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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체되어 있는 한국산업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기업이 STX그룹(이하 STX)이다. STX의 회장은 쌍용그룹에서 월급쟁이 생활을 하다가 그룹을 창업한 강덕수 회장이다.DJ정부, 노무현 정부, MB정부가 IMF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고 자화자찬을 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생활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고 청년층이나 장년층의 고용부진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정부의 경제정책이나 국가경제상황에 대한 불만이 단기간에 초고속성장을 한 대기업 회장의 성공스토리에 열광하게 만든 배경이다. 수 많은 젊은 구직자들이 강덕수 회장처럼 샐러리맨의 신화를 쓰기 위해 STX에 관심을 갖고, 일부는 STX에 입사하고자 노력한다. ◇ 창업한지 8년 만에 재계 서열 12위로 도약한국경제의 지형을 바꾼 것은 1997년 IMF외환위기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정치, 경제계에 몰아 닥친 민주화 열풍은 기업과 개인을 막론하고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개인은 소득에 비해 과분한 과소비를 일 삼았고 기업은 사업적 고려도 없이 빚을 내어 문어발계열사 확장에 골몰했다. 경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대통령과 정부관료들은 소위 ‘펀드멘탈이 튼튼하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뇌다가 대응시기를 놓쳐 나라는 단군 이래 최대 위기로 몰고 갔다. 많은 대기업이 파산위기로 몰렸고, 이중 쌍용그룹도 과도한 부채와 사업부진으로 인해 2000년 해체됐다. 위기는 기회이고, 호황보다는 불황에 거부(巨富)가 탄생한다는 진리는 틀리지 않았다.쌍용그룹이 해체된 후 쌍용중공업의 대표이사를 하던 강덕수 회장은 2001년 사재를 털어 쌍용중공업을 인수해 그룹의 발판으로 삼았다. 2001년 대동조선을 인수해 STX조선으로 개칭했고, 2002년 산업단지 관리공단을 인수해 STX에너지로 삼았다.2004년 저속 디젤엔진을 생산하기 위해 STX중공업을 세웠다. 2004년 범양상선을 인수해 STX팬오션으로 바꿨고, 2007년에는 세계 최대 크루즈선 건조사인 아커야즈를 인수해 STX유럽으로 변경했다. 2008년에는 중국 다롄에 선박건조와 해양플랜트를 제조할 수 있는 대규모 조선소를 설립했다.2001년 창업 이후 거침없는 M&A와 신규회사 설립으로 덩치를 키웠던 셈이다. 일부 계열사를 제외하면 STX는 조선/해양 부문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기 위해 계열사를 늘렸다고 볼 수 있다.배의 건조에 사용되는 선박엔진을 만들던 쌍용중공업의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기 위해 대동조선을 인수했다. 건조한 선박의 판매처를 확보하기 위해 범양상선을 인수하는 식이다. 나름대로 인수합병의 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체역량 강화보다는 덩치를 키워 내부거래를 활성화하는 기업 M&A는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M&A를 통한 성장의 적절성과는 무관하게 10년도 되지 않아 외형적으로는 재계 서열 12위를 달성했다. 조선/기계, 해운/무역, 플랜트/건설, 에너지 등 4개 사업부문을 영위하고 있다.유럽, 한국, 중국에 생산기지를 보유해 환율이나 인력부문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고, 중국의 저렴한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이점까지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까지만 해도 강덕수 회장의 성공신화는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 과감한 M&A로 덩치 키웠지만 내실은 부족해 위험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모든 기업에게 위협적이었지만, 무리하게 외형을 확장하고 조선/해양 부문 수직계열화를 추진한 STX에게는 치명적이었다.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는 물동량 감소로 이어졌고, 바로 후방산업인 조선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었다.STX뿐만 아니라 국내 3대 조선회사인 삼성중공업, 대우중공업, 현대중공업도 아무런 대책 없이 경기가 호전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본업과 관련성이 낮은 STX건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고, 사업부진이 현실화되면서 인수∙합병한 기업들의 매각을 추진하지만 성과는 저조한 편이다.1980년대 이후 글로벌기업들은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재편하기 위한 전략으로 적극적인 M&A를 선택했다. 빚도 자산이라고 생각해 무리한 차입을 통해서라도 M&A하는 것이 경영능력으로 인정받았다. M&A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마찬가지로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이라고 철저하게 믿었다.1990년대까지의 M&A는 덩치를 키워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에서 추진하면서 내실보다는 외형평가에 치우쳤다. 고도성장과 글로벌 경제가 통합될 때에는 ‘덩치 키우기 식’의 M&A가 마이다스의 손처럼 인식됐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재앙으로 돌변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STX의 강덕수 회장의 M&A 전략도 내실보다는 외형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조선/해양 부문의 수직계열화가 지상과제였기 때문에 차입을 해서라도 인수할 필요성이 컸다. 또 인수한 후 관련 기업의 단기실적은 내부거래의 영향으로 좋을 수 밖에 없었다. 기술개발이 사업역량을 강화하기 보다는 회계 수치자료의 관리로 경영성과를 포장하고, 지표상의 이익이나 잉여금으로 M&A를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전략이다. 강덕수 회장이 M&A의 귀재로 불리지만 2013년 3월 현재 막대한 규모의 부채와 사업실적으로 알짜기업을 매각해야 하는 처지로 몰렸다.최근 STX의 경영전략이 ‘선 성장 후 안정’에서 ‘선 안정 후 성장’으로 기조가 바뀌었다고 하지만 문어발처럼 확장한 사업을 정돈하고 제대로 낸 성과를 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주력인 조선과 해운산업의 경기호전이 단기간에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경영개선을 위한 의사결정 시점이 너무 늦은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다른 기업이 보수적인 경영을 할 때 오히려 기회로 여겨 사업을 더 벌인 것은 판단착오를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기업을 인수할 때는 실질가치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사업이 어려워 매각할 때는 실질가치보다 더 낮은 가격을 부를 수 밖에 없다는 단순한 진리도 STX가 추진하고 있는 경영개선노력에 찬물을 끼 얹는다.일부 계열사의 지분매각으로 10조원이 넘는 부채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기가 호황일 때는 영업이익으로 부채나 이자를 갚을 수 있지만 경기가 불황에 직면하면 이 전략은 불가능하다.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를 갚기 위해서도 빚은 내야 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 강덕수 회장의 샐러리맨의 성공신화가 지속될 수 있을까?한국에서 기업을 하려면 대지주의 아들이거나 정치권과 밀접하게 연관을 가져야 한다. 중소기업은 특정 기술이나 노력만으로 일굴 수 있지만 대기업은 성장하고 유지시키기 정말 어렵다.아직 한국에서 3대를 제대로 넘기는 대기업이 없고, 정권의 후광을 받지 않고 대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도 찾기 어렵다. 평범한 월급쟁이에서 대기업을 이룬 사람 중 가장 두드러진 사람이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이다. 김우중 회장은 1989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책을 내면서 일약 스타로 부상했다. 하지만 대우그룹은 1997년 외환위기로 침몰해 그룹이 공중 분해됐고 김우중 회장 본인도 경영부실혐의로 사법처벌을 받았다. IMF 외환위기 당시 대우그룹뿐만 아니라 삼성그룹, LG그룹, SK그룹 등도 부실했지만 정부의 차별적인 선택에 따라 운명이 갈렸다.김우중 회장 본인은 다른 그룹에 비해 차별 받은 것이 억울하다고 하소연하지만 대우그룹이 정상적인 경영은 불가능했다는 사실(fact)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김우중 회장의 경영전략도 적극적인 M&A와 본원적 경쟁력보다는 외형확장에 초점을 맞췄다. 결과적으로 그는 샐러리맨의 우상에서 실패한 경영인으로 낙인이 찍혀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졌다.강덕수 회장도 창업한지 불과 8년 만에 평범한 월급쟁이에서 재계서열 12위 그룹의 회장이 되면서 미래가 암울한 젊은이들의 우상이 되었다. 김우중 회장 이후 최고의 스타가 탄생한 셈이다.침체된 경제상황과 높은 실업률을 가리기 위해 간판이 필요했던 정부도 적극적으로 STX를 키웠다. 강덕수 회장의 성공스토리가 화제가 되면서 젊은 구직자들이 삼성그룹 LG그룹, SK그룹보다 STX를 선호한다고 한다. 강덕수 회장의 성공신화를 체험하고, 자신도 그런 신화를 쓰고 싶다는 욕망이 작용했다고 본다. 최근 STX의 경영부진이 심화되면서 강덕수 회장의 신화가 허상은 아닌지 의심을 받고 있다. 강덕수 회장이 사업을 보는 혜안이나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있는지 여부가 이 난국을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결론이 날 것이라고 본다.어떤 전문가는 STX의 경영위기가 강회장의 경영능력, 사업부실이 원인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위기, 그로 인한 선진국의 재정위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래서 한국수출의 주력산업인 조선산업을 살리기 위해 정책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경영자는 시대적 흐름을 읽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경영전략을 수립해 사업을 방향을 정하는 것이 경영자의 역할이다.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어느 날 갑자기 온 천재지변(天災地變)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지만 탐욕스런 금융자본의 일탈(逸脫)이 도가 지나쳐 터졌고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던 인재(人災)에 불과하다.선진국 기업들이 2000년대 중반 이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부실사업을 정리하고 구조조정을 진행할 때 STX를 포함한 국내 대기업은 사업확장에 여념이 없었다. 과연 이들 대기업 경영자가 시대의 흐름을 읽고 미래를 예측할 능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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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의 강덕수 회장은 ‘꿈과 미래가 있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그룹은 ‘꿈을 찾아서 세계로’ World Best STX를 실현하고 있다는 슬로건을 내 걸고 있다. 신생 그룹답게 꿈과 미래를 모토로 내 세우고 있는 것이다.신생기업이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기 어렵기 때문에 강덕수 회장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희망적인 단어를 표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STX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1번째 DNA인 비전(Vision)을 목표(goal)와 책임(responsibility)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첫 번째 목표인 조선/해양 수직계열화는 완료선박용 디젤엔진을 생산하던 쌍용중공업을 인수한 강덕수 회장은 지명도가 낮고, 특별한 노하우를 갖고 있지 못해 판로개척을 고민하게 되었다.선박용 디젤엔진은 현대중공업, 두산엔진, 삼성중공업 등이 제조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은 자사의 선박건조에 직접 제조한 엔진을 주로 활용한다. STX는 2000년대 초반 글로벌 산업계의 유행어인 ‘수직계열화’의 단어를 그룹의 외형을 늘리는 논리로 풀어냈다. 수직계열화는 문어발확장과는 달리 명확한 사업확장 목표가 있고, 비즈니스 위험을 헤징(risk hedging)할 수 있다.STX의 비전인 ‘시너지가 큰 연관산업 진출을 통해 조선∙해운 전문기업으로서 도약한다’도 이런 이론적인 배경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STX는 비전을 토대로 조선기자재에서 선박엔진, 선박건조, 해상운송으로 이어지는 최적의 수직계열화를 이룰 수 있도록 했다.강덕수 회장은 지난 10년 동안 엔진, 조선, 상선, 해양 플랜트 등의 영역으로 M&A를 지속했고 관련 제조기반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현재 STX는 크루즈 페리, 오프쇼어, 상선, 군함 등을 모두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그룹이다. 2000년대 초∙중반의 해운업 호황도 STX가 성공신화를 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STX는 매출의 90%를 해외에서 일구는 대표적인 수출주도형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STX팬오션은 세계 1위의 벌크 선사를 넘어 글로벌 종합해운물류기업으로 도약하고자 목표를 세우고 있다. 2012년 어려운 한 해를 보낸 STX가 2013년에는 글로벌 종합 조선그룹으로 발돋움 하기 위해 기술개발을 통해 선박건조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경영목표는 세웠다. 삼성중공업이나 현대중공업이 선도하고 있는 드립십(Drillship), 부유식 원유저장설비(FSO, Floating Storage Offloading) 등 고부가가치 해양플랜트 수주에 주력하기로 했다.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 보면 STX의 조선/해양 수직계열화 전략은 매우 성공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각 부문의 경쟁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직계열화의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봐야 한다. STX의 주력기업인 STX중공업도 선박용 디젤엔진 부문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STX팬오션도 벌크선 부문만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컨테이너, LNG, 유조선 등의 부문은 취약하다. 해양 특수선 전문제조사인 STX OSV는 매각됐다. STX유럽이나 STX다롄도 그룹의 발표와는 달리 구체적인 사업역량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임직원의 합의를 바탕으로 달성 불가능한 비전 2020을 재설정하라STX 강덕수 회장은 수직계열화를 완료한 후 최근 비전 2020을 내 세웠다. 그룹이 어려운 시점에서 내부의 역량을 집중하고 대외적인 이미지 개선을 위해 목표를 세운 것으로 봐야 한다.비전 2020은 2020년 120조원의 매출을 달성해 글로벌 초일류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5대 중점과제로 영업수주 및 마케팅 총력, 경영효율성 혁신을 통한 수익성 개선, 제조 경쟁력 강화, 비전 2020 달성을 위한 기반 정착, 미래를 위한 인재 육성을 정했다.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실행전략으로 핵심계열사의 성장, 경영효율성 극대화, 시스템경영 체제 확립, 신성장 모멘텀 확보 등을 제시했다. 핵심계열사인 STX중공업, STX팬오션 등도 글로벌 톱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한다.신성장 모멘텀으로 태양광사업과 자원/에너지 개발을 선택했다. STX솔라, STX중공업, STX에너지 등의 계열사를 동원해 태양광산업에서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STX에너지를 중심으로 자원/에너지 개발을 하고, 이 부문에서 2020년 매출 30조원을 내겠다는 목표도 세웠다.2012년 매출이 약 30조원 내외였는데, 불과 7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4배나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부에서는 STX가 성장한 속도를 보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지만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허황된 수치다.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11년까지 매출이 감소되었던 전례가 있고, 현재 일부 주력 계열사를 매각하고 있어 외형적인 매출을 늘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 향후 10여 년 동안 세계경제가 획기적으로 살아나기도 어렵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태양광사업과 자원/에너지도 전만이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웅진그룹이 태양광사업에 무리하게 투자하다가 그룹 전체가 흔들리고 있으며, 태양광사업을 하는 다른 기업들도 실적이 전무한 실정이다.자원고갈위기가 증폭되거나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중단되지 않는 이상 고비용 저효율의 태양광발전이 활성화될 가능성은 낮다. 태양광발전부문의 기술발전이 정체되어 있는 것도 산업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자원/에너지개발도 STX와 같은 신생그룹이 참여하기에는 위험부담도 크고, 성공가능성도 낮다. 거대한 글로벌 기업들도 자원개발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최근 STX가 주장하는 ‘에너지/자원 중심의 개발형 사업’도 화려해 보이지만 과연 STX가 추진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벌크선을 활용해 석탄이나 광물을 운송하는 사업을 하다가 갑자기 자원개발을 직접 하겠다는 구상도 이론적으로 펼치는 논리에 불과하다. STX의 강덕수 회장이 재무출신이라 해외영업이나 기술에는 이해도가 취약할 것이라는 세간의 평가가 상기되는 대목이다.비전 2020의 설정과정에 실무자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되었는지, 이들이 실현가능성을 판단한 후에 작성했는지 등 많은 의문점이 든다.리더가 위기에 직면하면 원대한 비전을 내 세워 조직원을 독려하는 것은 리더십의 기본원칙이라 나쁘다고 평가할 수 없다. 매출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나오고, 국내사업의 한계로 인해 ‘꿈을 찾아 세계로 나가자’는 구호를 제시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그러나 회장의 독단적인 의사결정과 비전설정은 구성원의 단결을 강화하기 보다는 리더십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다. 과거와 달리 직원들은 리더나 조직에 맹목적으로 충성을 하지 않는다. STX도 달성 불가능한 비전 2020을 고집하기보다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비전을 임직원의 합의(consensus)로 다시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 대기업과는 차별화된 사회활동 펼쳐 주기를 기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행이 비용이라기보다는 투자라고 인식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STX는 샐러리맨의 신화를 기반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강덕수 회장은 매출을 늘리는 것보다 고용을 늘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자주 거론했다. 회장 본인이 신입사원 면접을 직접 하고, 마음에 드는 지원자가 많다며 예정인원보다 더 채용했다는 것도 홍보로 활용했다. 고용문제는 사회불안요소로 정부 정책불신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면서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대기업이 자주 활용하는 카드다. 박근혜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제시하고 중소기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나서자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상생의 협력을 외치고 있다. 예년에 비해 채용을 늘리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추진하고 있다.협력업체와 동반성장을 위한 우호와 협력을 다지지 위해 각종 이벤트성 행사도 벌이고 있다. 대기업 오너와 직원들이 사회소외계층을 위한 봉사활동도 자주 보도된다.STX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 있는 중소기업이나 대기업 협력업체는 변화를 피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 밀약과 결탁으로 이권을 받아 사업을 하는 국내 다른 대기업과는 달리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일을 벌이지 않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권한은 행사하고 책임을 지지 않는 다른 대기업 오너들이 본받아야 할 사례도 있다.2011년 4월 STX건설이 부도설에 휩싸여 유동성 위기를 겪자 회장이 사재를 털어 51만주의 주식을 매수했다. 기업의 부실을 은행이나 사회에 전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유능한 경영자라로 알고 있는 재벌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준 것이다. STX는 나눔과 상생을 경영전략으로 내세워 지역밀착형 사회공헌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강덕수 회장이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걸 맞는 사회적, 공공적, 환경적 책임을 다하자고 말하지만 두드러진 활동은 보이지 않는다.기업의 이해관계자가 주주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임직원, 사회, 국가 등으로 다양하다는 점도 감안해 사회공헌활동을 설계해야 한다. 신생그룹으로서 기존의 국내 대기업과는 다른 사회적 책임 모델을 개발해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STX가 존경 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를 감동시킬 수 있는 사회활동을 수립해 실천해야 한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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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8STX그룹(이하 STX)는 강덕수 회장이 2001년 창립해 단기간에 재계서열 10위권에 진입한 기업이다. 조선/기계, 해운/무역, 플랜트/엔지니어링, 에너지 등 4개 사업부문에 20여 개의 계열사를 갖고 있다. 강덕수 회장이 부도난 기업의 평범한 샐러리맨에서 성공한 그룹회장으로 화려하게 변신하면서 과거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의 신화를 상기하는 사람들이 많다.강덕수 회장처럼 성공하고 싶어 하는 구직자들이 STX에 몰리면서 재계서열과 관계없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창의와 도전, 월드 베스트’라는 모토를 갖고 야심 차게 사업을 펼치고 있는 STX의 진면목을 살펴보자. ◇ 항공, 해운, 육운 등 종합물류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STX는 STX중공업을 기반으로 조선/기계, 해운/무역, 에너지, 플랜트/엔지니어링 등 조선 관련사업으로 확장했다. 주요계열사는 표 1과 같다.▲ [표1. STX그룹의 주요 계열사와 평가대상] 조선/기계 부문 계열사는 STX조선해양, STX중공업, STX대련, STX엔진, STX유럽, STX메탈 등이다. 세계 4대 조선사로 평가 받고 있는 STX조선해양은 한국, 유럽, 중국 등 글로벌 3대 생산기지를 보유한 선박건조회사다.STX중공업은 선박용 대형 디젤엔진, 강재절단, DECK HOUSE, BLOCK제작, 산업플랜트 제작 등을 한다. STX유럽은 2007년 인수한 세계 최대 크루선건조사인 아커야즈의 사명을 변경한 회사다. STX조선해양, STX중공업을 평가대상 기업으로 선정했다.해운/무역 부문 계열사는 ㈜STX, STX팬오션, STX마린서비스가 있다. ㈜STX는 STX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조선 기자재 무역업을 한다. STX팬오션은 현대상선, SK해운 등과 같은 국내 주요 해운선사다.STX팬오션은 국내 발전소와 철강회사를 주요 고객으로 하고 벌크선에 강점을 갖고 있다. STX팬오션은 그룹 구조조정차원에서 매각을 추진 중이며 CJ, SK 등의 그룹이 인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다. 기업의 규모나 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해 ㈜STX, STX팬오션을 평가대상으로 선정했다.에너지 부문 계열사는 STX에너지, STX전력, STX솔라 등이다. STX에너지는 국내 주유소 사업을 하고 있으며, STX전력은 민간발전소를 운영한다. STX솔라는 태양열 발전전문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매출액이나 사업전망 면에서 주요 기업으로 평가하기 어려워 평가대상으로 선정하지 않았다.플랜트/엔지니어링 부문 계열사는 STX건설인데, 전문건설능력도 없고 영업실적 악화로 그룹의 유동성위기를 초래한 주범이다. 핵심경쟁력을 보유하지 못해 미래전망도 밝지 않다.STX는 조선 기자재, 선박엔진, 선박건조, 해운 등 조선관련 수직계열화를 이룬 기업으로서 최근 플랜트, 엔지니어링, 에너지 등 연관 사업으로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STX건설의 사업부진과 무모한 확장으로 인해 거침없는 행보가 주춤한 상태다.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TX팬오션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STX유럽의 자회사를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조선과 해운업 자체가 극심한 불황에 직면해 있어 STX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 창조인, 행동인, 자유인의 인재상을 갖고 직원성장에 관심 높아STX는 꿈과 미래가 잇는 회사는 좋은 인재로부터 출발한다는 인식 하에 우수한 인재를 확보해 훌륭하게 키워내는 인재경영에 대해 관심이 높다. 강덕수 회장은 ‘1조원의 이익보다 1만 명의 고용이 더 의미 있다’고 말하며 직원의 성장이 곧 기업의 성장이라고 본다.인재상은 변화를 선도해 나가는 진취적인 STX人, 창의력을 발휘하며 노력하는 STX人, 적극적인 행동으로 도전하는 STX人, 자기계발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STX人, 회사와 동료와 가정의 소중함을 느끼고 감사하는 STX人이다.STX는 ‘최고의 인재가 무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STX’라는 슬로건으로 열정을 가진 젊은이들을 유인하고 있다. 채용광고의 카피도 ‘꿈을 찾아서 세계로’로 정했다. 젊은 기업으로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창의와 도전의 문화가 있으며, 우수 인재가 계속 머물고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인재육성제도를 수립/시행하고 있다.인재육성제도는 신입사원조기전력화, 전문 직무교육, 직급별 리더십, 글로벌 인재육성 등의 프로그램이 있다. 신인사원 조기전력화 프로그램은 그룹입문연수, 각 사 신입직원 교육, OJT/멘토링, 독서통신/on-line교육, 과제 수행 및 발표대회로 구성돼 있다.전문 직무교육 프로그램은 경영, 영업, 기술, 생순 부문 직무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운영한다. 글로벌 인재육성 프로그램은 Global MBA 및 기술연수제도, 영어, 중국어 등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있다.STX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사제도를 시행하고, 능력과 성주 중시 인사, 창의적 사고와 적극적 행동을 가진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인사방침을 정한다. OJT수행평가에 따른 직무수행 잠재능력, 본인의 적성(희망), 부서배치 우선순위 고려(T/O)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합리적으로 부서를 배치한다.직무수행능력과 업적평가에 따라 직급별 승진소요연한에 관계없이 우수인력의 발탁승진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직무수행능력과 리더십이 주요 평가기준이다. ◇ STX중공업/STX조선해양은 개발직무, STX팬오션은 영업/마케팅 직무가 유리▲ [표 2. 평가대상 기업의 점수비교] STX는 불과 10년도 되지 않아 재계 서열 11위에 오르고, 강덕수 회장이 주목 받는 경영자에 등극하는 등 여러 가지 현안들을 감안하면 혁신적인 대기업으로 볼 수 있다. 매출규모나 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상 등을 감안해 STX조선해양, STX중공업, ㈜STX, STX팬오션 등 4개 기업을 평가대상으로 선정했다. 가장 우량한 기업으로 평가된 계열사는 STX중공업이고, ㈜STX는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STX조선해양과 STX팬오션은 STX중공업보다는 약간 낮지만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STX중공업은 급여/승진/복지제도, 성장성, 수익성, 경쟁력, 브랜드 이미지 측면에서 다른 계열사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STX중공업이 두산엔진, 현대중공업 등 기타 경쟁사에 비해 뛰어난 기술력이나 수익성을 나타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STX 내에서는 조금 우월한 편이다.STX조선해양은 STX중공업에 비해 성장성, 수익성, 경쟁력 측면에서 떨어졌지만, 프라이드, 기업문화는 우수하다. STX팬오션은 성장성, 수익성, 브랜드 이미지 차원(dimension)에서 STX중공업에 비해 열세다.㈜STX는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면서 무역업을 하지만 자기계발/교육, 성장성, 수익성, 경쟁력, 브랜드 이미지 등에서 모두 낮은 평가를 받았다. 지주회사가 그룹의 지배구조 유지나 방향설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직원의 관점에서 보면 미래가 밝지 않다. 업무의 전문성, 경험축적 등 자기계발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다른 그룹의 지주회사도 유사한 특성을 보이고 있어 자기계발에 관심이 높은 구직자라면 심각하게 입사를 고민해야 한다. STX의 평가대상 계열사 모두 급여/승진/복지제도는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STX가 강덕수 회장의 강한 이미지 덕분에 젊은 구직자들에게 선망 받는 그룹이기는 하지만 계열사 중 초우량기업은 없었다. M&A로 급성장을 하면서 인수한 기업간의 기업문화 통합이 이슈로 등장하고 있으나, 무엇보다 조선 및 해운업의 영업실적 악화가 선결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위대한 직장을 평가하기 위한 10-Dimension Model을 적용하면 STX는 구직자의 선호도와 무관하게 보통기업 수준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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