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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월이면 직장인들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연말정산'이다. 연말정산은 근로소득자가 1년 동안 납부한 소득세를 정산하는 절차로 많은 이들에게 '13월의 보너스' 또는 '13월의 월급'이라 불리며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안겨준다.그러나 연말정산을 하는 과정은 단순히 세금을 돌려받거나 추가로 납부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연말정산은 우리나라 세법 체계의 복잡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우리나라의 세법은 그 복잡성으로 유명하다. 국세기본법, 소득세법, 법인세법 등 기본적인 세법들부터 시작해 수많은 특별법과 시행령, 시행규칙들이 얽히고설켜 있다.연말정산의 복잡성은 처리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근로소득자들은 다양한 공제 항목과 그 기준을 이해해야 하고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때로는 복잡한 계산식을 통해 자신의 세금을 산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법의 복잡성 [출처=Napkin.ai]◇ 공제항목의 다양성 등 3가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추후 세금 추징 혹은 가산세 부과 피할 방안 제시연말정산의 복잡성은 크게 3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공제 항목의 다양성이다. 근로소득공제, 인적공제, 연금보험료공제, 특별소득공제, 특별세액공제,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른 공제 등 수많은 공제 항목이 존재한다.각 공제 항목마다 적용 대상과 한도가 다르며, 때로는 중복 적용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이는 납세자로 하여금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공제 방법을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한다.둘째, 세법 개정에 따른 변화다. 매년 세법이 개정되면서 연말정산 과정도 함께 변화한다. 예를 들어 특정 공제 항목의 한도가 조정되거나 새로운 공제 항목이 신설되는 경우가 있다.이러한 변화는 납세자들이 매년 새로운 정보를 습득해야 함을 의미한다. 2024년 연말정산의 경우,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 소득공제의 공제율, 연금계좌 세제혜택 확대 등 변화가 있었다. 이러한 변화를 정확히 이해하고 적용하는 것은 많은 납세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셋째, 서류 준비의 복잡성이다. 연말정산을 위해서는 다양한 증빙서류가 필요하다. 의료비 영수증, 교육비 납입 증명서, 기부금 영수증 등 수많은 서류를 수집하고 정리해야 한다.최근에는 홈택스나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등을 통해 이러한 과정이 일부 간소화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납세자들이 서류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이러한 복잡성은 납세 오류 가능성 등 여러가지 문제점을 야기한다. 복잡한 규정과 절차로 인해 납세자가 실수를 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추후 세금 추징이나 가산세 부과로 이어질 수 있다.또한 복잡한 절차는 납세 협력 비용을 증가시킨다. 연말정산을 실수한 납세자들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종합소득세 신고를 진행해야 하며 이는 추가적인 비용 부담을 초래한다.더불어 복잡한 세법 체계는 조세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세법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납세자와 그렇지 않은 납세자 사이에 실질적인 세부담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같은 소득, 같은 세금'이라는 조세 원칙에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한다.◇ 납세자 친화적인 세법 체계 구축 필요... 조세정의 실현하고 조세 행정의 효율성 높여야납세자가 복잡한 연말정산으로 실수하지 않도록 하게 위해서는 세법 간소화가 필요하다. 단순히 규정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납세자가 쉽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공제 항목을 통합하고 단순화하는 것이다. 현재의 복잡한 공제 체계를 보다 단순하고 명확한 형태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비슷한 성격의 공제 항목들을 통합하거나 일괄적으로 공제하는 방식을 확대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둘째,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간소화다. 현재도 홈택스나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등이 제공되고 있지만 이를 더욱 발전시켜 납세자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예를 들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개인별 최적의 공제 방법을 제안하거나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을 통해 증빙서류의 신뢰성을 높이는 방안 등을 고려하는 것이다.셋째, 복잡한 세법을 완전히 단순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세법 교육을 강화한다. 따라서 납세자들의 세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한 방안이 될 수 있다.학교 교육과정에 실용적인 세금 교육을 포함시키거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세금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이 대표적이다.넷째, 정부는 세법 개정 시 납세자의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또한 개정된 세법에 대한 충분한 홍보와 안내가 이뤄야 한다. 납세자들이 변화된 세법에 쉽게 적응하도록 하기 위함이다.연말정산은 우리나라 세법 체계의 축소판이다. 연말정산의 복잡성은 곧 우리나라 세법의 복잡성을 의미한다. 납세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조세 행정의 효율성을 저해한다.때로는 조세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므로 세법 간소화는 단순히 연말정산 절차를 개선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나라 조세 체계 전반을 개선하는 중요한 과제다.하지만 세법 간소화는 쉬운 일이 아니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때로는 정책적 목적을 위해 복잡한 규정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그러나 납세자 친화적인 세법 체계를 만드는 것은 조세 정의를 실현하고 조세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정부, 국회, 세무 전문가, 그리고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면 보다 간단하고 공정한 세법 체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세법 간소화 [출처=Napkin.ai]연말정산은 매년 찾아오는 숙제 같은 존재다.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세금의 의미를 되새기고 국가 재정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현장에서 세무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필자는 복잡한 연말정산 절차가 간소화되는 날, 그날이 바로 우리나라 세법 체계가 한 단계 발전하는 날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이현준 전문위원(세무사) [출처= i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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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는 본격적인 그룹으로서의 역사가 짧아 동부만의 고유한 기업문화가 자리잡고 있지 않은 상황이며, 최근 수년간 사업다각화와 혁신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성과가 가시화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경기 침체의 여파로 일부 주력계열사들의 실적 개선도 시급한 상황이다.동부의 기업문화를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기업문화 측정과 혁신도구인 ‘SWEAT Model’에 적용해 5-DNA 10-Element의 성취도, 기업문화 위험관리, 혁신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평가해 보자.◇ 5-DNA 10-Element의 성취도 분석▲ [그림 16-1. 5-DNA 10-Element 분석]동부의 기업문화를 SWEAT Model의 5-DNA 10-Element를 점수로 평가해 보면 그림1과 같다. 동부의 기업문화 성취도는 일부 목표(goal), 경영도구(methodology)의 요소(Element)를 제외하면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동부가 2000년대 들어 외부인재 영입을 통해 대대적인 경영혁신운동을 추진하면서 나름 기업문화 혁신에 성공했다고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그 혁신의 결과가 실제 경영성과로 나타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동부의 비전은 사업목표의 설정이 다른 대기업과 유사하다. 김준기 회장은 사업보국을 기치로 청년창업에 도전했고, 창업 초창기에 과감하게 중동의 건설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동부의 규모나 역사에 비하면 혁명에 가까운 시도였다고 보인다.하지만 이후 사업복합화와 다각화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사업영역을 주로 국내에만 국한한 것은 아쉽다. 동부 김준기 회장의 초기 도전역사를 보면 일본 교세라그룹의 가즈오 이나모리 회장이 전도하고 있는 기업가 정신에 매우 가깝다.사업의 제품은 주력사업이 철강, 전자, 농업, 건설, 에너지, 금융 등 그룹 규모에 비해 매우 다양한 사업과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시장의 경우 최근 동부대우전자를 인수하기 전까지는 국내사업의 비중이 너무 높아 높은 점수를 줄 수가 없었다.성과의 이익은 주요 계열사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이익이 나는 계열사도 규모가 작다. 위험은 사업포트폴리오가 다양하고 적자규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했지만 아직은 위험을 최소화하는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는 점을 반영했다.조직의 일은 국내 다른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세분화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사람은 삼성, GE 등 글로벌 기업들의 성공체험을 학습하려는 노력, 내부역량강화를 위한 노력 등을 감안했지만 크게 진일보한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시스템의 경영도구는 시스템경영을 도입하려고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어 좋은 점수를 받았다. 운영도 경영현황 속보판을 도입해 효율성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동부의 경우 비전의 목표설정, 시스템의 경영도구 요소 등에서 평균 이상의 점수를 획득했다.◇ 기업문화 위험의 관리전략▲ [그림 16-2. 기업문화 위험의 관리]동부가 기업문화 5-DNA를 인식하고 관리하는 수준을 평가해 정리한 것이 그림2다. 5-DNA 10-Element를 평가한 결과를 반영하면 비전과 시스템은 관리 가능한 위험영역에 속하고 있지만 사업과 성과의 대부분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위험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또한 동부의 경우 기업문화 요소 중 어느 것 하나 무시할 수 있는 위험에 속하지 못했다. 대기업은 대부분 최소한 한두 가지 요소는 무시할 수 있는 위험군에 속하는데 그렇지 않았다.사업에서 제품과 시장 모두 개선의 여지가 많다고 볼 수 있다. 사업다각화로 제품의 확장하고 있지만 농사일을 하거나 청과물 유통시장까지 뛰어드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시장도 최근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하는데, 그룹 규모나 역량에 비해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성과의 경우 이익의 규모가 작고, 위험관리를 체계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김준기 회장이 부채를 줄이기 위해 사재를 출연하는 노력은 높게 평가되지만 아직까지 사업체질을 강화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부가 채용하고 있는 혁신 전략 ▲ [그림 16-3. SWEAT Model로 분석한 동부 기업문화]SWEAT Model로 동부의 기업혁신방법을 분석해 보면 그림3과 같다. 동부의 기업혁신방법은 유럽기업이 주로 채용하는 ‘E-Type Model’을 채용하고 있으며 국내 대기업 중 LG그룹과 유사한 혁신모델을 채택하고 있다.100년 기업이 가장 많은 나라가 일본이지만, 제대로 된 규모로 오랫동안 지속되는 기업이 많은 지역은 유럽이다. 유럽에서는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존중하고,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영속적인 생명을 갖고 있다. 기업문화혁신모델로 ‘S-Type Model’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E-Type Model’을 추천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따라서 동부의 기업문화 혁신전략은 나쁘다고 보기 어렵다. 문제는 비전에서 시작한 기업문화 혁신노력이 조직을 성공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삼성출신을 포함해 외부인사 영입에 적극적이었지만, 이들이 조직의 변화를 이끌었거나 성과향상에 지대한 공을 세웠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조직의 외형은 바뀌었는지 모르지만, 경영의 성과는 그리 크지 않다. 성과가 바탕이 되지 않는 사업혁신은 성공하기 어렵다. 차입을 통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시장을 확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전략이다. 시스템에 대한 노력은 나름 좋은 평가를 받기 무난한 수준이다.동부는 아직 창업자인 김준기 회장이 이끌고 있어 새로운 혁신을 시도하기 쉬운 편이다. 기업문화 혁신을 위해서는 리더의 카리스마와 지도력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창업자가 사망한 이후 2세가 혁신을 시도할 경우 성공확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이 프랑크푸르트선언을 계기로 혁신에 성공했지만, 현대그룹은 정몽헌 회장이 혁신을 시도하다가 실패했다.김준기 회장의 경우 자신의 성공체험에 대한 지나친 과신에 빠져들지 않고 외부 선진기업 벤치마킹이나 내부역량 강화와 같은 새로운 기업문화 혁신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동부가 기업문화 혁신노력으로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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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그룹(이하 동부)는 김준기 회장이 1969년에 설립한 미륭건설이 모태다. 김준기 회장은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취직보다는 창업을 선택한 특이한 인물이다.미국을 방문한 이후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가전과 관광 등의 산업이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일념으로 첫 출발을 했다고 한다. 동부는 국내 대기업 중 창업자가 경영을 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기업이며, 적극적인 M&A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 청년창업과 해외건설업 도전은 매우 성공적전문가들이 하는 김준기 회장의 이력에 대한 평가는 매우 대조적이다. 대학 4학년 학생의 신분으로 2400만원을 들고 사업을 시작한 도전의지를 높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모든 학생들이 취직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던 시절에 학생의 신분으로 창업을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요즘 정부가 창조경제를 말하면서 창업을 독려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청년 김준기를 박근혜정부의 청년창업의 성공모델로 내세우면 좋다는 생각을 한다. 김준기 회장이 취업보다는 창업을 선택해 그룹을 일궜는데, 한국 현대사에 찾아보기 힘든 사례에 해당된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교세라그룹의 가즈오 이나모리 회장과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이나모리 회장도 취업을 선택하는 대신 자신을 고용할 수 있는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그는 “기업(企業)에 관심을 갖지 말고, 기업(起業)을 하라”는 말을 한다. 이나모리 회장은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세라믹에 관심을 가졌고, 교세라를 창업해 현재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나모리 회장과 김준기 회장의 차이점은 창업자금의 조달과 후원자의 유무다. 김준기 회장은 창업하는데, 2400만원 자금을 외가로부터 지원을 받는다.김준기 회장이 창업하는데 사용한 자본금 2400만원은 매우 큰 돈이다. 요즘으로 봐도 대학생이 창업자금으로 한다고 해도 큰 돈인데, 1969년도 금전적 가치를 기준으로 보면 엄청난 거금이다.이나모리회장은 가족으로부터 창업자금을 지원받지 못했다. 첫 사업이 무모한 도전에 가까웠는데 소위 말하는 친족으로부터 벤처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다. 요즘 말로 하면 엔젤펀딩을 받은 셈이다. 다른 차이점은 후원자의 유무다. 김준기 회장이 어린 나이에 무모한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정치인 아버지의 든든한 지원도 한 몫을 했다. 그의 아버지는 7선을 한 국회의원이었고, 국회부의장까지 역임한 김진만 씨이다.주로 여당의 국회의원을 역임했기 때문에 정부와 관련된 사업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 현재 동부의 핵심계열사인 동부화재보험을 인수할 때나 여러 사건을 해결하는데도 유∙무형의 지원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나모리 회장은 부모의 도움을 받지 못했지만 동부보다 더 큰 그룹을 일구었다.그렇다고 김준기 회장이 이룬 업적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당시뿐만 아니라 지금도 부모의 든든한 후광에도 불구하고 창업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매우 특이한 이력을 가진 경영인이라고 볼 수 있다.그의 도전정신은 사업 초창기 중동건설시장의 진출로 이어진다. 사업진척이 신통치 않았지만, 곧바로 중동에 진출하면서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만든다.1973년에 진출해 1980년 철수할 때까지 약 20억 달러에 달하는 매출을 낸다. 이 매출과 이익을 기반으로 동부는 국내사업의 체질을 강화할 수 있었다.◇ 사업보국을 주창하지만 말과 행동은 따로대기업의 창업자들이 한결같이 주창하는 단어가 ‘사업보국’이다. 김준기 회장도 “기업의 목표는 이익 극대화가 아니라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 국부를 증대시키고 일자리를 늘리는 데 있다”는 말을 자주 한다.기업이 어떤 목표를 갖고 사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사회적 책임이 국부증대와 일자리의 창출이라는 점을 명시한 것이다.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고, 사회가치를 존중하는 사업을 해야 하며, 사회적으로 손해가 나는 사업을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사업보국이라는 말은 일본에서 유래한 말이다. 산업보국(産業報國)이라는 말도 많이 사용하지만 모두 비슷한 의미다. 기업을 하는 것이 애국하는 지름길이고, 기업활동을 통해 나라를 부강하게 한다는 말이다. 유교적 가치관이 강한 일본에서 시작된 말이다.일본이 메이지유신 이후 국가와 천황을 우선시 하는 가치관이 사회적으로 팽배해지면서 사업보국이라는 단어도 자주 활용되기 시작했다. 일본이 태평양 전쟁에서 패한 이후에도 일본의 화려한 영광을 되찾자는 사회적 목표에 따라 사업가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은 일치단결해 국가에 이익이 되는 활동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를 지배했다. 일본 식민지지배를 받던 당시의 조선 경영인이나, 일본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온 경영인 모두 일본의 사업보국 사상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삼성그룹의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도 사업보국을 강조했다. 다른 그룹의 경영자들도 사업보국이라는 용어가 주는 힘을 알고 있어 자주 활용한다.사회적으로 경영자와 기업이 사익보다는 공익을 중요시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종업원에게는 기업에 대한 충성심, 소비자에게는 제품에 대한 로열티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사회적 가치나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만큼 확실한 마케팅 전략은 없다. 사업보국이라는 말을 애용하지만 실제 행동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극단적인 사익을 추구한 금융자본이 주범이고, 한국의 부동산 거품과 부채문제도 금융기관과 대기업의 탐욕에서 비롯되었다. 무능한 정부의 책임도 작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기업부문에서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 대기업 총수들이 사업보국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다면 작금의 한국경제에서 나타나는 대기업 병폐는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납품가 후려치기, 불공적 계약, 조삼모사 마케팅, 환경문제, 근로자 인권보호, 노조탄압 등의 문제는 없어야 한다.김준기 회장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대기업 총수들이 사업보국이라는 말을 마케팅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치인들이 항상 국민을 위한다는 말을 하는 것과 동일하다. 과거에는 말과 행동이 달라도 변명과 사과로 일관하면 일시적인 부정여론을 무마할 수 있었지만 국민들이 똑똑해지고,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임기응변이 불가능해지고 있다. 이제 기업가들도 사업보국을 하려면 말과 행동이 일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정작 사회와 국가를 위한다고 하면서 탈세를 하고, 배임과 횡령을 한다. 기업 구성원과 소비자에게 진심으로 다가가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가 없다. 2004년 김준기 회장도 동부건설 주식을 헐 값으로 매각한 배임혐의로 유죄선고를 받았다가 2010년 특별 사면되었다. ◇ 사업에만 몰두하며 현장을 지키는 경영인이라는 평가한국경영자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골프와 술 접대다. 중소기업을 하든, 대기업을 경영하든 골프와 접대를 하지 않으면서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벤처기업의 경영자도 기술개발보다는 정책자금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골프장에 살다시피 한다.연구실에서 기술개발을 하는 벤처기업은 아무리 기술력이 좋아도 투자를 받기 어렵다. 대부분 기술개발을 뒷전이고 골프접대로 사업을 하는 벤처기업들이 많았는데, 전부 망했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영자가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 김준기 회장은 재벌총수들의 모임인 전경련이나 기타 경영자 모임보다는 기업경영에 더 충실 하려고 노력한다. 골프도 거의 치지 않는다고 한다.대부분의 경영자들이 각종 모임에 나가는 것은 시장정보수집보다는 자기과시가 목적이다. 골프나 모임을 통해 인맥을 구축한다고 하지만 실제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부정한 청탁이나 탈법행위의 온상이 되는 것이 이러한 유형의 모임이다.다른 유형의 과시성 행사는 대규모 수행이다. 대기업 총수가 해외로 출국하거나 출국할 때 계열사 임원들이 대규모로 공항에 나가는 것이 관례화되어 있다.다른 대기업보다 얼마나 더 많은 임원을 동원할 수 있느냐가 권위를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높은 연봉을 받으며 업무에 바쁜 임원들이 단지 인사를 하기 위해 공항에 줄지어 서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치인들의 나쁜 행동을 보고 배운 것이다. 해외출장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수행원을 거느리고 해외에 나가는 것도 허례허식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대기업보다 몇 배나 큰 글로벌 기업의 회장도 수행원 없이 해외출장을 다닌다. 세계 1위의 IT기업인 구글의 회장도 서류가방을 직접 들고 출장을 다닌다.김준기 회장은 다른 대기업의 회장들과는 달리 해외출장을 갈 때 가급적이면 수행비서도 데리고 다니지 않는다고 한다.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 다른 대기업 회장들과 또 다른 점은 공부도 열심히 한다고 한다. 다양한 분야에 관한 책을 읽고, 임직원들과도 직접 토론을 한다. 대기업 계열사 임원만 되어도 과거의 경험만 얘기하고 권위적인 태도로 보고만 받는 것과 대조적이라는 것이다.동부가 영위하는 사업영역에 대해서도 실무직원 못지 않은 지식을 갖고 있다는 것도 김준기 회장의 장점이라고 한다. 아직 나이가 상대적으로 젊은 편이고, 본인이 직접 사업을 구상하고 펼쳤던 경험이 있는 창업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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