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정보기관 개혁] 03. 방첩사가 환골탈태할 방안을 수립해야 하는 이유... 파괴적 혁신 없으면 쿠데타 재시도 가능
12·12군사 쿠데타 성공과 2회의 실패로 역사 심판대에 올라... 군 경력·연고 없는 외부인사로 개혁 주도해야 성공 가능
민진규 대기자
2025-10-16
필자가 35년 이상 국가정보학 관련 이력을 쌓아오는 동안 국가정보기관의 명암(明暗)에 대한 고뇌가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후 학문적으로 정립할 시간을 충분하게 가지지 않았다면 평범한 ‘일꾼’으로 인생을 마감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국가정보기관의 존재 이유는 ‘국가안보의 강화와 국가이익의 극대화’로 요약된다. 국가안보와 국가이익은 기회(opportunity)와 위험(risk)을 어떻게 활용 혹은 통제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정보기관의 업무에서 기회를 창출(creation)하는 것은 정보활동(intelligence process)과 연관되고 위험을 헷지(hedge)하려면 정보활동을 방어하는 방첩활동(counterintelligence)을 강화해야 한다.


▲ 국가정보기관의 이해 - 활동영역과 개혁과제 표지 by 민진규 [출처=엠아이앤뉴스]

◇ 12·12군사 쿠데타 성공과 2회의 실패로 역사 심판대에 올라... 파괴적 혁신 없으면 쿠데타 재시도 가능

중국 속담에 창과 방패를 파는 장사꾼이 2개를 모두 판매하기 위해 각각의 장점을 설파하다가 자기 오류에 빠지는 현상을 ‘모순(矛盾)’이라고 한다. 공격용 무기인 창은 정보활동, 방어용 장비인 방패는 방첩활동에 해당된다.

창을 든 공격자는 자신이 갈고 딱은 기술로 상대방의 허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반면에 방패를 쥔 수비자는 공격자의 기술 뿐 아니라 심리까지 꿰뚫고 있어야 완벽한 방어가 가능해진다.

만약 방어자가 공격은 전혀 하지 않고 방어에만 전념해야 한다면 공격자보다 훨씬 고난이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물론 전투 현장에서는 방어자도 방어와 공격을 병행해 공격자를 무력화시키게 된다.

군 방첩기관인 국군방첩사령부는 해방 이후 군 방첩대, 국군보안사령부, 국군기무사령부, 군사안보지원사령부를 거치며 성장했다.

보안사는 민간인 사찰, 기무사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과 계엄령 문건 작성 등에 관여해 해체됐다. 이후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군 방첩에 전념하라는 해편 취지를 뒤엎고 방첩기능을 강화한다며 방첩사로 명칭을 변경했다.

윤석열정부는 2024년 12월3일 방첩사를 필두로 특수전사령부, 국군정보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 경찰청 등을 동원해 비상계엄령을 발동해 내란과 군사 반란을 시도했다.

방첩사는 박근혜정부가 세월호 침몰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몰락하며 계엄령 문건을 작성했다가 혹독한 고초를 겪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비상계엄령을 앞장서 준비하고 실행했다.

군의 방첩 기능은 군 내부의 간첩이나 반체제 인사의 색출과 감시 뿐 아니라 군사 반란을 획책하는 무리를 척결하는 임무와 연관돼 있다.

그런데 방첩사는 1979년 전신인 국군보안사령관이던 전두환이 12·12 쿠데타를 주도하며 역사의 오명을 얻었다. 역사적 과오를 반성하지 않고 보수정권인 박근혜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 동안 2번의 쿠데타를 시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에는 대통령이 탄핵 심판을 받고 있어 다른 군 정보기관과 군부대를 동원할 구심점이 없어 시도 자체를 하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은 오랜 지인인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을 앞세워 군 정보기관 수장과 군 핵심 부대장을 설득해 친위 쿠데타를 실행했다.

국회의 발 빠른 대처와 분노한 국민들로 인해 친위 쿠데타는 하룻밤도 넘기지 못하고 실패했지만 여전히 군 정보기관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에 대한 마땅한 해결책을 찾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특히 방첩사는 군사독재가 끝나고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헤아릴 수조차 어려울 정도로 많은 불법행위와 일탈행위를 저질러 어떻게 환골탈태(換骨奪胎)시킬 것인지 막막한 실정이다.

본연의 임무에 부합하는 단어인 보안, 기무, 군사안보, 방첩 등의 단어로 조직명을 변경하고 해체한 후에 재편하는 과정을 거쳤지만 조직 내부는 여전히 구시대의 관행에 젖어 들어 있을 뿐 아니라 조직의 이권을 지키기에 골몰하고 있기 때문이다.

◇ 군 경력·연고 없는 외부인사로 개혁 주도해야 성공 가능... 민간 출신 감독관으로 상시 감시시스템 구축 필요

고대부터 전쟁은 정보전이기 때문에 타국의 정보수집 뿐 아니라 아국의 정보를 보호하는 임무가 매우 중요해 포기하기 어렵다.

또한 방첩부서의 기능을 확대하는 글로벌 추세도 역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완전한 해체보다 파괴적 수준의 개혁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세부적인 방안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방첩사와 군 관련자를 제외한 외부 전문가를 동원해 직원의 성향과 역량을 철저하게 분석 한 후 부적격자를 전부 퇴출시켜야 한다.

외부 전문가는 방첩사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뿐 아니라 학연·지연·혈연 등 각종 연고에 의해 영향력을 받을 가능성이 없는 인사여야 한다.

특히 군에서 경력을 쌓았거나 일정 기간 이상 군에서 복무한 인사는 철저하게 배제해야 한다.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다’는 말이 나올정도로 이런 원칙을 지키지 않아 지금까지 개혁은 전부 실패한 것이다.

아무래도 업무의 연속성이나 축적한 노하우의 활용 가능성 때문에 기존 직원을 활용해야 한다는 니즈(needs)는 클 수밖에 없다.

그러한 온정주의 때문에 정치적 편향성이나 조직 이기주의를 버리지 않으려는 직원조차 수용한 결과는 2차례의 쿠데타 모의와 실행으로 나타났다.

외부 전문가가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정치적 성향이나 태도를 평가해 개선의 여지가 없는 직원은 각 군으로 원복시켜야 한다. 보수와 진보와 같은 정치 성향이 아니라 정치적 중립에 대한 인식과 태도로 평가하면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둘째, 방첩사 내부의 직무수행 규칙을 엄격하게 수정 및 적용해 권한의 남용이나 일탈행위를 철저하게 없앨 필요가 있다. 방첩사가 국가전복이나 사회체제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군사 반란이나 쿠데타에 두려움을 갖지 않는 것은 막강한 권한 때문이다.

특히 군 인사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세평 수집이나 군 간부에 대한 동향 감시 등은 최소한의 목적으로 제한해야 한다. 군 간부도 직권을 남용하거나 부정부패에 연루되지 않도록 자기관리를 철저하게 수행하면 방첩사의 올가미에서 벗어날 수 있다.

국방부는 군인의 복무규율을 현실에 맞게 정비하고 인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에 동원된 지휘관 중 일부는 승진시켜주겠다는 미끼에 현혹당했다.

군인복무규율은 직업군인에게 업무 수행에 필요한 충분한 재량권을 보장하고 불필요한 통제를 지양하는 방향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

이 또한 군 내부 인사나 군 관련 기관의 현직 혹은 퇴직자를 배제해 기초부터 전부 새로 정립하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성공할 수 있다.

셋째, 군 정보기관에 대한 외부 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상시 감시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해야 한다. 이번 12·3 비상계엄령 사태처럼 국방부장관이나 기타 군 정보기관이 담합하면 감시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김용현 전 장관은 비상계엄령에 동원할 군 지휘관을 자신이 졸업한 고등학교나 육군사관학교 출신 위주로 선발했다. 이들은 동류의식이 강해 잘못된 비상계엄령에 반대하지 않고 적극 가담했다.

국방부장관으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은 감독관을 임명해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 의무를 부여하면 가능해진다. 국정원장이 주기적으로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현안을 보고하고 민주적 통제를 받는 방식이면 충분하다.

그렇다고 해도 감독관을 현역 장성을 임명하면 계급 체계에 따라 맹목적인 복종을 벗어나기 어려우므로 민간에 개방할 필요가 있다.

감사원이나 검찰 등의 기관 출신도 배제해 관행과 담합을 막지 못하면 윤석열정부의 시행착오(試行錯誤)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필자도 개인적으로 군 장교로 복무하거나 전역 후에도 군 방첩기관과 교류한 경험이 적지 않아 생리를 잘 파악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어떻게 하면 불행한 과거와 단절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조차 불가능한 수준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방첩사 조직 뿐 아니라 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더 늦기 전에 철저한 자기반성부터 시작해야 한다.

내부의 준비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외부의 강력한 힘에 의해 조직의 괴멸적 파괴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우려가 현실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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