출, 추락 등 일반적인 유형의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바다를 매립한 지역이라 지반침하, 기반인프라 시설의 결함 등과 연관된 사고는 이미 발생 중이다.우선 지반침하로 인한 안전사고는 2015년부터 발생하기 시작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5년 6월에는 폭 2m∙깊이 4m 규모의 도로가 무너졌다. 2020년 1월 7일 송도국제도시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인근 도로가 가로 100㎝∙세로 30㎝∙깊이 10㎝로 함몰됐다소위 말하는 싱크홀인데 교통사고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매립지의 특성상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유형의 사고다. 2016년 태풍으로 창원시에 위치한 마산만과 진해만의 매립지가 침수피해를 입은 것처럼 인천시도 마찬가지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태풍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는 것도 매립지의 안전을 위협한다.마산만 매립지는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해 사상자가 32명에 달했고 이재민은 9300명으로 집계됐다. 이후 매립지 해안변에 콘크리트옹벽과 배수펌프장을 설치했지만 바닷물이 넘쳐 도시가 해수에 잠기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2016년 9월 태풍 ‘차바’로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가 잠긴 것도 유사한 재해이다.다음으로 도시 설계상의 잘못으로 발생하고 있는 안전사고는 쓰레기자동집하시설과 관련이 있다. 2018년 4월 30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쓰레기자동집하시설에서 악취가 발생해 주민들과 입주업체들의 불만이 고조됐다.쓰레기자동집하시설 자체가 음식물을 분리배출하기 어려워 악취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가 수분을 많이 포함해 관로 이송에 부적합하고 수거율도 70~80%에 불과했다. 생활폐기물 지하수송관로는 53.6km에 달하고 7개 집하장이 설치돼 있다.쓰레기를 소각하는 송도자원순환센터는 2018년 1~9월 염화수소 등 유해물질 3000kg을 배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에 치명적이지는 않다고 주장했지만 대기질을 오염시켰다는 비난은 면하기 어렵다.인천시는 중국과 가까워 중국발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도 가장 큰 편이다. 잦은 해무(海霧)와 미세먼지로 밝은 하늘을 보기 어려운 것도 송도경제자유구역의 고민거리이다. ◇ 자동차와 사람 모두 안전사고 방어할 능력은 취약해사고 방어능력 평가2017년 12월 송도국제교 입구에 있던 LED전광판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2009년 16억원을 투자해 설치했지만 강한 바람이 불면 쓰러질 위험이 높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설치 후에 허가를 받지 못해 불법건축물로 남아 있다가 2010년 12월부터 운영을 중단했다.2014년 1월 송도 컨벤시아 내에 위치한 키즈파크에서 9세 어린이가 압사사고로 사망했다. 에어바운스라는 놀이기구가 왼쪽으로 기울어지면서 탑승한 아이들이 한쪽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해당 놀이시설은 안전사고가 빈발했지만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고, 허가도 받지 않고 영업한 것으로 드러났다.LED전광판이 차도로 갑자기 넘어질 경우에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에 철거한 것은 좋은 결정이다. 자동차나 사람 모두 안전사고에 대응할 능력은 매우 취약해 사전예방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설치한지 오래되지 않았다고 안전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철저한 안전점검을 실시해야 한다. ◇ 송도 LNG기지도 주택가에 인접해 있어 사고 시 대형 참사자산손실의 심각성 평가2017년 11월 5일 한국가스공사 소유의 송도 LNG기지에서 가스누출사고가 발생했지만 관련 사실을 은폐했다는 논란이 초래됐다. 2005년에도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1년이 지난 2006년 감사원의 조사에 의해 밝혀졌다.2016년 국정감사에서도 2014년 자체 정밀점검 시 저장탱크의 기둥균열이 140건 등 총 184건의 결함이 발견됐다. 1992년 건설이 시작됐다.지하탱크의 결함이 드러났지만 사용 연한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형식적인 점검만 하기 때문에 사고 재발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LNG 가스탱크는 집단 주거지에서 2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서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안전관리가 중요하다. 송도주민뿐만 아니라 송도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한 기업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옆에 두고 사는 것과 같은 형국이다.해외의 가스플랜트 폭발사고를 보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알 수 있다. 2004년 1월 알제리 동부 스키크다 (Shikda)시 인근 LNG플랜트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23명이 사망하고 74명이 부상당했다.2015년 8월 중국의 텐진항에서 화학물질 폭발사고가 발생해 165명이 사망했다. 폭발로 건물 7동이 전소됐으며 인근 1만7000가구가 간접 피해를 입었다.다행스럽게 송도 LNG기지는 가스유출사고 수준으로 그쳤지만 폭발로 이어질 잠재성은 낮지 않다. 일반 주택과 달리 아파트는 폭발사고의 후폭풍에 매우 취약하다.핵폭탄이나 재래식 폭탄도 폭발로 인한 직접 피해보다 후폭풍으로 인한 파괴가 더 무섭다. 재난 위험시설 주변에 대형 복합도시를 건설하려고 시도한 것 자체가 안전전문가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렵다. ◇ 일본 간사이국제공항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안전 위험도 평가송도경제자유구역의 안전위험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면‘Moderate : 보통 수준의 위험’으로 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인천시,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산업자원부, 중기벤처기업부, 기업 등이 제시된 잠재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선임 관리자의 주의가 필요하다.홍콩이나 싱가포르와 같이 육지가 부족한 국가의 경우에는 해안을 매립해 신도시나 산업단지를 건설할 수밖에 없지만 한국에서는 대규모 매립사업이 필요할 정도로 수요는 높지 않다.매립공사에 대한 역사가 깊고 고도로 발달된 매립지 관리기술을 보유한 일본조차도 매립지의 침수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18년 9월 태풍 ‘제비’로 발생한 파도에 의해 침수된 일본 간사이국제공항의 모습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송도, 청라, 영종 등 모두 매립지 위에 건설된 도시라는 점에서 지반침하와 침수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 일본 간사이국제공항은 활주로를 1m 높이는 방법으로 침수에 대비한다고 하지만 아파트와 공장은 대응책을 마련할 수 없다.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도 지반침하와 쓰나미로 인한 해수피해로 수도이전을 심각하게 고려 중일 정도로 해수면 상승은 세계 해안도시가 대비해야 하는 시급한 현안 이슈다.인천시와 송도경제자유구역청도 토지판매로 이익을 올릴 구상만 하지 말고 미래에 반드시 닥칠 안전사고를 방어할 묘안을 찾기 바란다. – 계속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i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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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이하 인천시) 남동구에 위치한 인천남동공업단지(이하 남동공단)은 1985년 조성되기 시작해 1989년 완성된 국가산업단지이다.식품, 섬유, 목재, 제지, 석유화학, 비금속, 1차금속, 조립금속 등의 업종이 주력이지만 제조업의 부진 때문에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기간 방치돼 있던 폐기물 처리부지를 활용해 전기전자업종 중심의 지식산업센터를 건립해 업종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남동공단은 경인고속도로, 제2경인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 등의 고속도로와 경인선 및 수인선 철도가 인접해 교통여건은 매우 좋은 편이다.교통이 좋아 중소기업이 많이 입주했지만 완성된 지 30년이 지나면서 각종 안전사고에 노출돼 있다. 인천시의 핵심 산업단지인 안전을 평가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K-Safety 진단모델’을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K-안전진단 모델로 평가한 남동공단 [출처=iNIS] ◇ 화재∙폭발∙추락∙화공약품 유출 등 다양한 안전사고 빈발남동공단은 중소 제조공장이 많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공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안전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지난 몇 년 동안 보고된 안전사고의 유형을 살펴보면 화재, 폭발, 화공약품 유출, 추락 등으로 다양했다. 주요 유형별 사고사례는 다음과 같다.첫째, 화재사고는 너무 많이 발생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2016년 1월 11일 도금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2018년 8월 공단에 위치한 세일전자에서 화재가 발생해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9명의 사망자 중 7명은 화재가 발생한 공장 4층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사고 관련자를 처벌하고 대대적인 점검을 벌였지만 2019년에도 화재사고는 멈추지 않았다.2019년 10월 자동차부품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일어났다. 초기에 진압하지 못한 불은 인근 송풍기공장으로 번졌다. 인근에 다른 공장이 2개 더 있었지만 소방서의 적극적인 진화작업으로 확산되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동년 10월 마스크팩제조공장에서도 불이 났다. 화재는 샌드위치패널 구조로 건축된 공장을 모두 불태웠는데, 2층에는 마스크팩공장, 1층에는 자동차 부품공장이 있었다. 공장에 근무하던 근로자 60여명은 모두 대피해 인명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020년 1월 3일 도금업체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둘째, 폭발사고는 2019년 2월 8일 화장품 제조공장의 스팀 수축기와 연관돼 있다. 당시 스팀 수축기가 폭발해 작업 중이던 노동자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화장품공장에는 각종 화공약품이 많기 때문에 자칫 대형 화재로 발생할 위험이 높았다.셋째, 추락과 같은 사고도 발생했는데 2019년 12월 12일 파이프제조공장에서 화물용 승강기가 2층에서 1층으로 추락했다. 당시 승강기에는 2명의 직원이 탑승해 있어서 부상을 피하지 못했다. 승강기가 2층이 아니라 더 높은 곳에서 떨어졌다면 생명이 위태로웠을 것으로 판단된다.넷째, 화공약품 유출사고는 2014년 8월 전자회기판공장에서 발생했다. 염소산나트륨이 유출돼 22명의 근로자가 병원으로 후송됐다.직원이 회로기판을 세척하는 염소산나트륨을 사용하다가 조작 미숙으로 폐기물과 반응해 가스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11월 19일 화학약품 제조공장의 실험실에서 황산이 누출되면서 연기가 발생했지만 큰 피해는 없었다. ◇ 고학력 고임금 근로자가 근무하지만 안전사고 발생가능성은 높아사고발생 가능성 평가남동공단은 체계적으로 개발된 국가산업단지이지만 설비의 노후화로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특히 건설된 지 25년이 지난 2013~14년 이후부터 안전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2018∙2019년부터 화재사고는 대형화되고 인명피해도 커지고 있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2019년 10월 25일 플라스틱 제조공장에서 불이 나 1명의 근로자가 부상을 당했다. 냉장고 내장재를 제조하는 공장인데 3층짜리 공장 2개동이 불탔다.2019년 11월 4일 정전사태로 인해 공단에 위치한 일부 공장의 가동이 일시 중단됐다. 전기공급이 중단되면서 신호등이 마비되는 등 교통혼란도 야기됐다.남동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의 안전사고가 빈발하면서 근로자의 확보도 어려워지고 있다. 청년들은 아무리 취업이 어렵다고 해도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공단에 위치한 기업을 선호하지 않는다.청년들이 찾고, 모든 근로자가 일하고 싶어하는 공단으로 활력을 얻기 위해서도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 화재경보기∙스프링클러와 같은 소화장비 사용법도 몰라사고 방어능력 평가2018년 8월 세일전자에서 발생한 화재는 전기적 요인이 촉발한 발화가 원인으로 밝혀졌다. 당시 경비원이 화재 경보기는 끈 상태였으며 스프링클러도 작동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 경비원의 입장에서 화재경보기의 중요성을 간과했을 수도 있다.당시 공장의 천장에는 화재를 초기에 진화할 수 있도록 32개의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으며 동년 6월 실시된 소방안전 점검에서도 이상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전전문가들은 스프링클러만 정상적으로 작동했어도 초기 진압이 가능했다고 주장한다.2018년 7월 화장품 제조공장에서도 불이 났지만 자체적으로 진화할 능력은 전무했다. 스크링클러도 일반 화재에는 대응이 가능하지만 전기나 화학약품으로 인한 화재는 진압할 수 없다. 화재의 종류에 따라 소화기도 달라야 하지만 정작 일반 소화기조차도 충분하게 비치하지 않은 공장이 더 많아 공장의 화재방어능력은 제로(0)에 가깝다.대규모 화재가 발생해도 공단의 소화전을 활용할 수 없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도 자주 벌어진다. 소화전 주변에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소방차가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품이나 완성품을 운송하는 화물차용 주차장이 부족해 도로에 주차된 차량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재난을 방어할 능력이 없다면 공공기관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재난관리책임기관이지만 시정권한도 없고 조사인력도 부족해 공단이 실시하는 안전진단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만 나면 대응책을 마련한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매년 안전사고가 사라지지 않고 반복되는 이유다. ◇ 중상이 아닌 경미한 상해도 노동활동을 훼손해 예방이 중요자산손실의 심각성 평가2012년 남동공단에서 각종 안전 관련 재해사고로 7명이 사망했다. 2018년 8월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세일전자 화재는 불길이 갑자기 퍼졌고 전자부품의 연소로 유독가스가 발생해 피해 규모를 키웠다. 비상벨∙비상계단과 스프링클러가 있었지만 작동하지 않았고 화재확산을 방지하는 방화문은 없었다.대부분의 공장은 건설비용을 줄이기 위해 벽면과 지붕을 덮는 용도로 샌드위치패널을 사용한다. 또한 부품을 제작하는 원료인 플라스틱과 화공약품 등도 화재에 취약하다.목재와 같은 소재와 달리 플라스틱과 석유화학제품은 유독가스와 짙은 연기를 내뿜는다, 연기는 호흡곤란으로 질식사로 이어지거나 대피하는 비상통로를 찾는 것을 방해한다.2020년 1월 8일 금속제조공장의 작업자가 용광로에서 튄 쇳물로 부상을 당했다. 2019년 9월 10일 화학공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의 상반신에 수산화알루미늄이 튀었다.순식간에 발생한 사고로 근로자는 얼굴과 팔 부위에 2도 화상을 입었다. 뜨거운 쇳물이나 작업용 화학약품은 근로자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다.안전설비가 충분하게 배치되어 있지 않은 중소제조업체의 작업현장은 매우 복잡하고 열악한 편이다. 대형 화재가 아니더라도 기계에 의한 손가락 절단, 신체 상해, 유해가스 중독, 화공약품에 의한 화상 등의 경미한 사고는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체적으로 처리해 산재사고로 신고하지 않아 집계가 어려울 뿐이라고 판단된다.근로자의 입장에서 신체는 유일한 소득창출 도구에 해당되기 때문에 사소한 손상이라도 예방해야 한다. 산재로 처리되어 치료도 받고 보상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신체의 기능이 예전처럼 완벽한 상태로 복원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필자가 작업현장을 방문하면 근로자들에게 안전사고를 철저하게 대비하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 0.1%의 오류나 자만도 허용하지 않아야 안심할 수 있어안전 위험도 평가남동공단의 안전위험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면‘Severe : 심각한 수준의 위험’으로 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인천시, 한국산업단지공단, 산업자원부, 중기벤처기업부, 입주기업 등이 제시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빨리 대응책을 마련하고 보완 및 강화가 필요하다.기업의 경쟁력은 인재가 좌우하고, 공단의 경쟁력은 산업안전의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잊어서는 안 된다. 공단에 우수 중소기업을 유치하려면 기업들이 안전을 걱정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인천 남동공단은 잦은 화재와 안전사고로 인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인천시의 경제가 추락하고 있는 배경에는 남동공단과 같은 주력 산업단지의 노후화도 한 몫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인프라가 잘 정비된 첨단산업단지에 미래성장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입주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유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특히 남동공단은 교통의 요지에 위치해 있어 인프라만 잘 정비한다면 충분히 우수 중소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안전문제를 접근할 필요가 크다. – 계속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i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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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지정된 마곡산업단지는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유일한 일반산업단지로 연구개발(R&D) 중심 혁신 전초기지로 개발되고 있다.서울의 서부 외딴지역이기는 하지만 김포공항 및 인천공항과 가깝고 외곽순환도로와 같은 도로의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2024년까지 LG그룹, 롯데그룹, 코오롱그룹, 에쓰오일, 넥센타이어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150개가 입주할 예정이다.서울시는 마곡산업단지를 도시개발사업으로 판단해 자족기능을 갖춘 연구개발 중심단지로 개발하고 있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테헤란밸리와 구로디지털단지의 경우에는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산업단지이지만 마곡산업단지는 처음부터 계획도시로 개발됐다.서울시에 미래성장동력을 제공할 마곡산업단지의 안전을 평가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K-Safety 진단모델’을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K-안전진단 모델로 평가한 마곡산업단지 [출처=iNIS]◇ 계획도시로 개발되고 유관기업의 집적화로 시너지 효과 기대돼마곡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을 지원하는 전담기관인 서울산업진흥원(SBA)은 융∙복합 R&D 글로벌 혁신지구(Innovation District)로 성장하도록 혁신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마곡산업단지에 가장 심혈을 기울인 기업인 LG그룹은 총 4조원을 투자해 ‘LG사이언스파크를 건설했다.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화학∙LG하우시스∙LG생활건강∙LG유플러스∙LG CNS 등 8개 계열사의 연구소가 위치해 있으며 연구인력만 1만7000명이 근무하고 있다.코오롱그룹도 주요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글로텍 3개 계열사가 2018년 4월 입주했다. 코오롱그룹은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영업, 지원부서가 모두 입주해 집적된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롯데그룹은 식품연구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롯데중앙연구소가 2017년 입주했다. 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건강기능식품, 바이오 등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추진하고 있다.이랜드그룹, 한국도레이그룹 등도 연구개발센터를 건설 중이다. 넥센타이어도 종합연구센터를 건립해 바이오∙나노∙IT∙그린 기술을 융합한 신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에쓰오일은 석유화학 기초소재를 기반으로 첨단산업간 융∙복합을 추진할 수 있는 TS&D센터를 조성한다. 서울시도 공공지원센터를 건설해 강소기업에게 시세보다 저렴하게 입대할 방침이다.마곡산업단지의 중심지에는 MICE복합단지가 개발된다. 전시실, 호텔, 쇼핑몰 등을 조성해 ‘제2의 코엑스’로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포공항, 인천공항 등 해외 바이어의 접근성이 양호하다는 장점 때문에 동북아 R&D 허브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지하철 5호선, 9호선, 공항철도가 지나가기 때문에 서울 중심부로 이동도 용이한 편이다.오랜 기간 동안 개발이 진행됐지만 최근에야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인프라 노후화로 인한 각종 폭발이나 화재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조성된 지 수십 년이 지난 산업단지들이 시설노후로 인한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지만 신생 산업단지라 당분간 후진적인 산업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2000년대초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했던 서울 테헤란밸리와 달리 서울시가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LG그룹과 코오롱그룹은 계열사의 연구개발 시설을 전부 모아 입주시킴으로써 계열사별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서울시가 MICE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해 기존의 일반산업단지와는 다른 성장과정을 거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고학력 고임금 근로자가 근무하지만 안전사고 발생가능성은 높아사고발생 가능성 평가마곡산업단지에 입주하는 업종은 연구개발업, IT(컴퓨터, 정보통신 등), BT(유전공학, 바이오 신약 등), NI(나노소자), GT(에너지, 환경 등) 등으로 다양하다.일반적으로 연구소는 최첨단 장비와 설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지만 새로운 장치∙물질을 이용한 비정형화된 실험을 하기 때문에 안전사고의 발생가능성도 높은 편이다.연구소는 소규모 공간에서 다품종 소량의 유해물질을 취급해 예측이 어려운 유해인자와 위험요소가 나타나 연구원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라인에 근무한 직원들이 백혈병이나 암으로 고통을 받았지만 유해물질로 인한 산재라는 것을 입증하는데 수십 년이 소요됐다는 점을 기억하면 이해가 쉽다.연구소는 정규직으로 근무하는 연구자뿐만 아니라 대학생, 대학원생 등 연구에 참여하는 비 근로자가 다수 포함돼 있어서 안전사고의 예방이 중요하다.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장비와 보호구, 안전관리 시스템, 폐기물 관리 등도 중요해지고 있다. 연구자 보건관리, 연구실 사전유해인자위험분석, 시험연구용 유전자변형생물체 안전관리 등도 안전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다.산업자원부는 2020년부터 산업기술 R&D 관리규정을 개정해 연구개발사업의 안전성을 대폭 강화했다. 재해유발 위험이 높거나 위험물질을 취급하는 등 사람의 신체, 재산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높은 R&D 사업은 안전관리 대상 과제로 지정한다.중점 안전관리 대상으로 지정된 R&D과제는 기획단계부터 특별관리를 받아야 한다. 재해요인 분석, 안전관리 기준 유무파악 등 안전성 검토를 실시해야 한다.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안전불감증이 사라지지 않아 사고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학력 고임금 근로자가 근무하는 시설이라고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은 물질로 인한 피해가 나타나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도 사고발생 가능성을 평가하는데 유념해야 하는 요소다. ◇ 안전매뉴얼도 없어방어능력이 무엇인지도 파악하지 못해사고 방어능력 평가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2016년 이후대학과 기업의 연구소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700건이 넘는다.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안전관리대책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2019년 5월 발생한 강릉 수소탱크 폭발사고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연구원들은 방어능력이 전혀 없다. 공장 외부에 설치된 수소탱크 4기가 폭발하면서 2명이 사망하고 6명이 크게 다쳤다. 수소탱크 2기는 압력이 0.98MPa인 저압탱크로 안전점검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2019년 11월 KAIST 신소재공학과 실험실 반도체 장비에서 염소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8년 10월 KAIST에서 동일한 사고가 발생했지만 안전은 개선되지 않았다.2018년 7월 공주대 천안컴퍼스 실험실에서 수소가스 주입 중 폭발이 일어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19년 2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의 손가락이 협착되는 사고도 일어났다.2019년 12월 24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내 포스하이메탈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과 포스코ICT직원 등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연구설비를 다루는 과정에서 폭발이 발생했지만 현장에는 실험 관련 안전매뉴얼조차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당연하게 연구원들은 수행하는 실험에서 어떤 위험이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위험한 현장에 투입됐다. 다른 안전사고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고가 발생하면 연구원들의 생명이 위험한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안전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사고방어능력은 취약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 안전사고로 인한 자산손실은 치명적이지만 안전불감증 여전해자산손실의 심각성 평가2019년 11월 13일 대전에 위치한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19년 4월 시험 도중 화재로 일부 시설이 불탔고, 6월에는 실험실 냉장고에서 시작된 화재로 119가 출동했다.폭발사고 당시에 연구원들은 방호복이 아니나 평상복을 입고 있어 사상자가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연료가 연료탱크에서 연소기로 제대로 들어가는지 확인하는 실험으로 연소나 점화가 필요한 실험이 아니라 위험도 등급이 낮은 실험이었다고 주장한다.관할 노동청의 조사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는 화학물질정보의 취급표시 의무를 위반했고, 시험 전 위험성 평가도 소홀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험실 부문 중지명령과 더불어 시험기구 1건도 사용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실험을 진행할 때 필요한 안전 관련 프로그램도 없었다.2019년 12월 27일 경북대 화학관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4명이 다쳤고 2명은 중태다. 학생들이 화학시료를 폐기하는 중에 폭발이 일어났다.매년 연말이 되면 진행하는 실험실 청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라고 한다. 사고가 난 실험실 외벽에는 수소탱크가 설치돼 있었지만 다행히 폭발하지 않았다.해외에서도 연구소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2019년 9월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에 위치한 생명공학연구소에 가스통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에볼라 바이러스, 돼지독감, 인간면역결필바이러스(HIV) 등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기관인데, 폭발로 생화학물질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주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과거에는 생화학무기제조를 위해 탄저병 등 감염병을 연구한 연구소이기 때문이다.연구소의 안전사고는 산업현장의 사고에 비해서 심각한 경우가 많다. 마곡산업단지에도 연구시설이 많이 입주했기 때문에 안전성이 높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산자부가 연구개발사업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국내 기업에는 안전전문가도 부족하고 안전관리매뉴얼을 개발할 수 있는 내부 전문가도 많지 않은 편이다. ◇ 0.1%의 오류나 자만도 허용하지 않아야 안심할 수 있어안전 위험도 평가마곡산업단지의 안전위험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면‘High : 높은 수준의 위험’으로 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시, 서울산업진흥원(SBA), 산업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기벤처기업부,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이 제시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명령계통상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과거의 안전사고 수습과정을 연구해 보면 안전사고는 예방을 위해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입해도 0.1% 가능성으로 발생한 사고에 대한 피해보상에 비하면 절대 많지 않다.마곡산업단지도 첨단 R&D연구단지이고 개발된 지 오래되지 않아 100% 안전할 것이라고 믿겠지만 안전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 미리 예방하는 조치가 필요하다.최근에 발생한 국방과학연구소나 경북대 실험실도 위험물질을 상시적으로 사용해 안전사고가 예견됐지만 막지는 못했다. 연구소 안전사고는 심각한 자산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안전매뉴얼부터 준비해 소속 연구원의 안전교육 강화에 활용해야 한다.4차산업혁명을 이끌 주요 기술을 연구하는 기관이 많이 입주했기 때문에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한국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은 가늠조차 어렵다. 0.1%의 오류나 자만도 생기지 않도록 관련자들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더 강조한다. – 계속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i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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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장인의 애로를 청취하기 위해 구로디지털단지를 방문했다. ‘대통령과 점심’이라는 컨셉의 행사를 진행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경력단절여성, 장기근속자 등과 대화를 하면서 구로디지털단지가 ‘미래를 뜻하는 장소’라는 친절한 설명도 곁들였다.과거 의류공장, 주물공장 등이 많이 있었던 구로디지털단지는 IT 관련 벤처기업이나 대기업이 이주하면서 미래산업의 요람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저렴한 임대료와 생활비가 장점이며 게임개발회사,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서울시의 핵심 산업단지인 구로디지털단지의 안전을 평가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K-Safety 진단모델’을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K-안전진단 모델로 평가한 구로디지털단지 [출처=iNIS]◇ 노동집약적 제조업에서 최첨단 IT산업으로 변신 성공구로디지털단지는 1964년 수출을 장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건설한 국가산업단지이다. 당시에 강남은 거의 발전되지 않은 상태였고, 구로구도 논과 밭이 있었던 한산한 농촌 지역이었다.정부는 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토지를 강제수용했고, 2017년 대법원은 국가기관이 토지수용에 반대하던 농민들을 고문하거나 협박했다는 사실을 밝혀 국가가 강제로 뺏은 땅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건설 초기에 입주한 봉제공장은 1960~70년대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의류를 제조했다. 가난한 시골 출신 여성들이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1970년 수탈적인 노동환경에 반발해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청계천 봉제공장과 큰 차이도 없었다. 1980년대 군사독재에 반발해 가열찬 동맹파업이 벌어졌던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필자의 기억 속에 구로디지털단지는 중소제조업체의 낡은 공장이 줄지어 있었던 곳이었는데 2000년대 이후 높은 아파트형 공장이 들어섰다.서울 강남 테헤란벨리의 높은 임대료를 피해 벤처기업이 먼저 이주하기 시작했다. 소규모 벤처기업이 모여들면서 유동인구가 늘어나자 대형 IT기업들도 집적효과의 이점을 노리기 위해 몰려들었다.입주기업들이 많아지면서 한산하던 구로디지털단지역도 붐비기 시작했다. 1일 유동인구가 2018년 기준 15만명을 돌파했고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유동인구에 비해서 상권은 발달하지 못했지만 저렴한 식당은 많은 편이다. 대형 오피스건물 지하마다 대기업의 구내식당과 유사한 개념의 공동식당이 위치해 있다.양식, 한식, 일식 등 다양한 음식을 매우 저렴하게 판매해 주머니가 가벼운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이 많아 근로자들의 급여는 많지 않은 편이라 박리다매(薄利多賣)를 주력으로 하는 음식점은 즐비하다.야근을 하는 직원들이 많고, 구내식당 개념의 저렴한 공동식당으로 인해 회식문화는 발달하지 못했다. 구로디지털단지만의 독특한 여가문화도 체험해볼 만하다. ◇ 신체장애보다는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산업재해 발생해사고발생 가능성 평가구로디지털단지는 제조업체가 집적된 국가산업단지와는 달리 최첨단 ICT기업이 입주해 있어 신체상해와 같은 산업재해의 발생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반면에 국내 ICT업계의 고질병인 장시간 노동, 열정페이 등이 나타날 여지는 많다.2016년 11월 게임업체인 넷마블 20대 직원이 심장동맥경화(급성심근경색)로 사망했다. 게임개발 업무를 담당했는데 사망한 직원은 1주일에 최대 95시간 55분이나 근무했다. 사망 4주전에는 1주일에 78시간 일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6월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첨단산업의 요람이라는 이미지를 품고 있는 구로디지털단지에도 전자부품 제조공장이 다수 있다. 핸드폰 부품을 세척하는 공장 등의 경우에는 다양한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있지만 안전교육은 부실하다.세척액이 근로자의 건강을 해칠 수 있고, 2016년 4월 삼성전자 부품업체에서 메탄올에 중독된 근로자 4명이 시력을 잃은 사고도 발생했다.근로자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해야 하지만 회사는 형식적인 요건 정도로 인식한다. 화학물질의 경우에 정확한 성분을 파악하기 어렵고, 부작용도 수년 혹은 수십 년 후에 나타나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근로자가 위험하다고 주장하면 작업환경을 개선하기 보다는 퇴사를 종용하는 것도 안전불감증에 걸린 중소기업의 현실이다.필자도 게임개발업체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아침에 출근하면 밤샘을 한 직원들이 의자에 앉은 채로 잠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일과를 시작한다. 대부분 20대 초∙중반이고 30대만 되면 체력이 딸려 야근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문재인 정부는 근로자의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 52시간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제59조 특례조항과 경쟁력 약화를 들먹이며 반발하는 기업은 늘려있다.인력파견업체를 통한 간접고용, 영세사업장과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법정최저임금에 근접한 수준의 저임금, 첨단화에 따른 기업 영세화로 인한 고용의 질 악화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계약직 근로자의 현실은 매우 열악하다. 문재인 정부가 정규직 고용을 독려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하면서 오히려 직장에서 쫓겨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 정작 핵심인 IT기업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두드러져사고 방어능력 평가첨단기업이 밀집돼 있다고 해도 구로디지털단지에 입주한 기업들 대부분은 규모가 작고 영세해 근로자의 노동환경을 열악하다. 지방자치단체와 국가가 노동생활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은 어린이집과 보육시설 설치에 집중돼 있다.노동자를 위한 복지시설, 복지지원 등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근로자의 고용, 노동조건의 향상 등이 근로자의 삶을 질을 개선하는데 중요하지만 정작 개선되지 않고 있다.2014년 12월 일명 산업단지 구조고도화특별법(노후거점산업단지 활력증진 및 경쟁력강화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노후화된 산업단지를 통합적으로 재개발 정비하려는 목적이다.국내 산업단지는 건설 및 임대자본, 유통자본의 이해가 우선해 기업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도심 재개발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건설업체와 임대업체, 산업생산보다는 유통수익을 추구하는 상업자본이 결합해 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이 현실이다, 부동산 개발과 임대사업이 활성화되면서 임대료가 상승해 소규모 벤처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임대료가 오르고 복지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구로디지털단지를 부흥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 소규모 ICT기업이 떠날 가능성이 높다.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도심재개발사업을 추진했지만 높은 주택가격과 임대료로 정작 원주민은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서울 도심의 주요 재개발지역이 화려하게 치장했지만 다시 황폐해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 소규모 벤처기업과 청년층이 이탈하며 활력 잃어가자산손실의 심각성 평가제조업체의1층짜리낡은공장은지식산업센터라는 이름의 첨단 아파트형 공장으로 변신했다. 첨단 IT기업을 모아 지역 클러스터를 구축해 혁신역량을 강화하고 있지만 단순히 유사업종의 집적만으로 혁신이 저절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구로디지털단지에서도 의도한 집적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실증적 증거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실질적인 산업활동과 무관한 유통업체, 호텔 등 서비스업체가 입주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대기업이나 투기세력이 부동산 투자로 이익을 얻기 위해 저렴한 건물을 매입해 임대하면서 산업단지의 정체성(identity)을 잃고 있다.업체들이 지식산업센터에 모여만 있지 내부적인 네트워크는 형성되지 않아 시너지 효과(Synergy eddect)도 획득하지 못했다구로디지털단지의 핵심 자산은 젊은 청년들과 소규모 벤처기업이다. 임대료의 상승으로 영세기업들이 떠나게 된다면 산업단지는 자연스럽게 황폐화된다. 조성한지 너무 오래돼 기본 인프라는 급격하게 노후화됐지만 기본적인 시설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노후화된 산업단지의 위험, 안전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도 찾아보기 어렵다.구로디지털단지의 관문인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 겪는 출퇴근 시간의 혼잡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기존의 좁고 구불구불한 도로는 그대로 둔 채 유동인구만 급증해 사람들에 떠밀려가야 한다.회사가 너무 많이 입주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불편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젊은이와 소규모 벤처기업이 편안하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구로디지털단지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 국가는땅 장사와 ‘갑’질을 포기하고 기업지원에 집중해야안전 위험도 종합평가구로디지털단지의 안전위험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면‘Moderate : 보통수준 위험’으로 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 산업자원부, 중기벤처기업부, 지방자치단체, 입주 기업 등이 제시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국가는 기업들이 편안하게 산업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국가가 산업단지 입주기업을 상대로 땅 장사를 시도하거나 ‘갑’질을 자행하면 산업단지의 핵심 경쟁력은 사라진다. 건설업체나 임대업체가 땅투기를 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건전한 기업활동을 지원해야 한다.부동산 거품으로 건전한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불로소득을 제거하지 않으면 기업의 혁신노력도 사라진다는 사실도 잊지 않아야 한다.구로디지털단지의 성공은 공무원이나 정부의 노력보다는 건설업체의 개발방식에 크게 힘입었다. 고층 아파트형 공장을 많이 지어 저렴하게 분양한 것이 높은 임대료에 불만을 가진 기업을 유치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자연스럽게 성장한 구로디지털단지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근로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생활 인프라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계속-▲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i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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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희망찬 꿈보다는 현상유지조차 사치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2018년 하반기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경기침체가 수출주도형 한국경제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2019년 여름부터 시작된 일본과 무역전쟁도 여전히 안개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로 신성장동력을 만들겠다고 주창한지도 벌써 8년이 지났건만 국가나 기업차원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았다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조선, 전자, 자동차, 철강, 화학 등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주력 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만 쏟아지고 있다.한국 경제가 어려움에 처해진 것은 기존 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미래성장산업을 찾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노사가 극한 대결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경영진은 원가절감을 이유로 산업안전을 소홀하게 대했고, 노조는 지엽적인 임금문제에 집중해 정작 중요한 안전문제는 방치했다. 노사가 합심해야 산업재해가 없는 안전한 작업장을 만들지 못하면 기업의 미래는 없다는 것이 산업안전 전문가들의 결론이다.▲ 포스코 광양공장 전경 [출처=iNIS]◇ 한계수명을 넘어선 산업설비는 노사 모두를 불안하게 만들어2019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들떠 있던 국민들은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는 언론보도를 접했다. 폭발은 5분 간격으로 2회 발생했으며 공장은 검은 연기에 뒤덮였다. 시꺼먼 연기로 휩싸인 광양제철소는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듯했다.세계 최고 철강회사인 포스코가 자랑하는 최첨단 광양제철소는 1982년 착공, 1987년 준공해 이미 33년이 넘은 낡은 공장이다. 시설의 노후화로 인해 안전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민영화 이후 경영진들도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단기적인 수익을 내는데 골몰하고 대규모 투자는 꺼린다. 미국의 제조업체들이 1980년대 이후 글로벌 경쟁력을 잃은 이유다.설비의 낙후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게을리한 것은 비단 포스코만의 문제가 아니다. 필자가 지난 20여년 동안 국내 기업들을 방문한 경험에 따르면 낡은 설비로 언제 고장이 날지 모르는 설비를 보유한 기업이 적지 않았다.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는 불안한 밤을 하루 하루 새는 경영진도 무수히 많은 편이다. 경영진보다 더 큰 공포에 떠는 것은 현장에서 목숨을 내놓고 일하는 근로자들이다.필자가 군대생활을 할 때 경험에 비춰보면 군대가 운용하는 무기나 장비들이 한계수명을 넘은 경우가 많았다. 공군훈련소에서 지급받은 수통은 6∙25전쟁 때 미군이 사용한 것이었다.훈련소는 전투부대가 아니라 낡은 물품을 사용할 수 있다고 위안을 삼았지만 자대에 도착한 이후에는 더 열악한 상황에 할말을 잃었던 기억이 난다. 장교나 사병 모두 ‘오늘도 무사히!’라는 기도문을 외우면서 제대 날짜만 기다린다.한국의 산업현장의 안전설비는 군대보다는 훌륭하지만 근로자들이 안전하게 느낄 수 있는 상황과는 거리가 먼 편이다. 낡은 설비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지만 후진적인 근무환경은 끊임없는 희생을 요구한다.신체가 절단되는 경미한 사고뿐만 아니라 사망에 이르는 대형 참사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산재사고가 발생해도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크지 않아 경영진은 산업재해에 무감각하다. ◇ 산업재해 예방솔루션을 개발해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야1997년 IMF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국내 기업들은 위험한 업무는 외주업체에 넘기는 방식으로 산업재해의 책임에서 벗어났다. 영세업체들은 먹고 살기 위해서 죽음을 무릅쓰고 현장을 지켰다. 특별한 기술이나 학력을 갖추지 않은 평범한 근로자들이 쥐꼬리만한 급여라도 받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다.2018년 12월 10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운송설비를 점검하던 24살의 젊은이도 그렇게 생명을 잃었다. 국회까지 나서서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했지만 산업현장에서 죽어가는 근로자는 줄어들지 않았다.도금작업, 수은∙납∙카드뮴의 제련∙주입∙가공∙가열∙작업, 허가 대상 물질의 제조∙사용∙작업 등 유해∙위험작업의 사내 도급을 원천적으로 금지했지만 여전히 많은 근로자는 위험한 작업장을 벗어나지 못했다.엠아이앤뉴스와 국가정보전략연구소는 2020년 국내 주요 산업단지의 산업안전을 진단할 계획이다. 포스코의 광양제철소와 같이 한계수명을 넘은 산업단지에서 사고는 늘 잠재돼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영진뿐만 아니라 정부부처에게도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목적이다.안전은 눈에 보이는 하드 인프라(Hard Infra)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지만 노∙사∙정이 모두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한 협력체계 구축 등 소프트 인프라(Soft Infra)을 개선하는 노력을 더 우선해야 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임기응변(臨機應變)으로 ‘땜질 처방’만 할 것이 아니라 선제적 예방조치가 더 비용효율적이라는 점도 잊지 않아야 한다.선진국 기업들은 산업안전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를 서비스산업으로 포장해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친환경적이며 지속 가능한 첨단 안전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후진국 기업들에 전수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수익모델도 확보하는 것이다. 독일과 일본의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잃지 않는 이유다.2019년 철도, 자동차, 선박 등의 주요 국가 인프라에 대한 산업안전을 평가해 많은 독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불안하지만 어쩔 수 없이 매일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소시민들은 스스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정부 차원의 해결노력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너무 요원한 것도 자력갱생(自力更生)을 주장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소위 말하는 김용균법이 제정된 지 1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산업현장은 안전에 무감각하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폭발사고로 다친 근로자들도 빨리 퇴근해 가족들과 행복한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낼 꿈에 부풀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크리스마스의 기대가 절망으로 바뀐 것은 순식간이었고, 자신의 잘못과 관계없이 평생 잊을 수 없는 처참한 기억을 갖게 된 것이다. 포스코의 경영진과 노조 모두가 공범이라고 생각해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엠아이앤뉴스와 국가정보전략연구소는 2020년 한국의 산업현장에서 근무하는 모든 근로자가 건강하게 퇴근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산업단지 안전진단 기획시리즈를 시작했다.산업재해는 개인의 소중한 목숨과 신체를 훼손하고, 기업의 좋은 이미지에 먹칠을 가하고,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최소화해야 한다.기업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실물경제가 침체된다고 아우성만 치지 말고, 산업재해 예방솔루션을 주력 산업으로 육성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대기업이나 공기업, 관련 분야 전문가와 공무원 모두가 ‘갑’이라는 생각을 버리면 찾을 수 있다. 근로자도 스스로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산업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가장 효과적인 투자라는 인식만 가진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모든 이해관계자의 진심 어린 조언과 제언을 기다리면서 ‘산업단지 안전진단’ 기획시리즈를 시작한다. - 계속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i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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