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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가 소규모 백화점과 호텔만으로 단기간에 국내 유통업계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삼성그룹이라는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사업모델을 찾고, 삼성그룹의 기업문화를 넘어 유통업의 속성에 적합한 신세계만의 기업문화를 창안하는 데도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 성장이 정체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신세계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세 번째 DNA인 성과(Performance)을 이익(profit)와 위험(risk)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무분별한 사업확장은 의도한 성과 내기 어려워 신세계가 유통업계에서 보여준 성과는 화려하다. 전근대적이고 후진적이라는 평가를 면하지 못하고 있던 유통업을 한 단계 도약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할인점을 시작하고, 급식사업, 커피 프랜차이즈, 복합쇼핑몰 등은 다른 기업보다 한 발 앞서서 추진했다.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주창하고 있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정신을 보여 준 것이다.삼성그룹의 계열사들이 대부분 다른 기업의 사업을 모방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신세계의 변신과 도약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3세 경영을 주도하고 있는 정용진 부회장은 복합쇼핑몰, 해외진출, 온라인 사업에 신사업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세계의 차입금도 사업확장에 따라 늘어나고 있다.주력 기업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입점한 센트럴시티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부채규모가 2조원을 넘어 섰고, 이마트도 신규 점포를 개점하면서 3조원에 육박하는 부채를 지고 있다. 현재까지 자산과 매출규모를 감안한다면 부채수준은 높지 않다고 하지만 문제는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모두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복합쇼핑몰만 하더라도 하남, 대전, 동대구 등에 추진하고 있다. 복합쇼핑몰도 기존의 쇼핑몰에 영화관, 전시장 등 엔터테인먼트 시설까지 갖추는 것이지만, 아직까지 사업성이 검증된 것은 아니다. 또한 롯데그룹 등 경쟁기업들이 유사한 복합쇼핑몰을 경쟁적으로 건설하면서 시장이 과포화상태에 접어든 것은 아닌지 의심을 받고 있다.하남시에 건설하고 있는 하남유니온스퀘어도 연면적 44만 ㎡가 넘어 신세계백화점 본점보다 7.8배나 크다.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다고 하지만 그렇게 넓은 공간에 다양한 점포들을 입점시킬 수 있는 것인지, 대규모 점포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점화되고 있다.롯데그룹이 많은 논란 속에 추진하고 있는 잠실 롯데월드타워도 2014년 하반기 일부 쇼핑몰을 오픈할 예정이다.롯데그룹은 주로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면세점, 호텔, 놀이공원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 2011년부터 일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사업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독도 영유권 분쟁, 위안부 문제, 식민지 지배, 역사교과서 왜곡 등 정치적인 이유로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일본 관광객이 선호하는 국내 최대의 쇼핑지역인 명동상권이 붕괴되고 있다.유명 관광지가 많은 서울 도심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난 명동조차 관광객의 감소로 영업이 어려운데, 잠실의 대규모 쇼핑몰이 제대로 운영될지 의문이다. 2012년 잠실지역이 관광특구로 지정되었지만 지정 이전과 비교해 볼 때 관광객의 유치실적은 전혀 차이가 없다.신세계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대규모 복합쇼핑몰 사업이 예상대로 운영되지 않을 경우 차입금은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복합쇼핑몰의 경우 인구밀도가 낮은 국가나 지역에서 성공한 사업모델로 인구밀도가 높은 한국에서 특정 지역에 몇 개를 제외하고 성공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객유인효과가 높은 업종끼리 모으고, 방문한 고객이 원할 수 있는 서비스를 모두 모아 돈을 지출하게 하는 방식이지만, 시내에 가두점와 전문점포가 즐비한 한국의 상황에는 맞지 않다. ◇ 전문화를 주창하지만 경쟁력은 오히려 떨어져 신세계는 유통전문그룹으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다른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종합백화점을 벗어나지 못했다.백화점과 할인점을 별도의 기업으로 분할해 전문성을 높이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백화점도 백화점별로 개별 회사를 설립하는 방법을 택해 독립 채선성을 높이고 있다. 백화점과 할인점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을 수입하거나 유통하는 기업을 별도로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신세계는 이를 전문성도 강화하고 전략이라고 주장하지만 라이벌 유통그룹인 롯데그룹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롯데그룹은 식∙음료 제조와 유통을 구분해 유통계열사는 모두 롯데쇼핑으로 통합하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 백화점, 면세점, 할인점, 편의점, 슈퍼마켓 체인, 전자제품 양판점, 온라인 쇼핑몰 등 모든 유통관련 계열사를 통해 구매와 물류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있다.롯데그룹은 롯데쇼핑을 통해 모든 유형의 유통점포를 체계화함으로써 국내 다른 유통기업 전체를 아우르는 것보다 더 막강한 힘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 무분별한 M&A로 자금난에 봉착하기도 했지만, 롯데쇼핑의 독주를 제지할 수 있는 유통기업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롯데그룹은 법적인 문제가 없다면 사업모델을 철저하게 베끼면서 자금력과 종합적인 유통망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때문에 대기업 조차도 경쟁하기 어렵다. 신세계가 전문화를 위해 백화점과 할인점을 분리했다고 하지만, 유통기업으로서는 잘못된 결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백화점사업이 국내에서 성장한계에 도달했으며, 오히려 퇴조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독자적으로 생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백화점사업이 지속적으로 수익성은 떨어지더라도 브랜드 유지 및 관리차원에서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할인점 사업이 받쳐줘야 한다. 주력 기업을 인적 분할, 물적 분할 등의 방법으로 계열사를 늘리는 전략은 오너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편이지 기업의 전문화나 경쟁력 추구와는 거리가 멀다. 롯데그룹은 유통전문그룹으로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오히려 세분화되어 있는 계열사를 통합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신세계가 안방으로 여기고 있던 인천에서 백화점이 입점한 건물마저 인수하고, 강남지역에서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급기야 신세계가 급히 자금을 동원해 센트럴시티의 지분을 매입했지만 부채규모만 늘어났다.신세계가 분할 이후 마케팅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이후의 대응을 보면 명확한 목표 없이 롯데백화점의 공세에 허둥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마트도 국내시장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겠다고 했지만 실적이 없다.중국시장을 대신해 베트남시장을 공략한다고 했지만, 2015년 하반기에나 첫 점포를 오픈할 예정으로 당분간 실적을 내기는 어렵다. ◇ 시장에서 잃은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지 의문정용진 부회장은 막대한 재산세를 현물로 내면서 세금에 인색한 다른 재벌기업과 다른 행보를 보이면서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후 윤리경영이라는 화두를 들고 나오면서 탈세와 부패로 얼룩진 한국 재벌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한 몸에 받았다.두산그룹의 박용만 회장과 마찬가지로 활발한 SNS활동을 하면서 대중적인 친화도를 높여 젊고 활달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쌓았다. 하지만 최근 신세계에 대한 대중적인 이미지는 부정적인 단계를 넘어 분노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마트가 계열사인 신세계 SVN을 부당하게 지원하기 위해 수수료율을 낮춰줬다며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은 주요 경영진을 배임혐의로 기소했다. 그리고 신세계의 3세인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부사장이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 사업적인 업무를 핑계로 출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이 정도 악재로 넘어가려나 했지만 설상가상으로 노조파괴공작에 관련된 문건들이 유출되면서 막다른 골목으로 몰렸다. 노조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삼성그룹이 대처하는 것보다 신세계가 더 집요하게 파괴공작을 했다는 것이 각종 문건으로 밝혀지면서 국내 1위의 할인점인 이마트의 이미지는 추락했다.노조를 인정하지 않거나 파괴공작을 했다고 해도, 전문경영인이 처벌을 받고, 벌금을 내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강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수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일반 직원이든 계약직이든 이마트에 일하려고 하는 구직자가 많아 인력채용에는 문제가 없다. 통상적인 절차대로 벌금을 내고, 어용노조를 만들어 회사차원에서 지원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룹의 경영권을 행사하는 오너의 사업판단능력이 부족한 것은 벌금이나 사과로 해결하기 어렵다. 정용진 부회장은 2013년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변종 SSM과의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답변했지만, 실무진은 변종 SSM에 간판이나 유니폼과 같은 직접지원은 중단하겠지만 상품공급은 계속할 것이라며 곧바로 답변을 정정했다.정용진 부회장이 국정감사장에서 당황해 답변을 잘못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중요한 업무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룹의 의사결정권자가 그룹의 간판기업인 이마트의 핵심사업 내용을 제대로 몰랐던 것이다.신세계의 가장 큰 위험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이 아니라 오너의 사업에 대한 이해부족일 수도 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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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이하 신세계)은 1991년 삼성그룹에서 분가한 이후 1993년 이마트 창동점을 시작으로 할인점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롯데그룹에 이어 2위의 유통대기업으로 성장하게 되었다.신세계는 다른 그룹들이 오너경영을 한 것과 달리 전문 경영인체제를 유지하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백화점, 할인점, 각종 유통업을 하고 있는 신세계는 2009년 12월 정용진 부회장이 그룹의 경영전면에 나서면서 3세 경영에 돌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유통업계 강자로 부상했지만 국내기업 한계 직면신세계는 삼성그룹의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의 막내 딸인 이명희 회장이 1991년 신세계백화점과 조선호텔을 중심으로 계열 분리한 그룹이다.삼성그룹이 제조업에 중심을 두었기 때문에 현대그룹이나 롯데그룹에 비해 유통부문은 취약했다. 하지만 이명희 회장이 신세계를 독립시킨 이후 할인점, 식∙음료, 건설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그룹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삼성그룹의 기업문화가 관리문화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유통업은 관리보다는 현장위주의 영업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삼성그룹의 관리문화가 잘 먹히지 않는다. 삼성그룹은 이후에도 유통업 진출을 몇 차례 더 시도했지만 보수적인 관리문화로 인해 성공하지 못했다.반면 신세계는 백화점을 위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1993년 미국식 대규모 할인점을 모방한 이마트를 도입하면서 성장의 기반을 구축했다. 이후 프랑스의 까르푸, 미국의 월마트 등 세계적인 할인점이 국내에 진출하면서 국내 할인점들의 고전이 예상되었지만 오히려 글로벌 거대공룡들을 침몰시키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국내 할인점들이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요인은 현지화이다. 가격차이에 민감한 선진국 소비자들과는 달리 한국 소비자들은 가격보다는 편의성을 중시한다. 외국계 기업들이 창고형 매장을 도입했지만 이마트는 백화점과 같은 밝고 화려한 진열대를 도입하면서 한국 소비자들을 만족시켰다.지난 10여 년 동안 급격한 성장을 거듭하던 한국의 백화점과 할인점 사업이 정체되면서 해외진출과 교외 복합쇼핑몰 개발에 올인하고 있다. 해외사업은 중국시장에 과감하게 진입했지만 현재는 사업을 축소 중이고, 중국보다는 베트남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반면 국내사업은 여전히 호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파주와 여주에 복합쇼핑몰을 개장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하남 등 다른 지방에도 복합쇼핑몰을 짓고 있다. 신세계가 국내외 사업에서 정체를 보이면서 신세계가 ‘신세계, 새로운 세상’을 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비아냥을 듣고 있다.나름 성공적이라 자평하고 있는 복합쇼핑몰 사업을 유통 라이벌 기업인 롯데그룹이 모방해 개장하면서 신세계만의 특징은 사라지고 있고, 롯데그룹은 전방위적인 압박은 신세계의 사업과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2012년 롯데그룹이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이 입점한 인천종합터미널을 인수하면서 신세계와 롯데그룹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신세계는 여전히 유통업계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할인점인 이마트는 국내 1위 자리를 사수하고 있으며, 롯데그룹의 롯데마트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추격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백화점사업은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에 이어 3위를 기록 중이지만 2위와의 격차를 줄이고 있다. 최근에는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의 온라인 사업을 통합하면서 온라인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통합이 시대적 흐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가 국내에서 유통강자로 군림하고 있지만 글로벌화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야심 차게 출발한 중국사업은 부진하고, 베트남 진출계획도 수정과 보완을 거듭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신세계가 한국형 사업모델로 글로벌 유통강자에 이긴 것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과 같은 소규모 시장에서 검증된 할인점 모델이 해외에서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국내의 성공이 글로벌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신세계와 마찬가지로 롯데그룹도 중국과 베트남 사업이 지지부진하거나 부실덩어리로 전락했는데 주먹구구식 해외진출을 한 결과라는 평가를 받는다. ◇ 이병철 회장의 경영스타일도 취사선택해야신세계 이명희 회장은 가정주부에서 경영자로 변신했지만 아버지 이병철 회장과 마찬가지로 공격적인 경영스타일을 갖고 있다. 경영전문가들은 이명희 회장의 경영스타일과 가장 닮았다는 평가를 한다.본인 스스로도 아버지의 경영스타일을 배우고, 따라 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도 이병철 회장은 이런 말을 했고, 이렇게 의사결정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먼저 떠올린다고 한다. 이병철 회장의 자식들 중 가장 아버지의 경영스타일을 모방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이명희 회장이다. 이명희 회장이 아버지의 뛰어난 경영스타일을 모방하고 배우려는 자세는 좋지만, 사회환경과 시대가 변했다는 사실도 잊지 않아야 하는데, 너무 경직되어 있다. 인재를 중시해 전문경영인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좋지만 노조를 부정하는 자세는 시대적 요구에 정면도전하는 것이다.신세계는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전담시켰다고 하지만 중요한 방향은 오너가 결정하는 구조이고, 일방적이고 단편적인 의사결정 구조로 인해 조직이 경직되어 있다. 경영도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이병철 회장이 ‘절대 서류에 사인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도 해석여부에 따라서 논란의 소지가 많다. 신세계는 책임을 회피하자는 것이 아니라 전문경영인에게 모든 것을 맡기라는 말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최근의 사례를 보면 책임회피에 더 가깝다.이마트가 계열사인 신세계SVN의 부진한 영업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수수료를 인하한 것도 경영진의 마케팅전략이라는 식의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영진의 배임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마트에 수십 억 원의 손실을 안긴 의사결정은 배임행위에 해당하지만, 월급쟁이 경영인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임의대로 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검찰이 전문경영인만 배임혐의로 기소했고, 오너 일가는 명백한 공모혐의를 발견하지 못해 불기소 처분했다.검찰이 경영진을 기소한 것만 해도 진일보한 결정이지만 오너 일가에 면죄부를 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시민단체는 주장한다. 결과적으로 서류에 사인을 하지 않아 결정적인 증거를 남기지 않는 전통이 무혐의 처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신세계 오너의 무결재 발상과 관행은 오너가 법적인 책임은 월급쟁이 경영인에게 떠 넘기고 자신들은 과실만 챙기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을 받는다. 이명희 회장은 미국 방문 중에 할인점을 보고 한국에 할인점을 도입할 정도로 해외의 선진모델과 기법을 도입하는데 적극적이다. 이도 이병철 회장이 새로운 사업을 하거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일본을 방문해 전문가나 업계 관계자들과 토론을 즐기던 것에서 배운 것이라고 한다.그리고 이병철 회장의 강조한 인재경영을 답습하기 위해서도 노력한다. 신세계가 인재경영을 자주 주창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유통산업 자체가 인재에 대한 중요성이 폄하되고 인재육성과 개발부문에서 가장 낙후된 산업이라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의 지론 중 하나가 무노조 경영이다. 자신의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는 독특한 철학을 갖고 있었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후 삼성그룹을 물려 받은 이건희 회장도 무노조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신세계의 이명희 회장도 무노조 경영을 철저하게 실천하려다가 사회적 비난에 직면해 있다. 그룹차원의 조직적인 노조파괴활동에 결국 전문경영진이 책임을 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해 초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의 등기임원에서도 빠져 법적인 책임을 지려고 해도 질 수가 없다. 노조가 필요 없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것이 무노조 경영인데, 실제 삼성그룹이나 신세계의 근무환경이 노조가 필요 없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의 계약직 근로자 근무환경은 열악하고 인권침해 사건도 빈발하고 있다.삼성그룹보다 더 철저하게 노조설립활동을 저지하거나 설립된 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적극적인 활동으로 고용노동부의 조사를 받았다. 노조파괴에 관련된 각종 서류와 증인들이 나오면서 신세계 창립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신세계의 이명희 회장과 오너일가가 구시대 경영철학을 갖고 있던 이병철 회장의 경영스타일을 무조건 답습하기 보다는 취사선택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재의 중요성을 설파했다거나 해외의 선진기술과 이론을 접목하려고 했던 노력은 매우 좋다.한번 믿음이 생긴 전문경영인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장기간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지금도 유효한 경영철학이다. 삼성그룹이나 신세계가 다른 그룹보다 잘 하고 있는 부문이기도 하다.하지만 무조건 노조를 부정하고 결재를 하지 않는 방법으로 경영책임을 회피하겠다는 발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임직원은 미래를 같이 꿈꾸고 나아갈 동지이지, 착취의 대상은 아니기 때문이다.신세계가 정상적인 기업으로 살아 남기 위해서는 노조를 탄압하기 이전에 왜 직원들이 노조를 만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는지부터 냉정하게 파악해야 한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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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는 이명희 회장의 과감한 경영전략과 전문경영인 영입으로 급격한 성장을 경험했다. 1993년 국내 최초로 할인점을 도입한 이후 국내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백화점 사업도 나름 선전하고 있다.국내기업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중국, 베트남 사업 등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신세계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첫 번째 DNA인 비전(Vision)을 목표(goal)와 책임(responsibility)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세계 10대 유통그룹을 목표로 삼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어2005년 이명희 회장은 2013년까지 신세계를 세계 10 대 유통그룹으로 키울 것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신세계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할인점 브랜드인 이마트를 첨병으로 내세워 국내 130개, 중국 25개의 점포를 개설하겠다는 수치도 제시했다.2013년 11월 현재 이마트의 국내 매장은 약 140여 개, 중국사업은 1997년 상하이지점을 시작으로 현재 16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사업은 목표를 초과 달성했지만, 중국사업은 목표에 미달했다. 전체적으로 신세계가 세계 10대 유통그룹으로 성장하지는 못했다. 2009년 이명희 회장의 아들인 정용진 부회장이 신세계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3세 경영시대를 열었지만 새로운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정용진 부회장은 2011년 ‘New 신세계, New 이마트’로 도약할 수 있는 미래비전을 설정하고, 2020년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일관되게 사업을 추진하자고 역설했다.신세계는 다른 국내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명확한 목표가 없다. 초일류 글로벌 기업에 대한 정의도 없이 막연하게 좋은 기업을 만들겠다는 것은 목표설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용진 부회장은 막연하지만 초일류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한 2011년 경영목표를 3가지로 선정했다. 기존 사업의 잠재적인 역량도출과 핵심 추진과제를 실행하는 등 과정관리, 신성장동력 확보의 가속화, 우수인재의 육성 및 유치와 함께 성과지향적인 조직문화 조기에 정착 등이다.2년이 지난 2013년 경영목표와 달리 5대 실천과제를 제시했다. 5대 실천과제는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 지역사회에서 사랑 받는 기업, 누구나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기업, 협력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 환경과 미래를 생각하는 기업 등이다. 경영목표와 실천과제를 선정하고 추진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 유통기업 신세계의 사업목표를 읽을 수 없다. 신세계가 백화점과 호텔에서 시작해 할인점, 건설, 식자재 유통, 빵집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유통기업보다는 종합 백화점식의 복합기업을 목표로 한 것처럼 보인다.백화점만 하더라도 라이벌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에 밀리고 있어, 복합쇼핑몰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롯데그룹이 모방하면서 차별성이 없다. 신세계가 이마트로 성공하게 된 이유는 ‘한국형 할인점’의 모델을 찾았기 때문이다. 한국형 모델의 개발로 한국에서 성공한 이마트도 한국형 모델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한국형 모델이 미국이나 유럽의 모델보다 우수해 중국시장에 잘 먹힐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중국사업은 성공하지 못했다. 신세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할인점 모델을 만들지 않는 한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유통기업들이 자국 기준의 할인점을 론칭했다가 실패한 것처럼 신세계도 해외사업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신세계가 명확하게 그룹의 사업목표를 제시하지 못하고, 연관사업으로 무조건 확장하는 전략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의류수입과 화장품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것도 유통기업으로서 가야 할 길인지 먼저 고민을 해야 한다.국내 대기업들이 모두 하고 있는 건설과 IT사업도 유통그룹을 지향하고 있는 신세계가 해야 할 사업인지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할인점과 백화점도 경제민주화나 상생경영이 화두로 부상하면서 국내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글로벌 유통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한다면 국내시장을 벗어나야 하는데, 신세계가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사업모델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 재벌빵집, 변종 SSM, 급식비 인상 등으로 거센 비난에 직면재벌경영이 60여 년을 넘어서고 국내경제의 성장모델이 한계에 직면하면서 재벌 3세들이 경영수업을 빌미로 폼이 나고 손쉬운 사업을 선택하면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 특히 재벌의 딸들이 빵집 체인사업을 하고, 할인점이 사업규모 확대를 위해 변종 SSM에 사활을 걸고, 식자재유통업을 하면서 급식비를 일방적으로 올리는 등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행동을 일삼고 있다.신세계도 이명희 회장의 딸인 정유경 부사장이 조선호텔베이커리 사업과 이마트에서 즉석 피자사업을 하는 신세계SVN의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친 대기업경제정책을 펼치던 MB정부 조차도 재벌가의 딸들이 빵장사에 나서면서 골목상권을 위협한다고 비난했다. 삼성그룹의 이부진, 현대차그룹의 정성이, 롯데그룹의 장선윤 등이 정부의 압박과 언론의 비난공격을 받고 사업철수를 결정했지만 정유경 부사장은 호텔의 베이커리 사업이 동네 골목 빵집의 사업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버티고 있다.다른 그룹의 딸들이 최근 아무런 경영경험도 없이 빵집에 뛰어 들었지만 정유경 부사장의 경우 2005년부터 빵 사업을 하고 있어 다르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정유경 부사장은 조선호텔베이커리의 지분을 40%나 보유하고 있지만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며 사업을 중단할 의사가 없다고 한다. 신세계 SVN은 이마트 매장에서 즉석 피자를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 업체가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이마트가 입점 수수료를 다른 업체보다 낮게 내도록 특혜를 제공해 이익을 남기게 했다는 혐의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은 이마트 경영진을 배임혐의로 기소했으며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다.경영진들은 마케팅전략의 일환이라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이마트는 경영진이 오너가 주요 주주인 비상장사인 신세계SVN을 지원하기 위해 이마트의 이익을 포기한 것이다. 이마트는 상장회사이고, 경영진이 불과 몇 퍼센트에 불과한 주식을 보유한 오너를 위해 대다수 주주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정용진 부회장이 2013년 국정감사에 출석하면서 논란이 증폭된 것이 변종 SSM(기업형 슈퍼마켓)사업이다. 정부가 재벌기업의 할인점과 슈퍼마켓 확장을 통제하자 개별 슈퍼마켓에 통일된 간판과 유니폼을 지원하고 상품을 납품하는 것을 변종 SSM이라고 한다.현재 정부 관련기관이 파악하고 있는 변종 SSM은 688개인데, 이마트가 운영하는 변종 SSM이 370개로 전체의 50%를 넘는다. 변종 SSM논란은 중소 유통업체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영세한 슈퍼마켓을 고사시킨다는 나쁜 여론이 일어나자 정치권이 국정감사 이슈로 삼은 것이다. 국정감사에서 정용진 부회장이 관련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발언하자 경영진이 번복하는 소동까지 벌였다.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대기업이 식자재 유통시장과 단체급식시장도 장악하고 있다. 신세계도 신세계푸드를 앞장세워 대학교 급식사업을 하고 있는데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총학생회와 설전을 벌이고 있다.최근 숙명여자대학교 총학생회는 신세계가 교내식당 식사비를 사전 합의 없이 500원을 인상하고, 학생들에게 바나나 몇 개를 지급하는 것으로 때운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는 총학생회와 사전에 협의했으며, 바나나도 학생회가 요구한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수익을 목표로 하는 기업과 복지를 중시하는 학생회가 충돌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학교급식사업을 대기업에게 맡긴 대학이 더 비난 받아야 하지만 학교는 뒤로 숨어버렸다. 신세계는 다른 그룹이 윤리경영에 대해 침묵할 때 윤리경영을 전면에 내세웠다. 정용진 부회장도 2007년 2,000억 원 규모의 증여세를 주식으로 대납하면서 재벌기업의 편법적인 부의 승계관행과 거리를 뒀다.모기업인 삼성그룹이 에버랜드와 삼성SDS의 전환사채 헐값 발행 논란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것과 대조를 이뤘다. 모범적인 윤리경영의 모델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각종 윤리경영 대상을 휩쓸었고, 직원착취논란이 거세 할인점을 주력 사업으로 하면서도 모범적인 노사문화를 정착시켰다는 정부의 찬사를 받았다. 학계와 언론도 신세계의 윤리경영 성공사례를 칭찬하기에 급급했다.하지만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경제민주화 바람으로 신세계의 윤리경영 가면이 하나씩 벗겨지기 시작했다. 변종 SSM으로 편법적인 사업확장을 주도하고, 계열사에 대해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수십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연초부터 이마트 노조탄압이 이슈화되면서 고용노동부의 조사를 받았고, 4월에는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사장이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하라는 요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해 벌금을 선고 받았다.검찰은 재벌오너가 형사재판에 출석할 필요가 없도록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했지만 법원은 부당하다고 판단해 정식재판에 회부해 검찰 구형보다 높은 벌금을 선고했다. 신세계가 1991년 계열분리 이후 가장 큰 위기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이후 그룹경영을 총괄하던 정용진 부회장이 올 초부터 등기임원에서 배제되고, 노조탄압과정에 대한 내용이 공개되자 비난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신세계가 윤리경영을 실천한다고 홍보했지만 정작 오너들은 비윤리적인 경영을 주도했다는 것은 도덕적인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윤리경영이 기업의 구호나 오너의 립(lip)서비스로 달성되지 않는다는 것이 신세계 사태에서 다시 한번 더 확인할 수 있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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