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 1편 대기업 19. 신세계 기업문화 (5) 조직-일과 사람... 계열사별로 인재상을 확립해 유통업 발전을 주도
글로벌 인재양성 노력하지만 형식적인 수준에 그쳐... 그림자 경영과 후계자 양성은 적절한 균형이 필요
민진규 대기자
2013-12-02
신세계의 오늘이 있기까지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이 2명 있다. 한 명은 이명희 회장으로 삼성그룹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막내딸이다. 아버지 이병철 회장의 총애를 받았고, 그의 경영스타일을 가장 모범적으로 실천하고 있다는 자녀다. 삼성그룹에서 소외 받고 있는 유통업을 기반으로 사업을 키웠다.

다른 한 명은 신세계의 구학서 회장인데, 그는 전문경영인으로서 신세계의 급성장에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신세계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네 번째 DNA인 조직(Organization)을 일(job)과 사람(people)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 계열사별로 인재상을 확립해 유통업 발전을 주도

신세계는 유통산업의 미래를 개척할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로 신세계 고객전문가를 인재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고객전문가란 소비 트렌드 분야의 최고의 명장으로 고객이 스스로 만족하고 직접 찾아오게끔 만드는 스페셜리스트를 의미한다. 고객의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전문가의 역량에 달려있기 때문에 이를 양성하는 것이 우선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인재개발원도 고객전문가 양성을 위해 교육프로그램을 개편했다. 세부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재상은 도덕인, 실천인, 전문인으로 가장 중시하는 대목은 성실성이다. 도덕인은 정직함과 성실함을 기본으로 예의범절을 갖춘 사람을 말한다.

실천인은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신속하고 꾸준한 행동력을 갖추고 있다. 전문인은 변화를 인지하고 대응하며 꾸준한 자기계발을 통해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춘 사람을 말한다.

유통산업의 경쟁환경이 급변하고, 소비자의 니즈도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실천하고 도전하는 직원이 필요하다. 이 외에도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갖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며 적극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추진력, 다양한 변화를 수용하면서 바른 길을 지향하는 도덕성도 인재가 갖춰야 할 덕목이다.


신세계는 개별 계열사별로 사업특성에 맞는 인재상을 제시하고 있다. 그룹의 출발점이고 브랜드가치를 유지하고 있는 신세계백화점은 핵심가치로 고객, 패션, 프라이드를 정했다.

이 핵심가치에 따라 인재상도 고객을 존중하고 고객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는 인재, 앞선 감각으로 창의적인 변화를 주도하는 인재, 자신의 일에 긍지를 느끼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인재 등이다. 어떤 기업이든 고객이 가장 중요한데, 기업의 가치 못지 않게 고객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른 핵심계열사인 이마트는 핵심가치로 고객, 브랜드, 디자인을 정하고, 인재상으로 이마트 피플을 제시한다.

이마트 피플은 
 내 회사이며 내 매장이다라는 주인의식으로 고객을 대하고, 회사에 대한 자부심으로 고객의 마음 속에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심기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며,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새롭게 디자인하기 위해 열린 마음과 창의적인 사고로 일하는 인재를 의미한다. 직원 모두 고객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데, 이것이 이마트 피플의 출발점이라고 한다.

다른 계열사들은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의 사업을 보조하기 위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특별한 인재상을 제정하고 있지는 않다. 신세계백화점에 비해 이마트의 인재상이 젊고 발랄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가볍다는 느낌이 든다. 고급스러운 백화점이 프라이드를 강조하는데 반해, 이마트는 브랜드나 디자인을 핵심가치로 내 세우고 있다.

디자인과 할인점인 이마트가 무슨 연관성을 갖고 있는지 알 수가 없고, 할인점의 핵심경쟁력이 디자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다른 핵심가치인 브랜드도 이마트보다는 신세계백화점과 더 어울린다.

제시하는 인재상은 기존의 직원들을 통합하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새롭고 유능한 직원들을 유인할 수도 있기 때문에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마트의 인재상은 적절하지는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 글로벌 인재양성 노력하지만 형식적인 수준에 그쳐

신세계는 경쟁이 치열하고 협소한 국내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와 비즈니스매너 체득, 글로벌 고객특성 이해, 글로벌 시장 이해 등의 교육프로그램에 포함시키고 있다.

글로벌 선진기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매년 수백 명의 직원들을 홍콩, 일본, 미국, 유럽 등지로 파견하고 있다. 단순히 방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매장에서 판매실습을 하기도 한다. 외국 고객들을 상대할 수 있도록 사내 맞춤형 회화교육도 시행하고 있다. 


제조기업과 달리 유통기업이 해외에 진출하기는 어렵다. 진출국 소비자들의 선호를 파악해 마케팅을 수행하고, 판매대에서 고객을 대응하는 매뉴얼을 만들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세계의 이마트가 중국사업에 부분적으로 실패한 이유도 중국소비자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실패를 교훈 삼아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을 이해하고 있는 글로벌 인재의 양성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쉬운 점은 단순히 해외 선진기업을 방문하고, 간단한 현장체험과 어학교육만으로 글로벌 인재가 되기 어렵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그룹에 비해 보수적이라 여성들의 관리직 진출비율이 매우 낮았지만, 최근에 여성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2011년부터 대졸 신입사원 중 여성의 비율이 처음으로 남성을 추월했다. 과장급 이상 여성관리자도 1999년 1.5%에 불과했지만 2012년 8%대로 높아졌다.

신세계백화점은 여성간부의 비중을 14%대까지 높이고 있으며, 외부 여성인사의 영입도 늘리고 있지만 아직 다른 대기업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과거에는 유통업이 남성들의 영역으로 인식되었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남성보다는 오히려 섬세한 여성들을 우대하고 있어 신세계도 여성인력 비중을 높이고 있다. 


현대적 의미의 자본주의와 기업 도입역사가 겨우 70여 년에 지나지 않아 유통기업 대부분은 한국이라는 울타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도 글로벌화를 주장하면서 글로벌 스탠다드가 아니라 국내의 노동기준이나 상도덕조차 지키지 않는다.

기업이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사회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은 자명하다. 국내 제조업체들도 국내에서 하던 버릇대로 해외에서 근로자를 착취하고 담합을 일삼으면서 강한 저항에 부딪히는 사례가 많다.

신세계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면 글로벌 스탠다드에 적합한 진정한 글로벌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글로벌 인재양성과 교육이 형식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그림자 경영과 후계자 양성은 적절한 균형이 필요

신세계는 이명희 회장의 남편인 정재은 명예회장이 그룹의 방향을 제시하는 조타수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삼성그룹에서 근무하면서 축적한 다양한 경험을 신세계에 이식시키기 위해 명예회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임직원을 대상으로 강연을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

직함은 명예회장에 불과하지만, 그룹의 주요한 사업방향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신세계가 사업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주요 갈림길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초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거세지자 기업은 착하기보다는 스마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통기업이 본질적으로 착하지 않는데 착한 모습으로 포장하려고 애써 노력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한 것이다.

다른 대기업들이 빵집 논란으로 사업을 철수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기업과 사정이 다르다는 이유를 제시하면서 버텼고, 여론은 금새 잠잠해져 사업을 포기할 필요가 없었다. 한국인들은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잊거나 용서한다는 사회정서변화에 대해 너무 잘 파악하고 내린 전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통합이 유통산업의 대세다라는 요지의 강연을 했다. 신세계는 그룹차원에서 곧바로 백화점, 할인점, 복합쇼핑몰, 가두점 등을 모두 통합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오픈 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효과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오프라인 사업은 별도로 쪼개고, 온라인 사업은 하나의 게이트웨이로 통합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그는 채용방식, 인력정책 등에 대해서는 강연형식의 경영방침을 제시하고 있으며 신세계의 경영진들의 그의 주장을 사업방향에 곧바로 반영하고 있어 그는 그림자 경영을 하고 있다는 평를 받는다. 


현재 표면적으로 신세계를 경영하고 있는 사람은 정용진 부회장이다. 그런데 정용진 부회장이 경영전략을 수립하거나 조직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아 벌금형을 선고 받고, 올해 국정감사에 출석해 업무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질책을 받는 등 허둥대고 있다. 아버지 정재은 명예회장이 그룹의 방향을 제시하고, 어머니 이명희 회장이 경영권을 행사하면서 존재감도 없어진 것이다.

정용진 부회장을 후계자로 양성하고자 한다면 현재와 같은 구조로는 어렵다.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정용진 부회장에게 권한과 책임을 더 이양할 필요가 있다.

-
 계속 -
저작권자 © 엠아이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산업 분류 내의 이전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