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ESG 경영 평가] 27. ‘캠코더 경영진’ 혈세만 축내… 149조 부채 해결사 등판 시급
‘좁혀지지 않는 임금격차’ 무기계약직 임금 정규직 ‘반쪽’
김백건 기자
2022-04-10
‘좁혀지지 않는 임금격차’ 무기계약직 임금 정규직 ‘반쪽’
수출 초기 중소기업에만 야박한 특례보증… 5년새 반토막
年 500억원 정책자금 출연 녹색보증 지원 사업 추진 ‘호평’

최근 신용보증기금은 올 6월까지 ‘채무자 재기지원 강화 특별 캠페인’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채무상환이 어려워진 대출자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자영업자의 빚 탕감을 위해 ‘배드뱅크’ 설립을 논의 중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자영업자의 대출 중 만기연장·상환유예된 대출 원금은 총 133조3000억원이다. 관련 대출은 2020년 4월부터 4차례나 연장됐지만 부실을 해소할 방안을 찾기 어렵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국제 유가·곡물가격·원자재 가격 상승은 국내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5월부터 양적 긴축을 시작할 계획이다.

신보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현황을 진단하기 위해 홈페이지, 스카이데일리·국가정보전략연구소 데이터베이스(DB), 국정감사·감사원 자료, 각종 제보 등을 참조했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며 개발된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을 적용해 신보의 ESG 경영 현황을 진단해봤다.

◇경영진은 캠코더 인사 논란 초래… 부채 갚는데 최소 720년 소요 전망

현재 신보의 예산 편성권은 중기벤처기업부, 관리·감독권은 금융위원회가 각각 행사하고 있다. 2017년부터 촉발된 신보 관할권 논란은 2020년 국회 입법 전쟁으로 수면위로 떠올랐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국회의원들은 예산 편성권과 관리·감독권을 중기부·금융위 단독 혹은 공동으로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무원의 밥그릇 싸움을 넘어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어 조정이 쉽지 않다. 중기부가 단독으로 권한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금융위 소관을 벗어나면 금융건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낙하산 인사와 친정치적 행보로 정상적인 경영이 어렵기 때문에 나타난 갈등이다.

문재인정부의 공기업 인사정책을 ‘캠코더’라고 불린다. 캠코더는 대선 캠프·코드 인사·더불어민주당 출신을 일컫는 신조어이다. 신보도 역대 정부의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 경영진 중 친정부 성향의 인물은 19대 대선 문재인 후보 캠프 경제정책 자문단 단원인 이사장과 비상임이사다. 비상임이사는 노무현정부의 청와대 근무자, 민주당 당직자, 지방선거 출마자 출신이다.

2021년 기준 코로나19 피해대응 유동화회사보증(P-CBO)이 포함된 주력산업 P-CBO의 보증충당부채는 5742억원으로 2020년 대비 10배 증가했다. 부채 규모가 높아지며 보증충당부채 설정률은 10.29%로 2020년 8.25%보다 상승했다. 신보의 리스크 확대 여부와 밀접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코로나19 P-CBO 보증 기업의 부실 징후 파악과 관리·감독 강화가 요구된다.

2020년 기준 매출은 4조195억원이며 당기순이익은 2080억원이다. 자본금은 2조116억원이지만 부채총계는 149조8053억원에 달한다. 당기순이익으로 부채를 전부 상환하려면 최소한 720년이 필요하다. 보증사업 전반에 걸쳐 정밀진단을 시행하고 부채가 늘어난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해 해소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난 3년간 수출희망기업 특례보증금액 감소… 윤리경영·청렴교육은 연중 시행 중

2020년 기준 정규직 평균 급여는 9637만원이나 무기계약직은 6012만원을 받았다. 무기계약직의 보수액은 정규직의 62.38%에 달했다. KDB산업은행의 정규직·비정규직 임금격차가 47.39%였던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2021년 국감에서 지난 3년간 수출희망기업 특례보증금액이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출희망기업 특례보증액은 2017년 105억원에서 2020년(9월 기준) 51억원으로 줄었다. 코로나19로 해외출장이 어려워지면서 중소 수출기업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수출 초기 기업들은 수출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실정이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신보가 본래의 설립 취지와 다르게 중견기업·대기업 위주로 보증을 확대해 비판을 받고 있다. 2020년 기준 전체 보증액 67조1531억원 중 중견기업·대기업 보증액은 5조1357억원으로 전체 보증금액의 7.65%를 차지했다. 2019년 대비 25배 증가한 금액으로 그만큼 중소기업의 보증 기회가 줄어든 것이다. 2019년까지 중소기업 자금융통에 집중해오던 것과 비교된다.

올 3월 동해안 산불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들에게 재해특례보증을 제공했다. 경북 울진과 강원 강릉·동해·삼척 지역 피해 중소기업에게 최대 5억원 운전자금 이내의 시설자금 지원·보증 우대 등이 제공된다. 산불과 같이 천재지변인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보증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신보는 ESG 경영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홈페이지에 공개된 ESG 헌장과 ESG 경영 관련 교육 실적은 전무했다. 반면에 윤리경영·청렴교육은 신입직원에서 고위 임원직까지 연중 실시하는 중이다. ESG 경영도 윤리경영에 기초하므로 충실한 교재를 개발한다면 불가능한 과제도 아니다.


▲ 신용보증기금의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 평가 결과


◇녹증보증 지원사업 긍정 평가… 친환경 프로젝트 평가 능력 확보가 선결 과제

금융기관은 제조업체와 달리 에너지 소비가 많지 않아 형식적인 친환경 경영은 쉬운 편이다. 다만 보증을 받는 기업의 사업 내역이 친환경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2021년 하반기 녹색보증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동남권 신재생에너지기업에 200억원을 지원했다. 부산광역시·울산광역시·경상남도 소재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이 대상이다.

정부는 신보·기술보증기금에 연간 500억원의 정책자금을 출연해 탄소가치를 포함한 녹색보증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보와 기보가 연간 3500억원 규모의 융자보증을 제공한다. 2021년 도입됐으며 탄소 중립을 실현하고 저탄소경제로 산업구조를 혁신하기 위한 목적이다.

2020년 대구광역시 동구 소재 직원 숙소 옥상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했다. 공공기관이 발전소 부지를 제공하고 주민으로 구성된 협동조합은 설치된 발전시설의 수익을 지역사회·공익사업에 활용하게 된다. 민관이 협력해 친환경에너지를 생산하는 일명 햇빛발전소 사업이다.

2018년 국감에서 신보의 저수지 태양광 사업 보증이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담보 가치도 없고 소유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보증이 불가능함에도 보증을 제공한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가치가 없는 자산을 담보로 잡고 대출해주는 민간 은행은 없다. 또한 저수지 태양광 사업은 수질오염·수생생태계 교란 논란이 해소되지 않았다.

유럽투자은행(EIB)은 올해부터 이산화탄소를 과다하게 배출하는 화석 연료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중단했다. 신보가 다양한 친환경 프로젝트가 활성화되도록 보증을 확대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새로운 유형의 프로젝트의 담보가치·성공가능성을 평가할 전문성은 갖춰야 한다. 보증사업이 실패하면 모두 세금으로 메꿔야 하기 때문이다. 

◇부채 해결할 전문 경영진 영입 우선… 도움 필요한 중소기업과 상생 노력 필요

신보는 중소기업의 신용을 보증해야 하지만 부실 보증이 늘어나며 신용도가 하락하는 중이다. 전문 경영인이 아닌 낙하산 인사로 인해 국민의 세금 부담만 늘고 있다. 거버넌스(Governance·지배구조) 측면에서 막대한 규모의 부채를 해결할 전문 경영진의 확보가 절실하다.

사회(Social)도 해결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설립 취지와 달리 정작 도움이 필요한 중소기업을 보조하지 않고 행정 편의를 위해 담보와 실적을 요구하고 있다. 신보가 상생을 위해 긴밀히 의사소통할 대상은 민간 은행으로부터 금융지원을 받기 어려운 중소기업이다.

환경(Environment)은 무리하게 실적을 채우려는 노력보다는 보증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예를 들면 저수지 태양광 사업은 노후화된 태양광 패널에서 납·비소 같은 독성 물질이 나올 수 있어 식수원을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김백건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출처=i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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