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정부개혁] 04. 부처별 예산 칸막이 철폐... 융합에산제 도입해 낭비 해소해야
예산편성과 성과의 연계성 부족으로 자원의 운영 효율성 저하... 디지털 재정관리시스템 구축해 사람 개입 최소화해야
민진규 대기자
2025-10-21
2020년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거치는 동안 글로벌 경제는 공급망 붕괴, 소비 위축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후진국 뿐 아니라 미국, 유럽 국가와 같은 선진국조차도 막대한 규모의 정부 부채가 증가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와 기업 모두 빚이 급증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편이다.

2025년 6월 출범한 이재명정부는 한정된 국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부처별 예산 칸막이를 철폐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현재 정부의 예산 수립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분석해보자.


▲ 2025년 8월13일(수) 용산 대통령실에서 개최한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이재명 대통령과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뒤쪽) [출처=나라살림연구소]

◇ 현황 및 문제점... 예산편성과 성과의 연계성 부족으로 자원의 운영 효율성 저하 

국가예산을 연구하는 전문가는 우리나라 정부의 예산은 예산편성 및 집행성과의 반영 미흡, 정책사업 간 중복 및 비효율성 심화, 재정사업의 투명성 부족, 정책기획 및 예산편성의 단절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째, 예산편성 및 집행성과 반영 미흡은 부처별 사업 목표와 성과 중심 재정 운용이 분리되어 사업 간 시너지 도출과 성과 연계 강화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초래된다.

성과 평가가 부처별로 이원화돼 있어 국가 전체 목표 달성에 대한 통합적 성찰과 평가에 한계가 있다. 국회가 결산을 심의하고 있지만 요식적인 행위에 그치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둘째, 정책사업 간 중복 및 비효율성 심화는 부처별로 민간지원 사업이나 복지 사업이 중복되거나 불필요하게 분산돼 있기 때문에 초래된다.

이러한 이유로 대국민 서비스 제공에 혼선을 주고 있으며 국가행정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기초지방자치단체와 광역지방자치단체 등과 사업 중복도 심각한 실정이다.

셋째, 재정사업의 투명성 부족은 부처별로 예산 운용 방식이 달라 예산집행 과정에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거나 명확한 성과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나타난다.

재정운용 관련 정보가 기획재정부나 총리실 등으로 통합되지 않고 부처별로 흩어져 있어 전체 재정 투입·성과의 거시적 통합적 관리가 곤란한 실정이다.

넷째, 정책기획 및 예산편성의 단절은 정책기획(목표설정)과 예산편성이 부처별로 연계되지 않아 전략적 재원 배분이 어려운 상황을 만든다.

부처별 예산요구 중심의 단순 배분 방식으로 국가 전략과제에 집중 투자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국무총리실이나 기획재정부가 나서 전체 부처의 정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예산을 조정해야 한다.

다섯째, 수혜자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 부족은 부처별 제도·정책이 접점 없이 운영되어 국민입장에서는 복잡하고 일관되지 않은 이용 경험을 초래한다.

실제 현장 경험에 따르면 복지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거나 정책의 기회 불균형 심화가 두드러진다. 현재 우리나라 정책은 수혜자가 아니라 공급자 중심으로 운영된다.

◇ 성과중심 예산제도 도입해 수혜자 확대 추구해야... 디지털 재정관리시스템 구축해 사람 개입 최소화해야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국가재정에 대한 개혁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실제 실행된 사례는 거의 전무하다. 국가재정 운용과 예산 편성권을 가진 기획재정부가 '철옹성'처럼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8월13일(수) 용산 대통령실에서 개최한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기획재정부에게 예산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확인한 결과 아직 대통령의 지시사항은 이행되지 않고 있다. 국가재정의 문제점을 해결할 재정개혁 방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융합예산제도 및 성과중심 예산 편성을 도입해야 한다. 부처별로 분절돼 예산이 운용되는 현 구조를 유사·중복사업을 통합해서 관리하는 「융합예산제도」를 도입해 효율적인 재원 배분과 행정비용 낭비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사업의 성과목표를 명확히 하고 성과평가 결과를 예산편성 및 집행에 직접 반영해 예산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둘째, 수혜자 중심의 정책을 디자인하고 관련 서비스를 통합해 국민과 지역, 대상별로 필요한 서비스(복지, 교육 등)가 부처 간에 분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책 클러스터(cluster)별로 통합 예산을 배분하는 방식을 채택하면 좋다. 부처간 데이터 연계를 통해 맞춤형 정책을 실현하고 행정정보시스템 연계로 정책 수혜자에게 원스톱(one-stop)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재정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부처별로 단절돼 있는 재정 데이터를 연계·공유하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통합 플랫폼이 구축되면 예산집행을 정밀하게 진행하고 성과를 분석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예산 편성부터 집행, 평가에 이르는 전 과정에 인공지능(AI)·빅데이터(Big Data) 등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예산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넷째, 예산 관련 시스템을 디지털로 전환하고 데이터를 적극 공유하려면 정보시스템의 연계와 데이터의 표준화를 추진해야 한다.

미국 글로벌 기업은 2000년대 초반부터 예산 수립과 집행 관련한 디지털 시스템을 개발해 운용 중이다. 기획재정부도 범정부 차원의 디지털 예산 시스템을 구축해 수작업과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정부는 부처별 칸막이로 인한 재정운용 비효율과 소통 단절을 해소하고 국민과 수혜자 중심의 선진적 재정관리체계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의 대응 방식으로 5년 동안 의도한 성과를 달성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된다. 외부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재정 혁신 과제를 도출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 계획 -
저작권자 © 엠아이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기획·특집 분류 내의 이전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