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정보기관 활동] 09. 일본 지도층의 의도적 망언과 우려... 국내 지지층의 결집과 세력 확장 추진 의도
청일전쟁에서 승리하며 대만을 식민지로 개발... 센가쿠열도 등 영토분쟁을 위해서도 대만의 역할이 중요
민진규 대기자
2025-11-24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종료됐다. 다음 개최국인 미국이 불참하며 글로벌 협력관계가 어려움이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동아시아 대표 국가인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급랭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공격하면 자위대를 파병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다.

중국은 외교부 뿐 아니라 다양한 정부 부처가 일본을 압박하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일본 경제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중국인 여행 및 유학 자제와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과 중국의 관계가 급랭하면서 한국의 입장이 중요해졌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미국일본과 우방관계를 유지하며 북한과 밀접한 중국과 러시아와는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외교관계를 원했기 때문이다.

◇ 청일전쟁에서 승리하며 대만을 식민지로 개발... 센가쿠열도 등 영토분쟁을 위해서도 대만의 역할이 중요

중국이 일본에 대해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만 정작 일본 내부는 조용한 편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지지층을 확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도발을 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일본은 조선에서 동학농민군을 진압한 후 청(靑)과 전쟁을 벌였다. 조선에 대한 정치적 영향권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일본은 압도적인 군사력을 바탕으로 망해가던 청과 전쟁에서 승리했다.

일본군은 평양성에 주둔하고 있던 청군을 공격해 항복을 받았다. 이후 일본 해군은 압록강 앞에 있는 해양도에서 청의 자랑인 북양함대(北洋艦隊)를 격파했다. 이후 일본군은 후퇴하는 청군을 추격하며 남만주로 진격해 교두보를 확보했다.

일본 해군은 요동반도에 있는 여순(旅順)항을 점령했지만 북양함대는 산둥반도로 대피했다. 1895년 1월 일본 해군은 산둥반도의 웨이하이(威海)마저 함락시켜 항복을 받아냈다.

보하이만(渤海湾)을 지키는 여순과 웨이하이가 함락되며 청은 강화협상을 시작해 일본과 시모노세키조약(下關条約)을 체결했다. 2억 냥에 달하는 전쟁배상금과 대만, 요동반도, 펑후(澎湖)열도 등을 넘겨줬다.

다만 요동반도는 러시아가 개입하며 일본에 넘어가는 운명은 면했다. 러시아는 프랑스, 독일과 협력해 이른바 삼국간섭으로 일본을 위협해 요동반도는 청에 돌려줬다.

일본군이 대만으로 진주하자 대만인은 대만민주국을 선언한 후 일본에 저항했지안 압도적은 군사력에 무릎을 꿇었다. 대만총독부를 설치해 근대화를 추진했지만 잔악한 식민지 지배를 이어갔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패배하며 대만은 독립했다. 하지만 중국국민당이 대만을 접수하며 원주민의 입장에서 독립국가 건설은 요원해졌다. 특히 국민당이 대륙에서 공산당에 패해 대만으로 후퇴한 이후에는 자주권 회복은 불가능해졌다.

1951년 체결된 샌프란시스코조약(Treaty of San Francisco)에 따라 일본은 대만과 펑후열도에 대한 권리를 공식적으로 포기했다. 일본은 1952년 대만과 중일평화조약을 체결해 국교를 회복했다.

일본이 1950년대 중반부터 급격한 경제성장을 달성하며 대만도 산업화의 혜택을 입기 시작했다. 일본의 대기업에 부품을 제조해 납품하며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지도가 그려졌다.

대만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된 이후에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지위를 유지했지만 1971년 빼앗겼다. 미국이 베트남전쟁을 수행하며 중국과의 관계개선이 필요해 외교정책을 변경햇기 때문이다.

1972년 미국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이후 일본도 중화인민공화국을 중국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은 대만이 해상수송로를 지키기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센가쿠열도 등 남방 도서에 대햔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도 밀접한 관계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국가정보기관의 이해 - 활동영역과 개혁과제 표지 by 민진규 [출처=엠아이앤뉴스]

◇ 2008년 11월 3일 작성한 칼럼 소개... 일본지도층의 의도적 망언과 우려

일본의 우경화가 주변국의 경제침체에 따라 더욱 강해지고 있다. 주변국은 일본의 경제적 지원이 절실하게 요구되므로 이를 협상 무기로 활용하는 것이다.

며칠 전 일본 자위대 항공막료장(한국의 공군참모총장에 해당함)인 다모가미 도시오(田母神俊雄)는 과거 일본의 아시아침략을 정당화하는 논문을 군 내부와 외부에 발표해 해임됐다.

그동안 일본 우익 정치인의 침략전쟁 미화나 과거 자행한 악행 등을 부인하는 행동은 수없이 일어났지만 현역 군 최고 간부의 망언은 돌발적이다.

정치인이야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략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모든 국민이 알기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현역 군 간부가 이런 유형의 사고(思考)를 하고 있다는 것은 우려할 만한 사안이다.

그는 특히 일본의 전후(戰後) 교육 중에서 일본이 한반도와 중국을 침략해 온갖 잔혹한 행위를 자행하고 민간인에게 가한 잔혹한 행위가 대부분 날조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조선을 식민화한 것이 조선을 중국의 압제로부터 해방시킨 것이며 조선에 사회 제도와 사회기반시설을 구축해 주면서 오히려 도움을 줬다고 강조했다. 우익이 주장하는 식민지 근대화론과 맥락이 일치한다.

그는 일본 정부의 틀린 교과서 내용으로 많은 일본 국민이 잘못된 것을 사실로 인정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일본이 주변국과 화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잔혹한 식민지 통치와 같은 과거를 인정 혹은 반성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를 망각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국가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일본은 19세기 중반까지 아시아의 작은 섬나라로 조선과 청(淸)에 조공무역과 노략질로 국가를 경영했다.

하지만 유럽의 대항해 항로와 인접한 지리적인 이점과 뛰어난 선각자 덕분에 서양 문물을 아시아의 어느 국가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폐쇄적인 왕조 국가에 매몰되어 있던 조선을 병합하고 부패와 무능으로 만신창이가 된 청나라를 굴복시켰다.

당시 칼과 활 혹은 구식 총으로 무장한 조선과 청의 군대는 신식 화포와 총, 항공기 등으로 무장한 일본군에 쉽게 제압당했다.

국제정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던 양국 지배층은 무기력하게 무너졌고 국민은 잔악한 식민지 정책의 희생양으로 전락했다.

제2차 세계 대전의 승전국인 미국은 일본의 천황이나 지도부를 가혹하게 처벌하는 것보다 체제를 유지시키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소련의 공산주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아시아의 교두보로 삼기 위한 목적이다.

중국에서 지루하게 이어진 국공내전과 공산당의 승리, 곧이어 터진 한반도의 6·25전쟁은 아시아 공산 체제와 싸우려는 미국의 선택폭을 더욱 좁혔다. 미국은 일본의 전후 복구를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

전범국가인 일본이 한반도 식민지 지배, 만주사변과 중일전쟁을 겪으며 추적한 정보와 대륙 경영에 대한 지혜가 필요했다. 국제정치 상황이 일본 황실 체제의 유지를 허용했으며 지도층의 반성을 크게 요구하지 않았다.

일본은 2000년대 이후 미국의 경제난과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에 휘말려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잘 활용해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시도한다.

중국은 경제나 국력 측면에서 보면 덩치는 커졌지만 지적 능력은 아직 몸의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식민지를 경영해보고 세계전략을 수립해 운영해본 유일한 국가다. 일본의 저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일본 우익 중에서도 지나친 군국주의와 우경화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으므로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일본의 군사 무장이나 우경화가 대한민국과 동북아 정세에 미칠 영향을 면밀하게 검토해 국가전략을 수립하지 않으면 20세기 초와 같은 불행한 사태를 반복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정치인이나 공무원은 국제정치에 문외한으로 ‘우물 안 개구리’라는 비판을 받는다. 조선말 쇄국정책을 주도하던 양반 지배층이 인식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한심하지만 현실이니 답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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