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지방자치평가]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제주, 국제자유도시로 부상하는 것은 불가능해(3)
민진규 대기자
2019-08-19
감귤농사도 고령화로 존폐위기로 내몰리고 있어 대체산업 육성 필요, 뷔페식당과 같이 문화행사나 박물관이 많다고 문화경쟁력 생기지 않아

우수한 자연환경에도 불구하고 정책 부재로 2류 관광지로 전락

종합적으로 제주의 자치행정을 평가해 보면 다음과 같다. 전북의 자치행정은 10점 만점에 평균 2.8점으로 최하 수준의 낙제점을 벗어나지 못했다. 정치, 경제, 기술은 모두 10점 만점에 2점, 사회와 문화는 4점을 각각 받았다.

사회와 문화가 낙제점을 벗어난 것은 공무원의 청렴의식이 높은 점, 고립된 섬으로 오랫동안 유지되면서 형성된 토착문화와 육지와 차별화된 자연환경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현재까지 평가한 10여개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사회영역에서 4점을 받은 것도 칭찬을 받을 만 하다. 세부 내역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오곡밸리모델로 평가한 제주 자치행정

첫째, 정치는 한국 정치사를 양분해온 보수와 진보 모두를 배타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무당정치의 본산이지만 폐쇄적인 선거 등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

적은 인구 규모와 육지와 멀리 떨어져 특정 성씨 위주의 씨족 개념이 형성된 것도 정치적 후진성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중앙 정치의 냉혹한 결단으로 참담한 피해를 입은 4∙3사건 희생자를 보듬으려고 노력한 지역정치인도 부족했다.

지역 정치가 후진적인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소수 정치인의 문제에서 출발했지만 공무원과 주민도 한몫 했다고 볼 수 있다. 제주 공무원은 청렴도가 높은 것은 인정하지만 업무수행 능력이 청렴도에는 미치지 못했다.

지역주민들도 중앙정치에 대한 반감을 가질 수 있지만 퇴물 정치인들이 고향에 내려와 패거리 정치를 하는 것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행정능력이 검증도 되지 않은 전직 도지사가 재선하고 3선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도 주민들의 감시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둘째, 경제는 농업과 관광산업이라는 양대 축이 형성돼 있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주민들의 소득을 향상시키지 못한 점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제주도 농업이 주력산업 중 하나이지만 농민들의 고령화로 인한 일손 부족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다.

1000년을 이어온 감귤농사도 농업개방화, 소비자의 입맛 변화, 가격 폭락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주변의 지인도 편안한 노년을 보내기 위해 구입했던 감귤농장이 골치덩이로 전락한지 오래라며 한탄한다.

관광산업도 단순히 한라산이나 성산 일출봉을 보고 갈치조림이나 뚝배기를 파는 것으로 유지하기 어렵다. 고부가가치 선진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개발해야 하고 하와이, 오키나와, 하이난, 보라카이, 푸켓 등과 경쟁할 수 있는 관광상품이 필요하다.

의료관광이 대안이 될 수 있는데 영리병원을 허용해달라고 고집하면서 국민적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카지노와 같은 사행사업으로 관광산업을 육성할 수 없다는 것도 해외의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셋째, 사회는 인구를 10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의지도 좋고 최근 도청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인구가 늘어나는 점도 긍정적인 소식이다. 인구를 무조건 늘리기보다는 100만명이 필요한 이유를 찾고 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히 중앙정부의 지원을 더 받아내기 위한 속셈이라면 인구정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제주 공무원의 청렴정신은 훌륭하지만 능력도 따라가줘야 한다. 폐쇄적인 지역사회와 현지인의 끈끈한 유대가 공무원 부패를 줄인 원인으로 분석될 수 있지만 행정서비스의 질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지역주민과 공무원 모두 관광객과 외지인에게 열린 마음(open mindedness)을 가져야 글로벌 제주를 건설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당부한다.

넷째, 문화는 삼국시대 이후 탐라국의 역사, 고려 삼별초 항쟁, 원나라의 목마장 운영, 조선의 유배지, 4∙3사건 등 역사적 자산(asset)은 풍부한데 잘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루방과 같은 문화재도 잘 살리지 못하고 있으며 수십 년간 관광사업의 본원적 핵심 경쟁력(core competency)도 확보하지 못했다.

문화행사나 박물관, 전시관 등도 많지만 구색 갖추기에 불과하다. 반찬이 많다고 음식장사가 잘 된다면 뷔페음식점만 살아남고 전문 음식점은 전부 망했을 것이다. 뷔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매일 가는 것은 선호하지 않는다.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박물관이나 전시관이 필요하다. 1000년이 넘는 역사 동안 돌 하루방과 자연지형을 제외하고 제대로 된 역사적 유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다섯째, 기술은 제대로 발전된 산업시설이나 공단이 없기 때문에 인재를 유치하거나 육성하는 것은 어렵다는 점을 감안했다. 하지만 관광산업의 육성에 필요한 인재마저 육지에서 조달해야 한다면 안 된다.

호텔이나 카지노에 근무하는 관리자 대부분은 육지의 본사에서 파견 나와 몇 년간 제주에서 근무하다가 육지로 돌아가는 떠내기 손님에 불과하다.

제주의 관광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토박이들이 죽을 때까지 현지에서 일을 해 노하우를 축적하고 이를 지역 인재들에게 전수할 필요가 크다. 제주대도 천편일률(千篇一律)적인 학과를 전부 없애고 관광과 농업에 필요한 특화된 인재를 육성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동남아시아, 유럽 등에서 유학생을 유치해 부족한 어학자원을 확대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주먹구구식의 인재정책으로 글로벌 도시로 부상할 수도 없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제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도 후진적인 정치구조, 낙후된 경제기반, 배타적인 지역정서, 변변한 상징물조차 없는 관광정책, 인재육성의 부재 등으로 인해 덩치만 요란하게 커진 섬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관광객은 3배 늘어났지만 환경오염, 쓰레기 대란, 교통문제, 토지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 현재의 정치와 경제구조로 한 단계 도약하는 것을 불가능하다. 더 늦기 전에 제주도지사, 지역정치인, 지역 주민 등이 솔선수범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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