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ESG 경영 평가] 95. 실체없는 ESG경영 체계… ‘보여주기’ 협약만 요란
복지부동·무사안일 등 관료주의 폐습 흔적 역력
김백건 기자
2023-02-20
복지부동·무사안일 등 관료주의 폐습 흔적 역력
기부금 ‘찔끔’·사회공헌집행은 5년간 ‘뒷걸음질’

지난해 2월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이 넘어가면서 양쪽의 사상자가 30만 명을 넘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제기됐다. 특히 러시아는 민간용병기업(PMC) 바그너그룹이 수만 명의 죄수들을 동원하며 이들의 희생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러시아군은 부상자를 구호하지 않고 총살하거나 사망자의 시신을 벌판에 방치한다는 의심을 받는다. 우크라이나군의 전쟁 포로나 부상자도 현장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전장에서 안전한 인도적 구호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1864년 체결된 제네바협정에 따라 만들어진 단체가 국제적십자사다.

재난구호·혈액 등의 사업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대한적십자사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현황을 진단하기 위해 홈페이지, 스카이데일리·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 데이터베이스(DB), 국정감사·감사원 자료, 각종 제보 등을 참조했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며 개발된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을 적용해 적십자사의 ESG 경영 현황을 진단해 봤다.

◇ 종합청렴도 5등급 기록 후 소폭 개선

지난해 8월 적십자사는 ㈜삼녹과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ESG 실천기업 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홈페이지에 ESG와 관련된 자료를 전혀 없다. ESG 경영 선언문이나 ESG 경영헌장, ESG 경영추진단, ESG 경영소위원회 등 ESG 경영을 위한 추진 체계를 마련하지 않았다.

다만 윤리경영과 관련된 반부패·청렴실천 결의문, 임직원 행동강령, 공익신고 처리 및 신고자 보호 등에 관한 운영지침, 부패행위 처리 지침 등 윤리경영 기준은 마련했다. 인권경영을 위한 인권경영헌장과 실천지침을 제정했으며 고충민원 신청, 부패공익신고, 성희롱·성폭력 피해자 신고센터 등 청렴핫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종합청렴도 평가결과는 △2017년 3등급 △2018년 3등급 △2019년 5등급 △2020년 4등급 △2021년 2등급으로 2019년 이후 개선됐다. 자체 감사부서는 정원 11명에 현원 11명으로 구성됐다. 2021년 12월31일 기준 상시 전문인력은 정원 1명에 현원 1명이 배치됐다.

2021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적십자사는 13건의 지적을 받았다. 지적 사항은 △혈액 부족 사태 관련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헌혈 참여 문화 확대 강화 △물리적 보상보다 헌혈의 가치를 강조하는 홍보 방안 마련 △혈액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방안 검토 등이다.

감사원 지적사항은 △2017년 3건 △2018년 2건 △2021년 6건 등 총 11건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지적사항은 △2016년 18건 △2017년 12건 △2018년 9건 △2019년 3건 △2020년 3건 △2021년 2건 △2022년 4건 등 지난 7년간 51건에 달한다.

2021년 기준 부채총계는 3380억 원이며 자본총계는 4823억 원으로 부채비율은 70.7%다. 부채는 △2017년 3084억 원 △2018년 3272억 원 △2019년 3389억 원 △2020년 3589억 원으로 2017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다가 2021년 감소했다. 반면 자본총계는 △2017년 2650억 원 △2018년 2767억 원 △2019년 3012억 원 △2020년 4043억 원으로 2017년 이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매출액은 6323억 원으로 2020년 7186억 원 대비 13.6% 감소했다. 다른 해의 매출액은 △2017년 6242억 원 △2018년 6082억 원 △2019년 6209억 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2017년 104억 원 △2018년 149억 원 △2019년 179억 원 △2020 988억 원 △2021년 519억 원으로 집계됐다.

◇ 2017~2021년 5년간 징계건수 총 116건

2021년 정규직 1인당 평균 보수액은 6011만 원, 무기계약직 1인당 평균 보수액은 3451만 원으로 무기계약직 평균 연봉이 정규직의 57.4%다. 정규직 여성의 연봉은 5443만 원으로 남성의 연봉 6987만 원 대비 77.9%로 적다.

지난해 3월31일 기준 징계 건수는 △2017년 39건 △2018년 30건 △2019년 16건 △2020년 15건 △2021년 16건 △2022년 15건으로 총 131건이다. 징계 사유는 △품위유지 의무 위반 △성실 의무 위반 △청렴 의무 위반 등이다. 총 131건 중 고발 조치된 것은 4건뿐이다.

사회공헌활동에서 봉사활동 횟수는 △2017년 67회 △2018년 55회 △2019년 52회 △2020년 30회 △2021년 11회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기부 금액은 △2019년 1520만 원 △2020년 1524만 원 △2021년 1626만 원에 불과해 봉사기관으로서 위상이 서지 않는 수준이다.

중증장애인 생산품 구매액은 △2019년 24억 원 △2020년 28억 원 △2021년 27억 원으로 조사됐다. 총구매액 대비 중증장애인 생산품 구매액 비율은 △2019년 1.30% △2020년 1.31% △2021년 1.38%로 큰 변동이 없다.

일·가정 양립 지원제도 중 육아 휴직 사용자는 △2017년 220명 △2018년 208명 △2019년 266명 △2020년 317명 △2021년 387명으로 2018년 이후 꾸준히 늘어났다. 남성 사용자는 △2017년 7명 △2018년 17명 △2019년 26명 △2020년 24명 △2021년 38명으로 증가세다.

홈페이지에 ESG 교육과 관련된 교재는 없다. 홈페이지에 △응급처치·수상안전·산악안전 등에 관한 안전교육 △구호교육 △재난안전 통합교육 △심리 사회적 지지 교육 등 재난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심리 사회적 지지 프로그램, 안전산행 길잡이 등 간행물을 내고 있다.


▲ 대한적십자사의 ‘팔기(八旗)생태계(8-Flag Ecosystem)’ 모델 평가 결과


◇ 녹색제품 구매 실적·구매액 증가세

에너지 총사용량은 △2016년 416.99TJ(테라줄) △2017년 424.57TJ △2018년 431.64TJ △2019년 8.19TJ △2020년 7.84TJ로 집계됐다. 환경정보공개 기준이 변경되며 2019년부터 대표사업장인 본사의 에너지 사용량만 합산해 증가하던 에너지 총사용량이 감소했다.

온실가스 감축률은 △2019년 10.53% △2020년 6.96% △2021년 16.21%로 조사됐다. 온실가스 기준 배출량은 △2019년 1만6789tCO₂eq(이산화탄소 환산t) △2020년 1만6930tCO₂eq △2021년 1만7409tCO₂eq로 목표치가 매년 증가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 1만5115tCO₂eq △2020년 1만5751tCO₂eq △2021년 1만4587CO₂eq를 기록했다.

녹색제품 구매 실적 비율은 △2019년 36.94% △2020년 42.68% △2021년 83.19%으로 집계됐다. 녹색제품 구매액은 △2019년 10억 원 △2020년 7억 원 △2021년 16억 원이다. 2021년 구매 실적 비율이 급격히 상승한 것은 총구매액에서 구매이행계획으로 기준이 변경됐기 때문이다.

사업장별 폐기물 발생 총량은 △2016년 2748.57t △2017년 8452.14t △2018년 2404.62t △2019년 12.5t △2020년 7.9t 등으로 조사됐다. 2019년부터 본사의 폐기물 발생량만 집계하고 있다. 2017년 폐기물량이 폭증한 원인은 밝히지 않았다.

◇ 봉사활동·기부금액 초라한 수준

△거버넌스(Governance·지배구조)=적십자사는 지속 가능 성장과 관련해 ESG 실천기업과 협약을 맺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나 실제 ESG 경영체계를 전혀 확립하지 않았다. 감독기관인 국회·감사원·보건복지부로부터 지적사항이 너무 많고 종합청렴도가 2019년 5등급을 기록한 것 등은 대폭 개선해야 할 과제다.

복지부동·무사안일과 같은 관료주의 폐습이 적십자사 조직에 뿌리내린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보다는 편안한 공기업 생활을 영위하려는 직원이 많다면 본연의 설립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다양한 유형의 부실로 적십자사에 대한 국민감정이 악화일로 중이다.

△사회(Social)=무기계약직 연봉이 정규직 대비 57.4%로 한국에너지공단(KEA) 45.6%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 88.1%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 징계건수가 6년간 총 131건으로 연 평균 21.83건에 달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KIHASA) 1.2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봉사활동이나 기부금액 등의 실적이 너무 저조해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을 전면 개선할 필요가 있다.

△환경(Environment)=녹색제품 구매 실적이 매년 증가하고 2020년 대비 2021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든 것은 긍정적인 요소다.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캠페인, 에코프렌즈 환경캠페인 활동 등도 펼치고 있다. 2017년 사업장별 폐기물 발생량 급증, 대표사업장인 본사의 들쭉날쭉한 폐기물 발생량은 원인을 파악해 시급하게 대처해야 한다.


▲ 김백건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출처=i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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