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내부고발과 경영혁신] 37. 해외 내부고발 사례연구-일본 토나미운수... 근로자에 대한 인사권 범위 제한
운수회사의 담합행위 제보했지만 27년 간 인사상 불이익 받아... 인사명령을 거부하면 손해배상 산정 불리해
1867년 메이지유신이 단행되기 이전의 일본은 폐쇄된 섬나라로 신분제가 철저했을 뿐 아니라 거주이전의 자유가 제한됐다. 대대로 한 지역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웃과 원활한 인간관계 형성은 필수적이다.
이른바 '이지메(왕따)'가 은밀하고도 체계적으로 실행된 국가 중 하나도 일본이다.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이 찍하면 일상생활조차 영위하기 힘든 구조다.
2005년 2월23일 일본 토야마(富山) 지방법원은 토나미운수(トナミ運輸) 사건에 대해 원고인 쿠시오카 히로아키(串岡 弘昭)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 30년 동안 이어져온 쿠시오카의 내부고발 과정을 살펴보자.
▲ 일본 토나미운수의 내부고발 진행 내역 [출처=국가정보전략연구소(iNIS)]
◇ 운수회사의 담합행위 제보했지만 27년 간 인사상 불이익 받아... 30년 만에 보상받았지만 인생 파괴
1946년 생인 쿠시오카는 일본 명문대학인 메이지가쿠인대(明治学院大学)에서 장학생으로 학교를 다녔다. 대학에서 독점금지법 등을 공부했다.
독점금지법은 사적 독점을 금지하고 공정거래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 1973년 토나미운수에 간부후보생으로 입사했다.
쿠시오카는 토나미운수를 포함한 대형 운수회사들이 고액의 운임을 유지하고 고객유치를 위해 경쟁을 금지하는 등 불법 담합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1975년 공정거래위원회와 언론에 운수회사의 담합행위에 대해 고발했다. 쿠시오카는 내부고발을 하는 것이 토나미운수의 장기적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여느 내부고발자와 달리 쿠시오카는 상사를 찾아가 자신이 내부고발자라는 사실을 밝혔다. 내부고발 사정을 파악한 인사부서장은 1주일 정도 '구 교육연수원'에서 근무하라고 제안했다.
내부고발로 운수회사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가중됐을 뿐 아니라 회사도 난처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쿠시오카는 인사명령을 받아들였다.
교육연수원에서 그가 맡은 업무는 풀 뽑기, 식당 설거지, 방 청소, 눈 쓸기 등으로 다양했다. 회사는 수차례 퇴직을 강요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자 쿠시오카의 형이나 어머니를 찾아가 사직을 권유해달라고 요청했다.
회사는 잡무를 맡기는 것도 모잘라 2001년 소송을 제기할 때까지 급여나 승진에서 쿠시오카를 제외했다. 교육연수원에 발령받았을 당시와 비슷한 급여로 생활하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2001년 쿠시오카는 내부고발에 대한 승진 누락, 부당업무 지시, 인격 무시 등 불법행위에 대해 총 5400만 엔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금액은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 1000만 엔, 임금 격차 상당액의 손해배상 3970만 엔, 소송비용 430만 엔 등으로 구성됐다.
2005년 2얼23일 토야마 지방법원은 쿠시오카의 내부고발이 정당하다고 판단하며 토나미운수에게 1370만 엔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위자료 200만 엔, 재산적 손해 약 1047만 엔, 소송비용 100만 엔 등이다.
내부고발을 단행한지 30년 만에 받은 결론이다. 쿠시오카는 2006년 가을 토나미운수에서 정년 퇴임했다. 장래가 촉망받던 청년의 인생은 내부고발로 송두리째 붕괴됐다.
일본 정부는 2004년 6월18일 내부고발을 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공익통보자보호법(公益通報者保護法)을 제정해 2006년부터 시행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내부고발자를 보호할 최소한의 장치는 마련한 셈이다.
◇ 고용주의 인사권은 합리적인 범위에서 행사해야... 인사명령을 거부하면 손해배상 산정 불리해
2004년 공익통보자보호법이 시행됐지만 2009년 소비자청이 발족하기 전까지는 후생노동성에서 내부고발을 담당했다. 쿠시오카의 내부고발이 주는 사회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정거래위원회에 내부고발을 제기했지만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 내부고발이 언론에 보도되고 쿠시오카가 회사에서 보복성 인사를 경험했지만 정부기관은 방치했다.
실제 토야마 지방법원은 토나미운수의 인사가 합리적인 목적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퇴사를 유도하기 위해 각종 잡무를 시킨 것은 보복성 성격의 괴롭힘 행위라고 인정했다.
사용자와 노동자는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유지하지만 인사권은 공정하게 행사돼야 한다고 봤다. 사용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합리적인 범위에서 인사권을 행사할 의무가 있다.
둘째, 토나미운수가 쿠시오카를 승진에서 누락하고 급여를 인상해주지 않은 것은 '채무불이행책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판결에서 채무불이행에 대한 재산적 손해를 인정했다.
다른 동료나 후배가 30년 동안 승진과 급여 인상이 이뤄지는 동안 쿠시오카는 1975년 수준의 급여를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 생활 자체가 어려워 가족 및 친지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인사고과의 산정 및 평가 승진은 인사권의 행사에 포함되지만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서는 안된다고 확인했다. 토야마 운수는 인사권을 행사하면서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셋째, 토나미운수가 처음 발령받았던 구 교육연수원이 폐쇄되면서 다른 부서로 이동을 제안했지만 합리적이지 않다고 확인했다.
실제 쿠시오카에게 이동하라고 요구한 부서는 운송업무를 처리하는데 이전에 담당해보지 않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쿠시오카가 구 교육연수원에서 부서 이동을 거부해 신 교육연수원에서 괴롭힘이 이어졌다는 토나미운수의 변명은 일부 인정했다.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면서 이 주장은 고려했다.
결론적으로 근로계약은 고용주와 근로자 간에 체결한 것이지만 신의성실과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고용주의 인사권은 권리이지만 합리적인 범위에서 행사할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 계속 -
이른바 '이지메(왕따)'가 은밀하고도 체계적으로 실행된 국가 중 하나도 일본이다.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이 찍하면 일상생활조차 영위하기 힘든 구조다.
2005년 2월23일 일본 토야마(富山) 지방법원은 토나미운수(トナミ運輸) 사건에 대해 원고인 쿠시오카 히로아키(串岡 弘昭)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 30년 동안 이어져온 쿠시오카의 내부고발 과정을 살펴보자.
▲ 일본 토나미운수의 내부고발 진행 내역 [출처=국가정보전략연구소(iNIS)]
◇ 운수회사의 담합행위 제보했지만 27년 간 인사상 불이익 받아... 30년 만에 보상받았지만 인생 파괴
1946년 생인 쿠시오카는 일본 명문대학인 메이지가쿠인대(明治学院大学)에서 장학생으로 학교를 다녔다. 대학에서 독점금지법 등을 공부했다.
독점금지법은 사적 독점을 금지하고 공정거래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 1973년 토나미운수에 간부후보생으로 입사했다.
쿠시오카는 토나미운수를 포함한 대형 운수회사들이 고액의 운임을 유지하고 고객유치를 위해 경쟁을 금지하는 등 불법 담합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1975년 공정거래위원회와 언론에 운수회사의 담합행위에 대해 고발했다. 쿠시오카는 내부고발을 하는 것이 토나미운수의 장기적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여느 내부고발자와 달리 쿠시오카는 상사를 찾아가 자신이 내부고발자라는 사실을 밝혔다. 내부고발 사정을 파악한 인사부서장은 1주일 정도 '구 교육연수원'에서 근무하라고 제안했다.
내부고발로 운수회사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가중됐을 뿐 아니라 회사도 난처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쿠시오카는 인사명령을 받아들였다.
교육연수원에서 그가 맡은 업무는 풀 뽑기, 식당 설거지, 방 청소, 눈 쓸기 등으로 다양했다. 회사는 수차례 퇴직을 강요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자 쿠시오카의 형이나 어머니를 찾아가 사직을 권유해달라고 요청했다.
회사는 잡무를 맡기는 것도 모잘라 2001년 소송을 제기할 때까지 급여나 승진에서 쿠시오카를 제외했다. 교육연수원에 발령받았을 당시와 비슷한 급여로 생활하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2001년 쿠시오카는 내부고발에 대한 승진 누락, 부당업무 지시, 인격 무시 등 불법행위에 대해 총 5400만 엔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금액은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 1000만 엔, 임금 격차 상당액의 손해배상 3970만 엔, 소송비용 430만 엔 등으로 구성됐다.
2005년 2얼23일 토야마 지방법원은 쿠시오카의 내부고발이 정당하다고 판단하며 토나미운수에게 1370만 엔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위자료 200만 엔, 재산적 손해 약 1047만 엔, 소송비용 100만 엔 등이다.
내부고발을 단행한지 30년 만에 받은 결론이다. 쿠시오카는 2006년 가을 토나미운수에서 정년 퇴임했다. 장래가 촉망받던 청년의 인생은 내부고발로 송두리째 붕괴됐다.
일본 정부는 2004년 6월18일 내부고발을 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공익통보자보호법(公益通報者保護法)을 제정해 2006년부터 시행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내부고발자를 보호할 최소한의 장치는 마련한 셈이다.
◇ 고용주의 인사권은 합리적인 범위에서 행사해야... 인사명령을 거부하면 손해배상 산정 불리해
2004년 공익통보자보호법이 시행됐지만 2009년 소비자청이 발족하기 전까지는 후생노동성에서 내부고발을 담당했다. 쿠시오카의 내부고발이 주는 사회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정거래위원회에 내부고발을 제기했지만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 내부고발이 언론에 보도되고 쿠시오카가 회사에서 보복성 인사를 경험했지만 정부기관은 방치했다.
실제 토야마 지방법원은 토나미운수의 인사가 합리적인 목적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퇴사를 유도하기 위해 각종 잡무를 시킨 것은 보복성 성격의 괴롭힘 행위라고 인정했다.
사용자와 노동자는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유지하지만 인사권은 공정하게 행사돼야 한다고 봤다. 사용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합리적인 범위에서 인사권을 행사할 의무가 있다.
둘째, 토나미운수가 쿠시오카를 승진에서 누락하고 급여를 인상해주지 않은 것은 '채무불이행책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판결에서 채무불이행에 대한 재산적 손해를 인정했다.
다른 동료나 후배가 30년 동안 승진과 급여 인상이 이뤄지는 동안 쿠시오카는 1975년 수준의 급여를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 생활 자체가 어려워 가족 및 친지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인사고과의 산정 및 평가 승진은 인사권의 행사에 포함되지만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서는 안된다고 확인했다. 토야마 운수는 인사권을 행사하면서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셋째, 토나미운수가 처음 발령받았던 구 교육연수원이 폐쇄되면서 다른 부서로 이동을 제안했지만 합리적이지 않다고 확인했다.
실제 쿠시오카에게 이동하라고 요구한 부서는 운송업무를 처리하는데 이전에 담당해보지 않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쿠시오카가 구 교육연수원에서 부서 이동을 거부해 신 교육연수원에서 괴롭힘이 이어졌다는 토나미운수의 변명은 일부 인정했다.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면서 이 주장은 고려했다.
결론적으로 근로계약은 고용주와 근로자 간에 체결한 것이지만 신의성실과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고용주의 인사권은 권리이지만 합리적인 범위에서 행사할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 계속 -
저작권자 © 엠아이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