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 1편 대기업 10. STX 기업문화 (5) 조직-일과 사람... 경영자는 정확한 방향설정과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창의와 도전을 중시하지만 창의는 보이지 않아... 인재를 육성하지만 조직전반의 역량은 불균형
STX의 강덕수 회장은 매출 1조원을 올리는 것보다 1만 명의 직원을 더 고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고 한다. 기업경영에서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는 설명도 따라 다닌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주요 대기업의 창업자들이 주로 하는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해외사업을 활발하게 해 글로벌 인재의 중요성을 다른 그룹보다 더 크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도 차이다. STX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4번째 DNA인 조직(Organization)을 일(job)과 사람(people)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 창의와 도전을 중시하지만 창의는 보이지 않아
STX는 인재를 키우는 회사, 꿈과 미래가 있는 회사는 좋은 인재로부터 출발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인재상은 변화를 선도해 나가는 진취적인 STX人, 창의력을 발휘하며 노력하는 STX人, 적극적인 행동으로 도전하는 STX人, 자기계발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STX人, 회사와 동료와 가정의 소중함을 느끼고 감사하는 STX人 등이다.
새로운 비전을 우수한 인재를 확보해 훌륭하게 키워내는 인재경영으로 설정하고 있다. 우수인재가 조직을 떠나지 않고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신입사원 조기 전력화 프로그램, 전문 직무교육 프로그램, 직급별 리더십 프로그램, 사이버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최고의 인재가 무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창의와 도전의 문화’가 있다고 한다. 신생기업이기 때문에 더욱 창의와 도전을 권장하고 있다는 주장도 한다.
도전적인 직원을 중용하는 전략은 신생기업으로 영토를 수성하기 보다는 확장해야 하기 때문에 당연하다. STX가 최근 몇 년 동안 구직자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것은 샐러리맨으로 입지전적인 인물이 된 회장을 역할모델로 삼아 싶은 젊은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도전도 좋고, 창의도 좋지만 그게 무엇인지 명확하게 아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망한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이 2013년 3월 22일 대우 창립 46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면서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강덕수 회장과 마찬가지로 김우중 회장도 경제인으로 성공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다.
김우중 회장도 ‘세계경영’을 외치며 해외에서 기회를 찾자고 주장했다. 많은 젊은이들이 열광적으로 달려 들었지만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실패도 값진 경험이라고 하지만 실패로부터 무엇을 배웠느냐에 따라 평가는 다르다. 도전은 좋았지만 창의적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대우의 도전이 실패한 원인 중 하나를 꼽자면 창의와 도전이라는 수식어로 포장된 성공에 대한 과도한 욕심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발전할 수 있게 된 것도 사유재산을 인정하고 개인들의 부에 대한 욕심을 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도전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좋지만 어떻게 도전하고 노력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때 필요한 단어가 창의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대우가 신흥시장으로 삼았던 동유럽이나 중앙아시아는 서구 기업들이 시장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고 포기했던 곳이다.
STX가 사업을 확장하고 도전을 하는 것은 매우 좋은 현상이다.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시장의 성장잠재력을 발굴하겠다는 의지도 칭찬받을 만 하다. 지난 10여 년 동안 정신 없이 도전하던 STX가 주춤거리는 원인을 외부요인에서 찾지만 내부역량부족이 가장 크다.
도전은 하고 있지만 창의적 발상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망한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기는 하지만 망한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 극복할 창의적인 방안을 찾지 못하면 똑 같이 망하게 된다. 지금의 난국도 창의로 돌파해야 하는데, 창의라는 말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 인재를 육성하지만 조직전반의 역량은 불균형
STX 기업문화를 평가하면서 가장 우려된 영역 중 하나가 조직이다. STX의 모체인 쌍용중공업이 기본적으로 대기업군(群)에 속했기 때문에 업무 분장이나 직원역량 측면에서는 다른 대기업에 비해 크게 뒤지지는 않았다.
일과 사람을 평가하면 기본 정도의 점수는 받을 수 있다. 국내 대기업 모두가 가진 동일한 문제점도 보인다. 조직이라는 것이 개인들의 단순한 조합이 아니라 시너지를 내는 유기체가 되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STX 조직의 강점은 직원 중 임원급이라고 볼 수 있다. 조직과 사업의 급팽창에 따른 검증된 고급인력을 채용하면서 다른 대기업과 비교할 정도의 우수한 인재를 영입했다.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기 때문에 해외경험이 풍부한 임원들이 많다고 한다. 글로벌 인재를 많이 확보하고 있어 글로벌 경영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한다.
해외에서 오래 근무했다고 모두 글로벌 인재라고 말하기 어렵다. 몇 개 국가에서 해외체류경험이나 외국어만 가지고 글로벌 인재라고 부를 수 없다. 글로벌 정치/경제/문화/과학기술에 익숙하고 글로벌 마인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
조직이 급팽창하면서 임원들은 나름 객관적인 역량을 갖춘 인재를 초빙했다고 하지만 직원들의 경쟁력은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최고 기업으로 불리는 삼성그룹과 직원의 경쟁력을 비교하면 재미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삼성의 경우 직원의 역량은 강한데 임원의 역량은 경력이나 급여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의 임원은 이건희 회장이 방향을 제시하면 전체적인 의견을 취합하는 수준이고 실제 일은 직원들이 한다. 반면에 STX는 임원들이 방향설정도 하고, 실행도 대부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TX가 조직을 정돈하고 신사업을 벌이기 위해서는 직원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직원들이 열정을 갖고 도전을 하는 것은 좋지만 제대로 된 역량을 개발해 줘야 한다. 직원의 역량개발은 연수원의 교육프로그램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스스로 노력할 수 있는 조직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STX 글로벌 파이오니어(Global Pioneer)는 삼성의 지역전문가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지역전문가 제도와 차이점은 파견대상이 대리 이하 젊은 직원들이라는 점이다. 젊은 직원들의 역량을 조기에 육성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
좋은 제도이기는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직원들이 신규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현지정보를 수집하기에는 역량이 충분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기분전환이나 새로운 경험을 갖는 것은 좋지만 기업의 한정된 자원을 잘 배분하는 것도 중요한 만큼 보완할 여지가 있다.
◇ 경영자는 정확한 방향설정과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의 직무는 기획/총무, 마케팅/영업, 제조/생산, R&D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후선 업무인 재무는 총무직무에 속한다. 강덕수 회장은 재무통이라고 한다.
강덕수 회장은 조직생활을 하면서 회계와 재무관련 업무를 주로 해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색채를 띠지만, 사업기획과 같은 업무를 하면서 저돌적이고 능동적인 성향이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 망한 기업을 인수할 때는 재무분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자신의 역량을 가장 잘 발휘했을 것이다. 장부상 부실이 있는지 없는지 찾아내는 것은 M&A의 첫 번째 임무다.
STX가 신속하고 다양한 M&A를 하면서 강덕수 회장의 재무적 지식과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본다. 장부만 열심히 보고 M&A를 하고, 사업진출 여부를 판단해 세계경제흐름이나 산업패러다임을 놓치지 않았나 생각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예견하지 못한 재앙이 아니라 이미 2006년부터 경고음이 있었다. 이번 금융위기는 1997년 아시아금융위기와 달리 전세계의 부동산거품과 국가재정위기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기회라는 잘못된 판단으로 오히려 투자를 늘리는 정책을 집행해 위기를 키웠다. 장부상 숫자 놀음에 취해 정작 외부의 거대한 변화를 파악하는데 게을리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의 유동성 위기도 지분을 팔고, 계열사는 매각하는 것만으로 수습하기 어렵다. 알짜 기업을 팔고 캐시플로우를 계산하는 것은 실무자들이 할 일이지, 경영자가 할 일은 아니다.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시대흐름을 예측하고 기업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다. 조선과 해운업 경기가 언제 호전될지, 호전되기 어렵다면 어떤 수준으로 축소될지 예측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현재처럼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대응을 하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조선업의 시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어차피 제 값을 받고 팔 수 없다. 계열사를 판다고 주판으로 계산한 돈이 들어와 재무구조를 개선해 주지 못한다.
기업이 신사업을 벌일 때나 위기에 직면하면 수성보다는 공격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STX가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면서 저돌적인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정확한 방향을 잡은 공격은 아니라고 보인다. 수직계열화도 핵심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거나 관련 기업끼리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매각대상을 결정할 때도 마찬가지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알짜 기업이 아니면 매각하기 어렵지만 그룹의 근간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먼저다. 다른 경영자나 외부인이 볼 수 없는 본질을 찾지 못하면 계속 궁지에 몰릴 수 밖에 없다.
- 계속 -
틀린 말은 아니지만 주요 대기업의 창업자들이 주로 하는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해외사업을 활발하게 해 글로벌 인재의 중요성을 다른 그룹보다 더 크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도 차이다. STX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4번째 DNA인 조직(Organization)을 일(job)과 사람(people)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 창의와 도전을 중시하지만 창의는 보이지 않아
STX는 인재를 키우는 회사, 꿈과 미래가 있는 회사는 좋은 인재로부터 출발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인재상은 변화를 선도해 나가는 진취적인 STX人, 창의력을 발휘하며 노력하는 STX人, 적극적인 행동으로 도전하는 STX人, 자기계발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STX人, 회사와 동료와 가정의 소중함을 느끼고 감사하는 STX人 등이다.
새로운 비전을 우수한 인재를 확보해 훌륭하게 키워내는 인재경영으로 설정하고 있다. 우수인재가 조직을 떠나지 않고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신입사원 조기 전력화 프로그램, 전문 직무교육 프로그램, 직급별 리더십 프로그램, 사이버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최고의 인재가 무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창의와 도전의 문화’가 있다고 한다. 신생기업이기 때문에 더욱 창의와 도전을 권장하고 있다는 주장도 한다.
도전적인 직원을 중용하는 전략은 신생기업으로 영토를 수성하기 보다는 확장해야 하기 때문에 당연하다. STX가 최근 몇 년 동안 구직자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것은 샐러리맨으로 입지전적인 인물이 된 회장을 역할모델로 삼아 싶은 젊은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도전도 좋고, 창의도 좋지만 그게 무엇인지 명확하게 아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망한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이 2013년 3월 22일 대우 창립 46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면서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강덕수 회장과 마찬가지로 김우중 회장도 경제인으로 성공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다.
김우중 회장도 ‘세계경영’을 외치며 해외에서 기회를 찾자고 주장했다. 많은 젊은이들이 열광적으로 달려 들었지만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실패도 값진 경험이라고 하지만 실패로부터 무엇을 배웠느냐에 따라 평가는 다르다. 도전은 좋았지만 창의적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대우의 도전이 실패한 원인 중 하나를 꼽자면 창의와 도전이라는 수식어로 포장된 성공에 대한 과도한 욕심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발전할 수 있게 된 것도 사유재산을 인정하고 개인들의 부에 대한 욕심을 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도전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좋지만 어떻게 도전하고 노력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때 필요한 단어가 창의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대우가 신흥시장으로 삼았던 동유럽이나 중앙아시아는 서구 기업들이 시장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고 포기했던 곳이다.
STX가 사업을 확장하고 도전을 하는 것은 매우 좋은 현상이다.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시장의 성장잠재력을 발굴하겠다는 의지도 칭찬받을 만 하다. 지난 10여 년 동안 정신 없이 도전하던 STX가 주춤거리는 원인을 외부요인에서 찾지만 내부역량부족이 가장 크다.
도전은 하고 있지만 창의적 발상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망한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기는 하지만 망한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 극복할 창의적인 방안을 찾지 못하면 똑 같이 망하게 된다. 지금의 난국도 창의로 돌파해야 하는데, 창의라는 말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 인재를 육성하지만 조직전반의 역량은 불균형
STX 기업문화를 평가하면서 가장 우려된 영역 중 하나가 조직이다. STX의 모체인 쌍용중공업이 기본적으로 대기업군(群)에 속했기 때문에 업무 분장이나 직원역량 측면에서는 다른 대기업에 비해 크게 뒤지지는 않았다.
일과 사람을 평가하면 기본 정도의 점수는 받을 수 있다. 국내 대기업 모두가 가진 동일한 문제점도 보인다. 조직이라는 것이 개인들의 단순한 조합이 아니라 시너지를 내는 유기체가 되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STX 조직의 강점은 직원 중 임원급이라고 볼 수 있다. 조직과 사업의 급팽창에 따른 검증된 고급인력을 채용하면서 다른 대기업과 비교할 정도의 우수한 인재를 영입했다.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기 때문에 해외경험이 풍부한 임원들이 많다고 한다. 글로벌 인재를 많이 확보하고 있어 글로벌 경영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한다.
해외에서 오래 근무했다고 모두 글로벌 인재라고 말하기 어렵다. 몇 개 국가에서 해외체류경험이나 외국어만 가지고 글로벌 인재라고 부를 수 없다. 글로벌 정치/경제/문화/과학기술에 익숙하고 글로벌 마인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
조직이 급팽창하면서 임원들은 나름 객관적인 역량을 갖춘 인재를 초빙했다고 하지만 직원들의 경쟁력은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최고 기업으로 불리는 삼성그룹과 직원의 경쟁력을 비교하면 재미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삼성의 경우 직원의 역량은 강한데 임원의 역량은 경력이나 급여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의 임원은 이건희 회장이 방향을 제시하면 전체적인 의견을 취합하는 수준이고 실제 일은 직원들이 한다. 반면에 STX는 임원들이 방향설정도 하고, 실행도 대부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TX가 조직을 정돈하고 신사업을 벌이기 위해서는 직원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직원들이 열정을 갖고 도전을 하는 것은 좋지만 제대로 된 역량을 개발해 줘야 한다. 직원의 역량개발은 연수원의 교육프로그램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스스로 노력할 수 있는 조직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STX 글로벌 파이오니어(Global Pioneer)는 삼성의 지역전문가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지역전문가 제도와 차이점은 파견대상이 대리 이하 젊은 직원들이라는 점이다. 젊은 직원들의 역량을 조기에 육성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
좋은 제도이기는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직원들이 신규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현지정보를 수집하기에는 역량이 충분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기분전환이나 새로운 경험을 갖는 것은 좋지만 기업의 한정된 자원을 잘 배분하는 것도 중요한 만큼 보완할 여지가 있다.
◇ 경영자는 정확한 방향설정과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의 직무는 기획/총무, 마케팅/영업, 제조/생산, R&D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후선 업무인 재무는 총무직무에 속한다. 강덕수 회장은 재무통이라고 한다.
강덕수 회장은 조직생활을 하면서 회계와 재무관련 업무를 주로 해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색채를 띠지만, 사업기획과 같은 업무를 하면서 저돌적이고 능동적인 성향이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 망한 기업을 인수할 때는 재무분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자신의 역량을 가장 잘 발휘했을 것이다. 장부상 부실이 있는지 없는지 찾아내는 것은 M&A의 첫 번째 임무다.
STX가 신속하고 다양한 M&A를 하면서 강덕수 회장의 재무적 지식과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본다. 장부만 열심히 보고 M&A를 하고, 사업진출 여부를 판단해 세계경제흐름이나 산업패러다임을 놓치지 않았나 생각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예견하지 못한 재앙이 아니라 이미 2006년부터 경고음이 있었다. 이번 금융위기는 1997년 아시아금융위기와 달리 전세계의 부동산거품과 국가재정위기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기회라는 잘못된 판단으로 오히려 투자를 늘리는 정책을 집행해 위기를 키웠다. 장부상 숫자 놀음에 취해 정작 외부의 거대한 변화를 파악하는데 게을리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의 유동성 위기도 지분을 팔고, 계열사는 매각하는 것만으로 수습하기 어렵다. 알짜 기업을 팔고 캐시플로우를 계산하는 것은 실무자들이 할 일이지, 경영자가 할 일은 아니다.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시대흐름을 예측하고 기업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다. 조선과 해운업 경기가 언제 호전될지, 호전되기 어렵다면 어떤 수준으로 축소될지 예측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현재처럼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대응을 하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조선업의 시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어차피 제 값을 받고 팔 수 없다. 계열사를 판다고 주판으로 계산한 돈이 들어와 재무구조를 개선해 주지 못한다.
기업이 신사업을 벌일 때나 위기에 직면하면 수성보다는 공격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STX가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면서 저돌적인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정확한 방향을 잡은 공격은 아니라고 보인다. 수직계열화도 핵심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거나 관련 기업끼리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매각대상을 결정할 때도 마찬가지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알짜 기업이 아니면 매각하기 어렵지만 그룹의 근간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먼저다. 다른 경영자나 외부인이 볼 수 없는 본질을 찾지 못하면 계속 궁지에 몰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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