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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출범한 박근혜정부는 침체된 건설업체를 살린다며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고 부추겼다. 1인 가구의 증가로 부동산 가격이 더오를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적극 부양하며 신규 아파트가 늘어났다. 아파트의 빌트인 가구를 납품하려는 가구업체가 증가하며 경쟁이 치열해졌으며 가격도 하락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가구업체는 담합을 시도했다.31개 가구업체 관계가 오프라인에 모이거나 카톡방에 참여해 담합을 논의했다. 낙찰을 받을 업체와 들러리 업체를 미리 정해서 유찰될 가능성을 제거했다. 10년 간 이어진 가구업체 빌트인 가구 담합 사례를 분석해보자.▲ 31개 가구회사 10년간 빌트인 가구 담합 내부고발 진행 내역 [출처=국가정보전략연구소(iNIS)◇ 빌트인 가구 담합으로 입주자 피해 증가... 담합 사례 속속 드러나며 가구업계에 대한 불신 확대2014년 4월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리바트, 한샘, 에넥스, 한샘넥서스, 넵스 등 31개 가구 제조·판매업체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과징금 931억 원(잠정)을 부과했다고 밝혔다.공정위에 따르면 가구업체들은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사전에 낙찰 예정자를 합의했다. 24개 건설회사가 발주한 738건의 특판 가구 구매 입찰이 담합의 대상이었다.신규 아파트는 주방 가구와 일반 가구를 미리 설치해 입주자의 부담을 줄여준다. 건설회사는 대규모로 가구를 구입하면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홍보한다. 건설회사와 입주자 모두 이익을 보는 구조라는 입장이다.하지만 가구회사가 담합을 해서 가격을 비싸게 납품하면 대량 구매의 이점은 사라진다. 건설회사는 가구 가격을 입주자에게 전가하면 되므로 큰 피해가 없다. 모든 피해는 선량한 입주자가 부담하게 된다.10년 동안 담합한 입찰 계약금액은 약 1조9457억 원으로 가구 업체들은 최소한 5% 이상의 이익을 추가로 얻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빌트인 가구는 싱크대, 상부장, 하부장, 냉장고장, 아일랜드장, 붙박이장, 거실장, 신발장 등을 포함한다. 아파트뿐만이 아니라 오피스텔 등 대단위 공동주택에 모두 필요하다.빌트인 가구 담합 사건은 비밀스러운 회동과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다른 내부고발 사례와 달리 카톡 등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가구업체가 담합을 부인하기 어려웠던 이유다.2022년 장기간의 담합 행위에 부담감을 느낀 가구업체 1곳이 내부고발을 하며 전모가 드러났다. 공정위는 2년 간의 조사를 거쳐 2024년 4월 관련 내역을 공개했다.내부고발을 한 업체가 어디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과징금 처분을 면제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정위와 검찰 모두 리니언시라고 자진신고자감면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담합에 가담한 31개 업체에 총 931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업체별로 보면 △한샘 211억 원 △현대리바트191억 원 △에넥스 173억 원 등으로 조사됐다. 대형 가구업체의 적자가 지속되면서 과징금도 경영실적 개선에 큰 부담감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공정위는 조사를 진행한 24개 건설회사 외에 추가로 70여 개의 거래 내역을 살펴본다는 입장이다. 추가로 담합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공언을 추가 조사 결과로 입증됐다.2024년 10월 말 공정위는 시스템욕실 설치공사를 입찰담합한 대림바토스, 재성바스웰, 이현배쓰, 한샘 등 9개 업체에 총 과징금 67억 원을 부과했다. 2025년 2월13일 공정위는 드레스룸과 팬트리 가구 등 시스템가구 3324억 원 규모를 입찰담합한 동성사, 스페이스맥스, 쟈마트, 한샘 등에 총 183억 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2025년 2월23일 공정위는 반도건설이 발주한 38건의 빌트인 특판가구 구매 입찰에서 13개 가구업체들이 담합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돼 과징금 총 51억 원을 부과했다.2024년 4월 이후 지속적으로 드러나는 가구업체의 담합 행위로 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적자로 어려움을 겪는 가구업체의 경영 정상화도 점점 요원해지고 있다.◇ 부정행위 관련 첩보 수집 시스템 구축해 운영 필요... 징벌적 과징금으로 피해자 보상에 적극 나서야담합행위는 자본부의 시장경제에서 건전한 경쟁을 해치고 가격이 상승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기업간 경쟁이치열해져야 혁신이 일어난다.기업이 변화를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하면 망하고 이러한 기조가 경제 전반에 걸쳐 일어나면 국가도 무너진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근간을 무너뜨린 가구회사 담합 내부고발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첫째, 담함 가담자도 많고 담합기간이 10년이 넘었음에도 공정위나 검찰이 적발하지 못한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 이들 기관은 대통령이 관심을 보이거나 언론에 크게 보도되는 사건에만 조사의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크다.공정위도 내부고발자의 신고에만 의존하지 말고 광범위한 첩보를 수집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소속 직원들을 현장에 보내 부정행위 관련 첩보를 수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일부 정부기간은 업무 부정행위 관련 첩보를 수집하는 팀을 별도로 운영한다. 은밀하게 신분을 위장해서라도 현장 조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담합행위에 대한 처벌을 더욱 강화해 관련 기업의 파산을 유도해야 한다. 담합에 가담한 기업에 부과하는 과징금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담합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발각됐을 시에 내야 하는 과징금 규모가 수십배 더 많다면 담합을 결정할 경영자는 없다. 현재 수준의 과징금으로 담합을 근절하기 어렵다.과징금을 내지 못해 파산하는 기업도 생겨야 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과징금 때문에 파산한 기업이 없지만 머지 않은 장래에 나오길 기대한다.셋째,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을 피해자에 대한 배상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에서 집은 단순히 거주 공간을 넘어서 중요한 재산에 속하기 때문이다.과징금은 정부의 노력으로 얻은 이익이 아니라 수많은 피해자들의 돈이라는 사실도 잊지 않아야 한다. 징벌적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해야 하는 것도 피해자에게 충분하게 보상하기 위함이다.특히 의식주와 같이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분야에서 발생하는 담합은 용납하기 어렵다. 기업의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책무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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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가장 선진화된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지난 300년 이상 공정한 경쟁을 통해 발전해왔다. 하지만 기업은 독과점이나 담합을 통해 경쟁을 제한해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우리나라는 좁은 국토, 적은 인구,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 등으로 건전한 경쟁체제를 구축하기란 쉽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을 철저하게 감시하지만 역부족이다.공정위가 2011년 5월 발표했던 국내 4대 정유사의 담합 사건도 비슷한 경우다. 4대 정유사의 원적관리담합 관련 내부고발을 살펴보자.▲ 정유 4사 10년간 원적지 담합 내부고발 진행 내역 [출처=국가정보전략연구소(iNIS)]◇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날림으로 정유사 담합 조사 진행... 소송에서 패배하며 국가권위 훼손2011년 5월 27일 공정위는 국내 대기업인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등 4개사가 원적관리 담함을 자행했다며 4348억88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기름값이 묘하다'고 말하면서 대대적인 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는 2010년 5월 현장조사를 진행하며 정유사 관계자로부터 내부고발을 받았다고 주장했다.정유사는 주유소가 정유사 상표(폴 사인)을 바꾸려고 할 때 종전 정유사의 동의를 받지 않고 임의로 유치할 수 없다고 담합했다. 사실상 4개 정유사의 기름을 판매하던 주요소는 다른 정유사로 옮길 수 없었다.공정위는 2000년 3월 초 4대 정유사 관계자들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 소재 일식집에서 모여 원적관리를 통해 경쟁을 자제하기로 합의했다고 공개했다.정유사의 원적지 담합 관행을 알려져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내부고발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이어진 정유사의 원적관리 담합 관행이 밝혀진 순간이다.공정위는 과징금으로 △GS칼텍스 1772억4600만 원 △SK이노베이션 1379억7500만 원 △현대오일뱅크 744억1700만 원 △S-Oil 452억4900만 원 등을 부과했다.원적지 담합은 가격담합이 아니라 구체적인 이익의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워 과징금을 산정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당초 6000억 원 규모로 책정하려고 했지만 1650억 원 규모를 깎아줬다는 설명도 곁들였다.공정위는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담합 사실 자체를 부인하며 소송을 제기했다.결국 지리한 소송끝에 법원은 GS칼텍스 직원의 진술을 믿기 어렵고 객관적 증거가 부족할 뿐 아니라 서로 담합할 상황도 아니었다며 공정위의 결정을 뒤집었다.공정위는 정유 4사가 납부한 과징금을 돌려줘야했으며 국민의 세금으로 이자까지 물어냈다. 법원은 양심을 가진 직원의 내부고발 자체마저도 부정했다.◇ 목숨을 건 내부고발자 진술 신빙성 의심한 법원 판결 납득 어려워... 내부고발자 보호 미흡했는지 자성해야우리나라 주유소의 기름가격은 전국 어디를 가도 비슷하다. 주유소의 토지자격, 임대료, 정유회사와 주유소간의 이동거리, 직원의 임금 등이 다름에도 판매가격은 천편일률(千篇一律)적으로 동일하다.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원칙을 고려한다면 불가능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정유사 원적지 담합 내부고발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첫째, 법원이 내부고발자의 진술을 신뢰하지 않은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웠다. 법원은 자진신고자의 진술이 합의 대상인 주유소에 대한 원적 관리기간 등에 관해 일관적이지 않고 진술을 뒷받침할 객관적 근거가 없어서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10년 전에 담합한 구체적인 내용을 완벽하게 기억하기도 어렵고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구두로 하는 담합에서 계약서가 존재할리 만무함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령을 발동한 윤석열 대통령, 김용현 국방부 장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문상호 정보사령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수방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등 핵심 인물의 진술은 2개월도 되지 않아 오락가락했다.대한민국의 대통령과 장관, 군 정보기관장, 경찰청장 등이 헌법재판소에 출석해 진술한 내용은 서로 엇갈렸다. 이들 중 대부분은 법에 관한 지식이 풍부하며 실무에도 능한 사람들이다.둘째, 공정위가 이명박정부에서 성과를 자화자찬(自畵自讚)하기 위해 무리한 조사를 진행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공정위는 혐의를 잡고 조사를 진행했다며 정유사 관련 직원의 이메일, 품의서 등을 증거로 확보했다. 이러한 문서에는 타사 원적주유소의 거래를 거절한 사실을 포함하고 있었다.하지만 확보한 정유사 팀장·지사장 워크숍 회의 자료, 내부보고서인 복수상표표시 주유소 대응방안, 주간업무 보고자료, 영업전략 보고서 등도 유죄의 증거로 인정받지 못했다.공정한 조사와 명확한 증거를 확보해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공정위가 잘못된 결론을 내렸다니 황당할 따름이다. 조사를 진행한 책임자와 직원 모두 오류를 범한 점에 대해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셋째, 내부고발자에 대한 적절한 보호조치가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미군 유류납품 담합사건에서 보듯이 내부고발자의 신원이 드러나면 다양한 유형의 협박과 회유가 자행된다.공정위가 자신들의 성과를 내세우기 위해 내부고발자의 역할을 폄하하고 보호에 소홀히 했을 가능성이 높다. 신고포상금을 최고 10억 원까지 상향한 것이 한 몫했다고 주장한 것이 근거다.10년 간의 담합, 내부고발 후 5년 간의 법정 다툼 등은 내부고발자를 회유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대기업인 정유사는 수천 억원의 과징금을 납부하지 않기 위해서도 유능한 법부법인 소속 변호사를 선임했을 것이다.변호사가 앞장서서 내부고발자의 진술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법정에서 '개의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Wag the Dog)'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상황이 연출됐을 것으로 보인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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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는 산유국이 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동해에서 유전 개발을 수차례 시도했다. 하지만 번번히 실패를 맛봐야 했지만 한국석유공사는 포기하지 않고 있다.2024년 6월 윤석열 대통령은 경상북도 포항 영일만 심해 지층에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됐을 것이라며 시추를 추진했다.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라 부르며 정권의 운명을 걸었다.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령을 이유로 대왕고래 탐사 비용 전액 삭감을 제시했다. 하지만 2025년 2월9일 대왕고래는 유령에 불과했다는 것이 밝혀졌다.역대 정권에서 단골처럼 부르짓던 동해 유전 스토리는 이제 다시 듣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잊을만하면 반복적으로 터지는 한국 액화석유가스(LPG) 담합 관련 내부고발을 살펴보자.▲ 군부대 납품 LPG 가격 담합 내부고발 진행 내역 [출처=국가정보전략연구소(iNIS)]◇ 강력한 처벌에도 LPG 공급업체 담합 반복돼... 과징금 59억 원 및 보상금 1억5000만 원액화석유가스(LPG)는 공급업체가 제한적이며 담합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009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E1을 검찰에 고발했다.LPG를 수입해 들여와 국내 정유사와 충전소에 공급하는 도매상 역할을 담당하는 SK가스와 E1은 매월 1회 결정하는 LPG 판매가격을 사전에 결정했다. 양사에 부과된 벌금액만 4000억 원이 넘었다.2018년 7월16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강원도 군부대 발주 액화석유가스((LPG) 구매 입찰 담합 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2007∼2013년 제1군수지원사령부가 발주한 LPG 구매 입찰에서 입찰 참여사 간 사전에 낙찰사 등을 정하고 낙찰 물량을 배분한 행위를 적발했다.제1군수지원사령부는 강릉, 인제, 원주, 춘천 등 4개 지역에서 입찰을 진행했다. LPG 공급 업체들은 매년 실시된 4개 지역별 모든 입찰에서 합의한 대로 낙찰받거나 수의계약을 진행했다.2006년 실시된 4개 지역별 입찰에서 상호 간 가격 경쟁 결과 가격이 평균 낙찰율 84.5%로 하락하자 적정 마진을 확보하기 위해 입찰을 담합한 것이다.적정 마진을 담보하는 낙찰 또는 계약 단가는 정유사로부터 공급받는 가격보다 200원 이상으로 정했다. 투찰율 97∼99%의 높은 수준으로 투찰해 낙찰받거나 들러리사는 99% 이상으로 투찰하기로 합의했다.고의적인 유찰을 통해 수의계약을 이끌어 낸 것이다. 7개 사 중 누구라도 낙찰받으면 해당 낙찰사의 수주 물량을 배분하기로 합의한 후 이를 실행한 사례도 발견됐다.2018년 3월 8개 사에게 과징금 총 59억 원을 부과했다. 고발 대상 업체는 대일에너지(주), (주)동해, (주)두원에너지, (주)영동가스산업, (자)정우에너지, (주)우리종합가스 등 6개 사다.신고자에게 약 1억50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신고자는 공정위에 입찰 담합 사실을 적시한 신고서와 메모, 녹취록 등 위법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자료를 함께 제출했다.◇ 포상금을 제재 부과금의 20~30%로 상향조정 필요... 공정위의 사전 시장 모니터링 강화 시급LPG 공급가격 담합 행위는 2009년과 2018년 적발됐음에도 2023년 9월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발생했다. 독과점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LPG 담합 내부고발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첫째, 내부고발자가 없다면 공정위의 노력만으로 모든 담합행위를 막을 수 없으므로 포상금을 상향해서라도 내부고발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점이다.이번 LPG 담합행위도 내부고발자가 대화를 녹음한 파일, 녹취록, 메모 등의 자료가 제공했기 때문에 업체들이 부인하지 못한 것이다.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회계부정에 대한 내부고발 사건 관련 제재 부과금의 10~30%에 해당하는 금액을 포상금으로 지급한다. 이번 사건도 과징금 규모에 비해 보상금은 너무 적은 편이다.둘째, 공정위 차원에서 정유사, 통신사, 은행 등 독과점이 유지되고 있는 산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독과점은는 필연적으로 담합에 이르기 때문이다.강원특별자치도 지역에 LPG를 공급하는 업체가 많지 않아 담합을 할 여건은 충분히 조성됐음에도 제1군수지원사령부나 공정위 모두 모니터링을 충분하게 하지 않았다.공공 입찰에서 담합은 시장경제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정부 뿐 아니라 국민의 부담으로 작용하므로 관련 기관의 분발을 촉구한다. 입찰 관련 빅데이터(Big Data)를 구축해 부정입찰을 모니터링하길 바란다.셋째, 내부고발자는 정확하고 신속한 업무 처리를 위해 대화 녹음, 녹취록 작성, 기타 관련 문서를 철저하게 준비하도록 해야 한다.부실한 자료를 토대로 비밀스러운 담함행위를 적발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업체들의 집요한 조사 방해와 로비를 무력화하지 않으면 고발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다.공정위 소속 직원들이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믿지만 자료가 부실하면 강력한 저항을 견뎌내기 어렵다. 올바른 시장 질서를 유지해야만 국가경제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LPG 담합에 대한 내부고발은 공정위의 사전 예방 노력의 분발을 촉구하고 포상금 지급을 확대하라는 조언으로 마무리한다.고발자의 숭고한 취지와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충분한 보상도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미국과 비슷한 수준의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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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3일 입춘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영하의 날씨가 지속되며 역대급 독감이 유행하고 있다. 젊은이조차도 살면서 가장 아팠다고 할 정도로 고통이 심하다는 평가다.신체적 고통외에 경제적 비용 부담까지 켜지고 있다. 독감환자가 저렴하게 처방받을 수 있는 '타미플루' 대신에 최대 15배나 비싼 비급여 주사인 '페라미플루'를 선택하기 때문이다.2005년부터 2009년까지 질병관리본부가 발주한 독감백신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이 입찰 가격을 담합한 것으로 밝혔다. 한국 독감백신담합 관련 내부고발을 살펴보자.▲ 독감백신담합 내부고발 진행 내역 [출처=국가정보전략연구소(iNIS)]◇ 9개 백신사업자가 5년 동안 입찰담함해 국가예산 낭비... 총 60억 원의 과징금 부과질병관리본부는 국민보건에 필수적인 인플루엔자백신을 구입해 병원에 공급한다.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해 공익목적으로 활용한다. 정부는 백신사업자가 투찰하는 단가에 따라 물량을 배정한다.하지만 (주)녹십자, 동아제약(주), (주)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 (주)보령바이오파마, 씨제이(주), 씨제이제일제당(주), 에스케이케미칼(주), (주)엘지생명과학, (주)한국백신 등 9개 업체는 담합해 조달시장을 교란했다.9개 백신사업자는 정부조달 물량을 배정하고 투찰단가를 사전에 협의해 결정해 조달납품하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행위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이어졌다.2009년 10월3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내부고발을 바탕으로 9개 백신사업자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사무실에 보관하고 있던 독감 백신 입찰자료 등 관련 사류와 컴퓨터 파일을 확보한 것이다. 공정위는 제약사 사무실에서 압수한 자료에서 조달청 입찰가 담합 정황을 확인했다. 관련 기업에 대한 면밀한 조사 과정을 거쳐 과징금을 결정했다.2011년 4월15일 공정위는 9개 백신사업자에 대해서는 인플루엔자백신 정부조달 담합 금지명령을 시정명령했고 8개 사업자에 대해 총 60억69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질병본부는 업체의 담합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계약방식을 수차레 변경했음에도 전체 백신사업자가 장기간 지속적으로 담행행위를 자행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공정위는 이번 담합행위 적발로 과거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백신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체들이 경쟁하면 자연스럽게 국가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 사전예방에 관리감독 업무를 초점 맞춰야... 내부고발자 보상·보호에 필요한 법적·제도적 장치 완벽 구비해야국민 누구나 겨울철만 되면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고령층은 감기로 건강이 악화되고 심지어 목숨을 잃기도 한다. 독감백신담합 내부고발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첫째, 정부가 국민보건에 필요한 인플루엔자 백신의 물량을 학보하기 위한 공익목적의 입찰에서조차도 담합행위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아쉽다.기업이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공정거래법 제19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담합을 자행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만 발전할 수 있다.특히 일반국민의 건강권과 관련된 백신마저도 이익에 눈이 먼 기업의 먹잇감이 되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윤리경영(business ethics)에 대한 이해부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둘째, 익명의 내부고발자가 없었다면 질병관리본부나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련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을 것으로 판단된다.하지만 질병관리본부가 독감백신의 원가와 낙찰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했다면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따라서 입찰가의 관리나 업계 상황에 대한 주기적인 정보파악이 요구된다. 사후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 사전예방에 관리감독 업무를 초점을 맞춰야 한다.셋째, 공정위는 공익 제보자에 대한 보상과 보호초치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익명의 제보자를 위해 어떤 보상을 제공했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내부고발을 활성화시키려면 보상 내역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백신사업자의 입장에서 보면 내부고발자가 골칫거리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공정위는 자신들의 업무를 도와주는 '천사'라고 인식해야 한다.자칫 공정위 담당자나 책임자가 내부고발자가 익명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공(功)으로 치부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업무 처리 내역이 공개되지 않아 염려돼 조언하는 것이다.결론적으로 내부고발은 공익을 해치는 법위반 행위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공정위는 내부고발자의 보상과 보호에 필요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완벽하게 구비하길 바란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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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7년 메이지유신이 단행되기 이전의 일본은 폐쇄된 섬나라로 신분제가 철저했을 뿐 아니라 거주이전의 자유가 제한됐다. 대대로 한 지역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웃과 원활한 인간관계 형성은 필수적이다.이른바 '이지메(왕따)'가 은밀하고도 체계적으로 실행된 국가 중 하나도 일본이다.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이 찍하면 일상생활조차 영위하기 힘든 구조다.2005년 2월23일 일본 토야마(富山) 지방법원은 토나미운수(トナミ運輸) 사건에 대해 원고인 쿠시오카 히로아키(串岡 弘昭)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 30년 동안 이어져온 쿠시오카의 내부고발 과정을 살펴보자.▲ 일본 토나미운수의 내부고발 진행 내역 [출처=국가정보전략연구소(iNIS)]◇ 운수회사의 담합행위 제보했지만 27년 간 인사상 불이익 받아... 30년 만에 보상받았지만 인생 파괴1946년 생인 쿠시오카는 일본 명문대학인 메이지가쿠인대(明治学院大学)에서 장학생으로 학교를 다녔다. 대학에서 독점금지법 등을 공부했다.독점금지법은 사적 독점을 금지하고 공정거래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 1973년 토나미운수에 간부후보생으로 입사했다.쿠시오카는 토나미운수를 포함한 대형 운수회사들이 고액의 운임을 유지하고 고객유치를 위해 경쟁을 금지하는 등 불법 담합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1975년 공정거래위원회와 언론에 운수회사의 담합행위에 대해 고발했다. 쿠시오카는 내부고발을 하는 것이 토나미운수의 장기적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여느 내부고발자와 달리 쿠시오카는 상사를 찾아가 자신이 내부고발자라는 사실을 밝혔다. 내부고발 사정을 파악한 인사부서장은 1주일 정도 '구 교육연수원'에서 근무하라고 제안했다.내부고발로 운수회사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가중됐을 뿐 아니라 회사도 난처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쿠시오카는 인사명령을 받아들였다.교육연수원에서 그가 맡은 업무는 풀 뽑기, 식당 설거지, 방 청소, 눈 쓸기 등으로 다양했다. 회사는 수차례 퇴직을 강요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자 쿠시오카의 형이나 어머니를 찾아가 사직을 권유해달라고 요청했다.회사는 잡무를 맡기는 것도 모잘라 2001년 소송을 제기할 때까지 급여나 승진에서 쿠시오카를 제외했다. 교육연수원에 발령받았을 당시와 비슷한 급여로 생활하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2001년 쿠시오카는 내부고발에 대한 승진 누락, 부당업무 지시, 인격 무시 등 불법행위에 대해 총 5400만 엔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소송금액은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 1000만 엔, 임금 격차 상당액의 손해배상 3970만 엔, 소송비용 430만 엔 등으로 구성됐다.2005년 2얼23일 토야마 지방법원은 쿠시오카의 내부고발이 정당하다고 판단하며 토나미운수에게 1370만 엔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위자료 200만 엔, 재산적 손해 약 1047만 엔, 소송비용 100만 엔 등이다.내부고발을 단행한지 30년 만에 받은 결론이다. 쿠시오카는 2006년 가을 토나미운수에서 정년 퇴임했다. 장래가 촉망받던 청년의 인생은 내부고발로 송두리째 붕괴됐다.일본 정부는 2004년 6월18일 내부고발을 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공익통보자보호법(公益通報者保護法)을 제정해 2006년부터 시행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내부고발자를 보호할 최소한의 장치는 마련한 셈이다.◇ 고용주의 인사권은 합리적인 범위에서 행사해야... 인사명령을 거부하면 손해배상 산정 불리해2004년 공익통보자보호법이 시행됐지만 2009년 소비자청이 발족하기 전까지는 후생노동성에서 내부고발을 담당했다. 쿠시오카의 내부고발이 주는 사회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첫째, 공정거래위원회에 내부고발을 제기했지만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 내부고발이 언론에 보도되고 쿠시오카가 회사에서 보복성 인사를 경험했지만 정부기관은 방치했다.실제 토야마 지방법원은 토나미운수의 인사가 합리적인 목적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퇴사를 유도하기 위해 각종 잡무를 시킨 것은 보복성 성격의 괴롭힘 행위라고 인정했다.사용자와 노동자는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유지하지만 인사권은 공정하게 행사돼야 한다고 봤다. 사용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합리적인 범위에서 인사권을 행사할 의무가 있다.둘째, 토나미운수가 쿠시오카를 승진에서 누락하고 급여를 인상해주지 않은 것은 '채무불이행책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판결에서 채무불이행에 대한 재산적 손해를 인정했다.다른 동료나 후배가 30년 동안 승진과 급여 인상이 이뤄지는 동안 쿠시오카는 1975년 수준의 급여를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 생활 자체가 어려워 가족 및 친지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인사고과의 산정 및 평가 승진은 인사권의 행사에 포함되지만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서는 안된다고 확인했다. 토야마 운수는 인사권을 행사하면서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셋째, 토나미운수가 처음 발령받았던 구 교육연수원이 폐쇄되면서 다른 부서로 이동을 제안했지만 합리적이지 않다고 확인했다.실제 쿠시오카에게 이동하라고 요구한 부서는 운송업무를 처리하는데 이전에 담당해보지 않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쿠시오카가 구 교육연수원에서 부서 이동을 거부해 신 교육연수원에서 괴롭힘이 이어졌다는 토나미운수의 변명은 일부 인정했다.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면서 이 주장은 고려했다. 결론적으로 근로계약은 고용주와 근로자 간에 체결한 것이지만 신의성실과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고용주의 인사권은 권리이지만 합리적인 범위에서 행사할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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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비산유국인 우리나라는 1970~80년대 석유화학에 투자를 늘려 관련 산업의 중흥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 등 신흥공업국에서 공급이 확대되면서 업황은 급격하게 나빠졌다.중동국가의 설비 증설이 중단되고 중국에서 중소 규모의 석유화학업체가 파산하며 공급과잉 현상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고 있다. 석유화학업계의 호황이 다시 돌아올지 주목된다.국가정보전략연구소(소장 민진규)와 엠아이앤뉴스(대표 최치환)는 2024년 9월12일부터 SK 이노베이션을 시작으로 극동유화, 미창석유공업, 한국쉘석유, 에쓰오일(S-OIL) 등 5개 석유화학업체의 ESG를 평가했다.◇ 극동유화·미창석유공업은 ESG 경영에 대한 기초 준비마저 부족... 환경 관련 지표 관리 부실석유화학업계는 철강산업과 마찬가지로 석유의 채굴부터 제품의 생산까지 환경파괴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석유는 석탄과 더불어 대표적인 화석연료로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해 지구온난의 주범이다.▲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로 5개 석유화학업체 평가 결과 [출처=iNIS]그럼에도 국냐 석유화학업체의 ESG 경영은 초보단계에도 진입하지 못해 안타깝다. 미국이나 서유업 국가으 투자업체나 금융기관이 요구에 대응하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우선 거버넌평가 대상인 SK이노베이션, 극동유화, 미창석유공업 등 3개 업체 모두 ESG 헌장을 제정하지 않았다. 헌장은 국가의 헌법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므로 반드시 수립해야 한다.ESG 헌장을 제정하지 않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ESG위원회를 구성해 운용하고 있다. 극동유화와 미창석유공업은 ESG위원회에 대한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사외이사의 비율은 SK이노베이션이 62%로 가장 높았고 극동유화와 미창석유공업은 33% 수준에 머룰어 있었다. 사외이사는 경영진의 독단적인 의사결정과 전횡을 막을 수 있는 장칠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여성임원의 비율도 천차만별로 나타났다. SK이노베이션은 3명을 선임해 37%를 점유했지만 극동유화는 0명, 미창석유공업은 자료조차 공개하지 않았다.부채액은 SK이노베이션이 169%로 가장 높았고 극동유화는 101%로 중간을 기록했다. 미창석유공업은 부채비율이 14%로 무시할 수 있는 위험에 속했다.사회는 안전사고는 SK이노베이션에서 나타났지만 극동유화와 미창석유공업은 관련 자료를 찾지 못했다. 안전교육프로그램은 SK이노베이션만 구비하고 있다.ESG교육은 안전교육프로그램과 동일하게 SK이노베이션서만 진행하고 있었다. 극동유화와 미창석유공업은 ESG 헌장도 없을 뿐 더러 ESG위원회도 무시했으므로 ESG교육에 대한 고민이 없다고 봐야 한다.환경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폐기물 발생량 모두 SK이노베이션만 공개했다. 다른 2개 기업은 환경에 관련된 최소한의 지표도 관리하거나 내놓지 않았다.◇ ESG 종합 추진체계 수립해 실천 노력은 호평... 환경이 가장 관리하기 어려움 위험에 속해SK 이노베이션은 ESG 비전으로 ‘Innovate the world with sustainable GROWTH’을 정했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ESG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ESG 종합 추진체계를 수립해 성장(GROWTH)를 통해 이해관계자와 소통할 방침이다.▲ SK 이노베이션의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 평가 결과 [출처=iNIS] 홈페이지에 ESG 경영 헌장은 부재했다. ESG 비전은 잘 정립했는데 경영 헌장을 준비하지 않은 이유를 파악하기 어렵다. 헌장이 국가의 헌법과 같은 존재라는 측면에서 보면 아쉽다.2024년 이사회 구성은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5명, 기타 비상무이사 1명이다. 이사회 구성 비율은 △사내이사 25.0% △사외이사 62.5% △기타 비상무이사 12.5%다.2020년 11월 추락사한 근로자 외에도 2020년 9월과 10월에도 건설 현장 천장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조지아 공장은 사망 근로자 유족의 안전규정 위반행위 지적 외에도 한국인 근로자를 불법 취업시킨 의혹으로 조사받기도 했다.최근 5년간 육아휴직을 사용한 직원 수는 △2019년 60명 △2020년 37명 △2021년 66명 △2022년 89명 △2023년 89명으로 2020년 하향한 이후 증가했다. SK 이노베이션의 공급망 ESG 리스크를 사전 예방하기 위해 구매원 및 협력사를 대상으로 ESG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 내용은 거버넌스 분야의 윤리경영, 정보보호 등이었다.SK 이노베이션은 환경경영정책으로 SHE(안전보건환경) 방침과 환경관리 정책을 수립했다. PDCA(Plan·Do·Check·Act) 환경경영 관리 체계를 바탕으로 영향요인별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개선 활동을 이행한다.최근 5년간 총 직/간접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 1252만tCO2e △2020년 1209만tCO2e △2021년 1121만tCO2e △2022년 1114만tCO2e △2023년 1165만tCO2e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ESG 경영에 대한 의지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아... 거버넌스 개선하지 않으면 지속가능 성장 불가능극동유화는 ESG 경영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며 ESG 경영헌장 및 계획 등이 부재했다. 경영이념은 ‘행복한 미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기업’이다. 경영 비전은 △최고의 제품생산 △최고의 고객만족 △최고의 기업문화을 포함한다.▲ 극동유화의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 평가 결과 [출처=iNIS] 2024년 상반기 기준 극동유화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2명으로 구성됐다. 이사회 내 위원회는 없으며 ESG 운영위원회도 부재했다.2023년 10월 장인우 고진모터스 대표가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회장과 배임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024년 상반기 연결기준 극동유화의 자산 총계는 4792억 원, 부채 총계는 2625억 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2023년 자산 총계는 4300억 원으로 2022년 3530억 원과 비교해 21.79% 증가했다. 2023년 부채 총계는 2161억 원으로 2022년 1477억 원과 대비해 46.28% 상승했다.극동유화가 ESG 경영을 공개적으로 표방하지 않았지만 사회적 가치에 대한 태도를 파악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극동유화의 품질방침은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해 고객을 감동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24년 4월 기공식을 진행한 울산광역시의 수소가스 생산시설에 대해 극동유화는 신설 투자와 향후 운영에 필요한 인력 채용에서 울산 시민을 최우선 고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임직원 대상의 ESG 교육 및 교재는 홈페이지에 부재했다. 직원 대상의 인재육성제도로는 △해외연수 △사내강사제 △성과자관리프로그램 △순환보직 등의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에쓰오일의 최대 협력사인 극동유화는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시장에도 진출할 방침이다. 전략의 일환으로 자회사인 케이디탱크터미널을 통해 친환경 바이오 디젤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환경을 평가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및 폐기물 배출량 등에 관한 자료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공개하지 않았다. 재생에너지 사용량 및 비율, 녹색제품 구매액 및 비율 등에 관한 자료도 없었다.◇ ESG 경영 의지 표명하지 않아... 제도운영 및 경영투명성 부문에서 관리하기 어려움 다수 존재미창석유는 ESG 경영 의지를 표명하지 않았으며 ESG 경영헌장이나 목표 등이 부재했다. ESG 경영을 주도할 ESG 위원회도 없다. 미창석유의 경영방침은 △고객만족 △이익추구 △환경안전으로 정했다. ▲ 미창석유공업의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 평가 결과 [출처=iNIS]사훈은 ‘성실한 자세로 능률의 고도화 세심한 점검에 완전 무결주의 품질을 향상하여 국위를 드높이자’로 밝혔다.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기업윤리에 입각해 고객 만족을 위해 기술 및 제품 품질 연구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제휴 등에 노력할 방침이다.2015년 국정감사에 따르면 미창석유가 사업계획서와 다르게 울산신항 부두 운영을 하지 않아 3년 동안 방치했다. 해양수산부에서 부두 소유권을 상실해 정부에서 제재할 방안이 없어 해수부의 허술한 부두 개발계획이 지적을 받았다.2019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미창과 브리코인터내셔널 2개사에 고무배합유 납품가 담합에 대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51억10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과징금 중 미창은 34억5000만 원, 브리코는 16억6000만 원을 점유했다.2021년 미창석유는 사회공헌 네트워크인 행복얼라이언스와 함께 부산광역시 영도구의 ‘행복두끼 프로젝트’ 사업에 기부금을 전달했다. 미창석유의 본사가 소재한 부산시 영도구의 결식 우려 아동들에 대한 도시락과 식단 지원을 통해 지역사회 상생에 기여하고자 한다. 경영 보고서도 없어 미창석유의 경영 실정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상장기업은 주주, 협력업체, 지역 주민 등에게 경영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함에도 그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미창석유는 일본 최대 정유사인 에네오스와 협력해 쿨런트를 개발할 계획이다. 윤활유의 일종인 쿨런트는 석유 정제나 천연가스 액화, 합성 등으로 만들어지는 비전도성 액체다. 미창석유의 부산·울산 공장에서 쿨런트를 생산해 공급할 예정이다. 이산화탄소 및 폐기물 배출량도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국내 윤활유 시장에서 영업하고 있지만 환경 관련 지표를 공개하지 않는 기업은 드물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정부·기업·기관·단체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협력해 개발한 모델이다. 팔기는 주역의 기본 8괘를 상징하는 깃발, 생태계는 기업이 살아 숨 쉬는 환경을 의미한다. 주역은 자연의 이치로 화합된 우주의 삼라만상을 해석하므로 기업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데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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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5년 영국의 조지 스티븐슨이 세계 최초로 여객용 열차를 운행한 이후 열차는 근대화의 상징으로 불렸다. 철도는 제국주의 침략의 발판이자 자원 수탈의 도구로 활용되면서 200년 동안 영욕의 역사를 이어왔다.동양에서는 서양문물의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일본이 처음 철도를 도입하며 근대화에 박차를 가했다. 우리나라는 1899년 한양과 인천을 연결한 경인선이 개통되며 철도가 주요 교통수단으로 떠올랐다.경인선 이후에도 경부선·경의선·경원선 등이 일제에 의해 부설되며 한반도 동서남북이 철도로 연결됐다. 일반 철도와 함께 대도시 교통망의 주축인 지하철은 1974년 서울특별시에서 1호선이 운영되며 역사가 시작됐다.2022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 현대로템·우진산전·다원시스가 2조4000억 원 규모의 철도차량 입찰을 담합했다고 발표했다. 현대로템의 자진 신고로 드러난 철도차량 담합 사건 관련 내부고발을 분석해 보자.▲ 철도차량 입찰 담합 내부고발 진행 내역 [출처=iNIS] ◇ 현대로템이 업계 리더로 입찰 담합 주도... 하청을 미끼로 경쟁업체를 유인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인 현대로템은 1976년 설립된 현대중공업 철도차량사업부가 모태다. 1999년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벗어나기 위한 정부의 산업재편 정책에 따라 현대정공·대우중공업·한진중공업이 통합해 탄생했다.국내에서 철도차량을 제작하던 3개사가 1개로 줄어들며 사실상 독점사업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후반부터 경전철을 생산하는 우진산전, 열차개조사업이 주력인 다원시스가 열차 제조업에 뛰어들며 위기가 닥쳐왔다.2010년 우진산전이 부산광역시 도시철도 4호선 전동차 입찰에서 승리하자 현대로템은 담합 방안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철도차량 입찰 담합 사건의 진행 과정은 다음과 같다.우선 현대로템은 2013년 경기도 김포시 도시철도 전동차 입찰을 준비하며 우진산전에 하도급을 주기로 합의하며 담합을 요청했다. 이후 2016년까지 코레일·서울교통공사·부산교통공사 등이 진행한 철도차량 입찰 계약 6건을 수주했다.현대로템은 경쟁으로 철도차량 1칸의 가격이 평균 11억6000만 원에서 8억 원대로 떨어지자 가격을 올리기 위한 꼼수를 고안한 것이다.우진산전은 현대로템의 요구에 따라 2회 이상 유찰되면 ‘수의계약’으로 전환되는 입찰은 미응찰, 복수 업체가 필수인 입찰에는 합의된 가격으로 들러리를 서며 호응했다. 우진산전의 입장에서는 전혀 손해볼 일이 없는 협약이다.다음으로 동맹 관계를 구축했던 현대로템과 우진산전의 합의가 파기된 2017년 6월부터 냉각기가 형성됐다가 다시 복원되는 과정이다. 우진산전이 낙찰받기로 합의한 진접선 50량 입찰을 현대로템이 수주하며 양사의 신뢰가 깨졌다.1칸당 차량 가격은 2012년 신분당선 입찰에서 14억9000만 원이었지만 2018년 서울지하철 2·3호선 입찰에서 7억2000만 원까지 떨어졌다. 양사는 출혈경쟁을 지양해 수익성을 확보해야 할 처지로 내몰렸다.2019년 발주된 5건은 현대로템이 3건, 우진산전이 1건, 다원시스가 1건을 각각 할당받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전체 계약금액은 1조8101억 원에 달했다. 3사의 담합은 2019년 12월 진행된 수도권 급행철도(GTX)-A노선까지 이어졌다.마지막으로 담합을 주도했던 현대로템의 경영진이 교체되면서 표면적으로 업계의 밀월관계는 종료됐다. 2020년 1월 교체된 현대로템의 대표이사와 철도사업본부장은 담합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현대로템은 공정위에 담합을 자백해 323억600만 원의 과징금을 면제받았다.하지만 공정위는 현대로템을 검찰에 고발했으며 조달청은 6개월간 입찰 참가자격 제한조치를 내렸다. 이에 대해 현대로템 등은 입찰 제한조치에 대해 행정소송, 우진산전·다원시스는 과징금 부과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 텔레그램 등 수사기관 영향력 벗어날 수단 활용... 외국업체 진입 허용해 경쟁체제 구축해야철도차량의 수요자가 중앙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기 때문에 담합으로 인한 피해는 최종적으로 국민에게 돌아간다. 세금으로 더 비싸게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현대정공·대우중공업·한진중공업은 현대로템으로 통합되기 이전에도 담합으로 입찰가격을 높여 과징금을 여러 차례 부과받았다. 현대로템의 철도차량 입찰 내부고발이 주는 사회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첫째, 공정거래법상 담합행위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담합을 위한 합의서를 체결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현대로템과 우진산전은 2013년 2월7일 ‘김포 경전철 프로젝트 합의서’를 체결했다.합의서에 ‘전체 프로젝트 수주는 로템이 하고 우진에 하도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공정위조차도 폐쇄적인 시장이기 때문에 담합 사실을 적발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하지만 발주업체가 입찰과정이나 업계 동향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조금만 기울였다면 충분히 적발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쉽다. 공정위 퇴직자도 다양한 기업이나 단체에 낙하산으로 취업해야 하기 때문에 감독을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둘째, 현대로템이 업계의 선도업체로 담합을 주도하며 텔레그램(Telegram)과 같은 비밀통신 수단을 활용해 국내 수사기관의 취약점이 드러났다. 국내용 메신저인 카톡과는 차이가 크다.담합에 참여한 관계자들은 업체명도 R(로템)·W(우진)·D(다원)와 같은 이니셜로 지칭하며 보안을 유지했다. 다원시스에서 현대로템의 대외비 문건이 발견됐을 정도로 밀착 관계는 깊었다.러시아 출신이 개발한 텔레그램은 해외에 서버가 있어 국내 수사기관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해 은밀한 대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활용한다.무차별 수색영장 집행이 일상화되면서 이른바 ‘사이버 망명’의 성지로 부상했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검사, 경찰관 등 수사기관 직원조차도 비밀유지를 목적으로 텔레그램을 애용한다.셋째, 우리나라 공공기관이 가격을 중시하는 입찰시스템을 유지하면서 담합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철도차량의 수출은 중국의 저가정책과 일본·독일·프랑스의 기술력에 밀려 해외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해 국내시장에 대한 의존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공공기관 입장에서 저가낙찰은 단기적으로 도입 예산을 줄여주지만 장기적으로 생태계를 파괴시켜 유지·관리비용을 높인다.고속도로나 일반도로를 불문하고 건설보다 유지·관리에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된다. 제조업체의 담합을 방지하려면 가격뿐만 아니라 기술·품질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입찰이 보장돼야 한다.넷째, 국내시장이 협소하고 독과점이 형성된 산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암묵적 담합이 일상화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이동통신·정유·은행·보험·제과·식음료·가전 등은 3~5개 이내의 대기업이 시장을 주도하는 구도가 유지되면서 경쟁이 사라졌다. 시장경제에서 독점의 폐해는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국가철도공단은 철도공단 입찰특별유의서에 따라 약 471억 원의 손해배상액을 징수할 계획이다. 정상 금액의 평균낙착률과 계약서상의 손해배상 규정을 적용할 방침이다.철도차량 제조업체에 대해 슈퍼 ‘갑’의 지위를 가진 국가철도공단은 손해배상을 받겠지만 정부가 사실상 독과점을 방치한 산업의 소비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다섯째, 국내업체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외국기업의 국내시장 진입을 과도하게 제한하면 결국 피해는 전부 국가와 국민에게 전가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은행시장도 씨티은행·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 외국계 은행이 발을 빼면서 5대 대형 은행의 과도한 예대마진과 고무줄 이자율이 공분의 대상으로 전락했다.급기야 운석열 대통령까지 나서서 은행의 탐욕스러운 이자 장사를 질타했지만 바뀔 가능성은 낮다. 관치금융이 판치는 국내에 진출할 외국 금융기관이 많지 않아 이미 형성된 시장 구도가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교훈을 얻지 못한 관료가 문제다. 기획재정부나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도 관리감독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iNIS]*칼럼 내용 문의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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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철강은 건설·자동차·조선산업을 뒷받침하므로 국가의 기간산업에 해당된다. 철광석을 용광로에서 녹여 철강을 생산하려면 이산화탄소(CO₂)를 많이 배출해 이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전기로가 떠오르고 있다. 철강을 생산하면서도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다.전기로는 철스크랩이라고 부르는 고철을 녹여 봉형강을 생산한다. 봉형강은 주로 건설현장에서 사용되는 철근·형강·H형강을 말한다. 국내에서 전기로를 가동하는 제강사는 현대제철·동국제강·대한제강·와이케이스틸·한국제강·한국철강·한국특수형강 등이 있다.2021년 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7개 제강사가 2010~2018년 동안 철스크랩 구매 가격을 담합했다며 3000억83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철스크랩은 국내 수요량보다 공급량이 부족해 업체가 경쟁하면 가격이 인상될 여지가 많다. 철스크랩 가격 담합을 드러낸 내부고발을 분석해 보자. ▲ 철스그랩 가격 담합 내부고발 진행 내역 [출처=iNIS]◇ 담당자 수준에서 은밀하게 담합해 적발 애로... 영남권에서 출발해 경인권으로 확대철스크랩은 2009년 KS인증제가 도입돼 두께·길이·너비 등의 치수와 발생원별로 총 25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2021년 기준 국내 철스크랩 시장 규모는 2737만7000톤(t)이며 제강사가 국내에서 구매하는 물량은 1806만4000t에 달한다.전국에 산재한 6000여 개 고물상에서 고철을 수집해 중간 수집상에게 넘기면 이들 업체가 제강사에 공급할 권한을 가진 납품업체에 판매한다.300여 개에 달하는 납품업체가 7개의 제강사에 공급하기 위해 경쟁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제강사가 스크랩을 충분하게 확보하기 위한 유인을 제공해야 하는 처지다.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시장 점유율이 50% 수준이며 7개 제강사까지 포함하면 70%대 초반에 달한다. 따라서 7개 제강사가 가격을 정하면 자연스럽게 시장 가격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담합에 대한 유혹이 강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내부고발의 진행 과정을 정리해 보자.우선 공정위 부산사무소는 2016년 4월 영남권 제강사를 대상으로 2015년 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철스스랩 가격이 인위적으로 결정된다는 의심을 갖고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증거를 충분하게 확보하지 못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하지만 영남권 뿐 아니라 경인권 제강사까지 담합을 했다는 제보를 받고 공정위 본부 차원에서 조사를 다시 시작해 담합 사실을 확인했다. 1차 조사도 내부고발을 기초로 진행했지만 구체성이 부족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다음으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담합을 실행하기 위해 진행한 모임에 관한 내용은 관계자들의 업무수첩에 기재돼 있었다.공정위의 조사결과를 보면 신분이 드러나지 않은 내부고발자도 회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공정위에 제출했을 가능성이 높다.영남권 7개 제강사의 철스크랩 구매팀장들은 2010년 6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총 120회의 모임을 가졌다. 구매가격을 조정하기 위한 목적이다.2016년 공정위 부산사무소가 조사를 시작한 이후에는 모임을 자제하고 기준가격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2018년 2월까지 담합 관계를 유지했다.경인권 2개 제강사의 철스크랩 구매팀장들은 2010년 2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총 35회의 모임을 통해 담합을 실행했다.영남권 제강사보다는 담합 기간이 2년 정도 짧았다. 경인권에 있는 세아베스틸, 케이지동부제철, 환경철강공업은 담합에 가담했다는 증거가 없어서 제외됐다.마지막으로 담합을 주도한 7개 제강사 철스크랩 구매팀장들은 담합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담합이 공정거래법 제19조 ‘부당한 공공행위의 금지’에 해당된다는 것을 알고도 추진했다는 것을 반증한다.구매팀장들은 회사 상급자에게도 모임에 대해 보고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음식점을 예약할 때도 가명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지출 내역이 추적되는 법인카드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현금으로만 식사비를 결제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모임 결과를 공식 문서로 작성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공유했다. ◇ 포상금 대폭 증액해 내부고발 장려 필요... 형식적인 교육과 기존 감사시스템은 무용지물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인구가 많지 않은 국가라 정유·통신·금융·가전 등에서 소수 업체의 독과점이 심각해 소비자의 권리가 침해당하고 있다.특정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은 학연·지연·혈연 등으로 연결돼 있어서 은밀한 담합이 장기간 지속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철스크랩 가격 담합에 대한 내부고발이 주는 사회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첫째, 일반적으로 공급업체가 담합을 주도하지만 수요업체가 대기업이라면 정보격차(Digital divide)를 악용해 담합을 시도할 수 있다.철스크랩을 수집해 판매하는 고물상은 영세해 국제 철스크랩 가격이나 시장 동향에 관한 정보를 확보하기 어렵다. 대기업이 제시하는 매입가격이 적정한 수준인지 판단할 수 없다.국제 철스크랩 가격은 2020년 200달러/t이었지만 현재는 400달러/t를 넘어섰다. 철스크랩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국제가격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주요 제강사가 매입가격을 인하하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가 전기로를 확대하며 철스크랩 가격은 오를 가능성이 높다.둘째, 공정위가 기업의 부정행위에 대한 적발을 늘리려면 포상금 기준을 수정해야 한다. 현재 포상금은 과징금이 50억 원까지는 10%, 50~200억 원은 5%, 200억 원 이상은 5%로 기본금이 정해져 있다. 제보자가 제출한 증거의 수준을 4단계로 구분해 기본액 한도 내에서 일정 금액을 지급한다.이번 사건에서 부과한 과징금은 3000억 원이 넘었는데 포상금은 20억5000만 원으로 0.68%에 불과하다. 포상금이 직장인의 급여를 기준으로 보면 많지만 기본금 기준인 5%만 적용해도 150억 원이 넘는다.자신이 몸을 담고 있는 기업에서 퇴출되고 사회적 냉대를 감수한 내부고발 위험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셋째, 시정조치가 향후 행위 금지 명령, 정보교환 금지 명령, 교육명령 등으로 요식적이라 기대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유사한 담합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고경영자, 철스크랩 구매부서 임직원에 대해 공정거래법 관련 교육을 실시하도록 한 것도 효과가 의심스럽다.교육의 내용과 시간, 교육 대상자의 이해도 측정 등에 관한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적용해야 한다. 형식적인 교육과 명령만으로 부정행위를 중단하겠다고 각오를 다질 직장인은 많지 않다.특히 부정행위로 얻을 이익이 크고 발각될 가능성이 낮다면 유혹은 더욱 커진다. 기존의 형식적인 교육으로 시정될 가능성은 매우 낮으므로 효율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iNIS]*칼럼 내용 문의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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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창석유공업은 1962년 설립된 윤활유 전문 기업이다. 산업용 윤활유가 주종으로 제품의 고급화 및 특수유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중견사다.2023년 기준 주요 제품의 매출 비중은 96.1%로 고무배합유, 전기절연유, 윤활유 등을 생산하고 있다. 2023년 국내 윤활유 시장 점유율은 8.4%로 집계됐다. 미창석유공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현황을 진단하기 위해 홈페이지, 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 데이터베이스(DB), 국정감사·감사원·사법기관 자료, 각종 제보 등을 참조했다.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며 개발된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을 적용해 의 ESG 경영 현황을 진단해봤다. ▲ 미창석유공업의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 평가 결과 [출처=iNIS]◇ ESG 경영 의지 표명하지 않아... 2023년 부채액 514억 원으로 부채 비율 14.08%미창석유는 ESG 경영 의지를 표명하지 않았으며 ESG 경영헌장이나 목표 등이 부재했다. ESG 경영을 주도할 ESG 위원회도 없다. 미창석유의 경영방침은 △고객만족 △이익추구 △환경안전으로 정했다.사훈은 ‘성실한 자세로 능률의 고도화 세심한 점검에 완전 무결주의 품질을 향상하여 국위를 드높이자’로 밝혔다.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기업윤리에 입각해 고객 만족을 위해 기술 및 제품 품질 연구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제휴 등에 노력할 방침이다.2024년 3월 기준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2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상근감사 1명, 등기임원으로 구성된다. 이사회 내에 설치된 위원회는 없다. 사외이사에 대한 교육은 실시되지 않았으며 필요시 진행한다고 밝혔다.2023년 12월 기준 대표이사인 유재순의 지분율은 25.84%로 가장 높다. 대표이사를 포함한 최대 주주의 지분율은 총 40.24%로 대표이사의 배우자인 최명희가 10.50%, 자녀인 유지유가 1.84%, 유승수가 2.06%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미창석유는 2015년 12월 정일스톨트헤븐울산에 울산시 부두접안 시설과 그 외 부속설비 일체를 390억 원에 처분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2015년 국정감사에 따르면 미창석유가 사업계획서와 다르게 울산신항 부두 운영을 하지 않아 3년 동안 방치했다. 해양수산부에서 부두 소유권을 상실해 정부에서 제재할 방안이 없어 해수부의 허술한 부두 개발계획이 지적을 받았다.울산지방해양수산청은 2005년 민간자본 유입을 통한 물동량 창출을 목적으로 울산신항 3번 신석의 액체화학부두를 개발할 사업 시행자를 모집했다.시행자로 선정된 미창석유는 300억 원을 투자해 하부시설 조성은 마쳤으나 당초 계획에 포함된 상부시설 공사는 경영상 이유로 지연했다.2023년 연결기준 미창석유의 매출액은 4092억 원으로 2021년 4063억 원과 비교해 0.71%로 근소하게 증가했다. 2024년 2분기 매출액은 1174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당기순이익은 476억 원으로 2021년 331억 원과 대비해 43.81% 상승했다.2023년 자본총계는 3649억 원으로 2021년 3020억 원과 비교해 20.83% 증가했다. 2023년 부채 총계는 514억 원으로 2021년 456억 원과 대비해 12.72% 상승했다. 2023년 부채비율은 14.08%로 2021년 15.11%와 비교해 하향됐다. ◇ 고무배합유 납품가 담합으로 과징금 부과... 사회공헌 프로젝트에 기부금 전달2019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미창과 브리코인터내셔널 2개사에 고무배합유 납품가 담합에 대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51억10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과징금 중 미창은 34억5000만 원, 브리코는 16억6000만 원을 점유했다.해당 2개 사는 금호석유화학에 고무배합유인 TDAE 오일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2011년 11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총 13회에 걸쳐 사전에 견적가격을 합의했다.금호석유화학이 견적가격이 더 낮은 순으로 더 많은 물량을 배분했다. 담합으로 미창은 5회, 브리코는 6회 금호석유화학의 분기별 1순위자가 되어 물량을 배분받은 것으로 조사됐다.미창석유는 품질 경영시스템 인증서와 환경경영시스템 인증서 등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품질 경영의 목표나 방침 등은 밝히지 않았다. 2017년 말 기준 미창석유의 부산과 울산 공장의 연간 표준 생산능력은 총 46만9000메트릭톤(MT)으로 집계됐다.2021년 미창석유는 사회공헌 네트워크인 행복얼라이언스와 함께 부산광역시 영도구의 ‘행복두끼 프로젝트’ 사업에 기부금을 전달했다. 미창석유의 본사가 소재한 부산시 영도구의 결식 우려 아동들에 대한 도시락과 식단 지원을 통해 지역사회 상생에 기여하고자 한다.미창석유는 2020년 8월 행복얼라이언스와 복지 사각지대 아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도시락 지원을 위한 후원금과 함께 사회적 기업인 행복도시락 센터에 윤활유 4종도 지원했다.ESG 경영 의지를 밝히지 않으며 ESG 교육도 진행하지 않았다. 극동유화와 달리 홈페이지에 정기공시 자료 등이 부재했으며 결산공고만 공개됐다.경영 보고서도 없어 미창석유의 경영 실정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상장기업은 주주, 협력업체, 지역 주민 등에게 경영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함에도 그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쿨런트 개발 및 생산으로 액침냉각 사업 추진... 환경 관련 다양한 지표 공개하지 않아2024년 7월 미창석유는 국내 액침냉각솔루션 기업인 데이터빈과 협력 관계를 맺으며 액침냉각 사업을 추진한다.데이터빈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방식으로 미창석유로부터 15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는다. 액침냉각 시스템에는 미창석유에서 생산하는 쿨런트를 활용할 계획이다.미창석유는 일본 최대 정유사인 에네오스와 협력해 쿨런트를 개발할 계획이다. 윤활유의 일종인 쿨런트는 석유 정제나 천연가스 액화, 합성 등으로 만들어지는 비전도성 액체다. 미창석유의 부산·울산 공장에서 쿨런트를 생산해 공급할 예정이다.다른 경영정보와 마찬가지로 환경 관련 정보는 찾아보기 어렵다. 환경방침이나 목표도 없으며 환경경영시스템 인증서만 공개했다.이산화탄소 및 폐기물 배출량도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국내 윤활유 시장에서 영업하고 있지만 환경 관련 지표를 공개하지 않는 기업은 드물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ESG 경영에 대한 확고한 의지 보이지 않아... 지속가능 성장 기반 구축하려면 ESG 도입 필수△거버넌스(Governance·지배구조)=거버넌스는 ESG 경영에 대한 의지를 밝히지 않아 받아들이기 어려운 위험이 많았다. ESG 헌장을 제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위원회도 구성하지 않았다.울산 신항의 부두 운영을 3년 간이나 방치했으며 이사회의 사외이사도 2명에 불과했다. 본사업보다 다양한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사회(Social)=사회는 고무배합유 남품가를 담함했으며 소비자를 위한 품질경영 목표나 방침도 없다. 다만 품질경영시스템 인증서는 공개해 최소한의 이해관계자 배려 노력은 엿보인다.ESG 교육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으며 경영보고서도 없다. 국내 윤활유시장에서 큰 변화 없는 경영을 추구하고 있지만 ESG 경영을 진행하지 않는다면 지속가능 성장의 기반을 구축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환경(Environment)=환경은 환경경영시스템 인증서는 공개했지만 환경경영 방침은 없다. ESG에서 환경을 매우 중시하는 글로벌 기업의 경영을 벤치마킹해 환경경영 목표를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정부·기업·기관·단체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협력해 개발한 모델이다. 팔기는 주역의 기본 8괘를 상징하는 깃발, 생태계는 기업이 살아 숨 쉬는 환경을 의미한다. 주역은 자연의 이치로 화합된 우주의 삼라만상을 해석하므로 기업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데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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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내세운 전쟁의 명분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는 것을 막는다는 논리였다.1991년 소비에트연방공화국이 붕괴된 직후 동유럽 공산권 국가와 결성한 바르샤바조약기구가 해체되며 동유럽에서 힘의 공백이 생겼다. 엄밀하게 살펴 보면 나토의 동진이 러-우 전쟁의 단초를 제공한 셈이다.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망하며 한반도에 진주한 미군은 군정기와 6·25 전쟁이 종료된 후에도 계속 주둔하고 있다. 1953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법적인 근거다.70년 전인 1953년이나 2024년 현재에도 러시아의 극동 군사력 증강, 중국의 한반도 영향력 확대, 일본의 군사 재무장 등 한반도 안보를 위협하는 요소가 사라지지 않았다.국내 정유사들이 2005년 4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주한미군이 사용하는 유류를 공급하면서 담합한 사례가 내부고발로 드러났다.낙찰 예정자와 투찰 가격을 사전에 합의하는 방식이 동원됐다. 주한미군에 유류를 공급하는 입찰에서 국내 4대 정유사가 담합한 사건을 분석해 보자. ▲ 주한미군 유류입찰 담합에 대한 내부고발 진행 내역 [출처=iNIS]◇ 10년간 담합해 1000억 원 이익 실현... GS 칼텍스 직원이 내부 고발자로 밝혀져2020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주한미군용 유류공급을 담합한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지어신코리아, ㈜한진 등 6개 업체에 시정명령을 내렸다.미국 법무부가 이들 업체에 민사 배상금 2300억 원, 형사벌금 1700억 원을 부과한 것에 대한 사후 조치다. 주한미군 유류 납품 담합에 관한 내부고발의 진행 과정을 정리해 보자.우선 남품업자의 담합은 주한미군이 2005년부터 유류공급 입찰에서 납품 지역 유류탱크의 잔고를 40% 이상으로 유지 및 관리하라는 의무를 도입하며 시작됐다.다수 지역에 위치한 유류탱크의 잔고를 수시로 확인하고 충전하기 위해서는 계약기간 동안 소요되는 유지관리비를 추정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납품업체들이 입찰 시점에 유지관리비를 산정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지역을 배분하기로 합의한 이유다. 업체 담당자들이 모여 공급가격과 계약이행 방안을 논의했다.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조달본부가 입찰을 진행하기 때문에 국내 사정을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도 작용했다.다음으로 미국 국방조달본부가 진행한 3차례 정기입찰과 추가입찰에서 담합이 실행됐다. 정기 입찰은 2005·2008·2013년 3회, 추가 입찰은 2006·2011년 2회가 진행됐다. 입찰 과정에서 공급 물량과 납품 지역은 내수시장 점유율 등을 고려해 균등하게 배분했다.업체들은 사전에 합의한 내용대로 입찰에 참여해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계약기간은 3~4년으로 길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미국 법무부는 한국 업체들이 담합해 주한미군이 10여 년 동안 US$ 1억 달러 이상의 비용을 추가 지급했다고 주장했다.마지막으로 2014년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한국 국적의 내부고발자의 제보를 토대로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이 수사를 진행해 진실을 밝히는 과정이다.FBI는 미국 정부와 거래하는 전 세계 모든 기업과 개인을 대상으로 부정행위를 조사하며 주한미군 유류 입찰 담합 사건도 담당했다.미국 연방 검찰에 따르면 내부고발자는 GS칼텍스 직원이며 GS칼텍스는 내부고발 사실을 파악해 담합 증거를 은폐하려 시도했다.또한 GS칼텍스는 제보자가 미국 검찰에 증언하지 못하도록 협박했으며 돈으로 회유하려 시도했다. 법무부가 GS칼텍스에게 형사 벌금을 가장 많이 부과한 이유다.내부고발자의 제보를 기반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담당자의 모임 일시 및 장소, 참석자, 토의 내용 등 내부자가 아니면 파악하기 어려운 사실이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미국 법무부가 처음 조사결과를 발표했을 때 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스오일 등이 반발했다가 수긍한 것도 발뺌하기 어려운 증거가 많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 담합행위로 이익금보다 4배 이상 손실액 발생...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및 징벌적 손해배상금 부과 필요미국 법무부가 국내 정유업체의 담합 사실을 발표한 2018년 11월은 미국 정부와 우리나라 정부가 주한미군 주둔비용에 대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던 시기였다.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하며 분담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한미군 유류 담합 사건의 내부고발이 주는 사회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첫째, 미국은 한국과 달리 담합에 대해 엄격하게 처벌한다는 점이다. 담합에 참여한 6개 업체가 10년간 올린 매출액은 약 7500억 원인데 벌금과 민사합의금으로 4000억 원 이상 냈다.미국은 담합한 회사가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면 처벌을 합의해주는 플리바게닝 제도를 운영하지만 벌금은 담합해 올린 매출액의 20%를 넘는다.반면에 2018년 당시 한국은 공정거래법에서 담합 과징금의 한도를 관련 매출의 10%로 정해 최대 750억 원 정도만 내면 해결할 수 있다.담합에 따른 피해 범위, 부당이득의 규모, 담합에 이르게 된 사유 등을 고려하지만 10%보다 낮은 3~5% 정도로 결정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2021년 담합 과징금은 매출액의 20%로 상향 조정됐다.둘째, 미국 정부와 합의한 형사 벌금은 1700억 원인데 민사배상금은 2300억 원으로 더 많아 담합으로 얻은 이익금을 전부 토해내도 충당이 불가능하다. 법무부가 형사소송을 시작하면 피해자도 민사소송으로 피해복구를 위한 노력을 진행한다.미국은 기업의 반독점 행위를 제재하기 위해 1890년 셔먼법(Sherman Act)과 1914년 클레이튼법(Clayton Act)을 제정했다.클레이튼법에 따르면 반독점 행위로 입은 피해의 손해배상 한도가 3배에 달한다. 민사배상금이 이익보다 2배 이상 많았던 이유다. 한국은 민사배상금도 미국에 비하면 쥐꼬리 수준에 불과하다.셋째, 미국은 법무부가 직접 기소를 결정하고 벌금도 부과하지만 한국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행정적 제재인 과징금을 산정한다.미국의 법무부는 기업의 담합 사건을 직접 수사해 기소한다. 유류 담합 사건에서 피해자가 미국 정부였기 때문에 법무부가 민사와 형사소송을 모두 담당했다.1980년 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담합을 적발했다고 하더라도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이른바 전속고발권인데 2018년 사회적 비난이 큰 가격담합입찰담합 등 부당한 공동행위(경성담합)에 한해 폐지할 계획이었지만 무산됐다.수사능력이 부족한 공정위가 암묵적으로 행해진 담합까지 밝혀내지 못하면서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담합은 형사 처벌보다 과징금을 높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지적도 있다.공정위가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재벌의 비위나 맞추며 처벌 수위를 낮춘다면 담합과 같은 불공정행위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iNIS]*칼럼 내용 문의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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