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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의 기업문화를 진단하면서 리더십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각종 언론에 보도된 이명희 회장, 정재은 명예회장, 정용진 부회장의 자료를 보면서 신세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과연 그 사람이 미래의 신세계 사업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인지 평가하기 위한 시도도 했다.표면적으로 드러난 이명희 회장의 리더십과 전문경영인 구학서 회장의 조화로운 경영권 분담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지 여부에 따라 신세계의 앞날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새로운 사업의 방향성을 잃은 것으로 보여최근 신세계가 펼치고 있는 경영전략을 보면 사업방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할인점사업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복합쇼핑몰이라는 아이템을 개발하는데 성공했지만, 추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이 입점한 건물을 롯데그룹이 인수하는 것을 방치하고, 급기야 강남상권을 사수하기 위해 센트럴시티 지분 60%를 인수하면서 1조원 이상의 빚을 늘려 부채가 급격하게 늘었다. 롯데그룹이 강남점까지 인수할 움직임을 보였지만, 무리한 투자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다.국내 1위를 유지하고 있는 할인점 사업도 정치권의 규제로 추가 출점이 쉽지 않고, 일반 슈퍼마켓에 제품을 공급하는 변종 SSM사업도 확장이 어렵다. 이마트가 할인점 사업을 확장하기 어려운 것처럼 롯데그룹도 마찬가지 상황이기는 하지만 할인점의 내실을 기하기 위한 전략 마련이 쉽지 않다.롯데그룹은 계열사가 생산한 과자, 빙과, 유제품, 식품 등으로 수익모델이나 시너지 효과가 크지만, 신세계의 경우 최근 강화하고 있는 PB제품이나 수입 화장품, 수입 의류, 수입 액세서리 등으로 매출신장을 장담하기 어렵다. 해외사업도 중국에서 실패 이후 자신감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복합쇼핑몰 사업에 대한 투자확대도 미래가 밝지는 않다. 여주복합쇼핑몰의 경우 신선한 시도였고, 매출액측면에서도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이후 추진하고 있는 복합쇼핑몰은 의도했던 만큼의 실적이 나오지 않고 있으며, 약 1조원을 투자해 2016년 완공 예정인 하남의 유니온스퀘어도 성공가능성은 높지 않다.중국 정부가 관광수지 적자확대를 줄이기 위해 관광산업의 규제를 강화하면서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는 중국 관광객이 유지될 수 있을지도 확신하기 어렵다. 또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이 1000만 명을 넘어 서면서 이들이 주요 쇼핑고객으로 떠 오르고 있지만 과연 대형 쇼핑몰들이 외국 관광객에게 어떤 이점을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신세계가 롯데그룹의 공세에 맞서 대규모 사업확장 계획을 발표하고 밀어 부치고 있지만 부채규모를 줄이고,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 교외 복합쇼핑몰사업도 추진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차입금을 늘려 쇼핑몰을 개발하는 것은 쉬운 의사결정이지만, 대규모 단지에 입주업체를 확보하고 시설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고객을 확보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다. 임대료가 비싼 것도 입점 업체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동대문, 남대문, 여의도 등 전통적으로 입지가 좋은 지역의 대규모 쇼핑몰조차도 빈 상가가 넘쳐나고 있다는 점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국내 유통업체들을 보면 소비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대규모 건물을 짓고, 매장을 화려하게 꾸미는데 여념이 없다.아이쇼핑을 즐기고,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비가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이동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신세계가 정재은 명예회장의 조언대로 통합 게이트웨이역할을 할 쇼핑몰을 준비하고 있지만, 카니발리즘(Cannibalism)효과로 인해 강하게 밀어 부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에 강점을 가진 유통업체들이 주저하는 사이 새로운 온라인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기존의 경쟁구도를 바꾸고 있다. ◇ 윤리경영의 표본에서 비윤리경영의 기업으로 낙인신세계가 급격하게 성장한 이면에는 사업아이템의 선정도 작용했지만, 범삼성가의 지원도 무시하지 못한다.다른 대기업과 달리 삼성그룹은 품질혁신과 같은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보다는 마케팅을 우선한다. 삼성그룹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가 특허권분쟁을 하고 있는 애플과 비교해 매출액 대비 마케팅비용은 수십 배나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치다.신세계도 할인점, 복합쇼핑몰이라는 아이템을 선정한 이후에는 마케팅에 승부를 걸었다. 이마트가 저렴한 할인점이라는 이미지 외에도 윤리경영을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대표적인 대기업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최근에 발생한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신세계의 윤리경영은 허구라는 것이 밝혀졌다. 직원들과 상생을 한다고 주장했지만, 직원은 감시의 대상이자 대립하는 이해관계자에 불과했다.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경영진이 오너가 대주주인 계열사의 부실을 줄이기 위해 부당하게 지원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적발을 받았다. 경영진의 배임행위는 모호해 여간 해서 밝히기 어렵지만, 신세계는 드러내 놓고 노골적으로 지원했다. 협력업체에게 마케팅 프로모션 비용을 전가시키거나 납품가를 강제로 인하하는 고전적인 수법도 동원되었다. 모든 사건 중 백미(白眉)는 노조를 결성하려는 직원들에 대한 탄압이었다. 심부름센터에 버금가는 업무운영 매뉴얼을 만들어 보안팀 직원들을 교육시키고 직원들을 감시했다. 보안팀 직원들에게 기업의 이익에 위해를 가하는 부정행위를 하지 않은 동료를 감시하라는 이상한 임무를 맡기는 것은 정신적 학대에 해당된다.보안담당 직원들도 본연의 임무와는 연관성이 낮은 불법행위를 저항 없이 수행했다는 것은 윤리적 소양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정상적인 직원이라면 불법행위 명령을 거부했어야 했고, 지금도 관련 지시에 대해 정신적 보상을 요구해야 한다. 신세계는 윤리경영이라는 화두를 들고, 부정부패와 비리의 표본모델로 지적되던 대기업의 모범적인 모델을 제시하며 단기간에 신선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많은 국민들은 신세계만은 다른 대기업과 다르다고 생각해 많은 성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 신세계가 오너의 이익만 추구하는 부도덕한 기업으로 낙인 찍히면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윤리경영은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신세계 사태가 보여주고 있다. 윤리경영은 작은 일을 하면서도 부풀리기를 좋아하고, 행동보다는 말을 앞세우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 경영권의 승계와 정용진 부회장의 역량강화가 숙제신세계의 대주주는 이명희 회장이지만 후계자로 정용진 부회장을 정해 승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명희 회장의 지분율이 너무 높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주식을 증여하거나 상속시킬 경우 세금이 너무 많아 경영권 장악이 어렵다는 점이다.과거 다른 그룹이 한 것처럼 전환사채의 헐값 발행, 개인회사의 일감몰아주기로 덩치 키우기 등과 같은 편법증여가 사실상 어려워지고 있어 고민이 깊다. 다른 방법은 정용진 부회장이 가지고 있는 주식에 대해 배당을 늘리면 되는데, 정용진 부회장의 보유 지분율도 낮고, 신세계가 대규모 배당잔치를 벌일 정도로 이익도 내지 못하고 있어 고민이 깊다. 현재로선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는 어렵다.다음으로 제기되는 이슈는 정용진 부회장의 리더십과 역량이 신세계를 이끌어 갈 수 있을 정도가 되느냐 이다. 현재까지 신세계는 정재은 명예회장의 아이디어와 전략에 따라 굴러간다고 볼 수 있다. 이명희 회장도 표면적으로 드러난 경영자에 불과하고, 전문경영자인 구학서 회장도 대리인 역할에 머물고 있다.지금까지는 명확한 역할 분담이 되어 있었지만, 정용진 부회장이 후계자로 나서면서 새로운 고민이 생긴 것이다. 실질적인 오너이자 경영자이므로 그룹의 미래를 짊어질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정용진 부회장이 보여준 행동들을 보면 아직 그룹을 이끌 준비는 되어 있지 못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각종 이슈가 터지자 그룹차원에서 등기이사에서 제외하면서 보호하고 있지만, 오히려 정면 돌파할 필요가 있다.호랑이는 새끼를 낭떠러지 아래도 던져 살아서 올라오는 놈만 키운다고 한다. 현재 신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 종류와 강도는 앞으로 정용진 부회장이 그룹을 이끌어 가면서 부딪힐 위기의 종류보다 적고, 강도도 약하다. 이 정도 위험을 회피하면 더 큰 위험을 이겨낼 수 없다. 정재은 명예회장이 정용진 부회장을 경영에서 전면 배제시키고, 전문 경영인 중심으로 그룹을 이끌어 가려는 전략을 선택했다면 현재의 처신과 전략이 적절하지만, 아니라면 잘못된 결정이라고 보여진다.정재은 명예회장도 나이가 많고, 정용진 부회장도 40살이 넘은 중년이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배우고,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50살이 넘어 마음을 열어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다른 사람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모든 일에는 때가 있기 때문에 시기를 놓쳐서는 안된다. 지금은 실패를 하더라도 부모가 나서서 수습해 줄 수 있지만, 부모가 나이가 들어 판단력이 흐려지면 더 이상 도와주지 못한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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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의 오늘이 있기까지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이 2명 있다. 한 명은 이명희 회장으로 삼성그룹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막내딸이다. 아버지 이병철 회장의 총애를 받았고, 그의 경영스타일을 가장 모범적으로 실천하고 있다는 자녀다. 삼성그룹에서 소외 받고 있는 유통업을 기반으로 사업을 키웠다.다른 한 명은 신세계의 구학서 회장인데, 그는 전문경영인으로서 신세계의 급성장에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신세계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네 번째 DNA인 조직(Organization)을 일(job)과 사람(people)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계열사별로 인재상을 확립해 유통업 발전을 주도신세계는 유통산업의 미래를 개척할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로 ‘신세계 고객전문가’를 인재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고객전문가란 ‘소비 트렌드 분야의 최고의 명장으로 고객이 스스로 만족하고 직접 찾아오게끔 만드는 스페셜리스트’를 의미한다. 고객의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전문가의 역량에 달려있기 때문에 이를 양성하는 것이 우선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인재개발원도 고객전문가 양성을 위해 교육프로그램을 개편했다. 세부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인재상은 도덕인, 실천인, 전문인으로 가장 중시하는 대목은 성실성이다. 도덕인은 정직함과 성실함을 기본으로 예의범절을 갖춘 사람을 말한다.실천인은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신속하고 꾸준한 행동력을 갖추고 있다. 전문인은 변화를 인지하고 대응하며 꾸준한 자기계발을 통해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춘 사람을 말한다.유통산업의 경쟁환경이 급변하고, 소비자의 니즈도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실천하고 도전하는 직원이 필요하다. 이 외에도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갖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며 적극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추진력, 다양한 변화를 수용하면서 바른 길을 지향하는 도덕성도 인재가 갖춰야 할 덕목이다.신세계는 개별 계열사별로 사업특성에 맞는 인재상을 제시하고 있다. 그룹의 출발점이고 브랜드가치를 유지하고 있는 신세계백화점은 핵심가치로 고객, 패션, 프라이드를 정했다.이 핵심가치에 따라 인재상도 고객을 존중하고 고객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는 인재, 앞선 감각으로 창의적인 변화를 주도하는 인재, 자신의 일에 긍지를 느끼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인재 등이다. 어떤 기업이든 고객이 가장 중요한데, 기업의 가치 못지 않게 고객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른 핵심계열사인 이마트는 핵심가치로 고객, 브랜드, 디자인을 정하고, 인재상으로 이마트 피플을 제시한다.이마트 피플은 ‘ 내 회사이며 내 매장이다라는 주인의식으로 고객을 대하고, 회사에 대한 자부심으로 고객의 마음 속에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심기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며,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새롭게 디자인하기 위해 열린 마음과 창의적인 사고로 일하는 인재’를 의미한다. 직원 모두 고객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데, 이것이 이마트 피플의 출발점이라고 한다.다른 계열사들은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의 사업을 보조하기 위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특별한 인재상을 제정하고 있지는 않다. 신세계백화점에 비해 이마트의 인재상이 젊고 발랄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가볍다는 느낌이 든다. 고급스러운 백화점이 프라이드를 강조하는데 반해, 이마트는 브랜드나 디자인을 핵심가치로 내 세우고 있다.디자인과 할인점인 이마트가 무슨 연관성을 갖고 있는지 알 수가 없고, 할인점의 핵심경쟁력이 디자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다른 핵심가치인 브랜드도 이마트보다는 신세계백화점과 더 어울린다.제시하는 인재상은 기존의 직원들을 통합하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새롭고 유능한 직원들을 유인할 수도 있기 때문에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마트의 인재상은 적절하지는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 글로벌 인재양성 노력하지만 형식적인 수준에 그쳐신세계는 경쟁이 치열하고 협소한 국내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와 비즈니스매너 체득, 글로벌 고객특성 이해, 글로벌 시장 이해 등의 교육프로그램에 포함시키고 있다.글로벌 선진기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매년 수백 명의 직원들을 홍콩, 일본, 미국, 유럽 등지로 파견하고 있다. 단순히 방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매장에서 판매실습을 하기도 한다. 외국 고객들을 상대할 수 있도록 사내 맞춤형 회화교육도 시행하고 있다. 제조기업과 달리 유통기업이 해외에 진출하기는 어렵다. 진출국 소비자들의 선호를 파악해 마케팅을 수행하고, 판매대에서 고객을 대응하는 매뉴얼을 만들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신세계의 이마트가 중국사업에 부분적으로 실패한 이유도 중국소비자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실패를 교훈 삼아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을 이해하고 있는 글로벌 인재의 양성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아쉬운 점은 단순히 해외 선진기업을 방문하고, 간단한 현장체험과 어학교육만으로 글로벌 인재가 되기 어렵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그룹에 비해 보수적이라 여성들의 관리직 진출비율이 매우 낮았지만, 최근에 여성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2011년부터 대졸 신입사원 중 여성의 비율이 처음으로 남성을 추월했다. 과장급 이상 여성관리자도 1999년 1.5%에 불과했지만 2012년 8%대로 높아졌다.신세계백화점은 여성간부의 비중을 14%대까지 높이고 있으며, 외부 여성인사의 영입도 늘리고 있지만 아직 다른 대기업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과거에는 유통업이 남성들의 영역으로 인식되었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남성보다는 오히려 섬세한 여성들을 우대하고 있어 신세계도 여성인력 비중을 높이고 있다. 현대적 의미의 자본주의와 기업 도입역사가 겨우 70여 년에 지나지 않아 유통기업 대부분은 한국이라는 울타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도 글로벌화를 주장하면서 글로벌 스탠다드가 아니라 국내의 노동기준이나 상도덕조차 지키지 않는다.기업이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사회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은 자명하다. 국내 제조업체들도 국내에서 하던 버릇대로 해외에서 근로자를 착취하고 담합을 일삼으면서 강한 저항에 부딪히는 사례가 많다.신세계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면 글로벌 스탠다드에 적합한 진정한 글로벌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글로벌 인재양성과 교육이 형식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림자 경영과 후계자 양성은 적절한 균형이 필요신세계는 이명희 회장의 남편인 정재은 명예회장이 그룹의 방향을 제시하는 조타수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삼성그룹에서 근무하면서 축적한 다양한 경험을 신세계에 이식시키기 위해 명예회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임직원을 대상으로 강연을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직함은 명예회장에 불과하지만, 그룹의 주요한 사업방향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신세계가 사업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주요 갈림길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초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거세지자 ‘기업은 착하기보다는 스마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통기업이 본질적으로 착하지 않는데 착한 모습으로 포장하려고 애써 노력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한 것이다.다른 대기업들이 빵집 논란으로 사업을 철수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기업과 사정이 다르다는 이유를 제시하면서 버텼고, 여론은 금새 잠잠해져 사업을 포기할 필요가 없었다. 한국인들은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잊거나 용서한다는 사회정서변화에 대해 너무 잘 파악하고 내린 전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통합이 유통산업의 대세다’라는 요지의 강연을 했다. 신세계는 그룹차원에서 곧바로 백화점, 할인점, 복합쇼핑몰, 가두점 등을 모두 통합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오픈 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효과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오프라인 사업은 별도로 쪼개고, 온라인 사업은 하나의 게이트웨이로 통합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그는 채용방식, 인력정책 등에 대해서는 강연형식의 경영방침을 제시하고 있으며 신세계의 경영진들의 그의 주장을 사업방향에 곧바로 반영하고 있어 그는 그림자 경영을 하고 있다는 평를 받는다. 현재 표면적으로 신세계를 경영하고 있는 사람은 정용진 부회장이다. 그런데 정용진 부회장이 경영전략을 수립하거나 조직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오히려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아 벌금형을 선고 받고, 올해 국정감사에 출석해 업무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질책을 받는 등 허둥대고 있다. 아버지 정재은 명예회장이 그룹의 방향을 제시하고, 어머니 이명희 회장이 경영권을 행사하면서 존재감도 없어진 것이다.정용진 부회장을 후계자로 양성하고자 한다면 현재와 같은 구조로는 어렵다.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정용진 부회장에게 권한과 책임을 더 이양할 필요가 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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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가 소규모 백화점과 호텔만으로 단기간에 국내 유통업계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삼성그룹이라는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사업모델을 찾고, 삼성그룹의 기업문화를 넘어 유통업의 속성에 적합한 신세계만의 기업문화를 창안하는 데도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 성장이 정체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신세계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세 번째 DNA인 성과(Performance)을 이익(profit)와 위험(risk)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무분별한 사업확장은 의도한 성과 내기 어려워 신세계가 유통업계에서 보여준 성과는 화려하다. 전근대적이고 후진적이라는 평가를 면하지 못하고 있던 유통업을 한 단계 도약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할인점을 시작하고, 급식사업, 커피 프랜차이즈, 복합쇼핑몰 등은 다른 기업보다 한 발 앞서서 추진했다.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주창하고 있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정신을 보여 준 것이다.삼성그룹의 계열사들이 대부분 다른 기업의 사업을 모방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신세계의 변신과 도약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3세 경영을 주도하고 있는 정용진 부회장은 복합쇼핑몰, 해외진출, 온라인 사업에 신사업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세계의 차입금도 사업확장에 따라 늘어나고 있다.주력 기업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입점한 센트럴시티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부채규모가 2조원을 넘어 섰고, 이마트도 신규 점포를 개점하면서 3조원에 육박하는 부채를 지고 있다. 현재까지 자산과 매출규모를 감안한다면 부채수준은 높지 않다고 하지만 문제는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모두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복합쇼핑몰만 하더라도 하남, 대전, 동대구 등에 추진하고 있다. 복합쇼핑몰도 기존의 쇼핑몰에 영화관, 전시장 등 엔터테인먼트 시설까지 갖추는 것이지만, 아직까지 사업성이 검증된 것은 아니다. 또한 롯데그룹 등 경쟁기업들이 유사한 복합쇼핑몰을 경쟁적으로 건설하면서 시장이 과포화상태에 접어든 것은 아닌지 의심을 받고 있다.하남시에 건설하고 있는 하남유니온스퀘어도 연면적 44만 ㎡가 넘어 신세계백화점 본점보다 7.8배나 크다.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다고 하지만 그렇게 넓은 공간에 다양한 점포들을 입점시킬 수 있는 것인지, 대규모 점포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점화되고 있다.롯데그룹이 많은 논란 속에 추진하고 있는 잠실 롯데월드타워도 2014년 하반기 일부 쇼핑몰을 오픈할 예정이다.롯데그룹은 주로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면세점, 호텔, 놀이공원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 2011년부터 일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사업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독도 영유권 분쟁, 위안부 문제, 식민지 지배, 역사교과서 왜곡 등 정치적인 이유로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일본 관광객이 선호하는 국내 최대의 쇼핑지역인 명동상권이 붕괴되고 있다.유명 관광지가 많은 서울 도심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난 명동조차 관광객의 감소로 영업이 어려운데, 잠실의 대규모 쇼핑몰이 제대로 운영될지 의문이다. 2012년 잠실지역이 관광특구로 지정되었지만 지정 이전과 비교해 볼 때 관광객의 유치실적은 전혀 차이가 없다.신세계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대규모 복합쇼핑몰 사업이 예상대로 운영되지 않을 경우 차입금은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복합쇼핑몰의 경우 인구밀도가 낮은 국가나 지역에서 성공한 사업모델로 인구밀도가 높은 한국에서 특정 지역에 몇 개를 제외하고 성공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객유인효과가 높은 업종끼리 모으고, 방문한 고객이 원할 수 있는 서비스를 모두 모아 돈을 지출하게 하는 방식이지만, 시내에 가두점와 전문점포가 즐비한 한국의 상황에는 맞지 않다. ◇ 전문화를 주창하지만 경쟁력은 오히려 떨어져 신세계는 유통전문그룹으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다른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종합백화점을 벗어나지 못했다.백화점과 할인점을 별도의 기업으로 분할해 전문성을 높이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백화점도 백화점별로 개별 회사를 설립하는 방법을 택해 독립 채선성을 높이고 있다. 백화점과 할인점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을 수입하거나 유통하는 기업을 별도로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신세계는 이를 전문성도 강화하고 전략이라고 주장하지만 라이벌 유통그룹인 롯데그룹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롯데그룹은 식∙음료 제조와 유통을 구분해 유통계열사는 모두 롯데쇼핑으로 통합하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 백화점, 면세점, 할인점, 편의점, 슈퍼마켓 체인, 전자제품 양판점, 온라인 쇼핑몰 등 모든 유통관련 계열사를 통해 구매와 물류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있다.롯데그룹은 롯데쇼핑을 통해 모든 유형의 유통점포를 체계화함으로써 국내 다른 유통기업 전체를 아우르는 것보다 더 막강한 힘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 무분별한 M&A로 자금난에 봉착하기도 했지만, 롯데쇼핑의 독주를 제지할 수 있는 유통기업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롯데그룹은 법적인 문제가 없다면 사업모델을 철저하게 베끼면서 자금력과 종합적인 유통망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때문에 대기업 조차도 경쟁하기 어렵다. 신세계가 전문화를 위해 백화점과 할인점을 분리했다고 하지만, 유통기업으로서는 잘못된 결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백화점사업이 국내에서 성장한계에 도달했으며, 오히려 퇴조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독자적으로 생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백화점사업이 지속적으로 수익성은 떨어지더라도 브랜드 유지 및 관리차원에서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할인점 사업이 받쳐줘야 한다. 주력 기업을 인적 분할, 물적 분할 등의 방법으로 계열사를 늘리는 전략은 오너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편이지 기업의 전문화나 경쟁력 추구와는 거리가 멀다. 롯데그룹은 유통전문그룹으로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오히려 세분화되어 있는 계열사를 통합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신세계가 안방으로 여기고 있던 인천에서 백화점이 입점한 건물마저 인수하고, 강남지역에서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급기야 신세계가 급히 자금을 동원해 센트럴시티의 지분을 매입했지만 부채규모만 늘어났다.신세계가 분할 이후 마케팅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이후의 대응을 보면 명확한 목표 없이 롯데백화점의 공세에 허둥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마트도 국내시장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겠다고 했지만 실적이 없다.중국시장을 대신해 베트남시장을 공략한다고 했지만, 2015년 하반기에나 첫 점포를 오픈할 예정으로 당분간 실적을 내기는 어렵다. ◇ 시장에서 잃은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지 의문정용진 부회장은 막대한 재산세를 현물로 내면서 세금에 인색한 다른 재벌기업과 다른 행보를 보이면서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후 윤리경영이라는 화두를 들고 나오면서 탈세와 부패로 얼룩진 한국 재벌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한 몸에 받았다.두산그룹의 박용만 회장과 마찬가지로 활발한 SNS활동을 하면서 대중적인 친화도를 높여 젊고 활달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쌓았다. 하지만 최근 신세계에 대한 대중적인 이미지는 부정적인 단계를 넘어 분노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마트가 계열사인 신세계 SVN을 부당하게 지원하기 위해 수수료율을 낮춰줬다며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은 주요 경영진을 배임혐의로 기소했다. 그리고 신세계의 3세인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부사장이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 사업적인 업무를 핑계로 출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이 정도 악재로 넘어가려나 했지만 설상가상으로 노조파괴공작에 관련된 문건들이 유출되면서 막다른 골목으로 몰렸다. 노조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삼성그룹이 대처하는 것보다 신세계가 더 집요하게 파괴공작을 했다는 것이 각종 문건으로 밝혀지면서 국내 1위의 할인점인 이마트의 이미지는 추락했다.노조를 인정하지 않거나 파괴공작을 했다고 해도, 전문경영인이 처벌을 받고, 벌금을 내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강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수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일반 직원이든 계약직이든 이마트에 일하려고 하는 구직자가 많아 인력채용에는 문제가 없다. 통상적인 절차대로 벌금을 내고, 어용노조를 만들어 회사차원에서 지원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룹의 경영권을 행사하는 오너의 사업판단능력이 부족한 것은 벌금이나 사과로 해결하기 어렵다. 정용진 부회장은 2013년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변종 SSM과의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답변했지만, 실무진은 변종 SSM에 간판이나 유니폼과 같은 직접지원은 중단하겠지만 상품공급은 계속할 것이라며 곧바로 답변을 정정했다.정용진 부회장이 국정감사장에서 당황해 답변을 잘못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중요한 업무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룹의 의사결정권자가 그룹의 간판기업인 이마트의 핵심사업 내용을 제대로 몰랐던 것이다.신세계의 가장 큰 위험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이 아니라 오너의 사업에 대한 이해부족일 수도 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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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이하 신세계)은 1991년 삼성그룹에서 분가한 이후 1993년 이마트 창동점을 시작으로 할인점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롯데그룹에 이어 2위의 유통대기업으로 성장하게 되었다.신세계는 다른 그룹들이 오너경영을 한 것과 달리 전문 경영인체제를 유지하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백화점, 할인점, 각종 유통업을 하고 있는 신세계는 2009년 12월 정용진 부회장이 그룹의 경영전면에 나서면서 3세 경영에 돌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유통업계 강자로 부상했지만 국내기업 한계 직면신세계는 삼성그룹의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의 막내 딸인 이명희 회장이 1991년 신세계백화점과 조선호텔을 중심으로 계열 분리한 그룹이다.삼성그룹이 제조업에 중심을 두었기 때문에 현대그룹이나 롯데그룹에 비해 유통부문은 취약했다. 하지만 이명희 회장이 신세계를 독립시킨 이후 할인점, 식∙음료, 건설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그룹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삼성그룹의 기업문화가 관리문화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유통업은 관리보다는 현장위주의 영업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삼성그룹의 관리문화가 잘 먹히지 않는다. 삼성그룹은 이후에도 유통업 진출을 몇 차례 더 시도했지만 보수적인 관리문화로 인해 성공하지 못했다.반면 신세계는 백화점을 위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1993년 미국식 대규모 할인점을 모방한 이마트를 도입하면서 성장의 기반을 구축했다. 이후 프랑스의 까르푸, 미국의 월마트 등 세계적인 할인점이 국내에 진출하면서 국내 할인점들의 고전이 예상되었지만 오히려 글로벌 거대공룡들을 침몰시키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국내 할인점들이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요인은 현지화이다. 가격차이에 민감한 선진국 소비자들과는 달리 한국 소비자들은 가격보다는 편의성을 중시한다. 외국계 기업들이 창고형 매장을 도입했지만 이마트는 백화점과 같은 밝고 화려한 진열대를 도입하면서 한국 소비자들을 만족시켰다.지난 10여 년 동안 급격한 성장을 거듭하던 한국의 백화점과 할인점 사업이 정체되면서 해외진출과 교외 복합쇼핑몰 개발에 올인하고 있다. 해외사업은 중국시장에 과감하게 진입했지만 현재는 사업을 축소 중이고, 중국보다는 베트남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반면 국내사업은 여전히 호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파주와 여주에 복합쇼핑몰을 개장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하남 등 다른 지방에도 복합쇼핑몰을 짓고 있다. 신세계가 국내외 사업에서 정체를 보이면서 신세계가 ‘신세계, 새로운 세상’을 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비아냥을 듣고 있다.나름 성공적이라 자평하고 있는 복합쇼핑몰 사업을 유통 라이벌 기업인 롯데그룹이 모방해 개장하면서 신세계만의 특징은 사라지고 있고, 롯데그룹은 전방위적인 압박은 신세계의 사업과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2012년 롯데그룹이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이 입점한 인천종합터미널을 인수하면서 신세계와 롯데그룹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신세계는 여전히 유통업계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할인점인 이마트는 국내 1위 자리를 사수하고 있으며, 롯데그룹의 롯데마트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추격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백화점사업은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에 이어 3위를 기록 중이지만 2위와의 격차를 줄이고 있다. 최근에는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의 온라인 사업을 통합하면서 온라인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통합이 시대적 흐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가 국내에서 유통강자로 군림하고 있지만 글로벌화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야심 차게 출발한 중국사업은 부진하고, 베트남 진출계획도 수정과 보완을 거듭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신세계가 한국형 사업모델로 글로벌 유통강자에 이긴 것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과 같은 소규모 시장에서 검증된 할인점 모델이 해외에서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국내의 성공이 글로벌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신세계와 마찬가지로 롯데그룹도 중국과 베트남 사업이 지지부진하거나 부실덩어리로 전락했는데 주먹구구식 해외진출을 한 결과라는 평가를 받는다. ◇ 이병철 회장의 경영스타일도 취사선택해야신세계 이명희 회장은 가정주부에서 경영자로 변신했지만 아버지 이병철 회장과 마찬가지로 공격적인 경영스타일을 갖고 있다. 경영전문가들은 이명희 회장의 경영스타일과 가장 닮았다는 평가를 한다.본인 스스로도 아버지의 경영스타일을 배우고, 따라 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도 이병철 회장은 이런 말을 했고, 이렇게 의사결정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먼저 떠올린다고 한다. 이병철 회장의 자식들 중 가장 아버지의 경영스타일을 모방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이명희 회장이다. 이명희 회장이 아버지의 뛰어난 경영스타일을 모방하고 배우려는 자세는 좋지만, 사회환경과 시대가 변했다는 사실도 잊지 않아야 하는데, 너무 경직되어 있다. 인재를 중시해 전문경영인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좋지만 노조를 부정하는 자세는 시대적 요구에 정면도전하는 것이다.신세계는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전담시켰다고 하지만 중요한 방향은 오너가 결정하는 구조이고, 일방적이고 단편적인 의사결정 구조로 인해 조직이 경직되어 있다. 경영도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이병철 회장이 ‘절대 서류에 사인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도 해석여부에 따라서 논란의 소지가 많다. 신세계는 책임을 회피하자는 것이 아니라 전문경영인에게 모든 것을 맡기라는 말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최근의 사례를 보면 책임회피에 더 가깝다.이마트가 계열사인 신세계SVN의 부진한 영업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수수료를 인하한 것도 경영진의 마케팅전략이라는 식의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영진의 배임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마트에 수십 억 원의 손실을 안긴 의사결정은 배임행위에 해당하지만, 월급쟁이 경영인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임의대로 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검찰이 전문경영인만 배임혐의로 기소했고, 오너 일가는 명백한 공모혐의를 발견하지 못해 불기소 처분했다.검찰이 경영진을 기소한 것만 해도 진일보한 결정이지만 오너 일가에 면죄부를 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시민단체는 주장한다. 결과적으로 서류에 사인을 하지 않아 결정적인 증거를 남기지 않는 전통이 무혐의 처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신세계 오너의 무결재 발상과 관행은 오너가 법적인 책임은 월급쟁이 경영인에게 떠 넘기고 자신들은 과실만 챙기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을 받는다. 이명희 회장은 미국 방문 중에 할인점을 보고 한국에 할인점을 도입할 정도로 해외의 선진모델과 기법을 도입하는데 적극적이다. 이도 이병철 회장이 새로운 사업을 하거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일본을 방문해 전문가나 업계 관계자들과 토론을 즐기던 것에서 배운 것이라고 한다.그리고 이병철 회장의 강조한 인재경영을 답습하기 위해서도 노력한다. 신세계가 인재경영을 자주 주창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유통산업 자체가 인재에 대한 중요성이 폄하되고 인재육성과 개발부문에서 가장 낙후된 산업이라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의 지론 중 하나가 무노조 경영이다. 자신의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는 독특한 철학을 갖고 있었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후 삼성그룹을 물려 받은 이건희 회장도 무노조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신세계의 이명희 회장도 무노조 경영을 철저하게 실천하려다가 사회적 비난에 직면해 있다. 그룹차원의 조직적인 노조파괴활동에 결국 전문경영진이 책임을 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해 초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의 등기임원에서도 빠져 법적인 책임을 지려고 해도 질 수가 없다. 노조가 필요 없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것이 무노조 경영인데, 실제 삼성그룹이나 신세계의 근무환경이 노조가 필요 없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의 계약직 근로자 근무환경은 열악하고 인권침해 사건도 빈발하고 있다.삼성그룹보다 더 철저하게 노조설립활동을 저지하거나 설립된 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적극적인 활동으로 고용노동부의 조사를 받았다. 노조파괴에 관련된 각종 서류와 증인들이 나오면서 신세계 창립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신세계의 이명희 회장과 오너일가가 구시대 경영철학을 갖고 있던 이병철 회장의 경영스타일을 무조건 답습하기 보다는 취사선택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재의 중요성을 설파했다거나 해외의 선진기술과 이론을 접목하려고 했던 노력은 매우 좋다.한번 믿음이 생긴 전문경영인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장기간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지금도 유효한 경영철학이다. 삼성그룹이나 신세계가 다른 그룹보다 잘 하고 있는 부문이기도 하다.하지만 무조건 노조를 부정하고 결재를 하지 않는 방법으로 경영책임을 회피하겠다는 발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임직원은 미래를 같이 꿈꾸고 나아갈 동지이지, 착취의 대상은 아니기 때문이다.신세계가 정상적인 기업으로 살아 남기 위해서는 노조를 탄압하기 이전에 왜 직원들이 노조를 만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는지부터 냉정하게 파악해야 한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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