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정보기관 활동] 28. 이스라엘과 비교를 통해 본 국가 외교전략... 종합·장기적 관점에서 중동 정책의 수립과 추진 필요
반정부 시위로 지도력이 훼손돼 국가총력전은 불가능... 장기전단기전은 저항 의지에 따라 결정
최근 중동의 화약고라 불리는 호르무즈해협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국이 이란에 대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고 정치적 민주화를 도입하라고 요구하지만 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항공모함를 전진 배치해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 현 이란 정부는 1979년 회교혁명 성공 이후 가장 큰 국가 위기에 직면했다. 경제난으로 촉발된 시위가 소강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정치적 불안이 해소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란이 미국의 위협에 항복할 것인지 여부, 미국이 확전의 위협을 무릅쓰고 공격을 감행할 것인지 여부, 이스라엘이 전쟁에 참전랄 것인지 여부 등을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에서 성공적인 군사 작전에 매료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경책을 사용할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 반정부 시위로 지도력이 훼손돼 국가총력전은 불가능... 장기전단기전은 저항 의지에 따라 결정
미국과 이스라엘은 2025년 6월 12일 동안 이란의 군사 목표와 핵시설을 직접 공격했다. 이란은 레바논과 서안지구(west bank)에서 활동하는 헤즈볼라(Hezbollah)를 지원하며 이스라엘과 대리전쟁을 지속하다 유탄을 맞았다.
중동에서 가장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이란이 막상막하(莫上莫下)의 공격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실상은 젼혀 달랐다. 이란의 군사력이 '종이 호랑이'에 불과했다는 비아냥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최첨단 대공망을 선제적으로 파괴한 후 주요 군사시설을 정밀 폭격해 무력화시켰다. 미국도 지하 갱도에 설치된 핵무기 개발 시설에 무자비한 폭격을 가했다.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유지하며 방공망을 강화했지만 무용지물(無用之物)로 전락했다.
이란은 신정일치의 사회로 1989년부터 세예드 알리 호세이니 하메네이(Sayyid Ali Hosseini Khamenei)가 최고 지도자로 통치하는 국가다. 이슬람 혁명 이후 미국 등 외세에 맞서자고 외치며 독재 정치를 펼치고 있다.
쿠르드족 등 소수민족을 탄압하고 여성의 인권을 억압하는 방식으로 종교적 권위를 유지하려 시도하고 있다. 2025년 6월 이스라엘과 전쟁 이후 물가가 폭등하며 반정부 시위가 격화된 것도 정권 유치 차원에서는 부담이 되고 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해 압송한 사례를 들며 하메네이의 신변이 안전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여차하면 특수부대를 동원해 암살이나 납치 모두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이란은 핵무기를 보유했을 뿐 아니라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19만 명에 달해 베네수엘라에 상황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이란은 중동에 위치한 미군 기지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의 군사력은 주변 국가에 비해서는 막강하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대적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지도부가 목숨을 걸고 국가를 사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도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85세로 고령인 하메네이가 전쟁을 지휘하기 어렵기 때문에 후계자를 지정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회교혁명으로 축출됐던 팔레비 왕조의 왕세자였던 레자 팔레비가 현 정부가 붕괴되면 이란으로 돌아가 정치 활동을 재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납치했지만 친미 정권을 세우지는 못했다. 부통령이었던 델시 로드리게스가 미국과 외교적으로 협조하지만 정치 간섭은 배제하는 노선을 걷고 있다.
이란의 정국도 격랑속으로 들어가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이라크의 후세인 대통령, 리비아의 가다피 대통령 등도 철권통치를 이어가다 미군에 의해 권력의 종말을 맞이한 이력이 있다.
이란이 석유와 천연가스의 주요 이동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허거나 중동에 있는 미군 기지를 공격한다면 국제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도 2025년 6월 전쟁으로 국력이 크게 소모돼 장기전을 수행할 여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란 지도부는 이전처럼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슬람혁명수비대 병력만으로 미국과 전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점은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지도부의 제거로 단기전을 끝날지 아니면 소모적인 장기전을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전쟁은 점점 피하기 어렵게 되고 있다.
▲ 국가정보기관의 이해 - 활동영역과 개혁과제 표지 by 민진규 [출처=엠아이앤뉴스]
◇ 2008년 1월 30일 작성한 칼럼 소개... 종합·장기적 관점에서 중동 정책의 수립과 추진 필요
일반 학생들에게 한국과 가장 역사적, 민족적 특성이 유사한 나라를 찾으라는 과제를 내주면 대부분 이스라엘을 지목한다. 학교에서 배웠거나 언론보도를 접했거나 막연하게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와 유대인에 대해 동질감을 느끼고 있다.
머나먼 이역만리(異域萬里) 중동에 있는 이스라엘이 대한민국, 한민족과 어떤 유사점을 갖고 있는 것일까? 비슷한 점도 적지 않지만 차이가 나는 점도 분명 존재한다.
지구촌이 하나가 되는 글로벌 사회에서 한국의 국가전략과 외교 전략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한 사례로 이스라엘을 들고자 한다.
이스라엘은 어떤 나라인가? 약 2000년 동안 나라를 잃고 전 세계 각지를 떠돌다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독립했다. 이스라엘의 독립은 제1차 세계 대전에서부터 싹트기 시작했다.
1917년 당시 영국의 외무장관이었던 밸푸어(Balfour, A. J.)는 소위 말하는 ‘벨푸어 선언’을 내놓았다. 내용은 영국이 수행하는 독일과 전쟁에 유대인이 적극 참전해 도와준다면 독립을 시켜주겠다는 것이다.
이 선언의 문제점은 팔레스타인에게도 이스라엘인에게도 같은 지역에서 독립을 보장함으로써 ‘피의 분쟁’을 잉태한 것이다. 영국의 무책임하고 이중적인 외교정책은 두고두고 욕을 먹는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은 역사적인 요인과 미국 내 유대인의 정치적인 로비 결과로 친이스라엘 정책을 고수한다. 잃어버린 영토를 찾기 위한 팔레스타인의 투쟁은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적인 테러와 전쟁이 지속되게 만들었다.
그럼 많은 학생이나 한국인이 동의하는 한민족과 유대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첫째, 주변 국가와 민족으로부터 끊임없는 핍박과 침략을 받은 민족이다. 이스라엘은 로마에 점령당한 후 나라를 잃고 박해를 받으면서 2000년 동안 전 세계를 떠돌아다녔다. 한민족도 5000년 역사 동안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으로부터 약 1,000여 회의 외침을 받았다.
이스라엘은 유럽에서 중세부터 ‘마녀사냥’의 희생양으로 전락했을 뿐 아니라 근대에 들어서 조상 대대로 살던 거주지에서 추방당했다. 급기야 독일 나치(Nazi)는 수천만 명의 유럽 거주 유대인을 학살했다.
둘째, 민족성이 강하고 머리가 좋다. 외침과 박해 속에서 순혈주의를 이어오며 강렬한 단결력으로 결속됐다. 양자는 강한 정신력과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구의 규모에 비해 세계적인 과학자나 유명 인사가 많이 나오는 바탕이다.
2008년 기준 유대인은 전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하지만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약 22%를 차지한다. 물리학, 화학, 의학, 경제학, 문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수상자를 배출했다. 한민족은 유대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한 실적을 자랑한다.
셋째, 부존자원 없는 좁은 국토와 고유한 언어를 갖고 있다. 한반도나 이스라엘이나 아무리 땅을 파도 돈 되는 지하자원이 나오지 않아 국민이 게으르면 굶어 죽을 수밖에 없다.
인구 규모나 문화 수준이 주변 강대국에 비해 높은 것은 아니지만 고유한 언어를 고수하고 있다. 고유한 언어로 배타적 국수주의(國粹主義)가 팽배해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렇다고 한민족과 유대인이 유사한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차이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고난의 역사 속에서 조국을 지켰는지 봐야 한다. 한민족은 지속적인 외침을 받고 식민지의 역사까지 경험했지만 민족 구성원의 대부분이 한반도를 떠난 적이 없었다.
이에 반해 유대인은 로마의 억압정책에 의해 세계 각지로 뿔뿔이 흩어져 조국을 등지고 살았다. 근대에 들어 시오니즘(Zionism)을 부르짖으며 중동으로 돌아오는 숫자가 많아졌지만 여전히 이스라엘 바깥에 사는 유대인이 더 많다.
둘째, 주변국과 관계도 차이점이 적지 않다. 한민족은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 한자문화, 유교문화, 불교문화 등을 수천 년간 공유하면서 동질성을 유지한 결과 무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유대인은 종교, 언어, 문화 등에서 주변국과 융합하지 못했다. 아랍국은 아랍어를 사용하고 이슬람교를 신봉한다. 1948년 독립 이후 영토분쟁 등으로 원만한 관계가 아니라 적대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음에도 한국은 우호국인 미국의 대중동 정책, 다수 기독교인 등의 영향으로 특별한 고민 없이 자연스럽게 이스라엘을 좋은 국가로 인식하는 편이다. 반면 중동 이슬람국가를 비우호적인 국가로 대한다.
국가의 외교정책뿐만 아니라 심지어 교육까지 이런 기조가 유지돼 국민 대부분이 특별한 비판의식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종교도 이런 유형의 인식을 갖는데 한몫했다.
기독교를 믿어 예루살렘을 성지로 여기는 국민은 많으나 이슬람교를 믿는 국민이 거의 없다. 중동의 역사나 문화에 대한 지식과 경험도 부족하다 보니 이해도가 낮은 편이다.
결과적으로 대한민국과 한국 국민은 이스라엘과 유대인에게 동류의식을 느끼게 되었고 이슬람권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인 인식을 유지했다.
우리나라 정부가 크게 고민하지 않고 추진한 중동 정책의 결과는 어떠한가? 아랍과 등거리(等距離) 외교로 석유와 같은 자원 확보에 불리하고 중동 시장 진출에도 애로를 겪고 있다.
국가의 대외정책은 장기적인 전략을 기반으로 수행해야 하며 각국의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등 각 분야에 대한 치밀한 정보를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아 우려스럽다.
어제 일본에서 열린 핸드볼 재경기도 스포츠 분야의 이슬람권에 대한 협상력 부재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생각해 봐야 한다. 중동 국가의 영향력이 편파 판정으로 이어졌고 이들의 요구가 재경기라는 일방적인 결정까지 이어진 것이다.
우리가 미국과 유럽의 시각에서 중동의 자원과 경제력 등 국제 영향력을 무시하고 접근하지 않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대중동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포용하고 협력을 강화할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 계속 -
미국은 항공모함를 전진 배치해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 현 이란 정부는 1979년 회교혁명 성공 이후 가장 큰 국가 위기에 직면했다. 경제난으로 촉발된 시위가 소강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정치적 불안이 해소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란이 미국의 위협에 항복할 것인지 여부, 미국이 확전의 위협을 무릅쓰고 공격을 감행할 것인지 여부, 이스라엘이 전쟁에 참전랄 것인지 여부 등을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에서 성공적인 군사 작전에 매료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경책을 사용할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 반정부 시위로 지도력이 훼손돼 국가총력전은 불가능... 장기전단기전은 저항 의지에 따라 결정
미국과 이스라엘은 2025년 6월 12일 동안 이란의 군사 목표와 핵시설을 직접 공격했다. 이란은 레바논과 서안지구(west bank)에서 활동하는 헤즈볼라(Hezbollah)를 지원하며 이스라엘과 대리전쟁을 지속하다 유탄을 맞았다.
중동에서 가장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이란이 막상막하(莫上莫下)의 공격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실상은 젼혀 달랐다. 이란의 군사력이 '종이 호랑이'에 불과했다는 비아냥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최첨단 대공망을 선제적으로 파괴한 후 주요 군사시설을 정밀 폭격해 무력화시켰다. 미국도 지하 갱도에 설치된 핵무기 개발 시설에 무자비한 폭격을 가했다.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유지하며 방공망을 강화했지만 무용지물(無用之物)로 전락했다.
이란은 신정일치의 사회로 1989년부터 세예드 알리 호세이니 하메네이(Sayyid Ali Hosseini Khamenei)가 최고 지도자로 통치하는 국가다. 이슬람 혁명 이후 미국 등 외세에 맞서자고 외치며 독재 정치를 펼치고 있다.
쿠르드족 등 소수민족을 탄압하고 여성의 인권을 억압하는 방식으로 종교적 권위를 유지하려 시도하고 있다. 2025년 6월 이스라엘과 전쟁 이후 물가가 폭등하며 반정부 시위가 격화된 것도 정권 유치 차원에서는 부담이 되고 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해 압송한 사례를 들며 하메네이의 신변이 안전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여차하면 특수부대를 동원해 암살이나 납치 모두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이란은 핵무기를 보유했을 뿐 아니라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19만 명에 달해 베네수엘라에 상황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이란은 중동에 위치한 미군 기지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의 군사력은 주변 국가에 비해서는 막강하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대적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지도부가 목숨을 걸고 국가를 사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도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85세로 고령인 하메네이가 전쟁을 지휘하기 어렵기 때문에 후계자를 지정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회교혁명으로 축출됐던 팔레비 왕조의 왕세자였던 레자 팔레비가 현 정부가 붕괴되면 이란으로 돌아가 정치 활동을 재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납치했지만 친미 정권을 세우지는 못했다. 부통령이었던 델시 로드리게스가 미국과 외교적으로 협조하지만 정치 간섭은 배제하는 노선을 걷고 있다.
이란의 정국도 격랑속으로 들어가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이라크의 후세인 대통령, 리비아의 가다피 대통령 등도 철권통치를 이어가다 미군에 의해 권력의 종말을 맞이한 이력이 있다.
이란이 석유와 천연가스의 주요 이동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허거나 중동에 있는 미군 기지를 공격한다면 국제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도 2025년 6월 전쟁으로 국력이 크게 소모돼 장기전을 수행할 여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란 지도부는 이전처럼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슬람혁명수비대 병력만으로 미국과 전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점은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지도부의 제거로 단기전을 끝날지 아니면 소모적인 장기전을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전쟁은 점점 피하기 어렵게 되고 있다.
▲ 국가정보기관의 이해 - 활동영역과 개혁과제 표지 by 민진규 [출처=엠아이앤뉴스]
◇ 2008년 1월 30일 작성한 칼럼 소개... 종합·장기적 관점에서 중동 정책의 수립과 추진 필요
일반 학생들에게 한국과 가장 역사적, 민족적 특성이 유사한 나라를 찾으라는 과제를 내주면 대부분 이스라엘을 지목한다. 학교에서 배웠거나 언론보도를 접했거나 막연하게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와 유대인에 대해 동질감을 느끼고 있다.
머나먼 이역만리(異域萬里) 중동에 있는 이스라엘이 대한민국, 한민족과 어떤 유사점을 갖고 있는 것일까? 비슷한 점도 적지 않지만 차이가 나는 점도 분명 존재한다.
지구촌이 하나가 되는 글로벌 사회에서 한국의 국가전략과 외교 전략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한 사례로 이스라엘을 들고자 한다.
이스라엘은 어떤 나라인가? 약 2000년 동안 나라를 잃고 전 세계 각지를 떠돌다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독립했다. 이스라엘의 독립은 제1차 세계 대전에서부터 싹트기 시작했다.
1917년 당시 영국의 외무장관이었던 밸푸어(Balfour, A. J.)는 소위 말하는 ‘벨푸어 선언’을 내놓았다. 내용은 영국이 수행하는 독일과 전쟁에 유대인이 적극 참전해 도와준다면 독립을 시켜주겠다는 것이다.
이 선언의 문제점은 팔레스타인에게도 이스라엘인에게도 같은 지역에서 독립을 보장함으로써 ‘피의 분쟁’을 잉태한 것이다. 영국의 무책임하고 이중적인 외교정책은 두고두고 욕을 먹는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은 역사적인 요인과 미국 내 유대인의 정치적인 로비 결과로 친이스라엘 정책을 고수한다. 잃어버린 영토를 찾기 위한 팔레스타인의 투쟁은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적인 테러와 전쟁이 지속되게 만들었다.
그럼 많은 학생이나 한국인이 동의하는 한민족과 유대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첫째, 주변 국가와 민족으로부터 끊임없는 핍박과 침략을 받은 민족이다. 이스라엘은 로마에 점령당한 후 나라를 잃고 박해를 받으면서 2000년 동안 전 세계를 떠돌아다녔다. 한민족도 5000년 역사 동안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으로부터 약 1,000여 회의 외침을 받았다.
이스라엘은 유럽에서 중세부터 ‘마녀사냥’의 희생양으로 전락했을 뿐 아니라 근대에 들어서 조상 대대로 살던 거주지에서 추방당했다. 급기야 독일 나치(Nazi)는 수천만 명의 유럽 거주 유대인을 학살했다.
둘째, 민족성이 강하고 머리가 좋다. 외침과 박해 속에서 순혈주의를 이어오며 강렬한 단결력으로 결속됐다. 양자는 강한 정신력과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구의 규모에 비해 세계적인 과학자나 유명 인사가 많이 나오는 바탕이다.
2008년 기준 유대인은 전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하지만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약 22%를 차지한다. 물리학, 화학, 의학, 경제학, 문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수상자를 배출했다. 한민족은 유대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한 실적을 자랑한다.
셋째, 부존자원 없는 좁은 국토와 고유한 언어를 갖고 있다. 한반도나 이스라엘이나 아무리 땅을 파도 돈 되는 지하자원이 나오지 않아 국민이 게으르면 굶어 죽을 수밖에 없다.
인구 규모나 문화 수준이 주변 강대국에 비해 높은 것은 아니지만 고유한 언어를 고수하고 있다. 고유한 언어로 배타적 국수주의(國粹主義)가 팽배해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렇다고 한민족과 유대인이 유사한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차이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고난의 역사 속에서 조국을 지켰는지 봐야 한다. 한민족은 지속적인 외침을 받고 식민지의 역사까지 경험했지만 민족 구성원의 대부분이 한반도를 떠난 적이 없었다.
이에 반해 유대인은 로마의 억압정책에 의해 세계 각지로 뿔뿔이 흩어져 조국을 등지고 살았다. 근대에 들어 시오니즘(Zionism)을 부르짖으며 중동으로 돌아오는 숫자가 많아졌지만 여전히 이스라엘 바깥에 사는 유대인이 더 많다.
둘째, 주변국과 관계도 차이점이 적지 않다. 한민족은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 한자문화, 유교문화, 불교문화 등을 수천 년간 공유하면서 동질성을 유지한 결과 무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유대인은 종교, 언어, 문화 등에서 주변국과 융합하지 못했다. 아랍국은 아랍어를 사용하고 이슬람교를 신봉한다. 1948년 독립 이후 영토분쟁 등으로 원만한 관계가 아니라 적대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음에도 한국은 우호국인 미국의 대중동 정책, 다수 기독교인 등의 영향으로 특별한 고민 없이 자연스럽게 이스라엘을 좋은 국가로 인식하는 편이다. 반면 중동 이슬람국가를 비우호적인 국가로 대한다.
국가의 외교정책뿐만 아니라 심지어 교육까지 이런 기조가 유지돼 국민 대부분이 특별한 비판의식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종교도 이런 유형의 인식을 갖는데 한몫했다.
기독교를 믿어 예루살렘을 성지로 여기는 국민은 많으나 이슬람교를 믿는 국민이 거의 없다. 중동의 역사나 문화에 대한 지식과 경험도 부족하다 보니 이해도가 낮은 편이다.
결과적으로 대한민국과 한국 국민은 이스라엘과 유대인에게 동류의식을 느끼게 되었고 이슬람권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인 인식을 유지했다.
우리나라 정부가 크게 고민하지 않고 추진한 중동 정책의 결과는 어떠한가? 아랍과 등거리(等距離) 외교로 석유와 같은 자원 확보에 불리하고 중동 시장 진출에도 애로를 겪고 있다.
국가의 대외정책은 장기적인 전략을 기반으로 수행해야 하며 각국의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등 각 분야에 대한 치밀한 정보를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아 우려스럽다.
어제 일본에서 열린 핸드볼 재경기도 스포츠 분야의 이슬람권에 대한 협상력 부재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생각해 봐야 한다. 중동 국가의 영향력이 편파 판정으로 이어졌고 이들의 요구가 재경기라는 일방적인 결정까지 이어진 것이다.
우리가 미국과 유럽의 시각에서 중동의 자원과 경제력 등 국제 영향력을 무시하고 접근하지 않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대중동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포용하고 협력을 강화할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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