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 1편 대기업 16. 동부 기업문화 (3) 사업-제품과 시장... 건설에서 시작해 금융업 강화 후 가전으로 영역확장
토마토농사 등 유리온실사업까지 벌여 비난 자초... 미국, 유럽,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으로 활발하게 진출
민진규 대기자
2013-09-02
건설회사에서 시작한 동부는 금융, 철강, 에너지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성장했다. 최근에는 농업, 물류, 전자 등의 사업까지 진출하면서 종합그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

하지만 동부의 사업내역을 살펴보면 그룹 규모에 비해 사업군이 너무 많다는 평가를 내리는 전문가들이 많다. 동부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두 번째 DNA인 사업(Business)을 제품(product)과 시장(market)의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 건설에서 시작해 금융업 강화 후 가전으로 영역확장

동부는 건설업에서 시작해 금융, 철강, 화학, 전기, 전자, 농업, 물류 등으로 확장하면서 성장했다. 동부건설은 김준기 회장이 관광산업이 활성화 될 것이라는 기대하에 종합관광 레저단지를 건설하기 위해 설립한 기업이다.

1970년대 여객운송, 관광, 신용금고 등의 사업을 하다가 사우디아라비아 건설시장에 뛰어들면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당시 총 20억 달러에 달하는 수주실적은 한국의 경제규모를 감안해도 큰 편이다.

1980년대 철강, 금속, 화학, 물류, 금융 등의 영역으로 다각화했다.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에 따른 것이다. 동부가 대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은 80년대 들어 한국자동차보험, 일신제강 등을 인수하면서였다.

1990년대 들어서도 사업을 더 키웠고, 금융부문을 강화했다. 1995년 한국자동차보험의 사명을 동부화재해상보험(이하 동부화재)으로 바꿨다. 현재 동부화재는 동부금융그룹의 핵심기업이다.

M&A로 성장하던 동부가 농업부문을 강화할 수 있었던 것은 1995년에 인수한 ㈜한농과 계열사덕분이다. 1953년 설립된 한국농약은 농약에서부터 종자까지 제품군을 갖고 있었다.

동부가 농업부문 사업을 강화하면서 최근 몬산토의 종자사업부문까지 인수했다. ‘씨앗에서 식탁’까지라는 슬로건을 내 걸고 농산물재배, 유통, 판매에까지 뛰어들고 있다. 동부는 농업뿐만 아니라 바이오, 임업 등으로 진출해 한국의 대표농업기업이 되려는 야심을 갖고 있다.

동부가 한 단계 도약을 위해 추진하는 미래사업이 전기와 전자다. 동부는 1997년 동부전자를 설립해 반도체사업에 뛰어 들었다.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동부전자는 직접생산보다는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로 전환했지만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2001년 아남반도체 부천공장을 인수하고 영업을 강화하면서 실적이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

2011년 화우테크놀로지를 인수해 동부라이텍, 알티반도체를 인수해 동부LED로 사명을 바꾸었다. 동부LED는 LCD의 백라이트유닛(BLU)과 조명용 LED를 생산하고, 동부라이텍은 LED조명 완제품을 생산한다.

2013년 대우전자를 인수하면서 메이저 가전기업을 가진 그룹으로서 꿈을 꾸고 있다. 로봇, LED, 전자재료, IT 등의 계열사와 대우전자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룡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버티고 있는 국내 가전시장에서 동부대우전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우려에 대해 동부는 국내보다는 해외시장에 주력하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향하는 고급·고사양 제품보다는 저가의 보급형 제품위주로 국내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말한다.

동부는 지속가능성장을 통해 100년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사업을 7가지 영역으로 구분하고 있다. 7대 사업분야는 철강/금속/화학, 농업/건강/유통, 전자/IT/반도체, 건설/에너지/부동산, 물류/여객/콘텐츠, 보험/증권/은행 등이다.

사업분야를 보면 종합그룹으로서의 면모를 갖췄지만 분야간 시너지가 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그룹의 규모와 실적에 비해 너무 많은 사업군을 갖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 토마토농사 등 유리온실사업까지 벌여 비난 자초

동부는 80년대 영남화학을 인수하면서 농업분야에 발을 디뎠다. 90년대 들어 한농을 인수하였으며, 이후 동화청과, 세실, 동호제약, 가야농장, 몬산토코리아 등 적극적인 M&A를 진행하고 있다.

동화청과는 농산물 유통회사이고, 가야농장은 음료제조회사다. 농업부문의 대표회사인 동부팜한농은 국내 1위의 농약제조업체이고, 제2위의 비료제조업체다.

2012년 몬산토코리아의 종자부문을 인수하면서 종자시장에서도 주요 사업자로 떠올랐다. 동부팜한농의 국내 종자시장 점유율은 20%대 중·후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준기 회장은 국내 농업이 후진적인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해 농업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몬산토의 종자사업 인수도 종자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그는 종자는 농업의 반도체로서 농업경쟁력을 좌우하는 근간이라고 생각한다. 농업이 단순한 1차 산업에 머물러 있는데, 미래형 6차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농촌이 살아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미래형 6차 산업은 1차인 농업에 농산물 가공인 2차 산업, 체험형 농촌활동 서비스인 3차 산업까지 포함한다.

하지만 동부의 농업에 대한 애정이 지나쳐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농민들에게 농약, 종자, 농자재까지 팔고 있는 동부가 대규모 유리온실을 지어 파프리카, 토마토 농사를 하면서 농민과 농민단체의 반발이 거세다.충남 논산에서 파프리카 농사를 짓던 시설에 폐기물을 무단 방치해 과태료를 부과 받기도 했다.

동부는 경기도 화성지역에 동양 최대 규모의 유리온실을 지어 토마토를 재배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가 포기했다. 유리온실은 이미 완공된 이후다. 국내와 다른 품종의 토마토를 재배해 전량 해외에 수출하겠다고 말했지만 농민단체를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동부는 청과물유통도 직접 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농민단체나 농협이 하던 농산물 유통이나 청과물 유통사업에 대기업이 뛰어드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대기업이 후진적인 농산물유통시장을 선진화시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국민정서를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동부가 중견그룹일 때는 농산물유통사업을 해도 무방하지만, 대기업이 된 이상 그룹의 위상에 적합한 사업을 해야 한다. 기존에 하던 사업이더라도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제민주화가 화두가 되고 있는데 대기업의 골목상권침범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주로 유통대기업인 롯데그룹, CJ그룹 등이 비난의 대상이 되었지만 동부도 포함된 것이다.

롯데그룹과 CJ, 일부 프랜차이즈 대기업이 여론의 질타를 받는 사이 동부의 사업은 조용하게 수습되었다. 대규모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대기업이 농업부문까지 진출한 것은 문제가 있다. 유리온실 사업에서는 철수했지만 동부가 벌이고 있는 농업부문 사업도 독과점, 중소기업업종 침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미국, 유럽,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으로 활발하게 진출

동부는 그룹의 규모나 위상에 비해 해외사업이 부진하다. 창업기인 1970년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건설사업을 한 것을 제외하면 국내사업에만 매진했다.

사업 복합화에 주력하다보니 해외사업을 벌일 여력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도 이유에 해당된다. 2000년대 들어 동부그룹도 개별 계열사별로 해외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계열사들의 해외사업 추진전략과 대상 지역은 매우 다양하다.

가장 활발하게 해외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계열사는 동부화재다. 미국시장에 이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신흥시장까지 진출하고 있다. 미국은 괌, 하와이, 캘리포니아, 뉴욕 등지에서 활발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중국에 진출하려고 시도했지만 중국정부의 규제가 까다로워 고심 중이다.

라오스에는 현지기업과 공동으로 진출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동부라이텍은 LED조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어 국내사업이 어렵자 해외진출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동부제철도 태국에 칼라강판공장을 설립하고, 멕시코 등으로 수출을 늘리고 있다.

2013년 1월 인수한 동부대우전자도 중남미, 남미 등의 시장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전체 매출 중 80%를 해외수출로 달성하고 있다. 멕시코, 파나마, 칠레, 브라질, 아르헨티나, 페루, 베네수엘라 등에 현지법인과 지사를 두고 있다.

중남미 시장은 6억이 넘는 인구와 경제발전으로 급성장하고 있어 세계 가전기업들이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성과가 나타나 전자레인지, 세탁기, 양문형냉장고등이 일부 남미 국가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동부의 글로벌화는 갈 길이 멀다. 동부제철은 해외 생산·판매 네트워크가 아직 취약한 실정이고 동부건설 역시 해외 플랜트 공사 실적이 전무하다. 동부라이텍의 LED조명사업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동부라이텍이 2009년 이후 이어오던 적자에서 2012년 흑자로 전환되기는 했지만 미래는 불투명하다. LED조명산업 자체가 오스람, GE 등 글로벌기업들이 특허권을 독점하고 기술진입장벽도 낮아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부하이텍도 미국, 유럽 등지로 아날로그반도체사업을 확장하고자 하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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