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4
"내부고발자"으로 검색하여,
37 건의 기사가 검색 되었습니다.
-
▲ 삼성그룹의 내부고발자인 김용철 변호사가 쓴 '삼성을 말한다' 책 표지 [출처=사회평론]최근 금융감독원은 유명무실한 금융기관의 '내부고발'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준법제보'로 명칭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부고발이라는 용어가 부정적인 이미지라 변경하는 것은 올바른 대처방안은 아니라고 판단된다.또한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금융기관 외부에 신고 및 운영 채널을 별도로 두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금감원은 금융기관 내부의 온정적 조직문화로 내부 부정행위가 근절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내부통제시스템은 금융기관 뿐 아니라 공기업, 공무원 조직, 민간 기업 등의 각종 내부 부정행위를 없앨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직원의 윤리의식을 고도화시키면 내부고발이 필요없겠지만 쉽지 않다.국가정보전략연구소는 20년 이상 내부통제시스템을 연구하며 각종 조직을 대상으로 컨설팅과 자문 업무를 수행했다. 내부고발자의 신분을 공개하는 방안, 내부고발을 결정하는 고려요조 등에 대해 알아보자. ◇ 신분공개나 익명 여부의 판단... 명확한 증거와 정보의 다운그레이드로 생존 확률 높여야 내부고발자는 자신의 신분을 공개할 수도 있고 익명으로 내부고발을 단행할 수 있다. 익명으로 하는 것은 내부고발 내용이 불법적일 뿐 아니라 고발자의 신원이 알려질 경우 입게 될 피해가 예측될 경우에 적합하다.그렇지만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익명으로 내부고발을 한다고 그러한 기대효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사항을 검토해야 한다.첫째, 내부고발 내용이 구체적이어서 제보만 갖고도 부정행위가 완벽하게 입증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항상 증거란 인멸될 수 있으며 증인조차 나서지 않으면 웬만한 부정행위는 입증하기 곤란하다.따라서 부정행위를 확인할 증거의 양과 질이 매우 중요하다. 조직에 다시 돌아가지 않아도 조직에서 증거 인멸을 하기 어려운 증거물을 충분하게 확보했는지 판단한다.또한 너무나 명백한 증거물이어서 내부고발 대상자나 조직에서 부인할 수 없어야 한다. 조직의 부정행위나 불법 행동에 관한 정보는 일부 인원에게만 개방돼 있을 수 있다.조직 내·외부의 문제 제기 행위가 예상될 경우, 조직은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강력하게 통제하거나 정보를 파기 혹은 은닉할 수도 있다.따라서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모든 기록문서를 복사해 두거나 전자파일을 USB와 같은 별도의 저장장치에 저장해 관리해야 한다.둘째, 익명으로 제보한다고 해도 자신이 내부고발자로 밝혀질 수 있는 가능성은 없는지 판단해야 한다. 특정 몇 사람만이 알고 있는 내용이거나 자신만이 알거나 관리하는 자료가 공개된다면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는 사태를 피할 수는 없다.과거 다수 대기업의 내부고발 사건에서 수사기관은 비밀금고의 위치, 비밀금고의 번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수사를 진행했다. 이러한 정보는 소수 핵심 직원에게만 공개된다.따라서 이런 유형의 사고가 발생하면 그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직원 중에서 조직에 불만을 갖고 있거나 불만을 가지고 조직을 떠난 직원을 혐의자로 용의 선상에 올린다. 명확하지 않은 경우라도 정보의 질(the quality of intelligence)로 얼마든지 내부고발자를 추적할 수 있다. 회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회계 관련 용어를 잘못 사용하기도 한다.또한 영업비밀로 관리하는 특정 기술에 관련이 없는 사람이 기술 관련 용어나 영향을 잘못 설명하게 되면 의외로 쉽게 내부고발자의 신분이 드러난다.이렇게 내부의 잠재적 혐의자 중에서 더욱 범위를 축소하며 내부고발자를 찾아낼 수 있다. 따라서 중요 문제에 대한 ‘지식위장능력’이 필요하나 이는 전문적인 기술에 해당된다.정보기관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는 정보의 질을 다운그레이드(downgrade)시키거나 정보의 질적 요건을 침해함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다.셋째, 조직 내부에서 내부고발자를 색출하는 작업을 진행할 경우에 당황하지 않고 태연하게 행동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야 한다.특히 내부고발 행위로 조직이 받는 위험 부담이나 영향이 클 경우 내부고발자를 찾는 방식이 공개적이고 먼지털이식으로 철저하게 진행될 수 있다.모든 직원들을 면밀하게 상담하고 '집단책임' 등을 운운하면서 조직 내부에 유·무형적인 압박을 가할 경우, 내부고발자가 아니라 조직원 간에 내부고발자 색출 작업이 일어날 수 있다.이러한 경우 내부고발자는 심리적으로 더욱 압박을 받게 되며 태연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다. 조직은 다양한 힘과 능력을 가진 조직원으로 구성돼 있다.내부고발자는 조직의 치밀한 공개 검증을 통해 색출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대비책을 강구헤야 한다. 쉽지는 않지만 자신의 멘토나 외부의 조력자와 심리적인 상담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다양한 위협 요인과 정서적 침해 요인들을 여과(filtering)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익명으로 내부고발행위를 단행한 경우에 생존에 매우 중요한 부문이 된다.넷째, 결국 자신이 내부고발자로 밝혀지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준비해둬야 한다. 명확한 증거가 아니더라도 조직이 자신을 내부고발자로 묵시적으로 결정하면 대처 방안이 있어야 한다.조직의 냉대와 동료와 소외 등으로 조직에서 명시적으로 퇴사를 권고하지 않더라도 자발적으로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계속 자신이 아니라고 부인을 하는 와중에 결정적인 증거나 나오거나 너무 심리적으로 힘들어서 스스로 내부고발자로 시인을 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도 준비해야 한다. - 계속 -
-
인류 역사상 가장 선진화된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지난 300년 이상 공정한 경쟁을 통해 발전해왔다. 하지만 기업은 독과점이나 담합을 통해 경쟁을 제한해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우리나라는 좁은 국토, 적은 인구,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 등으로 건전한 경쟁체제를 구축하기란 쉽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을 철저하게 감시하지만 역부족이다.공정위가 2011년 5월 발표했던 국내 4대 정유사의 담합 사건도 비슷한 경우다. 4대 정유사의 원적관리담합 관련 내부고발을 살펴보자.▲ 정유 4사 10년간 원적지 담합 내부고발 진행 내역 [출처=국가정보전략연구소(iNIS)]◇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날림으로 정유사 담합 조사 진행... 소송에서 패배하며 국가권위 훼손2011년 5월 27일 공정위는 국내 대기업인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등 4개사가 원적관리 담함을 자행했다며 4348억88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기름값이 묘하다'고 말하면서 대대적인 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는 2010년 5월 현장조사를 진행하며 정유사 관계자로부터 내부고발을 받았다고 주장했다.정유사는 주유소가 정유사 상표(폴 사인)을 바꾸려고 할 때 종전 정유사의 동의를 받지 않고 임의로 유치할 수 없다고 담합했다. 사실상 4개 정유사의 기름을 판매하던 주요소는 다른 정유사로 옮길 수 없었다.공정위는 2000년 3월 초 4대 정유사 관계자들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 소재 일식집에서 모여 원적관리를 통해 경쟁을 자제하기로 합의했다고 공개했다.정유사의 원적지 담합 관행을 알려져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내부고발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이어진 정유사의 원적관리 담합 관행이 밝혀진 순간이다.공정위는 과징금으로 △GS칼텍스 1772억4600만 원 △SK이노베이션 1379억7500만 원 △현대오일뱅크 744억1700만 원 △S-Oil 452억4900만 원 등을 부과했다.원적지 담합은 가격담합이 아니라 구체적인 이익의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워 과징금을 산정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당초 6000억 원 규모로 책정하려고 했지만 1650억 원 규모를 깎아줬다는 설명도 곁들였다.공정위는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담합 사실 자체를 부인하며 소송을 제기했다.결국 지리한 소송끝에 법원은 GS칼텍스 직원의 진술을 믿기 어렵고 객관적 증거가 부족할 뿐 아니라 서로 담합할 상황도 아니었다며 공정위의 결정을 뒤집었다.공정위는 정유 4사가 납부한 과징금을 돌려줘야했으며 국민의 세금으로 이자까지 물어냈다. 법원은 양심을 가진 직원의 내부고발 자체마저도 부정했다.◇ 목숨을 건 내부고발자 진술 신빙성 의심한 법원 판결 납득 어려워... 내부고발자 보호 미흡했는지 자성해야우리나라 주유소의 기름가격은 전국 어디를 가도 비슷하다. 주유소의 토지자격, 임대료, 정유회사와 주유소간의 이동거리, 직원의 임금 등이 다름에도 판매가격은 천편일률(千篇一律)적으로 동일하다.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원칙을 고려한다면 불가능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정유사 원적지 담합 내부고발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첫째, 법원이 내부고발자의 진술을 신뢰하지 않은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웠다. 법원은 자진신고자의 진술이 합의 대상인 주유소에 대한 원적 관리기간 등에 관해 일관적이지 않고 진술을 뒷받침할 객관적 근거가 없어서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10년 전에 담합한 구체적인 내용을 완벽하게 기억하기도 어렵고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구두로 하는 담합에서 계약서가 존재할리 만무함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령을 발동한 윤석열 대통령, 김용현 국방부 장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문상호 정보사령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수방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등 핵심 인물의 진술은 2개월도 되지 않아 오락가락했다.대한민국의 대통령과 장관, 군 정보기관장, 경찰청장 등이 헌법재판소에 출석해 진술한 내용은 서로 엇갈렸다. 이들 중 대부분은 법에 관한 지식이 풍부하며 실무에도 능한 사람들이다.둘째, 공정위가 이명박정부에서 성과를 자화자찬(自畵自讚)하기 위해 무리한 조사를 진행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공정위는 혐의를 잡고 조사를 진행했다며 정유사 관련 직원의 이메일, 품의서 등을 증거로 확보했다. 이러한 문서에는 타사 원적주유소의 거래를 거절한 사실을 포함하고 있었다.하지만 확보한 정유사 팀장·지사장 워크숍 회의 자료, 내부보고서인 복수상표표시 주유소 대응방안, 주간업무 보고자료, 영업전략 보고서 등도 유죄의 증거로 인정받지 못했다.공정한 조사와 명확한 증거를 확보해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공정위가 잘못된 결론을 내렸다니 황당할 따름이다. 조사를 진행한 책임자와 직원 모두 오류를 범한 점에 대해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셋째, 내부고발자에 대한 적절한 보호조치가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미군 유류납품 담합사건에서 보듯이 내부고발자의 신원이 드러나면 다양한 유형의 협박과 회유가 자행된다.공정위가 자신들의 성과를 내세우기 위해 내부고발자의 역할을 폄하하고 보호에 소홀히 했을 가능성이 높다. 신고포상금을 최고 10억 원까지 상향한 것이 한 몫했다고 주장한 것이 근거다.10년 간의 담합, 내부고발 후 5년 간의 법정 다툼 등은 내부고발자를 회유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대기업인 정유사는 수천 억원의 과징금을 납부하지 않기 위해서도 유능한 법부법인 소속 변호사를 선임했을 것이다.변호사가 앞장서서 내부고발자의 진술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법정에서 '개의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Wag the Dog)'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상황이 연출됐을 것으로 보인다. - 계속 -
-
2월3일 입춘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영하의 날씨가 지속되며 역대급 독감이 유행하고 있다. 젊은이조차도 살면서 가장 아팠다고 할 정도로 고통이 심하다는 평가다.신체적 고통외에 경제적 비용 부담까지 켜지고 있다. 독감환자가 저렴하게 처방받을 수 있는 '타미플루' 대신에 최대 15배나 비싼 비급여 주사인 '페라미플루'를 선택하기 때문이다.2005년부터 2009년까지 질병관리본부가 발주한 독감백신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이 입찰 가격을 담합한 것으로 밝혔다. 한국 독감백신담합 관련 내부고발을 살펴보자.▲ 독감백신담합 내부고발 진행 내역 [출처=국가정보전략연구소(iNIS)]◇ 9개 백신사업자가 5년 동안 입찰담함해 국가예산 낭비... 총 60억 원의 과징금 부과질병관리본부는 국민보건에 필수적인 인플루엔자백신을 구입해 병원에 공급한다.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해 공익목적으로 활용한다. 정부는 백신사업자가 투찰하는 단가에 따라 물량을 배정한다.하지만 (주)녹십자, 동아제약(주), (주)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 (주)보령바이오파마, 씨제이(주), 씨제이제일제당(주), 에스케이케미칼(주), (주)엘지생명과학, (주)한국백신 등 9개 업체는 담합해 조달시장을 교란했다.9개 백신사업자는 정부조달 물량을 배정하고 투찰단가를 사전에 협의해 결정해 조달납품하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행위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이어졌다.2009년 10월3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내부고발을 바탕으로 9개 백신사업자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사무실에 보관하고 있던 독감 백신 입찰자료 등 관련 사류와 컴퓨터 파일을 확보한 것이다. 공정위는 제약사 사무실에서 압수한 자료에서 조달청 입찰가 담합 정황을 확인했다. 관련 기업에 대한 면밀한 조사 과정을 거쳐 과징금을 결정했다.2011년 4월15일 공정위는 9개 백신사업자에 대해서는 인플루엔자백신 정부조달 담합 금지명령을 시정명령했고 8개 사업자에 대해 총 60억69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질병본부는 업체의 담합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계약방식을 수차레 변경했음에도 전체 백신사업자가 장기간 지속적으로 담행행위를 자행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공정위는 이번 담합행위 적발로 과거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백신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체들이 경쟁하면 자연스럽게 국가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 사전예방에 관리감독 업무를 초점 맞춰야... 내부고발자 보상·보호에 필요한 법적·제도적 장치 완벽 구비해야국민 누구나 겨울철만 되면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고령층은 감기로 건강이 악화되고 심지어 목숨을 잃기도 한다. 독감백신담합 내부고발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첫째, 정부가 국민보건에 필요한 인플루엔자 백신의 물량을 학보하기 위한 공익목적의 입찰에서조차도 담합행위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아쉽다.기업이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공정거래법 제19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담합을 자행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만 발전할 수 있다.특히 일반국민의 건강권과 관련된 백신마저도 이익에 눈이 먼 기업의 먹잇감이 되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윤리경영(business ethics)에 대한 이해부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둘째, 익명의 내부고발자가 없었다면 질병관리본부나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련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을 것으로 판단된다.하지만 질병관리본부가 독감백신의 원가와 낙찰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했다면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따라서 입찰가의 관리나 업계 상황에 대한 주기적인 정보파악이 요구된다. 사후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 사전예방에 관리감독 업무를 초점을 맞춰야 한다.셋째, 공정위는 공익 제보자에 대한 보상과 보호초치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익명의 제보자를 위해 어떤 보상을 제공했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내부고발을 활성화시키려면 보상 내역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백신사업자의 입장에서 보면 내부고발자가 골칫거리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공정위는 자신들의 업무를 도와주는 '천사'라고 인식해야 한다.자칫 공정위 담당자나 책임자가 내부고발자가 익명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공(功)으로 치부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업무 처리 내역이 공개되지 않아 염려돼 조언하는 것이다.결론적으로 내부고발은 공익을 해치는 법위반 행위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공정위는 내부고발자의 보상과 보호에 필요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완벽하게 구비하길 바란다.- 계속 -
-
독일의 유명 자동차 기업 벤츠의 창업자인 카를 벤츠는 1885년 세게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를 개발했다. 자동차의 성능을 좌우하는 것은 엔진이지만 타이어도 주행에 없어서는 안되는 부품이다.일본 내 타이어 업계 4위인 토요고무공업(東洋ゴム工業)은 2015년 3월 건물이 지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제작한 면진(免震)고무의 성능을 조작했다.성능데이터를 조작한 제품은 총 154채의 건물 공사에 납품됐다. 사실을 파악해 제품을 회수했지만 다른 제품에서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며 파장은 일파만파로 퍼졌다. 토요고무공업의 내부고발을 살펴보자.▲ 일본 토요고무의 내부고발 진행 내역 [출처=국가정보전략연구소(iNIS)]◇ 면진·방진 고무의 성능 데이터 조작 발견... 컴플라이언스 연수 통해 내부고발 유도토요고무공업은 자동차 타이어 뿐 아니라 면진고무, 철도·선박용 방진고무 등도 제조하고 있다. 제조업체가 제품의 성능을 조작하는 것은 심각한 신뢰 손상으로 이어진다.2015년 3월 면진고무성능 데이터를 조작한 사건이 발각된 이후 연루된 이사진 전원을 사임하도록 조치했다. 또한 토요고무공업은 2015년 8월18~19일 양일간 직원을 대상으로 컴플라이언스 연수를 실시했다.연수 내용은 내부발이 회사에 피해를 주지 않을 뿐 아니라 내부고발자에게 인사상 불이익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이 포함됐다.실제 일본 기업 내부는 집단주의 성향이 강하며 동료의 부정행위라도 제보하지 않는 것이 동료애라는 인식이 강한 편이다.하지만 연수를 통해 제품의 성능 조작이 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뿐만 아니라 사회에 끼치 해악이 더 우려된다는 사실을 인식했다.연수를 받은 후 2015년 8월20일 직원 중 일부가 방진고무의 성능을 조작했다는 사실을 고발했다. 경영진은 제품이 성능 테스트 전반에 결쳐 감독을 실시해 보완했다.토요고무공업은 2017년 5월28일 면진고무의 성능 위장 발각으로 연기된 본사를 이전했다. 본사 이전 장소는 효고현 이타미시의 상품개발거점 ‘타이어기술센터’의 부지 내에 건설한 새로운 사옥이다.오사카 본사에서 약 350명이 옮겼으며 한신 지역에 2개의 연구개발거점이 있어 본사 이전으로 상품개발과 경영 스피드화를 도모했다. 2018년 말까지 위장 문제가 발각된 면진 고무가 사용된 건물 154동의 작업을 완료했다. 2017년 3월 말 기준 지점에서 교환 작업에 착수한 것은 52동이며 교환을 종료한 건물은 36동으로 조사됐다.◇ 내부고발은 위험 회피를 위한 핵심 수단... 경영진 인식에 따라 내부고발 성패 좌우돼일본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이후 완벽한 품질관리로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현재 세계 1위 자동차 제조업체인 도요타자동차도 전쟁 중에서 고질적인 품질문제로 비판의 대상이었다.하지만 도요타자동차는 카이젠(Kaizen)이라는 끊임 없는 품질개선 노력을 통해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자동차 타이어도 일본의 자동차산업의 성공을 뒷받침한 핵심 부품이다. 토요고무공업 내부고발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첫째, 토요고무공업의 경영진은 컴플라이언스 연수를 통해 내부고발이 기업에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회피하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실제 연수에 참여한 직원들은 내부고발이 회사에 피해를 준다는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었다. 일본 직장인은 회사에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불안감을 해소시켜주자 내부고발이 터져 나왔다. 면진고무 뿐 아니라 방진고무에서도 성능조작이 발생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고객에게 납품하기 이전이므로 자칫 일어날 큰 피해를 막았다.둘째, 토요고무공업의 경영진은 내부고발자를 처벌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이를 지켰다. 집단주의와 이지메(집단 따돌림)이 강한 일본 기업에서 내부고발은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행동이다.하지만 경영진이 인사상 불이익이 없다는 점을 강조해 활발한 내부고발 분위기를 창출했다. 내부고발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주주나 투자자으로부터 큰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셋째, 토요고무공업은 내부고발을 장려하기 위해 대상을 부정행위에 한정하지 않고 '부정행위로 의심되는 상황'으로까지 확대했다.부정행위가 발생하기 이전에 현장 관리자나 경영진이 파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사전징후를 잘 파악해 대처하면 적은 노력으로 예방이 가능하다.하인리히의 법칙(Heinrich's law) 또는 1:29:300의 법칙은 어떤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같은 원인으로 수십 차례의 경미한 사고와 수백 번의 징후가 반드시 나타난다고 설명한다.결론적으로 도요고무공업 내부고발은 경영진의 인식에 따라 내부고발의 성패가 좌우된다는 것을 입증한다. 경영진이 내부 문제에 직면하는 것을 두려워하면 기업의 위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우리나라 공기업 뿐 아니라 대기업조차도 내부고발을 두려워하는 현상을 이해하기 어렵다. 인식전환을 통해 기업 경쟁력 확보의 핵심 수단으로 내부고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계속 -
-
2024년 12월3일 윤석열 대통령이 발령한 비상계엄령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보수 진영에서조차 탄핵과 구속 부당성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비상계엄령을 제안하고 주도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일어난 상황에 대해 한덕수 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의 진술과 다른 말을 하고 있다.김용현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전달받았다고 주장하는 비상입법기구 쪽지를 자신이 줬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서 엇갈린 진술이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불법적이나 비윤리적인 행정이 내부고발 대상... 감사원도 외압에 굴복하면 진실 밝히기 어려워국무회의의 내용에 대한 진술이 달라지는 것은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소재 때문이다. 공조직에서 공식적으로 내부고발의 대상이 되는 문제는 크게 3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우선 불법적인 요소로 행정처리가 규정을 위반하기도 하며 뇌물을 받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군사정부 시절에 자행된 국군보안사령부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옹진축협의 군부대 군납비리의 경우가 해당된다.다음으로 불법적인 것은 아니지만 비윤리적인 일이 대상이 된다. 이문옥 감사관의 내부고발을 보면 감사원의 직무가 내부의 부당한 압력으로 중단되고 사실이 왜곡된 사례가 직무윤리의 위반에 의해 촉발된 것이다.마지막으로 공조직의 예산낭비에 관련된 것으로 내부의 문제 제기에서 시정이 되지 않아 내부고발로 이어지는 경우다. 공조직의 예산은 국민의 혈세이므로 합리적인 기준에 의해 집행돼야 함에도 낭비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이런 3가지 대상에 대한 내부고발이 조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자. 먼저 불법적인 행정에 대한 내부고발은 해당 고발자를 처벌하는 것과 관계없이 곧바로 시정조치된다.명백한 불법행위가 대부분 이므로 오히려 당연한 조치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예산낭비의 경우에는 정책에 반영돼 개선되는 측면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일단 국방부 조달본부의 조달예산 낭비에 대한 지적의 결과로 국방부 내에 조달 정보과를 신설하게 됐다. 비윤리적인 사안에 대한 문제 제기는 대부분 해당 건에 대한 조사를 통한 시비를 가리는데 그친다. ◇ 내부고발로 예산낭비와 행정 서비스 불평등 해소 가능... 패거리 문화 해소하려면 내부고발 필요그렇다면 무엇을 위해 내부고발을 활성화시켜야 하는가? 내부고발의 부정적 측면과 내부고발이 활성화됐을 경우의 문제점은 명확하다.특히 부정적인 면에 대해 일면 타당하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나무는 보고 숲은 보지 못한다’는 관점으로 제기한 것이 대부분이다.공조직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공무원은 법률적으로 위임받은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이다. 과거 왕정시대에는 왕이 국가의 주인 노릇을 하고 국민은 피지배자에 불과했다.관리는 왕의 대리인으로 왕명에 때라 임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와서 왕정이 붕괴됐고 시민사회, 즉 민주주의 국가가 대세로 정착됐다.국민이 선거를 통해 대리인인 국회의원을 선출하고 이들이 국가의 질서와 번영을 보장할 법을 제정하게 된다. 이 법률 중에 일상에 바쁜 국민을 대신해 각종 행정 서비스를 할 공무원을 뽑고 임무를 부여하는 법이 있다.이러한 공무원법에 임무와 업무범위, 한계, 행동규칙 등이 포함되어 있다. 공조직에서 내부고발의 역할은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하나가 공조직의 국민에 대한 서비스 질 향상과 국민의 서비스 만족도 향상이다. 공조직원의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업무수행은 본질적으로 국민에 대한 ‘서비스의 질(the quality of service)’의 저하로 이어진다.물론 일부의 국민은 오히려 혜택을 볼 수도 있다. 국민의 평등권은 헌법에도 보장돼 있으며 법률에 규정된 바에 따라 행정서비스도 평등하게 받아야 한다.다른 하나는 행정의 효율성 확보 측면이다. 내부고발의 대상이 되는 문제들은 하나같이 행정의 효율성을 저해한다.공무원의 잘못된 행정으로 예산이 낭비된다. 자신의 돈이 아니므로 불필요한 비용을 집행하거나 구입하는 재화나 용역의 실제 가치보다 비싸게 지불하기도 한다.이런 과정을 통해 뇌물을 공여 받거나 다른 무형의 혜택을 받기도 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사회의 공정한 경쟁 분위기를 해치게 되고, 예산의 증가로 국민들에 세금부담의 확대로 이어진다.당연하게 이러한 과정에서 뇌물 수수와 같은 혜택을 받게 되는 조직원도 있지만 해당 조직원이 받는 혜택보다 조직이나 사회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크다는 것이 문제다.또한 조직원의 업무 집중도와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떨어뜨린다. 모든 조직원이 심리적으로 내부고발의 대상 요소에 대해 ‘기꺼이’ 동의하고 따르는 것은 아니다.일부는 혜택을 받고 있어 심리적으로 동조할 것이다. 전자의 직원은 불합리한 조직의 행태에 대해 동의하지 않으므로 업무에 집중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못한다.그러한 사람들은 조직에 대한 열정과 충성심도 옅어진다. 일부 고위 관료들의 문제점 중의 하나가 자신이 이끌고 있는 조직을 개인적인 사(私)조직으로 인식하고 운용하는 것이다.따라서 자신의 업무행태가 내부고발의 대상을 포함하고 있어 조직원들이 문제를 제기하거나 교정을 요구하여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조직원의 능력이나 조직에의 역할과 헌신도와 상관없이 처벌을 하거나 심지어 축출하기도 한다.공조직에서 내부고발자가 조직에 대한 충성도나 헌신의 열정이 부족하거나 능력이 부족한 경우는 많지 않다. 오히려 조직에 대한 열정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지나친 것이 화근(禍根)으로 작용했다.본인의 사적인 이익을 추구한 경우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여론 재판식의 ‘마녀사냥’이나 ‘패거리 문화’로 대변되는 집단 따돌림 등을 내부고발자가 소속된 조직의 고위직들이 주도한 흔적이 많았다.대부분의 조직원들도 심정적으로 동조했든 하지 않았든 잘못된 흐름에 편승했다. 따라서 공조직을 자신의 사(私)조직처럼 인식하는 태도가 없어지지 않는 한 내부고발자의 고난의 행로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공조직에서 내부고발자는 관료제의 병폐 보완... 공무원이 아닌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명제 확인그러면 우리가 “왜 공조직에서 내부고발자 문제를 다루고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일반 민간조직과 달리 공조직은 특수성을 갖고 있다.민간조직, 즉 민간기업을 예로 든다면 법적으로 주주(株主)가 주인이며 주주는 법률적, 윤리적인 문제만 없다면 마음대로 어떤 조직원을 해고할 수도 있다. 기업의 이익을 처분할 수도 있다. 물론 모든 부실의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하지만 공조직의 주인은 공조직원, 공무원이 아니라 ‘국민’이다. 많은 공무원이 이러한 점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인정하려고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현실이다.참 한심한 노릇이지만 이러한 의식의 토대 위에서 내부고발제도 자체를 인정하려 하지 않고 내부고발자를 ‘조직의 배반자’로 불이익을 제공한다.▲ 공공기관에서 내부고발의 역할과 의미 [출처=iNIS]배신자로 낙인을 찍는 공조직에서 내부고발자라고 해도 존재 가치가 사라지지 않는다. 내부고발 전문가는 공조직의 내부고발자는 3가지로 의미를 갖는다고 주장한다.첫째, 관료제도의 실패에 대한 보완의 필요성이다. 정부의 부정한 활동이나 공익을 위험에 몰아 넣는 관료제의 실패에 대응하고 보완해줄 필요성이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다.이러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내부 직원의 참다운 용기와 양심을 보호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관료제가 붕괴되고 궁극적으로 나라가 망한다.둘째, 공조직원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 자신도 공조직원의 신분에 앞서, 공조직을 운영하는 세금을 납부하는 국민의 일원이고 사회가 건전하고 평등하게 유지되도록 노력해야 하는 구성원이다.셋째, 가장 기초적인 원칙인 ‘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공무원에게 세금으로 급여를 지급하고 업무를 수행하게 하였지 권한을 남용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라고 한 것은 아니다.오히려 합리적이고 윤리적인, 당연히 법 테두리 안에서 업무를 처리하라고 한 것이다. 위에서 지적했지만 많은 공조직원들이 이러한 점을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공조직원으로 고용관계가 유지되는 동안은 고용주인 국민에 대한 충성과 공복(公僕)으로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공조직원들이 국민이나 공익을 위해서 특정 대가를 기대하지 않고 내부고발행동을 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공조직에서 내부고발자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살펴봤다. 공조직에서 내부고발의 대상을 알아보고 내부고발의 부정적, 긍정적 관점을 동일한 비중으로 제시했다.여러 논란에도 내부고발자를 활성화시킬 3가지 방안과 공조직에서 내부고발이 활성화될 경우에 예견되는 문제점도 알아뵀다.마지막으로 내부고발의 2가지 역할과 내부고발자의 3가지 존재 의미를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요약했다.이런 다양한 관점에서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목적이 결국은 공조직이 효율적으로 운영돼 국민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데 초점을 맞췄다.혹자가 “누가 이러한 사실을 모른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항변하겠지만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점이 있다. 현실에서 많은 공조직원들이 자신들을 위해서 조직을 유지하고 권한을 늘리려고 노력한다.- 계속 -
-
일본인은 자신의 생각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이러한 특성을 설명하는 말이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다. 전자는 '자신의 진심'이고 후자는 '겉으로 표현하는 마음'이다.에도 시대부터 마을 내의 규율이나 질서를 어긴 사람에게 대해 사적 제재를 가하면서 이를 피하기 위해 자신의 본심을 숨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행동양식으로 자리매김됐다.일본은 섬나라라는 특성과 공동체를 벗어나서 생활하기 어려워 주변인과 갈등을 최대한 피하자는 의도도 있다. 다른 사람과 다른 행동을 하면 외톨이가 되므로 일본에서 내부고발도 쉽지 않다.조직의 명예나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내부고발을 막는 요인이다. 2024년 3월 일어난 효고현의 내부고발이 나온 배경과 진행과정을 분석해보자.▲ 일본 효고현의 내부고발 진행 내역 [출처=국가정보전략연구소(iNIS)]◇ 고발 당사자가 내부고발자 색출을 지시하고 징계... 내부고발자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사망해일본 효고현 지사인 사이토 모토히코(齋藤元彦)는 직원에 대한 '갑'질, 기업들로부터 물품 수수, 직원의 선거운동 동원 등을 자행했다는 의심을 받았다.2024년 3월 사이토 모토히코 지사의 7가지 비위행위가 담긴 문서가 현의회와 언론에 배포됐다. 사이토 모토히코 지사는 문서의 내용이 거짓이라고 공개적으로 반박했다.그리고 직원들에게 지시해 내부고발자를 찾아내도록 요구했다. 조사 결과 정년 퇴직을 앞둔 국장이 문서를 작성해 배포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당사자에게 행정처벌을 가하기 위해 정년 퇴직을 연기했다.효고현은 2024년 5월 자체적으로 사건을 조사해 '고발 내용의 핵심 부문은 사실이 아니다'고 결론을 내렸다. 또한 내부고발자가 고발 문서를 근무시간에 작성했다며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현의회는 효고현의 조사결과에 승복할 수 없으며 외부기관에 의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2024년 7월 특별위원회에서 조사를 진행하기로 결론을 내렸다.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진술하기로 한 내부고발자는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조직 내부의 부정을 개선하기 위한 '공익신고'였지만 공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사이토 모토히코 지사는 현의회가 자신에 대해 불신임을 결정하자 사퇴했다. 하지만 그는 '주민의 평가를 받겠다'며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결과라는 비판이 거셌다.◇ 내부고발자 색출시 강력하게 처벌하는 규정 필요... '잃어버린 30년'도 혁신에 대한 저항과 불신이 주요인일본은 주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지방자치제도를 도입했지만 부정부패나 부정선거가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효고현의 내부고발이 주는 사회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첫째, 내부고발자의 색출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음에도 자행됐으므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일본 소비자청은 내부고발자의 색출을 시도하면 처벌하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정부는 2006년 공익통보자보호법을 시행했다. 2022년 300명 이상 사업자는 내부통보에 적절히 대응하는 체제를 정비하도록 의무화했다.공익통보는 직원이 근무처 등의 부정행위를 통보처에 전하는 것을 말한다. 내부통보는 근무처 창구, 외부통보는 감독관청, 보도기관, 소비자단체 등에 각각 통보하는 것을 의미한다.둘째, 행정기관이나 기업의 감사실은 최고책임자에 대한 내부고발을 처리할 의지나 역량이 없으므로 외부기관에 의뢰하도록 강제해야 한다.효고현의 사례에서 보듯이 지사가 내부고발의 대상자임에도 현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핵심 내용이 사실이 아니다'라는 애매한 결론을 내려 웃음거리로 전락했다.특히 내부고발의 내용 중 직원에 대한 '갑'질이나 물품 수수 등은 구체적으로 증거까지 드러났지만 무혐의 처분했다. 내부고발자는 진상조사가 편파적이라고 판단해 좌절감을 느꼈을 것으로 추정된다.셋째, 공익신고에 대해 내부고발자 색출을 금지시켜야 함은 물론 인사상 불이익을 가하지 못하도록 법을 정비해야 한다.내부고발자는 자신의 신원을 드러낼 수도 있고 숨길 수도 있다. 신원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도 조직 내부에서 왕따나 인사상 불이익을 가하므로 이를 막아야 한다.공익신고자에 대한 보호가 미흡하면 부정행위를 근절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공익신고를 활성화하고 신고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결론적으로 효고현의 내부고발은 벌칙 조항이 현행 공익통보자보호법을 개정하지 않아 진실을 밝히는데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대국이었던 일본이 '읽어버린 30년'을 겪으며 처참한 상황에 직면한 것도 정부와 기업 모두에 불신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일본을 모방하며 성장한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이 새겨들어야 한다.- 계속 -
-
2024년 11월4일 현재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Boeing)은 급여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의 파업이 7주째 이어지며 경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노사가 임금 38%를 인상하는 방안을 합의했지만 무산됐다.2024년 1월 알래스카 항공 소속 보잉 737 맥스(MAX)9 기종의 '도어 플러그(비상구 덮개)'가 이륙 직후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방항공청(FAA)은 기체 결함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기체 결함에 대한 내부고발이 다수 제기됐지만 부인하다가 대형 사고가 터졌다. 내부고발자와 진실 공방을 이어갔지만 추가 고발이 연이어 터지며 사면초가(四面楚歌)에 직면했다. 보잉의 내부고발을 분석해 보자.▲ 글로벌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의 내부고발 진행 내역 [출처=iNIS]◇ 생산 일정 맞추려 불량부품 사용하며 내부고발 초래... 내부고발자는 지루한 법정공발 벌이다 사망보잉은 21세기 들어 항공산업이 호황을 누리며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2008년 파업을 경험한 후 16년 동안 무파업 신화를 이어갔다. 미국 제조업체에서 파업이 연례행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내부고발자인 존 바넷(John Mitchell Barnett)은 2019년 항공기 제작 과정에서 생산 일정을 맞추기 위해 기준에 맞지 않는 부품을 사용한다고 언론에 폭로했다. 미국 언론이 아니라 영국 BBC 방송을 선택했다.바넷은 2010년부터 사우스캐롤리나주 노스 찰스턴 공장에서 보잉 787 드림라이너의 품질을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2017년 건강상의 이유로 퇴사하기까지 32년 동안 현장을 지킨 베테랑이다.바넷은 주문이 밀려 생산일정을 맞추기 위해 기준에 맞지 않아 쓰레기 통에 버린 부품을 다시 꺼내와 제작 중인 비행기에 장착한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바넷의 주장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작업자는 공정 전반에 걸쳐 부품의 소재를 추적해야 하지만 결함이 있는 부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비행기 기내에 설치된 산소 시스템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비상시에 산소마스크 4개 중 1개꼴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테스트 결과 산소 시스템의 고장률이 25%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2017년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보잉이 불량부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며 시정 조치를 명령했다. 바넷은 2017년 퇴사한 후 2019년 영국 BBC 방송과 인터뷰하며 관련 사실을 수면 위로 부상시켰다.바넷은 보잉이 자신의 인격을 폄하하고 커리어를 방해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대기업과의 소송은 오랫동안 지속됐다. 결국 2024년 3월 바넷은 총상을 입고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 정부기관이 신속한 수사로 내부고발 내용 검증해야... 내부고발자 스스로 보호대책 세우지 않으면 위험유례 없는 파업으로 파산 위기로까지 몰린 보잉은 내부고발을 철저히 무시하다 상황을 악화시켰다. 바넷에 이어 최대 부품공급업체의 직원인 조슈아 딘(Joshua Dean)도 내부고발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해고당했다.내부고발을 단행한 직원이 2명이나 사망하며 정부의 대처가 부적절한 것은 아닌지 의심을 받고 있다. 딘은 백혈병 급성 감염병 MRSA 합병증으로 죽었지만 바넷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보잉의 내부고발이 주는 사회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첫째, 보잉 스스로 내부고발을 엄중하게 다뤘다면 위기로 증폭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2024년 초 사우스캐롤라 공장의 현장 책임자이자 787 프로그램의 총괄 관리자인 스콧 스토커(Scott Stocker)는 내부고발을 잘 관리해 신속하게 시정 조치했다.스토커는 다수 직원이 필수 테스트를 수행하지 않고 작업을 완료한 것으로 기록함으로써 회사 정책을 위반했다고 내부고발을 접수했다.보잉은 즉시 FAA에 보고했다. 항공기의 동체와 날개가 연결되는 부분에서 적절한 접합 및 접지가 이뤄졌는지 확인한 결과 부정행위를 발견해 보완조치했다.심각한 이슈는 아니었지만 내부고발에 현명하게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른 2건의 내부고발도 이런 수준으로 대응했다는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둘째, FAA나 연방 교통안전위원회는 조사를 빠르게 진행하며 내부고발자를 강력하게 보호했어야 했다. 바넷은 보잉측 변호사가 주재한 진술을 녹취하는 과정에서 생을 마감했다.사망 당일 아침에 추가 심문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바넷은 자신은 보잉과 끝까지 소송을 진행할 것이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딘은 45세의 나이에 폐렴에 걸린 후 급작스럽게 사망했다. 딘은 스피릿 에어로시스템즈(Spriit Aerosystems)의 생산 시설이 품질관리를 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문제를 제기한 후 해고됐다.셋째, 내부고발자는 스스로 생명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보호장치를 확보해야 한다. 대기업은 이미지와 명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내부고발이 발생하면 부인한 후 고소 및 고발과 소송을 제기한다.내부고발자가 수사기관과 규제기관에게 진실을 공개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하겠지만 설득하기란 쉽지 않다. 정의를 중시하는 미국조차도 수사기관과 규제기관 모두 대기업을 우선해 믿기 때문이다.조사를 받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고 재판 과정에서 배신자라는 비난과 멸시도 견뎌내야 한다. 언론보도도 편향적일 가능성이 높아 주변인 대부분은 내부고발자를 멀리하게 된다. 절대로 굴복하지 않겠다던 바넷은 재판의 결과가 나오기 전 62세의 나이로 죽었다. 건강한 기계공학자이며 품질관리관인 딘은 급격한 건강 악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망했다.인간은 신체에 직접적인 상해보다 스트레스로 초래되는 질병에 더욱 취약하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의사의 소견을 넘어 일반 상식으로 자리매김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계속 -
-
1990년대 중반 이후 전 세계적으로 유선 인터넷과 휴대폰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통신시장이 급성장했다. 통신시장은 통신장비 및 통신사업자를 모두 포함한다.스웨텐 통신장비업체인 에릭슨의 사업이 호황을 누렸으며 미국 시스코, 3콤 등과 경쟁했다. 후발주자인 중국의 화웨이, ZTE 등도 국내 시장에서 납품 실적으로 앞세우며 도전했다.에릭슨은 1876년 설립돼 현존하는 통신장비 업체 중 가장 역사가 길다. 1990년대 중반 휴대전화를 제조하며 모토롤라에 이어 세계 2위를 점유했었지만 시장 변화를 따라잡지 못해 침몰했다.▲ 스웨덴 통신장비업체인 에릭슨 내부고발 진행 내역 [출처=iNIS]◇ 통신장비 납품하려 공무원 등 관계자에 뇌물 제공... 내부고발자는 천문학적인 규모 포상금 받아에릭슨은 2000년대 들어 휴대전화 사업은 일본 소니에 이관하고 통신장비에 집중했다. 세계 각국에서 인터넷과 이동전화 붐이 일면서 통신장비 시장은 전성기를 맞이했다.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중국의 화웨이, ZTE 등이 기술력을 높인 반면 가격은 내리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급기야 2012년 세계 1위 자리를 화웨이에 넘겨줬다.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필요했던 이유다.2023년 5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에릭슨은 2000년부터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쿠웨이트, 지부티 등 다수 국가에서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했다.이동통신사업자에 통신장비를 납품하기 위한 목적이다. 화웨이나 ZTE와 기술력은 비슷하고 가격은 큰 차이를 보여 이를 상쇄하려고 공무원이나 관계자에게 뇌물을 준 것이다.1명의 내부고발자 외에도 2명의 직원이 SEC의 조사에 협조했다. 내부고발자는 포상금으로 US$ 2억7900만 달러를 받았지만 2명의 직원은 제외됐다.SEC는 일반적으로 과징금이 100만 달러를 넘으면 내부고발자에게 제재 부과금의 10~30%를 포상금으로 지급한다. 쥐꼬리 만한 보상금을 지급하는 다른 국가와 달리 천문학적인 액수의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는 이유다.SEC와 미국 법무부의 조사가 시작되자 에릭슨은 혐의를 순순히 인정하고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SEC는 11억 달러의 벌금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외국기업의 국내 공무원 뇌물 제공 여부 감시 필요... 내부고발자 보호 프로그램 강화해야 통신장비는 인터넷과 휴대폰 서비스를 위해 필수적인 장비이며 장기간 사용한다. 한번 채택하면 교체가 어렵고 수십 년간 동일 기기를 사용한다.통신장비를 비싸게 구매했다면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통신요금이 비싸지는 것은 당연하다. 에릭슨 내부고발이 주는 사회적 시사점을 정리해보자.첫째, 미국은 미국 증권시장에 등록된 기업이나 금융시스템과 거래한다면 해외부패방지법(FCPA)에 따라 처벌한다. 자국이 아니라 외국에서 벌이진 기업의 부정행위도 동일하게 처분한다.외국 기업이라도 미국 정부나 국민에게 피해를 입는다면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 중에서도 미국 증권시장에 등록돼 있거나 금융기관과 거라한다면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둘째, 국내에서도 내부고발로 기업 내부의 부정행위를 적발하려면 포상금을 대폭 상향조정해야 한다. 2024년 5월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은 내부고발 포상금을 기존 1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올렸다.국민권익위원회는 2023년 공익 침해 행위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신고·진정·제보·고소·고발하면 포상금으로 최대 5억 원을 지급한다. 과거 2억 원을 주다가 올린 것이다.셋째,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외국기업이 국내 공무원이나 관계자에게 뇌물을 제공하는지 철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에게 달러화나 기타 다양한 유형의 뇌물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공무원이 대형 공공사업 입찰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경우가 적지 않다. 군사정부의 부정부패를 일소하겠다고 다짐하며 문민정부가 출범했지만 공무원 사회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넷째, 미국은 SEC나 법무부 외에도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등의 정보기관을 보유하고 있어 세계 어디에서 부정행위를 하더라도 탐지 및 조사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에릭슨이 내부고발이 발생하자 큰 저항 없이 10여 년 동안 이어진 부정행위의 전모를 실토한 이유다. 미국 정보기관은 이러한 정보를 자국 기업을 보호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한다.다섯째, 우리나라는 내부고발자를 보호할 시스템을 철저하기 구비해야 한다. 국민권익위원회조차도 내부고발자 보호 프로그램이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일반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내부고발자의 신분이 노출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내부고발로 초래될 불이익 때문에 부정행위를 눈 감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러한 이유로 해석된다.
-
1825년 영국의 조지 스티븐슨이 세계 최초로 여객용 열차를 운행한 이후 열차는 근대화의 상징으로 불렸다. 철도는 제국주의 침략의 발판이자 자원 수탈의 도구로 활용되면서 200년 동안 영욕의 역사를 이어왔다.동양에서는 서양문물의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일본이 처음 철도를 도입하며 근대화에 박차를 가했다. 우리나라는 1899년 한양과 인천을 연결한 경인선이 개통되며 철도가 주요 교통수단으로 떠올랐다.경인선 이후에도 경부선·경의선·경원선 등이 일제에 의해 부설되며 한반도 동서남북이 철도로 연결됐다. 일반 철도와 함께 대도시 교통망의 주축인 지하철은 1974년 서울특별시에서 1호선이 운영되며 역사가 시작됐다.2022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 현대로템·우진산전·다원시스가 2조4000억 원 규모의 철도차량 입찰을 담합했다고 발표했다. 현대로템의 자진 신고로 드러난 철도차량 담합 사건 관련 내부고발을 분석해 보자.▲ 철도차량 입찰 담합 내부고발 진행 내역 [출처=iNIS] ◇ 현대로템이 업계 리더로 입찰 담합 주도... 하청을 미끼로 경쟁업체를 유인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인 현대로템은 1976년 설립된 현대중공업 철도차량사업부가 모태다. 1999년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벗어나기 위한 정부의 산업재편 정책에 따라 현대정공·대우중공업·한진중공업이 통합해 탄생했다.국내에서 철도차량을 제작하던 3개사가 1개로 줄어들며 사실상 독점사업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후반부터 경전철을 생산하는 우진산전, 열차개조사업이 주력인 다원시스가 열차 제조업에 뛰어들며 위기가 닥쳐왔다.2010년 우진산전이 부산광역시 도시철도 4호선 전동차 입찰에서 승리하자 현대로템은 담합 방안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철도차량 입찰 담합 사건의 진행 과정은 다음과 같다.우선 현대로템은 2013년 경기도 김포시 도시철도 전동차 입찰을 준비하며 우진산전에 하도급을 주기로 합의하며 담합을 요청했다. 이후 2016년까지 코레일·서울교통공사·부산교통공사 등이 진행한 철도차량 입찰 계약 6건을 수주했다.현대로템은 경쟁으로 철도차량 1칸의 가격이 평균 11억6000만 원에서 8억 원대로 떨어지자 가격을 올리기 위한 꼼수를 고안한 것이다.우진산전은 현대로템의 요구에 따라 2회 이상 유찰되면 ‘수의계약’으로 전환되는 입찰은 미응찰, 복수 업체가 필수인 입찰에는 합의된 가격으로 들러리를 서며 호응했다. 우진산전의 입장에서는 전혀 손해볼 일이 없는 협약이다.다음으로 동맹 관계를 구축했던 현대로템과 우진산전의 합의가 파기된 2017년 6월부터 냉각기가 형성됐다가 다시 복원되는 과정이다. 우진산전이 낙찰받기로 합의한 진접선 50량 입찰을 현대로템이 수주하며 양사의 신뢰가 깨졌다.1칸당 차량 가격은 2012년 신분당선 입찰에서 14억9000만 원이었지만 2018년 서울지하철 2·3호선 입찰에서 7억2000만 원까지 떨어졌다. 양사는 출혈경쟁을 지양해 수익성을 확보해야 할 처지로 내몰렸다.2019년 발주된 5건은 현대로템이 3건, 우진산전이 1건, 다원시스가 1건을 각각 할당받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전체 계약금액은 1조8101억 원에 달했다. 3사의 담합은 2019년 12월 진행된 수도권 급행철도(GTX)-A노선까지 이어졌다.마지막으로 담합을 주도했던 현대로템의 경영진이 교체되면서 표면적으로 업계의 밀월관계는 종료됐다. 2020년 1월 교체된 현대로템의 대표이사와 철도사업본부장은 담합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현대로템은 공정위에 담합을 자백해 323억600만 원의 과징금을 면제받았다.하지만 공정위는 현대로템을 검찰에 고발했으며 조달청은 6개월간 입찰 참가자격 제한조치를 내렸다. 이에 대해 현대로템 등은 입찰 제한조치에 대해 행정소송, 우진산전·다원시스는 과징금 부과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 텔레그램 등 수사기관 영향력 벗어날 수단 활용... 외국업체 진입 허용해 경쟁체제 구축해야철도차량의 수요자가 중앙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기 때문에 담합으로 인한 피해는 최종적으로 국민에게 돌아간다. 세금으로 더 비싸게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현대정공·대우중공업·한진중공업은 현대로템으로 통합되기 이전에도 담합으로 입찰가격을 높여 과징금을 여러 차례 부과받았다. 현대로템의 철도차량 입찰 내부고발이 주는 사회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첫째, 공정거래법상 담합행위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담합을 위한 합의서를 체결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현대로템과 우진산전은 2013년 2월7일 ‘김포 경전철 프로젝트 합의서’를 체결했다.합의서에 ‘전체 프로젝트 수주는 로템이 하고 우진에 하도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공정위조차도 폐쇄적인 시장이기 때문에 담합 사실을 적발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하지만 발주업체가 입찰과정이나 업계 동향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조금만 기울였다면 충분히 적발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쉽다. 공정위 퇴직자도 다양한 기업이나 단체에 낙하산으로 취업해야 하기 때문에 감독을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둘째, 현대로템이 업계의 선도업체로 담합을 주도하며 텔레그램(Telegram)과 같은 비밀통신 수단을 활용해 국내 수사기관의 취약점이 드러났다. 국내용 메신저인 카톡과는 차이가 크다.담합에 참여한 관계자들은 업체명도 R(로템)·W(우진)·D(다원)와 같은 이니셜로 지칭하며 보안을 유지했다. 다원시스에서 현대로템의 대외비 문건이 발견됐을 정도로 밀착 관계는 깊었다.러시아 출신이 개발한 텔레그램은 해외에 서버가 있어 국내 수사기관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해 은밀한 대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활용한다.무차별 수색영장 집행이 일상화되면서 이른바 ‘사이버 망명’의 성지로 부상했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검사, 경찰관 등 수사기관 직원조차도 비밀유지를 목적으로 텔레그램을 애용한다.셋째, 우리나라 공공기관이 가격을 중시하는 입찰시스템을 유지하면서 담합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철도차량의 수출은 중국의 저가정책과 일본·독일·프랑스의 기술력에 밀려 해외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해 국내시장에 대한 의존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공공기관 입장에서 저가낙찰은 단기적으로 도입 예산을 줄여주지만 장기적으로 생태계를 파괴시켜 유지·관리비용을 높인다.고속도로나 일반도로를 불문하고 건설보다 유지·관리에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된다. 제조업체의 담합을 방지하려면 가격뿐만 아니라 기술·품질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입찰이 보장돼야 한다.넷째, 국내시장이 협소하고 독과점이 형성된 산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암묵적 담합이 일상화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이동통신·정유·은행·보험·제과·식음료·가전 등은 3~5개 이내의 대기업이 시장을 주도하는 구도가 유지되면서 경쟁이 사라졌다. 시장경제에서 독점의 폐해는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국가철도공단은 철도공단 입찰특별유의서에 따라 약 471억 원의 손해배상액을 징수할 계획이다. 정상 금액의 평균낙착률과 계약서상의 손해배상 규정을 적용할 방침이다.철도차량 제조업체에 대해 슈퍼 ‘갑’의 지위를 가진 국가철도공단은 손해배상을 받겠지만 정부가 사실상 독과점을 방치한 산업의 소비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다섯째, 국내업체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외국기업의 국내시장 진입을 과도하게 제한하면 결국 피해는 전부 국가와 국민에게 전가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은행시장도 씨티은행·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 외국계 은행이 발을 빼면서 5대 대형 은행의 과도한 예대마진과 고무줄 이자율이 공분의 대상으로 전락했다.급기야 운석열 대통령까지 나서서 은행의 탐욕스러운 이자 장사를 질타했지만 바뀔 가능성은 낮다. 관치금융이 판치는 국내에 진출할 외국 금융기관이 많지 않아 이미 형성된 시장 구도가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교훈을 얻지 못한 관료가 문제다. 기획재정부나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도 관리감독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iNIS]*칼럼 내용 문의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철강은 건설·자동차·조선산업을 뒷받침하므로 국가의 기간산업에 해당된다. 철광석을 용광로에서 녹여 철강을 생산하려면 이산화탄소(CO₂)를 많이 배출해 이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전기로가 떠오르고 있다. 철강을 생산하면서도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다.전기로는 철스크랩이라고 부르는 고철을 녹여 봉형강을 생산한다. 봉형강은 주로 건설현장에서 사용되는 철근·형강·H형강을 말한다. 국내에서 전기로를 가동하는 제강사는 현대제철·동국제강·대한제강·와이케이스틸·한국제강·한국철강·한국특수형강 등이 있다.2021년 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7개 제강사가 2010~2018년 동안 철스크랩 구매 가격을 담합했다며 3000억83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철스크랩은 국내 수요량보다 공급량이 부족해 업체가 경쟁하면 가격이 인상될 여지가 많다. 철스크랩 가격 담합을 드러낸 내부고발을 분석해 보자. ▲ 철스그랩 가격 담합 내부고발 진행 내역 [출처=iNIS]◇ 담당자 수준에서 은밀하게 담합해 적발 애로... 영남권에서 출발해 경인권으로 확대철스크랩은 2009년 KS인증제가 도입돼 두께·길이·너비 등의 치수와 발생원별로 총 25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2021년 기준 국내 철스크랩 시장 규모는 2737만7000톤(t)이며 제강사가 국내에서 구매하는 물량은 1806만4000t에 달한다.전국에 산재한 6000여 개 고물상에서 고철을 수집해 중간 수집상에게 넘기면 이들 업체가 제강사에 공급할 권한을 가진 납품업체에 판매한다.300여 개에 달하는 납품업체가 7개의 제강사에 공급하기 위해 경쟁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제강사가 스크랩을 충분하게 확보하기 위한 유인을 제공해야 하는 처지다.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시장 점유율이 50% 수준이며 7개 제강사까지 포함하면 70%대 초반에 달한다. 따라서 7개 제강사가 가격을 정하면 자연스럽게 시장 가격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담합에 대한 유혹이 강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내부고발의 진행 과정을 정리해 보자.우선 공정위 부산사무소는 2016년 4월 영남권 제강사를 대상으로 2015년 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철스스랩 가격이 인위적으로 결정된다는 의심을 갖고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증거를 충분하게 확보하지 못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하지만 영남권 뿐 아니라 경인권 제강사까지 담합을 했다는 제보를 받고 공정위 본부 차원에서 조사를 다시 시작해 담합 사실을 확인했다. 1차 조사도 내부고발을 기초로 진행했지만 구체성이 부족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다음으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담합을 실행하기 위해 진행한 모임에 관한 내용은 관계자들의 업무수첩에 기재돼 있었다.공정위의 조사결과를 보면 신분이 드러나지 않은 내부고발자도 회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공정위에 제출했을 가능성이 높다.영남권 7개 제강사의 철스크랩 구매팀장들은 2010년 6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총 120회의 모임을 가졌다. 구매가격을 조정하기 위한 목적이다.2016년 공정위 부산사무소가 조사를 시작한 이후에는 모임을 자제하고 기준가격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2018년 2월까지 담합 관계를 유지했다.경인권 2개 제강사의 철스크랩 구매팀장들은 2010년 2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총 35회의 모임을 통해 담합을 실행했다.영남권 제강사보다는 담합 기간이 2년 정도 짧았다. 경인권에 있는 세아베스틸, 케이지동부제철, 환경철강공업은 담합에 가담했다는 증거가 없어서 제외됐다.마지막으로 담합을 주도한 7개 제강사 철스크랩 구매팀장들은 담합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담합이 공정거래법 제19조 ‘부당한 공공행위의 금지’에 해당된다는 것을 알고도 추진했다는 것을 반증한다.구매팀장들은 회사 상급자에게도 모임에 대해 보고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음식점을 예약할 때도 가명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지출 내역이 추적되는 법인카드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현금으로만 식사비를 결제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모임 결과를 공식 문서로 작성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공유했다. ◇ 포상금 대폭 증액해 내부고발 장려 필요... 형식적인 교육과 기존 감사시스템은 무용지물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인구가 많지 않은 국가라 정유·통신·금융·가전 등에서 소수 업체의 독과점이 심각해 소비자의 권리가 침해당하고 있다.특정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은 학연·지연·혈연 등으로 연결돼 있어서 은밀한 담합이 장기간 지속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철스크랩 가격 담합에 대한 내부고발이 주는 사회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첫째, 일반적으로 공급업체가 담합을 주도하지만 수요업체가 대기업이라면 정보격차(Digital divide)를 악용해 담합을 시도할 수 있다.철스크랩을 수집해 판매하는 고물상은 영세해 국제 철스크랩 가격이나 시장 동향에 관한 정보를 확보하기 어렵다. 대기업이 제시하는 매입가격이 적정한 수준인지 판단할 수 없다.국제 철스크랩 가격은 2020년 200달러/t이었지만 현재는 400달러/t를 넘어섰다. 철스크랩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국제가격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주요 제강사가 매입가격을 인하하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가 전기로를 확대하며 철스크랩 가격은 오를 가능성이 높다.둘째, 공정위가 기업의 부정행위에 대한 적발을 늘리려면 포상금 기준을 수정해야 한다. 현재 포상금은 과징금이 50억 원까지는 10%, 50~200억 원은 5%, 200억 원 이상은 5%로 기본금이 정해져 있다. 제보자가 제출한 증거의 수준을 4단계로 구분해 기본액 한도 내에서 일정 금액을 지급한다.이번 사건에서 부과한 과징금은 3000억 원이 넘었는데 포상금은 20억5000만 원으로 0.68%에 불과하다. 포상금이 직장인의 급여를 기준으로 보면 많지만 기본금 기준인 5%만 적용해도 150억 원이 넘는다.자신이 몸을 담고 있는 기업에서 퇴출되고 사회적 냉대를 감수한 내부고발 위험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셋째, 시정조치가 향후 행위 금지 명령, 정보교환 금지 명령, 교육명령 등으로 요식적이라 기대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유사한 담합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고경영자, 철스크랩 구매부서 임직원에 대해 공정거래법 관련 교육을 실시하도록 한 것도 효과가 의심스럽다.교육의 내용과 시간, 교육 대상자의 이해도 측정 등에 관한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적용해야 한다. 형식적인 교육과 명령만으로 부정행위를 중단하겠다고 각오를 다질 직장인은 많지 않다.특히 부정행위로 얻을 이익이 크고 발각될 가능성이 낮다면 유혹은 더욱 커진다. 기존의 형식적인 교육으로 시정될 가능성은 매우 낮으므로 효율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iNIS]*칼럼 내용 문의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1
2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