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ESG 경영 평가] 97. 말뿐인 ESG 경영혁신… 헌장·추진체계는 실종
청렴도 5년째 3등급 ‘제자리’… 내부혁신 시급
김백건 기자
2023-02-26
청렴도 5년째 3등급 ‘제자리’… 내부혁신 시급
높은 연봉·복리후생에도 사회봉사엔 무관심

인류 문명을 발전시킨 4대 발명품은 종이·인쇄술·화약·나침반인데 모두 중국에서 개발됐다. 하지만 근대 이후 과학기술을 연구해 세계를 지배한 국가는 대부분 유럽에 있다. 증기기관·전기·컴퓨터·인터넷을 발명해 산업혁명을 가속화시킨 것도 서구인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과 모바일 통신망을 자랑하는 우리나라는 정보화혁명을 통해 선진국 대열에 동참할 수 있었다. 1966년 미국의 원조로 설립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를 필두로 1977년 오픈한 한국통신기술연구소(KTRI)와 같은 국책연구소가 과학기술 연구에 매진한 결과다.

정보통신을 포함한 광범위한 디지털 혁신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현황을 진단하기 위해 홈페이지, 스카이데일리·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 데이터베이스(DB), 국정감사·감사원 자료, 각종 제보 등을 참조했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며 개발된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을 적용해 ETRI의 ESG 경영 현황을 진단해 봤다.

◇ 2017년 이후 종합청렴도 3등급 유지

ETRI는 1월 사회문제 해결과 함께 △연구윤리 강화 △탄소중립 △열정적·창의적 연구 환경 혁신 △산학연 상생경영 등 행복한 미래세상 동반자로서 ESG 경영 혁신을 강조했다. 하지만 2월24일 기준 홈페이지에서 ESG 경영추진체계를 공개하지 않았다.

ESG 경영 선언문·경영 헌장과 같은 규범을 제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ESG경영추진위원회도 구성하지 않았다. 다만 윤리헌장·윤리경영 실천규정·임직원 행동 강령 등 윤리규범과 인권경영헌장·인권경영 실천규정 등 인권규범, e-클린신고센터, e-신문고, 공익신고 등은 마련했다.

종합청렴도 평가결과는 △2017년 3등급 △2018년 3등급 △2019년 3등급 △2021년 3등급을 기록했다. 2020년 공직유관단체 중 연구원 유형은 격년 측정으로 결정돼 2020년은 제외됐다. 자체 감사부서는 정원 8명에 현원 5명으로 구성됐다. 2021년 12월31일 기준 상시 전문인력은 정원 0명에 현원 1명이 배치됐다.

2020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ETRI는 2건의 지적을 받았다. 지적 사항은 △연구부정행위가 의심되는 상황 조치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 개선 등이다. 2017~2020년 지적 사항은 총 9건이다. 지난해 감사원은 인사관리 소홀 등 4건을 지적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적사항은 △2019년 1건 △2020년 12건 △2021년 3건 등으로 집계됐다. 2020년 지적사항은 △출장여비 과다 지급 부적정 △과도한 연봉제도 및 복리후생제도 운영 부적정 △명예퇴직자 선정 부적정 △복지시설 부담금 임의집행 △겸업금지 관리·운영 부적정 등으로 다양하다.

2021년 기준 부채총계는 2753억 원이며 자본총계는 3448억 원으로 부채비율은 79.84%다. 부채는 △2017년 2370억 원 △2018년 2083억 원 △2019년 2150억 원 △2020년 2617억 원으로 2018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자본총계는 △2017년 2870억 원 △2018년 3011억 원 △2019년 3067억 원 △2020년 3195억 원으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2021년 연결 매출액은 1101억 원으로 2020년 1047억 원 대비 5.1% 증가했다. 다른 해 매출액은 △2017년 1051억 원 △2018년 1086억 원 △2019년 1070억 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2017년 148억 원 △2018년 168억 원 △2019년 83억 원 △2020 20억 원 △2021년 13억 원으로 2018년 이후 급격히 줄어들었다.

◇ 5년간 총 봉사활동 6건으로 저조

2021년 정규직 1인당 평균 보수액은 1억1595만 원, 무기계약직 1인당 평균 보수액은 3529만 원으로 무기계약직 평균 연봉이 정규직의 30.4%로 격차가 매우 크다. 정규직 여성의 연봉은 1억1057만 원으로 남성의 연봉 1억1641만 원 대비 95.0%로 차이가 없다.

지난해 3월31일 기준 징계 건수는 △2017년 1건 △2018년 3건 △2019년 8건 △2020년 1건 △2021년 1건 △2022년 2건으로 총 14건이다. 징계 사유는 △직무 관련 관계 법령 및 제규정 위반 △복무규정 위반 △연구원 명예 및 위신 손상 등이다. 징계 종류는 △견책 4명 △정직 1명 △감봉 13명 △강등 1명 △해임 1명 등으로 조사됐다.

사회공헌활동에서 봉사활동 횟수는 △2017년 2회 △2018년 2회 △2019년 2회 △2020년 0회 △2021년 0회를 기록했다. 기부금액은 △2017년 2억1269만 원 △2018년 1억9720만 원 △2019년 2억223만 원 △2020년 2억4187만 원 △2021년 1억9130만 원 등으로 큰 변동이 없다.

중증장애인 생산품 구매액은 △2019년 3100만 원 △2020년 2900만 원 △2021년 5100만 원으로 조사됐다. 총구매액 대비 중증장애인 생산품 구매액 비율은 △2019년 0.39% △2020년 0.23% △2021년 0.57%로 2020년 대비 2021년 구매액 및 구매비율이 개선됐다.

일·가정 양립 지원제도 중 육아 휴직 사용자는 △2017년 18명 △2018년 23명 △2019년 18명 △2020년 25명 △2021년 30명으로 2019년 이후 꾸준히 늘어났다. 출산 휴가 사용자는 △2017년 62명 △2018년 56명 △2019년 50명 △2020년 66명 △2021년 64명이다. 육아 휴직 사용자는 출산휴가 사용자의 38.3%에 불과하다.

홈페이지에 ESG 교육 관련 교재나 교육 이력은 없다. 반부패 청렴 자료방에 ETRI의 청렴도 측정 결과, 청탁금지법 상담 사례, 부패방지 시책평가 결과, 신규채용 정보 공개, 청렴캠페인 등 다양한 자료 및 활동 내역을 공유하고 있다.


▲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 평가 결과


◇ 에너지 총사용량 감소세 유지

2020년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반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기술 및 신산업 지원 플랫폼을 개발했다. 개발한 플랫폼은 △태양광 발전소 전(全) 주기 관리 및 유지보수를 위한 모니터링 플랫폼 기술 △소규모 분산 에너지 전력중개사업자 플랫폼 기술 △에너지저장장치(ESS) 연계 기술 등이다.

에너지 총사용량은 △2016년 412.22TJ(테라줄) △2017년 402.87TJ △2018년 403.21TJ △2019년 371.84TJ △2020년 366.31TJ로 집계됐다. 환경정보공개 기준이 변경되며 2019년부터 소속기관 중 에너지 사용량이 55TJ 미만인 기관은 공개 대상기관에서 제외돼 포함하지 않았다.

온실가스 감축률은 △2019년 23.07% △2020년 24.92% △2021년 22.11%을 기록했다. 온실가스 기준 배출량은 2019·2020·2021년 3년 연속 1769.888tCO₂eq(이산화탄소 환산t)으로 동일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 1361.65tCO₂eq △2020년 1328.75tCO₂eq △2021년 1378.56CO₂eq으로 조사됐다.

저공해 자동차 보유 현황은 △2019년 3종 2대·일반차량 4대 △2020년 3종 2대·일반차량 3대 △2021년 1종 1대·일반차량 1대로 집계됐다. 저공해차 의무구매 비율은 2021년 120% 달성했으며 2019·2020년은 의무구매 대상에 해당되지 않았다.

녹색제품 구매 실적 비율은 △2019년 62.21% △2020년 80.70% △2021년 76.09%로 집계됐다. 녹색제품 구매액은 △2019년 5억700만 원 △2020년 12억3800만 원 △2021년 9억4200만 원이다. 2021년 녹색제품 구매액이 2020년 대비 감소했다.

사업장별 폐기물 발생 총량은 △2016년 332.03t △2017년 304.98t △2018년 269.64t △2019년 379.77t △2020년 299.88t 등으로 조사됐다. 2018년 대비 2019년 폐기물량이 급증한 원인은 밝히지 않았다.

◇ 무기계약직 급여 개선 시급한 과제

△거버넌스(Governance·지배구조)=설립한 후 46년 동안 과학기술 발전에 큰 공을 세웠지만 5년간 종합청렴도가 3등급을 유지한 것은 조직 전반에 걸쳐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ESG 경영 혁신을 강조했지만 정작 기본적인 헌장·선언문·추진체계·추진조직 등은 정하지 않았다.

△사회(Social)=무기계약직 연봉이 정규직 대비 30.4%로 한국전력거래소(KPX) 37.7% 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해 개선이 필요하다. 봉사활동이 5년간 총 6회에 불과했으며 2020·2021년은 0건으로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을 감안해도 용인하기 어렵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환경(Environment)=2020년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난 것은 부정적 요소이지만 2016년 이후 에너지 사용량이 꾸준히 줄어들어 환경에 대한 인식은 갖고 있다고 판단된다. 연구기관으로 환경경영에 대한 고민이 적겠지만 각종 폐기물의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2018년 이후 대표사업장인 본사의 폐기물 발생량이 증가한 원인을 파악해 대처하는 것도 환경경영의 일환이다.


▲ 김백건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출처=i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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