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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9우리나라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는 올해 말까지 KDB산업은행의 본점을 부산광역시로 이전할 계획이다. 산업은행 뿐 아니라 한국은행·한국수출입은행·IBK기업은행·농협중앙회 등도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금융허브로 자리매김하려던 서울특별시의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해양산업금융2실을 신설해 부산시에 두기로 결정했다. 2월에는 직원 45명을 부산 근무지로 발령했다.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22층에 사무실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시의회는 3월2일 ‘국제금융도시 서울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정책토론회에 참석한 다수 전문가의 의견을 취합해 금융위원회·정부가 주장하는 금융기관 지방 이전 논리와 비교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선거공약을 평가하기 위해 개발한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 모델을 적용해 양자의 의견을 정치·경제·사회·문화·기술 측면에서 평가했다.▲ 국제금융도시 서울을 위한 정책토론회 [출처 = iNIS] ◇ 금융기업 부산 이전해 동남권 발전 추진하지만 한계서울시의회가 개최한 정책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만 참석해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했다. 서울시장과 대통령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라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먼저 금융위원회와 정부가 산업은행 뿐 아니라 금융공기업의 지방 이전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다음과 같다.정치적으로 동남권 지역균형발전 추진, 수도권 경제력 집중 억제,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 공약 이행 등으로 주요 금융공기업의 지방 이전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보수 정당의 입장에서 TK(대구·경북) 못지않게 PK(부산·경남)의 민심이 중요하다. 경제가 추락한 부산시의 정치적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다.부산에는 한국주택금융공사·한국예탁결제원·한국자산관리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이 이전했지만 경제가 살아나지 않았다. 수도권에 집중된 경제력을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하지만 강제로 배분하는 것이 적절한지가 논란거리다. 윤 대통령의 선거 공약을 이행하는 것이 금융산업 경쟁력보다 중요한지도 의문이다.경제적으로 보면 부산을 해양산업금융 중심지로 육성, 정책금융을 강화해 조선·해양산업 육성, 부산을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육성 등이 주안점이다. 부산은 한때 동북아 최대 무역항으로 군림했지만 중국 상하이 푸둥항에 자리를 넘긴 후 활력을 찾지 못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부산의 조선·해양산업이 부진한 이유가 금융지원이 충분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인건비 상승 등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인지 판단해야 한다. 후자가 원인이라고 한다면 금융기관 이전으로 조선·해양산업이 재생될 가능성은 낮다.지난해 9월 글로벌 컨설팅그룹인 지옌(Z/Yen)이 평가하는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서 부산은 29위를 기록해 11위인 서울에 한참 뒤졌다.사회는 직원 이주로 부산 인구의 증가, 지역인재의 취업 기회 제공, 주택 특별공급으로 정주 여건 개선 가능 등을 제시했다. 부산시 인구는 2013년 350만 명에서 2022년 330만 명으로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기업 1차 이전으로 인구가 늘어난 혁신도시는 많지 않아 인구 증가는 설득력이 약하다.지방 이전 공기업은 지역인재를 30% 채용해야 한다. 부산에 있는 대학 졸업자는 ‘신도 가고 싶은 직장’인 금융공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 지방 이전 공기업 직원에게 주택 특별공급이 당근이었지만 부동산 침체기에는 더 이상 유용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문화는 국제학교·특수학교 유치 추진, 대학 계약학과로 필요한 인력 양성 가능, 해운대 등 관광자원 풍부 등 서울과 비교해도 인프라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부산시는 자녀교육을 핑계로 이주하지 않으려는 직원을 위해 국제학교나 특수학교를 유치할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산업은행과 같은 금융공기업은 국내 최고 수준의 대학 졸업자도 입사하기 어렵다. 지방대에서 금융공기업이 원하는 수준의 인력을 양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해운대의 자연자원은 우수하지만 전시회·공연·문화재 등 전반적인 문화 인프라는 부실하다.기술은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돼 디지털 금융 선도 가능, 양질의 일자리로 우수 정보통신기술(ICT) 인력 유치 가능, 최첨단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건설 등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부산이 블록체인 특구를 운영 중이지만 서울 여의도를 중심으로 형성된 핀테크 산업 경쟁력이 더 높다.4차 산업혁명이 진전되고 디지털화를 추진하면서 우수한 ICT 인재의 유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1년 만에 연봉이 수천만 원씩 상승하고 블록체인이나 인공지능(AI) 관련 엔지니어는 서울 소재 기업도 구하기가 ‘하늘에서 별따기’와 같이 어렵다. 서울에서 받는 비슷한 수준 급여에 부산까지 내려갈 엔지니어는 많지 않다. ◇ 금융은 정치가 아닌 경제 논리로 작동돼야 발전 가능국정연은 지난해 11월 초부터 ‘서울을 아시아 금융허브로’라는 심층기획을 시작해 국회의원,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또한 글로벌 금융허브인△ 미국 뉴욕, △영국 런던 △싱가포르 △홍콩 △중국 상하이 △일본 도쿄 △프랑스 파리 △독일 프랑크푸르트 △스위스 취리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의 경쟁력을 분석했다.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주요 인사는 이동걸 前 산업은행 회장,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김현준 산업은행 노조위원장, 김묵한 서울연구원 연구위원 등이다.참가자의 발표 내용과 다수 전문가가 금융공기업의 지방 이전이 서울을 아시아 금융허브로 육성하려는 정부의 기존 정책과 역행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을 정리하고자 한다.정치적으로 보면 동남권은 국가 경제정책의 최대 수혜자, 서울을 아시아 금융허브로 육성하는 것이 정부의 기존 정책, 올바른 자원 배분이 국가의 미래 경쟁력 좌우 등을 통해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을 반대한다.부산을 포함한 동남권은 산업화시대 경제정책의 최대 수혜자로서 다른 지역에 비해 발전했다. 하지만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추락하고 있어 금융공기업의 이전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본다.정부는 서울을 종합금융 중심지, 부산은 해양파생상품 특화 금융 중심시로 육성할 계획이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양자를 분리할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경제는 정책금융은 지역개발금융공사 설립이 유리, 주요 고객이 서울·해외에 있어 협력 어려움, 경제는 공정성·효율성 확보가 중요 등의 논리로 반박한다. 산업은행 노조는 부산 뿐 아니라 전국 곳곳의 지방자치단체와 산업은행이 공동으로 출자해 지역개발금융공사를 다수 설립하는 것이 지역균형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역설한다.산업은행 노조에 따르면 고객의 30% 이상이 대기업이고 대기업의 본사는 대부분 서울에 있어 지방 이전은 고객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산업은행은 투자를 위해 수많은 내·외부 이해관계자와 협력해야 하므로 이들이 있는 서울에 있는 것이 합리적이다. 글로벌 금융허브 모두 동일한 원칙을 따른다.사회는 지방으로 거주지를 옮길 직원이 소수, 지역 출신 30% 채용이 역차별과 파벌 조성 가능, 우수 인재의 지방 근무 기피로 인재 유출 등을 우려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1차로 이전한 지방 혁신도시의 인구는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이사를 간 직원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지역 출신을 30% 할당해서 채용하면 우수 인재를 채용할 기회를 잃게 된다. 특정 지역 출신이 30%를 점유하면 파벌이 형성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민연금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우수 인재의 지방 근무 기피로 이탈은 불가피하다. 최근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만이라도 서울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문화는 국제학교·특수학교를 유치해도 경쟁력 확보 애로, 금융 전문가는 지방대의 계약학과로 양성 불가능,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이 향유할 문화 인프라 부족 등을 반대를 위한 명분으로 내세운다. 국제학교를 부산에 설립해도 서울과 어깨를 견줄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복잡한 금융상품을 설계하고 외국의 금융기관과 협력할 정도의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서울 상위권 대학도 어려운 임무를 지방대가 수행하기란 역부족이다.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한 산업은행을 방문한 외국인이 업무시간 외에 즐길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기술은 블록체인은 핀테크 산업의 일부에 불과, 우수 ICT 인력의 수도권 근무 선호, 산업은행의 전산실은 국가보안시설이라 BIFC 입주가 불가능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에 속한다.우리나라가 정보기술(IT) 산업을 선도하고 있지만 소프트웨어(S/W) 경쟁력은 확보하지 못했다. 우수 엔지니어의 양성을 국가적 과제로 설정해야 하는 이유다.▲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 = iNIS]-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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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 = iNIS]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11명은 KDB산업은행이 ‘꼼수’로 조직을 개편해 본점을 부산광역시로 이전하려는 시도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지난달 29일 KDB산업은행이 이사회를 개최해 동남권투자금융센터를 신설하고 일부 부서를 부산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국토를 균형 발전시키겠다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우리나라 국민은 한 명도 없다. 다만 정략적인 차원에서 잘못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것이다.일부 금융전문가는 KDB산업은행 등 공공금융기관의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도 유사한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남해안 한적한 시골 마을 이장에서부터 모든 지방자치단체를 총괄하는 행정자치부장관까지 지냈고 현재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두관 국회의원도 지방 균형발전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했다.또한 김 의원은 6월 한국은행 등 국책은행의 본점을 ‘서울’에서 ‘대한민국’으로 변경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김 의원은 이른바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은 수도권을 제외하고 조선·자동차·기계·석유화학·해양 등의 강력한 경제기반을 갖춘 유일한 지역으로 금융업을 육성할 준비는 충분하다고 말한다.우리나라는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 하나의 거점으로 성장하기보다는 다수 메가시티를 육성해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주장도 펼친다.김 의원은 내년부터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윤석열정부에 대해 1차 공공기관 이전으로 발생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특히 향후 5년이 지역균형발전을 추진할 수 있는 골든타임으로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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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정보전략연구소 민진규 소장 [출처 = iNIS]1988년부터 도입된 국민연금은 6월 말 기준 자산이 883조 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65세 이상 수급자는 413만7000명으로 65세 이상 전체 인구의 46.7%를 차지했다. 국민연금이 효자라는 소리는 듣는 이유다.하지만 국민의 노후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의 경영실적이 악화되고 있어 걱정스럽다. 서울시에 있던 본사를 전라북도 전주시로 이전한 이후 당기순이익이 2016년 42억 원 적자에서 2021년 382억 원 적자로 매년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2014년 금융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서울을 아시아 금융 허브로 육성하려던 정부의 금융정책이 궤도를 벗어나기 시작했다.부산광역시로 이전한 한국주택금융공사·한국예탁결제원·한국자산관리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기술보증기금 등의 실적도 빨간불이 들어온 지 오래다. 대구광역시로 옮긴 신용보증기금도 2019년 적자로 전환된 이후 지난해 3702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그럼에도 정부는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 중이다. 서울의 국제금융센터지수(GFCI)는 2015년 6위에서 2020년 33위로 하락했다가 올해 11위로 겨우 회복했다. 올해 실적은 정부의 정책보다 대내외 여건이 우호적으로 작용한 결과다.영국 정부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헛발질을 하고 중국 정부가 민주화운동 탄압과 제로코로나정책으로 상하이·홍콩·베이징·선전·광저우의 금융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어떻게 하면 서울을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육성시킬 것인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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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정보전략연구소 민진규 소장 [출처 = iNIS]인류가 물물교환을 넘어 화폐(대용수단 포함)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 금융은 인간의 삶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경제를 인체라고 보면 금융은 혈맥과 같기 때문이다. 정부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선진화된 금융기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서울특별시를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했다.이러한 노력은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강풍을 이겨내는 기반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2014년부터 서울시에 있던 금융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고 민간 금융기관이 여의도를 떠나면서 여의도를 중심으로 형성된 금융단지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지방으로 이전한 금융공공기관의 실적이 악화일로를 거듭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2차 이전 대상에 포함된 KDB산업은행 노동조합이 공개적으로 반발하면서 금융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일부 국민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이전이 불가피하다고 보지만 일부는 금융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서울에 존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서울 여의도를 금융특구로 지정해 지방에 이전한 금융공공기관까지 다시 서울로 옮겨야 한다는 강경론자도 있다.한국경제를 떠받치던 제조업이 근로자의 고령화·인구 감소·인건비 상승 등으로 글로벌 경쟁력이 하락하며 고지식산업인 금융업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2차 금융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을 포함해 정부의 금융정책 전반에 걸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평가하고자 한다.◇ 낮은 지지율이 금융기관 지방 이전 걸림돌2000년대 이후 지방 균형발전을 추진하면서 금융공공기관도 한국 금융 중심지인 서울시를 떠나기 시작했다. 정부는 서울에 있는 금융공공기관을 부산광역시로 이전해 부산시의 금융산업을 전폭적으로 육성할 계획이었다. 부산을 홍콩과 같이 서울을 대신하는 아시아의 금융 허브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꿈을 꿨다.하지만 대구광역시나 전라북도 전주시와 같은 지방도시도 금융공공기관의 이전을 요구하며 정부의 계획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제3 금융 중심시를 추진하고 있는 전주시는 국민연금공단, 대구시는 신용보증기금을 각각 품었다. 전주시는 한국투자공사 등의 이전도 요구하지만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2014년 이후 부산으로 이전한 금융 공기업은 한국주택금융공사·한국예탁결제원·한국자산관리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기술보증기금 등으로 많다. 윤석열정부는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을 부산으로 이전해 부산을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성장시킬 방침이다.부산시는 지난달 6일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 지원단’을 출범시켰다. 금융위원회·KDB산업은행·부산시는 부산문현금융단지 내 유휴부지에 약 4000억 원을 투자해 45층 내외 건물을 신축하고 KDB산업은행 본점을 이전하기로 합의했다.지난달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이전할 수 없지만 정부 차원에서 이전을 준비 중”이다라고 답변했다.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윤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에 속해 강력하게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부산시도 ‘2030부산엑스포’를 유치하고 가덕도 신공항을 개발하려면 KDB산업은행의 이전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KDB산업은행의 정책금융 기능을 잘 활용하기 위한 목적인데 정작 KDB산업은행은 지역 금융공사의 설립으로 충족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이러한 정부 차원의 움직임에 대해 KDB산업은행 노동조합은 6월부터 본점의 이전을 반대하는 시위를 매일 벌이고 있다. 노조는 KDB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하게 되면 IBK기업은행·예금보험공사·서민금융진흥원 등도 자연스럽게 지방으로 이전할 것이라며 이들과 연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취임한지 5개월이 지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에 머물고 있어 금융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과 같은 국정과제를 강력하게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고 지방자치단체와 금융위원회가 금융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포기할 가능성도 낮다.▲ 금융공공기관의 2016~2020년 실적 자료 비교 [출처=알리오 홈페이지] ◇ 6년간 이전 금융공기업 실적 대폭 악화2014년부터 지방으로 이전한 금융공공기관이 처음 의도한 지방 균형발전에 얼마나 크게 기여했는지는 평가하기 쉽지 않다. 3월 대통령선거와 6월 지방선거에서 공공기관의 2차 이전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지난 성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우선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우선 정부가 공개한 지방 이전이 완료된 금융공공기관인 국민연금공단·한국자산관리공사·신보·기보 등의 실적을 분석해 보자. 공공기관의 경영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알리오가 2016~2021년 공개한 자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국민의 노후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의 영업이익은 2016~2017년까지 흑자를 기록하다가 △2018년 -126억 원 △2020년 -180억 원 △2021년 -255억 원의 적자로 바뀌었다. 당기순이익은 2016년 42억 원 적자로 소규모였지만 △2017년 -167억 원 △2018년 -325억 원 △2019년 -348억 원 △2021년 -382억 원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자산관리공사는 영업이익이 2016~2017년 600억 원대 초반을 기록하다가 2018~2019년 850억 원으로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2020년 610억 원으로 추락한 이후 2021년 423억 원으로 급락했다. 당기순이익은 2016년 1126억 원에서 2021년 546억 원으로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신보의 프로그램수익은 2016년 -6641억 원에서 2018년 -1조959억 원으로 증가했다가 2019년 -6878억 원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2020년 -7717억 원 △2021년 -8415억 원으로 늘어났다. 신보의 재정운영결과는 2016년 6104억 원 흑자에서 2019년 467억 원 적자로 전환됐다. 매년 흑자폭도 축소되고 있다. 2021년 적자 규모는 3792억 원으로 확대됐다.기보의 프로그램수익도 2016~2021년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16년과 2017년 적자폭은 3000억 원대 미만이었지만 2018~2020년 3000억 원대로 상승했다가 2021년 5000억 원대로 올라섰다. 기보의 재정운영결과도 2016년 1595억 원 흑자를 기록했지만 2021년 184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가 2021년 4511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주요 4개 기관의 2016~2021년 5년간 내역을 살펴보면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업무의 비효율성 증가, 우수인력의 이탈, 고객과의 접촉 감소 등이 실적 부진의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업무를 위해 서울로 출장을 오는 횟수가 대폭 증가하고 이동 시간이 늘어나며 각종 직·간접비용이 늘어난 것도 무시하기 어렵다.국민연금공단은 전주시로 이전하며 기금운용본부에서 우수 인력이 다수 이탈한 것이 실적부진을 심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기금운용본부의 퇴사자 현황을 살펴보면 △2017년 27명 △2018년 34명 △2019년 23명 △2020년 31명 △2021년 26명 △2022년 1~8월 20명 등으로 나타났다. 올해 퇴자자의 경우 팀장·과장급 등 전문 인력의 이탈이 늘어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영국·중국 정책 오류로 금융경쟁력 약화국내 금융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며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것은 실적 악화로 증명이 된다. 국민연금공단은 6월 말 기준 운용하는 자산이 883조 원에 달할 정도로 큰 기업으로 전문 금융인이 선호하는 직장이다. 그럼에도 금융 중심지인 서울과 동떨어진 곳에 본부가 있어 인력난을 겪고 있다.정부가 서울에 있는 금융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무리하게 이전한 결과 서울의 국제금융센터지수(GFCI)는 2015년 9월 6위에서 2020년 3월 33위까지 하락했다가 올해 9월 기준 11위로 겨우 회복했다. 정부의 노력보다는 대내외 우호적인 여건이 호재로 작용한 결과다.서울은 아시아의 금융허브를 두고 싱가포르·홍콩·도쿄·상하이와 경쟁하고 있지만 여전히 열위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을 세계 5대 금융도시로 만들겠다고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금융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강행하고 있다.정부의 잘못된 정책은 금융시장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세계 2위 런던 금융시장이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한 중국 정부가 홍콩의 민주화운동을 탄압하자 금융전문가들이 싱가포르로 이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중국은 상하이·홍콩·베이징·선전·광저우 등 5개 도시가 30위권에 포함돼 있지만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상하이·베이징·선전·광저우의 선호도는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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