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 1편 대기업 19. 신세계 기업문화 (1) 역사와 이슈... 이병철 회장의 경영스타일도 취사선택해야
유통업계 강자로 부상했지만 국내기업 한계 직면
민진규 대기자
2013-11-18
신세계그룹(이하 신세계)은 1991년 삼성그룹에서 분가한 이후 1993년 이마트 창동점을 시작으로 할인점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롯데그룹에 이어 2위의 유통대기업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신세계는 다른 그룹들이 오너경영을 한 것과 달리 전문 경영인체제를 유지하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백화점, 할인점, 각종 유통업을 하고 있는 신세계는 2009년 12월 정용진 부회장이 그룹의 경영전면에 나서면서 3세 경영에 돌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유통업계 강자로 부상했지만 국내기업 한계 직면

신세계는 삼성그룹의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의 막내 딸인 이명희 회장이 1991년 신세계백화점과 조선호텔을 중심으로 계열 분리한 그룹이다.

삼성그룹이 제조업에 중심을 두었기 때문에 현대그룹이나 롯데그룹에 비해 유통부문은 취약했다. 하지만 이명희 회장이 신세계를 독립시킨 이후 할인점, 식∙음료, 건설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그룹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

삼성그룹의 기업문화가 관리문화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유통업은 관리보다는 현장위주의 영업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삼성그룹의 관리문화가 잘 먹히지 않는다. 삼성그룹은 이후에도 유통업 진출을 몇 차례 더 시도했지만 보수적인 관리문화로 인해 성공하지 못했다.


반면 신세계는 백화점을 위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1993년 미국식 대규모 할인점을 모방한 이마트를 도입하면서 성장의 기반을 구축했다. 이후 프랑스의 까르푸, 미국의 월마트 등 세계적인 할인점이 국내에 진출하면서 국내 할인점들의 고전이 예상되었지만 오히려 글로벌 거대공룡들을 침몰시키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국내 할인점들이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요인은 현지화이다. 가격차이에 민감한 선진국 소비자들과는 달리 한국 소비자들은 가격보다는 편의성을 중시한다. 외국계 기업들이 창고형 매장을 도입했지만 이마트는 백화점과 같은 밝고 화려한 진열대를 도입하면서 한국 소비자들을 만족시켰다.


지난 10여 년 동안 급격한 성장을 거듭하던 한국의 백화점과 할인점 사업이 정체되면서 해외진출과 교외 복합쇼핑몰 개발에 올인하고 있다. 해외사업은 중국시장에 과감하게 진입했지만 현재는 사업을 축소 중이고, 중국보다는 베트남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반면 국내사업은 여전히 호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파주와 여주에 복합쇼핑몰을 개장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하남 등 다른 지방에도 복합쇼핑몰을 짓고 있다. 


신세계가 국내외 사업에서 정체를 보이면서 신세계가 신세계, 새로운 세상을 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비아냥을 듣고 있다.

나름 성공적이라 자평하고 있는 복합쇼핑몰 사업을 유통 라이벌 기업인 롯데그룹이 모방해 개장하면서 신세계만의 특징은 사라지고 있고, 롯데그룹은 전방위적인 압박은 신세계의 사업과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2012년 롯데그룹이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이 입점한 인천종합터미널을 인수하면서 신세계와 롯데그룹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신세계는 여전히 유통업계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할인점인 이마트는 국내 1위 자리를 사수하고 있으며, 롯데그룹의 롯데마트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추격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백화점사업은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에 이어 3위를 기록 중이지만 2위와의 격차를 줄이고 있다. 최근에는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의 온라인 사업을 통합하면서 온라인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통합이 시대적 흐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가 국내에서 유통강자로 군림하고 있지만 글로벌화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야심 차게 출발한 중국사업은 부진하고, 베트남 진출계획도 수정과 보완을 거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세계가 한국형 사업모델로 글로벌 유통강자에 이긴 것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과 같은 소규모 시장에서 검증된 할인점 모델이 해외에서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국내의 성공이 글로벌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신세계와 마찬가지로 롯데그룹도 중국과 베트남 사업이 지지부진하거나 부실덩어리로 전락했는데 주먹구구식 해외진출을 한 결과라는 평가를 받는다. 


◇ 이병철 회장의 경영스타일도 취사선택해야

신세계 이명희 회장은 가정주부에서 경영자로 변신했지만 아버지 이병철 회장과 마찬가지로 공격적인 경영스타일을 갖고 있다. 경영전문가들은 이명희 회장의 경영스타일과 가장 닮았다는 평가를 한다.

본인 스스로도 아버지의 경영스타일을 배우고, 따라 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도 이병철 회장은 이런 말을 했고, 이렇게 의사결정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먼저 떠올린다고 한다. 이병철 회장의 자식들 중 가장 아버지의 경영스타일을 모방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이명희 회장이다. 


이명희 회장이 아버지의 뛰어난 경영스타일을 모방하고 배우려는 자세는 좋지만, 사회환경과 시대가 변했다는 사실도 잊지 않아야 하는데, 너무 경직되어 있다. 인재를 중시해 전문경영인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좋지만 노조를 부정하는 자세는 시대적 요구에 정면도전하는 것이다.

신세계는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전담시켰다고 하지만 중요한 방향은 오너가 결정하는 구조이고, 일방적이고 단편적인 의사결정 구조로 인해 조직이 경직되어 있다. 경영도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병철 회장이 절대 서류에 사인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도 해석여부에 따라서 논란의 소지가 많다. 신세계는 책임을 회피하자는 것이 아니라 전문경영인에게 모든 것을 맡기라는 말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최근의 사례를 보면 책임회피에 더 가깝다.

이마트가 계열사인 신세계SVN의 부진한 영업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수수료를 인하한 것도 경영진의 마케팅전략이라는 식의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영진의 배임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마트에 수십 억 원의 손실을 안긴 의사결정은 배임행위에 해당하지만, 월급쟁이 경영인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임의대로 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검찰이 전문경영인만 배임혐의로 기소했고, 오너 일가는 명백한 공모혐의를 발견하지 못해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이 경영진을 기소한 것만 해도 진일보한 결정이지만 오너 일가에 면죄부를 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시민단체는 주장한다. 결과적으로 서류에 사인을 하지 않아 결정적인 증거를 남기지 않는 전통이 무혐의 처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신세계 오너의 무결재 발상과 관행은 오너가 법적인 책임은 월급쟁이 경영인에게 떠 넘기고 자신들은 과실만 챙기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을 받는다. 


이명희 회장은 미국 방문 중에 할인점을 보고 한국에 할인점을 도입할 정도로 해외의 선진모델과 기법을 도입하는데 적극적이다. 이도 이병철 회장이 새로운 사업을 하거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일본을 방문해 전문가나 업계 관계자들과 토론을 즐기던 것에서 배운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병철 회장의 강조한 인재경영을 답습하기 위해서도 노력한다. 신세계가 인재경영을 자주 주창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유통산업 자체가 인재에 대한 중요성이 폄하되고 인재육성과 개발부문에서 가장 낙후된 산업이라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의 지론 중 하나가 무노조 경영이다. 자신의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는 독특한 철학을 갖고 있었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후 삼성그룹을 물려 받은 이건희 회장도 무노조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신세계의 이명희 회장도 무노조 경영을 철저하게 실천하려다가 사회적 비난에 직면해 있다. 그룹차원의 조직적인 노조파괴활동에 결국 전문경영진이 책임을 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해 초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의 등기임원에서도 빠져 법적인 책임을 지려고 해도 질 수가 없다. 


노조가 필요 없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것이 무노조 경영인데, 실제 삼성그룹이나 신세계의 근무환경이 노조가 필요 없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의 계약직 근로자 근무환경은 열악하고 인권침해 사건도 빈발하고 있다.

삼성그룹보다 더 철저하게 노조설립활동을 저지하거나 설립된 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적극적인 활동으로 고용노동부의 조사를 받았다. 노조파괴에 관련된 각종 서류와 증인들이 나오면서 신세계 창립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신세계의 이명희 회장과 오너일가가 구시대 경영철학을 갖고 있던 이병철 회장의 경영스타일을 무조건 답습하기 보다는 취사선택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재의 중요성을 설파했다거나 해외의 선진기술과 이론을 접목하려고 했던 노력은 매우 좋다.

한번 믿음이 생긴 전문경영인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장기간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지금도 유효한 경영철학이다. 삼성그룹이나 신세계가 다른 그룹보다 잘 하고 있는 부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조건 노조를 부정하고 결재를 하지 않는 방법으로 경영책임을 회피하겠다는 발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임직원은 미래를 같이 꿈꾸고 나아갈 동지이지, 착취의 대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신세계가 정상적인 기업으로 살아 남기 위해서는 노조를 탄압하기 이전에 왜 직원들이 노조를 만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는지부터 냉정하게 파악해야 한다.

-
 계속 - 
저작권자 © 엠아이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산업 분류 내의 이전기사
주간 HOT IS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