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정부개혁] 07. 연기금 효율적 관리를 통한 국부펀드 육성... 소극적 자금 관리자에서 전략적 투자자로 전환 필요
싱가포르 테마섹·사우디 PIF는 고성장 미래 산업에 적극 투자... 별도의 국가자산관리청 신설해 독립성 보장 요망
민진규 대기자
2025-11-12 오전 5:38:37
한국경영자총연합회(회장 손경식)에 따르면 20~30대의 80% 이상이 국민연금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총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20세 이상 10007명을 대상으로 '2025 국민연금 현안 대국민 인식조사'의 결과다.

국회는 2025년 3월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연금 모수개혁안을 포함한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18년만에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재체율(받는 돈)을 조정했다.

가입자의 보험료율은 1998년 정해진 9%에서 13%로 상향조정하고 연금액은 은퇴 전 평균 소득의 40%에서 43%로 높였다. 조정 결과, 국민연금의 기금이 소진될 예상 시점이 기존에 예측한 2056년에서 15년이 연장돼 2071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가 국민의 대의기관으로 합리적인 결정을 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세대간 찬성도는 달랐다. 기성세대는 적은 보험료를 내고 높은 연금을 받았지만 젊은 세대는 보험료를 더 많이 내고도 보험료를 못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신을 해소하려면 연기금 관리가 더욱 투명해져야 하며 운용 수익률도 선진국 연기금 펀드처럼 더 높여야 한다. 연기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국부펀드를 육성하는 방안을 고려해보자.


▲ 싱가포르의 테마섹(Temasek) 빌딩 [출처=홈페이지]


◇ 전통적 자산군에 투자해 낮은 수익률 기록... 싱가포르 테마섹·사우디 PIF는 고성장 미래 산업에 적극 투자

2025년 초 기준 국민연금 여유자금은 약 129조 원에 달한다. 세부 내역을 살펴 보면 △국내주식 14.9% △해외주식 35.9% △국내채권 26.5% △해외채권 8.0% △대체투자 14.7% 등으로 전통적 자산군에 분 산투자할 예정이다.

다른 국가의 국부 펀드가 운영되는 상황을 정리해보자. 싱가포르의 테마섹(Temasek)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에 중점을 둔다.

특히 비상장 자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화', '지속가능한 삶', '소비 증가', '장수명화' 등 4가지 장기적인 투자 테마를 설정했다.

특히 북미나 유럽 대륙의 선진국보다 중국을 제치고 새로운 제조 대국으로 부상하는 인도 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등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적극적이다.

사우디라아비아 국부펀드(PIF)는 인공지능(AI), 전기자동차(EV)와 같은 첨단 기술,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관광,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유망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부존자원인 석유가 고갈될 이후의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저탄소 스마트 시티 건설 사업인 네옴시티(NEOM)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한국투자공사(KIC)는 공조직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 설계에 기여하는 말 그대로 국부를 운용하는 전략적 국부펀드 운영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KIC는 3대 사장, 5대 사장 이후부터 현재 9대 사장까지 모두 기획재정부 출신들이 맡고 있다. 국가전략 방향에 부합하는 공격적인 적극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고 리스크를 관리에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소극적 자금 관리자에서 전략적 투자자로 전환 필요... 별도의 국가자산관리청 신설해 독립성 보장 요망

현재 국부펀드의 운영 주체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KIC가 개혁할 방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역할을 전환해 소극적이고 안정성을 추구하는 '자금 관리자(Passive Fund Manager)'에서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고 실행하는 '전략적 투자자(Strategic Investor)'로 바뀌어야 한다.

단순한 배당 수익이나 시세 차익을 넘어 투자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유도하고 한국 경제 생태계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기관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KIC가 '돈 관리인'에서 대한민국의 미래 자본을 창출하는 국부펀드의 '설계자'이자 '실행자'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음으로 조직위상을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명실상부한 투자전문 법인으로 승격시켜줘야 한다.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가 가능하도록 자율성을 향상해주고 성과에 대한 보상 시스템도 재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세계적으로 성공한 노르웨이 연기금(GPEG), 싱가포르 테마섹,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 등은 정부 부처로부터의 독립성, 기금 운용에 뛰어난 역량을 보유한 전문가 채용 시스템, 자율적 투자결정권 등을 보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국부펀드의 운영 주체는 보건복지부 장관에서 별도의 국가자산관리청을 신설해 전담하도록 해야 한다.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난 독립 투자기구가 돼야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 전략을 수립 및 집행할 수 있다.

투자 대상은 수익률이 낮은 주식과 채권 등 전통 자산에서 높은 수익률을 보장할 미래 성장 동력, 대체 투자 등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캐나다 CPPIB는 전체 자산의 약 60%를 사모펀드, 부동산, 인프라 등 대체자산에 투자한다. 이 중 상당 부분을 외부 운용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집행해 수수료를 절감한다.

사우디아라비아 PIF는 '비전 2030'이라는 명확한 국가 개혁 전략과 맞물려 전기차(루시드), e스포츠(닌텐도), 엔터테인먼트, 미래형 신도시(네옴) 등 특정 '테마'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 계속 -
저작권자 © 엠아이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기획·특집 분류 내의 이전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