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 선거공약 평가] 26. 기술공약 하나도 없는데… “미래혁신 도시 도약” 말만 요란
경제 공약도 4.8% 불과… 발전 정체 어떻게 풀지 의문, 재개발사업보다 창업활성화 통해 혁신도시 건설 필요
민진규 대기자
2022-11-25
1995년 서울특별시 구로구에서 독립해 서남권 관문도시로 발전하고 있는 금천구는 인근 경기도 안양시보다 더 ‘시골 같다’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낙후돼 있다. 구로구에서 확장된 G밸리(가산디지털단지)가 미래혁신 창업도시로 도약할 유일한 발판인 셈이다.

최근 금천구는 혁신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미래도시 정책자문단’을 출범시켰다. 자문단으로부터 △도시정비·재개발 △교통·도로 △교육·문화 △복지·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관한 자문을 받을 방침이다. 이른바 ‘직주근접 도심’을 건설하는 것이 목표다.

수십 년 동안 발전이 정체된 불균형 도시라는 평가를 듣는 금천구가 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해 ‘상전벽해’됐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6·1 지방선거에서 금천구청장 후보자가 제시한 선거공약을 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가 개발한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 모델을 적용해 평가해 봤다. 

◇ 행정 관료보다 정치인 출신 다수 점유

역대 민선 금천구청장은 반상균·한인수·차성수·유성훈이다. 민선1·2기 반상균은 서울시 공무원 출신으로 동대문구·마포구 부구청장을 거쳐 1995년 3월 구로구에서 분리·신설된 금천구의 관선 1대 구청장으로 근무했다.

3·4기 한인수는 국회의원 입법 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했으며 3기 서울시의원을 넘어 금천구청장까지 성장했다. 5·6기 차성수는 대통령 비서실에서 근무한 이후 21대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을 지냈다. 7·8기 유성훈은 국민의정부·참여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6·1 지방선거에서 금천구청장에 재선된 더불어민주당 유성훈은 국민의힘 오봉수와 경쟁해 승리했다. 후보자가 제시한 대표 공약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우선 유성훈은 5대 공약으로 △앞으로 가는 금천 △미래교육 역사문화도시 금천 △정다운 금천 △정의롭고 이로운 금천 △가족, 지속가능한 환경도시 금천 등을 제시했다. 7기에는 신안산선·대형종합병원 설립, 공군부대 이전 등을 추진해 호평을 받았다.

낙선한 오봉수의 주요 공약은 △가산동·독산동·시흥동 빠른 재개발·재건축 및 리모델링 신속 추진 △시흥유통센터·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 △가산G밸리 융·복합단지 및 도심산업단지 가속화 △서서울미술관 건립 등이다. 오봉수는 5기 금천구의원과 8·9기 서울시의원을 지냈다.


▲ 서울시 금천구의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 모델의 평가 결과[출처 = iNIS]


◇ 기술 공약 없이 미래혁신 창업도시 불가능

8기에 재선된 유성훈 구청장은 홈페이지에 5개 추진전략·9개 분야·단기(24)·중기(19)·장기(20) 등 총 63개의 세부공약을 제시했다. 선거공보물에 공개한 53개보다 10개 공약이 늘어났는데 △앞으로 가는 금천 4개 △정다운 금천 2개 △가족, 지속가능한 환경도시 금천 4개 등으로 분석됐다.

국정연은 유 구청장이 홈페이지에 제시한 세부 공약 63개를 요소별로 다시 분류했다. 세부과제는 정치(8)·경제(3)·사회(31)·문화(21)·과학기술(0)로 구성됐다. 사회 공약은 49.2%로 △정치 공약 12.7% △문화 공약 33.3% 대비 많았다. 미래 먹거리인 과학기술 공약은 0%이며 경제 공약도 4.8%에 불과했다. 요소별 주요 공약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치 공약은 △공군부대 복합개발 및 부대 축소 배치 추진 △금천구민 안심자전거보험 가입 △금천산업진흥원 설립 추진 △주민생활 중심 금천형 주민자치회 활동 강화 △현장구청장실 운영 △재활용체계 구축 △탄소중립·제로웨이스트 등 구민활동 지원 △미세먼지 방지대책 강화 등이다.

둘째, 경제 공약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골목경제지원센터 운영 △상점가 특화거리 조성 추진 △금천일자리주식회사 확대를 통한 G밸리 연계 일자리 창출 등 3개로 많지 않다.

셋째, 사회 공약은 △신안산선 조기완공 추진 △경전철 금광선 연장 용역 추진 △인천지하철 2호선 연장 용역 추진 △재개발 및 소규모 주택정비를 통한 동서균형발전 △시흥유통·철재상가 재개발을 통한 서남권 관문도시 조성 △1인 가구 온리원(Only1) 프로젝트 △위드 U(With U) 프로젝트 △좋은 어르신일자리 지속 확충 등으로 다양하다.

넷째, 문화 공약은 △금천구민광장 조성 △공교육 중심 교육지원체계 구축 △진로·진학교육 강화 △4대 체험학교 확대 △국제외국어센터 건립 추진 △서서울미술관 조기 완공 △문화거버넌스 공간 건립 △생활체육 활성화 원년 선포 △금천중앙도서관 추진 △정보 취약계층 디지털교육 강화 등이다.

다섯째, 과학기술 공약은 1개도 없는데 어떻게 미래혁신 창업도시로 성장하려는 것인지 의문이다. 

◇ 국제외국어센터 설립은 탁상행정 전형

유 구청장의 공약을 국정연이 개발한 갑옷(ARMOR) 즉 달성 가능성(Achievable)·적절성(Relevant)·측정 가능성(Measurable)·운영성(Operational)·합리성(Rational) 지표를 적용해 평가했다. 간략한 내역과 개선방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달성 가능성은 50점 만점에 20점으로 27점인 강남구보다는 낮지만 영등포구(20점)·동작구(18점)·관악구(17점)에 비해서 높다. 정치 공약 중 공군부대 개발·자전거 보험 가입·주민자치활동 강화·현장구청장실 운영 등은 행정조치만으로 쉽게 달성이 가능하다.

반면 상점가 특화거리 조성과 G밸리 연계 일자리 창출과 같은 경제 공약은 임기 내 달성 가능성이 높지 않다. 상점가 특화거리만 보면 공무원의 아이디어보다는 특정 상품·서비스에 열광하는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모여야 가능한 사업이다. 공무원이 주도해 성공한 특화거리는 없다.

둘째, 적절성은 공약이 금천구의 다양한 여건에 적합한지 평가하는 지표이며 20점을 획득했다. 경제 공약이 7점으로 가장 높았지만 문화 공약은 3점밖에 받지 못했다. 문화 공약 중 공교육 중심 교육지원 체계 구축과 진로·진학교육 강화는 바람직하지만 사교육이 점령한 교육시장과 효율적으로 경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강남구는 2010년부터 ‘공교육 1번지’로 탈바꿈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편성해 인터넷 방송을 추진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의 교육편차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협력사업도 펼쳤지만 실적은 초라하다. 현재 이벤트성 행사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 측정 가능성은 공약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하며 20점을 받았다. 유 구청장의 공약도 다른 구청장과 마찬가지로 추진·강화·지원 등 측정이 어려운 모호한 용어가 다수 포함돼 있다. 그렇다고 모든 사업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좋은 어르신일자리 지속 확충 공약은 유 구청장이 7기에 추진한 어르신 적합형 일자리 창출의 연장선이다. 7기에 만든 금천구 노인일자리 전담기관 금천시니어클럽도 사업 발굴 및 일자리 제공에 앞장섰다. 양질의 노인 일자리를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넷째, 운영성은 행정조직과 공무원이 공약을 실천할 역량과 조직체계를 구축·운영했는지 평가하는 지표로 16점을 획득했다. 문화 공약 중 학력향상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맞춤형 진로진학 정보 제공, 우수기업·우수대학·전문업체와 연계한 다양한 진로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도 공무원이 추진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다섯째, 합리성은 공약이 주민자치를 실현하고 주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며 17점을 받았다. 5개 영역 중 경제 공약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 골목경제지원센터를 운영하고 특화거리 조성을 추진하는 것이 금천구가 지향하는 미래혁신 창업도시와 연관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200억 원을 투입해 국제외국어센터를 건립하고 구민 대상 외국어 교육을 하겠다는 발상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요즘 초중고 학생이나 청년층은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사이트를 활용해 외국어를 공부하고 트위터·인스타그램·메타(페이스북)와 같은 소셜미디어(SNS)로 외국인과 사귄다.

종합적으로 유 구청장의 선거공약은 4년 동안 63개를 충실하게 이행해도 250점 만점에 97점으로 달성률은 38.8%에 불과하다. 오래된 주택지로 구성된 지역을 ‘직주근접 도심’으로 전환하려면 창업활성화와 기업 유치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사회·문화 사업보다는 경제·과학기술 프로젝트를 다수 추진하는 것이 유리한 이유다.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선거공약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협력해 개발한 모델이다. 5G는 오곡(五穀·다섯 가지 곡식), 밸리(Valley)는 계곡을 의미한다. 문명은 ‘오곡백과’가 풍성한 계곡에서 탄생해 발전했기 때문에 국가·지자체가 번성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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